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의 길은 갈수록 요원하다

이 글은 2018년 10월호 헌정지에 발표되었다

이 영 일(11, 12, 15대국회의원)  

1. 들어가면서

 

남북한 정상회담과 북미간의 싱가포르회담을 전후해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21세기 최대의 국제정치 화두가 외교적 타결이 가능한 과제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상황은 시간이 흐를수록 타결이 무망(無望)한 것으로 변하고 있다. 북한이 협상테이블에서는 비핵화를 약속하면서도 구체적 행동에서는 미동(微動)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지난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고 612일 싱가포르에서 발표된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대화에서도 비핵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구두(口頭)상으로나 문서상으로 합의는 하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않는 잘못된 습관을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스스로 용도를 폐기한 북한 내 핵 실험시설이나 미사일 발사 기지를 외부전문가들의 검증 없이 일방적으로 해체했다고 발표하고 자기들이 보인 성의만큼 미국도 비핵화개시의 조건으로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종결한다는 이른바 종전선언(終戰宣言)을 해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 그 자체를 전쟁상태로 보기 때문에 비핵화에서 진전이 없는 한 북한을 상대로 종전선언을 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으로부터 폐기해야 할 핵과 미사일 리스트를 받기위해 평양을 가겠다고 기자회견에서 발표한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지시로 방북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에서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교착상태를 타개한다는 명분으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북측에 제안, 오는 918일부터 3일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지난 427일 발표된 판문점 선언을 국회가 비준, 동의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판문점선언에는 금년에 실천에 옮겨야 할 과제로 종전선언을 명기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전이라도 먼저 남북한이 종전선언을 하는데 국회가 따라오도록 몰아가려는 것이다. 이하에서 지금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의 내외정세를 검토하면서 나름대로 비핵화의 전망을 가늠하는 것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

 

2. 당면한 위기의 본질

한미 간에 종전선언을 보는 태도가 이처럼 엇갈리기 때문에 국민들은 현재 정부가 추구하는 종전선언이 꼭 그렇게 되는 것이 문제해결의 정도(正道)인가 아니면 현 정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비공식적으로 평하는 이른바 종북적(從北的) 본색이 들어난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의 문제를 놓고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현시점에서 이른바 생각하는 국민’(사려 깊은 국민들)들은 오늘의 한국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하나같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는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

대한민국의 현재는 생각하는 국민들의 시각으로 볼 때 한마디로 국가안보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의식이 갈수록 고조되는 추세다.

우선 한미관계에서 심각한 우려요소가 나타났다. 트럼프 정권은 역대 미국의 어느 정권과도 달리 동맹경시(同盟輕視)정책을 가시화하고 있다. 동맹이익의 존중보다는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운다. 그는 동맹 국가들을 미국의 국력에 기대어 무임승차하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평가하면서 동맹국들이 자기 부담을 늘려서 미국이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부강하게 되어야 서로에게 유익하다는 주장을 편다. 우리 입장에서 지금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의 비핵화문제까지도 트럼프는 자기가 승리해야 할 미국 중간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카드로 이용하는가하면 때로는 한미 FTA를 재조정, 한국의 부담을 가중시켜 미국의 실리를 챙기고 있다. 트럼프는 비핵화문제를 미국적 실리외교의 틀 속에서 새롭게 재단(裁斷), 가장 중요한 대북제재의 수단의 하나인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훈련중단의 명분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주한미군의 비용절감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말로는 비핵화의 진전 없이는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일방적 중단조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분위기를 크게 이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이 강조하는 북한 핵무기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폐기가 핵위협으로부터 세계평화를 지키는 데 진의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실리외교의 한 방편으로 비핵화를 이용하려는 것인지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모든 대외정책이 대통령 한 사람의 뜻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트럼프의 언동이나 행태는 한미동맹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범국민적 기대와 신뢰를 크게 동요시켰다. 그러나 중국의 역사적인 갑()질보다는 미국이 더 낫기 때문에 우리는 한미관계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 시진핑의 중국은 동아시아 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재편성을 추진하는 한편 전 지구를 무대로 미국과 경쟁을 벌이고 아시아 주변국들을 중국과의 운명공동체에 속한다고 내몰면서 중국의 요구에 순응토록 강박하고 있다. 시진핑이 말하는 운명공동체는 중국이 깔아놓은 멍석위로 주변국들을 끌어들이고 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규범에 주변국들이 따르도록 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사드(Thaad)가 한국에 배치되었을 때 우리에게 보인 태도가 중국의 본 모습이다. 시진핑이 강조하는 아시아 집단안보 론은 아시아 국가들이 반미 친중 노선으로 단결하자는 것이다.

 

셋째로 김정은의 북한은 한국의 문재인 정권이 추구하는 남북관계개선정책을 이용, 트럼프 정권과의 대화를 트면서 미국의 군사옵션을 무력화하고 나아가 대북견제라는 국제사회의 합의를 이완시키는 분위기조성에 성공하고 있다. 또 북중 관계를 극적으로 개선, 고립무위의 상황에서 벗어났다. 이 결과 숨통이 다소 열리자마자 김정은은 비핵화를 외교카드로만 이용하면서 실제로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기정사실로 굳히는데 치중하고 있다. 실로 국가상황이 참으로 어려워졌다. 바로 여기에서 생각하는 국민들의 마음속에 위기의식이 배태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세 하에서 문재인 정권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납득할만한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내치외교를 모두 포퓰리즘(Populism)으로 둘러 대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우리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김정은이 해주기를 바라는 대로만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대외관계에 있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중심의 타산적 태도에 편승하면서도 중국과의 협력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국론은 양분되었다. 지금 국민들의 시국가치관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지향을 달리하는 두 개의 국민으로 갈라지고 있다. 친미(親美) 반북적(反北的) 국민과 용공(容共), 친중(親中), 탈미(脫美)를 지향하는 국민으로 갈리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을 집권과 통치의 주 무기로 삼겠다고 더 민주 당정전원회의(黨政全員會議)에서 강조, 천명함으로써 역대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귀 닳도록 강조하던 국민통합 이야기는 실종되었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넘어서서 앞으로 전 국민이 바라는 비핵화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를 요소별로 분석 검토하면서 앞날을 전망해보고자 한다.

 

3. 미중관계와 우리의 선택문제

 

요즈음 한중관계는 중국식 표현으로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한국의 외교관은 필자가 아는 한 한 사람도 없다. 중국공산당의 최고위층만이 알고 있는 자기들 표현이기 때문이다. 1992년 수교 이래 한중관계는 많은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이 증진되어왔다. 그러나 북경에서 보는 서울과 서울에서 보는 북경은 본질이 다르다. 중국은 주변국에 대해 말로는 상생과 호혜평등을 내세우지만 정책의 실재에서는 전통적인 조공(朝貢)질서에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다. 바로 중국몽(中國夢)이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과 대등해지려는 중국의 도전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무역보복, 기술의 대 중국유출을 철저히 차단하면서 미국의 국력에 도전하는 중국을 강력히 견제한다. 한때 중국외상이던 탕자쉔(唐家璇)은 중국외교가 지금 미국에 도전해서는 안 되며 아직도 상당기간동안 등소평이 제시한 도광양회(韜光養晦)노선을 가야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미국 시카고 대학의 John Mearsheimer교수는 앞으로 미중경쟁관계가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강대국들의 갈등구조 속에서 한국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겠는가. 그간 등소평 이래 중국지도부가 한국을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라고 부르면서 한국대통령들을 초청하고 또 우리 정부의 초청에 응해준 것은 미국 때문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입각, 세계최강의 미군이 한국에 주둔, 밀착방어(Close Deterrence)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국익을 지켜나가려면 중국을 제압할만한 국력을 가진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베트남이 한때 최악의 적이었던 미국에게 자국의 캄란만()을 이용하도록 허용, 대미협력외교의 길을 트는 것은 중국을 다룰 줄 아는 세련된 외교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점에서 우리는 한미관계를 위태롭게 할 탈미(脫美)적 자세는 항상 피해야 할 것이다.

 

4.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 문제

 

문재인 정권이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구사하는 포퓰리즘 정책은 투표로 정권의 명운이 좌우되는 민주국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가 많다. 그러나 포퓰리즘에 지나치게 매달릴 경우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에서 보듯 국가경제가 몰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안보정책이 포퓰리즘으로 흐르면 우방을 상실, 국가안보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포퓰리즘은 그 본질이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국민기만전술이고 대중영합을 통한 인기몰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일시적으로는 기만당할 만큼 어리석지만 결국에는 각성하게 되어 기만의 주체를 응징한다는 것이 공자의 가르침(民至愚 不可欺者民也)이다. 현재 문 정권에서 나타나고 경제정책상의 포퓰리즘에 대해서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찬성보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져서 국민들이 깨어나기 때문에 조만간 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안보 포퓰리즘은 국가의 안위에 관련되는 중요한 문제이면서도 국민들이 알아채기 쉽지 않다. 지금 시중에서 찬반이 극명하게 대립되는 종전선언(終戰宣言)은 오늘의 한반도 상황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안보우려의 해소와 평화달성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인가 아니면 혹시라도 전쟁이 터지면 큰일이라고 우려하거나 막연히 전쟁을 두려워하는 국민일반의 심리적 약점을 이용, 현 정권이 김정은의 주장이나 요청을 대폭 수용하면서 추진하는 대북정책에 국민들이 맹종하도록 끌고 가려는 안보 포퓰리즘이 아닌가를 진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외교정책을 자문하는 문정인 특보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김정은이 비핵화를 놓고 군부와 주민들을 설득할 명분으로 그가 요구하는 종전선언에 미국이 응해야 줘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핵이 북한주민의 핵이 아니고 3대에 걸친 세습독재자의 핵이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는 주민의사와 관계없이 김정은이 임의로 결단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은 여론국가가 아닌 1인 독재정권 아닌가. 김정은이 비핵화라는 약속이행을 위해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을 액면대로 믿고 받아드릴 사람은 지구의 어디에도 없다고 미국은 생각한다. 또 북한이 서울을 임의의 시각에 공격할 수 있도록 휴전선에 전진 배치되어 있는 장사정포가 서울을 겨냥하는 상황을 그대로 둔 채 종전선언이 내온다고 해서 비핵화가 이루어지고 평화의 전망이 트일 것으로 믿거나 기대하는 사람도 없다. 설사 어떤 형태의 종전선언이 발표된다고 해도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현재의 휴전협정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최근 인터뷰와 빅터 차의 최근 기고문 참조)

 

5. 결론: 대북양보에도 한계가 있다.

 

오늘날 남북한 관계는 대화이익이 대결이익보다 크다는 논거에서 대화가 선호된다. 더욱이 핵 이외에는 다른 카드가 없는 북한정권을 상대로 비핵화를 추진하려면 김정은을 달래고 다독이어야 한다. 대결논리만으로는 협상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두 가지다. 우선 우방의 신뢰를 얻는 것이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생각하는(思慮)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도록 모든 편의를 제공, 대결구도를 대화구도로 바꾸었다. 이를 기회로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미국과 북한간의 대화를 주선함으로써 핵문제의 외교적 타결 전망까지 만들어냈다. 문재인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과 대화를 갖게 해줌으로써 우리에게는 아무 실익이 없었지만 김정은에게는 앞에서 지적한대로 엄청난 외교적 이익을 안겨주었다. 김정은의 숨통을 터준 것이다. 여기까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노력을 김정은이 잘 활용한 결과적 혜택으로 보아줄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요소를 한미 간에 충분한 합의 없이 판문점 선언에 끼워 넣었다. 종전선언과 개성연락사무소설치다. 이 조치는 쉽게 말하면 김정은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장계취계(將計就計)한 셈이고 부정적 시각에서 보면 지금까지 진행된 남북관계의 모든 조치가 당초부터 김정은의 요구대로 진행된 것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 한미관계에서 엇박자가 나온 배경이다.

김정은은 숨통이 트이자 중국을 업고 뱃장을 키우면서 비핵화의 시한도 당초의 ‘1년 내에서, 트럼프의 임기 말로 늦추겠다고 한다. 북한은 아직까지는 시리아, 이란처럼 중국을 위한 특수 활동세력이 되어 반미투쟁에 나서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으로 문 대통령의 요구대로 판문점 선언을 우리 국회가 비준한다면 그것은 안보 포퓰리즘 정책에 휘둘렸다는 평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긍정적 시각에서 주변을 둘러보아도 비핵화의 길은 갈수록 요원해지고만 있다.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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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중국식 개혁개방은 성공할 것인가.

(본고는 헌정지 20186월호(46쪽부터 50_에 기고된 글이다)

이 영 일(11, 12, 15대의원, 한중정치외교포럼 회장)

 

1. 들어가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의 대결구도가 대화구도로 전환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정상외교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328일 김정은과 시진핑의 정상회담에 이어 42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에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이 열렸고 이어 58일에는 중국의 다롄에서 금년 들어 두 번째로 시진핑과 김정은 간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오는 612일에는 싱가포르에서 미중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발표되었다.

한반도 정세를 급변시킨 이러한 상황전개는 우리 입장에서 이러한 표현을 쓰기는 거북하지만 그 이니셔티브가 김정은으로 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평창올림픽을 주최하면서 북한의 참가를 호소한 문재인 대통령의 올림픽 외교가 큰 줄거리를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정상외교의 이니셔티브를 잡은 것은 김정은이었다. 김정은의 이러한 외교움직임에서 우리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지난 6년 동안 전례 없는 수준으로 악화되었던 북중 관계를 김정은이 중국을 전격 방문, 우호친선 관계로 복원, 변화시키면서 시진핑과의 대화에서 북한도 등소평의 개혁개방의 길을 빨리 걸었어야 했다고 말하고 그 후 중국대외연락부장 쑹타오와 만나서도 중국 공산당의 경험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그 후 김정은은 중국방문에 뒤이어 평양에서 420일 조선노동당 제73차 전원회의를 열고 핵무기와 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병진정책 중에서 핵무기개발사업은 완료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경제건설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이 선언의 후속조치로 지난 430일에는 당, 국가, 경제, 군부의 간부들이 대거 참여한 경제발전을 위한 연석회의를 열고 인적, 물적, 기술적 잠재력을 총동원한 강력한 사회주의 경제건설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지금 김정은의 이러한 입장표명은 외부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매우 혼란스럽고 모순된다. 그는 북한 내부를 겨냥해서는 핵 보유의 바탕위에서 경제발전에 모든 노력을 집중한다고 말하고 대외적으로는 완전한 비핵화와 경제건설, 그것도 중국식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미국은 김정은이 지난 330일부터 41일 사이에 평양을 방문한 미국 CIA책임자인 폼페이오를 통해 비핵화의지를 확인했고 미국 측은 단순한 비핵화가 아닌 완전하고 확인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가 미국의 요구임을 분명히 했다. 채찍과 당근을 완비하고 있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김정은이 대미기만전술로 비핵화카드를 쓸 수는 없을 것이다. 또 김정은은 남북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 이를 선언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과거처럼 내외여건이 비핵화합의를 북한이 함부로 위반할 상황은 아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미국의 대통령들처럼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임을 누차 강조한 것으로 보아 북한의 핵 폐기 약속이 허언(虛言)으로 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면 현시점에서 김정은이 노리는 중국식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의 경제발전이 가능할 것인가. 이하에서 여건부터 살피면서 검토하기로 한다.

 

2. 여건진단

북한의 김정은이 중국식의 발전모델에서 가장 본받고 싶은 부분은 일당독재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발전을 이룩한 중국의 정치경제체제다.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일당통치를 유지하면서도 개혁개방과 시장경제를 도입, 경제개발에 성공,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중국의 성공을 김정은은 북한에서 재현하고 싶을 것이다. 이점에서 오늘날 중국의 정치경제시스템은 김정은에게 좋은 모범이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은 이렇게 목표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개혁개방을 추진할 여건과 논리는 서로 다르다.

우선 중국은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19649월 원자폭탄실험에 성공하고 이어 수소폭탄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에서 까지 성공, 강대국의 반열에 오르면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이룩함으로써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을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국제사회의 철저한 제재 하에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서는 국제제재를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혁개방을 모색한다. 결국 핵무기와 핵무기운반수단으로서의 탄도미사일까지를 버려야 제재국면에서 벗어나고 비로소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것이다. 이점에서 중국과 북한은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둘째로 중국은 등소평(鄧小平) 주도하에 계급투쟁을 격화시킨 문화대혁명을 완전히 청산하고 지구상에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모택동의 전쟁 불가피론(不可避論)을 핵을 보유한 강대국 간에는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전쟁가피론(戰爭可避論)으로 상황의 논리를 새롭게 정립, 개혁개방의 길에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핵 포기를 전제로 미국이 제공하는 체제보장수단으로서의 북미수교와 한반도 평화협정, 제재해제 그리고 핵 폐기의 대가를 얻음으로써 개혁개방 환경을 조성해보려고 한다.

셋째로 중국은 생산력의 증강수단으로 농민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조치를 통해 생산증가에 따르는 물질적 인센티브를 제공, 사회주의 경제 불황과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인 식량부족사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여기에 시장 경제적 요소가 가미됨으로 해서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이 바탕위에서 개혁개방을 통해 외국기업들의 중국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를 적극 권유, 장려함으로 해서 중국은 탄탄한 경제발전의 궤도에 진입하게 되었다. 넷째로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사상해방을 기함으로써 인간의 창의력을 발휘할 여건을 만들고 외자유치를 위해 당이 주도하여 직장과 거주지를 정해주는 작업단위 체재를 폐지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발전된 남한을 의식하기 때문에 개혁은 하되 개방을 하지 못하는, 즉 개방 없는 개혁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에서도 중국에서처럼 김정은 집권과 동시에 농업과 공업부문에서 자율성을 허용하는 몇 가지 조치를 단행했다. 소위 2012년의 6.28조치를 통해 협동농장 수확물을 국가와 농민이 73의 비율로 나눠 농민 몫을 보장하는 생산물 할당제(일명 포전담당제)를 실시했고 2014년의 5.30조치를 발표, 북한 전역의 공장 기업소의 경영자율권을 인정하는 조치를 강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김정은 정권이 새롭게 내놓은 정책이라기보다는 북한의 이른바 고난의 행군시대에 인민들이 배급체제가 와해된 상황 속에서 생계를 자기들 스스로 책임을 지면서 이룩한 경제관리의 성과를 추후에 북한정권이 수용,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 중국처럼 정부가 개혁개방의 이니셔티브를 쥔 위로부터의(Top Down) 개혁이 아니고 인민들이 굶어죽기 않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 낸 시장 경제적 요소를 정권이 어쩔 수없이 수용한(아래로부터 치고 올라간 개혁)결과다. 이점도 중국과 북한간의 차이점이다. 이와 관련 Hazel SmithNorth Korea: Market and Military Rule에서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사회는 정치적 자유가 없는 가운데 시장화개혁이 자율적으로 아래로부터 이루어졌음을 자세히 논증하고 있다. 그는 1990년대 중반이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대중의 식량구입으로부터 직업선택, 일상적인 정보접근에 이르는 모든 것을 장악 통제했던 김일성주의는 그 밑뿌리부터 완전히 붕괴되었고 국가와 당은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대해 통제능력을 거의 상실했으며 사회생활의 주체가 당이나 자기가 속했던 직능단체가 아닌 가구(家口)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라종일(羅鍾一) 교수도 최근 그의 인터뷰에서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에 의하면 북한은 각자가 생계수단을 갖는 자본주의 사회와는 달리 노동과 생계가 별개였다. 노동은 의무이고 생계는 국가의 혜택을 의미했는데 1990년대 중반 이를 지탱해주던 배급시스템이 붕괴되었다. 의무는 의무대로 하는데 국가가 혜택을 베풀어 주지 못하자 제각각 자기가 벌어서 자기가 먹는 체제로 변했다. 지금은 오히려 국가가 시장에 기생하면서 먹고 산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정일로부터 권력을 세습한 김정은도 이제 자기 힘으로 시장을 이겨 김일성주의를 복원할 수 없기 때문에 비핵화카드를 상장(上場)시킴으로써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개발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서 북한이 개혁개방을 서두르는 또 다른 이유는 유엔의 대북한 제재(制裁)가 강화되는 국면에서 북한의 대 중국 무역의존도는 이미 90%를 상회했고 이대로 가면 북한은 중국의 종속국(Client State)이 되어야 할 형편이다. 이런데도 중국은 북한에 대한 유엔안보리제재를 줄곧 지지하는가 하면 북한에 대한 외교적 갑()질을 끊지도 않았다. 김정은은 이러한 상황을 탈피하는 방법으로 미국에게 비핵화를 협상 카드로 내밀면서 체제보장을 요구, 외교다변화를 모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일당 통제 하에 경제개발에 성공하고 있는 베트남도 북한에는 좋은 참고가 되지만 베트남 역시 북한과는 달리 개혁개방이라는 도이모이(刷新)정책을 공산당 주도로 실시했다는 사실이다. 또 베트남은 남한과 북한이라는 상호비교단위가 없는 통일국가인 점도 북한의 입장과 구별되는 베트남의 이점(利點)일 것이다. 북한은 남북한 분단 경쟁상황에서 항상 심리전 차원의 부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3. 전망

북한의 김정일 시대에도 개혁개방을 향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자기가 취한 개혁조치의 성과가 미흡하거나 체제유지에 부담이 온다면 그 정책을 즉각 팽개치고 관련자에게 책임을 덧씌워 숙청하기 일 수였다. 과거 7.1 경제개선조치나 화폐개혁이 실패로 돌아가자 관련자들을 모두 숙청했고 신의주 경제개발특구도 중국이 압력을 가하자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김정은은 지금까지 자기가 내린 결정으로서의 6.28조치나 5.30 조치를 계속 유지할 뿐만 아니라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잘 이행하고 나름대로 노동당에 대해 약속한 핵개발과 경제병진정책을 나름대로 잘 이행해왔다. 24개 지역을 경제개발특구로 지정해 놓고 외국자본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소기업과 자영업 정책에서도 변화된 정책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 2010년에 종합시장이 200개에서 현재 500여개로 늘어났고 시장에 대한 억압이나 통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시장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정은은 시장화 개혁를 계속 밀고나가면서 자기가 밝힌 정책이나 공약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의 진보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는 김정은이 비핵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고 미국과 수교하게 되면 북한 경제는 잘 나갈 때의 중국경제성장률을 능가, 연평균 15%까지 성장률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어디까지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면서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을 확고히 해주고 남북한 관계가 개선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또 우리 사회 일각에는 한미양국이 최대의 압박정책을 계속하면서 재제를 강화하면 3대세습의 독재정권이 결국 붕괴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비핵화협상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비판하는 견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전통적인 공산정권과는 달리 동양적 전제주의(Oriental Despotism)문화를 주민 지배원리로 적용하여 지난 70년 동안 주민의 조직과 장악, 통제의 노하우에서는 다른 어떤 전체주의 국가도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강화된 지배동맹체제가 지속되어 왔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여기에 남북분단이라는 경쟁적 요소가 북한지배층과 주민들을 결속시키는 접착제로 가미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붕괴보다는 비핵화협상을 성공시켜 점진적 진화를 통한 남북관계발전을 추구하면서 북한이 개혁개방의 결과로 선진화되는 발전의 도정에 오르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남북한이 서로 잘사는 상태에서 만나 하나로 통합되는 통일을 꿈꿔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의 통일은 전통적 의미의 재통일(Reunification)이 아닌 새 통일(New Unification)일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핵화를 위한 정상외교가 상생을 위한 합의로 성공된다면 북한의 개혁을 통한 경제발전은 성공할 것이고 그 결과로서 우리가 바라는 새 통일의 일정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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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정상외교의 전망

 이 영 일(11, 12, 15대의원, 한중정치외교포럼회장)

 (헌정지 2018년 4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1. 들어가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협상이 동북아시아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상회담이 외교의 주요수단으로 등장함으로 해서 실무차원의 대화보다는 정상들 수준의 통 큰 결단들이 어려운 난제를 해결국면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외교는 실무 차원의 협상과는 달리 위에서 아래로 (Top down)협상의 결론적 지침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실무수준의 정밀한 작업을 통해 합의의 내역과 이행절차가 구체화되겠지만 문제해결을 향한 협상과정이 비교적 단순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문제는 20년 이상 끌어온 지구상의 난제중의 난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협상 주체들이 서로 간에 상대방을 기만하거나 일시적 위기모면수단으로 상황을 미봉하려는 협상이 아니고 자국의 이익을 상대방 이익과의 관계에서 실용적으로 재구성 할 의지를 갖고 협상에 임한다면 의외로 해결의 길이 쉽게 열릴 수도 있다. 더욱이 북핵문제는 20년 이상 끌어온 주제이기 때문에 협상상대방들에게 서로 놓여있는 상황과 처지, 사용할 수 있는 외교카드가 모두 알려져 있다는 것도 협상의 전망을 어둡게만 볼 수 없는 요소다.

 

김정은의 의도는 무엇인가

현재 국내에는 비핵화협상을 선택한 김정은의 의도를 놓고 두 가지의 상이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좌파논객들은 한반도의 아침칼럼난을 통해 김정은은 이미 핵무기를 완성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고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사실상의 완성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실험과 개발을 향한 노력보다는 협상을 통해 자국의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경제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얻는 수단으로 비핵화카드를 내놓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나 김용현 교수 등이 지적하는 분석이다. 특히 이종석에 의하면 북한의 김정은은 연평균 성장 12~13%를 과시하던 중국보다도 더 빠른 연평균 15% 성장률로 북한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작년에 소위 강남개발구를 설치했다면서 지금 시장화개혁과 더불어 식량난도 많이 해소된 상태이기 때문에 여유 있게 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오 마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한다.

이 반면 우파진영의 학자들, 특히 미국과 서방측 전문가들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일관성 있게 가해온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제재(制裁)와 미국과 일본, 유럽각국들이 가하는 독자제재, 여기에 6.25참전국가 외무국방상들이 캐나다의 벤쿠버에 모여 북한제재를 위한 역할분담에 합의하는 등 최대의 압력(Maximum Pressure)이 김정은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비핵화협상에 나오게 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유엔대사 헤일리(Haily)도 미국이 가한 제재압력으로 북한은 지금 질식 상태에 빠졌으며 이것이 대화를 선택한 배경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의용 특사도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방문결과와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각하의 최대압력이 협상국면을 열게 하였다고 발언한 것도 압력설의 효용을 말한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협상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간에 오는 427일로 예정되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에도 5월말이나 6월초에 열린다고 발표되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27~28일 정상대화를 끝냈다. 그러면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는 한반도 비핵화협상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2. 협상의 진행과 한국의 위상

평창 동계올림픽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협상을 유도하는 중요한 무대가 되었다. 국제적으로 고립무원의 상태에 있던 북한의 김정은은 평창올림픽참가의사를 표명하면서 비핵화협상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요청에 편승할 기회를 포착했다. 김정은은 2018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의사를 밝히면서 참가를 위한 남북대화를 요구했고 한국이 이에 호응함으로써 대결구조는 대화구조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대북특사파견, 특사를 통한 남북정상회담제안과 미국과 북한 간의 정상 회담을 바라는 김정은의 메시지가 나왔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한 한국의 협상유인외교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미국이 가장 큰 손이다

그러나 외교협상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관전 포인트는 증권회사의 주식거래에서처럼 북한이 비상장주(非上場株)로 가지고 있던 핵무기를 상장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핵무기비확산 정책추진에서 가장 큰 손인 미국이 이 제안을 어떻게 받느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제안을 즉각 수락했다. 물론 이에 앞서 북한과 중국 간에 정상회담도 열렸고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에도 회담이 열리겠지만 이 두 회담은 대세에 영향을 미칠 만큼 주요한 관심사는 못된다. 미국만큼 채찍과 당근을 가지고 주식매입에 나설 큰 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중국의 시진핑과 회담을 가진 것은 중국이 큰 손이어서가 아니라 김정은이 상장시키려는 주식 값을 상종가로 만들도록 옆에서 도와주기를 바라서였다. 북한외상 이용호의 러시아방문도 목표는 마찬가지다.

그러면 오는 427일에 열릴 남북정상회담의 기능은 무엇인가. 상식적으로 말하면 한국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비핵화이며 한국은 또한 실질 당사자이기 때문에 가장 큰 손인 미국에 편승(Band-wagoning)하여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도록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태도는 애매하다. 정부는 당사자로서 비핵화협상의 운전석에 앉아 협상을 주도하겠다는 당초의 대국민 약속과는 달리 협상의 브로커나 메신저를 자임(自任)하고 있다. 어느 경우에나 브로커나 메신저는 진지한 협상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 협상주체 아닌 브로커일 뿐이다. 협상타결 시에 받을 이익도 분명치 않다.

 

김정은의 외교돌파력

김정은은 자기가 상장할 주를 상종가로 올리기 위해 유엔안보리에서 대북제재결의에 동참한 옛 우방들을 만나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외교에 힘을 쏟고 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까지를 대비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전선을 균열시킬 방도까지를 내다보면서 포석하는 것 같다. 돌파력이 대단하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의 비위를 맞추는 조치를 취할 뿐 눈에 띄는 다른 조치가 없다. 몇 가지 예시해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동의 없이 비핵화를 위해 한반도에서 어떠한 군사적 조치도 취해서는 안 된다는 대미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4월부터 실시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에서 는 미국의 전략자산의 대대적 전개에 반대하고 훈련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줄였다. 또 존스 홉킨스 대학과 제휴한 한미연구소(USKI)에 대한 예산지원을 6월부터 중단키로 했다. 북한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판독하는 38North의 활동을 북한이 싫어하기 때문인 것 같다. 또 비핵화를 위해 다른 우방들과 적극 협의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무장관과 안보보좌관을 바꾸는 대담한 조치를 취했다. 비핵화를 위한 일본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국은 손을 놓고 있는 반면 일본은 미국과 정상차원의 대화를 통해 자기의 활동영역을 설정해나가고 있다. 안보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뮌헨 안보포럼에 한국외교장관은 참석조차 안했다. 그렇다면 미국정부의 눈에 한국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우방으로 보일까 아니면 겉으로는 친미적이라지만 속으로는 우리민족끼리라는 허망한 구호에 사로잡혀 협상이 북한에 유리하게 타결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사이비 우방으로 보일까. 뭐라고 아직 속단할 수는 없지만 현 정권의 정체성을 파고드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날카로운 분석이 두렵다.

3. 중국의 태도 전망

중국은 비핵화를 처리할 큰 손은 아니다. 그러나 비핵화를 몰아가는 대북제재의 중요한 축의 하나다. 그간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김정은을 냉대했다. 국가주석에 오른 후 지난 6년 동안 한 번도 북한을 방문하지도 않았고 김정은을 초청하지도 않았다. 북한이 중국과 사전 협의 없이 핵 파동을 일으킴으로써 중국의 안보외교에 큰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방이었던 중국의 이런 냉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평창 동계올림픽참가를 계기로 한국과 대화를 열었고 한국을 통해 미국 트럼프와의 대화기회를 만들어 냄으로써 시진핑이 자기의 면담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여건을 조성했다. 시진핑은 김정은을 극상(極上)으로 환대했다. 중국의 고위 영도들과 최고전략가들까지 나와서 김정은을 영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차 방문했을 당시에 중국에서 받은 대접과는 천양지차다. 김정은은 비핵화를 향한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의 중요 행위자(Player)인데 비해 문재인은 브로커나 메신저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방중기간동안에 문재인 대통령처럼 중국을 대국으로 치켜세우고 자국을 소국으로 낮추는 외교수사도 사용하지 않았다. 비핵화의 협상이 북한에 유리하게 풀리도록 응원해 달라는 부탁과 상황조성에만 힘을 쏟았다. 요미우리 신문은 김정은이 시진핑에게 우리 체제를 확실히 보장해주고 핵 포기에 따른 전면적인 보상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하고 필요하다면 비핵화의 시기도 단축시킬 수도 있고 시찰의 수준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을 전통적 우방으로 복원

시진핑은 현재 동북아시아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이 지역에서 중국이 패자(Hegemon)가 되는 것을 중국의 꿈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비핵화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동북아 대륙에서 핵 독점국가로서의 중국의 지위를 지키는 길이고 나아가 미국이 군사적으로 이 지역에 개입할 명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 세계 비확산체제를 지키기 위해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한다. 현시점에서 미국과 중국은 북한비핵화를 추구하는 내면적 동기는 이처럼 다르지만 비핵화의 필요성에는 완전 공감한다. 중국은 앞으로 미국과 북한 간에 정상급 대화의 진행을 지켜보면서 추후 필요한 행동을 취할 것이다. 시진핑은 중요한 시기에 김정은이 외교무대에 나오는 첫걸음으로 중국을 찾은 것을 평가, 냉대를 환대로 바꾸고 양자관계를 전통적인 우호관계로 복원시켰다.

그러나 한국의 대외관계는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문재인 정부를 향한 트럼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트럼프는 왜 한미 FTA협상을 타결해 놓고도 이를 확정할 대통령서명을 미북 정상회담 이후로 미루었을까.

4. 앞으로의 전망

현재 미북 정상대화에 대해 두 가지의 엇갈리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는 김정은이 그의 조부 김일성과 친부 김정일이 오래 동안 추구해온 미국 정상과의 만남을 아무 소득 없이 끝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제재재가 가중되는 속에서 더 이상 핵과 미사일 개발을 추진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어렵사리 맞게 된 협상의 기회를 김정은이 그냥 놓칠 리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북한문제전문가나 오래 동안 대북협상에 종사해온 사람들의 70%는 협상이 실패할 것으로 전망한다. 공산주의자들이 시간을 끌어가면서 상대방이 동의할 수 없는 강탈적 요구(Extortive demand)를 제기하는 등 협상기술상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비핵화의 집행방법으로서의 사찰문제, 핵과 미사일 처리방식, 보상의 규모, 절차와 시기, 체제보장을 위한 평화체제 등 산적한 과제를 한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일거에 처리할 수 없을 것이고 북한의 요구수준과 미국의 대응수준이 일치할 가능성도 적기 때문에 10 8, 9는 실패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이 협상에 임하고 있다. 미국은 채찍과 당근을 모두 지닌 협상의 주체이기 때문에 정상수준에서 통 큰 원칙합의(Agreement in Principle)를 이룸과 동시에 핵 폐기의 구체적 조치와 집행을 우선적으로 실시키로 김정은의 동의를 얻어낸다면 성공한 협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협상의 다른 과제는 실무협상에 맡기더라도 비핵화협상은 실패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확실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이번 미북 협상이 아니면 말고식으로 끝내서는 안 될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미공조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문재인 정부는 4.27 북한 김정은과의 담판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적절한 유인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한국이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용미(用美)정책을 제대로 구사할 능력만 가졌다면 미국이 가진 카드가 미국만의 카드 아닌 한국의 카드로도 활용될 수 있을 터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한국외교에 이러한 능력이 포함된다면 국제외교에서 구차하게 브로커나 메신저를 자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는 비상식적 공상에 매이지 말고 한미공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아야 야 할 것이다.

이 영 일(11, 12, 15대의원, 한중정치외교포럼회장)

 

1. 들어가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협상이 동북아시아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상회담이 외교의 주요수단으로 등장함으로 해서 실무차원의 대화보다는 정상들 수준의 통 큰 결단들이 어려운 난제를 해결국면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외교는 실무 차원의 협상과는 달리 위에서 아래로 (Up down)협상의 결론적 지침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실무수준의 정밀한 작업을 통해 합의의 내역과 이행절차가 구체화되겠지만 문제해결을 향한 협상과정이 비교적 단순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문제는 20년 이상 끌어온 지구상의 난제중의 난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협상 주체들이 서로 간에 상대방을 기만하거나 일시적 위기모면수단으로 상황을 미봉하려는 협상이 아니고 자국의 이익을 상대방 이익과의 관계에서 실용적으로 재구성 할 의지를 갖고 협상에 임한다면 의외로 해결의 길이 쉽게 열릴 수도 있다. 더욱이 북핵문제는 20년 이상 끌어온 주제이기 때문에 협상상대방들이 서로 놓여있는 상황과 처지, 사용할 수 있는 외교카드가 모두 알려져 있다는 것도 협상의 전망을 어둡게만 볼 수 없는 요소다.

 

김정은의 의도는 무엇인가

현재 국내에는 비핵화협상을 선택한 김정은의 의도를 놓고 두 가지의 상이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좌파논객들은 한반도의 아침칼럼난을 통해 김정은은 이미 핵무기를 완성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고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사실상의 완성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실험과 개발을 향한 노력보다는 협상을 통해 자국의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경제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얻는 수단으로 비핵화카드를 내놓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나 김용현 교수 등이 지적하는 분석이다. 특히 이종석에 의하면 북한의 김정은은 연평균 성장 12~13%를 과시하던 중국보다도 더 빠른 연평균 15% 성장률로 북한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작년에 소위 강남개발구를 설치했다면서 지금 시장화개혁과 더불어 식량난도 많이 해소된 상태이기 때문에 여유 있게 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오 마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한다.

이 반면 우파진영의 학자들, 특히 미국과 서방측 전문가들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일관성 있게 가해온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제재(制裁)와 미국과 일본, 유럽각국들이 가하는 독자제재, 여기에 6.25참전국가 외무국방상들이 캐나다의 벤쿠버에 모여 북한제재를 위한 역할분담에 합의하는 등 최대의 압력(Maximum Pressure)이 김정은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비핵화협상에 나오게 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유엔대사 헤일리(Haily)도 미국이 가한 제재압력으로 북한은 지금 질식 상태에 빠졌으며 이것이 대화를 선택한 배경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의용 특사도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방문결과와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각하의 최대압력이 협상국면을 열게 하였다고 발언한 것도 압력설의 효용을 말한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협상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간에 오는 427일로 예정되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에도 5월말이나 6월초에 열린다고 발표되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27~28일 정상대화를 끝냈다. 그러면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는 한반도 비핵화협상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2. 협상의 진행과 한국의 위상

평창 동계올림픽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협상을 유도하는 중요한 무대가 되었다. 국제적으로 고립무원의 상태에 있던 북한의 김정은은 평창올림픽참가의사를 표명하면서 비핵화협상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요청에 편승할 기회를 포착했다. 김정은은 2018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의사를 밝히면서 참가를 위한 남북대화를 요구했고 한국이 이에 호응함으로써 대결구조는 대화구조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대북특사파견, 특사를 통한 남북정상회담제안과 미국과 북한 간의 정상 회담을 바라는 김정은의 메시지가 나왔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한 한국의 협상유인외교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미국이 가장 큰 손이다

그러나 외교협상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관전 포인트는 증권회사의 주식거래에서처럼 북한이 비상장주(非上場株)로 가지고 있던 핵무기를 상장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핵무기비확산 정책추진에서 가장 큰 손인 미국이 이 제안을 어떻게 받느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제안을 즉각 수락했다. 물론 이에 앞서 북한과 중국 간에 정상회담도 열렸고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에도 회담이 열리겠지만 이 두 회담은 대세에 영향을 미칠 만큼 주요한 관심사는 못된다. 미국만큼 채찍과 당근을 가지고 주식매입에 나설 큰 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중국의 시진핑과 회담을 가진 것은 중국이 큰 손이어서가 아니라 김정은이 상장시키려는 주식 값을 상종가로 만들도록 옆에서 도와주기를 바라서였다. 북한외상 이용호의 러시아방문도 목표는 마찬가지다.

그러면 오는 427일에 열릴 남북정상회담의 기능은 무엇인가. 상식적으로 말하면 한국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비핵화이며 한국은 또한 실질 당사자이기 때문에 가장 큰 손인 미국에 편승(Band-wagoning)하여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도록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태도는 애매하다. 정부는 당사자로서 비핵화협상의 운전석에 앉아 협상을 주도하겠다는 당초의 대국민 약속과는 달리 협상의 브로커나 메신저를 자임(自任)하고 있다. 어느 경우에나 브로커나 메신저는 진지한 협상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 협상주체 아닌 브로커일 뿐이다. 협상타결 시에 받을 이익도 분명치 않다.

 

김정은의 외교돌파력

김정은은 자기가 상장할 주를 상종가로 올리기 위해 유엔안보리에서 대북제재결의에 동참한 옛 우방들을 만나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외교에 힘을 쏟고 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까지를 대비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전선을 균열시킬 방도까지를 내다보면서 포석하는 것 같다. 돌파력이 대단하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의 비위를 맞추는 조치를 취할 뿐 눈에 띄는 다른 조치가 없다. 몇 가지 예시해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동의 없이 비핵화를 위해 한반도에서 어떠한 군사적 조치도 취해서는 안 된다는 대미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4월부터 실시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에서 는 미국의 전략자산의 대대적 전개에 반대하고 훈련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줄였다. 또 존스 홉킨스 대학과 제휴한 한미연구소(USKI)에 대한 예산지원을 6월부터 중단키로 했다. 북한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판독하는 38North의 활동을 북한이 싫어하기 때문인 것 같다. 또 비핵화를 위해 다른 우방들과 적극 협의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무장관과 안보보좌관을 바꾸는 대담한 조치를 취했다. 비핵화를 위한 일본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국은 손을 놓고 있는 반면 일본은 미국과 정상차원의 대화를 통해 자기의 활동영역을 설정해나가고 있다. 안보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뮌헨 안보포럼에 한국외교장관은 참석조차 안했다. 그렇다면 미국정부의 눈에 한국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우방으로 보일까 아니면 겉으로는 친미적이라지만 속으로는 우리민족끼리라는 허망한 구호에 사로잡혀 협상이 북한에 유리하게 타결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사이비 우방으로 보일까. 뭐라고 아직 속단할 수는 없지만 현 정권의 정체성을 파고드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날카롭고 분석이 두렵다.

3. 중국의 태도 전망

중국은 비핵화를 처리할 큰 손은 아니다. 그러나 비핵화를 몰아가는 대북제재의 중요한 축의 하나다. 그간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김정은을 냉대했다. 국가주석에 오른 후 지난 6년 동안 한 번도 북한을 방문하지도 않았고 김정은을 초청하지도 않았다. 북한이 중국과 사전 협의 없이 핵 파동을 일으킴으로써 중국의 안보외교에 큰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방이었던 중국의 이런 냉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평창 동계올림픽참가를 계기로 한국과 대화를 열었고 한국을 통해 미국 트럼프와의 대화기회를 만들어 냄으로써 시진핑이 자기의 면담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여건을 조성했다. 시진핑은 김정은을 극상(極上)으로 환대했다. 중국의 고위 영도들과 최고전략가들까지 나와서 김정은을 영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차 방문했을 당시에 중국에서 받은 대접과는 천양지차다. 김정은은 비핵화를 향한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의 중요 행위자(Player)인데 비해 문재인은 브로커나 메신저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방중기간동안에 문재인 대통령처럼 중국을 대국으로 치켜세우고 자국을 소국으로 낮추는 외교수사도 사용하지 않았다. 비핵화의 협상이 북한에 유리하게 풀리도록 응원해 달라는 부탁과 상황조성에만 힘을 쏟았다. 요미우리 신문은 김정은이 시진핑에게 우리 체제를 확실히 보장해주고 핵 포기에 따른 전면적인 보상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하고 필요하다면 비핵화의 시기도 단축시킬 수도 있고 시찰의 수준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을 전통적 우방으로 복원

시진핑은 현재 동북아시아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이 지역에서 중국이 패자(Hegemon)가 되는 것을 중국의 꿈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비핵화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동북아 대륙에서 핵 독점국가로서의 중국의 지위를 지키는 길이고 나아가 미국이 군사적으로 이 지역에 개입할 명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 세계 비확산체제를 지키기 위해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한다. 현시점에서 미국과 중국은 북한비핵화를 추구하는 내면적 동기는 이처럼 다르지만 비핵화의 필요성에는 완전 공감한다. 중국은 앞으로 미국과 북한 간에 정상급 대화의 진행을 지켜보면서 추후 필요한 행동을 취할 것이다. 시진핑은 중요한 시기에 김정은이 외교무대에 나오는 첫걸음으로 중국을 찾은 것을 평가, 냉대를 환대로 바꾸고 양자관계를 전통적인 우호관계로 복원시켰다.

그러나 한국의 대외관계는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문재인 정부를 향한 트럼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트럼프는 왜 한미 FTA협상을 타결해 놓고도 이를 확정할 대통령서명을 미북 정상회담 이후로 미루었을까.

4. 앞으로의 전망

현재 미북 정상대화에 대해 두 가지의 엇갈리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는 김정은이 그의 조부 김일성과 친부 김정일이 오래 동안 추구해온 미국 정상과의 만남을 아무 소득 없이 끝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제재재가 가중되는 속에서 더 이상 핵과 미사일 개발을 추진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어렵사리 맞게 된 협상의 기회를 김정은이 그냥 놓칠 리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북한문제전문가나 오래 동안 대북협상에 종사해온 사람들의 70%는 협상이 실패할 것으로 전망한다. 공산주의자들이 시간을 끌어가면서 상대방이 동의할 수 없는 강탈적 요구(Extortive demand)를 제기하는 등 협상기술상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비핵화의 집행방법으로서의 사찰문제, 핵과 미사일 처리방식, 보상의 규모, 절차와 시기, 체제보장을 위한 평화체제 등 산적한 과제를 한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일거에 처리할 수 없을 것이고 북한의 요구수준과 미국의 대응수준이 일치할 가능성도 적기 때문에 10 8, 9는 실패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이 협상에 임하고 있다. 미국은 채찍과 당근을 모두 지닌 협상의 주체이기 때문에 정상수준에서 통 큰 원칙합의(Agreement in Principle)를 이룸과 동시에 핵 폐기의 구체적 조치와 집행을 우선적으로 실시키로 김정은의 동의를 얻어낸다면 성공한 협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협상의 다른 과제는 실무협상에 맡기더라도 비핵화협상은 실패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확실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이번 미북 협상이 아니면 말고식으로 끝내서는 안 될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미공조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문재인 정부는 4.27 북한 김정은과의 담판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적절한 유인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한국이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용미(用美)정책을 제대로 구사할 능력만 가졌다면 미국이 가진 카드가 미국만의 카드 아닌 한국의 카드로도 활용될 수 있을 터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한국외교에 이러한 능력이 포함된다면 국제외교에서 구차하게 브로커나 메신저를 자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는 비상식적 공상에 매이지 말고 한미공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아야 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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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핵보유국이 되어서는 안되는가

 

이 영 일 (11, 12, 15대 국회의원)

(2017년 헌정지 11월호 게재)

 

1.문제의 제기

 

미국이 1945년 지구상에서 최초로 핵무장을 갖춘 이래 뒤이어 7개국이 핵보유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1950년대 초 소련이 핵무장에 성공한데 이어 1950년대 중반에 영국과 프랑스가 핵보유국이 되었으며 중국은 1964년 중반에 세계여론에 맞서면서 핵무장에 성공했다. 국제사회는 1972년 핵무기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핵무기를 보유한 유엔 상임이사국 5개국이외의 국가로 핵무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로 합의하고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3개국은 NPT에 가입하기를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핵무장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 3개국은 핵무장에 따른 영향력의 파급이 지역적으로 제한된 것이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비난은 받았지만 제재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 종교적 인종적 차이로 말미암아 인도제국(Indian Empire)의 해체과정에서 각기 분리 독립을 선택했기 때문에 양자 간에는 통일문제 아닌 영토분쟁만 있기 때문에이들 양국의 핵무장은 양자갈등을 봉합시킬 뿐 국제평화와 안전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또 이스라엘의 경우도 수많은 아랍 국가들의 포위공격 속에서 자위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받아들여졌고 핵무장의 목표가 방어적이었다.

 

오늘의 세계는 이처럼 핵 보유가 공인된 5개국과 비 공인된 3개국을 핵 무장 국으로 양해하는 국제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여기에 북한이 유엔안보리의 제재에 맞서면서 핵보유국가의 반열에 참여하겠다고 뛰어 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내세우는 핵무장의 명분은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첫째 북한은 미국의 대북한 적대시 정책에 맞서기위해 핵무장에 나섰다고 하는데 타당성이 없다. 미국은 1992년 남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공동으로 발표한 것과 때를 같이하여 주한미군이 보유했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서 철수시켰다. 둘째로 북한은 인도나 이스라엘과는 달리 핵확산 금지조약에 가입했다가 IAEA의 조사결과로 핵무장 기도가 탄로 나자 NPT를 사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셋째로 북한의 핵무장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그 파급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유발하게 된다. 넷째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핵 보유를 공인받고 있는 중국의 핵 독점지위에 대한 도전이다.

 

이런 이유에서 북한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로부터 아홉 차례의 제재결의(2006년의 결의 1718호로부터 시작하여)를 받았으며 북한 6차 핵실험 이후 912일자의 유엔안보리 결의 2375호는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로서 존립하기 힘들만큼 강경한 제재조치를 받고 있다. 북한은 이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유엔안보리를 통과하자 즉각 불복을 선언하면서 정부성명’(외교부성명보다 격이 높은 성명)을 통해 북한은 "얻을 것은 다 얻고 손에 쥘 것은 다 쥔 우리 공화국이 이따위 제재 앞에서 흔들리고 태도를 바꾸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망상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지금 미국과 북한 간에는 매우 강도 높은 적대적인 심리전이 펼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에 대한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 북한을 총체적으로 파괴하겠다고 유엔총회연설에서 말했고 북한도 김정은 명의의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 실력의 수준과 강도를 미국에 대등할만한 수준으로 높여 미국에 핵으로 맞대응 하겠다고 덤빈다. 지금 한반도에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미국이 평양정권을 향하여 군사적 공격을 감행할 것인지, 비공개협상을 통해 위기수준을 낮추는 조치를 취할지 전혀 전망이 서지 않는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뉴욕 타임스의 니코라스 크리스토프는 자기는 2002년 사담후세인의 바그다드를 떠나면서 느꼈던 것과 똑같은 불길한 예감을 가지면서 평양을 떠나왔다는 섬뜩한 말을 남겼다. 그러면 앞으로 이런 난국을 어떻게 해쳐나갈 것인가.

 

2. 미국의 딜레마

 

<북한만이 미국을 공격목표로 삼고 있다고 공언>

 

미국과 더불어 핵을 보유하고 있는 7개국 중 어느 나라도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로 미국의 해외영토나 본토를 공격하겠다고 밝힌 나라는 없다. 또 핵을 정치무기로 보유하되 핵을 공격무기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나라도 없다. 그러나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북한이다. 김정은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거나 미국의 군사기지가 있는 괌도 주변의 4개 지역을 미사일 공격지점으로 정했다면서 앞으로 핵능력을 향상시켜 미국본토까지 공격할 목표를 가지고 있음을 공언하였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도발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핵무기비확산을 추구하면서 공인된 핵보유국이외의 나라가 핵을 갖는 것을 억제해왔다. 미국은 우방국들의 독자적인 핵개발도 억제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도 한때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지만 미국은 이를 철저히 차단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우방 국가들이 미군주둔을 통한 밀착방어미국의 전략자산 이용을 통한 확산억지조치를 통해 핵 도전에 대처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나토(NATO)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핵개발을 막고 미국의 확산억지전략에 핵 안보를 맡기게 하면서 유사시를 상정, 전술핵무기의 공동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우크라이나가 보유했던 핵은 해체시켰고 리비아의 핵 보유기도를 저지했으며 이란과도 핵협상을 통해 핵무기보유를 차단하고 있다.

 

<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지는 주장>

 

그러나 최근 미국일각에서 북한의 김정은이 핵 보유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다가 핵개발도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외교적 수단으로 북 핵을 저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일단 아무 조건 없이 대화를 열어서 북핵문제가 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또 현재 미국정부가 협력을 기대하는 중국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도 중국이 내놓은 해법의 수용만을 요구하면서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비핵화의 결실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현시점은 군사적 조치밖에 북 핵을 저지할 수단이 없어 보이는데 한국이나 미국 내에서도 군사조치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고 위험부담도 크기 때문에 쉽게 결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일부 학자들은 이제 북한의 핵무장수준이 군사적 조치로도 성과를 얻기 힘든 단계에 이른 만큼 대화를 통해 한반도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미국이 이렇게 나와도 한국은 한미방위동맹의 덫에 걸려 큰 반발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비핵화 이외의 대북협상은 불가>

 

현재 트럼프 정권은 북한을 결코 핵보유국으로 인정치 않을 것을 명백히 하고 있다. 다만 군사적 조치보다는 외교적 노력으로 비핵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미국은 북한정권의 교체도 바라지 않고 정권붕괴도 원하지 않으며 통일을 서두르지도 않고 미군이 휴전선을 넘지 않도록 한다는 이른바 ‘4 아니요’(4Nos)정책을 표방, 북한이 비핵화협상에 나올 것을 유도한다. 그는 북한이 자발적으로 비핵화협상에 나오지는 않겠지만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강화되면 핵 포기협상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대북압박과 제재강화에 국제사회가 더 한층 단합해야만 핵위협으로부터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만일 미국이 지구최빈국으로 최악의 인권유린국가인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한다면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체제는 붕괴될 것이다. 그간 9회에 걸쳐 제재결의안을 채택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도 존재의의가 사라진다. 안보리의 무력화와 때를 같이하여 중동지역을 포함한 대소국가들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기 때문에 국제정치는 핵무기에 관한 한 무정부(Anarchy)상태에 빠질 것이다. 중국도 아시아에서 누리던 핵무기 독점의 지위를 상실하고 일본, 한국, 타이완, 베트남 등이 다투어 핵개발에 도전할 것이다. 미국도 더 이상 세계1등 지도국가의 위상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트럼프가 강조한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가 무너지기 때문에 미국은 결코 상황의 이러한 전개를 용인할 수 없을 것이다.

 

3.무엇이 현실적인 대책인가.

 

북한은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쏟았다. 국제사회의 제제에 맞서왔다.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 보유만이 3대 세습정권을 지키고 미국본토와 군사기지를 공격할 핵·미사일개발에만 성공하면 그 힘으로 한반도도 통일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지구최빈국인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무한정으로 힘을 쏟을 수 없다. 이제 딱 그 한계에 왔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라는 불꽃놀이도 끝이 보인다. 유엔결의 2375호로 북한의 노동력수출과 섬유수출은 물론, 북한과 거래하는 해외무역업자들에 대해서까지, 해상운송수단에 까지 제재가 가해지기 때문이다. 원유공급량도 줄어들게 된다. 결국 북한은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하느냐 핵과 미사일을 끌어안고 자멸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모든 조치(All the Options)중의 군사조치도 허구가 아니다. 외교적 해결이 불가능할 경우 반드시 사용할 카드다. 일부에서는 반전여론이 강하고 북한 핵무장 수준이 너무 높아서 군사조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미국의 고도화된 전략무기수준에서 보면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군사조치를 취하는 것이 언제나 가능하다고 한다.

김정은은 리비아의 카다피가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비참한 최후를 마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핵 포기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장은 결코 주변정세나 인민차원의 안보수요(安保需要)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시대착오적 세습독재권력 유지의 필요에서 나왔다.

 

따라서 우리에게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인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김정은과 그 추종자들만 제거하는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 과정이 전개되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남북한 동포들에게 재앙이나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언제나 미국이 한미동맹을 통해 제공하는 확장억제전략과 보조를 같이하면서 비핵화를 통한 평화의 길을 인내심을 가지고 걸어 나가야 한다. 여기에 우리의 평화가 있고 승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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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Young-il] North Korea’s nuclear gamble: Why Kim should be denied his bomb By Korea Herald Published : Nov 7, 2017 • •

North Korea’s acquisition of nuclear and missile capability and its declared readiness to use them against South Korea, the US and Japan is escalating tension in East Asia. In the US, the Trump administration is responding by deploying strategic assets such as B-1B bombers and teh USS Ronald Reagan aircraft carrier to waters around Korea; in Japan, alarm over Pyongyang’s repeated missile launches has helped return the conservative government of Prime Minister Shinzo Abe to power in the recent parliamentary election, allowing him to seek his chief political agenda of revising Japan’s peacetime constitution to permit the island nation’s rearmament.

The UN Security Council has responded to reckless brinkmanship of the Kim Jong-un regime by adopting Resolution No. 2375, tightening a variety of sanctions already in force. Under the latest sanctions, North Korea is prevented from earning foreign exchange through textile exports or manpower earnings. Any country that trades or deals with the North economically will be slapped with a secondary boycott, meaning forfeiture of the privilege of trading with the US. It represents the toughest sanctions yet imposed by the five permanent powers including China and Russia.

It was the ninth such resolution imposed so far on the North by the UN. Pyongyang’s demand to be recognized as the ninth nuclear state alongside the eight countries who already have their nuclear arsenals recognized is running into stiff resistance from the international community for obvious reasons. While India, Pakistan and Israel maintain nuclear options mainly as insurance against outside attacks, North Korea employs it for offensive purposes. In view of its repeated underground nuclear tests, so far counting six such tests, coupled with a volley of ballistic missiles to develop an nuclear weapon that can be used internationally, the Pyongyang regime is making its objective clear for the world to see.

In defiance of objections from its neighbors China and Russia, North Korea continues firing missiles above the skies of Japan, in a clear message of menace to the west coast of the US. Kim Jong-un has explicitly threatened to attack the US and Japan with his nuclear missiles. He argues that he would never give up his nuclear arsenal, citing the cases of Libya’s Moammar Gadhafi, who he claimed was toppled and met a tragic end after giving up his nuclear option. It is a highly self-serving argument, given that Gadhafi’s nuclear program had never reached the stage of actual testing, nor did Libya ever claim it was intended for attacking the US.

All five recognized nuclear powers take an exception to the North Korean nuclear option because of the regime’s uniquely roguish nature. Kim has pursued nuclear weapons in contravention of the six-party anti-nuclear agreement that Pyongyang signed in 2005 in exchange for food and fuel. While it has broken that agreement after taking compensatory aid, the North is the only country that brandishes its nuclear arsenal as an employable weapon against the world’s hegemonic powers. It defends its nuclear choice as a way of countering the “hostile” policy of the US and South Korea.

This logic, however, is untenable because the US removed all of its tactical nuclear weapons from South Korea in 1992 following the North’s agreement to forsake nuclear weapons. Not only has Pyongyang violated this agreement by going nuclear, it seeks to use the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s a bargaining chip to remove the 28,000 US ground troops that are based in the South to deter another invasion from the North. Devoting massive resources to foment an indirect form of aggression, North Korean troops have resorted to periodic provocations, internal sabotage and terror, and ceaseless infiltrations of espionage agents to destabilize the South. Constant military provocations make it clear that North Korea’s nuclear programs are aimed at changing the peninsula’s balance of power.

For years, North Korean officials have claimed that their nuclear capability is aimed at “countering US hostile policy.” But in a recent interview with CNN in Pyongyang, a senior Foreign Ministry official implied that his government was looking for recognition of North Korea as a strategic power in the region. In short, its atomic weapons are not so much meant to deter the US and South Korean military power as to act as an instrument of policy to change the current geopolitical picture. It’s not difficult to fathom Pyongyang’s ambitions. On the back of its nuclear blackmail, Kim Jong-un is pressing for a peace treaty to replace the current armistice agreement with the US. In the past, it claimed South Korea, with a population twice the North’s size, should be excluded from negotiations leading to this peace treaty as Seoul had refused to sign the 1953 armistice agreement. Also this peace treaty would presumably require the withdrawal of foreign troops, meaning US forces.

Such an arrangement will pave the way for the nuclear armed North Korea to take over the South in a manner that North Vietnam took over South Vietnam in 1975 with a blitzkrieg invasion. In sum, North Korea’s nuclear capability represents a short-cut to reunification under Pyongyang’s control. The five established nuclear powers including China and Russia must squarely face the implications of North Korea’s nuclear acquisition, and what its ultimate objectives are. Failure to reverse its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will inevitably trigger a nuclear domino effect in the region, as South Korea and Japan come under pressure to defend themselves.

Japanese Prime Minister Abe is campaigning for revision of the Japanese constitution’s anti-war provision. In South Korea, recent opinion polls showed over 60 percent of the public espousing an independent nuclear arsenal to counterbalance the North. Such a consequence could clearly lead to nuclear development for Taiwan, a situation that will eventually erode China’s preeminent status as the biggest military power in Asia. Given the US role of imposing the global denuclearization regime, there’s scant possibility of Washington reinstating tactical nuclear weapons in South Korea or allowing it an independent nuclear acquisition. Nor would the Trump administration accept North Korea’s nuclear status. US Defense Secretary James Mattis, in Seoul recently for the bilateral annual security consultation, reaffirmed Washington’s commitment to a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categorically rejecting any chance of the US compromising on this point. In the event of a full-scale war, he noted the North stood vastly overmatched by the combined strength of the US and South Korean armed forces as far as conventional strength was concerned. In short, the North will risk a nuclear war only at the risk of its own annihilation.

The outbreak of war on the Korean Peninsula would mean catastrophic consequences for the entire peninsula, with millions of casualties in life and property. The most desirable course for the North and South is a peaceful resolution of the North’s denuclearization. This is the logic behind opinions in the South that the top leadership in Pyongyang should be decapitated before Kim and his party supporters bring about the total destruction of their country while at the same time incur a South Korean devastation. This is why we should all strive for denuclearization of the North even if that involves the risk that come with trying to remove the North Korean leadership through means outside the scale of war.

By Lee Young-il The writer is a former three-term legislator of the National Assembly who served as the chairman of Korea-China Politico-Diplomatic Forum. The views reflected in the article are his own. -- 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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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핵 폐기의 국제정치학

                                                 (이글은 2016년 헌정지 3월호에 발표되었다)

                                                                     한중정치외교포럼 회장 이 영 일(전 국회의원)

 

1. 2016년은 북한 핵무장여부가 판가름 날 마지막 시기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은 한반도를 위요한 안보지형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북한이 수소폭탄이라는 이름으로 시도한 4차 핵실험과 인공위성이라고 포장한 탄도미사일 발사실험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실전배치의 직전단계에 이르렀음을 말해주는 도발이다. 이 때문에 북 핵과 미사일의 직접 피해 당사자인 한국을 포함하여 북 핵과 미사일발사를 좌시할 수 없는 주변국들은 하나같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2016’년은 북한 핵문제를 연구해온 국제정치학자들이나 전략연구가들이 기술적 견지에서나 시점의 축적에 비추어 북한은 국제사회의 공인과 관계없이 핵 국가의 반열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북한의 2차 핵 실험이 끝난 후 한국을 방문한 재미국제정치학자 김영진 박사(전 미 국무성 고문)는 2012년 11월 26일 사단법인 4월회 초청강연에서 2016년이 북한핵무장의 저지냐 용인이냐를 판가름할 마지막의 해가 될 것이라면서 북 핵전문가들의 연구결과를 정리해서 발표한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은 2016년 1월 6일 4차 핵실험을 수소탄 급으로 단행했다고 발표한데 이어 2월 7일에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바야흐로 북한의 핵무장은 그 최종단계에 근접하고 있다.

 

2. 북 핵을 보는 한·미·중의 태도평가

 

가. 한국의 대응

한국은 북한과 1992년 한반도비핵화선언을 발표한 이래 한국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 핵까지도 철수시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면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 아닌 군사적 이용을 배제하는 비핵화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북한은 1992년부터 IAEA의 미신고핵시설에 대한 특수사찰을 거부하면서 급기야는 1993년 핵확산 금지조약을 탈퇴하고 공공연히 핵개발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한국은 북 핵 저지에 당사자로서 직접 대응에 나서기보다는 핵무기비확산질서를 관장하는 미국, 중국 등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에게 주된 책임을 맡겼다. 동시에 IAEA등 핵확산금지조약(NPT) 감시기구를 통한 조치나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에 기대를 걸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가안보의 방편으로 미국의 핵우산이나 확장된 억지를 통한 북 핵 대응을 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수교 이래 경제협력이 확대되고 있는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서도 핵문제해결을 모색했다.

 

그러나 상황은 한국의 기대에 너무 못 미쳤다. 한국은 결국 북한의 4차 핵 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확고한 대비 없이 맞게 된 것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강대국들은 북한의 핵을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할 필요가 없을 만큼 모든 도발을 응징할 충분한 핵탄두를 비축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만큼 절실하게 북 핵 저지를 서두르지 않았다.

강대국들은 핵무기확산저지라는 국제적 대의 때문에 북핵문제의 해결을 추구하면서도 그때그때의 자국의 실리에 얽매어 북 핵의 적극저지를 소홀히 한 결과 20년의 세월을 허송했고 북한이 핵능력만 키울 시간을 벌어주었다. 이 시점에 이르러 한국은 북핵문제를 더 이상 강대국에만 맡겨둬서는 해결전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지난 2월 10일 개성공단의 운영중단을 결정함과 동시에 북 핵 저지와 폐기에 능동적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월 16일 국회보고연설을 통해 핵 포기냐, 체제붕괴냐의 양자택일을 북한에 요구하면서 북 핵 저지를 국가의 사활적 과제로 설정했다. 동시에 개성공단 중단은 북한에 대한 제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면서 북 핵 저지에 국가총력을 경주할 것임을 밝혔다. 북핵문제가 비로소 우리의 실존적 과제로 결정된 것이다

 

나. 미국의 대응

미국은 북핵문제가 제기될 당초에는 북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검토했지만 동족상잔의 재발을 피하려는 한국 김영삼 정부의 완강한 반대와 폭격의 실효성에 대한 엇갈린 평가로 군사적 해결을 유보한 가운데 북미양자간 대화를 개시, 1994년 제네바합의를 도출함으로써 핵개발을 동결시키면서 대북지원을 통해 핵무장 포기를 유도하려고 하였다. 이때 미국은 북한의 전력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경수로건설에 착수했고 수십만 톤의 중유를 북측에 무상으로 공급했다.

이때 북한은 겉으로는 대화에 호응하고 6자회담을 통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전망을 주는 청신호를 보내면서도(9.19합의) 이면에서는 파키스탄을 통해 원심분리기를 도입, 핵개발 수준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사실상 외면하고 경수로 건설과 중유지원을 중단했다.

 

그러나 햇볕정책을 내세우는 한국의 좌파정권과 중국이 북한을 계속 지원함으로 해서 북한의 핵개발 노력은 진전되었다. 이 와중에 이란의 핵개발사태가 발생했고 아울러 북한도 6자회담을 보이콧하면서 핵개발노선을 가속화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북 핵 저지”에서 “이란핵 개발저지”로 옮기고 대북 정책도 ‘전략적 인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호도하면서 북한이 핵 포기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한 북한의 기만정책에 놀아나는 대화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이것도 북한의 4차 핵실험의 길을 열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 중국의 대응

중국은 북한 핵문제가 등장하던 1992년 IAEA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북핵문제는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러한 입장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이 갖는 거부권 때문에 모든 국제회의에서 북 핵 저지를 위한 다른 수단의 선택을 어렵게 했다. 이로써 중국은 사실상 북한이 4차에 걸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추진, 성공시킬 시간과 여건을 조성해주었던 것이다.

중국의 당과 정부는 북핵문제가 등장하던 초기부터 북 핵을 중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았고 기필코 저지해야할 과제로 보지도 않았다. 중국학자들의 대다수는 북한의 2차 핵 실험을 전후한 시기까지만 해도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14개 국가들 중 여러 나라들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에 북한 하나가 더 추가된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2013년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무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언명이 있은 후부터는 중국학계의 공공연한 북 핵 긍정론은 사라졌다.

 

그러나 대화와 협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중국의 주장은 지난 22년 동안 계속되어왔다. 지난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왕이(王毅)중국외교부장은 여전히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 했다. 윤병세 외교장관에게, 또 1월 27일 베이징을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에게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 포기를 내용으로 하는 어떠한 협상에도 불응한다는 입장을 중국 측에 분명히 밝혔고 또 핵 보유를 헌법에까지 못 박고 있는 실정을 알면서도 중국은 핵문제해결수단으로 대화와 협상만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일견 황당해 보이는 주장 같지만 여기에는 중국 나름의 전략적 고려가 담겨있다.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이 갖는 영향력을 배제하고 중국우위의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명분으로 북한과 미국이 대화를 열어 평화협정을 협상케 하고 이 협상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 미국의 한반도 개입명분을 약화시키거나 주한미군의 지위를 흔들겠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강도 높게 요구하는 사드(THAAD)배치 반대도 맥락은 같다. 사드는 공격무기가 아닌 방어무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부지(敷地)를 제공하는 사드가 주한미군에 배치될 경우 한국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에 편입되어 중국에 대한 견제세력의 일원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간 한국은 사드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주한미군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미군 사령관의 건의를 반대할 명분이 약했지만 중국의 우려를 배려,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북한의 4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국이 더 이상 사드 배치요구를 외면할 수 없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중국도 북 핵을 감싸면서 오랫동안 공들여온 전략목표를 달성할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발사에 성공, 대량살상무기들이 실전에 배치될 단계에 진입하면 중국은 오히려 양호유환(養虎遺患)의 난국에 빠지게 될 것이다. 특히 한중수교이래 오랫동안 북한내부에서 들끓어온 중국불신감을 상기할 때 북한의 핵무장은 중국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의 4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의 성공은 그 역설로서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의 필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또 한국이 핵문제의 당사자로서 직접 행동에 나서게 했다. 물론 제재의 수준을 놓고 강대국 간에 견해차이가 있지만 “국제여론에 맞선 북한에게 필요한 대가를 지불케 해야 한다”는 왕이 중국외교부장의 발언도 우리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원하는 것은 제재로서 북한이 비핵개방정권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제 우리 외교는 북 핵에 대한 직접대응을 소홀히 했던 구태를 털고 모든 형태의 재제를 강화, 2016년을 북 핵 저지의 결정적 해로 만들어야 할 도전을 맞고 있다.

 

3. 고려할 수 있는 정책대안

 

가. 이스라엘의 교훈

이스라엘은 아랍 국가들에게 둘러싸인 고립된 나라다. 따라서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요소를 철저히 조사차단하는 점에서 세계적인 수범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는 1981년 이라크가 핵개발을 시도할 때 오시라크의 원자로 공사장을 기습 폭격하여 이라크 핵무장을 저지했다. 2007년에는 북한과 제휴하여 시리아의 알키바에 건설 중인 다이르 알주르 원자로 공사 현장을 정확히 파악, F-15 편대를 터어키 국경을 몰래 넘어가 기습 폭격함으로써 시리아의 핵무장을 선제 차단했다.

이때 미국은 폭격 아닌 외교적 해결을 추구했지만 이스라엘은 미국의 입장에 구애받지 않고 직접 폭격을 통해 자국의 안보위기를 극복했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스라엘의 모사드 같이 기민, 정확한 정보기관도 없고 북 핵을 직접 행동으로 폭격, 저지할 마음의 태세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이 실로 아쉽다. 뒤늦게나마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가동을 중단하면서 국민들에게 햇볕정책의 미몽을 버리고 단결을 촉구, 북 핵 저지를 국가안보의 제1의 과제로 설정한 것은 만 번 다행한 일이다.

 

나.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대처하자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도는 북한이 핵무장하지 않고 탄도미사일 없이도 잘 살아가는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을 제외한 나머지 193개회원국들이 걷는 바로 그 길을 택하게 하자는 것이다. 북한이 이러한 선택을 하도록 미국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북한과 여러 기회에 대화도 나누고 필요한 지원도 제공했고 북한이 가장 곤궁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군사적으로 위협한 바 없었다. 중국이 미국의 북한과의 대화가 북핵문제해결의 관건이라는 주장은 경험상으로 보아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리도 식량, 의료, 비료 등 수 십억 달러 상당의 원조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핵과 미사일개발에만 매달리면서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동북아 정세를 긴장 시키고 특히 4차 핵실험과 6차에 걸친 미사일 도발로 동북아시아의 안보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유엔회원국인 북한의 정체(政體)는 그대로 존속시키더라도 현재 북한을 잘못 이끄는 3대세습독재자 김정은을 권자에서 물러나게 하는 북한정권의 운전수 교체(Driver Change)를 진지하게 추구해야 한다. 오늘날 북한 내에서 비핵개방을 원하면서 자생하는 장마당 세력이 보다 큰 힘을 갖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 작업은 한반도 주변 5개국이 한국과 긴밀히 공조하는 가운데 은밀히 추진해야 하며 특히 한국은 북한 지도자 교체에 영향력이 큰 중국을 상대로 공식, 비공식 교섭을 적극 추진하고 여기에 미국과 러시아가 가세 협력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 길이 순탄치 않을 경우에는 미국과의 협력을 통한 참수(斬首)계획도 선택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

이와 동시에 유엔안보리에서는 가장 강력한 제재결의를 끌어내야 한다. 우리는 김정은이 전 세계로 방영되는 TV를 통해 “미사일 발사! 핵실험 단행!”을 육성으로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지도자 교체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특히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지금 미국은 북한의 사실상의 선전포고 앞에 자위조치를 취할 명분이 충분하다.

미국의 자위조치에는 중국의 거부권행사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유엔안보리 제재결의보다도 더 실효성 있는 효과적인 제재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 시진핑 주석이 약속한바 북한의 핵무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언급이 중국의 정책으로 구체화하기 까지 우리는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강도 높은 대북제재와 권력교체를 병행추진하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국론통일의 바탕에서만 꽃필 수 있으며 지금이 바로 안보에 여야가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우리 정치권이 수범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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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남침전쟁과 - 찬송가 363장에 얽힌 사연

 

6.25 전쟁이 치열하던 1950년 어느 날, 삼팔선을 넘어 남하하던 민간복장을 한 인민군 첩자들이 미군 첩보 부대 요원들에 의해 체포되었다. 이들은 피난민들 속에 끼어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후퇴하는 유엔군과 우리 국군의 부대 이동을 파악해서 보고하고, 중요한 시설의 파괴와 요인암살 등 특수 임무를 띠고 있었다.

 

당시의 전황은 유엔군과 국군이 계속 후퇴를 하는 상황에서 체포한 북한 간첩들을 감시하고 수송하고 관리하는데 많은 문제와 위험성이 따랐다. 그래서 유엔군은 이들에게 전향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으나 거절당했다.

 

 결국 유엔군 사령부로부터 이들 첩자들을 처형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다. 그런데 이 간첩들을 처형하기 직전에 유엔군의 한 장교가 한국군 통역장교에게 이 간첩들 중에 혹시 교회에 나가는 자가 있는지 알아보게 했다. 그러자, 간첩 한 사람이 가슴에 십자가를 그려 보이며 기도하는 흉내를 냈다.

 

이 모습을 유심히 보던 유엔군 장교는 그 간첩을 살려주기 위해서 옆으로 나가 서 있으라고 했다. 그러자 눈치를 챈 다른 간첩들도 모두가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며 옆으로 나가 서려고 했다. 이때 유엔군 장교는 한국군 통역 장교에게 간첩들의 행동에 의심이 간다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자 한국군 통역장교가 다시 유엔군 장교에게 잠시 귓속말을 하고 나서 “너희들이 정말 교회에 나갔다면 찬송가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즉 찬송을 정확하게 한 곡이라도 부르는 자만 옆으로 나오라”고 했다. 그러나 간첩들은 아무도 찬송을 부르지 못했고 결국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금방 탄로가 난 것이다.

 

그런데 이들 간첩들 중에 갑자기 한 간첩이 앞으로 나오더니 옆에 있는 동료들의 눈치를 살피다가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내 모든 시험 무거운 짐을 주 예수 앞에 아뢰이면…" 찬송가 363장이었다. 1절이 끝나자 그는 다시 2절을 불렀다. 뜻밖에도 이날 통역장교는 자신이 교회를 다녔기 때문에 이 간첩이 부르는 찬송의 가사는 물론 박자 한 군데도 틀리지 않고 부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2절이 끝나자 이 간첩은 또 3절을 불렀고 4절을 부를 때는 울기 시작했다. 통역장교는 4절 찬송이 끝나기도 전에 유엔군 장교에게 다가가 이분은 교회를 열심히 다닌 분이 틀림없다고 자신 있게 증언을 했다. 그러자 유엔군 장교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런데 왜 울면서 찬송을 부르지” 하고 궁금하다고 했다.

 

결국 이 인민군 간첩은 찬송 때문에 그야말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혼자만 극적으로 살아 남았다. 재차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 사람은 인민군도 간첩도 아닌 순수 민간인이었는데, 피난길에서 이들 간첩들에게 강제로 붙잡혀서 이들과 함께 피난민으로 위장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사실은 교회 문턱도 밟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고 오히려 교회 나가는 사람을 극심하게 핍박을 했던 사람이었다. 교회도 나가지 않았고 또 교인들을 핍박했던 사람이 어떻게 찬송을 그렇게 잘 불렀을까? 그 기막힌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치 한편의 신파 연극을 감상하는 기분이다. 내용인즉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한 부인이 시집을 와서 남편 몰래 열심히 교회를 다니다가 결국 어느 날 남편에게 들키고 말았다. 불같은 성격의 남편은 부인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창피를 준다면서 온 동네 골목으로 끌고 다녔다.

그러나, 주일이 되어 교회의 새벽 종소리가 은은히 들려오면 부인은 오늘도 남편에게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교회로 달려간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며 찬송을 부르는 그 시간만은 남편에게서 받은 핍박도 매맞은 상처도 창피 당한 일도 모두 다 잊어버리는 행복한 시간이다. 그러나 그 행복도 잠시뿐, 교회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되면 남편은 어김없이 대문에서 기다리다가 부인의 머리채를 낚아채고 부엌으로 끌고 가 따귀를 후려치며 온갖 욕설과 함께 매질까지 하게 된다.

매를 맞고 난 부인은 부엌에서 울면서 다시 찬송을 부른다. 찬송이라도 실컷 부르고 나면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핍박 속에서 부인은 결코 중단 없이 10년 동안 교회를 다녔으며, 남편을 위한 기도도 열심히 하면서 부인의 신앙은 나날이 성숙해졌다.

 특히 딸아이를 신앙적으로 키우려는 부인의 의지와 딸아이만큼은 절대 교회에는 못 보낸다는 남편의 단호한 의지가 서로 상극을 이루는 10년 세월이었다. "내 모든 시험 무거운 짐을 주 예수 앞에 아뢰이면 근심에 쌓인 날 돌아 보사 내 근심 모두 맡으시네 무거운 짐을 나 홀로 지고 견디다 못해 쓰러질 때 불쌍히 여겨 구원해 줄이 은혜의 주님 오직 예수" 부인이 유달리 이 찬송만 부르는 것은 이 찬송의 가사 내용이 남편으로부터 핍박받으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자신의 형편과 너무나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부엌에서 밥을 지을 때나 설거지를 할 때나 밭에 나가 일을 할 때나 이 찬송을 항상 불렀다. 그리고 주일날 남편이 핍박을 하게 되면 마치 분이라도 푸는 기분으로 이 찬송을 더 큰 음성으로 불렀다.

그때마다 남편은 “이 천치 같은 여자야, 10년간 교회를 다니면서 노래라고 겨우 그것 하나밖에 못 배웠느냐!”고 약을 올린다. 그러면 부인은 “내가 찬송만 배우기 위해서 교회 가는 게 아니요. 내가 당신을 위해 얼마나 기도하는지 아시오? 하나님께서 언젠가 내 기도를 들어주셔서 당신을 목사로 만들지도 모르지요.” 남편은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 인간이 이제는 실성을 했네 뭐! 내가 목사가 된다고? 별 희한한 소리까지 다 하네” 하고 버럭버럭 화를 내고 고함을 지른다.

 

 그런데 남편은, 이 한 가지 찬송만 10년간을 매일같이 듣다보니 1절에서 4절까지 가사 전부를 저절로 외우게 되었고, 박자까지도 훤히 알게 된 것이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바로 이런 상황을 비유한 것일까? 그렇게 지내던 이들 부부에게도 드디어 이별을 해야 할 운명의 날이 왔다. 6.25전쟁이 터지면서 부인은 그래도 자기 남편을 살리기 위해 옷가지와 양식을 준비해서 남편에게 빨리 피난 대열에 끼어 남쪽으로 가라고 재촉을 했던 것이다. 부인은 형편을 봐서 아이들 데리고 곧 뒤따라가겠다고 하면서 머뭇거리고 있는 남편을 억지로 밀었다.

남편은 지난날 그렇게도 자신에게 핍박만 받았던 부인과 잠시나마 헤어진다는 현실 앞에서 갑자기 그날따라 부인의 모습이 너무나 측은하기 짝이 없었다. 부인과 딸의 처량한 모습을 몇 번이나 뒤돌아보면서 남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해서 피난길에 오른 그 남편은 인민군 첩자들에게 붙잡히는 신세가 되었고, 드디어 총살 직전 그야말로 죽음의 일보 직전에 자기가 그렇게도 핍박했던 부인의 찬송가 덕분에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이다.

그래서 그가 찬송가 4절을 부를 때 자신도 모르게 엉엉 울었던 것이다. 남쪽으로 넘어온 이 사람은 회개하고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늦게 신학을 공부하여 목사가 되었다. 참으로 놀라운 하나님의 섭리다. 그는 목사안수를 받던 다음 날, 군당국의 협조를 얻어 휴전선 철책선을 찾아갔다. 거기서부터 도보로 불과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신의 고향마을을 바라보면서 그는 철책선을 붙잡고 한없이 울었다.

 

“여보, 당신은 10년 세월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 없이 핍박만 받으며 살았지요. 교회 갔다 올 때마다 나는 당신의 머리채를 잡고, 그 연약한 얼굴을 사정없이 후려쳤지! 온갖 욕설과 핍박을 받으면서도, 당신은 말대꾸도 없이, 그저 바보같이 찬송만 불렀지요. 그때 당신의 그 찬송이 내 생명을 구해 주었다오. 그리고 당신이 기도한대로 나는 목사가 되었소. 그런데 이제 나는,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이요! 딸아이는 얼마나 컸는지요. 당신은 지금도 혼자 살고 있는지요. 그리고 오늘도 나를 생각하며 부엌에서 그 찬송을 부르고 있는지요.”……

 

밥짓는 저녁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는 고향 마을을 멀리 바라보면서, 휴전선의 철책선을 붙잡고 그 목사님은 한없이 한없이 울었다. 우리의 삶이 시련에 부딪칠 때 찬송과 기도를 쉬지 말자. 우리 하나님은 눈물이 변하여 찬송이 되게 하시는 분이다. 민들레 성서마을의 강영선의 성서 이야기마당에서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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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과 독재정권

김기천 논설위원 이메일kckim@chosun.com2012.03.26 23:08

 

1942년 말 인도 벵골지역 논에 곰팡이병이 번지고 태풍과 해일까지 덮쳐 벼농사를 망쳤다. 흉년 들 때마다 쌀을 사들여 왔던 미얀마마저 일본에 점령당하면서 곡물 수입 길도 끊겼다. 벵골은 이듬해 사상 최악의 대기근을 겪었다. 추정하기 따라 적게는 150만명, 많게는 4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람들은 음식 쓰레기를 차지하려고 아귀다툼을 벌였다. 뼈만 남은 노인들이 길거리에 쓰러진 채 죽어갔다.

 

▶아마티야 센이라는 아홉 살 소년이 그 현장에 있었다. 센은 큰 충격을 받아 평생을 가난과 기아(饑餓) 연구에 바쳤고 199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센은 "당시 인도 전체적으로는 식량이 부족하지 않았다. 식민 통치를 하던 영국 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곳에서는 기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억압적 권력과 잘못된 정책이 자연 재해보다 무서운 재앙이라고 했다.

 

▶1930년대 초반 우크라이나 대기근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탈린의 소련 공산당은 농지를 국유화하는 집단농장 정책에 우크라이나 농민들이 반발하자 식량은 물론 종자용 씨앗까지 빼앗아갔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식량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도 못하게 막았다. 그 결과 500만~10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1950년대 말 중국의 대약진운동, 1990년대 중반 북한의 '고난의 행군', 2000년대 초반 짐바브웨의 대기근도 독재 정권이 빚어낸 참극으로 꼽힌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아홉 살 이하 북한 어린이 두 명 중 한 명꼴인 220만명이 영양결핍으로 성장 장애를 겪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 중 1만8000명은 생명이 위태로울 만큼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고 했다.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이 배포한 사진에 등장하는 김정은과 지도층 인사들은 하나같이 비대한 체형이다. 북한 권력자들은 영양 과잉상태에 빠져있는데, 어린이와 노인들은 200만~300만명이 굶어죽었다는 '고난의 행군'을 아직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김일성 탄생 100년 행사와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3호 발사에 30억달러 가까운 돈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한다. 그 돈이면 국제 시세로 쳐서 쌀 475만t을 살 수 있다. 식량난을 단숨에 해결하고 수만 어린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북한은 3대 세습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전시·선전 행사와 미사일·핵무기 개발을 하느라 꺼져가는 어린이들 목숨은 돌아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흉년보다 무서운 것이 눈먼 독재정권이다. 지금 북한은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는 공자 말씀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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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김정일 시대와 북ㆍ중 관계

이영일 한중문화협회 회장

1. 북한정권 안정화 필요성에 공감

 

작년 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새해 동북아시아 정세전망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왔다. 중국은 ‘주변정세안정화’라는 중국의 국익개념을 실현한다는 명분하에 사회주의 역사에서 그 유례가 없는 김정은에 의한 “3대 권력세습”을 공인하면서까지 북한정권을 신속히 안정시키기를 선택했다.

북한정권의 조기안정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도 같은 입장을 보이면서 조의를 표했다. 한국정부가 북한정권에 조문(弔問)빚을 진 김대중 전 대통령가족이나 현대상선 정몽헌 전 회장가족들에게 방북조문을 허용하면서 간접 조의를 표한 것 역시 북한정권 안정화의 필요성에 공감한 조치다.

 

중국이 김정은 정권을 이렇게 서둘러 지지한 것은 김정일 사후 북한정권을 동요시킬 북한 내외의 도전요소의 등장을 미리 차단하면서 중국주도로 북한 안정화의 출로를 열어주는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장악하는데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변국들이 북한정권의 조기안정화에 공감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북한정권의 지속적 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체제가 안고 있는 내외적 갈등요소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한다면 북한정권의 안정화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김정일 사망 후 한국에서 발표된 한 학자의 칼럼은 “한반도 분단사(分斷史)의 제2막이 끝났다. 1994년 김일성의 사망으로 6·25 남침과 남북체제 경쟁으로 대표되는 제1막이 종료됐다면, 2011년 김정일의 사망은 배고픔, 핵개발, 기만외교로 점철된 철권통치의 제2막이 끝났음을 의미한다. 과연 북한이 개방·개혁을 통해 역사적 대반전의 제3막을 열 것인지, 아니면 무질서와 폭력이 난무하는 혼돈의 시대로 접어들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한겨레2011-12-20]고 말했다. 이하에서 북한정권 안정화의 조건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2. 북한정권 안정화의 조건

 평양에서 12월 29일 열린 김정일 장례식에는 김정일로부터 정권의 후사(後嗣)를 부탁받은 김정은 이외의 7인이 관(棺)에 손을 얹고 운구행렬을 선도했다. 이들이 북한권력의 새로운 실세 지도부로 보인다. 북한정권 안정화의 첫째 조건은 이들이 김정은 체제가 확고히 뿌리내릴 때 까지 화합, 단결하는 것이다. 이들 간 단합의 기초는 김정일의 카리스마적, 독재적 리더십이 유효하게 작동하는 상황이었는데 김정일 사후에도 과연 단합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김정일은 그간 인민들은 굶기더라도 상위지배동맹성원만은 일체 생활상의 어려움이 없게 하면서 자기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정권을 지켜왔다. 새 지도부 역시 지배동맹의 일원들로서 지금까지 누리던 특권적 지위를 지켜야한다는 점에서는 이해관계를 공유한다. 그러나 역사의 경험은 시간이 흐르면서 북한체제 내부가 당면한 대내외 도전을 처리하는 방식을 놓고는 지배집단 간에 불일치가 나오고 이해(利害)가 갈려 경쟁하고 다투게 된다는 것이다.

우선 김정은 정권이 내세울 정치구호를 설정하는 문제도 간단치 않다. 당장은 유훈통치를 강조하지만 북한이 풀어야할 대내외 도전가운데서 유훈통치만으로 해결될 일이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의 창업주 김일성은 주체(主體)강국을 말했고 그의 아들 김정일은 선군(先軍)강국을 내세웠는데 그러나 주체노선이나 선군노선의 어느 것도 인민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지 못했다. 식량, 에너지, 생산 원료, 의료의 어느 것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다. 그래도 김일성 때는 아사자는 없었고 탈북자도 드물었다.

 

그러나 김정일 시대에는 스스로 ‘고난의 행군’이라고 부르는 시기에 수백만의 북한 동포들이 굶어죽었다. 수십만의 탈북자가 줄을 이었다. 배급체제는 붕괴되었다. 주민들 스스로가 먹는 문제해결에 직접 뛰쳐나오면서 부터 경제는 시장화(市場化)로 기울었고 국가의 계획경제 시스템은 약화되었다. 지금도 탈북은 이어지고 있으며 탈북에 실패한 정신적 탈북자까지를 합한다면 체제 내 위기는 극에 달하고 있다. 굶주림을 더 이상 통치의 수단으로 삼을 수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김정일은 이러한 위기극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 핵과 미사일 개발에 광분했다. 두 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개발을 김정일은 선군의 위업(偉業)으로 과시했다. 그러나 이 정책들은 하나같이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시켰고 인민들만 궁핍 속으로 몰아넣었다. ‘극빈 속의 핵무장 시도’는 인민들은 물론 심지어 군인들에게 조차 먹을 것을 줄 수없는 체제위기를 불러왔다.

 현시점에서 김정일의 유훈(遺訓)은 사실상 그 시효가 끝났다고 보아야 한다. 주체나 선군이 아닌 북한경제상황의 개선이라는 새로운 지도노선을 부각시키고 그 실효성을 보여주어야 비로소 김정은 체제의 안정화는 터를 잡을 것이다.
 북한의 김정일은 핵 보유와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핵무기의 비확산을 지향하는 국제사회는 결코 김정일의 시도를 용납하지 않았다. 중국이 틈틈이 강조하는 한반도의 비핵화는 북한의 핵 포기를 촉구하는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김정은은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가 적극 관여하게 될 핵문제해결의 방도를 놓고 시급히 새 지도층 간에 컨센서스를 만들어야 한다. 다음 대내적으로는 북한의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개혁개방문제를 놓고 조속히 내부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처럼 대내외 도전에 응답하는 방법을 둘러싸고 지도층간에 확고한 합의가 마련되지 않는 한 김정은의 세습체제는 결코 안정화의 길에 들어설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한 학자는 김정은이 같은 세습지도자라도 하이티의 Baby Doc Duvalier보다는 대만의 장징궈(蔣經國)가 더 바람직한 모델인데 그러한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고 대남, 대미강공책으로 리더의 위엄을 과시하는 방식에 쏠릴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Sheena Greitens, Succession and Stability in North Korea January 23, 2011 (Korea Platform CSIS)


3. 우려되는 지도층 내부의 노선갈등

현재 북한에 잠복되어 있는 노선갈등요소는 중국 편향(偏向)파와 중국경계(警戒)파의 대립가능성이다. 김정일 사망이후 북한이 기댈 곳은 중국뿐이고 중국만이 북한의 세습정권의 안착을 가장 강력, 명백하게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소사(大小事)를 중국과의 협의로 해결하자는 중국 편향파가 지금은 주류다. 그러나 중국에만 일방적으로 의존한다고 해서 모든 우려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현 단계 중국의 대북정책은 미국처럼 핵 포기의 선행을 요구하는 대신에 ‘협력을 통한 개입’을 추구하며 한반도의 비핵화를 외교목표로 내세운다.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를 원하는 중국과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핵 보유를 밀고나갈 김정은의 정책 간에는 전략적 갈등요인이 도사린다. 물론 중국이 현재처럼 북한문제와 북핵문제를 나누어 대처할 때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앞으로 펼쳐질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치과정에서 북·중 갈등은 반드시 수면위로 떠오를 것이다. 또 중국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적극 권고, 지원하는 입장인데 이것의 수용여부도 중북관계에서 큰 변수의 하나가 될 것이다. 김정일 치하에서 강성해진 선군세력의 영향력을 김정은이 어떻게 조정, 통제해 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둘째로 중국이 우방국 국가원수의 가족이라고 해서 보호하고 있는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金正男)의 존재도 김정은을 둘러싼 권력층에서는 경계의 눈초리를 한시도 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중국 측에는 카드가 되겠지만 김정은 측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이러한 잠재적 갈등요인을 가정할 때 북한의 내부노선 갈등은 항상 중국일변도로만 흐를 수없는 요인을 안고 있다.

또 북한의 외교라인에서는 꾸준히 대미접근의 중요성을 말한다. 금년 신년공동사설에서 "현시기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 문제를 푸는 것은 강성국가 건설의 초미의 문제"라고 명기하면서 미국과의 식량협상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또 북한노동당은 개성공단, 금강산사업 등의 경험에 비추어 식량난 해결을 위한 남한이용의 필요성을 제기할 것이다. 대미접근 노선과 남북관계개선노선이 중국편향노선, 중국경계노선과 맞물리면서 상황변동에 따라 정권이 추구하는 정책의 중점은 가변적이 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당분간 선군세력의 영향 하에 있지만 그러나 경제상황은 더 이상 주체나 선군에만 매달릴 수 없게 되어 있다.

 

4. 한국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한국의 입장에서는 총체적 상황이 북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낙관론을 가질 수 있지만 선군세력에 옹위된 김정은의 진로가 불명하기 때문에 안보차원의 대비에도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동시에 북한이 중국에만 전적으로 매달리는 상황을 방치만 해서도 안 되기 때문에 대북협력을 구체화할 조치들을 정치, 경제 외교차원에서 하나씩 준비하고 필요한 제안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특히 현시점에서 한국이 남북한관계를 개선해 나가려는 것은 오늘의 급변하고 있는 북한 상황의 요구일 뿐만 아니라 주변정세의 큰 흐름에서 보아도 한국이 당면한 도전적 과제이기도 하다.

최근 주변정세에서 한시도 주목을 게을리 할 수 없는 것은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이다. 미국이 대외정책의 중심을 아시아로 옮긴다고 선언하면서부터 미ㆍ중 관계는 갈수록 협력보다는 갈등 쪽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당초에는 대선을 앞둔 미국 내의 정치적 필요가 미중관계를 긴장시키는 원인으로 보였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미·중 양국 간의 국익차원의 갈등양상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

미국은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호주에 미국 해병대를 상주시키고 인도, 미얀마,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외몽고를 망라하는 다각적 협력의 그물망을 촘촘히 짜들어가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아세안과의 협력긴밀화, 한ㆍ중ㆍ일 FTA체결 제의, 샹하이 협력기구강화, 러시아와의 협력관계개선,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거부 등으로 맞서고 있다. 또 아직까지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평가하지 않던 북한의 전략 가치를 새롭게 제고하고 있다.

 

물론 미중관계의 갈등이 심화된다고 해서 두 강대국 간에 군사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오늘의 세계정치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양국 간에 이해관계가 맞부딪히는 지역차원에서는 미중양국간의 실력과시의 수단으로 또는 강국정치의 음모적 속성 때문에 또는 상대방의 오산으로 인하여 대리전의 결과를 초래할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혹시라도 한반도가 이렇게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법도 강구해두어야 한다. 이 방법가운데 남북한관계개선도 중요한 과제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한ㆍ미관계와 한ㆍ중 관계를 잘 풀어갈 외교역량의 극대화가 요망되는 임진년이다. 올해가 남북한이 새롭게 대화하고 협력하는 시대로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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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국제문제지 10월호에 게재되었고 연우포럼에서도  널리 알렸습니다.

평양에도 봄은 올 것인가.

한중문화협회 총재 이 영 일

1.

21세기는 변화의 시대다. 국제정치를 이해하는 패러다임도 크게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들은 20세기의 나머지 10년부터 태동하여 이제는 세계정치의 새로운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예외지대가 있다는 것이다. 다름 아닌 북한정권이다. 그렇다면 북한정권은 영원히 예외지대로 남을 것인가. 북한정권의 운명을 진단하기위한 노력의 하나로 20세기의 마지막 10년 동안부터 시작된 세계적 변화를 개관, 오늘의 북한의 예외성(Exceptionality)이 얼마만큼 지속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자 한다.

 

지난 세기의 마지막 10년 사이에 세계에서 발생한 가장 큰 혁명은 한 마디로 소련제국과 동구 공산권을 해체시킨 러시아 혁명일 것이다. 여기에 곁들여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사건은 동서독이 하나로 통일된 것이다. 그러나 흥미 있는 것은 세계사의 흐름을 바꿀 이러한 큰 변화와 사건들이 사전에 누구에 의해서도 예측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의 소련문제 최고권위자의 한 사람인 George Kennan도 “현대 국제정치 사건의 역사를 통틀어서 러시아제국과 소비에트연방(蘇聯)으로 알려진 강대국이 이처럼 돌연히 총체적으로 붕괴해서 사라지는 이상하고 놀라운 사건은 있어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독일의 통일에 관해서도 통일 당시 서독 수상이었던 Helmut Kohl자신도 독일이 이처럼 빨리 통일에 이르게 될지 몰랐다고 회고했다.

 

소련의 붕괴에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요인 등 구조적 요인들이 많았지만 언제(When), 어떻게(How), 왜(Why) 소련제국이 망했는지에 관한 납득할만한 설명은 모자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당독재, 국유경제, 15개 구성공화국과 동구라파에 대한 Kremlin의 통제는 사라진 것이다. 유럽 대륙에서 발생한 이러한 변화에 이어서 올봄에는 중동과 북 아프리카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발생했다. 이집트의 Tahrir광장, 튀니지의 Casbah Plaza, 리비아의 Benghazi 거리에서 일어난 민중 혁명은 소련과 동구에서 제기되었던 투쟁구호들과 많은 공통성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劉小波의 주장 속에도 놀랄만한 유사성성이 담겨있다.

 

미국의 러시아 문제 전문가의 한 사람인 Leon Aron은 최근 발표한 글(Foreign Policy. Washington: Jul/Aug 2011. , Iss. 187; pg. 64, 8 pgs)에서 소련의 해체는 고르바초프의 이상주의적 접근에서 비롯되었는데 고르비가 시도한 ‘위로부터의 개혁“이 혁명적 변화를 몰고 왔다고 밝혔다. 고르비는 개혁의 규모와 깊이가 당초 의도했던 궤도를 벗어났을 때 강제력행사를 자제했다. 그것은 스탈린주의의 청산이 스탈린적 수법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고르비의 강권정치에 대한 혐오와 그의 이상주의적 성향 때문이었다고 Aron은지적하고 결국 고르바초프의 온건개혁정책이 소련해체를 가져왔다고 결론지었다.

 

중국의 개혁도 위로부터의 개혁인 점에서는 소련의 그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개혁정책의 집행방식에서는 러시아와 달랐다. 중국 공산당은 민주화를 향한 급격한 체제변혁의 시도(1989년의 천안문사건)를 군사력을 동원해서 철저히 차단하고 공산당 주도하에 중국내부정세와 당시의 중국경제력의 수준에 맞게 개혁정책을 점진적으로 집행했다.(장쩌민의 與時俱進) 여기에서 중국의 성공과 소련의 실패가 갈린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2.

 

지금까지 소련과 동구, 중동과 북 아프리카에서 진행된 혁명과 변화는 변화의 당사국들이 내놓은 이데올로기나 정치명분이 무엇이냐에 관계없이 인권을 존중치 않는 정권은 존립하는데 실패했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명제가 옳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그가 1985년 3월 공산당 서기장이 된 후 소련이 당면한 문제로서 거짓과 테러위에 세워진 스탈린 식 공산주의라는 거대한 구조물의 청산을 겨냥하면서 “소련모델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실패했다. 그것은 인간을 존중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정치적으로 탄압했기 때문이라면서 소련을 한층 더 높은 도덕수준으로 재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9년 소련개혁의 설계자로 알려진 Alexandr Yakovlev도 “우리는 이대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 모든 것이 새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의 개념, 접근방식, 과거와 미래에 관한 우리들의 생각을 재고해야 한다. 이제까지 살아온 대로는 더 살 수 없다. 창피하다, 참을 수 없다”는 인식이 소련사회에 팽배했다고 술회했다.

 

당시 고르바초프를 지지했던 개혁론자들은 소련국민들이 갈수록 심해지는 부패에 대한 혐오, 뻔뻔한 도적질, 올바른 삶을 저해하는 무법이 판을 쳤기 때문에 고르바초프의 개혁 즉 페레스트로이카를 지지하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정신적인 노예제도의 재현에 영향을 받지 않을 “자유인”을 만들어내야 소련혁명이 성공한다고 보았다. 경제문제보다는 독재체제의 인권유린을 더 중시했다.

 

한편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엿보였다. 자스민 혁명이 맨 먼저 시작된 튀니지의 경우 빵보다는 인간의 존엄(Dignity before Bread)이 큰 공감과 대중 참여를 이끌어냈다. 과일노점상을 하던 Mohamed Bouazizi가 관권의 탄압에 항거하다가 분신한 사건이 튀니지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집트나 리비아에서도 반부패, 불법, 불공정이 혁명의 구호였다. 이집트의 무바라크나 튀니지의 벤 알리, 리비아의 카다피 모두가 1인 장기집권과 독재, 부정부패, 경찰을 앞세운 감시와 자유억압으로 정권을 지키다가 결국 대중항거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소련의 경우 스탈린체제의 청산문제는 위로부터 시작된 개혁이었지만 기존체제, 즉 구체제(Ancient Regime)에 대한 대중의 저항은 이미 존재해왔다. 브레즈네프가 제한주권론을 내세어 무력진압을 자행한 체코의 봄 역시 당시 체코지도자 두브체크가 ‘인간의 얼굴을 가진 사회주의’로의 개혁을 추구했음은 잘 알려져 있다. 소련에서 1989년에 최초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산당 이외의 정당의 합법화, 선거를 통한 경쟁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이었고 건전한 경제는 개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허용해 줄때 가능하다는 시장경제선호도가 1989년 56%에서 1990년에는 64%로 올라갔다. 70년 이상의 일당독재와 국유배급 경제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소련모델은 이미 시효가 끝났던 것이다.

 

3.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격변과 혁명이 사전에 해당분야의 전문가들의 누구에 의해서도 예견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학문은 사건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그 전말을 뒤늦게 파헤치고 정리하는 기능밖에 못한다는 미네르바의 부엉이임이 옳다는 것을 절감케 한다. 인간사에는 학자나 전문가들이 예측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항상 변화의 싹이 움터 자라고 있다. 다만 사람들이 쉽게 알아보지 못할 뿐이다.

 

봄꽃은 섭씨 15도가 되면 피게 마련이다. 14.5도에서도 피지 않고 꼭 15도가 될 때 핀다. 물도 100도가 되어야 비로소 끓는다. 자연과학에서 말하는 임계질량(Critical Mass)이론이다. 그러나 사회과학에서는 이러한 실험이 불가능하다. 역사적인 유추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인간의 예측이나 예견이 없어도 변화는 일어났고 변화의 불씨는 자라고 있다. 대개의 경우 역사적인 큰 사건들은 우리의 광복의 역사처럼 전조는 있지만 예고 없이 돌연히 발생했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하면 평양의 봄도 그 씨앗이 분명히 자라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러시아나 중동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부정, 불법, 부패에 맞설 주체가 내부에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위로부터건 아래로 부터건 내부에서 변혁의 주체가 형성되었다. 소련에서는 Khrushchev나 Gorbachev같은 지도층이 소련인민의 노예화를 초래한 스탈린체제개혁의 주체가 되었다. 중국에서도 사상해방과 위민정치(爲民政治)를 내세우는 등소평이 개혁을 주도한 지도층이었다. 위로부터의 혁명(Revolution von Oben)이다.

 

이러한 위로부터의 개혁과는 달리 아래로 부터의 혁명(Revolution von Unten)도 있다. 폴란드에서의 자유노조운동이 그 대표적인 예이고 동서독을 통일에 이르게 한 동독주민들의 동독탈출운동, 양독통합을 위한 국민투표운동역시 아래로부터 일어난 운동이었다. 올봄 이집트의 Tahrir광장과 튀니스의 Casba Plaza를 기득 채운 민중들은 이 지역의 혁명이 위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혁명임을 웅변한다. 현시점에서 볼 때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경우 인민참여의 강도와 성격상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성공의 열매를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카다피의 리비아는 부족갈등이 반독재투쟁과 엉켜 있어 성격규정이 용이치 않지만 역사의 시간표는 민주화를 위한 변화의 소용돌이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특히 외세의 사주(使嗾)가 아닌 인민들 스스로의 결단과 헌신으로 투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발전의 전형적 모습이 여기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4.

 

그러나 오늘의 북한에서는 위로부터나 아래로 부터의 개혁을 주도할 주체가 눈에 띄지 않는다. 또 이러한 변화를 강조할 학자도 사상가가 있다는 이야기조차 들리지 않는다. 동구라파의 경우 체코의 오타시크나 하벨은 유명한 개혁사상가였다. 소련에서도 안드레이 사하로프나 솔제니친 같은 체제저항지식인들이 나왔다. 물론 북한에서도 수많은 탈북자가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보아 개혁의 소망을 품은 학자나 문인이나 사상가도 없지 않았겠지만 북한정권은 그러한 싹마저 철저히 차단할 통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탈북만이 유일한 투쟁방식이 되었다.

 

현재까지 북한을 탈출하는데 성공, 한국에 정착한 사람들이 2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은 평양에도 바야흐로 변화가 임박했다는 징조이다. 동독을 탈출하는 사람들이 마침내 동서독간의 철의 장막이었던 베를린 장벽을 뚫었던 것처럼 북한도 이제 변화의 일보 전에 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것은 탈북의 에너지가 아직까지 체제변혁의 에너지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빵보다는 인간의 존엄이나 자유가 절실하다는 민중의 각성이 일어나기에는 북한의 발전단계가 현재 동구나 중동이나 북아프리카보다는 한 차원 낮은 단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의 문제는 빵이냐 자유냐가 문제가 아니라 굶느냐 먹느냐가 문제로 되는 상태이다. 3대로 이어지는 세습독재체제하에서는 중국의 등소평이나 러시아의 고르바초프처럼 새로운 개혁철학을 내놓을 지도자가 나올 수 없다.

 

오히려 인민궁핍을 세습체제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측면도 엿보인다. 그간 김대중, 노무현 양 정권은 통일정책이라기보다는 분단체제 유지관리정책의 하나로 김정일 정권의 안정을 지원하는 이른바 햇볕정책을 구사했다. 8조원 가까운 돈을 김정일 정권의 안정과 대남군사도발 역량을 강화하도록 지원했을 뿐 북한 동포들의 식생활 해결이나 민생개선을 위해서는 내놓을만한 지원 실적이 전무하다. 중국은 2000만 달러로 대안유리공장을 건설해주고 큰 생색을 내지만 한국이 지원한 80억 달러는 어디에 쓰였는지 용처가 밝혀지지 않았다.

현시점에서 우리가 북한이 참으로 변하기를 원한다면, 북한 동포들이 더 자유로워지기를 원한다면, 그리하여 북한 땅에서도 인권이 숨 쉴 여지가 생기기를 바란다면 북한의 현재의 발전수준을 최소한 식생활을 해결할 수준까지 끌어올리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제 북한정권이 더 이상 인민 궁핍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지 않도록 주변국들과 협력하여 국제사회의 보장을 확보하면서 대북식량지원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에 이르렀다.

 

‘자유보다 빵’이 중요한 나라를 ‘빵보다 자유’가 중요한 나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한 북한의 온도계는 항상 임계질량(Critical Mass)을 밑돌 것이다. 안보문제로서의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인도적 차원의 대북식량지원문제와 연결시키는 것은 명분상 옳다. 그러나 남북한관계를 통일 쪽으로 바꿔 가야할 우리 한국의 주도적 책임의 윤리에서 생각한다면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만은 어떠한 조건도 내걸지 말고 추진되어야 할 시급한 과제로 정의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변화의 불씨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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