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대한민국의 문화수도가 되려면
광주광역시는 한때 첨단산업도시를 꿈꾸다가 요즈음에는 문화수도를 새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광주가
소비도시라는 정체성을 탈각하여 미래를 향하여 발전하는 희망의 도시로 탈바꿈하기위해서는 첨단산업도시로 커가거나 문화수도로 자리를 굳히거나 둘 중의
하나를 분명히 선택하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광주의 지향은 애매하다. 첨단산업을 지향한다는 명분 하에 이른바 광산업 추진을 강조하는가 하면 또 문화수도라는 매력 있는 비전을 추진하기
위한 기구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둘 중 어느 것도 아직까지는 시민들의 마음에 확신을 심어주는
전망 있는 비전으로 정착된 것은 없다.
당초 첨단산업기지라는 발상은 1987년 대선 유세차 광주를 방문한 노태우 대통령 후보가
광주시청에 들려 광주시민들에게 내놓을 국가차원의 유익한 선물로 무엇이 적합할 것인가를 시장에게 물었을 때 이 자리에서 시장은 광주에 첨단산업기지를
만들도록 지원해 달라고 건의했고 이를 노태우 후보가 공약함으로써 첨단산업도시론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불행한 것은 당시 광주시당국은 어느 누구도 광주라는 환경 하에서 이루어져야 할 첨단 산업에 대한 명확 개념이 없었다. 선거기에 튀어나온 선심공세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되어 공약이행에 착수하려고 했을 때 광주 시당국은 첨단산업에 관하여 아무런 계획도 내놓지를 못했다.
경제기획원은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없는 첨단산업에 예산을 배정할 수 없다고 하여 마침내 과학기술처에 광주에서 가능한 첨단산업계획을
연구하는 용역비를 얻는 것으로 첨단산업이야기는 그 출발을 보게 되었다. 결국 광주과학기술대학의 건립과
광산업추진으로 첨단산업도시건설이라는 선심공약은 마무리되었다.
비슷한 현상이 또다른 盧대통령, 즉 노무현대통령에 의해 되풀이되고 있다. 작년 10월
대선 유세 시 광주에 들린 노무현 후보는 광주를 대한민국의 문화수도로 키워달라는 시당국의 건의를 받고 이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문화수도에 관한 명확한 컨셒을 가지고 공약이 건의되고 수용되었는지 걱정된다.마찬가지의 선심공세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특히 광주에
있는 도청을 전남으로 이전하기 위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문화수도 이야기가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에 공약건의의 배경을 둘러싸고 논의도 분분했다. 노대통령 자신도 당선 후 문화수도공약에 관해 자신도 개념을 잘모르지만 문화에 중심을 둔다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한다.
문화수도는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예를 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브라질의
경우 정치의 수도는 브라질리아이지만 문화나 예술의 수도는 상 파울로라 할 수 있고 이탈리아의 경우도 정치의 수도는 로마이지만 문화예술의 수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엔날레의 도시 베니스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광주는 한국최초의 비엔날레의
도시라는 점에서 정치의 수도가 서울일진데 문화의 수도는 당당히 광주가 될 수 있다.
필자는 1987년 총선거시 지역공약으로 광주를 한국의 예술의 수도로 만들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광주 비엔날레를 개최할 것을 공약한 바 있다. 이 공약은 필자 개인의 아이디어라기보다는
지역의 장래를 생각하는 조각가 김영중 선생 등 선배들의 조언을 얻어 발전시킨 것이다.
그러나 광주가 문화의 수도나 예술의 수도로 되기 위해서는 이 사업의 추진 주체인 시 당국자들이 명확한 자기개념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문화의 수도로 발전하려면 문화수도에 걸맞게 도시외관을 정비함은 물론 문화특구를 지정, 문화상품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특히 광주의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발, 예술 상품, 문화상품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프랑스의 피에르 가르뎅이나 니나리찌, 입센 로랑은 현대 명품의 대명사로
되고 있다. 우리 광주에서도 비구상 부문의 거장 화백 우재길의 넥타이,
황영성 교수의 스카프 등의 상품을 개발하여 프랑스의 명인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키우고 지원하고 육성해야 할 것이다. 이와 아울러 오페라극장, 국악당,
남화예술화랑, 한국예술종합대학 등을 건립, 유치함으로써
문화산업과 공연, 전시 예술을 결합시켜 광주를 명실상부한 문화수도로 키울 구상을 발전시켜야 한다.
오늘날 첨단 산업단지로 예정된 넓은 토지가 첨단유락기지로 변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광주문화수도론도 주체적 발전개념을 세우지 못하면
열매 없는 선거용의 선심공약으로 퇴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불행을 피하는데 시민적 지혜를 결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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