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치외교를 21세기형으로 바꾸자
한중문화협회 총재 이 영 일
병술년 새해가 밝았다. 21세기가 5년을 지난 시점이다. 그러나 세기가 바뀐 지 5년이 지났어도 20세기의 역사 속에서 우리민족의 삶을 옥죄어 온
세 가지 콤플렉스는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것 같다. 약소국 콤플렉스,
가난 콤플렉스, 남침 콤플렉스가 그것이다.
21세기에 접어든지 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조선시대처럼 약소국도 아니고 가난하지도
않다. 세계 많은 나라들이 한국모델을 본받자고 칭송하는 경제력 세계
11위의 국가로 성장했고 세계선진국클럽인 OECD 회원국이기도 하다. 또 20세기 중엽에 겪었던 북한의 무력침략에 기억의 뿌리를 둔 남침 콤플렉스도 이제 더 이상 가질 필요가
없게 되었다.
우리가 6.25동란의 전재복구를 갓 끝낸 1961년까지만
해도 한국의 1인당 GNP는 87달러이었고 북한의 그것은 104달러였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국력은 1인당 소득에서 13,000달러를 넘은지 수년이 경과했으며 반면 북한은 지구 최빈국의 하나로 전락했다. 북한은 이제 무력남침보다는 자기 체제보존에 급급하고 있으며 남북한의 협력관계가 긴밀해질수록 북측의 한국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진다. 우리가 남침 콤플렉스에 묶여 있는 한 북한의 변화를 우리가 원하는 만큼 기대할 수도, 유도할 수도 없게 된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인구가 많다거나 땅이 넓은 대국은 있어도 조선시대처럼 무조건 섬겨야 할 대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한반도를 중심으로 주변국가들 간에 세력균형이 유지되고 어느 한 국가가 주도하는 패권질서가 출현하지 않는
한 우리의 자주영역은 커지게 되어있다. 지난 세기 우리는 경제와 안보의 양면에서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도 6.25동란 직후처럼 우리의
존속을 위하여 무조건 매달려야 할 국가는 아니다. 한미관계는 일방적 의존으로부터 협력적 상호의존(Partnership)으로 협력의 양상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과거와 같은 약소국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보다 국력이나 영향력이 훨씬 강한 4국이
한반도를 에워싸고 있다는 지정학적 운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우리는 주변국들의 패권갈등을
제어하면서 자주적으로 반패권(反覇權)의 세력균형질서를 이끌어내기에는 아직도 우리의 힘이 부족하다. 우리의 이러한 역부족에서
오는 안보상의 불리(不利)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동맹외교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중국이 패자(覇者)일 때 조선왕조는 중국에 대한 사대(事大)외교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도모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시대적 사대외교가 아니라 21세기형 동맹외교이다. 이 점에서 한미동맹은 아직도 우리의 안전을 위한 동맹으로 유지, 발전되어야
한다. 그러나 종래와 같은 편무적 의존형의 동맹이 아니라 상호간에 공동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전략적 동반자로서의
동맹이어야 한다.
바야흐로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 의식 속에 잔존하는 20세기의 콤플렉스를 완전히 걷어내고 21세기에 걸 맞는 태도와 정책을 정립, 추진해야 할 때에 이르렀다. 또 21세기의 변화된 현실을 우리의 정치생활 속에 내면화하고 이를
정책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동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한류(韓流)는 결코 단순하거나 일시적인 문화흥행이 아니다. 오늘의
한국을 의식하는 동아시아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한류는 우리의 뚜렷한 문화정책으로 정착되지 못했다. 문화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의 머리가 21세기에 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외교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수상의 신사참배, 역사교과서 왜곡을 이유로 한일관계를 일부러
악화시킬 필요는 없다. 일본 후소사(扶桑社)의 왜곡된 역사교과서는 일본 우익들의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과서 채택목표 10%보다 한참 모자란 3.5%에 그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의 이름으로 일본을 규탄하지 않아도 일본의 시민사회는 오도된 노선을 자율적으로 시정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대통령이나 외교관들의 마인드도 21세기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외교는 다변화하면서 자원외교(資源外交)를 강화해야 한다. 앞으로 에너지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러시아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이와 동시에 동(東)아시아의 세 나라인 한국, 중국, 일본은 앞으로 탄생이 예상되는 동북아시아
공동체를 내다보면서 민족주의 정서를 선동하는 갈등해결방식을 지양(止揚)하고 갈등의 성질에 따라 갈등 당사자, 실수요자들
간의 토론에서 그 해결책을 찾게 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내치외교를 21세기에 걸맞게 변화시키고 그 차원에서 모든 문제를 평가하고 대응하는 자세의
정립이 필요하다. 우리는 결코 과거를 잊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과거에 묶이거나 매여서는 더더구나 안 된다. 우리는 더 이상 가난한 나라도, 약소국도 아니고 침략의 위협 앞에 떨고 있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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