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강제송환을 중지하라
본고는 동아일보에 기고한 한중문화협회
이영일 총재의 기고문임
등록 일자 : 2002/08/18(일) 18:59
[여론마당]이영일/中, 탈북자 강제송환 유보해야
한국과 중국은 23일로 수교 10주년을 맞는다. 2일에는 서울에서 양국 외무장관회담이 열려 지난 10년 동안 양국간에
이루어진 협력과 발전을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 한중관계를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해 전면적으로 협력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국간에는 이처럼 밝은 면과 함께 통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는 어두운 면이 도사리고 있다. 북한 땅을 탈출하여 중국으로 숨어 들어가 전전긍긍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북한동포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수만에서 수십만명에 이른다는 탈북자들은 아사(餓死)를 면하기 위해 북한을 탈출한 경제난민이다. 체제에
반대하여 정치투쟁을 하다가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망명한 이른바 난민협약상의 정치난민은 아니다. 그러나
대다수 탈북자가 북한을 탈출한 처음 동기는 경제적이었으나 탈북자를 대하는 중국의 시책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그 성격이 변질되고 있다. 중국은 탈북 현상이 일어나던 초기에는 탈북자들을 눈감아 주는 정책을 취했다.
과거 중국의 대약진운동이나 문화혁명 시절에 한만(韓滿)국경지역에 사는 다수의 중국인이 생활고 때문에 북한지역으로 많이 흘러 들어갔던 일들을
상기해서다. 그러나 불법입국자 수가 날로 늘어나고 북한측이 탈북자들을 송환해야 할 조약상의 의무(변경협약이라고 하는바 조약의 내용은 비공개)가 있음을 중국 측에 강력히
촉구하면서부터 상황은 점차 달라졌다. 탈북자들을 단속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당국의 단속이 시작되면서부터 탈북자들의 처지는 변하고 있다. 첫째, 언어소통이 가능하고 생활정착금을 지급하고 국적을 부여하는 한국이나 최소한 이민을 허용해 영주권을 주는 나라로의
탈출을 선택하는 경우다. 지금까지 서울로의 탈출에 성공한 사람은 약
1400명에 이른다. 이 상황에서 경제난민으로서의 성격이 정치난민으로 변하게 된다. 둘째는 인권을 완전히 포기한 가운데 자기의 몸을 노예처럼 팔아 모진 삶을 이어가는 경우다. 셋째는 감시망을 피해 도피생활을 하면서 생계를 위해 범법의 길로 빠지는 경우다. 넷째는 당국에 붙들려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는 경우다.
필자는 중국정부가 일체의 탈북자 강제송환을 유보하고, 탈북자들을 양성화하여 이들에게 ‘임시기류(寄留)증명서’를 발급하며, 한국 등 국제사회의 협력을
얻어 언어 및 기술훈련을 실시한 후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주선하고, 북한 경제형편이 개선되는 대로 곧바로
환향할 수 있게 하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제안한다.
미국은 중국 못지 않게 많은 불법입국자가 있으나 적당한 기회에 이들을 양성화함으로써 국가공동체에 참여하여 미국법과 질서에 적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처럼 할 수 없을지라도 대국이고 56개
소수민족을 포용하는 다민족국가로서 생활고 때문에 중국으로 유입하여 헤매는 북한주민들에게 인간으로서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은 제공해 주어야
하며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정부가 지금까지 외교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서도 상당수의 탈북자들을
관대하게 처우해준 배려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보다 크고, 보다 실질적인 온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이렇게 될 때 수교 10주년의 의의는 더욱 빛날 것이다.
이영일 한중문화협총재·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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