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기각만이 헌법재판소가 사는 길이다>

 이영일의 밴드 칼럼(2017년 3월 8일)

 국회가 정치공세의 일환으로 결의한 탄핵심판의 판결을 앞두고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건 기각하건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국민들을 승복시키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위반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스컴의 고발과 선동이 부추겨 일으킨 촛불시위에 겁먹고 국회가 황망 중에 탄핵을 결의하고 헌재의 판결을 구한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먼저 탄핵을 결의하고(先탄핵결의) 후 특검을 통한 입증이라는 해괴한 접근을 통해 국민 51.6%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을 몰아내려고 시도한 것이 이번의 탄핵정국의 배경인데 헌법재판소는 졸지에 이러한 여야 정치대결의 한가운데 서게 되었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법과 양심에 따라 심판을 맡아야 할 헌재가 여야갈등의 어느 일방을 편들어야 하는 곤궁에 몰린 것이다. 정치권이 국민적 공감을 살 수 없는 사건을 만들어 놓고 책임을 헌재에 떠맡기는 형국이다.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협박이 공론화된 가운데 인용판결을 했을 때는 아스팔트위에 피 흘리는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는 위협적 언동이 난무하고 있다. 당초 탄핵을 선동했던 신문과 방송들은 탄핵이 국민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다고 주장하지만 태극기시위가 촛불시위를 완전히 제압하는 지금 시점에서도 같은 여론조사가 나올 것으로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촛불민심만이 민심이 아니고 태극기 민심이 더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면 헌재가 기댈 언덕은 어디인가. 특검의 조사결과인가 아니면 헌재재판관들의 양심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문제는 이 시점에서 보면 더 이상 법률적 판단의 영역에 속하지 않는 상태다. 헌재가 판결로서 정국갈등을 해소하거나 국민적 컨센서스를 도출할 상황이 이미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정권을 잡겠다는 사람들은 헌재의 인용판결로 정권교체의 혁명을 이루겠다는 것이고 태극기 시위대들은 매스컴을 앞세운 선동으로 대통령을 억울하게 내쫒지 말라면서 기각을 주장한다.

 

이제 헌재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를 고민할 상황을 벗어났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본질이 정치공세의 하나이기 때문에 헌재는 법률이나 명령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헌재는 여야 정치싸움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헌재는 더 늦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을 심리해본 결과 헌재가 관할해서 결론을 도출할 사항이 아님을 확인했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심리대상에서 이번 대통령 탄핵사항을 배제하는 각하(却下)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장의 임기에 맞춰서 탄핵여부의 결론을 내려고 서두르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될 것이다. 지체 없이 각하(却下)판결을 통해 탄핵안을 국회로 되돌려 보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헌재(憲裁)가 살고 법치가 살고 한국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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