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2019년 7월13일 페이스북

이 영 일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가 으름장을 넘어서서 한국기업에 실질적으로 고통을 줄 가능성이 분명해지고 있다. 현재 문재인 정권은 합리적인 해법을 마련하기보다는 역사의 시계바늘을 1세기 이전으로 후퇴시키는 저항민족주의-반일민족주의 선동에서 해법을 찾고 있는 듯하다. 여당 중진의 입에서 의병이야기가 나오는가하면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시민단체들의 이야기도 들린다. 여기에 맞서는 주장에 대해서는 토착왜구라는 프레임을 씌워 말조차 함부로 못하게 한다. 심지어 이순신의 배 12척으로 일본의 수백 척을 수장시킨 임진왜란시의 고사까지 들먹이면서 반일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려 한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런 넋 나간 소리가 일본의 경제제재를 푸는... 수단으로 등장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정권들 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반일은 통치의 자산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권의 인기가 폭락하거나 정권의 정책 실패를 호도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반일은 통치자산으로 쓰였다. 종군위안부 문제를 중심으로 등장한 소녀상문제도 그 명분을 어떻게 포장하더라도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가 높았던 정권의 산물이 아니다. 한일 간의 불행했던 과거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열기위해 1965년 한일국교는 정상화된 것이다. 그때 일본으로 부터 끌어낸 청구권 자금과 경협자금이 우리가 지금 이루었다고 자부하는 산업화의 마중물이었음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그것이 역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일관계를 풀어가는 문재인 정권의 태도에 불안과 걱정을 떨칠 수 없다. 지금 국민들과 내외여론은 일본이 왜 이러한 태도를 취하게 되었는가 하는 경위와 까닭을 다 알고 있다. 원인과 까닭을 치유하는 데서 해법을 찾는 것이 옳은 순서다. 지금 이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배 12척을 끌고 명량대첩을 이룰 이순신 장군 같은 지략과 지도력을 발휘해달라고 요구할 어리석은 국민들은 없다. 제대로 된 정신을 가진 국민치고 이 시기에 반일의병에 나설 국민들이 얼마나 될 까.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나설 사람들은 있겠지만 그것이 한일관계의 확실한 해법이라고 생각할 국민들은 없다.
정부는 더 이상 한일관계의 비본질적인 문제로 상황을 호도하려 하지 말고 한일국교정상화를 이룬 역사적 배경을 되새기면서 일본을 격분시킨 이유를 우리 내부에서 찾아 정당한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 한일국교를 정상화시킨 협정들도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국제규범이라는 헌법정신에 입각해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주심이 되어 내린 판결을 새롭게 평가해야한다. 아무리 독립적인 사법부의 판결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한일 간의 우호관계를 헤치고 그로 말미암아 일본보다 국력이 약한 한국기업들에게 부담과 고통을 주고 그로인하여 국민경제의 약화를 초래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현명하고 애국적인 판결이 아니다. 국회는 법원의 판결이 국제규범과 충돌할 경우 그 효력을 제한하는 입법조치를 취해야 하고 이 기반위에서 관계각료를 문책한 후 대일 협상에 나서야 한다. 제발 의병운운, 불매운동, 임란시의 배 12척 같은 이야기는 절대로 꺼내지 말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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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보는 시각

이글은 전 국회의원 이영일이 2019317일에 실시된 경동교회 청장년 평신도를 위한 월례교양강좌의 강의노트로 준비된 것입니다.

1. 왜 하노이가 선택되었는가.

<미국과 북한은 서로 다른 기대와 전략관점에서 하노이를 협상장소로 선택>

북한의 기대

김정은은 하노이는 베트남 전쟁에서 월맹이 미국을 사실상 패퇴시키고 그들 주도하에 베트남 통일을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주석 김일성이 두 차례나 방문하고 원조했던 나라의 수도였다.

1973년에 베트남에서 미군을 철수시킨 파리평화협정은 월맹군에 대해서는 철수를 요구하지 않고 미국만 6개월 내에 철수토록 하고 월남정부, 베트콩 임시정부, 중도야당세력으로 민족일치화해위원회를 구성, 베트남 장래를 결정키로 합의함으로써 월남정부의 존속에 지극히 불리한 협정이었다는 사실에 김정은은 주목했을 것이다.

파리협정으로 미군이 철수한 베트남에서는 월맹과 같은 편인 베트콩과 반정부 친 공야당인 중도세력이 나서서 당시 반공 베트남 정부를 내파(內破-Implosion)시키는 상태에서 군사침공을 감행, 1975430일 사이공을 점령함으로써 무력통일을 완수한 사실에 김정은은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북한의 조선반도비핵화와 종전선언요구, 한국 내 종북(從北)세력의 육성 지원공작은 월남의 공산화통일을 성공모델로 삼는다. 당시 반공 베트남정부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에서는 공산월맹을 압도했지만 정신전력(모략전과 사상전)에서 극도로 취약, 결국 공산화되었음은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된다.

 

미국의 기대

베트남은 한때 미국과 사활을 걸고 싸웠던 적국이었지만 지금은 미국과 협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주요한 준 동맹국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에 트럼프는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월맹은 베트남을 통일시킨 후 도이머이(刷新)-(중국식 개혁개방)를 통하여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급속히 경제발전에 성공, 빈곤에서 탈출하고 사회주의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하였다.

외교적으로는 반중국(反中國) 노선을 걸으면서 남중국해에서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위해 미군과 적극 협력하면서 베트남의 전략요충인 캄란만 기지를 미국에 사용하도록 내주면서 미국과의 안보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트럼프는 북한도 앞으로 베트남처럼 반중(反中)노선을 걸으면서 비핵화를 하고 개혁개방에 나선다면 빈곤에서 탈피, 베트남보다 더 잘 살 수 있는 국가비전을 꿈꿀 가장 적합한 모델로 하노이를 선택한 것 같다.

 

2. 북 양측의 전략 충돌

 

북한의 전략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의 폐기를 조건으로 미국과 유엔안보리가 부과하고 있는 제재를 큰 틀에서 해제할 것을 요구하면서 내심으로는 제재의 부분해제로 타협을 이끌어내는 해법 즉 비핵화를 여러 단계로 나누고 매단계마다 하나씩 대가를 얻어내는 Small Deal을 기도했음

한반도 종전선언이나 개성공단재개, 북한철도에 대한 한국의 지원은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하노이 회담의 결과로 당연히 주어질 것으로 예단하면서 주요제재의 해제에 역점을 두었음. 북한이 이런 결정을 하는 데는 문재인 정부의 두 가지 조치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가 원한다면 북한의 경제발전에 필요한 모든 부담을 한국이 떠맡겠다는 입장을 하노이회담 전에 발표했고 특히 225일 청와대 대변인은 종전선언은 이번 정상간 회담에서 틀림없이 이뤄질 것으로 단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과 대번인의 이상의 발표를 지켜보면서 Biegun특사가 대표하는 한미워킹 그룹에서 한미 간에 이러한 주장에 양해가 성립된 것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선 작년 3월에도 한국의 방북 특사들은 미국을 방문, 김정은 면담결과를 트럼프에게 보고하면서 김정은이 말한 조선반도의 비핵화북한의 비핵화로 왜곡, 보고하고 김정은에게 비핵화의지가 확실하니 정상회담에 응하라고 권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을 속인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을 한번도 사용한 일이 없었으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핵 국가인 주한미군의 완전철수와 유엔군사령부의 해체, 주일미군의 대북공격 가능성 까지를 차단하는 북한의 최대 안보정책개념을 줄곧 주장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핵 없는 한국은 문제 삼지 않고 북한에서 대량살상무기로서의 핵과 그 운반수단, 생물학적 무기의 총체적 포기를 비핵화로 이해했다.

김정은은 하노이에서 영변 핵개발 시설 포기의 대가로 최소한 종전선언을 비롯,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재개 등 남북한관계 발전부문에서라도 미국이 제재를 푸는데 동의해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빗나갔다.

 

미국의 입장

트럼프는 싱가포르 회담을 마친 후부터 북 핵을 다룰 외교카드로서 흔히 말하는 Big Deal을 구상했다. 즉 미국이 요구하는 대량살상무기로서의 핵과 그 운반수단(ICBM) 및 생화학무기를 북한이 포기한다면 미국은 북한과 수교하는 한편 필요한 경제 원조를 제공, 베트남이상의 경제적 부를 누리게 해주면서 북한이 스스로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구상했다.

트럼프는 북한의 핵문제와 그 배후가 되는 중국문제를 별개로 보지 않고 중국을 경제적으로 강력히 견제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와 탈 중국 화를 획책하고 있다. 싱가포르회담 다음날인 2018613일부터 대 중국경제 제재, 즉 관세폭탄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바로 1:1로 직접 대화함으로써 중국이 의장국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하던 6자회담모델을 깨고 미국과 북한이 양자 간에 핵문제를 해결할 여건을 만들었다. 지금 중국은 북한문제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을 만큼 강도 높은 미국의 대중국견제망을 뚫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을 배후에서 응원해주었던 중국과 러시아가 냉전시대처럼 북한을 도울 수 없는 상황을 경제적으로 조성, 북한이 자력으로 미국의 비핵화공세에 대처하도록 몰아가고 있다.

하노이에서 트럼프는 북한의 Small deal책략에 매력을 잃고 No Deal을 선택했다. 이는 미국 국내정세가 트럼프의 우선순위에서 북한보다 더 중요한 상황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Small Deal은 역대 미국정부가 실패해온 길이기 때문에 미국 민주당이나 공화당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컸다. 여기에 자기를 향한 Michael Kohen의 기자회견, 비상사태선언에 대한 의회의 반발 등도 No Deal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이 지난 15개월 동안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자제해 온 점을 참작,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조치를 북한에 대한 보상으로 연장해 주고 있다.(싱가포르 회담이후부터 실시)

 

3. 금후의 전망

착한 강대국은 없다.

한국이나 북한은 어느 경우에나 국제정치차원에서는 플레이어(Player)가 아닌 말이다. 강대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이나 북한의 차이를 크게 의식하지 않으면서 그때 그 때의 자기들의 국익에 비추어 유리한 선택을 해왔다. 구엔 반 티우 월남대통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닉슨은 파리협정에 조인한 후 월남에서 철군하면서 유사시 파병하거나 공중지원을 다짐했다. 그러나 미군철수 후 닉슨은 Watergate사건으로 대통령 직을 물러났고 닉슨을 승계한 포드가 요구한 베트남지원법안이 의회에서 폐기된 직후 베트남은 공산화되었다.

한국은 월남과 다르다.

미국은 중국견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미국에 대한 패권도전을 결코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평택은 미국의 해외주둔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할 가장 큰 군사기지다. 미국이 중국견제에 힘을 쏟고 있는 한 북한이 원하는 주한미군의 철수는 어렵다. 또 북한이 중국의 묵인과 협력 하에 핵과 미사일을 보유한 사실자체를 미국은 전쟁도발상태로 보기 때문에 핵 폐기 없는 종전선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 종전선언의 허구성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6.25동란을 북한은 민족해방전쟁이라고 부른다.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에게 종전선언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종전선언을 내세우는 것은 한반도 정세를 제2의 월남사태로 유도하려는 평화공세에 불과하다. 미국의 대중국견제가 실행 중인 상황에서 북한의 위장평화공세가 먹히기 힘들 것이다.

ICBM만 포기하면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할 것이라는 설.

ICBM을 포기하면 북한의 핵무장은 유명무실해진다. 핵 운반수단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격을 막기 위해 개발한 핵탄두 장착의 ICBM을 없애는 것은 북한입장에서는 핵무기의 포기와 다름없다. 북한이 핵과 ICBM을 떼어서 협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조치가 갖는 의미

네 가지 주장이 있다. 15개월간 지속되고 있는 핵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보상 설 훈련경비의 과다 설(트럼프의 공식명분) 미래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합동군사훈련이 필요하다는 전통적 주장을 북한에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설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불신 설 등이다.

트럼프기 말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에 수억 달러가 들어간다는 주장은 과장이다. 실제로는 1400만 달러 정도다. 현시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항의 불신설이다. 첫째 동맹은 공동의 적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인데 한국정부는 북한을 주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한다. 둘째 남파간첩에 대한 한국정부의 체포, 단속의 약화나 부재다. 이 때문에 합동군사훈련에 수반되는 비밀의 유출을 미국 측이 우려한다고 한다.

한국의 선택

한미동맹의 강화와 북한의 체제변화유도가 핵 폐기의 지름길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상황 속에서 한국은 세일가스로 에너지문제를 해결한 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북한의 체제변화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대화와 교류도 북한체제변화유도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이 사라진 상황 하에서 김정은은 결국 미국의 빅딜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길로 나가는 것이 국익을 실현하는 길이다.

그러나 80평생 통일과 안보문제를 공부해온 필자로서는 작금년처럼 우리 정부와 국익개념이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민하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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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의 길은 갈수록 요원하다

이 글은 2018년 10월호 헌정지에 발표되었다

이 영 일(11, 12, 15대국회의원)  

1. 들어가면서

 

남북한 정상회담과 북미간의 싱가포르회담을 전후해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21세기 최대의 국제정치 화두가 외교적 타결이 가능한 과제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상황은 시간이 흐를수록 타결이 무망(無望)한 것으로 변하고 있다. 북한이 협상테이블에서는 비핵화를 약속하면서도 구체적 행동에서는 미동(微動)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지난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고 612일 싱가포르에서 발표된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대화에서도 비핵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구두(口頭)상으로나 문서상으로 합의는 하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않는 잘못된 습관을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스스로 용도를 폐기한 북한 내 핵 실험시설이나 미사일 발사 기지를 외부전문가들의 검증 없이 일방적으로 해체했다고 발표하고 자기들이 보인 성의만큼 미국도 비핵화개시의 조건으로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종결한다는 이른바 종전선언(終戰宣言)을 해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 그 자체를 전쟁상태로 보기 때문에 비핵화에서 진전이 없는 한 북한을 상대로 종전선언을 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으로부터 폐기해야 할 핵과 미사일 리스트를 받기위해 평양을 가겠다고 기자회견에서 발표한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지시로 방북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에서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교착상태를 타개한다는 명분으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북측에 제안, 오는 918일부터 3일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지난 427일 발표된 판문점 선언을 국회가 비준, 동의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판문점선언에는 금년에 실천에 옮겨야 할 과제로 종전선언을 명기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전이라도 먼저 남북한이 종전선언을 하는데 국회가 따라오도록 몰아가려는 것이다. 이하에서 지금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의 내외정세를 검토하면서 나름대로 비핵화의 전망을 가늠하는 것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

 

2. 당면한 위기의 본질

한미 간에 종전선언을 보는 태도가 이처럼 엇갈리기 때문에 국민들은 현재 정부가 추구하는 종전선언이 꼭 그렇게 되는 것이 문제해결의 정도(正道)인가 아니면 현 정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비공식적으로 평하는 이른바 종북적(從北的) 본색이 들어난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의 문제를 놓고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현시점에서 이른바 생각하는 국민’(사려 깊은 국민들)들은 오늘의 한국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하나같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는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

대한민국의 현재는 생각하는 국민들의 시각으로 볼 때 한마디로 국가안보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의식이 갈수록 고조되는 추세다.

우선 한미관계에서 심각한 우려요소가 나타났다. 트럼프 정권은 역대 미국의 어느 정권과도 달리 동맹경시(同盟輕視)정책을 가시화하고 있다. 동맹이익의 존중보다는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운다. 그는 동맹 국가들을 미국의 국력에 기대어 무임승차하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평가하면서 동맹국들이 자기 부담을 늘려서 미국이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부강하게 되어야 서로에게 유익하다는 주장을 편다. 우리 입장에서 지금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의 비핵화문제까지도 트럼프는 자기가 승리해야 할 미국 중간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카드로 이용하는가하면 때로는 한미 FTA를 재조정, 한국의 부담을 가중시켜 미국의 실리를 챙기고 있다. 트럼프는 비핵화문제를 미국적 실리외교의 틀 속에서 새롭게 재단(裁斷), 가장 중요한 대북제재의 수단의 하나인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훈련중단의 명분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주한미군의 비용절감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말로는 비핵화의 진전 없이는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일방적 중단조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분위기를 크게 이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이 강조하는 북한 핵무기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폐기가 핵위협으로부터 세계평화를 지키는 데 진의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실리외교의 한 방편으로 비핵화를 이용하려는 것인지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모든 대외정책이 대통령 한 사람의 뜻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트럼프의 언동이나 행태는 한미동맹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범국민적 기대와 신뢰를 크게 동요시켰다. 그러나 중국의 역사적인 갑()질보다는 미국이 더 낫기 때문에 우리는 한미관계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 시진핑의 중국은 동아시아 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재편성을 추진하는 한편 전 지구를 무대로 미국과 경쟁을 벌이고 아시아 주변국들을 중국과의 운명공동체에 속한다고 내몰면서 중국의 요구에 순응토록 강박하고 있다. 시진핑이 말하는 운명공동체는 중국이 깔아놓은 멍석위로 주변국들을 끌어들이고 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규범에 주변국들이 따르도록 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사드(Thaad)가 한국에 배치되었을 때 우리에게 보인 태도가 중국의 본 모습이다. 시진핑이 강조하는 아시아 집단안보 론은 아시아 국가들이 반미 친중 노선으로 단결하자는 것이다.

 

셋째로 김정은의 북한은 한국의 문재인 정권이 추구하는 남북관계개선정책을 이용, 트럼프 정권과의 대화를 트면서 미국의 군사옵션을 무력화하고 나아가 대북견제라는 국제사회의 합의를 이완시키는 분위기조성에 성공하고 있다. 또 북중 관계를 극적으로 개선, 고립무위의 상황에서 벗어났다. 이 결과 숨통이 다소 열리자마자 김정은은 비핵화를 외교카드로만 이용하면서 실제로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기정사실로 굳히는데 치중하고 있다. 실로 국가상황이 참으로 어려워졌다. 바로 여기에서 생각하는 국민들의 마음속에 위기의식이 배태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세 하에서 문재인 정권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납득할만한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내치외교를 모두 포퓰리즘(Populism)으로 둘러 대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우리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김정은이 해주기를 바라는 대로만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대외관계에 있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중심의 타산적 태도에 편승하면서도 중국과의 협력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국론은 양분되었다. 지금 국민들의 시국가치관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지향을 달리하는 두 개의 국민으로 갈라지고 있다. 친미(親美) 반북적(反北的) 국민과 용공(容共), 친중(親中), 탈미(脫美)를 지향하는 국민으로 갈리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을 집권과 통치의 주 무기로 삼겠다고 더 민주 당정전원회의(黨政全員會議)에서 강조, 천명함으로써 역대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귀 닳도록 강조하던 국민통합 이야기는 실종되었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넘어서서 앞으로 전 국민이 바라는 비핵화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를 요소별로 분석 검토하면서 앞날을 전망해보고자 한다.

 

3. 미중관계와 우리의 선택문제

 

요즈음 한중관계는 중국식 표현으로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한국의 외교관은 필자가 아는 한 한 사람도 없다. 중국공산당의 최고위층만이 알고 있는 자기들 표현이기 때문이다. 1992년 수교 이래 한중관계는 많은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이 증진되어왔다. 그러나 북경에서 보는 서울과 서울에서 보는 북경은 본질이 다르다. 중국은 주변국에 대해 말로는 상생과 호혜평등을 내세우지만 정책의 실재에서는 전통적인 조공(朝貢)질서에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다. 바로 중국몽(中國夢)이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과 대등해지려는 중국의 도전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무역보복, 기술의 대 중국유출을 철저히 차단하면서 미국의 국력에 도전하는 중국을 강력히 견제한다. 한때 중국외상이던 탕자쉔(唐家璇)은 중국외교가 지금 미국에 도전해서는 안 되며 아직도 상당기간동안 등소평이 제시한 도광양회(韜光養晦)노선을 가야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미국 시카고 대학의 John Mearsheimer교수는 앞으로 미중경쟁관계가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강대국들의 갈등구조 속에서 한국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겠는가. 그간 등소평 이래 중국지도부가 한국을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라고 부르면서 한국대통령들을 초청하고 또 우리 정부의 초청에 응해준 것은 미국 때문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입각, 세계최강의 미군이 한국에 주둔, 밀착방어(Close Deterrence)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국익을 지켜나가려면 중국을 제압할만한 국력을 가진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베트남이 한때 최악의 적이었던 미국에게 자국의 캄란만()을 이용하도록 허용, 대미협력외교의 길을 트는 것은 중국을 다룰 줄 아는 세련된 외교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점에서 우리는 한미관계를 위태롭게 할 탈미(脫美)적 자세는 항상 피해야 할 것이다.

 

4.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 문제

 

문재인 정권이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구사하는 포퓰리즘 정책은 투표로 정권의 명운이 좌우되는 민주국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가 많다. 그러나 포퓰리즘에 지나치게 매달릴 경우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에서 보듯 국가경제가 몰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안보정책이 포퓰리즘으로 흐르면 우방을 상실, 국가안보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포퓰리즘은 그 본질이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국민기만전술이고 대중영합을 통한 인기몰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일시적으로는 기만당할 만큼 어리석지만 결국에는 각성하게 되어 기만의 주체를 응징한다는 것이 공자의 가르침(民至愚 不可欺者民也)이다. 현재 문 정권에서 나타나고 경제정책상의 포퓰리즘에 대해서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찬성보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져서 국민들이 깨어나기 때문에 조만간 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안보 포퓰리즘은 국가의 안위에 관련되는 중요한 문제이면서도 국민들이 알아채기 쉽지 않다. 지금 시중에서 찬반이 극명하게 대립되는 종전선언(終戰宣言)은 오늘의 한반도 상황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안보우려의 해소와 평화달성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인가 아니면 혹시라도 전쟁이 터지면 큰일이라고 우려하거나 막연히 전쟁을 두려워하는 국민일반의 심리적 약점을 이용, 현 정권이 김정은의 주장이나 요청을 대폭 수용하면서 추진하는 대북정책에 국민들이 맹종하도록 끌고 가려는 안보 포퓰리즘이 아닌가를 진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외교정책을 자문하는 문정인 특보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김정은이 비핵화를 놓고 군부와 주민들을 설득할 명분으로 그가 요구하는 종전선언에 미국이 응해야 줘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핵이 북한주민의 핵이 아니고 3대에 걸친 세습독재자의 핵이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는 주민의사와 관계없이 김정은이 임의로 결단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은 여론국가가 아닌 1인 독재정권 아닌가. 김정은이 비핵화라는 약속이행을 위해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을 액면대로 믿고 받아드릴 사람은 지구의 어디에도 없다고 미국은 생각한다. 또 북한이 서울을 임의의 시각에 공격할 수 있도록 휴전선에 전진 배치되어 있는 장사정포가 서울을 겨냥하는 상황을 그대로 둔 채 종전선언이 내온다고 해서 비핵화가 이루어지고 평화의 전망이 트일 것으로 믿거나 기대하는 사람도 없다. 설사 어떤 형태의 종전선언이 발표된다고 해도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현재의 휴전협정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최근 인터뷰와 빅터 차의 최근 기고문 참조)

 

5. 결론: 대북양보에도 한계가 있다.

 

오늘날 남북한 관계는 대화이익이 대결이익보다 크다는 논거에서 대화가 선호된다. 더욱이 핵 이외에는 다른 카드가 없는 북한정권을 상대로 비핵화를 추진하려면 김정은을 달래고 다독이어야 한다. 대결논리만으로는 협상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두 가지다. 우선 우방의 신뢰를 얻는 것이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생각하는(思慮)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도록 모든 편의를 제공, 대결구도를 대화구도로 바꾸었다. 이를 기회로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미국과 북한간의 대화를 주선함으로써 핵문제의 외교적 타결 전망까지 만들어냈다. 문재인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과 대화를 갖게 해줌으로써 우리에게는 아무 실익이 없었지만 김정은에게는 앞에서 지적한대로 엄청난 외교적 이익을 안겨주었다. 김정은의 숨통을 터준 것이다. 여기까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노력을 김정은이 잘 활용한 결과적 혜택으로 보아줄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요소를 한미 간에 충분한 합의 없이 판문점 선언에 끼워 넣었다. 종전선언과 개성연락사무소설치다. 이 조치는 쉽게 말하면 김정은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장계취계(將計就計)한 셈이고 부정적 시각에서 보면 지금까지 진행된 남북관계의 모든 조치가 당초부터 김정은의 요구대로 진행된 것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 한미관계에서 엇박자가 나온 배경이다.

김정은은 숨통이 트이자 중국을 업고 뱃장을 키우면서 비핵화의 시한도 당초의 ‘1년 내에서, 트럼프의 임기 말로 늦추겠다고 한다. 북한은 아직까지는 시리아, 이란처럼 중국을 위한 특수 활동세력이 되어 반미투쟁에 나서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으로 문 대통령의 요구대로 판문점 선언을 우리 국회가 비준한다면 그것은 안보 포퓰리즘 정책에 휘둘렸다는 평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긍정적 시각에서 주변을 둘러보아도 비핵화의 길은 갈수록 요원해지고만 있다.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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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중국식 개혁개방은 성공할 것인가.

(본고는 헌정지 20186월호(46쪽부터 50_에 기고된 글이다)

이 영 일(11, 12, 15대의원, 한중정치외교포럼 회장)

 

1. 들어가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의 대결구도가 대화구도로 전환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정상외교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328일 김정은과 시진핑의 정상회담에 이어 42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에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이 열렸고 이어 58일에는 중국의 다롄에서 금년 들어 두 번째로 시진핑과 김정은 간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오는 612일에는 싱가포르에서 미중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발표되었다.

한반도 정세를 급변시킨 이러한 상황전개는 우리 입장에서 이러한 표현을 쓰기는 거북하지만 그 이니셔티브가 김정은으로 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평창올림픽을 주최하면서 북한의 참가를 호소한 문재인 대통령의 올림픽 외교가 큰 줄거리를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정상외교의 이니셔티브를 잡은 것은 김정은이었다. 김정은의 이러한 외교움직임에서 우리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지난 6년 동안 전례 없는 수준으로 악화되었던 북중 관계를 김정은이 중국을 전격 방문, 우호친선 관계로 복원, 변화시키면서 시진핑과의 대화에서 북한도 등소평의 개혁개방의 길을 빨리 걸었어야 했다고 말하고 그 후 중국대외연락부장 쑹타오와 만나서도 중국 공산당의 경험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그 후 김정은은 중국방문에 뒤이어 평양에서 420일 조선노동당 제73차 전원회의를 열고 핵무기와 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병진정책 중에서 핵무기개발사업은 완료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경제건설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이 선언의 후속조치로 지난 430일에는 당, 국가, 경제, 군부의 간부들이 대거 참여한 경제발전을 위한 연석회의를 열고 인적, 물적, 기술적 잠재력을 총동원한 강력한 사회주의 경제건설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지금 김정은의 이러한 입장표명은 외부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매우 혼란스럽고 모순된다. 그는 북한 내부를 겨냥해서는 핵 보유의 바탕위에서 경제발전에 모든 노력을 집중한다고 말하고 대외적으로는 완전한 비핵화와 경제건설, 그것도 중국식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미국은 김정은이 지난 330일부터 41일 사이에 평양을 방문한 미국 CIA책임자인 폼페이오를 통해 비핵화의지를 확인했고 미국 측은 단순한 비핵화가 아닌 완전하고 확인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가 미국의 요구임을 분명히 했다. 채찍과 당근을 완비하고 있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김정은이 대미기만전술로 비핵화카드를 쓸 수는 없을 것이다. 또 김정은은 남북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 이를 선언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과거처럼 내외여건이 비핵화합의를 북한이 함부로 위반할 상황은 아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미국의 대통령들처럼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임을 누차 강조한 것으로 보아 북한의 핵 폐기 약속이 허언(虛言)으로 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면 현시점에서 김정은이 노리는 중국식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의 경제발전이 가능할 것인가. 이하에서 여건부터 살피면서 검토하기로 한다.

 

2. 여건진단

북한의 김정은이 중국식의 발전모델에서 가장 본받고 싶은 부분은 일당독재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발전을 이룩한 중국의 정치경제체제다.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일당통치를 유지하면서도 개혁개방과 시장경제를 도입, 경제개발에 성공,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중국의 성공을 김정은은 북한에서 재현하고 싶을 것이다. 이점에서 오늘날 중국의 정치경제시스템은 김정은에게 좋은 모범이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은 이렇게 목표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개혁개방을 추진할 여건과 논리는 서로 다르다.

우선 중국은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19649월 원자폭탄실험에 성공하고 이어 수소폭탄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에서 까지 성공, 강대국의 반열에 오르면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이룩함으로써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을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국제사회의 철저한 제재 하에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서는 국제제재를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혁개방을 모색한다. 결국 핵무기와 핵무기운반수단으로서의 탄도미사일까지를 버려야 제재국면에서 벗어나고 비로소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것이다. 이점에서 중국과 북한은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둘째로 중국은 등소평(鄧小平) 주도하에 계급투쟁을 격화시킨 문화대혁명을 완전히 청산하고 지구상에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모택동의 전쟁 불가피론(不可避論)을 핵을 보유한 강대국 간에는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전쟁가피론(戰爭可避論)으로 상황의 논리를 새롭게 정립, 개혁개방의 길에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핵 포기를 전제로 미국이 제공하는 체제보장수단으로서의 북미수교와 한반도 평화협정, 제재해제 그리고 핵 폐기의 대가를 얻음으로써 개혁개방 환경을 조성해보려고 한다.

셋째로 중국은 생산력의 증강수단으로 농민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조치를 통해 생산증가에 따르는 물질적 인센티브를 제공, 사회주의 경제 불황과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인 식량부족사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여기에 시장 경제적 요소가 가미됨으로 해서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이 바탕위에서 개혁개방을 통해 외국기업들의 중국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를 적극 권유, 장려함으로 해서 중국은 탄탄한 경제발전의 궤도에 진입하게 되었다. 넷째로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사상해방을 기함으로써 인간의 창의력을 발휘할 여건을 만들고 외자유치를 위해 당이 주도하여 직장과 거주지를 정해주는 작업단위 체재를 폐지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발전된 남한을 의식하기 때문에 개혁은 하되 개방을 하지 못하는, 즉 개방 없는 개혁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에서도 중국에서처럼 김정은 집권과 동시에 농업과 공업부문에서 자율성을 허용하는 몇 가지 조치를 단행했다. 소위 2012년의 6.28조치를 통해 협동농장 수확물을 국가와 농민이 73의 비율로 나눠 농민 몫을 보장하는 생산물 할당제(일명 포전담당제)를 실시했고 2014년의 5.30조치를 발표, 북한 전역의 공장 기업소의 경영자율권을 인정하는 조치를 강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김정은 정권이 새롭게 내놓은 정책이라기보다는 북한의 이른바 고난의 행군시대에 인민들이 배급체제가 와해된 상황 속에서 생계를 자기들 스스로 책임을 지면서 이룩한 경제관리의 성과를 추후에 북한정권이 수용,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 중국처럼 정부가 개혁개방의 이니셔티브를 쥔 위로부터의(Top Down) 개혁이 아니고 인민들이 굶어죽기 않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 낸 시장 경제적 요소를 정권이 어쩔 수없이 수용한(아래로부터 치고 올라간 개혁)결과다. 이점도 중국과 북한간의 차이점이다. 이와 관련 Hazel SmithNorth Korea: Market and Military Rule에서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사회는 정치적 자유가 없는 가운데 시장화개혁이 자율적으로 아래로부터 이루어졌음을 자세히 논증하고 있다. 그는 1990년대 중반이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대중의 식량구입으로부터 직업선택, 일상적인 정보접근에 이르는 모든 것을 장악 통제했던 김일성주의는 그 밑뿌리부터 완전히 붕괴되었고 국가와 당은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대해 통제능력을 거의 상실했으며 사회생활의 주체가 당이나 자기가 속했던 직능단체가 아닌 가구(家口)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라종일(羅鍾一) 교수도 최근 그의 인터뷰에서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에 의하면 북한은 각자가 생계수단을 갖는 자본주의 사회와는 달리 노동과 생계가 별개였다. 노동은 의무이고 생계는 국가의 혜택을 의미했는데 1990년대 중반 이를 지탱해주던 배급시스템이 붕괴되었다. 의무는 의무대로 하는데 국가가 혜택을 베풀어 주지 못하자 제각각 자기가 벌어서 자기가 먹는 체제로 변했다. 지금은 오히려 국가가 시장에 기생하면서 먹고 산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정일로부터 권력을 세습한 김정은도 이제 자기 힘으로 시장을 이겨 김일성주의를 복원할 수 없기 때문에 비핵화카드를 상장(上場)시킴으로써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개발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서 북한이 개혁개방을 서두르는 또 다른 이유는 유엔의 대북한 제재(制裁)가 강화되는 국면에서 북한의 대 중국 무역의존도는 이미 90%를 상회했고 이대로 가면 북한은 중국의 종속국(Client State)이 되어야 할 형편이다. 이런데도 중국은 북한에 대한 유엔안보리제재를 줄곧 지지하는가 하면 북한에 대한 외교적 갑()질을 끊지도 않았다. 김정은은 이러한 상황을 탈피하는 방법으로 미국에게 비핵화를 협상 카드로 내밀면서 체제보장을 요구, 외교다변화를 모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일당 통제 하에 경제개발에 성공하고 있는 베트남도 북한에는 좋은 참고가 되지만 베트남 역시 북한과는 달리 개혁개방이라는 도이모이(刷新)정책을 공산당 주도로 실시했다는 사실이다. 또 베트남은 남한과 북한이라는 상호비교단위가 없는 통일국가인 점도 북한의 입장과 구별되는 베트남의 이점(利點)일 것이다. 북한은 남북한 분단 경쟁상황에서 항상 심리전 차원의 부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3. 전망

북한의 김정일 시대에도 개혁개방을 향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자기가 취한 개혁조치의 성과가 미흡하거나 체제유지에 부담이 온다면 그 정책을 즉각 팽개치고 관련자에게 책임을 덧씌워 숙청하기 일 수였다. 과거 7.1 경제개선조치나 화폐개혁이 실패로 돌아가자 관련자들을 모두 숙청했고 신의주 경제개발특구도 중국이 압력을 가하자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김정은은 지금까지 자기가 내린 결정으로서의 6.28조치나 5.30 조치를 계속 유지할 뿐만 아니라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잘 이행하고 나름대로 노동당에 대해 약속한 핵개발과 경제병진정책을 나름대로 잘 이행해왔다. 24개 지역을 경제개발특구로 지정해 놓고 외국자본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소기업과 자영업 정책에서도 변화된 정책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 2010년에 종합시장이 200개에서 현재 500여개로 늘어났고 시장에 대한 억압이나 통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시장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정은은 시장화 개혁를 계속 밀고나가면서 자기가 밝힌 정책이나 공약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의 진보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는 김정은이 비핵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고 미국과 수교하게 되면 북한 경제는 잘 나갈 때의 중국경제성장률을 능가, 연평균 15%까지 성장률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어디까지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면서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을 확고히 해주고 남북한 관계가 개선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또 우리 사회 일각에는 한미양국이 최대의 압박정책을 계속하면서 재제를 강화하면 3대세습의 독재정권이 결국 붕괴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비핵화협상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비판하는 견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전통적인 공산정권과는 달리 동양적 전제주의(Oriental Despotism)문화를 주민 지배원리로 적용하여 지난 70년 동안 주민의 조직과 장악, 통제의 노하우에서는 다른 어떤 전체주의 국가도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강화된 지배동맹체제가 지속되어 왔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여기에 남북분단이라는 경쟁적 요소가 북한지배층과 주민들을 결속시키는 접착제로 가미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붕괴보다는 비핵화협상을 성공시켜 점진적 진화를 통한 남북관계발전을 추구하면서 북한이 개혁개방의 결과로 선진화되는 발전의 도정에 오르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남북한이 서로 잘사는 상태에서 만나 하나로 통합되는 통일을 꿈꿔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의 통일은 전통적 의미의 재통일(Reunification)이 아닌 새 통일(New Unification)일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핵화를 위한 정상외교가 상생을 위한 합의로 성공된다면 북한의 개혁을 통한 경제발전은 성공할 것이고 그 결과로서 우리가 바라는 새 통일의 일정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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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정상외교의 전망

이 글은 2018517일 프레스센터 18층에서 열린 평화포럼에서 행한 이영일의 연설이다.

이 영 일(11, 12, 15대의원, 한중정치외교포럼회장)

 

1. 정상외교의 시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협상이 동북아시아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상회담이 외교의 주요수단으로 등장함으로 해서 실무차원의 대화보다는 정상들 수준의 통 큰 결단들이 어려운 난제를 해결국면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결정권이 1인에게 집중되어 있는 독재국가를 상대로 하는 외교는 정상외교가 필수적이다. 실무 차원의 협상과는 달리 위에서 아래로 (Top down)협상의 결론적 지침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가 있는 서방측 정상들은 협상의 효과에서 가장 중요한 디테일보다는 선거에 유리한 성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포괄적인 원칙 합의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비핵화가 목적인 회담에서는 원칙합의(Agreement in Principle)도 중요하지만 세밀한 검증의 중요성도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2. 김정은은 왜 비핵화협상에 나오는가.

 

좌파논객들의 관점

좌파논객들은 김정은은 이미 핵무기를 완성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고 탄도미사일도 사실상의 완성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실험과 개발을 향한 노력보다는 협상을 통해 자국의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경제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얻는 수단으로 비핵화카드를 내놓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북한의 김정은은 연평균 성장 12~13%를 과시하던 중국보다도 더 빠른 연평균 15% 성장률로 북한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협상에 나선다고 한다. (이종석 등)

 

우파 내지 서방측 관점

우파진영의 학자들, 특히 미국과 서방측 전문가들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일관성 있게 가해온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제재(制裁)와 미국과 일본, 유럽각국들이 가하는 독자제재, 여기에 지난 116~186.25참전국가 외무, 국방상들을 캐나다의 Vancouver에 초청, 북한제재를 위한 역할분담에 합의하는 등 최대의 압력(Maximum Pressure)행사합의가 김정은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비핵화협상에 나오게 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유엔대사 헤일리(Haily)도 미국이 가한 제재압력으로 북한은 지금 질식 상태에 빠졌으며 이것이 대화를 선택한 배경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중시

김정은은 비핵화협상에 응하는 명분으로는 핵과 미사일개발의 성공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트럼프가 추구한 최대의 압박공세 때문이다. 트럼프는 취임 이래 자기의 공약은 국내외의 어떤 비판이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거의 빠짐없이 지키고 있다. 미국의 참수작전(斬首作戰)은 김정은과 핵심지도층의 생명에 대한 위협이다. Regime Change압박도 단순한 위협이나 허구가 아닌 체제위협이다. 이 점에서 미국이 가진 전략자산의 전개와 군사적 옵션이 김정은의 태도를 바꾼 가장 중요한 배경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27일 문재인과 김정은 간의 회담 전인 지난 331일부터 41일사이의 부활절 휴가 중에 벌써 마이크 폼페이오(Michael Richard Pompeo) 미국 CIA책임자를 북한에 보내 김정은과 먼저 대화하고 협상전망을 열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이전에 이미 미국 측과의 사전 대화를 마치고 남북정상회담을 가졌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은에게 있어서는 실질문제를 주고받는 진지한 협상테이블이기 보다는 선전목적에 비중을 두는 외교적 이벤트나 쇼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후 미국에서는 최근CVID보다 더 강한 요구를 담는 PVID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보유한 Weapon of Mass Destruction의 개념을 생화학무기로 까지 확대하고 있는데 북한은 이러한 미국요구까지를 수용할 것인지는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PVID: 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북한의 최종적 선택

김정은은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에 드는 비용을 안보리 결의 2375호의 국제 제재 하에서는 더 이상 조달할 여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북한은 맹렬히 반대한다. 그것은 한미연습이 정례적인 것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그러한 군사연습이 행해질 경우 거기에 자기들도 상응하는 연습과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부담이 북한에게는 너무 크기 때문이다. 김정은 자신의 생명과 자기 체제를 지키기 위한 최종수단으로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나왔다고 보는 설이 우세하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미국이 말하는 "비핵화"4.27 선언에서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과 뜻이 같은지 여부다. 문재인 대통령의 참모들은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남한의 비핵화, 즉 남한에서도 핵우산을 걷어내야 한다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지난 51 일 한겨레신문에서 문정인-이종석은 대담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과정에서 북의 비핵화와 함께 우리도 결국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면서 북한에게는 비핵화 하라고 하면서 우리가 미국의 핵우산아래 있겠다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식이 없는 주장이라고 말하고 핵의 비대칭성이 생기면 북한이 다시 핵 보유를 원하거나 중러에게서 핵우산을 구하려 들 것이기 때문임을 내세웠다.

그런데 지난 510일 트럼프 대통령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를 인용하면 나의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은 한반도 전체를 비핵화(Denuclearize that entire Korean Peninsula)하는 때일 것이라면서 그것의 의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로 평화가 정착되면 남과 북간에는 평화가 실현될 것이고 더불어 미국과 북한이 수교함으로써 북한체제도 미국이 보장해주는 시스템으로 기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이 남북한의 평화를 보장한다는 전제에서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문정인, 이종석 씨 등의 주장이 북한이 항상 주장해온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한반도 비핵화라고 보는데 반해 트럼프의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이 보장하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실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개념과 뉘앙스가 크게 다른 것 같다.

 

2. 협상의 진행과 한국의 위상

 

앞으로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회담으로 비핵화의 전망이 확 트일까.

 

미국이 가장 큰 손이다

외교협상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증권회사의 주식거래에서처럼 북한이 비상장주(非上場株)로 가지고 있던 핵무기를 상장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핵무기비확산 정책추진에서 가장 큰 손인 미국이 이 제안을 어떻게 받느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제안을 즉각 수락했다. 물론 이에 앞서 북한과 중국 간에 지난 328일 정상회담도 열렸지만 이는 대세에 영향을 미칠 만큼 주요한 관심사가 아니다. 미국만큼 채찍과 당근을 가지고 주식매입에 직접 나설 큰 손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 외교의 안타까움

지난 427일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기능은 무엇이었던가. 상식적으로 말하면 한국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이며 한국은 또한 실질 당사자이기 때문에 가장 큰 손인 미국에 편승(Band-wagoning)하여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도록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태도는 애매하다. 평화협정과 비핵화의 우선순위를 전도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비핵화의 결과로서의 평화협정이나 남북한 간의 적대해위중지가 아니라 선 평화협정, 후 비핵화를 택함으로써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미북 협상에서 미국이 사용할 군사옵션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John Robert Bolton) 안보보좌관은 판문점 선언이 끝난 후 남북한이 합의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체결문제, 한반도비핵화 등에서 미국은 남북한 간의 합의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비핵화협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3. 중국의 태도 전망

 

김정은의 돋보이는 외교돌파력

중국은 비핵화를 처리할 큰 손은 아니다. 그러나 비핵화를 몰아가는 대북제재의 중요한 축의 하나다. 그간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김정은을 냉대했다. 주석에 오른 후 지난 6년 동안 북한에 가지도 않았고 김정은을 중국에 초청하지도 않았다. 중국과 북한 간에 1961년에 체결한 상호원조조약의 존재에 대해서도 사실상 실효(失效)된 조약이라고 말하거나 북한을 동맹국가라기보다는 일반적인 국가대 국가관계임을 강조하면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10여회에 걸친 북한에 대한 제재에 찬표를 던져왔다. 북한이 중국과의 사전협의 없이 핵무기 파동을 일으켜 중국의 안보외교에 큰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때 우방이었던 중국의 이런 냉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평창 동계올림픽참가를 계기로 한국과 대화를 열었고 한국을 통해 미국 트럼프와의 대화기회를 만들어 냄으로써 시진핑이 자기의 면담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여건을 능동적으로 조성한 것이다.

 

중국은 북한을 전통적 우방으로 복원

김정은이 미국대통령과의 정상급 대화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김정은이 시진핑의 면담을 요청하자 중국은 이를 즉각 수용하고 방문한 김정은을 극상(極上)으로 환대했다. 중국의 고위 영도들과 최고전략가로서의 왕후닝까지 나와서 김정은을 영접했다. 여기에서 김정은은 미국의 위력을 느꼈을 것이다.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대화를 수락함으로 말미암아 김정은은 비핵화를 향한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의 중요 행위자(Player)로 부상하게 되었다. 브로커나 메신저가 아닌 행위자로 된 것이다.

김정은은 방중기간동안 문재인 대통령처럼 중국을 대국으로 치켜세우고 자국을 소국으로 낮추는 외교수사도 사용하지 않았다. 비핵화의 협상에 나선 배경을 설명하면서 북한도 중국처럼 일찍이 개혁개방에 나섰더라면 좋았을 것 같았다고 말하고 앞으로 북한이 경제건설에 올인 할 뜻을 비쳤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태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심화되면서 현재 북한의 대 중국무역의존도는 90%를 넘어섰다. 현 상태를 그대로 둔다면 북한은 중국에 경제적으로 완전 종속되면서 위성국수준으로 전락할 상황이다. 이런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외교적인 갑 질을 서슴지 않았다.

또 한편 중국은 1991년 중국이 한국의 휴전협정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즉 바꾸어 말하면 문서상 한국과의 적대관계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수교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북한은 중국이 현재의 휴전협정에서 이미 탈퇴한 국가로 간주해 왔다. 4.27선언의 종전선언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국면에서 3자 내지 4자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런 인식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황한 중국은 왕이(王毅)중국외상을 지난 430일 북한에 파견, 중국이 휴전협정의 당사자임을 상기시켰다. 평화협정이 3자로 합의될 경우 중국이 배제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김정일도 그가 2008년 노무현과의 정상회담에서도 3자 내지 4자 론을 들고 나온 일이 있는데 그 이유역시 맥락은 같다. 특히 한중수교 후 북한이 휴전협정에 의거, 북한에 체류하는 중국대표단을 강제로 철거시킨 조치도 여기에 연관된다. 엄격한 의미에서 종전 선언에는 중국이 꼭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평화협정체결에서는 중국의 참여는 필수적이라는 것이 다수다. 한편 북한은 비핵화협상을 통해 중국일변도에서 벗어나려는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Jean-Pierre Cabestan,"What is Kim Jung-Un's Game, May 8.2018 NYT참조)

 

미중관계의 갈등과 협력

시진핑은 현재 동북아시아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이 지역에서 중국이 패자(Hegemon)가 되는 것을 중국의 꿈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비핵화가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원한다. 북한의 비핵화는 동북아 대륙에서 핵 독점국가로서의 중국의 지위(상임이사국으로서 받는 지위)를 지키는 길이고 나아가 미국이 군사적으로 이 지역에 개입할 명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반면 미국은 전 세계 비확산체제를 지키기 위해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한다. 현시점에서 미국과 중국은 북한비핵화를 추구하는 내면적 동기는 다르지만 비핵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진행을 지켜보면서 적절한 개입의 여지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이 중국이 배제된 3자간의 협상으로 진행된다면 중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4. 앞으로의 전망

 

현재 미북 정상대화에 대해 밝은 전망과 함께 우려도 뒤 따른다. 낙관론은 김정은이 그의 선대들이 오래 동안 추구해온 미국 정상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는데 이를 아무 소득 없이 끝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제재재가 가중되는 속에서 더 이상 핵과 미사일 개발을 추진할 여력이 소진되는 상황에서 어렵사리 맞게 된 협상의 기회를 김정은이 그냥 놓칠 리 없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갑 질 외교에 질린 북한이 미국과 제휴하게 될 기회를 허송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전망이 밝다는 견해도 많다.

 

대북협상전문가들의 우려

미국의 북한문제전문가나 오래 동안 대북협상에 종사해온 사람들은 공산주의자들이 시간을 끌어가면서 상대방이 동의할 수 없는 강탈적 요구(Extortive demand)를 제기, 협상타결에 난관을 조성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예컨대, 비핵화의 집행방법으로서의 사찰문제, 핵과 미사일 처리방식, 보상의 규모, 절차와 시기, 체제보장을 위한 평화체제 등 산적한 과제를 한 차례의 정상회담으로 일거에 처리할 수 없을 것이고 북한의 요구수준과 미국의 대응수준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협상이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파탄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과거 실패되풀이 않는다고 선언

트럼프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이 협상에 임한다. 미국은 채찍과 당근을 모두 지닌 협상의 주체이기 때문에 정상수준에서 통 큰 원칙합의(Agreement in Principle)를 이룸과 동시에 핵 폐기의 구체적 조치와 집행을 우선적으로 실시할 것을 요구하여 김정은의 동의를 얻어내려 할 것이다. 이 동의를 이끌어낸다면 그는 실패가 아니라 성공했다고 선언할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확실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평화협정의 결과로서 주한 미군의 지위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엄밀히 말해서 평화협정과 한미방위동맹조약은 전혀 별개이기 때문에 한미방위동맹에 근거해서 주둔하는 미군의 지위에 평화협정이 영향을 미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체결될 평화협정에는 이 협정의 효력을 보장하기위해 남북한과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이 서명하고 유엔을 대표해서 유엔사무총장도 서명할 수 있다. 또 한반도 안보정세변화에 영향을 받는 일본도 서명에 참가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북한 비핵화의 결과로서 미국과 북한이 수교하고 미국이 북한의 안보, 나아가 북한체제의 안전까지 보장하겠다면 전통 국제법상의 절차나 요건 보다는 실질문제로서 수교협상에 더 큰 비중을 두기 때문에 의외의 대안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주한 미군문제

현재 북한에는 행정관할권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외국군대가 한국의 미군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군사전략차원에서 보면 북한지역과 산수상련(山水相連)인 중국 땅에 중국최강의 막강한 심양(審陽)군구가 있고 러시아의 동부 시베리아에도 극동군 사령부가 있어 이렇게 배비된 군사력이 주한미군과 함께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시아의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상황의 지속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와 이를 달성할 국제조약으로서의 평화협정체제를 보장하는 균형상황일 것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한미동맹이 해체되고 그것의 결과로서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고식적인 해법은 상항에 따라, 또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느끼는 안보상황인식에 따라 가변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한반도 비핵지대화론은 김일성, 김정은의 유훈은 될지언정 현실적인 문제해결방도와는 거리가 멀 수도 있을 것이다.

 

*정상회담의 예상결론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CIA20기를, 국방정보국은 60기의 핵탄두를 가졌다고 평가, 숫자상 차이는 나지만 이란(Iran)과는 달리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정권이다. 핵을 보유한 나라에서 핵무기, 핵 기술과 핵물질을 완전히 포기시키는 비핵화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 미국의 핵군축 전문가들이 현시점에서 내리고 있는 결론이다.

이란의 재래식 무기 실태조사책임을 맡았던 David A. Kay는 북한비핵화를 위해 핵 기지의 색출과 공장부지, 핵연료와 핵물질 등을 조사하는데 필요한 요원이 최소 300명이상인데 이 중에서 필수적인 기술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찾기는 매우 힘들고 실태조사에 나설 경우 북한 군대들의 예상되는 반발 속에서 은익된 핵탄두나 물질을 색출해 내는 것도 이란보다는 북한이 훨씬 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어 그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북한이 신고하고 제출하는 자료와 내놓는 탄두나 미사일, 핵물질 등을 조사하는 도리밖에 없다면서 자기는 이렇게 이루어지는 핵 폐기가 진정한 의미의 비핵화라고 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NYT와의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Verifying the End of a Nuclear North Korea ‘Could Make Iran Look Easy’By David E. Sanger and William J. Broad, May 6, 2018)

결국 미북 정상회담은 모두가 완벽하다고 기대할 만큼 철저한 비핵화가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상호 인지하며 진행하는 협상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이 신고하는 핵무기의 폐기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당면한 비핵화의 현실적 목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준으로 북핵문제가 일단락되기는 어렵다. 시일을 두고 비핵화의 디테일한 과정을 펼쳐나가면서 상호간에 비핵화의 전망에 대해 신뢰를 쌓는 가운데 제재완화문제가 논의될 것이다. 이러한 성과가 확보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국대통령가운데 처음으로 북 핵의 난국을 해결한 인물로 자신을 자기 트위터에 부각시키면서 다가올 10월의 미국중간선거와 자신을 향한 국내의 여러 가지 도전들을 돌파할 수단으로 협상성과를 활용할 것이다.

동시에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는 중국이 조정하는 기준에 따라 해제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그리고 북한은 제재상황을 이렇게 돌파한 후 경제개발에 매진한다는 구도를 만들 것이다.

설사 북한이 핵무기를 100% 완벽하게 폐기한다 해도 대부분의 나라들은 북한이 어딘가에 핵을 숨겨놨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결국 북한은 이런 상황을 이용, 암묵적인 핵보유국으로 행세하면서 경제개발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9일자 한 일간지의 칼럼은 매우 시사적이다.“북한 비핵화에 트럼프 대통령은 '양날의 칼'이다. 어쩌면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북한 비핵화의 길을 열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론 김정은의 양보에 혹해 바로 "친구"라고 부르며 김씨 왕조에 정당성만 부여할 수도 있다. ·북 정상회담을 바라보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이유다.”

 

한국정부의 과제

 

2국가체제로 발전

지난 4.27 정상회담 후에 발표된 성명서에서 눈에 띄는 두 가지 특징은 양자 공히 정식으로 국명과 직책을 선언에서 밝힌 것이다. 두 번째로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체결에 합의한 것이다.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면 북한의 영토범위를 확정해야 하며 여기에서 개헌문제가 따른다. 또 주한미군 주둔명분이 바뀌게 될 수 있다. 평화협정체결로 한미방위조약이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그러나 미 8군사령관이 겸하고 있는 유엔군 사령관의 모자를 벗고 한미연합사령관의 모자만 쓰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는데 이것도 한미협의의 결과여야 한다.

 

결국 한국과 북한은 2국가체제로 나가게 되며 동서독처럼 분단의 실현에 의해 분단을 지양(止揚)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평화통일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이 모두 선진화에 성공해서 잘사는 상태에서 하나로 합쳐지는 통일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통일은 재통일(Reunification)이 아니라 새 통일(new Unification)로 정의될 것이며 이것이 아마도 우리가 내다볼 비전으로 되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도 한번 이 자리에서 나누고 싶다.

 

지정학적(地政學的)외교노선 재정립

한반도의 위치는 변경할 수 없지만 한국의 외교노선은 바꿀 수 있다. 동북아시아지역에서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은 한반도를 자기들의 영향권아래 묶어두기 위해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 교훈은 대륙세력인 중국에 매달려 있을 때 한국은 가장 못살았고 가난했다는 사실이다. 조공(朝貢)을 바치고 중국의 갑 질에 시달렸다.

해방 후 동서냉전의 와중에서 우리는 지정학적 운명을 대륙세력의 꼬리에서 해양세력의 대륙진출교두보로 바꾸었다.(이승만 노선) 이 변화로 우리는 세계랭킹 10위권을 넘나드는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대륙의 꼬리가 아닌 해양세력의 대륙진출교두보로서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수하는 것이 나는 올바른 노선으로 보는데 여러분들이 생각은 어떤지 묻고 싶다.

 

용미(用美)정책의 발전과 강화

미국과 중국의 양다리외교는 매우 위태롭다. 약소국가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균형외교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강자들이 사용할 때만 공공재처럼 보인다. 중국은 지경학적으로 보아 경제협력대상국이다. 중국이 노리는 정치적, 안보적 예속의 강요를 차단하려면 미국의 지원과 협력이 필수이기 때문에 여기에 한국외교가 백번 강조해도 부족한 용미정책의 중요성이다. 동시에 용일(用日)정책도 우리의 카드가 되어야 한다. 용미정책과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CVID의 비핵화, 나아가서는 PVID까지를 도모할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외교의 역점은 세력균형 유지

2국가 체제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민족끼리라는 허구에 매달리기보다는 철저한 세력균형유지에 외교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교류와 협력도 세력균형의 실현과 유지에 필요한 경우로 한정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북한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혁개방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도 세력균형의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한미동맹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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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칼럼] 미국 없이 살아남기

2018.04.24 조선

이번 주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미·북 정상회담, ·중 회담 등 일련의 정상급 교환은 한반도의 미래와 운명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것이 한국에 바람직한 방향일지, 불길한 전조일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이 있다. 즉 한국에서 미국의 역할과 기능은 끝나가고 한국은 북한·중국·일본 등과의 각축전에 내몰리게 된다는 점이다. 한국은 이제 미국 없이 이 각축전에서 살아남는 방식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불분명하지만 핵을 포기하면 평화 체제, ·북 관계의 정상화를 요구할 것이고, 이는 주한 미군 철수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북한이 핵 포기를 끝내 거부하면 미국의 경제적 내지 군사적 옵션이 뒤따를 것이고, 북한은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어느 경우든 주한 미군의 역할과 기능은 끝나게 된다.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은 위성으로 살아남고 한국은 미국 빠진 외톨이가 되면 결과적으로 한반도 전부가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는 것을 바라왔다. 중국이 동아시아에 군림하는 데 있어 한반도 남쪽에 진을 치고 있는 미군의 존재가 항상 걸림돌이었다.한국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는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주한 미군 문제에 유보적 입장이다. 하지만 미군 철수, 평화협정 등을 요구하는 반미 세력의 활동은 이 정권하에서 가히 '자기 세상' 만난 느낌이다. 좌파 인사들은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자면 적어도 미·북 관계 개선, 주한 미군 철수 정도는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세계 어느 곳에서든 '셀프 경찰'로 행세하는 것에 제동을 걸고 있는 사람이다. 도움을 받는 나라가 경비를 대면서 매달리면 모를까 자기 돈 내서 주둔시키고 게다가 주변국들이 모두 반대하고 심지어 주둔국까지 반미 데모를 방관(?)하는 상황에서조차 미군 주둔을 고집할 전략가가 아니다. '전쟁광()'들에 둘러싸인 위험지대(한국)에 왜, 무엇을 위해 3만여명의 미군 생명을 방치하는가 하는 여론이 미국 내에 있다. 어쩌면 주한 미군은 '장사꾼'인 그에게 흥정거리일 뿐일는지 모른다.주한 미군이 빠진다고 한·미 관계까지 파국으로 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미군이 빠지고 나면 대한민국이 북한·중국 그리고 역설적으로 일본의 놀이터가 되고, 싸움터가 되고, 거래터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특히 북한을 다시 일으켜 세우지 못해서 안달이 난 세력들, 기회주의적인 친북파-친중파, 이념적 공산주의자, 감상적인 리버럴 그리고 그것을 총망라한 좌파 정치가 준동(蠢動)하는 상황에서는 미군의 철수는 곧 한·미 관계의 퇴행으로 갈 것이 뻔하다.한국은 2차 대전 후 미국의 손에 이끌려 중국과 일본의 굴레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세계로 나올 수 있었다. 수천년 우리는 비굴하게 살았다. 중국의 속국으로, 일본의 식민지로 그리고 사대주의자들의 착취에 시달리며 살았다. 우리는 미국 덕에 그것을 벗어났다. 이후 70년은 이 땅의 5000년 역사에서 가장 잘 살았고, 가장 자유로웠고, 민주적이었고, 가장 활기찼던 시기였다.우리는 미국의 도움을 받았지만 미국으로 인해 주권을 훼손당한 적도, 국토를 할양당한 적도 없었다. 한국은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 가장 이른 시일에 민주주의를 익혔고, 시장경제를 정착시킨 유일한 나라였다. 우리는 좀 더 높은 지식을 얻기 위해 미국의 대학엘 갔고, 영어를 익혔고, 미국 문화를 접했다. 미국과 거래하며 시장과 장사를 배웠고, 기술을 익혔고, 달러의 힘을 알았다.그런 시대는 끝나는 것인가. 역사를 모르는, 역사를 왜곡하는 세력들이 우리를 70여년 전 동북아의 구도 속으로 되돌리고 있다. 왼쪽에 중국, 오른쪽에 일본 그리고 북쪽에 북한이 있는 동북아의 '감옥'으로 우리를 다시 욱여넣으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언필칭 '우리 민족끼리' 남북이 서로 피해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자고 한다.그렇게만 된다면 지난 70년을 아쉬워하지 않아도 좋다. 문제는 우리는 무장 해제된 채 저들의 선의만 믿고 살 수 없다는 데 있다. 우리가 미국의 후광 없이 중국의 무력과 종주(宗主) 의식을 버텨낼 수 있는가? 일본의 재무장을 바라만 봐야 하는가? 북한의 '한국 잠식'을 견디어낼 수 있을까? 우리 내부의 패배 의식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미국과 세계의 자본이 빠진 한국 경제의 몰락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3/20180423027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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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70년 현대사를 제 위치에 올려야 한다.

 

김태익 논설위원 입력 : 2018.04.24.(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은 사흘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러 판문점에 간다. 문 대통령이 길을 나서는 광화문광장의 정부 종합청사에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제주 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70년 전 이 땅에서 일어난 사건 중에는 기념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다. 최초의 국회의원 총선거, 헌법 제정·공포, 초대 대통령 선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그런데 칠순(七旬) 대접을 제대로 받는 것은 4·3뿐이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올해 예산안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70주년 관련 항목은 '0'이었다. 올해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에는 국비 75억원을 포함해 1684400만원이 들어간다. 4·3에서의 양민 희생은 다시는 있어선 안 될 불행한 역사다.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 출범을 저지하려는 남로당의 무장 반란이라는 사건의 원인까지 다시 평가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 11일 신년사에서 "올해 우리는 영광스러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일흔 돌을 맞이하게 된다""자기 국가의 창건 일흔 돌을 성대히 기념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의의 깊은 일"이라고 했다.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있다"며 엄포를 놓던 그 연설이다. 김정은은 자기네 공화국을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최대의 애국 유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화국 창건을 "주체 조선의 건국(建國)"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새해 첫 공식 일정으로 현충원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이렇게 썼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건국 백년을 준비하겠습니다'. 정상회담은 기()와 의지의 대결이다. 이 대결을 뒷받침하는 힘은 자기 국가·체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에서 나온다.

 

김정은은 공화국 창건 70주년을 '대경사(大慶事)'라며 자축하는데 우리 대통령에게는 '대한민국 70'에 대한 경의(敬意)가 없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작년 대선 기간 중에는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 임정기념관 터를 찾아 "아직도 대한민국은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지 못했다"고 했다.

 

북한의 '공화국' 창건 과정은 김정은이 얘기하는 '영광'과 애초 거리가 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 자체가 소련 공산당 작품이었다. 헌법도 소련이 동구권에 위성국가들 세울 때 전례에 따라 자구(字句) 하나하나까지 지시해 만든 것이었다. 김일성은 초대 내각 명단을 보내 소련 공산당의 심사를 받았다.

 

지난 70년은 남북한 체제 경쟁의 역사였다. 남쪽 체제를 견인해 온 것이 올해 70주년을 맞는 대한민국 정부인데, 문 대통령과 현 집권 세력은 이걸 안 보고 100년 전 상해 임시정부로 뒷걸음질하고 있다. 해방 당시 북한의 공업 생산력은 남한에 비해 압도적 우위에 있었다. 한반도 전력의 92%, 철광석의 98%, 금속 산업의 90%, 화학 산업의 82%가 북에 있었다. 이런 열세(劣勢)와 악조건 속에서 북의 공화국보다 더 번영하고, 더 민주적이고, 더 활기찬 나라로 성장한 게 대한민국의 지난 70년이었다. 그런데 공화국 창건 70년은 있고 대한민국 수립 70년은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

 

정부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표어를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고 내걸었다. 평화는 중요하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더욱 번성할 수 있는 평화를 만드는 것은 더 중요하다. 지금 같은 때일수록 체제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하고 우리가 이룬 것들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게 필요하다. 대통령부터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 생각일랑 지우고 회담장에 가시기를 부탁드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3/20180423027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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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정상외교의 전망

 이 영 일(11, 12, 15대의원, 한중정치외교포럼회장)

 (헌정지 2018년 4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1. 들어가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협상이 동북아시아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상회담이 외교의 주요수단으로 등장함으로 해서 실무차원의 대화보다는 정상들 수준의 통 큰 결단들이 어려운 난제를 해결국면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외교는 실무 차원의 협상과는 달리 위에서 아래로 (Top down)협상의 결론적 지침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실무수준의 정밀한 작업을 통해 합의의 내역과 이행절차가 구체화되겠지만 문제해결을 향한 협상과정이 비교적 단순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문제는 20년 이상 끌어온 지구상의 난제중의 난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협상 주체들이 서로 간에 상대방을 기만하거나 일시적 위기모면수단으로 상황을 미봉하려는 협상이 아니고 자국의 이익을 상대방 이익과의 관계에서 실용적으로 재구성 할 의지를 갖고 협상에 임한다면 의외로 해결의 길이 쉽게 열릴 수도 있다. 더욱이 북핵문제는 20년 이상 끌어온 주제이기 때문에 협상상대방들에게 서로 놓여있는 상황과 처지, 사용할 수 있는 외교카드가 모두 알려져 있다는 것도 협상의 전망을 어둡게만 볼 수 없는 요소다.

 

김정은의 의도는 무엇인가

현재 국내에는 비핵화협상을 선택한 김정은의 의도를 놓고 두 가지의 상이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좌파논객들은 한반도의 아침칼럼난을 통해 김정은은 이미 핵무기를 완성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고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사실상의 완성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실험과 개발을 향한 노력보다는 협상을 통해 자국의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경제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얻는 수단으로 비핵화카드를 내놓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나 김용현 교수 등이 지적하는 분석이다. 특히 이종석에 의하면 북한의 김정은은 연평균 성장 12~13%를 과시하던 중국보다도 더 빠른 연평균 15% 성장률로 북한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작년에 소위 강남개발구를 설치했다면서 지금 시장화개혁과 더불어 식량난도 많이 해소된 상태이기 때문에 여유 있게 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오 마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한다.

이 반면 우파진영의 학자들, 특히 미국과 서방측 전문가들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일관성 있게 가해온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제재(制裁)와 미국과 일본, 유럽각국들이 가하는 독자제재, 여기에 6.25참전국가 외무국방상들이 캐나다의 벤쿠버에 모여 북한제재를 위한 역할분담에 합의하는 등 최대의 압력(Maximum Pressure)이 김정은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비핵화협상에 나오게 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유엔대사 헤일리(Haily)도 미국이 가한 제재압력으로 북한은 지금 질식 상태에 빠졌으며 이것이 대화를 선택한 배경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의용 특사도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방문결과와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각하의 최대압력이 협상국면을 열게 하였다고 발언한 것도 압력설의 효용을 말한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협상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간에 오는 427일로 예정되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에도 5월말이나 6월초에 열린다고 발표되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27~28일 정상대화를 끝냈다. 그러면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는 한반도 비핵화협상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2. 협상의 진행과 한국의 위상

평창 동계올림픽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협상을 유도하는 중요한 무대가 되었다. 국제적으로 고립무원의 상태에 있던 북한의 김정은은 평창올림픽참가의사를 표명하면서 비핵화협상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요청에 편승할 기회를 포착했다. 김정은은 2018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의사를 밝히면서 참가를 위한 남북대화를 요구했고 한국이 이에 호응함으로써 대결구조는 대화구조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대북특사파견, 특사를 통한 남북정상회담제안과 미국과 북한 간의 정상 회담을 바라는 김정은의 메시지가 나왔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한 한국의 협상유인외교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미국이 가장 큰 손이다

그러나 외교협상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관전 포인트는 증권회사의 주식거래에서처럼 북한이 비상장주(非上場株)로 가지고 있던 핵무기를 상장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핵무기비확산 정책추진에서 가장 큰 손인 미국이 이 제안을 어떻게 받느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제안을 즉각 수락했다. 물론 이에 앞서 북한과 중국 간에 정상회담도 열렸고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에도 회담이 열리겠지만 이 두 회담은 대세에 영향을 미칠 만큼 주요한 관심사는 못된다. 미국만큼 채찍과 당근을 가지고 주식매입에 나설 큰 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중국의 시진핑과 회담을 가진 것은 중국이 큰 손이어서가 아니라 김정은이 상장시키려는 주식 값을 상종가로 만들도록 옆에서 도와주기를 바라서였다. 북한외상 이용호의 러시아방문도 목표는 마찬가지다.

그러면 오는 427일에 열릴 남북정상회담의 기능은 무엇인가. 상식적으로 말하면 한국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비핵화이며 한국은 또한 실질 당사자이기 때문에 가장 큰 손인 미국에 편승(Band-wagoning)하여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도록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태도는 애매하다. 정부는 당사자로서 비핵화협상의 운전석에 앉아 협상을 주도하겠다는 당초의 대국민 약속과는 달리 협상의 브로커나 메신저를 자임(自任)하고 있다. 어느 경우에나 브로커나 메신저는 진지한 협상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 협상주체 아닌 브로커일 뿐이다. 협상타결 시에 받을 이익도 분명치 않다.

 

김정은의 외교돌파력

김정은은 자기가 상장할 주를 상종가로 올리기 위해 유엔안보리에서 대북제재결의에 동참한 옛 우방들을 만나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외교에 힘을 쏟고 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까지를 대비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전선을 균열시킬 방도까지를 내다보면서 포석하는 것 같다. 돌파력이 대단하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의 비위를 맞추는 조치를 취할 뿐 눈에 띄는 다른 조치가 없다. 몇 가지 예시해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동의 없이 비핵화를 위해 한반도에서 어떠한 군사적 조치도 취해서는 안 된다는 대미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4월부터 실시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에서 는 미국의 전략자산의 대대적 전개에 반대하고 훈련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줄였다. 또 존스 홉킨스 대학과 제휴한 한미연구소(USKI)에 대한 예산지원을 6월부터 중단키로 했다. 북한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판독하는 38North의 활동을 북한이 싫어하기 때문인 것 같다. 또 비핵화를 위해 다른 우방들과 적극 협의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무장관과 안보보좌관을 바꾸는 대담한 조치를 취했다. 비핵화를 위한 일본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국은 손을 놓고 있는 반면 일본은 미국과 정상차원의 대화를 통해 자기의 활동영역을 설정해나가고 있다. 안보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뮌헨 안보포럼에 한국외교장관은 참석조차 안했다. 그렇다면 미국정부의 눈에 한국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우방으로 보일까 아니면 겉으로는 친미적이라지만 속으로는 우리민족끼리라는 허망한 구호에 사로잡혀 협상이 북한에 유리하게 타결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사이비 우방으로 보일까. 뭐라고 아직 속단할 수는 없지만 현 정권의 정체성을 파고드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날카로운 분석이 두렵다.

3. 중국의 태도 전망

중국은 비핵화를 처리할 큰 손은 아니다. 그러나 비핵화를 몰아가는 대북제재의 중요한 축의 하나다. 그간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김정은을 냉대했다. 국가주석에 오른 후 지난 6년 동안 한 번도 북한을 방문하지도 않았고 김정은을 초청하지도 않았다. 북한이 중국과 사전 협의 없이 핵 파동을 일으킴으로써 중국의 안보외교에 큰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방이었던 중국의 이런 냉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평창 동계올림픽참가를 계기로 한국과 대화를 열었고 한국을 통해 미국 트럼프와의 대화기회를 만들어 냄으로써 시진핑이 자기의 면담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여건을 조성했다. 시진핑은 김정은을 극상(極上)으로 환대했다. 중국의 고위 영도들과 최고전략가들까지 나와서 김정은을 영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차 방문했을 당시에 중국에서 받은 대접과는 천양지차다. 김정은은 비핵화를 향한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의 중요 행위자(Player)인데 비해 문재인은 브로커나 메신저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방중기간동안에 문재인 대통령처럼 중국을 대국으로 치켜세우고 자국을 소국으로 낮추는 외교수사도 사용하지 않았다. 비핵화의 협상이 북한에 유리하게 풀리도록 응원해 달라는 부탁과 상황조성에만 힘을 쏟았다. 요미우리 신문은 김정은이 시진핑에게 우리 체제를 확실히 보장해주고 핵 포기에 따른 전면적인 보상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하고 필요하다면 비핵화의 시기도 단축시킬 수도 있고 시찰의 수준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을 전통적 우방으로 복원

시진핑은 현재 동북아시아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이 지역에서 중국이 패자(Hegemon)가 되는 것을 중국의 꿈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비핵화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동북아 대륙에서 핵 독점국가로서의 중국의 지위를 지키는 길이고 나아가 미국이 군사적으로 이 지역에 개입할 명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 세계 비확산체제를 지키기 위해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한다. 현시점에서 미국과 중국은 북한비핵화를 추구하는 내면적 동기는 이처럼 다르지만 비핵화의 필요성에는 완전 공감한다. 중국은 앞으로 미국과 북한 간에 정상급 대화의 진행을 지켜보면서 추후 필요한 행동을 취할 것이다. 시진핑은 중요한 시기에 김정은이 외교무대에 나오는 첫걸음으로 중국을 찾은 것을 평가, 냉대를 환대로 바꾸고 양자관계를 전통적인 우호관계로 복원시켰다.

그러나 한국의 대외관계는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문재인 정부를 향한 트럼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트럼프는 왜 한미 FTA협상을 타결해 놓고도 이를 확정할 대통령서명을 미북 정상회담 이후로 미루었을까.

4. 앞으로의 전망

현재 미북 정상대화에 대해 두 가지의 엇갈리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는 김정은이 그의 조부 김일성과 친부 김정일이 오래 동안 추구해온 미국 정상과의 만남을 아무 소득 없이 끝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제재재가 가중되는 속에서 더 이상 핵과 미사일 개발을 추진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어렵사리 맞게 된 협상의 기회를 김정은이 그냥 놓칠 리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북한문제전문가나 오래 동안 대북협상에 종사해온 사람들의 70%는 협상이 실패할 것으로 전망한다. 공산주의자들이 시간을 끌어가면서 상대방이 동의할 수 없는 강탈적 요구(Extortive demand)를 제기하는 등 협상기술상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비핵화의 집행방법으로서의 사찰문제, 핵과 미사일 처리방식, 보상의 규모, 절차와 시기, 체제보장을 위한 평화체제 등 산적한 과제를 한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일거에 처리할 수 없을 것이고 북한의 요구수준과 미국의 대응수준이 일치할 가능성도 적기 때문에 10 8, 9는 실패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이 협상에 임하고 있다. 미국은 채찍과 당근을 모두 지닌 협상의 주체이기 때문에 정상수준에서 통 큰 원칙합의(Agreement in Principle)를 이룸과 동시에 핵 폐기의 구체적 조치와 집행을 우선적으로 실시키로 김정은의 동의를 얻어낸다면 성공한 협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협상의 다른 과제는 실무협상에 맡기더라도 비핵화협상은 실패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확실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이번 미북 협상이 아니면 말고식으로 끝내서는 안 될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미공조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문재인 정부는 4.27 북한 김정은과의 담판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적절한 유인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한국이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용미(用美)정책을 제대로 구사할 능력만 가졌다면 미국이 가진 카드가 미국만의 카드 아닌 한국의 카드로도 활용될 수 있을 터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한국외교에 이러한 능력이 포함된다면 국제외교에서 구차하게 브로커나 메신저를 자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는 비상식적 공상에 매이지 말고 한미공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아야 야 할 것이다.

이 영 일(11, 12, 15대의원, 한중정치외교포럼회장)

 

1. 들어가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협상이 동북아시아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상회담이 외교의 주요수단으로 등장함으로 해서 실무차원의 대화보다는 정상들 수준의 통 큰 결단들이 어려운 난제를 해결국면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외교는 실무 차원의 협상과는 달리 위에서 아래로 (Up down)협상의 결론적 지침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실무수준의 정밀한 작업을 통해 합의의 내역과 이행절차가 구체화되겠지만 문제해결을 향한 협상과정이 비교적 단순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문제는 20년 이상 끌어온 지구상의 난제중의 난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협상 주체들이 서로 간에 상대방을 기만하거나 일시적 위기모면수단으로 상황을 미봉하려는 협상이 아니고 자국의 이익을 상대방 이익과의 관계에서 실용적으로 재구성 할 의지를 갖고 협상에 임한다면 의외로 해결의 길이 쉽게 열릴 수도 있다. 더욱이 북핵문제는 20년 이상 끌어온 주제이기 때문에 협상상대방들이 서로 놓여있는 상황과 처지, 사용할 수 있는 외교카드가 모두 알려져 있다는 것도 협상의 전망을 어둡게만 볼 수 없는 요소다.

 

김정은의 의도는 무엇인가

현재 국내에는 비핵화협상을 선택한 김정은의 의도를 놓고 두 가지의 상이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좌파논객들은 한반도의 아침칼럼난을 통해 김정은은 이미 핵무기를 완성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고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사실상의 완성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실험과 개발을 향한 노력보다는 협상을 통해 자국의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경제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얻는 수단으로 비핵화카드를 내놓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나 김용현 교수 등이 지적하는 분석이다. 특히 이종석에 의하면 북한의 김정은은 연평균 성장 12~13%를 과시하던 중국보다도 더 빠른 연평균 15% 성장률로 북한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작년에 소위 강남개발구를 설치했다면서 지금 시장화개혁과 더불어 식량난도 많이 해소된 상태이기 때문에 여유 있게 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오 마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한다.

이 반면 우파진영의 학자들, 특히 미국과 서방측 전문가들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일관성 있게 가해온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제재(制裁)와 미국과 일본, 유럽각국들이 가하는 독자제재, 여기에 6.25참전국가 외무국방상들이 캐나다의 벤쿠버에 모여 북한제재를 위한 역할분담에 합의하는 등 최대의 압력(Maximum Pressure)이 김정은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비핵화협상에 나오게 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유엔대사 헤일리(Haily)도 미국이 가한 제재압력으로 북한은 지금 질식 상태에 빠졌으며 이것이 대화를 선택한 배경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의용 특사도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방문결과와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각하의 최대압력이 협상국면을 열게 하였다고 발언한 것도 압력설의 효용을 말한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협상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간에 오는 427일로 예정되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에도 5월말이나 6월초에 열린다고 발표되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27~28일 정상대화를 끝냈다. 그러면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는 한반도 비핵화협상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2. 협상의 진행과 한국의 위상

평창 동계올림픽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협상을 유도하는 중요한 무대가 되었다. 국제적으로 고립무원의 상태에 있던 북한의 김정은은 평창올림픽참가의사를 표명하면서 비핵화협상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요청에 편승할 기회를 포착했다. 김정은은 2018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의사를 밝히면서 참가를 위한 남북대화를 요구했고 한국이 이에 호응함으로써 대결구조는 대화구조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대북특사파견, 특사를 통한 남북정상회담제안과 미국과 북한 간의 정상 회담을 바라는 김정은의 메시지가 나왔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한 한국의 협상유인외교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미국이 가장 큰 손이다

그러나 외교협상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관전 포인트는 증권회사의 주식거래에서처럼 북한이 비상장주(非上場株)로 가지고 있던 핵무기를 상장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핵무기비확산 정책추진에서 가장 큰 손인 미국이 이 제안을 어떻게 받느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제안을 즉각 수락했다. 물론 이에 앞서 북한과 중국 간에 정상회담도 열렸고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에도 회담이 열리겠지만 이 두 회담은 대세에 영향을 미칠 만큼 주요한 관심사는 못된다. 미국만큼 채찍과 당근을 가지고 주식매입에 나설 큰 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중국의 시진핑과 회담을 가진 것은 중국이 큰 손이어서가 아니라 김정은이 상장시키려는 주식 값을 상종가로 만들도록 옆에서 도와주기를 바라서였다. 북한외상 이용호의 러시아방문도 목표는 마찬가지다.

그러면 오는 427일에 열릴 남북정상회담의 기능은 무엇인가. 상식적으로 말하면 한국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비핵화이며 한국은 또한 실질 당사자이기 때문에 가장 큰 손인 미국에 편승(Band-wagoning)하여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도록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태도는 애매하다. 정부는 당사자로서 비핵화협상의 운전석에 앉아 협상을 주도하겠다는 당초의 대국민 약속과는 달리 협상의 브로커나 메신저를 자임(自任)하고 있다. 어느 경우에나 브로커나 메신저는 진지한 협상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 협상주체 아닌 브로커일 뿐이다. 협상타결 시에 받을 이익도 분명치 않다.

 

김정은의 외교돌파력

김정은은 자기가 상장할 주를 상종가로 올리기 위해 유엔안보리에서 대북제재결의에 동참한 옛 우방들을 만나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외교에 힘을 쏟고 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까지를 대비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전선을 균열시킬 방도까지를 내다보면서 포석하는 것 같다. 돌파력이 대단하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의 비위를 맞추는 조치를 취할 뿐 눈에 띄는 다른 조치가 없다. 몇 가지 예시해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동의 없이 비핵화를 위해 한반도에서 어떠한 군사적 조치도 취해서는 안 된다는 대미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4월부터 실시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에서 는 미국의 전략자산의 대대적 전개에 반대하고 훈련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줄였다. 또 존스 홉킨스 대학과 제휴한 한미연구소(USKI)에 대한 예산지원을 6월부터 중단키로 했다. 북한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판독하는 38North의 활동을 북한이 싫어하기 때문인 것 같다. 또 비핵화를 위해 다른 우방들과 적극 협의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무장관과 안보보좌관을 바꾸는 대담한 조치를 취했다. 비핵화를 위한 일본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국은 손을 놓고 있는 반면 일본은 미국과 정상차원의 대화를 통해 자기의 활동영역을 설정해나가고 있다. 안보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뮌헨 안보포럼에 한국외교장관은 참석조차 안했다. 그렇다면 미국정부의 눈에 한국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우방으로 보일까 아니면 겉으로는 친미적이라지만 속으로는 우리민족끼리라는 허망한 구호에 사로잡혀 협상이 북한에 유리하게 타결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사이비 우방으로 보일까. 뭐라고 아직 속단할 수는 없지만 현 정권의 정체성을 파고드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날카롭고 분석이 두렵다.

3. 중국의 태도 전망

중국은 비핵화를 처리할 큰 손은 아니다. 그러나 비핵화를 몰아가는 대북제재의 중요한 축의 하나다. 그간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김정은을 냉대했다. 국가주석에 오른 후 지난 6년 동안 한 번도 북한을 방문하지도 않았고 김정은을 초청하지도 않았다. 북한이 중국과 사전 협의 없이 핵 파동을 일으킴으로써 중국의 안보외교에 큰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방이었던 중국의 이런 냉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평창 동계올림픽참가를 계기로 한국과 대화를 열었고 한국을 통해 미국 트럼프와의 대화기회를 만들어 냄으로써 시진핑이 자기의 면담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여건을 조성했다. 시진핑은 김정은을 극상(極上)으로 환대했다. 중국의 고위 영도들과 최고전략가들까지 나와서 김정은을 영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차 방문했을 당시에 중국에서 받은 대접과는 천양지차다. 김정은은 비핵화를 향한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의 중요 행위자(Player)인데 비해 문재인은 브로커나 메신저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방중기간동안에 문재인 대통령처럼 중국을 대국으로 치켜세우고 자국을 소국으로 낮추는 외교수사도 사용하지 않았다. 비핵화의 협상이 북한에 유리하게 풀리도록 응원해 달라는 부탁과 상황조성에만 힘을 쏟았다. 요미우리 신문은 김정은이 시진핑에게 우리 체제를 확실히 보장해주고 핵 포기에 따른 전면적인 보상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하고 필요하다면 비핵화의 시기도 단축시킬 수도 있고 시찰의 수준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을 전통적 우방으로 복원

시진핑은 현재 동북아시아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이 지역에서 중국이 패자(Hegemon)가 되는 것을 중국의 꿈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비핵화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동북아 대륙에서 핵 독점국가로서의 중국의 지위를 지키는 길이고 나아가 미국이 군사적으로 이 지역에 개입할 명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 세계 비확산체제를 지키기 위해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한다. 현시점에서 미국과 중국은 북한비핵화를 추구하는 내면적 동기는 이처럼 다르지만 비핵화의 필요성에는 완전 공감한다. 중국은 앞으로 미국과 북한 간에 정상급 대화의 진행을 지켜보면서 추후 필요한 행동을 취할 것이다. 시진핑은 중요한 시기에 김정은이 외교무대에 나오는 첫걸음으로 중국을 찾은 것을 평가, 냉대를 환대로 바꾸고 양자관계를 전통적인 우호관계로 복원시켰다.

그러나 한국의 대외관계는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문재인 정부를 향한 트럼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트럼프는 왜 한미 FTA협상을 타결해 놓고도 이를 확정할 대통령서명을 미북 정상회담 이후로 미루었을까.

4. 앞으로의 전망

현재 미북 정상대화에 대해 두 가지의 엇갈리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는 김정은이 그의 조부 김일성과 친부 김정일이 오래 동안 추구해온 미국 정상과의 만남을 아무 소득 없이 끝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제재재가 가중되는 속에서 더 이상 핵과 미사일 개발을 추진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어렵사리 맞게 된 협상의 기회를 김정은이 그냥 놓칠 리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북한문제전문가나 오래 동안 대북협상에 종사해온 사람들의 70%는 협상이 실패할 것으로 전망한다. 공산주의자들이 시간을 끌어가면서 상대방이 동의할 수 없는 강탈적 요구(Extortive demand)를 제기하는 등 협상기술상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비핵화의 집행방법으로서의 사찰문제, 핵과 미사일 처리방식, 보상의 규모, 절차와 시기, 체제보장을 위한 평화체제 등 산적한 과제를 한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일거에 처리할 수 없을 것이고 북한의 요구수준과 미국의 대응수준이 일치할 가능성도 적기 때문에 10 8, 9는 실패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이 협상에 임하고 있다. 미국은 채찍과 당근을 모두 지닌 협상의 주체이기 때문에 정상수준에서 통 큰 원칙합의(Agreement in Principle)를 이룸과 동시에 핵 폐기의 구체적 조치와 집행을 우선적으로 실시키로 김정은의 동의를 얻어낸다면 성공한 협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협상의 다른 과제는 실무협상에 맡기더라도 비핵화협상은 실패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확실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이번 미북 협상이 아니면 말고식으로 끝내서는 안 될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미공조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문재인 정부는 4.27 북한 김정은과의 담판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적절한 유인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한국이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용미(用美)정책을 제대로 구사할 능력만 가졌다면 미국이 가진 카드가 미국만의 카드 아닌 한국의 카드로도 활용될 수 있을 터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한국외교에 이러한 능력이 포함된다면 국제외교에서 구차하게 브로커나 메신저를 자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는 비상식적 공상에 매이지 말고 한미공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아야 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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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9혁명 58주년을 보내면서

  
     
              이 영 일(4.19당시 서울 대학교 문리대 정치학과 3년생)
 
오늘이 4.19혁명 58주년 기념일이다. 나는 4월회에 할당된 시간에 맞춰 아침 7시전에 수유리 묘소에 도착했다. 함께 나온 회장단과 함께 기념탑 앞에서 헌화와 묵념을 마친 후 묘소를 둘러보고 영정을 모신 곳에서 묵념으로 조의를 표하고 돌아왔다.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차내에서 읽은 신문에는 4.19에 관한 기사가 한 줄도 눈에 띄지 않았다. 매일 듣는 CBS뉴스에서도 4.19의 이야기는 없었다. 쓸쓸한 생각이 뇌리를 감쌌다.
그날의 시위에 앞장섰거나 총탄에 친구를 잃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중요한 사건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이제 4.1958년 전의 잊혀 진 이야기다. 아무리 헌법전문에서 그 정신을 기린다고 되었지만 4.19는 더 이상 뉴스의 소재에서 사라지고 만 것이다. 4.19묘소에도 대통령을 포함한 3부요인과 국가보훈처장의 개근상 타는 조화들이 놓여있고 그 뒷 열에는 지금도 그런 명칭의 단체가 있는가가 물어지는 4.19단체장들의 조화가 놓여있다. 우리들의 뒤를 이어 많은 인사들과 단체들의 참배가 이어지겠고 의례적인 행사가 있겠지만 뉴스가 될 수 없는 행사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나는 묘소참배를 마친 후 가까운 친구하나를 더불고 프레스센터 지하실의 한방 찻집으로 들어와서 차를 나누었다. 19604월 당시의 시청 앞 광장과 태평로 의사당의 모습을 회상하면서 광화문을 거쳐 경무대까지로 이어지는 시위대의 모습을 떠올릴 때는 갑자기 젊은 기운이 솟구쳤다. 곧 독재정권의 총구에서 날아오는 총알에 목숨이 날아갈 줄도 모른 채 힘차게 구호를 외치면서 달렸던 그날의 흥분은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이제 그 당시 20대였던 우리 모두가 80대의 연령대가 되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면서 "아! 우리 시대는 끝났구나" 하는 느낌이 깊은 슬픔으로 나를 엄습해 왔기 때문이다.
! 4.19는 이제 옛날이야기다. 아마도 19세기의 이야기일 것이다. 일어난 시점은 1960년대였지만 당시 우리가 살고 있던 공간은 19세기의 그것이었지 않던가. 그 때 불의와 부정과 독재에 항거하는 시위대에게 시민들은 환호했고 최루탄에 눈물 흘리면 물수건을 빨아 눈자위를 닦아주던 시민들도 많았지만 이제 그 혁명현장의 주인공들은 다 고인이 되었거나 파고다 공원의 한 귀퉁이에 모여 앉자 공짜 지하철을 타고 어디선가 무료로 나눠준다는 점심정보를 따라 이동하는 군상들로 변해있을지도 모른다.
 
중국인들은 불의(不義)에는 둔감하지만 불리(不利)에는 기를 쓰고 달려드는 반면 한국인들은 불리에는 둔감하지만 불의를 보면 못 참고 뛰어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 사람들도 중국인들처럼 변해버린 것 같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만들고 뿌리고 수용하는 젊은이들 속에서 4.19적 리얼리즘은 찾기 힘들다. 매일 같이 쓸데없다고 느껴지는 이야기들로 인터넷 공간을 매우는 한국의 네티즌들도 4.19이야기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4.19는 그렇게 잊혀 지거나 망각될 역사적 사건이 아니다. 진리의 상아탑을 박차고 거리로 뛰쳐나온 학생들이 불의, 부정, 독재를 규탄하면서 잿빛 포도길 위에 피를 흘리면서 넘어질 때 전 국민들은 한목소리로 이 항쟁에 동참했다. 특정지역만이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에서 떨쳐 일어섰다. 전 국민이, 전 지역에서 한 목소리로, 한 주장으로 참여했다. 전 국민의 목소리가 하나였다. 새벽에 닭이 울듯이 대한민국 전역의 국민들이 새벽 닭 같이 한 소리로 울었다.
 3.1독립만세운동이후로 두 번째로 맞이한 총화 된 국민항쟁이었다. Franz Meinecke의 이른바 ‘1789년의 위대한 정신을 능가하는 ‘1960년의 위대한 한국정신이었다. 이 투쟁을 통해 국민들은 주권을 되찾았다. 정권에게 빼앗겼던 주권을 국민들이 되찾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은 무엇보다도 국론통일이 아쉽고 국론통일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인데 시 4.19의 역사가 국내 뉴스에서 완전히 묻히고 만 것이야말로 정말로 개탄할 일이다. 지금 누리고 있는 언론자유마저 빼앗길, 역사의식 없는 언론의 행태를 지극히 유감으로 생각한다.
 
혹자는 부마사태나 5.18의 광주를 예찬하고 촛불을 혁명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4.19가 받는 위대한 정신에 비교될 수 없다. 그것은 특정지역이나 특정 세력이나 집단이 매스컴과 제휴한 대중선동과 조작으로 상당수의 국민들을 일시적으로 정치적 문맹(Political Illiteracy)으로 변화시킨 결과물들이기 때문이다. 광우병파동이 그렇고 촛불파동도 정변으로 변한 그러한 현상의 일종이라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기야  괴테나 루터를 배출한 독일인들도 한 순간 정치적 문맹으로 변하면서 아돌프 히틀러에게 정권장악의 길을 열어 줬다가 자기 조국을 가장 비참한 패전국으로 몰락시켰던 역사도 우리는 기억 한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4.19의 본질은 19세기적이었다. 부정, 부패, 독재가 청산되면 대한민국이 19세기적 과업이었던 국민국가로 발전하고 우리의 위대한 정신이 3.8도선을 넘어가 북한지역으로까지 확대되어 1인의 자유는 있지만 만인의 자유가 부정되는 북한 지역 동포들까지 주권자의 지위를 얻게 하면 민족국가의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것이 19세기적인 것 아닌가.
4.19이후 학생들의 통일운동은 분단체제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계급적 이해를 대변하지 않는 사회적 신분집단으로서의 학생들이 통일의 주도세력이 되자는 취지에서 남북학생회담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낭만적 통일운동은 5.16군사혁명정권의 철퇴를 맞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운동이 실패한 이후 NL이 주도한 종북 통일운동이 생기면서부터 통일을 바라보는 국민적 합의는 깨지고 말았다.
4.1958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4.19당시 세대들의 생각은 역시 19세기적이었다. 지금 20, 30세대들은 21세기적 지향을 내 보인다. 모두 공리적(功利的)이다. 전교조에게 자녀교육을 맡기기 싫으면 유학 보내면 된다. 교육의 국경이 사라진 시대를 살기 때문이다. 어쩔 수없이 전교조에 맡기려면 전교조와 싸우는 학부모가 되어야 한다.
노조 때문에 기업하기 어려우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한다. 경제적 국경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해외로 나가기 싫다면 민노총과 싸워야 한다. 문화의 국경이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다.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어서 살아야 한다는 것만큼 낡은 생각도 없다고 한다. “우리민족끼리라는 말처럼 허구도 없다. 독재하고 싶은 사람들이 즐겨 쓰는 19세기형 형용사이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어떤 지도자의 리더십 때문이 아니라 자기의 필요에 따라 국적을 선택하고 진로를 선택하고 자주적으로 설계하려는 세대들이 시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진정한 주권자는 권력에 얽매이거나 끌려 다니는 자가 아니다. 자기가 선택하고 지지하는 노선에 따라 자기 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고 주인공이 되는 시대다.
 
이제 우리는 4.19의 메시지를 21세기의 요구에 맞도록 갱신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업은 평균 80대의 연령층에게 기대해서는 안 된다. 나이는 사람을 늙게 만들면서도 낡게 만들기 때문이다. 올해, 4.19 혁명 58주년만큼 많은 생각의 숙제를 우리들에게 던져 주는 기념일도 많지 않을 것 같다. 김정은도 오는 427일에 열릴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함께 들고 나올 체제보장요구도 19세기형이 아닌 21세기형의 요구를 제기함으로써 남북정상 간의 회담에서 뭔가 진전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면서 4.19혁명 58주년을 쓸쓸히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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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불가론과 전쟁불가피론의 현주소

헌정지2018년 1월호(51P-3) 전재

 

이 영 일

 

1. 들어가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표출된 한반도 긴장사태는 모든 주요국가 외신들의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초기에는 북한의 핵문제(Nuclear issue)로 뉴스의 중간선에 등장하다가 북한의 6차 핵 실험이 끝나고 지난 1129일 화성 15호로 불리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발사를 계기로 외신들의 보도태도는 근본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북 핵을 해결하기 힘든 난제(難題)라는 의미의 Nuclear QuagmireNuclear conundrum이라는 표현들이 요즘에는 핵 재앙(災殃)(Nuclear catastrophe)으로 바뀌어 머리글자로 뜨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내분위기는 마치 세련된 도박꾼들처럼 위기가 전혀 없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지만 해외 거주 친지들은 한국 상황이 어떠냐고 묻는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지금 겉으로 보이는 서울의 표정은 평시와 조금치도 다르지 않다. 증권시장도 요동치지 않고 공장들도 잘 돌아가고 있으며 세계각지로부터 수입주문도 줄지 않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세모(歲暮)마다 열리는 송년모임에서의 건배사는 예년과 다소 다르다. 건배사로 이대로라는 말을 누가 선창하면 모두 따라서 이대로를 큰 소리로 복창하는 것을 보면 모두의 마음속에 침잠해있는 생각, 즉 제발 전쟁 같은 불행한 사태가 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들이 묻어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앞으로 아무 일없이 이대로지속될 것인가. 외신을 통해 알려지는 보도들은 우리나라의 안전도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2. 전쟁불가론과 불가피론의 담론들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외신들의 흐름을 종합해보면 전쟁불가론(不可論)과 전쟁불가피론(不可避論)으로 집약되고 있다. 전쟁불가론도 그 유형이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 Stanford대학의 Scott Saga 교수 등이 주장하는 견해인데 내용인즉 미국이 북한의 핵 포기를 강제하기 위해 북 한에 대해 공격행동을 취하면 북한도 반드시 대응보복으로 나오기 때문에 한반도 분쟁은 필연적으로 핵전쟁으로 확전될 우려가 있으며 그렇게 되면 피아간에 수백만을 헤아리는 엄청난 재앙이 생길 것이라면서 과거 미국이 소련의 핵 보유에 대처했던 것처럼 비핵화의 시간을 늦추더라도 군사적 해법을 피하면서 '억제(deterrence)와 봉쇄(Containment)를 지속해서 소련처럼 북한도 자멸(自滅)의 길을 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 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의 원칙이 적용될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은 군사적으로 북한 핵무기를 저지할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하고 미국이나 국제사회는 이제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면서 핵을 가진 북한과 공생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견해다. 여기에는 미국 Middle berry국제연구소의 Jeffrey Lewis가 지난 105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A)인터뷰에서 상세히 밝히고 있다. 이에 곁들여 NYTMax Fisher도 그의 논단에서 전쟁불가론을 지지했으며 또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 특보인 문정인 씨가 편집인으로 있는 Global Asia지가 특집을 통해 북 핵에 대한 군사적 해결은 이미 늦었고 핵무장한 북한과 공생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견해를 동남아시아 지역학자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군사적 공격의 시기를 놓쳤다는 주장은 추측이거나 희망일 뿐 근거는 약하다. 미국정부는 군사조치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음을 여러 차례 천명했고 Mike Pompeo CIA국장도 군사적 해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학자나 언론계 인사들, 그리고 미국의 전직 고위직 인사들 중에는 전쟁불가론을 지지하는 자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전쟁불가피론은 이들과 논점을 근본적으로 달리한다. 우선 불가피론을 말하는 주체가 안보정책 당국자들이다. 이들은 북한을 어느 경우에나 핵 보유 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전원일치의 결의로서 북한의 핵 보유를 반대하였고 또 핵 포기를 촉진할 제재조치를 10회에 걸쳐 의결했는데 북한이 이에 맞서 핵개발을 강행, 비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면 그것은 유엔안보리의 존속자체가 위협받음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핵무기 비확산체제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을 결코 핵 보유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 핵 불인정 입장은 북한의 동맹국들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전 세계는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세계여론에 맞서 핵 포기를 거부한다면 경제제재의 다음 단계인 군사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비군사적 외교적 노력을 더 적극 모색하고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없지 않다. 특히 지난 18일 한중정상회담에서는 한중양국의 국가원수가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북핵문제는 그것이 국제정치 이슈로 등장한지 25년간 쌍무적, 다자적 외교협상이 지속되었지만 모두가 무위로 끝났고 유엔의 결의마저 효력을 상실한 상황에 비추어 비핵화를 관철시키는 길은 군사적 조치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화성 15ICBM 발사이후로는 미국정부와 의회에서도 군사조치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추가하여 북핵문제를 보는 이스라엘의 태도도 주목해 볼만하다. 이스라엘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들은 항상 북한-시리아-이란의 연결고리를 주시해 왔는데 만일 북한의 핵탄두가 이란이나 시리아로 팔려나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은 국가멸망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한시도 지우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시리아에서 북한의 핵탄두가 발견되었다는 미확인 보도이후 이스라엘은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을 강력히 미국 측에 촉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한만국경에서 군사훈련을 전개 중인 중국인민해방군 지휘자들도 상황이 불시에 전쟁이 개시될 수 있을 정도로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전망한다.

 

3. 한국과 북한의 핵위협 상황평가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또 전쟁은 그 규모도 문제지만 일단 전쟁이 터지면 무고한 민간인들의 피해가 정규 군인들보다 4배가 더 많다고 알려졌다. 6.25동란을 체험한 국민들로서는 누구도 또 다른 전쟁을 지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한반도 사태를 전쟁일보 전으로 몰고 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다. 현재 북한이 실험발사하고 있는 핵과 미사일은 그들이 핵 보유 명분으로 내세우는 자위(自衛)차원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공공연히 미국본토까지 공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핵 포기를 전제한 어떤 협상도 거부하겠다고 밝히고 스스로 핵 국가임을 헌법에 명시했다. 지구상에 자국을 핵 국가라고 헌법에 명시한 최초의 국가가 북한이다.

북한은 핵무장을 통해 비핵국가인 한국을 제압, 군사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획책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꿈이요 오래된 목표다. 대화나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한이 공존하면서 점진적으로 통일에 접근해 간다는 논리는 이미 김정은의 북한에는 통하지 않는다.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가로 인정받으면 그 순간부터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제재는 줄어들기 때문에 그들은 대내적으로 경제를 복원하는 일방 남한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 반미운동을 추진하는 종북(從北)세력과 제휴, 한국의 안정을 파괴하고 안전을 위협하면서 한국으로부터 경제적 조공을 요구하는 위협정책을 펼칠 것이다. 주변대국들은 비핵화 되지 않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결코 용인하지 않기 때문에 통일의 길은 날로 멀어지고 한반도는 남북한 간의 내전상황에 빠지게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그간 북한은 통일 전()단계로 종종 남북한 연방제 실시를 주장해왔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간에 합의 발표된 2000년의 6.15선언에도 남북한의 연합단계를 명시, 연방제 통일을 논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 당시에는 북한의 핵문제가 들어나지 않았다. 만일 지금처럼 북한 핵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면 김대중 대통령은 결코 햇볕정책을 들고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남북한의 연합문제는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핵 가진 북한과 핵 없는 한국 사이에 연합이나 연방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종북 세력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핵 가진 북한과 핵 없는 한국과의 연합이나 연방을 지지할 리 없다. 이런 경험적 전망에 비추어 북한의 핵 보유는 어느 경우에도 용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전쟁불가를 주장하는 자들은 핵을 보유한 북한과 핵 없는 한국 간에 전개될 상황을 완전히 외면하면서 큰 재앙회피를 명분으로 전쟁만을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방법이 군사적 수단이외의 다른 방법이 모두 소진(消盡)되었다면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할 까. 실로 심각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 우리의 솔직한 현실이다.

 

4. 비핵화를 위한 피해의 최소화

 

한반도의 비핵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우리는 평화통일의 꿈을 버리지 않을 수 있다. 핵 없는 한반도만이 주변국들의 반대를 피하면서 국제형의 분단국인 한국이 통일을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북한이 개발하는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결코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가 포함된 이 지역 전체의 안전보장에 관련된 국제정치의 문제다.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위협 하에 놓여있는 모든 국가들의 자위적 선택이다. 이 상황에서 핵 없는 한국이 가진 선택권은 극히 제한적이다. NYT의 칼럼니스트 Nicholas Kristof는 최신 칼럼에서 미국의 대통령과 안보담당보좌관의 발언들은 자기의 오랜 경험에 비추어 결코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도록 능력을 키우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고 미국이 직접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에 MacMaster 미국 대통령 안보보좌관은 전쟁의 가능성이 더 가꿔졌다고 언급했다. 우리 정부는 미 CIA의 분석과는 달리 북한의 기술수준이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그것은 기술적 견해이며 군사안보적 견지에서는 북한이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미국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현재 평창 동계올림픽 때문에 유엔 총회가 올림픽기간 중 휴전을 결의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그러나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시한이 3개월 내로 줄었다는 미국 군사전략전문가들의 평가는 우리가 긴장해야할 요인이다. Linsey Graham 등 미국 상원 지도자들 가운데서도 대북군사공격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쟁은 학자들의 소망이나 주장에 좌우되지 않고 안보를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당사자들의 결단과 선택의 산물일진데 우리가 기대하는 전쟁 불가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위기가 이렇게 임박했음에도 현재 우리는 아무런 손도 쓸 수 없다. 지난 18일 한중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원칙 중 한반도 전쟁 불가라는 항목이 있지만 이 합의가 비핵화의 현실적 대안이 아닌 한 안보정세를 극적으로 뒤바꿀 것 같지도 않다. 정상회담의 합의에 담긴 내용들도 1218일자로 발표된 미국 안보전략보고서(NSS)의 내용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김정은과 그의 일당을 제거하는 참수(斬首)작전으로 비핵화의 여건이 조성되어 우리 국민들이 입는 피해가 최소화되길 바랄 뿐이다. 한국이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상황이 저절로 굴러온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그럴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만일에 대비, 민간차원에서도 필요한 각오와 훈련과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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