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 국제정치에서 본 사드문제
이 영 일 전 국회의원(11대, 12대, 15대의원)
1. 들어가면서
오늘날 사드(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ce)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정치의 뜨거운 뇌관이 되었다. 정부의 사드배치허가는 한미방위동맹에 의거,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의 안전에 필요한 장비를 보강하겠다는 주한미군 사령관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가 아닌 다른 어떤 정부라도 한미방위동맹이 존속하는 한, 또 우리가 한미방위동맹을 필요로 하는 한 허가치 않을 수 없는 조치다. 여기에는 여야 간에 갈등이 일어날 원인도 이유도 없다. 더욱이 미국이 사드배치를 요청한 현실적 배경을 보면 바로 해답이 나온다. 우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세가 갈수록 공세화 하고 있는 점이다. 김정일 시기에는 핵 실험도발 2회, 미사일 발사 26회였지만 김정은 등장이후 3년 동안에 핵실험 도발 3회, 미사일 도발이 49회로 늘어났다. 김정은은 또 도발할 때마다 주한 미군이 제1차 타격목표이고 제2차 타격목표는 유사시 한국을 지원할 주일 미군 기지이며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괌 기지나 미국본토까지 타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사드배치 허가조치가 알려지면서 배치장소로 거론된 성주(星州)군민들의 반발은 물론이거니와 국민의 당, 더 민주당 소속의 일부의원들까지 반대에 가세했다. 여기에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사드배치를 강도 높게 반대를 천명하면서부터 사드는 동북아 국제정치의 새로운 긴장의 뇌관이 되었다. 그러나 이때 우리의 가슴을 가장 괴롭힌 것은 우리 내부에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북한이나 외부세력의 주장에 맞장구칠 분열의 씨앗들이 잠재해있다는 사실이다. 적전분열(敵前分裂)이 망국의 길임은 누구나 잘 아는 역사의 교훈이다. 제1차 대전을 앞두고 여야 간에 성내(城內)평화(Burueger Frieden)를 부르짖으면서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했던 독일의 역사에서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안보에 여야가 없다는 사실이 실천으로 입증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북한의 5차 핵 실험을 계기로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국민여론이 사드불가피론을 수용하면서 여야 간에 국론 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하 사드를 둘러싼 국제환경을 분석하고 우리의 대비책을 검토하고자 한다.
2. 한중간에 잠재된 모순의 폭발
중국은 사드배치결정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거의 선전포고에 준할 수준의 공갈, 협박 위협을 가해왔다. 한국정부는 사드배치허용이 결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님을 박근혜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시진핑 주석에게 직접 설명하고 북한의 도발이 사라지면 사드의 필요성도 없어진다는 조건부 사드배치 론을 제시했다. 특히 박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은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에 많은 차이가 있다”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푸틴 러시아대통령에게 “북한 위협은 생사의 문제”라고 했던 정도의 원색적 표현은 아니지만 강조하고자 한 의미는 같았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항조우(杭州)에서 열린 G20정상회담 중 시진핑 주석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사드가 중국을 타격목표로 하지 않는 것임을 설명했지만 중국은 한미양국정부의 설명을 전혀 수용치 않고 사드배치는 동북아시아의 전략균형을 파괴함으로써 정세불안을 야기한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사드가 왜 동북아시아의 정세균형을 파괴하고 안보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지에 대한 입장설명이 없다. 다만 시진핑 주석이 항조우 정상회담에 앞선 Summit 비즈니스 회담연설에서 한국정부를 겨냥, “각국의 안보는 긴밀히 맞물려 있고 어느 한 국가도 자기만 생각해서는 안 되며 또 홀로 해결할 수도 없다”고 말하고 박 대통령과 회담에서도 사드배체는 "지역의 전략적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관련 당사국 간 모순을 격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결국 사드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설득외교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의 커다란 맥락에서 다루어져야 할 문제로 정의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 왜 중국은 이처럼 강경하게 사드배치에 반발할 까.
<중국이 반발하는 논리>
중국의 사드반대론은 중국 메스컴을 통해 여러 가지로 제시되었지만 군사전략가들의 견해는 사드의 목표가 한국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중국정부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우리 정부는 사드가 북한만을 겨냥하고 중국이나 제3국을 노리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드 의 무기체계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의 핵심 요소로서 위성을 포함한 미국 MD망과 연계되지 않으면 아무리 종말단계라도 북한미사일을 요격하는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이것은 마치 아무리 최신형 스마트 폰을 갖고 있어도 통신망과 연결되지 않으면 쓰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면서 한국의 설명을 반박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 배치될 사드 포대는 미7공군 사령관이 관리하는데, 미7공군은 태평양 사령부에 직보를 하는 등 미국 MD체계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중국은 사드를 미국 MD가 한반도로 확장된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또 전문가들은 “북한만 들여다보고, MD와 연결이 안 된다는 국방부의 주장이 맞는다면 성주에 배치될 사드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대상이 아니어야 한다. 그게 과연 가능할까? 또 사드의 한반도화란 결국 북한만 바라보고 중국은 엿보지 않는 레이더, 즉 옆으로 눈도 안 돌리고 업그레이드도 안 하는 레이더를 가진다는 것인데, 그건 바보 사드 아닌가. 1~2년 그럴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종말단계라도 정확한 요격을 위해서는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아닌 북한만을 겨냥한다는 주장을 수용하지 않는다.
최근 미국은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아무 저항을 받지 않고 배치하는데 성공했다. 오히려 나토제국들은 미국은 퍼싱(Pershing)2 미사일보다 더 성능이 좋은 사드를 유럽보다는 아시아에 먼저 배치해야 하는가를 따졌다. 그러나 정작 사드를 문제 삼을 러시아는 그것이 방어무기이고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대륙에서 패권다툼을 벌일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초기의 한 두 차례에 걸친 항의성명이후에는 동유럽지역에 대한 사드배치를 묵인했다. 여기에는 나토에 편입된 동유럽 국가들은 이들 지역이 피침 시 나토에 군사적 대응의무가 배제된 점도 고려되었을 것이다.
<중국이 반대하는 진의>
이상의 주장은 기술적(技術的) 관점이지만 사드를 중국이 반대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시진핑이 구상하는 중국의 꿈 실현에 역행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사드에 대한 정부의 허가를 계기로 우리가 확실히 파악한 것은 미중 간에 잠재된 패권경쟁이라는 모순이 양성화되었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모순은 무엇인가. 간단히 요약하면 시진핑이 말하는 중국의 꿈은 아시아에서 미국을 밀어내고 중국이 지역의 패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이 동북아지역의 패자가 되는 것을 막으면서 아시아 태평양세력으로 계속 남겠다는 것이다. 사드배치허가는 한국이 미중패권투쟁에 끼이게 됨으로써 한국이 소화해야할 국제정치의 상황이 한층 더 어렵게 되었다. 중국도 대외적으로 밝힐 수는 없겠지만 북한과 마찬가지로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 기지를 겨냥할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해 놓았는데 한국의 사드는 미국본토를 공격할 중국의 ICBM은 요격할 수 없지만 이 지역에 배치된 중국의 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을 자극한다. 그간 중국은 한미동맹을 비판적이면서도 역사적인 사실로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중국이 미국 MD체제의 일환으로 보는 사드가 들어옴으로 해서 한미동맹이 반중군사동맹으로 달리 해석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궁극적인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3. 한국이 보는 중국과 중국이 보는 한국
한국은 1992년 수교 이래 양국관계발전을 가장 중요한 대외관계의 하나로 규정하였다. 중국도 이에 호응하고 초기의 단순수교관계가 협력적 동반자관계, 전면적 협력동반자관계,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발전해 왔다고 중국 관리들은 평가한다. 그러나 한국의 어느 누구도 중국이 양국관계의 단계적 발전에 붙이는 수식어가 무엇을 뜻하는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혹자는 전략적 동반자관계란 동맹조약만은 못하더라도 양국협력의 긴밀도가 동맹수준에 오를 만큼 높아졌을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47개국과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맺고 있지만 협력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다. 중국이 다만 북한과 동맹조약을 맺고 있고 유효기간은 2021년까지다.
<한국이 보는 중국>
한국에 있어서 중국은 휴전협정의 서명자인데다가 북핵문제의 비군사적 해결이나 한반도 통일에서 기대하는 역할의 중요성 때문에 동맹국가인 미국에 못지않은 중요한 국가로, 최근 여론조사로는 미국보다 더 중요하게 간주되었다.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동맹관계보다 더 중시한 것이다. 그러나 2010년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태를 거치면서 중국은 중요하지만 안보 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국가인지에 대해 짙은 회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이 자기 동맹국인 북한을 감싸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를 거부권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러나 제4차 북한의 핵실험 후에는 북한에 대한 유엔의 강도 높은 제재에 동참하고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를 다짐했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제재는 핵을 포기시킬 만큼 강도 높은 제재가 아니었다. 중국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핵 비확산 지지라는 명분 때문에 대북제재에 동참은 하면서도 미국을 핵으로 괴롭히면서 중국안보의 일각을 맡아주는 북한의 존재를 중국은 줄곧 활용하겠다는 속셈을 버리지 않았다. 북한문제와 북핵문제를 분리대처 한다거나 북한의 도발이 일어날 때마다 관련당사자들이 서로 냉정하고 자제하라는 양비론적 논평만을 되풀이 하는 중국에 우리는 실망을 거듭해왔다. 북한은 중국의 이러한 속셈을 읽고 국제사회와 맞서 핵 도발을 하면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보는 한국>
중국은 한중수교이후 한국의 발전경험을 활용, 경제발전을 추진하면서 한중간의 교역량을 증진시켜왔다. 지난 수년 동안 한중교역량은 미국, 일본과의 교역량을 능가하면서 양국협력은 FTA를 체결할 만큼 고도화되었다. 그러나 한중수교를 가능케 했던 등소평(鄧小平)의 도광양회(韜光養晦)외교노선이 폐기되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등소평은 도광양회전략을 통해 사회주의 초기단계를 약 100년간 계속해야 할 것을 당부했지만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가 도래하자 중국은 도광양회노선을 끝맺고 국제사회에서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노리는 대국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한국을 보는 중국의 시각은 달라졌다. 중국은 한미동맹을 냉전의 유물이라고 비판, 한미안보협력을 약화시키려 하는 한편 한국국민들의 역사적인 반일감정을 활용, 한국이 미국, 일본과 긴밀히 협력하는 관계발전을 저지하려고 하였다. 바꾸어 말하면 중국의 대한정책의 중점이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 장악에 한국이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는 쪽으로 옮겨진 것이다. 시진핑이 북한의 핵무장 포기를 요구하면서 김정은과의 면담을 거부한 것이나 항일투쟁시의 중국 측 파트너로서 임시정부의 법통을 승계한 한국을 인정하고 기념물을 설치해주는 조치 등은 모두 중국의 이러한 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패권추구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세력전이(勢力轉移)론이나 신형대국관계 론을 앞세운 중국의 꿈은 시진핑 주석이 추구하는 목표는 될 수 있지만 당장 실현되기는 힘들 ㄱ서이다. 학자들은 모든 지표로 보아 금세기는 어렵고 22세기에나 가능할지 모른다고 한다.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의 꿈은 자칫 한국의 핀랜드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할 요소이기도 하다. 더욱이 당면한 한국안보위기해소와는 무관하다. 현시점의 한국은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관계 아닌 한미동맹을 통해 도전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여기서 내야할 우리의 목소리는 중국에 대하여는 ‘북한의 도발이 있는 한 한미동맹은 결코 흔들릴 수 없음’을 강조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이 북한의 도발억제와 비핵화 이외의 목적에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이러한 뜻을 담은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독트린이 필요한 때이다.
4. 맺으면서
현시점에서 우리가 국익이라고 정의해야할 과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도발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는 것이며 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국 안보에 대한 확실한 공약이 있고 유사시 함께 목숨 걸고 싸워 나갈 동맹인 한미동맹을 굳건히 강화하는 것이다. 또 상황이 어려울 때 일수록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국론통일이다. 외부세력들에게 얕보이거나 이용당할 적전분열을 철저히 방지하고 국가의 결정된 목표를 향해 온 국민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다. 민주정치를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다당제나 다양성, 언론자유가 국가위기 시에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지 못하고 적전 분열을 일으켜 위기대응 능력을 약화시킨다면 그러한 민주주의는 수호할 가치가 없다. 지금이야말로 국론분열의 도구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니고 국론을 하나로 통일, 위기대응능력을 키우는 민주주의로 한국정치를 발전시킬 방도를 적극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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