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기고/이영일]아프간 땅에서 양귀비를 밀어낸 한국 콩 |
그는 오랜 전쟁으로 헐벗고 굶주린 아프가니스탄 사람에게 시급히 필요한 것은 단백질 공급이며 이를 해결하려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한국의 콩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편 원료인 양귀비가 잘 자라는 아프가니스탄 땅에서도 한국 콩이 자랄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콩은 뜻밖에도 잘 자랐다. 실험 결과에 자신을 얻은 그는 한국 콩을 2005년부터 아프가니스탄의 일부 지역에 심으면서 현지에서 생산된 콩으로 두유를 만들어 아동과 임산부에게 먹이고 콩가루를 아프간의 주식(主食)인 난(Naan·빵의 일종)에 섞어 콩 난을 제조해 급식했다. 영양개선의 효과는 놀라웠다. 그는 이 성과를 토대로 미국에 영양과 교육 국제기구(NEI)라는 비정부기구(NGO)를 설립해 아프가니스탄을 돕는 콩 사업에 헌신하기로 뜻을 세웠다. 이 소식을 접한 한국 CBMC의 ‘세계로’지회(회장 신치호)는 미국 NEI의 한국지부를 결성한 후 이 기구를 ‘희망의 콩’ 운동본부로 개칭했다. 이어 외교통상부 등록단체인 한국·아프가니스탄친선협회와 조직을 통합한 후 협력해 콩 씨앗 보내기, 콩 가공사업, 멸균두유공장 설치운동에 착수했다. 두유 생산은 현지의 열악한 냉장시설 때문에 멸균시설을 필히 갖추어야 한다.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젊은 지성인들이 네이버에 ‘해피로그(happylog)’라는 블로그를 만들어 범국민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현재 ‘희망의 콩’ 사업본부는 2007년에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한국형 콩 방앗간을 설립하고 콩 씨앗을 구입해 현지로 보내는 한편 콩 가공사업으로 두유 가공공장 두 곳을 설립했다. 이제껏 양귀비 재배에만 주력해 온 현지 농민도 점차 콩 농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실감해 콩 재배와 가공사업을 자신의 소득증대사업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아프간 사람들과 오찬나누는 권순영박사) 콩 사업에 회의적이었던 아프가니스탄 정부도 몇 차례의 시험재배와 영양 상태 개선의 성과를 지켜본 후 작년 말에야 비로소 전국에 걸친 콩 재배를 승인했다. 이 운동의 진행을 지켜본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일본 NGO도 콩 사업에 동참하게 되었다. 처음 2, 3개 주(州)에서 재배하던 콩이 이제는 아프간 34개 주 전역에 보급되어 금년에 110t을 파종해 이달 중순 4000t 정도를 수확하게 된다. 지금까지 아편 재배로 삶을 이어왔던 아프가니스탄도 앞으로는 콩을 생산하는 축복의 땅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프가니스탄판(版) 추수감사절을 맞는 셈이다. 우리는 6·25전쟁 후 복구 과정에서 세계 각국과 NGO에 커다란 사랑의 빚을 졌다. 이제 우리도 어렵고 힘든 나라의 재건 지원을 통해 사랑의 빚을 갚아야 한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국군은 남부 파르완 지역에서 재건사업과 경비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아프가니스탄 문제가 올바르게 해결되려면 군사작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아프가니스탄 사람의 마음속에 사랑의 꽃을 심는 일이다. 우리의 콩 사업이 아프가니스탄을 향한 한국의 사랑으로 꽃피기를 기대한다. 이영일 한국·아프가니스탄 친선협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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