演劇 사나이 와타나베 감상소감
모처럼 볼만한 연극이었다.
시내 지하철 2호선 삼성역 8번 출구로 나와 100m쯤 직진한 후 강남소방서를 끼고 좌회전을 하면 백암아트홀이 시야에 들어온다. 지금 이 아트홀 공연장에서는 장항준 감독의 <사나이 와타나베> 이야기가 연극으로 상제되었다. 내가 감상한 5월 10일에는 TV탤런트 백인철이 와타나베 역을 맡고 정은철이 박만춘 역을 김C가 멀티맨을 맡아 열연했다. 극중 인물 3인이 역할을 분담하면서 1시간 40분간 흥미 있게 진행하는 신파성 멜로물이다.
스토리는 일본 시모노세끼에서 주먹세계를 흔들었던 조선인 와타나베가 나이가 든 후 자기의 야쿠자로서의 삶을 마음속 깊이 후회하면서 그러면서도 야쿠자로서의 자기 삶을 다소라도 미화해보기 위해 한국에서 예술 영화 만든답시고 번번이 실패해서 카드빚만 몽땅 떠안고 있는 영화감독 박만춘을 고용한 후 자기 삶의 대본을 쓸 감독과 인생황혼을 내다보는 와타나베가 재기 넘치는 유모어와 과장 섞인 칼춤 동작 등으로 이어가는 장면 장면들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장면을 내뱉는 작품이다. 대화 속에 깃든 유모어와 페이소스는 일품이었으며 경술국치 100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깔고 나라 없는 조선인의 아픔, 서러움이 결국 인간말종의 야쿠자의 길을 걷게 한다는 식민시대의 비극을 희극적으로 素描한 작품이었다.
주인공 야쿠자 와타나베는 자기 삶의 리얼리티를 그대로 작품화하려고 오디션을 통해 발굴한 와타나베 역의 젊은 배우를 죽이고 자기 자신이 스스로 각색, 개작, 자신을 영웅화한 후 자기가 주연을 맡는 작품의 영화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감독은 그 작품이 영화 아닌 쓰레기라는 평가를 내뱉고 와타나베를 떠나고 와타나베가 죽인 영화배우의 형이 동생 원수를 갚는다고 와타나베 자신을 암살한다. 불행하게 태어났다가 끝까지 불행한 최후를 마치면서 바다속이 인생의 종착역이고 자기가 사랑하는 어머님이 계신 곳이라면서 세상을 하직하는 것을 많은 여운을 남기면서 막이 나린다.
그의 삶과 죽음자체보다는 극 전체를 통하여 넘치는 해학과 재치문답이 일품이다. 시종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으로서 극 처리가 현대적 기법으로서의 비디오를 요긴한 부위마다에 첨가함으로써 생동감을 배가시킨 점은 평가할만하다.
지난 4월 6일부터 오는 6월 6일까지 오후 3시, 7시에 공연하고 일요일에는 오후 6시에 1회 공연한다. 연극관중이 좌석을 그런대로 메우는 점은 한국연극의 장래를 밝게 전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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