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2016년 10월 20일 남북사회통합연구원이 주최한 통일공감포럼에서 발표된 주제논문이다. 통일부가 후원한 이 행사는 이날 하오 5시부터 7시까지 서울 낙원동 소재 IBIS앰배서더호텔에서 열렸다
이 영 일 (한중정치외교포럼회장, 3선 국회의원)
1. 들어가면서
흔히 통일은 정부만의 일방적 과업처럼 인식된다. 이러한 관념은 우리 헌법이 대통령에게 평화통일 추진에 대한 책임을 명시한 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서 통일의 주체는 어느 경우에나 국민이며 통일의 수익자도 국민이다. 아울러 정부와 함께 국민들도 통일을 위한 책임을 공유한다. 현실적으로 우리 정부는 국민이 선출했고 국민의 뜻에 따라 통일과업을 추진하게 된다.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은 어떤 통일이냐--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추진되는 것이며 남한과 북한을 아무 조건 없이 무조건 하나로 묶자는 몰가치적(Value free)통일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주변 국가를 상대로 하는 통일외교는 어떠한가. 일반적으로 국가외교 그 중에서도 통일 외교는 전문외교관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의전이나 법규나 관행에 얽매이는 공식외교보다는 그러한 제약을 떠난 민간외교가 문제해결의 장을 넓히고 국민들 상호간의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인들이 정부와 협력해서 추진하는 공공외교를 중시한다.
최근 공공외교는 그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는 추세다.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공식외교는 문제의 해결단계에서는 그 비중이 크겠지만 문제해결을 향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난마(亂麻)같이 얽힌 매듭을 풀거나 꽉 막힌 상황의 돌파구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는 민간들이 앞장서서 만들어내는 다리역할(Bridge Building)이 더 생산적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그러나 민간인들이 통일준비과정에서 제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통일 상황에 대한 논리적 인식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다음 세 가지 전제에 대한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첫째 주변 국가들이나 주변국가의 국민들은 우리만큼 통일을 중요시하지도 않고 관심도 적으며 내심으로는 통일 보다는 분단의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한반도 주변의 4대강국의 어느 나라도 다소 뉘앙스의 차이는 있지만 본질은 같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로는 남북한의 어느 쪽이라도 핵무기를 가질 경우 주변국들은 하나같이 한반도의 통일 상황의 도래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금 한반도 주변의 강대국들은 하나의 예외도 없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셋째로는 통일이익이 분단이익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에 대한 국민 계몽의 필요성이다. 막대한 통일비용에 대한 우려를 내세워 통일을 먼 미래의 과제로 정의하고 분단된 채로 남북한이 공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타산적(打算的) 통일논의는 어느 경우에나 통일을 향한 역사진전에 역기능 할 것이다.
이러한 논리적 인식의 바탕위에서 우리가 주변국가들 특히 중국인들을 상대로 펼쳐야 할 통일 논리는 무엇일까. 이하에서 통일외교의 과제를 점검하면서 우리가 활용해야 할 설득논리를 가다듬고자 한다.
2. 상황의 과제들
우선 맨 처음 다루어야 할 과제는 통일이익과 분단이익을 교량해서 통일이익이 한민족 도약의 토대이며 동북아시아 대륙에서 한국의 위상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임을 국민들의 의식 속에 내면화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이 과제는 국내에서 항상 추진해야 할 통일교육의 과제이며 따라서 오늘의 논의에서 다룰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할 과제는 비핵화(Denuclearization)와 통일의 관련성이다. 현재 우리 입장에서 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북한의 핵무장 기도이며 비핵화 없이는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국내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인식시키는 일이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비핵화진행이 갈수록 어려워짐에 따라 독자적인 핵무장 내지 미국보유의 핵무기의 재반입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비현실적이다. 우선 한국 같은 개방경제체제를 갖는 국가가 핵개발을 시도할 경우 유엔의 경제제재를 피할 수 없다. 북한은 다섯 차례에 걸친 국제제재에도 굴하지 않고 버티고 있지만 정상적인 국가라면 이미 정권이나 국가가 해체되었을 것이다.
둘째로 이미 철수시킨 미국의 전술핵무기의 재배치도 성사되기 어렵다. 미국이 앞으로 10년 동안 국방비를 대폭 감축키로 한 조치(Sequester)가 진행 중이고 핵무기의 감축을 추진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핵무기의 한국에로의 재배치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한국과 같은 국제형의 분단국에서는 비핵화 없이는 통일에 대한 국제지지를 전혀 얻을 수 없다. 한반도를 에워싸고 있는 어떤 강대국도 통일한국이 강력한 핵무장 국가로 등장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와 유사하게 분단되었던 독일은 분단 45년 만에 통일을 성취했다. 독일인들의 통일 준비과정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가장 큰 교훈은 통일을 주도한 서독이 ‘전체로서의 독일’(Germany as a Whole)을 하나로 지키겠다는 통일의 구심력(求心力)을 한시도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동시에 독일을 에워싼 국가들이 독일의 분단을 고정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펼치는 독일 통일의 원심(遠心)작용을 슬기롭게 제어(制御)하면서 ‘독일은 하나’라는 통일의 구심력을 유지해 온 것이다.
아울러 양 독(兩獨)은 그들의 통일이 주변 국가들에게 결코 위협이 되지 않을 것임을 국제사회에 담보하기 위해 분단된 상태 하에서도 양독 공히 비핵화의 길을 걸었다. 양독 모두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였으며 주변 국가들이 싫어하거나 경계하는 전략무기로서의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 탄도미사일을 제조하지 않았다.
서독은 핵무기나 탄도미사일을 제조할 기술과 자금이 풍부했지만 독일 통일을 방해할 주변국들의 견제나 반발을 피하기 위해 전략무기를 보유하는 대신에 안보문제를 나토나 유럽안보협력회의(Helsinki체제)의 테두리 안에서 풀어가는 지혜를 발휘했다.
독일이 주변국을 상대로 벌인 통일외교의 중점은 비핵화의 토대위에서 경제협력과 교류를 통해 독일 통일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우리의 주변국 특히 중국을 상대로 하는 통일외교는 어떻게 펼쳐져야 할 것인가
3. 한국통일과 중국문제
가. 중국의 입장 평가
일찍이 중국의 사마천은 분구필합(分久必合)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분열이 오래면 통일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도 타의로 분단된 지 75년을 경과했다. 이미 분열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룩할 시점의 축적은 넘친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산과 물로 이어져 있는(山水相連) 중국은 우리나라의 통일에 대해 항상 막연한 원칙론만 앞세워 왔다.
1980년 등소평(鄧小平)이 “남북한의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지지한다”는 견해를 밝힌 이래 시진핑 대에 이르러서도 같은 소리를 계속 되풀이 하고 있다. 한때 통일원장관을 역임하시고 서울대학교에서 국제정치를 강의하신 동주(東州) 이용희(李用熙)선생은 대학 강단에서 “자주적”이란 표현은 통일에 관심 없다는 외교적 언사이며 “평화적”이라는 말은 한국 통일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용의가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등소평 이후 장쩌민, 후진타오를 거치면서 중국은 ①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② 한반도의 비핵화 ③ 대화와 협상에 의한 문제의 해결 이라는 3원칙을 한반도 정책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 시대에 들어와서 정책의 중점을 앞서의 ①과 ②의 순서를 바꾸고 한반도 비핵화에 더 큰 비중을 싣고 있다. 왜냐하면 북한의 핵무장 시도가 한반도정세를 안정시킬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시진핑은 아직 대외적으로 표시는 하지 않지만 내심으로는 ④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의 유지라는 새로운 원칙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의 이러한 원칙론 이외에 중국학자들은 북한이 붕괴되어 한국주도로 통일이 된다고 가정한다면 세 가지 우려사항이 생긴다는 것이다. 첫째 북한난민들이 대거 한만(韓滿)국경을 넘어 들어와 중국을 어렵게 한다. 둘째 한국과 안보동맹을 맺은 미국의 군사력이 중국의 국경에 접하게 됨으로써 중국안보에 큰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이 개입되는 통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낡은 이론이기는 하지만 북한이 지정학적으로 중국안보를 위해 완충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 예시(例示)된 사항들은 앞으로 한국인들이 중국인들과 만날 때 흔히 듣게 되거나 토론할 주제로 될 수 있다.
이 글의 말미에서 한 대목씩 평가하겠지만 우선 중요한 것은 시진핑 정권하에서 당면 국제정치의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비핵화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가장 중점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나. 시진핑 시대의 상황평가
우리가 시진핑 시대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그가 주석에 취임하면서부터 중국의 대외노선이 ‘위대한 중국의 꿈’을 중국인민들이 달성할 목표로 제시하면서 중국이 국력의 크기에 상응하는 역할과 영향력을 세계정치에 투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입장은 한마디로 미국을 상대로 패권을 겨루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면해서는 전 세계보다는 우선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중국이 패자(覇者 Hegemon)가 되겠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이러한 포부에서 미국에 대해 중국을 미국과 대등한 능력과 영향력를 가진 국가로 인정, 세계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하라는 이른바 신형대국 관계론을 들고 나왔다. 동시에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정책을 내세우면서 자국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남방실크로드와 북방실크로드의 개발을 주도적으로 선도, 세계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그간 중국이 급속히 성장, 발전한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 미국과 맞상대하기에는 실력이 한참 못 미치고 다음 세기(世紀)나 되어야 가능할지 모르겠다면서 중국의 요구를 수용치 않고 현재 중국은 자기가 가진 역량만큼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역할을 맡으라고 강조한다. 동시에 미국은 자국의 군사역량을 아시아 쪽으로 집중하면서(Pivot to Asia) 중국의 패권추구를 견제하고 있다.
지금 미중관계는 냉전시의 미소관계와는 다르지만 갈등과 협력이 공존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남중국해, 동중국해 사태로 양국 간의 갈등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한반도 상황은 자칫 '미중관계의 하위체계'로 전위(轉位)되는 양상을 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가. 특히 현안으로서 비핵화를 달성하는 방도는 무엇일까.
4. 국제사회의 비핵화 노력검토
가. 중국의 유엔제재 찬성
중국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지만 그간 5회에 걸친 대북제재에 찬성했다. 이러한 조치가 2021년까지 시효가 남아있는 북·중간의 상호원조 및 우호협력조약에 위배됨은 물론이다. 특히 유엔안보리의 결의 2270은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안인데도 중국은 이 결의에 찬성했다. 정상적인 국가가 이러한 결의에 걸리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보리 결의 2270이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나도 북한은 아직도 버티고 있다. 김정일 생존 시에는 핵실험 2회와 26회의 미사일 도발을 했는데 김정은 이 등장하면서부터 지난 5년 동안에 핵실험 3회, 탄도미사일 49회의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EU 등은 유엔제재에 병행해서 독자적인 제재를 추가하고 있으며 그 밖의 국가들도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외교망은 하나씩 붕괴되고 있으며 고위급 탈북자의 숫자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아직도 유엔에 맞서 핵과 탄도미사일의 성능개선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가하는 제재의 목적은 북한정권의 전복이나 붕괴유도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 북한이 참여하라는 압박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 보유를 헌법에 못 박고 핵·경제병진노선을 조선노동당 규약에 명시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핵 포기를 협상할 수 없게 자박(自縛)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소위 왕이(王毅)포뮬러로 알려진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병행해서 협상하자는 제안도 북한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북한은 오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협상이외의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으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토대위에서 추진되는 핵군축협상에만 나서겠다는 것이다.
나. 중국의 이중적인 태도
북한이 이처럼 버틸 수 있는 힘의 배경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중국과 러시아,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이 인도주의를 내세우면서 막후로 북한정권 유지에 필요한 원조를 제공하고 있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중국은 석유공급중단을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강제할 카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홍상그룹 등 비정부 기업들을 통해 음성적으로 북한의 버티기를 지원해왔다.
겉으로는 제재조치를 이행한다고 하면서도 그것은 피상적이며 실질적인 조치는 이행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이중적 태도를 제어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은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의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는 입장을 천명했다. 북한의 5차 핵 실험이후 오바마 대통령, 케리 국무장관의 성명, 러셀(Russel)미 국무성 동아태차관보의 정책발언은 모두(冒頭)에서 하나같이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A Threat to the United States Homeland)임과 동시에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위협임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자위조치로 대북 예방전쟁이나 선제공격 또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정밀타격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경제제재이후의 제재로서 군사제재를 암시하면서 대북압박을 강화하고 아울러 북한지원과 연계된 중국기업들에 대해서도 Secondary Boycott조치를 취함으로써 미국인가의 금융기관을 통한 국제금융거래를 차단하기에 이르렀다.
한국도 개성공단 폐쇄이후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을 이대로 두고서는 비핵화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김정은의 공포정치 하에서 인권유린과 궁핍을 강요받는 북한 동포들과 북한정권을 분리해서 대처하는 대북압박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외부세계에 대한 지식정보를 북한내부에 적극 유입시키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탈북민들을 ‘통일의 자산’으로 우대하는 정책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거부태도는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다. 국제사회의 최종선택
이제 비핵화를 위한 대화테이블로 북한을 끌어낼 수 있는 국제사회의 최종적 조치는 경제제재가 통하지 않을 경우 첫째 미국이 북한에 대해 예방전쟁(Preventive War)형태로 핵시설제거(Surgical Strike)같은 군사조치를 추진할 수 있다. 둘째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유엔인권이사회의 결의를 근거로 김정은을 인권범죄자로 규정하고 국제형사재판에 피고로 회부하는 조치를 결의, 인권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셋째로는 중국이 그간 행사를 유보했던 경제제재로서 석유공급의 중단 같은 급소를 누르는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Mullen 전 미국합참의장과 Sam Nunn 전 상원의원은 중국의 협조를 전제한 셋째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도 미국의 군사조치가 자칫 한반도를 미중갈등의 대리전쟁(Proxy War)터로 변질시킬 우려를 없애려면 중국의 경제제재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 보다 바람직스럽다. 동시에 이 방식은 한중갈등의 하나인 THAAD문제를 해결하는 방도로도 된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는 미국의 군사압박과 중국의 경제압박인데 여기서 중국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국의 방식으로 비핵화과정이 진행된다면 한미일의 안보협력은 고도화되면서 중국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최근 중국도 5차 핵 실험이후에는 한국의 THAAD배치계획에는 반발하면서도 미국이 자위차원에서 강구할 군사적 제재 가능성을 주목하면서 중국 나름의 대안을 모색하는 조짐이 보인다. 최근 일부 중국학자들 가운데 <핵보유=정권 붕괴>냐 <핵 포기=경제발전>이냐는 북한의 선택지를 비교하면서 전자(前者)가 북한이나 중국을 위해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5. 앞으로의 전망
중국인들은 앞에서도 말한바 북한정권 붕괴 시 대규모의 난민 발생과 중국유입을 우려하지만 그것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한국은 노동력 부족국가로 200만 이상의 외국노동자를 수입하고 있다. 동서독 통일 후 동독에서 러시아나 기타 국가로 떠난 사람의 수는 극소했다. 특히 가족주의전통이 뿌리 깊은 한국사회에서 통일된 한반도에서 고향을 등지는 선택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중국은 항상 통일한국이 미국의 편에 서서 중국을 견제할 것이라는 우려를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주도로 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현재 한중양국이 유지하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와 대등한 수준으로 한미안보동맹이 한미 간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진화할 것이다. 북한의 침략위협이 없어진 상황에서 한미안보동맹은 새롭게 정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알박이가 없어짐으로 해서 유럽과 한국간의 철길이 열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 일본과 동남아시아 제국의 철길을 통한 유럽과의 교류협력의 장이 형성됨으로 해서 중국을 통하는TCR과 러시아를 통하는 TSR이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 운송수단이 될 것이다.
이제 중국은 결단해야할 시점에 당도했다. 중국은 아시아 대륙의 유일한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합법적으로 핵을 보유한 국가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누리는 핵 독점지위가 북한으로 말미암아 깨짐으로서 일본이 자위차원에서 핵무장에 나설 명분을 제공하는 것은 북한이 지정학적으로 중국안보를 위한 완충작용으로 얻는 이익보다 훨씬 큰 부담을 중국에 안길 것이다.
폴라리스 잠수함과 핵미사일이 발달한 21세기의 전략이론에서는 지정학적 완충개념은 더 이상 아무 의의도 가질 수 없다. 중국은 조선노동당 7차당대회의 결의에 묶여 비핵화협상에 나설 수 없는 김정은을 감싸기 보다는 비핵화와 개방으로 북한경제를 살릴 새로운 리더십이 북한에 세워지도록 상황을 이끌면서 중국의 제3위 무역파트너인 한국이 한반도의 관리책임을 맡도록 지원하는 결단을 내릴 때다.
최근 중국정부가 미국과 더불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치 않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움직임이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공인받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인권을 짓밟고 주민을 굶기는 나라를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국가는 지구상에 없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어떤 침략위협도 받지 않는 침략면제권(Sphere of Immunity)의 지위를 갖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장을 추구한 것은 외부로 부터의 침략위협 때문이 아니다. 현재 지구의 최빈국(最貧國)의 하나인 북한을 침략할 나라는 없다.
대외적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75년 동안 이어진 3대 세습독재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핵무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권에 보호막을 쳐주는 핵보유국인정은 있을 수 없다. 또 이러한 정권 주도로 한반도의 통일이 이루어져서도 안 된다.
이상 간추린 견해와 논리만으로 중국인들을 완전히 승복시킬 수는 없지만 그러나 이러한 관점들이 국민들 의식 속에 내면화되고 우리의 주장으로 정착된다면 민간차원의 통일준비에 다소라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소론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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