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불가론과 전쟁불가피론의 현주소

헌정지2018년 1월호(51P-3) 전재

 

이 영 일

 

1. 들어가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표출된 한반도 긴장사태는 모든 주요국가 외신들의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초기에는 북한의 핵문제(Nuclear issue)로 뉴스의 중간선에 등장하다가 북한의 6차 핵 실험이 끝나고 지난 1129일 화성 15호로 불리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발사를 계기로 외신들의 보도태도는 근본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북 핵을 해결하기 힘든 난제(難題)라는 의미의 Nuclear QuagmireNuclear conundrum이라는 표현들이 요즘에는 핵 재앙(災殃)(Nuclear catastrophe)으로 바뀌어 머리글자로 뜨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내분위기는 마치 세련된 도박꾼들처럼 위기가 전혀 없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지만 해외 거주 친지들은 한국 상황이 어떠냐고 묻는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지금 겉으로 보이는 서울의 표정은 평시와 조금치도 다르지 않다. 증권시장도 요동치지 않고 공장들도 잘 돌아가고 있으며 세계각지로부터 수입주문도 줄지 않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세모(歲暮)마다 열리는 송년모임에서의 건배사는 예년과 다소 다르다. 건배사로 이대로라는 말을 누가 선창하면 모두 따라서 이대로를 큰 소리로 복창하는 것을 보면 모두의 마음속에 침잠해있는 생각, 즉 제발 전쟁 같은 불행한 사태가 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들이 묻어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앞으로 아무 일없이 이대로지속될 것인가. 외신을 통해 알려지는 보도들은 우리나라의 안전도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2. 전쟁불가론과 불가피론의 담론들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외신들의 흐름을 종합해보면 전쟁불가론(不可論)과 전쟁불가피론(不可避論)으로 집약되고 있다. 전쟁불가론도 그 유형이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 Stanford대학의 Scott Saga 교수 등이 주장하는 견해인데 내용인즉 미국이 북한의 핵 포기를 강제하기 위해 북 한에 대해 공격행동을 취하면 북한도 반드시 대응보복으로 나오기 때문에 한반도 분쟁은 필연적으로 핵전쟁으로 확전될 우려가 있으며 그렇게 되면 피아간에 수백만을 헤아리는 엄청난 재앙이 생길 것이라면서 과거 미국이 소련의 핵 보유에 대처했던 것처럼 비핵화의 시간을 늦추더라도 군사적 해법을 피하면서 '억제(deterrence)와 봉쇄(Containment)를 지속해서 소련처럼 북한도 자멸(自滅)의 길을 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 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의 원칙이 적용될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은 군사적으로 북한 핵무기를 저지할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하고 미국이나 국제사회는 이제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면서 핵을 가진 북한과 공생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견해다. 여기에는 미국 Middle berry국제연구소의 Jeffrey Lewis가 지난 105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A)인터뷰에서 상세히 밝히고 있다. 이에 곁들여 NYTMax Fisher도 그의 논단에서 전쟁불가론을 지지했으며 또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 특보인 문정인 씨가 편집인으로 있는 Global Asia지가 특집을 통해 북 핵에 대한 군사적 해결은 이미 늦었고 핵무장한 북한과 공생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견해를 동남아시아 지역학자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군사적 공격의 시기를 놓쳤다는 주장은 추측이거나 희망일 뿐 근거는 약하다. 미국정부는 군사조치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음을 여러 차례 천명했고 Mike Pompeo CIA국장도 군사적 해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학자나 언론계 인사들, 그리고 미국의 전직 고위직 인사들 중에는 전쟁불가론을 지지하는 자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전쟁불가피론은 이들과 논점을 근본적으로 달리한다. 우선 불가피론을 말하는 주체가 안보정책 당국자들이다. 이들은 북한을 어느 경우에나 핵 보유 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전원일치의 결의로서 북한의 핵 보유를 반대하였고 또 핵 포기를 촉진할 제재조치를 10회에 걸쳐 의결했는데 북한이 이에 맞서 핵개발을 강행, 비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면 그것은 유엔안보리의 존속자체가 위협받음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핵무기 비확산체제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을 결코 핵 보유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 핵 불인정 입장은 북한의 동맹국들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전 세계는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세계여론에 맞서 핵 포기를 거부한다면 경제제재의 다음 단계인 군사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비군사적 외교적 노력을 더 적극 모색하고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없지 않다. 특히 지난 18일 한중정상회담에서는 한중양국의 국가원수가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북핵문제는 그것이 국제정치 이슈로 등장한지 25년간 쌍무적, 다자적 외교협상이 지속되었지만 모두가 무위로 끝났고 유엔의 결의마저 효력을 상실한 상황에 비추어 비핵화를 관철시키는 길은 군사적 조치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화성 15ICBM 발사이후로는 미국정부와 의회에서도 군사조치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추가하여 북핵문제를 보는 이스라엘의 태도도 주목해 볼만하다. 이스라엘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들은 항상 북한-시리아-이란의 연결고리를 주시해 왔는데 만일 북한의 핵탄두가 이란이나 시리아로 팔려나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은 국가멸망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한시도 지우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시리아에서 북한의 핵탄두가 발견되었다는 미확인 보도이후 이스라엘은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을 강력히 미국 측에 촉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한만국경에서 군사훈련을 전개 중인 중국인민해방군 지휘자들도 상황이 불시에 전쟁이 개시될 수 있을 정도로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전망한다.

 

3. 한국과 북한의 핵위협 상황평가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또 전쟁은 그 규모도 문제지만 일단 전쟁이 터지면 무고한 민간인들의 피해가 정규 군인들보다 4배가 더 많다고 알려졌다. 6.25동란을 체험한 국민들로서는 누구도 또 다른 전쟁을 지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한반도 사태를 전쟁일보 전으로 몰고 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다. 현재 북한이 실험발사하고 있는 핵과 미사일은 그들이 핵 보유 명분으로 내세우는 자위(自衛)차원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공공연히 미국본토까지 공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핵 포기를 전제한 어떤 협상도 거부하겠다고 밝히고 스스로 핵 국가임을 헌법에 명시했다. 지구상에 자국을 핵 국가라고 헌법에 명시한 최초의 국가가 북한이다.

북한은 핵무장을 통해 비핵국가인 한국을 제압, 군사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획책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꿈이요 오래된 목표다. 대화나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한이 공존하면서 점진적으로 통일에 접근해 간다는 논리는 이미 김정은의 북한에는 통하지 않는다.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가로 인정받으면 그 순간부터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제재는 줄어들기 때문에 그들은 대내적으로 경제를 복원하는 일방 남한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 반미운동을 추진하는 종북(從北)세력과 제휴, 한국의 안정을 파괴하고 안전을 위협하면서 한국으로부터 경제적 조공을 요구하는 위협정책을 펼칠 것이다. 주변대국들은 비핵화 되지 않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결코 용인하지 않기 때문에 통일의 길은 날로 멀어지고 한반도는 남북한 간의 내전상황에 빠지게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그간 북한은 통일 전()단계로 종종 남북한 연방제 실시를 주장해왔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간에 합의 발표된 2000년의 6.15선언에도 남북한의 연합단계를 명시, 연방제 통일을 논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 당시에는 북한의 핵문제가 들어나지 않았다. 만일 지금처럼 북한 핵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면 김대중 대통령은 결코 햇볕정책을 들고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남북한의 연합문제는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핵 가진 북한과 핵 없는 한국 사이에 연합이나 연방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종북 세력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핵 가진 북한과 핵 없는 한국과의 연합이나 연방을 지지할 리 없다. 이런 경험적 전망에 비추어 북한의 핵 보유는 어느 경우에도 용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전쟁불가를 주장하는 자들은 핵을 보유한 북한과 핵 없는 한국 간에 전개될 상황을 완전히 외면하면서 큰 재앙회피를 명분으로 전쟁만을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방법이 군사적 수단이외의 다른 방법이 모두 소진(消盡)되었다면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할 까. 실로 심각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 우리의 솔직한 현실이다.

 

4. 비핵화를 위한 피해의 최소화

 

한반도의 비핵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우리는 평화통일의 꿈을 버리지 않을 수 있다. 핵 없는 한반도만이 주변국들의 반대를 피하면서 국제형의 분단국인 한국이 통일을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북한이 개발하는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결코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가 포함된 이 지역 전체의 안전보장에 관련된 국제정치의 문제다.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위협 하에 놓여있는 모든 국가들의 자위적 선택이다. 이 상황에서 핵 없는 한국이 가진 선택권은 극히 제한적이다. NYT의 칼럼니스트 Nicholas Kristof는 최신 칼럼에서 미국의 대통령과 안보담당보좌관의 발언들은 자기의 오랜 경험에 비추어 결코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도록 능력을 키우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고 미국이 직접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에 MacMaster 미국 대통령 안보보좌관은 전쟁의 가능성이 더 가꿔졌다고 언급했다. 우리 정부는 미 CIA의 분석과는 달리 북한의 기술수준이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그것은 기술적 견해이며 군사안보적 견지에서는 북한이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미국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현재 평창 동계올림픽 때문에 유엔 총회가 올림픽기간 중 휴전을 결의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그러나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시한이 3개월 내로 줄었다는 미국 군사전략전문가들의 평가는 우리가 긴장해야할 요인이다. Linsey Graham 등 미국 상원 지도자들 가운데서도 대북군사공격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쟁은 학자들의 소망이나 주장에 좌우되지 않고 안보를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당사자들의 결단과 선택의 산물일진데 우리가 기대하는 전쟁 불가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위기가 이렇게 임박했음에도 현재 우리는 아무런 손도 쓸 수 없다. 지난 18일 한중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원칙 중 한반도 전쟁 불가라는 항목이 있지만 이 합의가 비핵화의 현실적 대안이 아닌 한 안보정세를 극적으로 뒤바꿀 것 같지도 않다. 정상회담의 합의에 담긴 내용들도 1218일자로 발표된 미국 안보전략보고서(NSS)의 내용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김정은과 그의 일당을 제거하는 참수(斬首)작전으로 비핵화의 여건이 조성되어 우리 국민들이 입는 피해가 최소화되길 바랄 뿐이다. 한국이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상황이 저절로 굴러온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그럴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만일에 대비, 민간차원에서도 필요한 각오와 훈련과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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