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투명정치노력을 평가한다.
어떠한 대통령도 관행을 뛰어 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더욱이 전임 대통령의 과오를 파헤치고
그 시정책을 강구하기란 더더구나 어렵다. 그러한 결정은 부메랑이 되어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때 김영삼 대통령은 성공한 쿠데타는 벌할 수 없다고 했다가 자기에 대한
지지여론이 줄어들자 이를 만회하기 위한 정치작전의 일환으로 역사바로세우기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전두환, 노태우
두 전임대통령을 사법처리하는 ‘용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것은 투명정치의 실례로 될 수는 없다. 김영삼 씨는 전두환, 노태우 두 대통령이 만든 정당과 야합하여 집권한 후 자기에 대한 국민지지감소를 만회하기 위하여 불벌(不罰)이라는 입장을 바꾸어 갑자기 바꾸어 두 대통령을
잡아넣은 것은 결코 투명정치나 역사바로세우기가 아닌 배신의 정치, 술수의 정치였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초기에 그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외에 자랑하는 이른바 6.15선언의 배경이 된 대북거래의 진상을 밝히라는 국회의 요구를 수용하여 특별검사로 하여금 진상을 철저히 파헤쳤다. 당시 여소야대국회였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한관계의 특수성을 내세워 국회가 결의한 대북 송금 특위 설치안을
거부할 경우 국회의 입장관철을 위한 재의결은 야당이 3분의 2의
의석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한 관계의 장래를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의 건의나 권고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특검안을 받아들였다. 이 결과 특별검사는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에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응하는 대가로 5억 달러의 현금을 국정원의 고위간부를
시켜 마카오에 있는 중국은행을 통해 북한의 조선중앙은행이 아닌 김정일 위원장의 개인구좌로 송금했다는 사실을 낱낱이 밝히고 대북교섭과 자금조달, 송금 업무 등을 맡아 6.15선언을 성립시킨 주역들을 김대중 대통령
한 사람만을 제외하고 전원 사법 처리하였다.여기에 연루되어 정몽헌 현대상선의 사장이 자살하는 끔찍한 비극도 뒤따랐다. 이로 인하여 김대중 대통령은 대북금품공작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이 성과를 내세워 노벨평화상을 얻었다는 여론이 시중에 회자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하여 우리나라 국가지도자 가운데도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태어났다는 사실에서 국민들이
느낀 감동은 일시에 사라지게 되었다.
대북비공개거래 및 협상은 사안(事案)의 성격상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었더라도 남북한 관계의 장래를 고려하고 또 남북한 관계의 특수성에 비추어 이를 파헤치자는 특검안을
수용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적 의혹해소냐 남북관계의 개선이냐를 놓고 저울질 할 때 많은 망설임이
뒤따르고 결국 특검수용을 유보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분단국가에서는 통일문제가 통치의 주요자원이기 때문이다. 또 모든 거래에는 상대가 있는데 한쪽에서 불법이라고 단죄된 거래라면 이를 받아들인 상대방도 결코 떳떳하거나
유쾌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까발림이나 파헤침은 또 다른 거래를 기피할 명분을 제공하고 새로운 거래의 가능성을 감소시킬 것이다. 결국 6.15선언 제5항에서 명시한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은 실현되지 않았으며
이 결과 6.15선언은 그 효력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고 말하기 힘들게 되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이러한 어려움을 내다보면서도 국민적 의혹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대의를 존중하고 온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 가운데 행해지는 국민기만의 정치, 어두움의 정치, 불투명의
정치를 단연 배격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에서 특검을 수용하고 남북한 간의 떳떳치 못한 협상의 진상을 투명하게 밝혔다.
실로 용기 있는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지난날의 관행이나 통치의 경륜이라는 낡은 논리에 매여 있는 지도자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결단을 노무현 대통령이 내린 것이다. 지난날 얼마나 많은 정치의
어두운 면이 은폐되어 왔던 가를 생각할 때 전 국민은 노대통령의 결단에서 통쾌한 신선미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찌 이뿐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전 세계의 통치권자들이 너나없이 터부로 생각하는 국가정보조직의 불법감청, 즉 도청의 진상을 파헤쳤다. 신임국정원장으로 하여금 역대 국정원장들이
주도한 도청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토록 한 후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거쳐 불법도청의 진상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국가안보나 테러, 마약이나 밀수 같은 대형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자기 정적들의
약점이나 자신들의 약점에 대한 상대방의 인지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국가공권력을 이용, 도청하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행위를 노무현 대통령은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전 세계의 국가정보조직은 예외 없이 국익을 위해 도청행위를 해왔다는 논리를 내세워 노무현 대통령의 도청단속을 무 경륜의 소치라고 나무라는 여론도
없지 않으나 김대중 정권하에서 자행된 도청은 아무리 변명해도 정당화될 수 없는 비열한 인권유린의 극치였다. 통치권자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도청을 지시하고 보고를 받아 정적을 제거하거나 약화시킨 대통령의 행위는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 통치관례에 얽매인 대통령이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노무현 대통령은 해내고 만 것이다. 후세 역사가들은
도청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대통령을 결코 민주화의 기수로 평가하지 않고 도청을 척결한 노무현 대통령을 민주발전에 공헌했다고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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