中国北朝鮮められない3つの理由

小原凡司 笹川平和財団特任研究員2017620

 

中国北朝鮮核兵器開発反対米国協力姿勢してきたしかし中国米国軍事力行使てのオプションを支持しているではない中国にとって北朝鮮米国との緩衝地帯であることの重要性わらない中国戦略的縦深性にこだわるのだこれが中国北朝鮮して制裁をかけきれない理由でもある一方現実主義者である中国米国軍事力行使可能性視野れている矛盾しているともとれる中国態度背景にある本音はどのようなものだろうか

米国軍事的圧力及中国政治的働きかけそして国連制裁決議にもかかわらず北朝鮮核弾頭大陸間弾道ミサイルICBM開発加速させているこのまま北朝鮮時間稼ぎに成功すれば将来米国する北朝鮮核攻撃という脅威現実のものとなる可能性

 

 米国もそれを理解していないではない201767米国防総省のスーファー副次官補・ミサイル防衛政策担当米情報機関分析づき北朝鮮初ICBM発射実験について、「年内実施できる態勢議会証言したのだ

 

 トランプ政権北朝鮮米本土射程れるICBM保有することを警戒してきた米国何人たりとも米本土自由攻撃できる能力つことをさないましてや大量破壊兵器である核兵器北朝鮮ICBM発射実験成功すれば米国内危機感まり北朝鮮・ミサイル開発放棄現在最大限圧力政策転換られる可能性があるその北朝鮮する米国軍事力行使

 

 北朝鮮米国攻撃できる核兵器保有することが唯一生存手段であるとえている核兵器がなければ米国大国によって体制崩壊させられるとえるのだ自国現在統治システム生存のための核兵器及弾道ミサイル開発たとえ国際秩序すると非難されても北朝鮮があきらめるはずがない

 

中国期待する米国だが……

 

 こうした状況米国中国する期待米国自国軍事的圧力だけで北朝鮮核兵器弾道ミサイル開発放棄させることはしいと20174われた米中首脳会談以降中国協力要求してきた北朝鮮指導部して唯一影響力であり北朝鮮経済的依存しているであるとえられているからだ

 

 2017613ティラーソン国務長官上院外交委員会公聴会において核兵器弾道ミサイル開発ける北朝鮮への制裁、「段階みつつある北朝鮮支援ける第三国する制裁検討していることをらかにした中国などを念頭において国連安保理制裁決議履行不十分だとしてけんしたものとえられている

 

 国連制裁決議後中国から北朝鮮資金物資れているのは事実である2017615米検察当局北朝鮮のマネーロンダリング資金洗浄わったとして中国遼寧省貿易会社して21千万円さえをめて米国首都ワシントンの連邦地裁提訴したとべている検察当局によると北朝鮮わるさえとしては最高額となるというが、「最高額うからにはこれ以外にも複数同様案件発生しているということだ

 

関係利用する北朝鮮

 

 それでは中国本当北朝鮮して経済制裁をかけるがないのだろうか

これまでに何度ってきたことだが中国北朝鮮して経済制裁をかけきれない理由きく3つある

 

 1北朝鮮暴発することだ北朝鮮経済状態悪化すれば社会不安定化して指導者する不満増大するだけでなく核弾頭及弾道ミサイル開発いる資金枯渇部隊かす燃料さえ不足する可能性があるめられた北朝鮮自棄になって軍事的暴発するかもしれないとれるのである

 

 2北朝鮮中国のコントロールかられてしまうことだこれまでも中国経済制裁をかければ北朝鮮はロシアにすりってきた中国とロシアのには不信充満している相互自国安全保障のために重要だとえるエリアで相手影響力まることを警戒するのである

 

 えばロシアは中国海軍がオホーツク行動することにして警戒わにしている20137実施された海軍合同演習海上連携2013中国海軍演習参加艦隊一部分離して宗谷海峡オホーツクったがこの直前ロシア海軍艦隊宗谷海峡からオホーツクっているロシア海軍、「ここがロシアのだということを中国らしめるためだべていた

 

ロシアが北方四島国後島及択捉島して日本返還しようとしないのはこの2がオホーツク重要一部だからであり安全保障上めて重要位置存在するからでもある

 

中国同様極東でロシアが影響力すのを警戒している二国グローバルな視点では協調姿勢せることがいがそれは中国もロシアも米国という最強地域覇権国をけんする必要があるからだしかし極東焦点わせてるとった関係えるのである

これら2つの理由背景には自国にとっての米国との緩衝材としての北朝鮮戦略的縦深性いたくないという中国意識がある

 

 3前述2つの理由とはなり中国国内政治わる理由である中国における中央地方微妙関係反映なのだ北朝鮮との貿易等利益げているのは中央ではない遼寧省等地域なのである

 

 今回米検察当局さえ対象にした中国貿易会社その遼寧省所在する企業であるこの遼寧省という地方には問題がある遼寧省2016経済成長率中国全省唯一マイナスになった地域なのだ北朝鮮との取引遼寧省経済める割合わらず北朝鮮する経済制裁遼寧省経済にマイナスの影響えることは間違いない

 

習近平総書記中国共産党第19回全国代表大会19地方反発いたくはない習近平総書記及びその周辺2016年初めから各省など地方共産党内習近平総書記核心とするキャンペーンをってきたが各地方反応中国メディアの記者研究者には、「19微妙というたちもいる

 

 習近平総書記にとって現在国内政治のパワー・ゲームの季節なのだそれでも中国遼寧省北朝鮮関係黙認しているではない20169遼寧省丹東市遼寧鴻祥実業発展有限公司会長北朝鮮とミサイル開発物資密輸した容疑逮捕されたのに丹東市のトップも更迭された丹東市遼寧省でも北朝鮮との貿易最前線としてられる

 

 中国北朝鮮国内暴発しない程度米国圧力とロシアの思惑国際関係国内政治それぞれのびそれら相互間のバランスをとろうとしているにぎない

 

中国北朝鮮への軍事援助義務はあるのか

 

アジア地域における米国軍事的影響力すことは中国にとっての平和安定した地域情勢すものだ中国米国妨害なしに発展地域及国際秩序構築主導したいとえている中国北朝鮮核弾頭弾道ミサイル開発反対する理由もここにある北朝鮮りかざして米国挑発するのは手招きして米軍さいうにしい行為だからだ

 

 一方中国現実主義者である中国自身これまで不満国家として国際社会におけるらの権利変更しようとしてきたのだ。「ての国家既存国際秩序らなければならないという主張強者によるユートピアニズムであることをっている中国北朝鮮もまたらの権利変更しようとしていることを理解しているしまたそれゆえに北朝鮮核弾頭弾道ミサイルの開発めることにしては悲観的である

 

 そしてその米国軍事力行使があることも中国想定しているということでもあるしかし中国現段階米国軍事衝突しても勝利できないことを理解している中国米国北朝鮮軍事力行使した場合この戦争まれたくないとえるのは当然のことだ

実際20174月頃から中国国内中朝友好協力相互援助条約参戦条項無効主張するがっている。「一方戦争状態った場合他方全力軍事援助える規定した2えば北朝鮮米国開戦した場合中国軍事援助義務があるしかし中国同第1両国世界平和るためあらゆる努力という規定、「北朝鮮核開発はこれに違反しているので中国には援助義務がないと主張するのである

 

 

中国本音

 

 「友誼同盟国である中国のこうした態度北朝鮮っているだろうしかし中国北朝鮮てているのだ中国にとって北朝鮮中国じではないのである中国経済発展して強者目指しつつ国際社会におけるらの権利えようとしているが北朝鮮経済的実力もないのに挑発行為すのだ中国改革開放政策れて経済発展するようしているにもかかわらず北朝鮮はこれにじようとはしない

 

 北朝鮮核兵器開発による恫喝1960年代毛沢東主席当時ったことと同様である。「弱者選択として核開発国内資源集中しなければソの妨害排除して生存けることができないとえたのだこれも現在北朝鮮同様である

 

 しかし中国には鄧小平氏がいた1978党第11期三中全会において改革開放政策してから経済発展追求してきたしかし改革開放政策経済政策だけでなく集団意思決定及びボトムアップの政策決定制度化にもつながるものであった金一族独裁的統治システムである北朝鮮にはこれがれられない

 

 一方中国金一族統治なくとも金正恩氏統治にはこだわらない対外的問題えたくない中国にとって米朝軍事衝突といった事態けたい中国状況考慮すれば中国米朝軍事衝突きるくらいであれば北朝鮮国内でクーデターによって勝手体制えられることをむはずだ

 

 それでも北朝鮮国内でのクーデターは積極的期待できるとはえられない米国北朝鮮主張わることはなく衝突コースをんでいるもし米国北朝鮮して軍事力行使したならば中国らが参戦せずに短期間戦闘終了することをうだろう

 

 中国にとっては中国発展強者となって国際社会支配的国家グループの仲間入りをし中国にとって経済的有利である自由国際秩序構築することがより重要であ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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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문대통령

 

안병렬 교수(연변 과기대)

 

지금 문대통령의 인기는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경하할 일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도 참 다행이다. 그러나 나는 그 인기가 독이 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그 인기 최고의 여론으로 하여 오만에 빠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야당에서 그렇게도 반대하는 몇 몇 장관을 끝내 임명하는 걸 보아도 그렇다. 너희들 떠들어도 나는 국민만 보고 간다는 오만함이다. "보라. 이래도 국민은 나를 지지하지 않으냐?" 하는 것이다. 이 오만은 큰 화근이 될 소지를 마련하는 법이다.

 

게다가 더욱 위태로운 것은 대통령의 독선이다. 대통령도 만능이 아닌데 만능처럼 지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4대강 보를 열어라." "원전을 중단하라." "최저 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라.." 등은 대통령이 지시할 일이 아니다. 마땅히 해당 부서에서 면밀히 검토하고 시행하여야 할 전문분야로 그 부서에서 연구, 검토 공론화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다. 이런 과정도 없이 대통령이 이런 걸 직접 챙기면 해당 부서는 정책 기능은 없어지고 실무 책임만 수행하는 하부 기관으로 추락하게 된다.

논어에 보면 공자에게 농사짓는 법을 묻는 대목이 나온다. 이에 대한 공자의 답변이 놀랍다. "자기는 농사짓는 법에 대해서는 농부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이 자세가 중요하다. 농사는 농부에게 맡기고 장사는 상인에게 맡겨야 한다. 그게 현명한 것이다. 그래야 나라 일이 제대로 돌아간다. 만기친람(萬機親覽)은 옳은듯하지만 결국엔 어리석은 짓인 것이다. 아무리 위대하다 할지라도 제 아무리 지혜롭다 할지라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또 다 할 수 있는 것도 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다 아는 양 다 할 수 있는 양하니 자꾸 위태롭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4대강의 보를 헐어라 마라 하는 것은 오랜 논란이 있어왔고 아직도 있다. 그런데 갑자기 이를 헐어라 하는 일방적 지시는 너무 조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참으로 큰 국가 백년의 대계이다. 그런데 이를 하루아침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갑자기 문을 닫는다면 앞으로 에너지 문제는 어떻게 하려는가? 수조원 투입된 그 사업을 그렇게 쉽게 내팽개칠 수 있는가? 당장 그 방면 전문 교수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은가? 원전 피해를 크게 당한 일본에서조차 그 원전을 닫지 못하는 걸 보면 원전 나름으로 득이 있지 않은가? 최저임금 문제도 그렇다. 노동자를 살리려다 중소기업을 죽여 결국 노동자를 죽인다고 아우성이 나지 않은가이런 알들은 하루 이틀에 갑자기 지시하여 고칠 일이 아니다.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할 사안이다.

끝으로 위태로운 건 북한 핵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이다. 이에 대해서 대통령의 고뇌가 무엇보다 크리라 짐작한다. 이에 대해서만은 그가 독단하여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방부도 외교부도 통일부도 있지만 다 자문일 뿐 결정권자는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 문제에서 너무 이상적인 안일한 꿈을 꾸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곧 위태롭게 보이는 것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조금만 참으라 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조금만 기다리라 하며 그 사이 핵도 사드도 필요 없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그렇게만 된다면야 얼마나 좋으련만 그게 어린아이 같은 이상이라 위태하게 보이는 것이다. 자칫 미국의 신뢰도 잃고 중국과는

더 원수가 되는 그런 안팎곱사등이의 신세로 전락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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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통령에게 내 목숨마저 맡기고 살아야 하는 우리 신세도 조마조마 위태위태하게 느껴진다. 좀 예측 가능한, 그리고 상식이 통하는, 그런 여유로운 삶을 즐기게 정치를 할 수는 없을까? 문대통령님, 우리 좀 느긋하게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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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4 남북공동성명 45주년의 교훈

 

 이 영 일 (전 국회의원)

 

 7.4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45년이 지났다. 그 당시 통일을 갈망하던 국민들은 마냥 불가능하게만 느껴

졌던 평화통일이 남북대화를 통해 혹시라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 가하는 기대를 가져봄직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북이 분단된 지 27년밖에 지나지 않았고 남북한이 서로 통일을 불가능한 것으로 느낄 만큼 갈등의 양과 질도 지금보다는 덜 했었다. 물론 체제와 이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이질화가 진행 중이긴 했지만 이질화로 변한 것은 정치교육이 먹힌 의식의 표면이었을 뿐 같은 민족으로서 역사와 함께 형성되어 온 집단무의식에 까지 변화가 미친 것은 아니었다. 특히 당시에는 국제사회가 한반도통일을 확실히 반대할 이유가 되는 핵과 미사일을 남북한의 어느 측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북한의 법적 지위는 무엇인가>

 

7.4공동성명 발표에 이어 남북한 간에는 고위층 간의 상호방문이 이어졌고 남북한 관계를 7.4공동성명정신에 부합하도록 바꿔나가는 협력의 틀을 만들기 위한 협상이 심도 있게 진행되었다. 남북조절위원회가 만들어졌고 남북조절위원회의 운영과 구성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또 북한 측에서는 큰 문제가 안 되었지만 한국에서는 7.4공동성명이 한반도의 유일합법정부인 대한민국의 법적 지위에 미칠 영향을 두고 국회 내에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정통정부에서 분리된 반란단체로서 괴뢰라고 부르는 북한의 지위에 7.4성명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두고 심각한 법리논쟁이 벌어졌다.

당시 국토통일원의 정치외교담당관이었던 필자는 김종필 국무총리의 국회질의 답변 자료준비에 협력하기위해 실무자로서 국회본회의 국무총리 석 뒷자리의 보조 의자에 대기해야했다. 7.4공동성명이 발표됨으로 해서 북한을 한국이 별개의 국가로 법적 승인을 한 것이냐 여부를 놓고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당시 서독에서는 동서독 기본조약을 체결한 후 동독에 “그러한 정부가 실재로 존재함을 인정한다”는 이른바 “실재승인”(Die Faktishe recognition)이라는 독특한 이론을 만들어 발표하면서 실재승인은 법률적(De jure)승인도, 사실상의 승인(De Facto)도 아니라는 식으로 양독 관계를 정리했다. 당시 김종필 총리는 북한을 유효하게 지배하는 정치체가 존재함을 인정하지만 그것이 북한을 국제법상 별개의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질의에 답했다. 이 당시 필자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 것은 서독이 동독과 협상할 때 협상이 몰고 올 법적 상황을 꼼꼼히 예상하고 거기에 합당한 법 이론을 준비, 협상에 임했던 것에 비해 우리는 너무 엉성하거나 대비가 부족했다는 사실이었다.

 

                               <대외적 비 반공과 대내적 반공 사상 강화>

 

우리의 7.4공동성명은 최고 지도자의 결단으로 일단 성명을 만들어 발표해놓고 이를 사후에 합리화하는 조치들을 다소 무리하게 강구하면서 국회와 언론의 동의를 얻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납득시킬 대상은 국회만이 아니었다. 반공정신으로 세뇌된 국민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을 병행해야 했다. 7.4공동 성명의 정신에 비추어 반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힘들게 되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비반공(非反共)”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반공을 지향하게 하는 상황의 조절이 북한에 비해 한국 체제가 훨씬 더 힘들었다. 또 이 당시는 남한이나 북한이나 대화를 문제해결을 위한 협상으로 보기보다는 형태를 달리하는 전쟁으로 보았기 때문에 남북한 간의 사상전(思想戰)은 오히려 더 치열해졌다.

 

돌이켜 보건데 7.4공동성명은 민족적 차원에서 대화에 대한 간절한 수요가 오래 동안 배태, 숙성된 토대위에서 싹이 트고 성숙한 결과로서 도출된 것이 아니었다. 한반도를 에워싼 내외정세변화 속에서 남북한 지도층들이 자기들의 필요에 적합한 대처방식으로 돌출된 것이 7.4공동성명이었고 남북대화였다. 따라서 겉으로는 대화를 내세우지만 내면적으로는 남북한의 이해가 항상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남북한은 7.4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고 해서 그간 쌓인 모순과 갈등과 적개심이 하루아침에 없어지고 화해와 협력으로 바뀐다는 것은 애당초부터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대결구조의 대화구조로의 전환>

 

그러나 당시 한반도 내외정세 속에는 남북한이 대화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었다. 우선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 조선노동당 제5차 전당대회에서 김일성이 전인민의 무장화, 전국토의 요새화, 군장비의 현대화, 전군의 간부화라는 4대군사노선의 완료를 선언하면서 한반도를 제2의 베트남으로 만들려는 공세를 강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공세에 대처,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일단 남북한의 대결구조를 대화구조로 바꾸어야 할 필요에 직면했다.

이러한 필요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비밀리에 북한에 파견, 김일성을 만나게 함으로써 7.4공동성명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한편 북한의 김일성 역시 미국과 중국이 소련견제를 위해 관계를 개선하는 조짐을 보면서 이러한 데탕트 정세에 편승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간의 대결상황을 데탕트 상황으로 바꿀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러한 양측 지도부의 정세판단에서 남북한 간의 데탕트가 7.4공동성명 발표로 현실화되었다. 공동성명 발표의 배경이 이러할 진데 이 성명으로 남북한 간의 모든 갈등과 긴장이 일거에 해소될 수는 없었다. 더욱이 사상과 이념을 초월하여 민족적 대단결을 이룩하여 자주통일을 달성하자는 7.4공동성명의 문항들은 남북한의 어느 측도 제대로 수용하거나 실천할 수 없는 구호였다. 결국 대화과정에서 서로간의 차이가 들어나면서부터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합의를 이룩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졌고 대화는 계속 지지부진하다가 대화동력을 상실했다.

결국 7.4공동성명 발표 2년 후인 74년 북한은 김대중 납치사건을 이유로 남한정부를 상대로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낱 남북한 간에 일시적으로 나타난 이벤트의 하나에 불과했다.

 

                            <남북대화는 그것을 북한이 필요로 할 때만 열린다.>

 

7.4성명이후에도 이런 저런 명분으로 남북한 간에 대화는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대화들은 대체로 북한이 대화를 필요로 할 때 열렸을 뿐 한국 측이 주도해서 대화가 열린 일은 거의 없었다. 북한이 대화를 필요로 하는 시기는 소련과 동구라파가 몰락, 정권의 위기가 닥쳐올 때 그들은 자기체제의 위기관리수단으로 대화를 이용했다.

1990년도에 개시된 남북한의 총리회담과 남북한 간의 기본합의서 채택(1990)이나 한반도 비핵화선언(1992)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배경 하에서 이루어졌다. 오히려 이 때는 노태우정부가 북한과의 실효 없는 문서상의 합의서 작성보다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서울과 평양에 연락대표부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어야 옳았다. 또 2000년의 남북정상회담도 북한의 심각한 경제위기 때 이루어졌다. 한국으로 부터의 경제제원이 절실히 필요할 때 북한은 대화를 이용했다.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시기는 북한이 식량난, 의료난, 에너지난에 허덕이는 시기였기 때문에 6.15선언이나 10.4합의 같은 문서상의 합의보다는 개혁개방을 강력히 요구함으로써 북한의 체제개혁을 적극 유도해야 옳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자기가 노벨 평화상을 얻는데 필요한 조치만 강구했을 뿐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아무런 업적을 만들지 않았다.

 

중국은 2000만 달러로 북한에 유리공장을 만들어 주고 줄곧 생색을 내고 있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권들은 북한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이렇다 할 공장하나도 북한 땅에 세워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김대중·노무현 양 정권은 북한이 핵무장으로 출구를 열 밑천만 제공했다는 비난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남북대화 강조>

 

지난 5월 9일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집권한 문재인 정권은 촛불혁명정신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탈미자주”노선을 표방한다. 동시에 이명박·박근혜 정권들의 대북압박정책을 실패한 정책으로 폄하하면서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주도하겠다고 말한다. 지난 6월말과 7월초에 있은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의 강력한 대북압박정책을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압박과 대화병행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현시점은 정책의 중점을 대화 아닌 압박에 두어야 한다.

 

지금 김정은 정권은 민생은 인민들이 알아서 하라고 내팽개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달한 자금을 몽땅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쏟아 붓고 있기 때문에 압박이 앞으로 더 가중, 심화되면 핵과 미사일의 실험개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한계점에 봉착할 것이다. 이런 전망 하에 미국 하원은 북한을 압박하는 법안을 490대 1로 가결했으며 유엔안보리도 기왕의 제재결의를 유엔회원국들이 모두 준수하도록 구속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물론 촛불민심가운데 탈미 자주 요구가 포함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곧 국민 모두의 뜻은 아니다. 오늘과 같은 시기와 상황에서 촛불민심이라고 내세우는 탈미 자주노선은 결코 적실성이 없으며 그것의 정책적 표현인 북한과의 대화강조보다는 강도 높은 대북압박을 통한 비핵화추구가 더 현실적인 선택일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전역이 북한 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갔고 이제는 주일 미군기지와 심지어 괌까지 북한미사일의 사거리에 들어갈 만큼 안보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북을 상대로 대화에 응해주도록 호소하거나 바야흐로 남북관계 변화의 운전석에 앉았다는 등의 허무한 주장을 늘어놓는 것은 시의에 맞지 않다.

 

 오히려 핵 공포이라는 더 큰 위험을 예방하기위하여 필요한 희생과 손실을 부담할 각오를 다져야 해답이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합하는 처방은 비핵화를 촉구하는 대화뿐이다. 비핵화에 직결되지 않는 대화강조는 무의미하다. 또 국방을 자주할 능력도 없으면서 탈미 자주를 말하는 것은 어리석음이다. 탈미 자주정권이기 때문에 무조건 북한의 김정은 패당과 대화해야겠다는 것은 국제적인 고립으로 나날이 숨통이 조여들고 조만간 경제적 빈사상태로 빠져 들어가는 북한정권에 한국이 또다시 구원투수가 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 탈미 자주한다고 해서 북한의 모든 공세를 단독으로 막을 자신과 준비 없이 전시작전권의 이전만 부르짖는다면 그것 역시 대한민국을 심각한 안보위기에 몰아넣을 것이다.

 

지금은 7.4공동성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라 총화단결로 위기에 대처해야 할 때이다. 남북대화를 향한 국민들의 진지한 수요 없이 정권만의 필요에서 시작되는 대화는 어느 경우에도 민족적 화해와 통일의 도관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하나의 이벤트로 끝난다는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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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과 사드(THAAD)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상황진단

(이글은 헌정지 20176월호에 게재되었다)

이 영 일

 

1. 들어가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펼친 인사를 포함한 몇 가지 개혁조치가 국민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안보상황은 어느 순간에 전쟁의 불길이 솟을지도 모르는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지금 가장 긴급한 문제는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전쟁재발을 막는 일일 것이다.

그간 한반도의 핵문제는 탄핵정국이 벌어지면서부터 국내에서보다는 미국에서 심각한 논의가 진전되어왔다. 주요 논의는 미국의 외교협회(Council for Foreign Relations)가 발행하는 Foreign AffairsForeign policy, New York Times등에서 앞장서 다루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선거운동기간에도 북핵문제가 안보의 가장 절박한 과제였음에도 큰 쟁점으로 부상하지 못했다. 뚜렷한 대책을 내놓을 수도 없는 후보들이 핵문제를 선거의 쟁점으로 삼기에는 너무 버거웠을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연초부터 북한의 핵문제를 미국이 당면한 가장 심각한 안보도전과제로 정의했다. 트럼프 이전의 미국 대통령들도 북한 핵문제를 안보의 도전과제로는 인식하면서도 해결의 우선순위에서는 항상 뒷전으로 미뤘다. 이 결과 북 핵과 미사일은 오늘날 미국의 우방이나 해외미군기지, 심지어는 미국본토까지도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공격을 받을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직전 트럼프대통령에게 미국이 당면할 가장 큰 위협이 북 핵이라고 말한 것은 조금치도 과장이 아니었다. 최근 몇 개 월동안 미국 조야에서 북 핵 토론이 활성화된 이유다. 이하 북 핵 처리방법을 둘러싸고 전개된 국내외논의를 검토하면서 한국의 바람직한 선택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2. 북 핵문제의 쟁점사항

 

미국외교협회의 정책입안

미국의 안보외교관련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할 시점에 즈음해서 미국의 북 핵정책의 경과를 총체적으로 평가, 반성하고 미국외교협회(CR)가 중심이 되어 오바마 이후에 들어설 정부에 건의할 정책보고서를 입안하였다. Mike Mullen(전 합참의장)Sam Nunn(전 상원의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연구팀은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정책이 아무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대북협상의 목표와 방향을 재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내용인즉 단계별 조치로서 현 단계 북 핵동결 비핵화조치의 이행 포괄적인 평화협정체결의 3단계를 제시하면서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이 이러한 방향에 응할 경우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지만 거역할 경우에는 한층 강도 높은 유엔제재와 인권압박을 통해 김정은이 정권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자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은 ··3국을 동맹으로 묶어 집단안보 공약을 발표하고 어느 일방에 대한 공격이 모두에 대한 공격임을 인지시키고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격추하고 최종적으로는 선제공격도 준비하자는 대안을 내놓았다.

 

트럼프 정권의 북 핵 접근 방법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북한 핵문제에 관해 새로운 입장을 천명했는데 내용은 아래와 같다.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정책 실패확인 북 핵과 미사일문제를 미국의 우선적 해결과제로 설정 비핵화에 중국의 실질적 기여가 없었음을 확인 필요하다면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활용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러한 정책방향을 제시한 후 47일 트럼프는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해결을 포함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해소와 비핵화에 중국이 적극 협력하겠다는 다짐을 받고 그 대가로 중국을 환률 조작국으로 지정, 고율의 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대선공약사항의 집행을 유보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확인한 후 앞으로도 중국이 협력치 않는다면 미국은 북핵문제를 일방적 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일방적 조치가운데는 북한의 핵시설을 포함한 군사시설에 대한 폭격, 김정은에 대한 참수작전까지도 포함되는 것이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미국의 목적은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 북한이 나오도록 하는데 있다고 밝혔지만 한국을 방문한 펜스부통령이나 매티스 국방장관 등의 언동에서는 선제공격도 불사한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찬반양론

트럼프의 새로운 대북접근 방식을 놓고 미국 내에서는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초점은 군사적 조치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38 North의 설립자인 Joel Wit는 군사적 위협과 새롭게 강화된 제재, 북한에 연결을 갖고 있는 중국기업에 대한 금융제재로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려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며 이럴수록 북한은 더 완강히 저항하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함으로써 머지않아 미국이 통제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의 Roderick Mac Farguhar 교수는 미국이 중국의 협력 없이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외과적 타격을 가하기는 어렵지만 미국과 중국은 현시점에서 협력이 가능하며 양국은 협력을 통해 김정은을 정권에서 몰아내고 한반도의 통일문제를 큰 차원에서 협의할 단계라고 강조한다. 그는 중국은 대미협력과정에서 사드 문제의 해결을 구할 수도 있고 통일 후 주한미군의 한반도 철수문제도 꺼낼 수 있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중협력은 양국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Nicholas Kristof는 선제공격이 북한에 근접해있는 인구밀집의 서울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면서 함부로 처리할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역할평가

트럼프의 북 핵 정책의 핵심은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적극 협력하기를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은 아시아에서 미국을 밀어내고 중국이 지역의 패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이런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과연 얼마나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인가. 중국은 겉으로는 비핵화에 동조하지만 중국이 가진 모든 카드를 활용,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해줄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47일 회담에서 양국정상들은 북 핵 해결에 협력하기로 했다지만 시진핑의 외교참모인 왕의(王毅) 외교부장과 푸잉(傅瑩)중국정협외사위원장은 한미양측과 북측의 자제와 대화요구라는 낡은 대본을 아직도 그대로 읊고 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북한과 중국 간에는 제재정책상 넘어서는 안 될 레드 라인(Red Line)이 설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3'김철'이라는 개인 명의로 낸 기고문에서 "조중관계에서는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이 있는데 중국이 이 선을 넘었다고 주장, 레드라인의 존재를 확인했다. 여기에 덧붙여 사드 요격 미사일을 주한미군사령관의 요청에 따라 한국에 배치토록 우리정부가 허가했다고 해서 6개월 이상 한국기업들에 대해 경제보복을 자행,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히고 있다.

이런 행태로 미루어 중국이 원유공급 중단 같은 단호한 조치로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장을 단념시키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적극 협력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오직 성과를 얻는 길은 중국을 상대로 미국이 트럼프 식 경제압박을 가하고 중국기업에 대한 Secondary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북한핵무장의 의도평가

북한의 핵무장이 자기 체제보존이라는 목적에 국한된 것이냐 아니면 그 이상의 목적을 겨냥하는 것이냐를 놓고 전문가들 간에 논의가 엇갈린다. 북핵문제의 대화적 해결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북한은 독자적 생존이 가능한 여건만 마련된다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John Delury는 김정은이 정권승계 후 북한주민들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경제개혁을 추진, 경제생활이 나날이 개선되고 있고 핵개발도 경제와 병진시키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경제발전에 전심할 수 있도록 포용해주면 핵 포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Max Fisher는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협상을 개시할 때 내놓을 타결조건은 현재 보유한 핵의 묵인 북한을 한반도의 정통정부로 인정하고 전복기도를 포기할 것 일체의 제재해제 평화조약 체결과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기 때문에 대화해결은 한마디로 어렵다고 본다. Joshua Pollack은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려면 중국의 선례를 따라 한국과 단교할 것을 요구, 한미동맹관계의 해체가 궁극적 목표라고 말한다. 결국 미국의 어떤 정부도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내놓고 핵전쟁이냐, 아니면 요구조건 수락이냐 중에서 택일하라고 압박하는 것이 대화와 협상에서 내놓을 북한의 본심이라고 말한다.

현재 북한은 이란과는 달리 오랜 세월동안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지구최빈국이기 때문에 어떤 경제제재도 약효가 먹히지 않을 체제다. 5회에 걸친 강도 높은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에 맞서 온 북한이 경제적 유인에 이끌려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낙관론은 당초부터 어불성설이다. 북한정권은 정권유지자체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해지기 직전상황으로까지 몰리는 강도 높은 군사적, 경제적 압박 하에서만 비로소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올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3. THAAD배치문제

 

현재 나날이 발전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제1차 타깃은 주한미군이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사령관이 북한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자국군대를 보호해야 할 필요에서 사드배치를 한미양국 정부에 건의한데서 사드 문제가 촉발되었다. 이 점에서 사드는 자체 폭발력이 없는 방어무기로서 전략무기가 아닌 전술무기이며 주한미군의 방호장비를 한층 더 보강하는 조치의 하나다. 그러나 중국은 사드에 달린 X밴드레이더가 인민해방군 미사일 부대를 추적하는데 이용될 수 있고 중국 핵탄두에 관한 중요정보를 수집, 중국의 핵 억지력을 약화시키는 장치라면서 배치를 강력히 반대한다. 동시에 한국에 대해 경제보복을 확대하는 한편 사드배치가 철회되지 않는다면 핵 선제불사용이라는 중국의 핵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고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사드에 부착된 X 밴드레이더는 이미 카다르나 타이완에 배치, 활용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사드 급 레이더가 가동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중국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가 미국이 전개하는 미사일방어망(MD)의 일부로 편입되어 중국을 포위하는데 이용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한국의 사드가 당장은 아니라도 잎으로 위협이 될 수 있음에 유의, 야구경기에서 투수가 일루(一壘)주자에게 견제구를 날려 도루를 방지하는 작전처럼 한국에 경제보복을 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내에서도 전략파와 전술파간에 사드처방이 다르다. 군부가 중심이 된 전략 파들은 사드배치의 철회를 강경하게 요구하는 반면 전술 파들은 사드부착레이더의 수준만 낮춰도 중국에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다면서 기술적 수준의 협상 필요성을 말한다. 또 중국내의 한반도전문가들은 중국이 한국에 대해 사드로 경제보복을 하고 북한에 대해 유엔제재를 명분으로 경제제재를 한다면 결국 중국은 남북한 모두에 대해 영향력을 잃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우려하면서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현 단계 한반도 정책을 우려한다.

이제 사드는 한미양국 간의 합의로 설치가 완료되었기 때문에 한국안보의 자산으로 관리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야 한다. 사드배치는 주한미군지위협정에 따라 양국정부간 합의로 추진되었기 때문에 국회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중국에 대해서는 전술 파들의 견해를 수용, 기술적 협의의 길을 열면서 협력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아직도 문재인 정부가 중국의 요구를 수용할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기 때문에 대남심리전을 전개한다.

그러나 사드문제의 최종적인 해결은 한미중(韓美中 )3국 협의가 필요함을 역설하면서 서로에게 유리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이 북한핵문제의 해결에 보이는 성의의 수준이 사드해결의 관건임을 정부는 천명해야 할 것이다.

 

4. 나가면서

 

이제 북 핵과 미사일 문제는 북한정권의 존폐를 위협할만한 경제적, 군사적 압박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단계에 왔다. 이 수단을 통해서도 해결의 길이 열리지 않는다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한국도 국제적 제재 없이 핵무장에 나서도록 길을 열어줘야 할 것이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는 대화와 포용만을 내세우는 한국 좌파진영의 주장에만 귀 기울이기보다는 국민적 합의도모를 추구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그리고 전 세계 속에 투영될 우리 좌표를 그리면서 필요한 안보정책들을 시의에 맞게 펼쳐 비핵화와 전쟁억제를 실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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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2.0을 모색해야 할 때다(헌정지 2017년 5월호)

                          

이 영 일(11, 12, 15대 국회의원)

 

1. 들어가면서

 

우리는 201759일 탄핵으로 궐위된 대통령을 새로 선출한다. 우리는 그간 대통령이 탄핵되는 상황을 하나씩 지켜보면서 이런 불행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정치가 조속히 개혁되어야 할 필요성을 너나없이 절감했다.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70여년의 역사가 흘렀다. 이 기간 동안 우리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선진화를 향한 변화가 끝없이 이어졌다. 특히 경제 분야의 발전은 경이로웠다. 시쳇말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나라로 지목될 만큼 우리나라의 발전은 놀라웠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러한 발전과는 거리가 먼 예외지대가 있다. 정치 분야다. 정치는 조금치도 개선되지 않았다. 그간 대한민국에서 시행된 대통령제는 그것이 단임제이건 중임제이건 간에 예외 없이 제왕적 대통령제로 변질되어 권력의 사유화 현상을 가져왔고 임기 말로 접어들면 레임덕과 비리, 부패에 휘말려 비극적으로 종말을 고했다. 1987년부터 실시된 여섯 번 선거에서 후세에 귀감이 될 대통령이 한 분도 나오지 않았다면 그것은 이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번 대선은 현행 헌법에 따른 일곱 번째 선거인데 새 대통령도 현행 헌법에 그대로 따른다면 실패한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현재의 정국은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원내안정의석을 갖지 못한 4당체제하의 소수파정권이기 때문에 국정능률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약체 정권이 될 것이다. 국가상황도 험난하다. 안보위기가 심화되어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감돈다. 경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지 못한 가운데 경기침체와 실업으로 한국경제의 장래를 너나없이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새 대통령은 앞선 대통령들의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정치개혁을 단행, 원내안정의석을 갖는 정당이 집권, 내외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즉 제7공화국을 만드는 길을 여는데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그간 정치개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치개혁은 있었으나 그 목표는 권력구조를 대통령중심으로 강화하거나 대통령임기를 연장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이같이 대통령의 권력 강화나 임기조정에 목표를 둔 개혁을 정치개혁 1.0’이라고 한다면 국정을 안정시키고 권력의 사유화를 방지, 정치행태를 민주적으로 바로 잡는 개혁을 정치개혁2.0”이라고 정의하면서 지금 당장 한국에서 필요한 정치개혁 2.0의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2.정치개혁 2.0의 세 가지 당면과제

 

필자는 현시점에서 한국정치가 당면한 정치개혁 2.0의 과제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 상황에 조명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첫째로 패거리 정치의 적폐가 갈수록 심해져서 정당이 사당화(私黨化)하고 있다. 둘째 전무(全無) 아니면 전부(全部)를 요구하는 비타협의 정치가 한국의회의 정치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 셋째로는 5년 단임제 헌법이 이상 두 가지의 병폐와 결합되면서 국가발전의 걸림돌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패거리정치의 적폐

패거리정치의 적폐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잘 알다시피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의 오랜 파쟁은 정권교체의 기회를 놓쳐 한국 민주화의 달성을 지연시키기도 했지만 더 심각한 부작용은 그것이 정당의 사당화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이들 양파의 갈등은 5년 단임제 헌법덕분에 양파의 보스가 각각 대통령에 당선되어 시들해졌지만 그들이 남긴 유산은 정당의 패거리 화, 사당화현상을 고착시킨 것이다. 예컨대 김대중은 민주당을 뛰쳐나와 평화민주당을 만들었고 이를 다시 새정치국민회의로, 또 이를 개편, 새천년 민주당으로 바꾸었는가하면 김영삼도 신민당에서 3당 합당으로 신한국당을, 다시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꾸었다. 당이라는 간판을 달았을 뿐 그것은 다름 아닌 패거리정치의 수식어였다. 민주당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도 민주당을 열린우리당으로 바꾸었다. 열린우리당은 한마디로 말해서 노무현당이다. 이명박의 한나라당도 몰락직전에 박근혜가 당권을 장악,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후 공천갈등이 심화되면서 친 박 대 비박으로 갈등을 벌이다가 탄핵정국을 맞이해서 자유 한국당바른정당으로 갈라섰고 민주당도 국민의 당더불어 민주당으로 분열했다.

이렇게 패거리정치는 공천 때마다 자기파 중심의 공천을 통해 권력 나눠먹기 경쟁을 하기 때문에 항상 이합집산을 거듭하기 때문에 흔히 정치학에서 말하는 당의 법통(Legitimacy)이나 정통성이라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어졌고 당 나름의 역사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념과 강령상의 큰 차이도 없었다. 정치인들은 패거리의 우두머리가 결정하는 정책과 강령에 맹종함으로써 정치생명을 이어가거나 존립했다. 이해관계가 달라지면 당을 떠나면 되었다. 이 때문에 탈당이나 당적 옮김이 변절(變節)이라거나 지조(志操)를 버렸다는 식의 도덕적 비난이 아예 성립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영미(英美)세계에서는 이념이나 정책선택의 흐름을 공유하면서 수백 년의 당사(黨史)를 이어오는 정당이 많다. 2차 대전이후 민주적 정당제도가 실현된 독일의 경우에도 기독교민주당이 70년의 당사(黨史)를 갖는 반면 사회민주당도 우파만을 기준으로 할 때도 10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의미의 역사가 있는 정당은 존재치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었다. 패거리 정치를 극복, 청산하기 위해서는 현존 정당을 본위로 개혁의 물꼬를 트기보다는 개혁의 목표를 공유하는 인물중심의 정계개편을 통해 패거리가 아닌 정책과 이념을 공유하는 진정한 정당의 출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 전무(全無)냐 전부(全部)냐의 비타협정치의 지속

한국정치에서는 All or Nothing의 비타협의 정치가 의회정치의 전면을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외교안보분야에서 까지 비타협의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안보외교에 여야가 없다거나 한 때 프러시아 국회에서 이룩되었던 '성내(城內)평화'(Buerger Frieden)도 우리는 기대할 수 없다. 요즈음 THAAD배치 문제를 놓고 보이는 여야대립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지금 당장에라도 야당이 THAAD 배치를 찬성한다고 발표, 여야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빤히 결론이 보이는 상황 하에서도 타협이 못 이루어지는 것은 정치체질가운데 침윤된 비타협적 DNA탓도 있겠지만 북한의 대남작동에도 한 원인이 있을 것 같다.

한국은 조선시대 이래 사회윤리의 기조로 지조의 윤리(Gesinnungs-Ethik)가 지배적 추세였으며 책임의 윤리(Verantwortungs-Ethik)는 외면되었다. 책임의 윤리는 흥정의 윤리와도 맥을 같이 하는데 유럽에서는 한자 동맹이래 상응하는 대가를 주고받는 거래의 윤리가 흥정의 윤리로, 책임의 윤리로 발전해왔다. 흥정의 윤리가 없기 때문에 국내정치에서도 타협의 정치가 숨 쉴 여지가 없다. 타협의 여지를 만들어 낼 결선투표제도 없으며 제왕적 대통령제로 흐르는 대통령 단임제를 국정운영의 틀로 하기 때문에 내각책임제에서와 같은 정당연합을 통한 연립정부나 협치(協治)가 성립할 여지도 없다. 현행 헌법 하에서는 원내안정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누가 집권하더라도 정치 불안은 계속되고 국정능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국론이 크게 양분되었다. 촛불시위와 태극기 시위가 그것이다. 그러나 촛불과 태극기 시위대의 등장은 국민의 통합이 아닌 분열을 의미하고 더욱이 정부와 국민이 아닌 국민 대 국민의 분열이기 때문에 이를 하나로 통합하기위해서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연정(聯政)의 필요성을 절감케 한다. 비타협의 정치를 타협의 정치로 바꾸기 위해서는 각종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광범위하게 채택 실시, 타협이 모든 정치에서 필수적 절차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럽과 중남미에서도 결선투표는 일반적 관행이 되고 있다.

 

. 87년 체제의 청산극복

5년 단임제 헌법은 지난 30년 동안 한국정치의 오랜 병폐의 하나인 1인 장기집권을 막고 나아가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의 길을 터서 절차적 민주주의의 정착에 기여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부작용이 기여를 넘어설 만큼 컸다. 이제 87년 체제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함께 역사 속에 파묻고 원내안정의석을 확보한 당이 권력을 장악 운영하는 내각제 내지 2원집정부제로 고쳐야 할 도전에 직면했다.

회고컨대 87년 체제는 1인장기집권의 폐해를 막는 데는 분명히 기여했다. 그러나 아직도 발전과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5년에 한번 씩 국민직선으로 대통령이 바뀜에 따라 국가발전의 견인에 꼭 필요한 장기적 국정과제 추진이 어렵게 되어왔다. 또 포퓰리즘이 선거의 주 무기가 되고 당선되는 대통령마다 전 정권이 추진한 정책의 승계발전보다는 이를 무시하거나 부인하고 새 정책을 추구하기 때문에 국가정책의 지속성, 일관성도 유지하기 어려웠다. 5년 단임제 대통령은 집권3년차부터 시작되는 대통령 리더십의 레임덕 화, 여기에서 비롯되는 공무원 집단의 복지부동, 대통령임기 후반에 예외 없이 나타나는 정치부패는 우리 모두가 경험했다. 이러한 국정상황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 선에 묶여 더 치솟지 못하고 있다. 침체와 답보상태의 지속은 국제 경제 환경의 탓도 있겠지만 대내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원인의 하나 가운데 87년 체제에 포함된 비능률과 불안정, 비리와 부패에도 큰 원인이 있다.

이 시스템에 패거리정치와 비타협의 정치가 결합됨으로 말미암아 한국정치는 발전이 아닌 후퇴의 늪에 빠져 버렸다. 더 이상 국민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지 못할 정도로 정치기능이 마비상태에 빠진 것이다.

 

3. 맺는 말

 

이러한 정치 병리를 극복하고 앞으로의 정치가 국가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면 우선 국정의 틀을 개헌을 통해 대통령 단임제(87년 체제)에서 내각책임제나 2원집정부제로 바꾸어 원내안정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국정을 주도케 해야 한다. 이러한 개헌은 제7공화국의 탄생을 의미할진데 새로운 내각제나 2원적 집정부제 정부형태 하에서는 패거리정치의 수단으로 전락한 정당을 정책과 이념중심의 정당으로 새롭게 탄생시키고 엄격한 당규 하에 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원내안정의석을 획득한 정당이 없을 경우에는 연립정부를 모색하고 운영함으로써 정치에서의 타협이 정당존립과 정권유지의 필수조건이 되도록 정치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한국은 현재 180석이상의 원내의석을 갖지 않으면 원만한 국정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협치(協治)를 위해서는 연립정부는 필연적 선택이 될 것이다.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이 개헌을 추진, 제도적으로 제7공화국이 탄생할 여건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주도한 박 대통령의 탄핵은 정치사적으로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안정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출범한 약체정권이 대통령의 직권으로 임명 가능한 감투만 나눠 쓰는 정부가 된다면 필연적으로 새로운 시위의 물결이 일어날 것이다. 동시에 국가의 안보위기, 경제위기는 더 한층 심화되고 새 대통령도 정치실패의 늪에 빠지는 불행한 전철을 피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끝으로 한국은 금년으로 57주년을 맞는 4.19혁명이 성공한 나라다. 국민들의 주권의식도 팽배하다. 핵전쟁의 우려를 안고 있는 분단국가다. 이러한 나라에서 국정을 안정시키고 국민통합을 이루고 능률을 올릴 정치개혁은 촌분의 여유를 허용치 않을 만큼 시급한 과제다. 정치인들도 이 나라를 자기의 권력욕 충족대상으로만 보는 미망을 버리고 국민들도 이 나라의 내일을 걱정하면서 정치개혁 2.0의 성공을 위해 뜻과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정치개혁 2.0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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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강성학 저 한국의 지정학과 링컨의 리더십

         (헌정지 2017년 3월호 기고) 

이 영 일( 전 국회의원, 한중정치외교포럼회장)

 

국제정치학자 강성학 박사가 급변하는 국내외정세속에서 우리 한국이 당면한 위기와 그 해법을 제시하는 귀한 저서를 펴냈다. 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을 통해 한국의 지정학과 링컨의 리더십이라는 제목으로 간행된 이 저서는 그의 34번째의 저술로 보인다. 필자는 지금까지 그가 발표했던 저서들의 일부 밖에 읽지 못했기 때문에 전체의 흐름을 놓고 이렇다 저렇다 말할 처지는 못 되지만 이번에 출간된 책만큼 대한민국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쓴 책은 처음인 것 같다. 물론 학자를 규정하는 존재의 구속성 때문에 한국을 문제의식의 저변에 깔지 않은 연구나 저술은 없겠지만 그것이 내재율 아닌 외재율로 커밍아웃한 점에서 이번 강 박사의 저술은 시대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고려대(高麗大)에서 정년퇴임한 강 박사는 이번 저서를 통해 그간 농축시켜온 연구의 축적을 딛고 서서 우리나라가 처한 국내외 정치의 현실을 새롭게 조명, 분석하면서 민족적 출로에 관한 논구를 심화시키고 있다. 동서냉전의 해빙으로 진영논리에 압도되어 빛을 잃었다가 되돌아온 국제정치연구의 전통적 연구방법인 지정학(Return of Geopolitics)을 토대로 하여 오늘날 우리 한반도가 포함된 이 지역정세를 새롭게 조명하고 한국이 당면한 위기상황을 파헤치고 있다. 요즘 미국학계도 탈냉전시대의 국제관계를 지정학적 시각에서 다시 검토하는 추세다. 이들은 냉전의 종결과 더불어 제2차 세계 대전과 동서냉전이 그어 놓은 국경선과 세력범위를 현 수준에서 동결시키면서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자는 것이 서방측의 입장이라면 이에 맞서 현상변경을 강력히 추구하는 수정주의 세력이 등장했는데 이들이 곧 유럽의 러시아, 중동의 이란, 동아시아의 중국이며 이들 중 중국의 부상(浮上)이 국제정치판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러시아나 이란이 현 상황에서 당해 지역의 패자가 되기는 힘들지만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세력이기 때문에 아시아 재 균형전략(Rebalancing Strategy)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한국, 일본 등 자국의 동맹국들이 미국과 제휴, 책임을 분담하면서 현재의 아시아질서를 유지해 나가려고 한다. 강 박사는 미국의 재 균형전략을 지정학에서 말하는 역외균형전략(Offshore Balancing Strategy)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전략 하에서는 동맹국들 간에 협력적 조율이 잘 이루어지면 안정이 지속되지만 조율이 잘 안되거나 미국 국내에서 해외개입을 줄이려는 고립주의 경향이 등장하면 동맹조약과 공약은 있으나 그것이 잘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한다. 트럼프시대에 한국과 일본이 당면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강 박사 역시 이번 저술에서 중국의 부상(Rise)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남중국해를 자국의 핵심이익으로 선언하고 아시아 집단안보를 역설하는 것은 이 지역에서 미국을 밀어내고 중국이 패자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미중경쟁과 갈등상황 속에서 우리의 진로를 어떻게 잡아야 할 가를 검토한다. 그간 우리 학계는 국력신장이 세계랭킹 10위를 넘나들면서 한국의 위상이 옛날과 달리 고래싸움에 등터지는 새우가 아니라 돌고래수준으로 커졌다고 자부하고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균형자역할을 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강 박사는 대륙세력의 입장에서는 완충지역으로 보이고 해양세력의 입장에서는 대륙진출의 교두보로 보이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상은 현재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특히 중국의 부상은 한마디로 국제정치에서 항상 주목되던 세력전이(勢力轉移)를 가져올 가능성이 내포된 부상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외교안보에 중요할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서 깊이 있는 관찰과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자역할을 시도하는 것은 프라이팬에서 불로 뛰어드는 것과 같은 자멸행위라면서 균형이라는 것은 모든 나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公共財)가 아니라 강대국들만이 사용하는 특권이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용미(用美)나 용중(用中)은 비현실적 환상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한국에 안전한 전략이 있다면 그것은 균형자가 아니라 가장 강한 국가에 편승(Band wagoning)하는 것이며 이것이 오랜 역사동안 한민족이 생존해온 비결이라고 한다. 이점에서 THAAD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에 양다리 걸치기(Hedging)를 시도한다면 그것은 현명한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한국은 금세기안에 중국이 모든 면에서 미국을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 비추어 앞으로도 상당기간동안 한미동맹의 틀 내에서 미국의 재 균형전략과 발을 맞추면서 자강(自彊)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처방한다.

강 박사는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국내 상황은 미중간의 패권을 둘러싼 경쟁과 갈등이 격화되는 정세 속에서 나라들마다 국가이익 챙기기에 몰두하는 상황인데도 우리는 국익보다는 당리, 공익보다는 사익이 판을 치면서 국가의 위기대응능력이 갈수록 약화되는 실정이라고 개탄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일관된 안보정책도, 군사전략도 마련치 못한 상태인데 국가를 통합하고 동원할 능력마저 상실한다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음은 물론 자칫 치명적 고통을 받았던 역사가 되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는 이러한 내외정세분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평화와 통일이라는 민족적 목적과제를 달성하기위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국민통합을 이뤄낼 리더십의 구축이라면서 미국의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국가분열의 위기를 극복하고 노예해방이라는 세기적 업적을 낳은 링컨 대통령의 리더십에서 우리가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는 남북전쟁시기에 링컨 대통령이 보여준 리더십의 여러 측면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정책결정에서 보여주는 그의 신중한 분별력(Political Prudence), 인사정책에서 정적(政敵)들 까지를 사심 없이 포용하면서 통합의 대도를 걷는 모습을 평가한다. 특히 링컨 대통령은 노예해방의 대의를 추구하면서도 노예를 재산으로 보던 당시의 가치 관념을 배척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수용하는 현실주의의 입장에서 노예문제에 접근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노예해방의 결실을 얻어내는 리더십을 보여주었고 모든 사람들과 두루 소통하면서도 민주주의와 정의의 가치를 결정의 확실한 준거로 삼아 도덕적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간 점을 높이 사고 있다. 링컨은 군사전략가가 아니면서도 클라우제비츠가 말하는 정치가-장군(Statesman-General)이었다고 할 만큼 군통수권자로서도 탁월한 리더십을 보임으로써 미국정치에서 문민우위의 질서를 정착시켰다고 평가했다.

 

이 책은 지정학적 사고에 바탕을 둔 주변정세분석을 통해 독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어 우리의 내외정세와 당면한 위기를 바로 깨닫게 해 준 점에서 큰 기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또 다른 기여는 링컨의 리더십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게 해준 한국최초의 저술을 내놓은 점이다. 이 책을 완독하면서 가장 부끄럽게 느낀 점은 우리 정치권이 강국들에 둘러싸인 분단된 반도국가에 살면서도 지정학적 사고가 원천적으로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또 역대대통령들의 협량한 인사정책이 국민통합을 얼마나 저해했던가를 되돌아보게 했다. 국가이익을 생각한다는 의식이 있는지 조차를 의심케 할 언동이 판을 치고 외교안보문제에서 초당적 협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나라에서 그날 그 날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꼭 이 시기에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세워 위안부문제로 한일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이 과연 우리의 보다 큰 국익실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하는 짓일까.

 

아마 우리 국민들 중에 링컨 대통령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그에 관해서 실재로 가진 지식이란 고작 게티스버그 연설문 한 대목 정도뿐 아닐까. 필자는 강박사의 책을 독파한 후 링컨 리더십을 제대로 체득치 못하는 한 어려운 시기에 이 나라를 잘 이끌기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이다. 요즘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정식을 갖는 인물가운데 안심하고 국정을 내맡길 분별력 있고 포용력 있고 군사전략적 감각까지 갖춘인물이 과연 있겠는가를 생각할 때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큰 뜻이 있는 정치가나 기업인들에게 이 책만큼 강한 교훈을 줄 책은 없을 것 같다. 강호제현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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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기각만이 헌법재판소가 사는 길이다>

 이영일의 밴드 칼럼(2017년 3월 8일)

 국회가 정치공세의 일환으로 결의한 탄핵심판의 판결을 앞두고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건 기각하건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국민들을 승복시키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위반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스컴의 고발과 선동이 부추겨 일으킨 촛불시위에 겁먹고 국회가 황망 중에 탄핵을 결의하고 헌재의 판결을 구한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먼저 탄핵을 결의하고(先탄핵결의) 후 특검을 통한 입증이라는 해괴한 접근을 통해 국민 51.6%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을 몰아내려고 시도한 것이 이번의 탄핵정국의 배경인데 헌법재판소는 졸지에 이러한 여야 정치대결의 한가운데 서게 되었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법과 양심에 따라 심판을 맡아야 할 헌재가 여야갈등의 어느 일방을 편들어야 하는 곤궁에 몰린 것이다. 정치권이 국민적 공감을 살 수 없는 사건을 만들어 놓고 책임을 헌재에 떠맡기는 형국이다.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협박이 공론화된 가운데 인용판결을 했을 때는 아스팔트위에 피 흘리는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는 위협적 언동이 난무하고 있다. 당초 탄핵을 선동했던 신문과 방송들은 탄핵이 국민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다고 주장하지만 태극기시위가 촛불시위를 완전히 제압하는 지금 시점에서도 같은 여론조사가 나올 것으로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촛불민심만이 민심이 아니고 태극기 민심이 더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면 헌재가 기댈 언덕은 어디인가. 특검의 조사결과인가 아니면 헌재재판관들의 양심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문제는 이 시점에서 보면 더 이상 법률적 판단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 상태다. 헌재가 판결로서 정국갈등을 해소하거나 국민적 컨센서스를 도출할 상황이 이미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정권을 잡겠다는 사람들은 헌재의 인용판결로 정권교체의 혁명을 이루겠다는 것이고 태극기 시위대들은 매스컴을 앞세운 선동으로 대통령을 억울하게 내쫒지 말라면서 기각을 주장한다.

 

이제 헌재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를 고민할 상황을 벗어났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본질이 정치공세의 하나이기 때문에 헌재는 법률이나 명령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헌재는 여야 정치싸움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헌재는 더 늦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을 심리해본 결과 헌재가 관할해서 결론을 도출할 사항이 아님을 확인했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심리대상에서 이번 대통령 탄핵사항을 배제하는 각하(却下)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장의 임기에 맞춰서 탄핵여부의 결론을 내려고 서두르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될 것이다. 지체 없이 각하(却下)판결을 통해 탄핵안을 국회로 되돌려 보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헌재(憲裁)가 살고 법치가 살고 한국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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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헌정지 2016년 12월호에 기고된 것임

헌법개정을 통해 국난을 극복하자

이 영 일(3선 국회의원)

 

한국정치에서 다시 개헌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대상으로 몰고 가는 최순실 게이트는 단순한 비리로만 간주할 사건을 넘어서서 여섯 번째로 이어지고 있는 5년 단임제 헌법, 이른바 87년 체제가 그 수명이 다 했음을 단적으로 입증한 대표적인 사건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회고컨대 87년 체제는 1인장기집권의 폐해를 막는 데는 기여했지만 아직도 발전과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 5년에 한번 씩 국민직선으로 대통령이 바뀜에 따라 국가발전의 견인에 꼭 필요한 장기적 국정과제 추진이 어렵게 되었다. 또 새로 당선되는 대통령마다 전 정권이 추진한 정책의 승계발전보다는 이를 무시하거나 부인하고 새 정책을 추구하기 때문에 국가정책의 지속성, 일관성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예컨대 MB정권이 말하던 녹색성장론은 박근혜 정권의 창조경제론에 눌려 그 기치마저 희미해지고 있지 않은가.

 

또 모두가 경험해온 사실이지만 집권3년차부터 시작되는 대통령 리더십의 레임덕 현상과 여기에서 비롯되는 공무원 집단의 복지부동은 국력신장을 저해해 왔다. 여기에 대통령임기 후반에는 친인척 비리 아니면 측근 비리와 부정부패가 예외 없이 나타났다.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해서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비리, 김대중 대통령의 3형제 비리, 노무현 대통령의 형님비리, 아내, 자녀들의 비리,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비리 등이 친인척 비리였다면 박근혜 대통령시대에는 친인척 비리가 없는 대신 측근비리로서 최순실 게이트가 나타났다.

 

이러한 국정상황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 선에 묶여서 3만 달러 선으로 치솟지 못하고 있다. 침체와 답보상태의 지속은 국제 경제 환경의 탓도 있겠지만 대내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원인의 하나 가운데 87년 체제에 포함된 비능률과 불안정, 비리와 부패에도 큰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지금 우리의 시대상황은 이러한 국내 상황의 어려움 극복 이외에도 현재 펼쳐지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의 요구도 수용하고 또 북한의 핵무장으로 조성된 남북한관계의 변화에 까지도 적극 대처해야할 도전에 직면해 있다. 바로 여기에 국가운영의 큰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될 절실한 요구가 있으며 이 과제해결의 방편으로 개헌의 필요성이 등장한다.

이제 1인 장기집권의 우려는 없어졌다지만 우선은 내치외교에서 장기적인 국정과제를 추진하고 정책의 일관성, 지속성을 확보할 체제를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대통령제의 또 다른 병폐로 지적되는 이른바 함량미달의 선동정치인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그 결과 열등한 정책이 나오지만 임기 중에 책임을 추궁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 들은 너나없이 체험해왔다.

능력이 모자란 사람이 혼자서 중요한 국사를 마음대로 결정하는 폐단은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모든 국가가 당면하는 고민거리이다. 플라토가 말하는 철인(哲人)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만 있다면 그 나라는 축복받겠지만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그렇게 인물 복이 많은 나라 같지는 않다.

 

요즘 국내에서 거론되는 차기 대선주자들의 면면을 보아도 국민들의 큰 지지를 받기에 합당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을 본다면 87년 체제의 문제점이 해소될 전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점에서도 개헌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들이나 내각의 각료들을 그대로 장식품처럼 세워놓고 자기의 카리스마를 지키기 위해 공식참모들과의 공식적인 국정논의나 개인독대를 피하면서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만 데리고 국가의 중요정책을 좌지우지하다가 터진 사건이 한국정치의 오늘의 위기라면 대통령이 혼자서 국가를 다스리는 시스템은 더 이상 이대로 두어서도 안 될 것이다.

 

다행히 박근혜 대통령은 금년 가을 국회연설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자기 임기 안에 개헌작업을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최순실 비리를 은패하려는 책동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시, 외면했다. 물론 그러한 측면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개헌발언의 동기가운데 불순한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고 해서 87년 체제를 끝내고 새로운 형태의 국가체제를 갖자는 개헌의 필요성마저 부정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대통령 혼자서 독단적으로 다스리고 운영하는 나라에서 중지를 모아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협치의 중요성이 갈수록 필요해지고 있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적기만 하는 각료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고 민의를 반영하면서 국정을 토론하는 각료들이 중시되어야 한다. 즉 혼자 다스리는 나라를 함께 다스리는 나라로 바꾸어 보자는 것이다. 또 1인 장기집권은 안되지만 선거를 통해 능력과 실적을 인정받는 정당의 계속 집권, 장기집권은 허용되면서 장기적인 국정과제와 국가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나가야한다. 지금 우리는 바로 이러한 체제를 모색해야 할 때다. 바로 여기에 맞는 정답이 내가 보기에는 내각책임제 개헌이다.

 

일부논객들 가운데는 5년 단임제 헌법을 대통령 중임제 헌법으로 바꾸자는 주장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제가 유지되는 한 대통령제의 폐해는 결코 시정되지 않을 것이다. 5년 단임제보다는 장기적인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레임덕의 출현 시기를 늦출지는 모르지만 대통령제의 폐단은 계속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의원내각제를 적극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

또 일부 논자들은 2원집정부제가 대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2원집정부제가 대권을 꿈꾸는 다수의 주자들을 타협시키고 협력을 통한 역할분담으로 국정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도라고 주장한다. 어느 면에서 들으면 매력적인 제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2원집정부제는 대통령이 외교안보를 맡고 총리가 내정을 맡는다는 취지의 정부인데 우리나라는 내정과 외치를 구분하기 어려운 약소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대통령과 수상간의 갈등만 유발할 뿐 프랑스에서와 같은 2원정부나 동거정부(Cohabitation)를 만들어내기가 정말로 힘든 나라다.

 

현시점에서 우리는 개헌을 통해 의원내각제를 실시, 정당을 통한 책임정치를 실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국민들은 우리나라 4.19혁명이후 성립했던 민주당 시대의 내각제를 연상하면서 잦은 불신임 때문에 초래될 정국의 불안정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독일식의 건설적 불신임 제를 채택하면 그런 우려는 해소될 수 있다.

독일은 건설적 불신임제를 채택, 야당이 연립이건 1당이건 간에 새로운 수상을 정해놓을 때만 불신임안을 제안할 수 있게 하는 건설적 불신임제도를 채택했던 결과 국회를 통과한 불신임안은 독일헌정사 70년 역사에서 단 1건뿐이었으며 장기간 정국안정이 유지되었다. 아데나워 수상시대에 기독교 민주당은 14년간 집권하면서 라인 강의 기적을 일궈냈던 것이다.

물론 역사적, 환경적 차이가 있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18년간의 개발독재를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것과는 아주 대조된다.

 

지금 우리는 정국의 혼미에서만 벗어나려고 하는 대신에 정국혼미의 원인이 된 국가운영의 틀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지혜를 발현해야 한다. 최순실 사건은 이를 적발하고 파헤침으로 해서 재벌들에게서 거두어들인 800여 억 원의 돈은 회수하면 그만이고 비리에 관련된 정범과 종범, 또 대통령 이름을 팔면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한 부패집단들은 의법 처리하면 된다. 또 자기 카리스마유지를 위해 소수 인들의 인의장막에 갇혀 국정을 오도한 박대통령에 대해서도 중한 책임을 물어 국가가 더 이상의 혼란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적극적인 개헌추진으로 한국정치의 새장을 여는데 국민의 뜻을 모아야 한다.

 

현시점에서 개헌을 반대하고 현행 헌법고수를 주장하는 인물들도 있다. 그들은 한시라도 빨리 대통령을 하야시켜 60일내에 대선을 치루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야당도 이제는 그 부작용 때문에 국기가 흔들리고 나라의 미래마저 암울하게 만들어 버리는 5년 단임 대통령제의 연장선에서 집권을 도모하려는 퇴영적 자세를 지양하고 국가의 틀을 바꾸는 개헌을 통해 한국정치의 새로운 비전정립에 나서야 할 때다.

더 이상 새로운 시위 없이도 이미 식물대통령으로 되어버린 박근혜 대통령의 존재를 크게 의식할 필요 없이 국가운영의 큰 틀을 바꾸는 개헌작업에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개헌을 통해 87년 체제와 박근혜대통령을 함께 끝내는 것이야말로 100만 명의 시위가 얻는 커다란 보람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객(Politician)이 아니라 국정지도자(Statesmanship)이며 요즘 내 노라 하는 대권주자들이 정객적 자세를 넘어서서 국정지도자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압력으로서의 시위가 아니라 새로운 헌법을 탄생시키는 시위로 업그레이드될 때 한국민주주의는 더 한층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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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2016년 10월 20일 남북사회통합연구원이 주최한 통일공감포럼에서 발표된 주제논문이다. 통일부가 후원한 이 행사는 이날 하오 5시부터 7시까지 서울 낙원동 소재 IBIS앰배서더호텔에서 열렸다 

통일준비를 위한 민간외교추진방향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이 영 일 (한중정치외교포럼회장, 3선 국회의원) 
 
1. 들어가면서 

 흔히 통일은 정부만의 일방적 과업처럼 인식된다. 이러한 관념은 우리 헌법이 대통령에게 평화통일 추진에 대한 책임을 명시한 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서 통일의 주체는 어느 경우에나 국민이며 통일의 수익자도 국민이다. 아울러 정부와 함께 국민들도 통일을 위한 책임을 공유한다. 현실적으로 우리 정부는 국민이 선출했고 국민의 뜻에 따라 통일과업을 추진하게 된다.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은 어떤 통일이냐--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추진되는 것이며 남한과 북한을 아무 조건 없이 무조건 하나로 묶자는 몰가치적(Value free)통일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주변 국가를 상대로 하는 통일외교는 어떠한가. 일반적으로 국가외교 그 중에서도 통일 외교는 전문외교관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의전이나 법규나 관행에 얽매이는 공식외교보다는 그러한 제약을 떠난 민간외교가 문제해결의 장을 넓히고 국민들 상호간의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인들이 정부와 협력해서 추진하는 공공외교를 중시한다.

최근 공공외교는 그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는 추세다.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공식외교는 문제의 해결단계에서는 그 비중이 크겠지만 문제해결을 향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난마(亂麻)같이 얽힌 매듭을 풀거나 꽉 막힌 상황의 돌파구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는 민간들이 앞장서서 만들어내는 다리역할(Bridge Building)이 더 생산적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그러나 민간인들이 통일준비과정에서 제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통일 상황에 대한 논리적 인식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다음 세 가지 전제에 대한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첫째 주변 국가들이나 주변국가의 국민들은 우리만큼 통일을 중요시하지도 않고 관심도 적으며 내심으로는 통일 보다는 분단의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한반도 주변의 4대강국의 어느 나라도 다소 뉘앙스의 차이는 있지만 본질은 같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로는 남북한의 어느 쪽이라도 핵무기를 가질 경우 주변국들은 하나같이 한반도의 통일 상황의 도래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금 한반도 주변의 강대국들은 하나의 예외도 없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셋째로는 통일이익이 분단이익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에 대한 국민 계몽의 필요성이다. 막대한 통일비용에 대한 우려를 내세워 통일을 먼 미래의 과제로 정의하고 분단된 채로 남북한이 공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타산적(打算的) 통일논의는 어느 경우에나 통일을 향한 역사진전에 역기능 할 것이다. 

이러한 논리적 인식의 바탕위에서 우리가 주변국가들 특히 중국인들을 상대로 펼쳐야 할 통일 논리는 무엇일까. 이하에서 통일외교의 과제를 점검하면서 우리가 활용해야 할 설득논리를 가다듬고자 한다. 

2. 상황의 과제들 

우선 맨 처음 다루어야 할 과제는 통일이익과 분단이익을 교량해서 통일이익이 한민족 도약의 토대이며 동북아시아 대륙에서 한국의 위상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임을 국민들의 의식 속에 내면화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이 과제는 국내에서 항상 추진해야 할 통일교육의 과제이며 따라서 오늘의 논의에서 다룰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할 과제는 비핵화(Denuclearization)와 통일의 관련성이다. 현재 우리 입장에서 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북한의 핵무장 기도이며 비핵화 없이는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국내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인식시키는 일이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비핵화진행이 갈수록 어려워짐에 따라 독자적인 핵무장 내지 미국보유의 핵무기의 재반입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비현실적이다. 우선 한국 같은 개방경제체제를 갖는 국가가 핵개발을 시도할 경우 유엔의 경제제재를 피할 수 없다. 북한은 다섯 차례에 걸친 국제제재에도 굴하지 않고 버티고 있지만 정상적인 국가라면 이미 정권이나 국가가 해체되었을 것이다. 

둘째로 이미 철수시킨 미국의 전술핵무기의 재배치도 성사되기 어렵다. 미국이 앞으로 10년 동안 국방비를 대폭 감축키로 한 조치(Sequester)가 진행 중이고 핵무기의 감축을 추진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핵무기의 한국에로의 재배치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한국과 같은 국제형의 분단국에서는 비핵화 없이는 통일에 대한 국제지지를 전혀 얻을 수 없다. 한반도를 에워싸고 있는 어떤 강대국도 통일한국이 강력한 핵무장 국가로 등장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와 유사하게 분단되었던 독일은 분단 45년 만에 통일을 성취했다. 독일인들의 통일 준비과정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가장 큰 교훈은 통일을 주도한 서독이 ‘전체로서의 독일’(Germany as a Whole)을 하나로 지키겠다는 통일의 구심력(求心力)을 한시도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동시에 독일을 에워싼 국가들이 독일의 분단을 고정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펼치는 독일 통일의 원심(遠心)작용을 슬기롭게 제어(制御)하면서 ‘독일은 하나’라는 통일의 구심력을 유지해 온 것이다. 
아울러 양 독(兩獨)은 그들의 통일이 주변 국가들에게 결코 위협이 되지 않을 것임을 국제사회에 담보하기 위해 분단된 상태 하에서도 양독 공히 비핵화의 길을 걸었다. 양독 모두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였으며 주변 국가들이 싫어하거나 경계하는 전략무기로서의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 탄도미사일을 제조하지 않았다.
서독은 핵무기나 탄도미사일을 제조할 기술과 자금이 풍부했지만 독일 통일을 방해할 주변국들의 견제나 반발을 피하기 위해 전략무기를 보유하는 대신에 안보문제를 나토나 유럽안보협력회의(Helsinki체제)의 테두리 안에서 풀어가는 지혜를 발휘했다. 독일이 주변국을 상대로 벌인 통일외교의 중점은 비핵화의 토대위에서 경제협력과 교류를 통해 독일 통일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우리의 주변국 특히 중국을 상대로 하는 통일외교는 어떻게 펼쳐져야 할 것인가 

3. 한국통일과 중국문제 

 가. 중국의 입장 평가 

 일찍이 중국의 사마천은 분구필합(分久必合)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분열이 오래면 통일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도 타의로 분단된 지 75년을 경과했다. 이미 분열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룩할 시점의 축적은 넘친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산과 물로 이어져 있는(山水相連) 중국은 우리나라의 통일에 대해 항상 막연한 원칙론만 앞세워 왔다. 
1980년 등소평(鄧小平)이 “남북한의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지지한다”는 견해를 밝힌 이래 시진핑 대에 이르러서도 같은 소리를 계속 되풀이 하고 있다. 한때 통일원장관을 역임하시고 서울대학교에서 국제정치를 강의하신 동주(東州) 이용희(李用熙)선생은 대학 강단에서 “자주적”이란 표현은 통일에 관심 없다는 외교적 언사이며 “평화적”이라는 말은 한국 통일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용의가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등소평 이후 장쩌민, 후진타오를 거치면서 중국은 ①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② 한반도의 비핵화 ③ 대화와 협상에 의한 문제의 해결 이라는 3원칙을 한반도 정책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 시대에 들어와서 정책의 중점을 앞서의 ①과 ②의 순서를 바꾸고 한반도 비핵화에 더 큰 비중을 싣고 있다. 왜냐하면 북한의 핵무장 시도가 한반도정세를 안정시킬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시진핑은 아직 대외적으로 표시는 하지 않지만 내심으로는 ④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의 유지라는 새로운 원칙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의 이러한 원칙론 이외에 중국학자들은 북한이 붕괴되어 한국주도로 통일이 된다고 가정한다면 세 가지 우려사항이 생긴다는 것이다. 첫째 북한난민들이 대거 한만(韓滿)국경을 넘어 들어와 중국을 어렵게 한다. 둘째 한국과 안보동맹을 맺은 미국의 군사력이 중국의 국경에 접하게 됨으로써 중국안보에 큰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이 개입되는 통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낡은 이론이기는 하지만 북한이 지정학적으로 중국안보를 위해 완충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 예시(例示)된 사항들은 앞으로 한국인들이 중국인들과 만날 때 흔히 듣게 되거나 토론할 주제로 될 수 있다. 
이 글의 말미에서 한 대목씩 평가하겠지만 우선 중요한 것은 시진핑 정권하에서 당면 국제정치의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비핵화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가장 중점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나. 시진핑 시대의 상황평가 

 우리가 시진핑 시대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그가 주석에 취임하면서부터 중국의 대외노선이 ‘위대한 중국의 꿈’을 중국인민들이 달성할 목표로 제시하면서 중국이 국력의 크기에 상응하는 역할과 영향력을 세계정치에 투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입장은 한마디로 미국을 상대로 패권을 겨루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면해서는 전 세계보다는 우선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중국이 패자(覇者 Hegemon)가 되겠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이러한 포부에서 미국에 대해 중국을 미국과 대등한 능력과 영향력를 가진 국가로 인정, 세계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하라는 이른바 신형대국 관계론을 들고 나왔다. 동시에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정책을 내세우면서 자국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남방실크로드와 북방실크로드의 개발을 주도적으로 선도, 세계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그간 중국이 급속히 성장, 발전한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 미국과 맞상대하기에는 실력이 한참 못 미치고 다음 세기(世紀)나 되어야 가능할지 모르겠다면서 중국의 요구를 수용치 않고 현재 중국은 자기가 가진 역량만큼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역할을 맡으라고 강조한다. 동시에 미국은 자국의 군사역량을 아시아 쪽으로 집중하면서(Pivot to Asia) 중국의 패권추구를 견제하고 있다.

지금 미중관계는 냉전시의 미소관계와는 다르지만 갈등과 협력이 공존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남중국해, 동중국해 사태로 양국 간의 갈등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한반도 상황은 자칫 '미중관계의 하위체계'로 전위(轉位)되는 양상을 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가. 특히 현안으로서 비핵화를 달성하는 방도는 무엇일까.

 4. 국제사회의 비핵화 노력검토 

가. 중국의 유엔제재 찬성 
중국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지만 그간 5회에 걸친 대북제재에 찬성했다. 이러한 조치가 2021년까지 시효가 남아있는 북·중간의 상호원조 및 우호협력조약에 위배됨은 물론이다. 특히 유엔안보리의 결의 2270은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안인데도 중국은 이 결의에 찬성했다. 정상적인 국가가 이러한 결의에 걸리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보리 결의 2270이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나도 북한은 아직도 버티고 있다. 김정일 생존 시에는 핵실험 2회와 26회의 미사일 도발을 했는데 김정은 이 등장하면서부터 지난 5년 동안에 핵실험 3회, 탄도미사일 49회의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EU 등은 유엔제재에 병행해서 독자적인 제재를 추가하고 있으며 그 밖의 국가들도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외교망은 하나씩 붕괴되고 있으며 고위급 탈북자의 숫자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아직도 유엔에 맞서 핵과 탄도미사일의 성능개선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가하는 제재의 목적은 북한정권의 전복이나 붕괴유도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 북한이 참여하라는 압박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 보유를 헌법에 못 박고 핵·경제병진노선을 조선노동당 규약에 명시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핵 포기를 협상할 수 없게 자박(自縛)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소위 왕이(王毅)포뮬러로 알려진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병행해서 협상하자는 제안도 북한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북한은 오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협상이외의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으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토대위에서 추진되는 핵군축협상에만 나서겠다는 것이다.

나. 중국의 이중적인 태도 

북한이 이처럼 버틸 수 있는 힘의 배경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중국과 러시아,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이 인도주의를 내세우면서 막후로 북한정권 유지에 필요한 원조를 제공하고 있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중국은 석유공급중단을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강제할 카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홍상그룹 등 비정부 기업들을 통해 음성적으로 북한의 버티기를 지원해왔다.

겉으로는 제재조치를 이행한다고 하면서도 그것은 피상적이며 실질적인 조치는 이행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이중적 태도를 제어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은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의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는 입장을 천명했다. 북한의 5차 핵 실험이후 오바마 대통령, 케리 국무장관의 성명, 러셀(Russel)미 국무성 동아태차관보의 정책발언은 모두(冒頭)에서 하나같이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A Threat to the United States Homeland)임과 동시에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위협임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자위조치로 대북 예방전쟁이나 선제공격 또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정밀타격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경제제재이후의 제재로서 군사제재를 암시하면서 대북압박을 강화하고 아울러 북한지원과 연계된 중국기업들에 대해서도 Secondary Boycott조치를 취함으로써 미국인가의 금융기관을 통한 국제금융거래를 차단하기에 이르렀다. 

 한국도 개성공단 폐쇄이후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을 이대로 두고서는 비핵화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김정은의 공포정치 하에서 인권유린과 궁핍을 강요받는 북한 동포들과 북한정권을 분리해서 대처하는 대북압박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외부세계에 대한 지식정보를 북한내부에 적극 유입시키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탈북민들을 ‘통일의 자산’으로 우대하는 정책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거부태도는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다. 국제사회의 최종선택 

이제 비핵화를 위한 대화테이블로 북한을 끌어낼 수 있는 국제사회의 최종적 조치는 경제제재가 통하지 않을 경우 첫째 미국이 북한에 대해 예방전쟁(Preventive War)형태로 핵시설제거(Surgical Strike)같은 군사조치를 추진할 수 있다. 둘째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유엔인권이사회의 결의를 근거로 김정은을 인권범죄자로 규정하고 국제형사재판에 피고로 회부하는 조치를 결의, 인권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셋째로는 중국이 그간 행사를 유보했던 경제제재로서 석유공급의 중단 같은 급소를 누르는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Mullen 전 미국합참의장과 Sam Nunn 전 상원의원은 중국의 협조를 전제한 셋째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도 미국의 군사조치가 자칫 한반도를 미중갈등의 대리전쟁(Proxy War)터로 변질시킬 우려를 없애려면 중국의 경제제재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 보다 바람직스럽다. 동시에 이 방식은 한중갈등의 하나인 THAAD문제를 해결하는 방도로도 된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는 미국의 군사압박과 중국의 경제압박인데 여기서 중국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국의 방식으로 비핵화과정이 진행된다면 한미일의 안보협력은 고도화되면서 중국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최근 중국도 5차 핵 실험이후에는 한국의 THAAD배치계획에는 반발하면서도 미국이 자위차원에서 강구할 군사적 제재 가능성을 주목하면서 중국 나름의 대안을 모색하는 조짐이 보인다. 최근 일부 중국학자들 가운데 <핵보유=정권 붕괴>냐 <핵 포기=경제발전>이냐는 북한의 선택지를 비교하면서 전자(前者)가 북한이나 중국을 위해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5. 앞으로의 전망 

중국인들은 앞에서도 말한바 북한정권 붕괴 시 대규모의 난민 발생과 중국유입을 우려하지만 그것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한국은 노동력 부족국가로 200만 이상의 외국노동자를 수입하고 있다. 동서독 통일 후 동독에서 러시아나 기타 국가로 떠난 사람의 수는 극소했다. 특히 가족주의전통이 뿌리 깊은 한국사회에서 통일된 한반도에서 고향을 등지는 선택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중국은 항상 통일한국이 미국의 편에 서서 중국을 견제할 것이라는 우려를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주도로 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현재 한중양국이 유지하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와 대등한 수준으로 한미안보동맹이 한미 간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진화할 것이다. 북한의 침략위협이 없어진 상황에서 한미안보동맹은 새롭게 정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알박이가 없어짐으로 해서 유럽과 한국간의 철길이 열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 일본과 동남아시아 제국의 철길을 통한 유럽과의 교류협력의 장이 형성됨으로 해서 중국을 통하는TCR과 러시아를 통하는 TSR이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 운송수단이 될 것이다. 

이제 중국은 결단해야할 시점에 당도했다. 중국은 아시아 대륙의 유일한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합법적으로 핵을 보유한 국가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누리는 핵 독점지위가 북한으로 말미암아 깨짐으로서 일본이 자위차원에서 핵무장에 나설 명분을 제공하는 것은 북한이 지정학적으로 중국안보를 위한 완충작용으로 얻는 이익보다 훨씬 큰 부담을 중국에 안길 것이다. 

폴라리스 잠수함과 핵미사일이 발달한 21세기의 전략이론에서는 지정학적 완충개념은 더 이상 아무 의의도 가질 수 없다. 중국은 조선노동당 7차당대회의 결의에 묶여 비핵화협상에 나설 수 없는 김정은을 감싸기 보다는 비핵화와 개방으로 북한경제를 살릴 새로운 리더십이 북한에 세워지도록 상황을 이끌면서 중국의 제3위 무역파트너인 한국이 한반도의 관리책임을 맡도록 지원하는 결단을 내릴 때다. 

최근 중국정부가 미국과 더불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치 않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움직임이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공인받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인권을 짓밟고 주민을 굶기는 나라를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국가는 지구상에 없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어떤 침략위협도 받지 않는 침략면제권(Sphere of Immunity)의 지위를 갖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장을 추구한 것은 외부로 부터의 침략위협 때문이 아니다. 현재 지구의 최빈국(最貧國)의 하나인 북한을 침략할 나라는 없다. 

대외적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75년 동안 이어진 3대 세습독재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핵무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권에 보호막을 쳐주는 핵보유국인정은 있을 수 없다. 또 이러한 정권 주도로 한반도의 통일이 이루어져서도 안 된다. 이상 간추린 견해와 논리만으로 중국인들을 완전히 승복시킬 수는 없지만 그러나 이러한 관점들이 국민들 의식 속에 내면화되고 우리의 주장으로 정착된다면 민간차원의 통일준비에 다소라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소론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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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에서 본 사드문제 

                                                           이 영 일 전 국회의원(11대, 12대, 15대의원)

 1. 들어가면서 

 오늘날 사드(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ce)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정치의 뜨거운 뇌관이 되었다. 정부의 사드배치허가는 한미방위동맹에 의거,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의 안전에 필요한 장비를 보강하겠다는 주한미군 사령관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가 아닌 다른 어떤 정부라도 한미방위동맹이 존속하는 한, 또 우리가 한미방위동맹을 필요로 하는 한 허가치 않을 수 없는 조치다. 여기에는 여야 간에 갈등이 일어날 원인도 이유도 없다. 더욱이 미국이 사드배치를 요청한 현실적 배경을 보면 바로 해답이 나온다. 우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세가 갈수록 공세화 하고 있는 점이다. 김정일 시기에는 핵 실험도발 2회, 미사일 발사 26회였지만 김정은 등장이후 3년 동안에 핵실험 도발 3회, 미사일 도발이 49회로 늘어났다. 김정은은 또 도발할 때마다 주한 미군이 제1차 타격목표이고 제2차 타격목표는 유사시 한국을 지원할 주일 미군 기지이며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괌 기지나 미국본토까지 타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사드배치 허가조치가 알려지면서 배치장소로 거론된 성주(星州)군민들의 반발은 물론이거니와 국민의 당, 더 민주당 소속의 일부의원들까지 반대에 가세했다. 여기에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사드배치를 강도 높게 반대를 천명하면서부터 사드는 동북아 국제정치의 새로운 긴장의 뇌관이 되었다. 그러나 이때 우리의 가슴을 가장 괴롭힌 것은 우리 내부에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북한이나 외부세력의 주장에 맞장구칠 분열의 씨앗들이 잠재해있다는 사실이다. 적전분열(敵前分裂)이 망국의 길임은 누구나 잘 아는 역사의 교훈이다. 제1차 대전을 앞두고 여야 간에 성내(城內)평화(Burueger Frieden)를 부르짖으면서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했던 독일의 역사에서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안보에 여야가 없다는 사실이 실천으로 입증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북한의 5차 핵 실험을 계기로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국민여론이 사드불가피론을 수용하면서 여야 간에 국론 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하 사드를 둘러싼 국제환경을 분석하고 우리의 대비책을 검토하고자 한다. 2. 한중간에 잠재된 모순의 폭발 중국은 사드배치결정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거의 선전포고에 준할 수준의 공갈, 협박 위협을 가해왔다. 한국정부는 사드배치허용이 결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님을 박근혜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시진핑 주석에게 직접 설명하고 북한의 도발이 사라지면 사드의 필요성도 없어진다는 조건부 사드배치 론을 제시했다. 특히 박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은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에 많은 차이가 있다”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푸틴 러시아대통령에게 “북한 위협은 생사의 문제”라고 했던 정도의 원색적 표현은 아니지만 강조하고자 한 의미는 같았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항조우(杭州)에서 열린 G20정상회담 중 시진핑 주석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사드가 중국을 타격목표로 하지 않는 것임을 설명했지만 중국은 한미양국정부의 설명을 전혀 수용치 않고 사드배치는 동북아시아의 전략균형을 파괴함으로써 정세불안을 야기한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사드가 왜 동북아시아의 정세균형을 파괴하고 안보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지에 대한 입장설명이 없다. 다만 시진핑 주석이 항조우 정상회담에 앞선 Summit 비즈니스 회담연설에서 한국정부를 겨냥, “각국의 안보는 긴밀히 맞물려 있고 어느 한 국가도 자기만 생각해서는 안 되며 또 홀로 해결할 수도 없다”고 말하고 박 대통령과 회담에서도 사드배체는 "지역의 전략적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관련 당사국 간 모순을 격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결국 사드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설득외교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의 커다란 맥락에서 다루어져야 할 문제로 정의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 왜 중국은 이처럼 강경하게 사드배치에 반발할 까. <중국이 반발하는 논리> 중국의 사드반대론은 중국 메스컴을 통해 여러 가지로 제시되었지만 군사전략가들의 견해는 사드의 목표가 한국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중국정부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우리 정부는 사드가 북한만을 겨냥하고 중국이나 제3국을 노리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드 의 무기체계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의 핵심 요소로서 위성을 포함한 미국 MD망과 연계되지 않으면 아무리 종말단계라도 북한미사일을 요격하는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이것은 마치 아무리 최신형 스마트 폰을 갖고 있어도 통신망과 연결되지 않으면 쓰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면서 한국의 설명을 반박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 배치될 사드 포대는 미7공군 사령관이 관리하는데, 미7공군은 태평양 사령부에 직보를 하는 등 미국 MD체계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중국은 사드를 미국 MD가 한반도로 확장된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또 전문가들은 “북한만 들여다보고, MD와 연결이 안 된다는 국방부의 주장이 맞는다면 성주에 배치될 사드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대상이 아니어야 한다. 그게 과연 가능할까? 또 사드의 한반도화란 결국 북한만 바라보고 중국은 엿보지 않는 레이더, 즉 옆으로 눈도 안 돌리고 업그레이드도 안 하는 레이더를 가진다는 것인데, 그건 바보 사드 아닌가. 1~2년 그럴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종말단계라도 정확한 요격을 위해서는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아닌 북한만을 겨냥한다는 주장을 수용하지 않는다. 최근 미국은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아무 저항을 받지 않고 배치하는데 성공했다. 오히려 나토제국들은 미국은 퍼싱(Pershing)2 미사일보다 더 성능이 좋은 사드를 유럽보다는 아시아에 먼저 배치해야 하는가를 따졌다. 그러나 정작 사드를 문제 삼을 러시아는 그것이 방어무기이고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대륙에서 패권다툼을 벌일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초기의 한 두 차례에 걸친 항의성명이후에는 동유럽지역에 대한 사드배치를 묵인했다. 여기에는 나토에 편입된 동유럽 국가들은 이들 지역이 피침 시 나토에 군사적 대응의무가 배제된 점도 고려되었을 것이다. <중국이 반대하는 진의> 이상의 주장은 기술적(技術的) 관점이지만 사드를 중국이 반대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시진핑이 구상하는 중국의 꿈 실현에 역행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사드에 대한 정부의 허가를 계기로 우리가 확실히 파악한 것은 미중 간에 잠재된 패권경쟁이라는 모순이 양성화되었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모순은 무엇인가. 간단히 요약하면 시진핑이 말하는 중국의 꿈은 아시아에서 미국을 밀어내고 중국이 지역의 패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이 동북아지역의 패자가 되는 것을 막으면서 아시아 태평양세력으로 계속 남겠다는 것이다. 사드배치허가는 한국이 미중패권투쟁에 끼이게 됨으로써 한국이 소화해야할 국제정치의 상황이 한층 더 어렵게 되었다. 중국도 대외적으로 밝힐 수는 없겠지만 북한과 마찬가지로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 기지를 겨냥할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해 놓았는데 한국의 사드는 미국본토를 공격할 중국의 ICBM은 요격할 수 없지만 이 지역에 배치된 중국의 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을 자극한다. 그간 중국은 한미동맹을 비판적이면서도 역사적인 사실로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중국이 미국 MD체제의 일환으로 보는 사드가 들어옴으로 해서 한미동맹이 반중군사동맹으로 달리 해석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궁극적인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3. 한국이 보는 중국과 중국이 보는 한국 한국은 1992년 수교 이래 양국관계발전을 가장 중요한 대외관계의 하나로 규정하였다. 중국도 이에 호응하고 초기의 단순수교관계가 협력적 동반자관계, 전면적 협력동반자관계,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발전해 왔다고 중국 관리들은 평가한다. 그러나 한국의 어느 누구도 중국이 양국관계의 단계적 발전에 붙이는 수식어가 무엇을 뜻하는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혹자는 전략적 동반자관계란 동맹조약만은 못하더라도 양국협력의 긴밀도가 동맹수준에 오를 만큼 높아졌을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47개국과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맺고 있지만 협력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다. 중국이 다만 북한과 동맹조약을 맺고 있고 유효기간은 2021년까지다. <한국이 보는 중국> 한국에 있어서 중국은 휴전협정의 서명자인데다가 북핵문제의 비군사적 해결이나 한반도 통일에서 기대하는 역할의 중요성 때문에 동맹국가인 미국에 못지않은 중요한 국가로, 최근 여론조사로는 미국보다 더 중요하게 간주되었다.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동맹관계보다 더 중시한 것이다. 그러나 2010년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태를 거치면서 중국은 중요하지만 안보 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국가인지에 대해 짙은 회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이 자기 동맹국인 북한을 감싸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를 거부권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러나 제4차 북한의 핵실험 후에는 북한에 대한 유엔의 강도 높은 제재에 동참하고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를 다짐했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제재는 핵을 포기시킬 만큼 강도 높은 제재가 아니었다. 중국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핵 비확산 지지라는 명분 때문에 대북제재에 동참은 하면서도 미국을 핵으로 괴롭히면서 중국안보의 일각을 맡아주는 북한의 존재를 중국은 줄곧 활용하겠다는 속셈을 버리지 않았다. 북한문제와 북핵문제를 분리대처 한다거나 북한의 도발이 일어날 때마다 관련당사자들이 서로 냉정하고 자제하라는 양비론적 논평만을 되풀이 하는 중국에 우리는 실망을 거듭해왔다. 북한은 중국의 이러한 속셈을 읽고 국제사회와 맞서 핵 도발을 하면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보는 한국> 중국은 한중수교이후 한국의 발전경험을 활용, 경제발전을 추진하면서 한중간의 교역량을 증진시켜왔다. 지난 수년 동안 한중교역량은 미국, 일본과의 교역량을 능가하면서 양국협력은 FTA를 체결할 만큼 고도화되었다. 그러나 한중수교를 가능케 했던 등소평(鄧小平)의 도광양회(韜光養晦)외교노선이 폐기되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등소평은 도광양회전략을 통해 사회주의 초기단계를 약 100년간 계속해야 할 것을 당부했지만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가 도래하자 중국은 도광양회노선을 끝맺고 국제사회에서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노리는 대국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한국을 보는 중국의 시각은 달라졌다. 중국은 한미동맹을 냉전의 유물이라고 비판, 한미안보협력을 약화시키려 하는 한편 한국국민들의 역사적인 반일감정을 활용, 한국이 미국, 일본과 긴밀히 협력하는 관계발전을 저지하려고 하였다. 바꾸어 말하면 중국의 대한정책의 중점이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 장악에 한국이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는 쪽으로 옮겨진 것이다. 시진핑이 북한의 핵무장 포기를 요구하면서 김정은과의 면담을 거부한 것이나 항일투쟁시의 중국 측 파트너로서 임시정부의 법통을 승계한 한국을 인정하고 기념물을 설치해주는 조치 등은 모두 중국의 이러한 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패권추구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세력전이(勢力轉移)론이나 신형대국관계 론을 앞세운 중국의 꿈은 시진핑 주석이 추구하는 목표는 될 수 있지만 당장 실현되기는 힘들 ㄱ서이다. 학자들은 모든 지표로 보아 금세기는 어렵고 22세기에나 가능할지 모른다고 한다.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의 꿈은 자칫 한국의 핀랜드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할 요소이기도 하다. 더욱이 당면한 한국안보위기해소와는 무관하다. 현시점의 한국은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관계 아닌 한미동맹을 통해 도전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여기서 내야할 우리의 목소리는 중국에 대하여는 ‘북한의 도발이 있는 한 한미동맹은 결코 흔들릴 수 없음’을 강조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이 북한의 도발억제와 비핵화 이외의 목적에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이러한 뜻을 담은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독트린이 필요한 때이다. 4. 맺으면서 현시점에서 우리가 국익이라고 정의해야할 과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도발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는 것이며 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국 안보에 대한 확실한 공약이 있고 유사시 함께 목숨 걸고 싸워 나갈 동맹인 한미동맹을 굳건히 강화하는 것이다. 또 상황이 어려울 때 일수록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국론통일이다. 외부세력들에게 얕보이거나 이용당할 적전분열을 철저히 방지하고 국가의 결정된 목표를 향해 온 국민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다. 민주정치를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다당제나 다양성, 언론자유가 국가위기 시에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지 못하고 적전 분열을 일으켜 위기대응 능력을 약화시킨다면 그러한 민주주의는 수호할 가치가 없다. 지금이야말로 국론분열의 도구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니고 국론을 하나로 통일, 위기대응능력을 키우는 민주주의로 한국정치를 발전시킬 방도를 적극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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