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영 저 <토비아>

 추천의 글 한국·아프가니스탄 친선협회 회장 이 영 일

이 글은 작가 김윤영 씨가 아프간의 산간빈촌에 살고 있는 아홉 살 난 토이바라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30년에 걸친 외침과 내전으로 극도의 어려움 속에서 목숨을 이어가는 아프간 인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히 소묘(素描)한 것이다. 토이바는 작가 이상(李箱)이 그의 ‘날개’ 속에서 “도적의 도심마저 도적당할 만큼 가난한”이라는 표현이 그대로 적중하는 아프간의 산간벽촌에서 전쟁구호기관이 배급해주는 빵으로 가족들과 같이 매 끼니를 근근이 이어가는 착한 아프간 소녀이다.
 

이 소녀의 집에는 전쟁에서 한쪽 다리를 잃고 성질만 부리는 아버지, 다섯 번째 아이를 낳다가 산후처리 잘못으로 몸 저 누어 있는 어머니, 토이바보다 한 살 위의 언니와 세 동생이 함께 살면서 빵 배급을 받으면 먹고 없으면 굶으면서 살아간다. 산촌마을의 주변은 매 마른 사막지대로 물기도, 볼품도 없는 잡초들이 드문 드문 자라고 있고 별로 쓸모없어 보이는 자갈들이 이리저리 나딩굴어 발길에 체이는 박토를 연상시킨다.


이 풍경들은 오늘날 전쟁으로 이글어진 아프간 산간벽지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나는 2002년 7월호 신동아 지(誌)에 “수난의 땅 아프가니스탄을 다녀와서”라는 여행기를 발표했는데 그 때 목격했던 풍경들이 이 작품 속에 그대로 담겨있다.

내가 방문했던 지역들에서도 수많은 토이바들을 만났다. 맨발의 소녀가 코란을 좔좔 외면서 나의 손을 붙들고 신발을 사달라고 졸라댔는데 한 아이 아닌 수백 명의 토이바들을 그 자리에서 감당할 수 없어 손을 뿌리치고 돌아왔다. 지금도 내 마음 한 구석에는 그날의 일들이 아픈 빚으로 남아있다.

나의 아프간 방문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토이바들의 눈동자 속에 전혀 악의가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맑고 밝고 선한 눈빛이었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르카를 쓴 아줌마들이나 총을 지게처럼 메고 다니는 아프간 군인들의 눈 속에서도 악의를 느낄 수 없었다.

이들은 자기들을 도와주러 온 사람들을 고마운 마음으로 대해 주었다. 또 이슬람 문화의 영향이겠지만 신에의 경외심, 신에게 칭찬 받을 선행에의 의지가 토이바들에게 살아 있었다.

중국 심양이나 연길거리에서 간혹 만나게 될 때마다 섬뜩한 느낌을 주는 탈북 청소년들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섬기는 신이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의 차이 같다.

토이바는 폭군으로 변한 아버지의 구박을 피해 외할머니 집으로 도망쳐 나와 새 삶을 얻지만 그것이 토이바 문제의 해결은 아니다.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

전쟁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생명을 이어가는 아프간 인들을 향한 구호와 사랑의 손길이 이어져야 한다. 아프간 인들의 그 처절한 굶주림과 아픔에 시달리는 바로 그 현장에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이 우리들의 기도와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이다.

작가 김윤영씨는 자기에게 주어진 가장 참담한 상황 속에서 착한 소녀 토이바를 발견했고 또 토이바를 통해 전쟁 속에 모든 것을 상실해버리고 신의 가호만 기다리는 아프간 인들의 아픔과 고난의 진실을 들추어냈다. 얽매여 있는 자신의 처지를 넘어서는 사랑이야기를 기록했다. 이것은 작가만의 간증이 아니다. 토이바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나누어야 할 사랑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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