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용미(用美)외교
한중문화협회 총재 이 영 일
현대 중국외교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용미(用美)외교라 할 것이다. 중국은 매년 대미무역에서 800억불이라는 흑자를 얻는데 이 흑자야말로 중국현대화의 가장 확실한 물질적 담보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무역흑자가 지속되어야만 중국은 그들의 국가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개혁개방이래 확정한 국가목표는 3단계의 발전목표인데
첫 단계는 1990년대까지 완성해야 할 목표로서 전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식 생활을 보장해주는 이른바
온파오(溫飽)단계이다. 이 단계는 등소평의 생존시기에 이미 도달했다. 둘째 단계는 의식주에서
개선이 일어나고 냉장고, TV등을 살림살이로 보유하고 마이카도 장만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단계로서 2000년대 초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이 단계를 샤오캉(小康)단계라고
부른다. 이 단계의 목표는 장쩌민 주석 시대에 사실상 달성되었다. 마지막 3단계는 중국이 중진국에 진입하는 단계인데 대체로 2015 년에서 2020년까지를 내다보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을 수장으로 하는 중국의
제4세대 지도부가 감당해야 할 단계일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발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실리외교, 실용외교를 앞세우면서 외국인들의
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를 적극 유치하는 한편 미국과는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갈등의 영역은 피하고 협력의 영역을 넓히는 실리외교를 펼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대외
정책 가운데 미국의 대만정책, 중동정책, 달라이라마정책, 인권정책, 대 북한 정책 등에서 항상 미국과 이해를 달리하면서 긴장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해의 차이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적대적으로 표시하거나 반미구호를 외치는 행동은
삼가고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보다 더 큰 국익을 위해서 미국과 공개적으로 경쟁하고 갈등관계를 확대시키는
행동을 피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외교는 대미관계에 있어서는 철저히 용미외교를 펼치는 것이다. 그들은 미국과 이해가 엇가리는 문제에 봉착할 때는 정확히 자기들의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하고 미국에게 시정이나
자제를 요구한다. 미국 측이 이를 무시하거나 외면하더라도 정면충돌하기보다는 해결해야할 과제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면서 모든 문제를 대립 아닌 협상과 이해관계의 교환을 통한 해결을 시도한다. 2년 전 미국이 대만에
이지스 전함을 판매하려고 할 때도 첸치천 외교담당 부수상이 미국을 직접 방문, 부시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판매계획을 유보시킨 사례는 “미제국주의자들의 침략책동을 분쇄하자”고
외쳐대던 이념외교시대의 접근법보다는 훨씬 세련된 것이다.
특히 최근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조성된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북한 ,중국 3국간의 북경회담을 주선한 것도 미국과 북한간의 군사충돌이
어느 경우에나 중국의 국가목표달성에 불리하다는 상황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중국은 북한과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을
맺고 있어 북한이 미국의 침공을 받으면 지체 없이 북한에 군사원조를 제공해야 할 조약상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내면적으로는 반미면서도 자국의 실리를 위해서는 반미정서를 철저히 잠재화시킨 가운데 미국과의 대결을 피하면서 타협을 통하여 미국을 이용, 국가적 실리를 챙기는 중국의 용미외교야말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우리도 반미 아닌 용미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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