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보는 시각

이글은 전 국회의원 이영일이 2019317일에 실시된 경동교회 청장년 평신도를 위한 월례교양강좌의 강의노트로 준비된 것입니다.

1. 왜 하노이가 선택되었는가.

<미국과 북한은 서로 다른 기대와 전략관점에서 하노이를 협상장소로 선택>

북한의 기대

김정은은 하노이는 베트남 전쟁에서 월맹이 미국을 사실상 패퇴시키고 그들 주도하에 베트남 통일을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주석 김일성이 두 차례나 방문하고 원조했던 나라의 수도였다.

1973년에 베트남에서 미군을 철수시킨 파리평화협정은 월맹군에 대해서는 철수를 요구하지 않고 미국만 6개월 내에 철수토록 하고 월남정부, 베트콩 임시정부, 중도야당세력으로 민족일치화해위원회를 구성, 베트남 장래를 결정키로 합의함으로써 월남정부의 존속에 지극히 불리한 협정이었다는 사실에 김정은은 주목했을 것이다.

파리협정으로 미군이 철수한 베트남에서는 월맹과 같은 편인 베트콩과 반정부 친 공야당인 중도세력이 나서서 당시 반공 베트남 정부를 내파(內破-Implosion)시키는 상태에서 군사침공을 감행, 1975430일 사이공을 점령함으로써 무력통일을 완수한 사실에 김정은은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북한의 조선반도비핵화와 종전선언요구, 한국 내 종북(從北)세력의 육성 지원공작은 월남의 공산화통일을 성공모델로 삼는다. 당시 반공 베트남정부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에서는 공산월맹을 압도했지만 정신전력(모략전과 사상전)에서 극도로 취약, 결국 공산화되었음은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된다.

 

미국의 기대

베트남은 한때 미국과 사활을 걸고 싸웠던 적국이었지만 지금은 미국과 협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주요한 준 동맹국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에 트럼프는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월맹은 베트남을 통일시킨 후 도이머이(刷新)-(중국식 개혁개방)를 통하여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급속히 경제발전에 성공, 빈곤에서 탈출하고 사회주의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하였다.

외교적으로는 반중국(反中國) 노선을 걸으면서 남중국해에서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위해 미군과 적극 협력하면서 베트남의 전략요충인 캄란만 기지를 미국에 사용하도록 내주면서 미국과의 안보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트럼프는 북한도 앞으로 베트남처럼 반중(反中)노선을 걸으면서 비핵화를 하고 개혁개방에 나선다면 빈곤에서 탈피, 베트남보다 더 잘 살 수 있는 국가비전을 꿈꿀 가장 적합한 모델로 하노이를 선택한 것 같다.

 

2. 북 양측의 전략 충돌

 

북한의 전략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의 폐기를 조건으로 미국과 유엔안보리가 부과하고 있는 제재를 큰 틀에서 해제할 것을 요구하면서 내심으로는 제재의 부분해제로 타협을 이끌어내는 해법 즉 비핵화를 여러 단계로 나누고 매단계마다 하나씩 대가를 얻어내는 Small Deal을 기도했음

한반도 종전선언이나 개성공단재개, 북한철도에 대한 한국의 지원은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하노이 회담의 결과로 당연히 주어질 것으로 예단하면서 주요제재의 해제에 역점을 두었음. 북한이 이런 결정을 하는 데는 문재인 정부의 두 가지 조치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가 원한다면 북한의 경제발전에 필요한 모든 부담을 한국이 떠맡겠다는 입장을 하노이회담 전에 발표했고 특히 225일 청와대 대변인은 종전선언은 이번 정상간 회담에서 틀림없이 이뤄질 것으로 단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과 대번인의 이상의 발표를 지켜보면서 Biegun특사가 대표하는 한미워킹 그룹에서 한미 간에 이러한 주장에 양해가 성립된 것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선 작년 3월에도 한국의 방북 특사들은 미국을 방문, 김정은 면담결과를 트럼프에게 보고하면서 김정은이 말한 조선반도의 비핵화북한의 비핵화로 왜곡, 보고하고 김정은에게 비핵화의지가 확실하니 정상회담에 응하라고 권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을 속인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을 한번도 사용한 일이 없었으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핵 국가인 주한미군의 완전철수와 유엔군사령부의 해체, 주일미군의 대북공격 가능성 까지를 차단하는 북한의 최대 안보정책개념을 줄곧 주장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핵 없는 한국은 문제 삼지 않고 북한에서 대량살상무기로서의 핵과 그 운반수단, 생물학적 무기의 총체적 포기를 비핵화로 이해했다.

김정은은 하노이에서 영변 핵개발 시설 포기의 대가로 최소한 종전선언을 비롯,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재개 등 남북한관계 발전부문에서라도 미국이 제재를 푸는데 동의해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빗나갔다.

 

미국의 입장

트럼프는 싱가포르 회담을 마친 후부터 북 핵을 다룰 외교카드로서 흔히 말하는 Big Deal을 구상했다. 즉 미국이 요구하는 대량살상무기로서의 핵과 그 운반수단(ICBM) 및 생화학무기를 북한이 포기한다면 미국은 북한과 수교하는 한편 필요한 경제 원조를 제공, 베트남이상의 경제적 부를 누리게 해주면서 북한이 스스로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구상했다.

트럼프는 북한의 핵문제와 그 배후가 되는 중국문제를 별개로 보지 않고 중국을 경제적으로 강력히 견제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와 탈 중국 화를 획책하고 있다. 싱가포르회담 다음날인 2018613일부터 대 중국경제 제재, 즉 관세폭탄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바로 1:1로 직접 대화함으로써 중국이 의장국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하던 6자회담모델을 깨고 미국과 북한이 양자 간에 핵문제를 해결할 여건을 만들었다. 지금 중국은 북한문제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을 만큼 강도 높은 미국의 대중국견제망을 뚫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을 배후에서 응원해주었던 중국과 러시아가 냉전시대처럼 북한을 도울 수 없는 상황을 경제적으로 조성, 북한이 자력으로 미국의 비핵화공세에 대처하도록 몰아가고 있다.

하노이에서 트럼프는 북한의 Small deal책략에 매력을 잃고 No Deal을 선택했다. 이는 미국 국내정세가 트럼프의 우선순위에서 북한보다 더 중요한 상황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Small Deal은 역대 미국정부가 실패해온 길이기 때문에 미국 민주당이나 공화당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컸다. 여기에 자기를 향한 Michael Kohen의 기자회견, 비상사태선언에 대한 의회의 반발 등도 No Deal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이 지난 15개월 동안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자제해 온 점을 참작,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조치를 북한에 대한 보상으로 연장해 주고 있다.(싱가포르 회담이후부터 실시)

 

3. 금후의 전망

착한 강대국은 없다.

한국이나 북한은 어느 경우에나 국제정치차원에서는 플레이어(Player)가 아닌 말이다. 강대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이나 북한의 차이를 크게 의식하지 않으면서 그때 그 때의 자기들의 국익에 비추어 유리한 선택을 해왔다. 구엔 반 티우 월남대통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닉슨은 파리협정에 조인한 후 월남에서 철군하면서 유사시 파병하거나 공중지원을 다짐했다. 그러나 미군철수 후 닉슨은 Watergate사건으로 대통령 직을 물러났고 닉슨을 승계한 포드가 요구한 베트남지원법안이 의회에서 폐기된 직후 베트남은 공산화되었다.

한국은 월남과 다르다.

미국은 중국견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미국에 대한 패권도전을 결코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평택은 미국의 해외주둔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할 가장 큰 군사기지다. 미국이 중국견제에 힘을 쏟고 있는 한 북한이 원하는 주한미군의 철수는 어렵다. 또 북한이 중국의 묵인과 협력 하에 핵과 미사일을 보유한 사실자체를 미국은 전쟁도발상태로 보기 때문에 핵 폐기 없는 종전선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 종전선언의 허구성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6.25동란을 북한은 민족해방전쟁이라고 부른다.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에게 종전선언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종전선언을 내세우는 것은 한반도 정세를 제2의 월남사태로 유도하려는 평화공세에 불과하다. 미국의 대중국견제가 실행 중인 상황에서 북한의 위장평화공세가 먹히기 힘들 것이다.

ICBM만 포기하면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할 것이라는 설.

ICBM을 포기하면 북한의 핵무장은 유명무실해진다. 핵 운반수단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격을 막기 위해 개발한 핵탄두 장착의 ICBM을 없애는 것은 북한입장에서는 핵무기의 포기와 다름없다. 북한이 핵과 ICBM을 떼어서 협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조치가 갖는 의미

네 가지 주장이 있다. 15개월간 지속되고 있는 핵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보상 설 훈련경비의 과다 설(트럼프의 공식명분) 미래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합동군사훈련이 필요하다는 전통적 주장을 북한에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설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불신 설 등이다.

트럼프기 말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에 수억 달러가 들어간다는 주장은 과장이다. 실제로는 1400만 달러 정도다. 현시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항의 불신설이다. 첫째 동맹은 공동의 적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인데 한국정부는 북한을 주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한다. 둘째 남파간첩에 대한 한국정부의 체포, 단속의 약화나 부재다. 이 때문에 합동군사훈련에 수반되는 비밀의 유출을 미국 측이 우려한다고 한다.

한국의 선택

한미동맹의 강화와 북한의 체제변화유도가 핵 폐기의 지름길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상황 속에서 한국은 세일가스로 에너지문제를 해결한 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북한의 체제변화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대화와 교류도 북한체제변화유도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이 사라진 상황 하에서 김정은은 결국 미국의 빅딜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길로 나가는 것이 국익을 실현하는 길이다.

그러나 80평생 통일과 안보문제를 공부해온 필자로서는 작금년처럼 우리 정부와 국익개념이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민하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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