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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주도한 6자 회담의 전망 (2003년 8월 19일 이영일 홈피)

한중문화협회 총재 이 영 일


최근 한반도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중국정부의 외교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도 빨라지고 있다. 리자오싱(
李肇星)외교부장이 지난 8 10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일본과 한국을 방문, 중국정부가 펼치는 6자 회담에 참가할 한일 양국과의 입장을 조율했다.
 
이에 앞서 다이빙궈(
戴秉國)외교부 수석 부 부장(중국외교부 당 서기이며 전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북한(7 12∼15)과 미국(7 18∼19)을 방문, 3자 회담 재개를 통한 6자 회담 구상에 대한 합의를 유도했으며, 왕이(王毅)
아시아 담당 부부장도 미국(7 1∼3)과 평양나들이(8 7∼9)를 펼쳤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항상 느슨하게 움직였던 중국외교부가 이처럼 분주히 총력외교를 펼치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것은 한마디로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북 핵문제를 미국과 북한만의 문제가 아닌 중국의 국익에도 밀접히 관련된 문제라고 인식한데서 비롯된다
.

당초 중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60년대부터 핵 개발을 부르짖어왔지만 그 실현가능성을 낮게 평가했고 설사 이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핵무기 개발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핵의 무기화에는 앞으로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았다.
 
또 북 핵에 관한 미국의 평가는 다소 과장되었거나 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축을 위한 미국 측의 명분 쌓기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북 핵문제 3자 회담이 결렬된 후부터 북 핵문제를 보는 중국의 시각은 달라졌다. 우선 북한의 핵 개발 수준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중국의 외교목표를 흔들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인식을 갖게되었다.

또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동북아시아의 안보정세에 영향을 받는 모든 국가들의 문제라는 미국의 주장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만일 중국이 방관한 가운데 북 핵문제처리를 미국과 북한 양자에게만 맡겨 놓을 경우 부시행정부의 대 북 강경 정책은 필연적으로 북한의 핵 개발 기지에 대한 미국의 폭격으로 발전,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 할 수 있으며 한반도 정세의 이 같은 악화는 중국의 현대화를 향한 국가발전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

중국정부는 북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관계당사국들과의 고위급 접촉을 집중적으로 전개하면서 미국이 요구하는 다자 회담안과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과 북한간의 양자 회담안 을 절충, 다자 속의 양자회담이라는 회담방식을 안출, 관계국들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이른바 6자 회담의 협상 테이블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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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오싱 외교부장은 필자가 초대된 윤영관 외통부장관이 마련한 만찬석상에서 6자 속의 양자 회담 안은 중국외교부의 푸잉(傅瑩) 아주국장의 아이디어라고 설명하면서 미국과 북한간의 양자회담이 6자 대화와 병행하여 열릴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왼편 리자오싱 중국외교부장과 단상의 윤영관 한국외교통상부 장관)
지금 중국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함으로써 한반도가 비 핵 화되어야 한다는 데는 전혀 이론이 없다. 그러나 북 핵문제의 해결방식이 필연적으로 전쟁을 유발할 핵 개발 기지폭격이나 북한에 대한 가혹한 경제 제재 같은 방식이 아니고 북한체제의 붕괴를 방지하는 가운데 경제재건에 필요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공여 하는 등 평화적 방법으로 북 핵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이를 위한 여건과 환경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

중국이 북한의 핵 포기를 원하면서도 그 수단이 평화적 이어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북한을 보는 다음과 같은 중국의 입장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첫째 북한에 대한 폭격 같은 군사적 조치는 반드시 한반도에서의 새로운 전쟁을 유발하고 그러한 정세악화는 중국의 대미관계와 현대화발전을 크게 저해할 것이다.
 
둘째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등을 통해 북한체제가 급속히 붕괴될 경우 수많은 북한 난민이 한만 국경을 넘어 중국동북지방으로 몰려들 것이며 이것은 중국에 엄청난 재앙이 된다는 것이다. 이밖에 북한과 중국관계는 전통적으로 혈맹이라거나 안보 면에서 순치관계(
脣齒關係)에 있다는 견해도 많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관점은 중국내부에서조차 큰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중국이 주도한 이 6자 회담의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에는 참여국가들의 대다수가 의견일치를 보이면서도 그것을 이행하는 로드 맵(road map)을 놓고는 서로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북한은 북한체제보장의 방법으로 미국과 북한간의 불가침조약체결을 말하고 있지만 미국은 자국을 잠재적 침략국으로 가정하는 불가침조약을 체결할 수 없으며 미국 상원의 비준도 얻기 힘들며 또 그러한 선례가 미국 외교사에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문서보장과 이를 담보하는 미국의회의 결의와 회담참가국들의 공동보장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4 4자 회담때 때 북한이 내놓은 소위 대담한 제안을 다소 수정하여 북한 핵의 현상 동결, 폐기, 검증의 3단계를 설정하고 단계적 조치에 상응하는 북한체제에 대한 지원, 보장, 승인 등의 조치를 이행하자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회담의 핵심은 미국과 북한간에 실질문제를 다루는 양자대화이고 다른 국가들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의 큰 양보와 북한의 핵 포기를 연계시키는 국제협상을 고려할 것이다. 그러나 이 회담은 회담참가국가들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적보다는 북한체제보장과 지원이라는 수단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진행될 경우 쉽사리 타결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특히 국내여론이 민족공조와 한미동맹의 유지를 놓고 양분된 가운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을 되풀이 할 경우 6자 회담에 임하는 한국의 발언권은 갈수록 약화될 것이다. 그러나 일단 회담이 열릴 경우 북 핵문제가 군사적 수단 아닌 외교해결의 큰 테두리 속에서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국제사회의 공감이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이를 추진해온 중국 지도부의 공헌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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