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과 사드(THAAD)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상황진단

(이글은 헌정지 20176월호에 게재되었다)

이 영 일

 

1. 들어가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펼친 인사를 포함한 몇 가지 개혁조치가 국민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안보상황은 어느 순간에 전쟁의 불길이 솟을지도 모르는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지금 가장 긴급한 문제는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전쟁재발을 막는 일일 것이다.

그간 한반도의 핵문제는 탄핵정국이 벌어지면서부터 국내에서보다는 미국에서 심각한 논의가 진전되어왔다. 주요 논의는 미국의 외교협회(Council for Foreign Relations)가 발행하는 Foreign AffairsForeign policy, New York Times등에서 앞장서 다루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선거운동기간에도 북핵문제가 안보의 가장 절박한 과제였음에도 큰 쟁점으로 부상하지 못했다. 뚜렷한 대책을 내놓을 수도 없는 후보들이 핵문제를 선거의 쟁점으로 삼기에는 너무 버거웠을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연초부터 북한의 핵문제를 미국이 당면한 가장 심각한 안보도전과제로 정의했다. 트럼프 이전의 미국 대통령들도 북한 핵문제를 안보의 도전과제로는 인식하면서도 해결의 우선순위에서는 항상 뒷전으로 미뤘다. 이 결과 북 핵과 미사일은 오늘날 미국의 우방이나 해외미군기지, 심지어는 미국본토까지도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공격을 받을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직전 트럼프대통령에게 미국이 당면할 가장 큰 위협이 북 핵이라고 말한 것은 조금치도 과장이 아니었다. 최근 몇 개 월동안 미국 조야에서 북 핵 토론이 활성화된 이유다. 이하 북 핵 처리방법을 둘러싸고 전개된 국내외논의를 검토하면서 한국의 바람직한 선택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2. 북 핵문제의 쟁점사항

 

미국외교협회의 정책입안

미국의 안보외교관련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할 시점에 즈음해서 미국의 북 핵정책의 경과를 총체적으로 평가, 반성하고 미국외교협회(CR)가 중심이 되어 오바마 이후에 들어설 정부에 건의할 정책보고서를 입안하였다. Mike Mullen(전 합참의장)Sam Nunn(전 상원의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연구팀은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정책이 아무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대북협상의 목표와 방향을 재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내용인즉 단계별 조치로서 현 단계 북 핵동결 비핵화조치의 이행 포괄적인 평화협정체결의 3단계를 제시하면서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이 이러한 방향에 응할 경우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지만 거역할 경우에는 한층 강도 높은 유엔제재와 인권압박을 통해 김정은이 정권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자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은 ··3국을 동맹으로 묶어 집단안보 공약을 발표하고 어느 일방에 대한 공격이 모두에 대한 공격임을 인지시키고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격추하고 최종적으로는 선제공격도 준비하자는 대안을 내놓았다.

 

트럼프 정권의 북 핵 접근 방법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북한 핵문제에 관해 새로운 입장을 천명했는데 내용은 아래와 같다.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정책 실패확인 북 핵과 미사일문제를 미국의 우선적 해결과제로 설정 비핵화에 중국의 실질적 기여가 없었음을 확인 필요하다면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활용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러한 정책방향을 제시한 후 47일 트럼프는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해결을 포함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해소와 비핵화에 중국이 적극 협력하겠다는 다짐을 받고 그 대가로 중국을 환률 조작국으로 지정, 고율의 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대선공약사항의 집행을 유보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확인한 후 앞으로도 중국이 협력치 않는다면 미국은 북핵문제를 일방적 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일방적 조치가운데는 북한의 핵시설을 포함한 군사시설에 대한 폭격, 김정은에 대한 참수작전까지도 포함되는 것이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미국의 목적은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 북한이 나오도록 하는데 있다고 밝혔지만 한국을 방문한 펜스부통령이나 매티스 국방장관 등의 언동에서는 선제공격도 불사한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찬반양론

트럼프의 새로운 대북접근 방식을 놓고 미국 내에서는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초점은 군사적 조치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38 North의 설립자인 Joel Wit는 군사적 위협과 새롭게 강화된 제재, 북한에 연결을 갖고 있는 중국기업에 대한 금융제재로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려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며 이럴수록 북한은 더 완강히 저항하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함으로써 머지않아 미국이 통제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의 Roderick Mac Farguhar 교수는 미국이 중국의 협력 없이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외과적 타격을 가하기는 어렵지만 미국과 중국은 현시점에서 협력이 가능하며 양국은 협력을 통해 김정은을 정권에서 몰아내고 한반도의 통일문제를 큰 차원에서 협의할 단계라고 강조한다. 그는 중국은 대미협력과정에서 사드 문제의 해결을 구할 수도 있고 통일 후 주한미군의 한반도 철수문제도 꺼낼 수 있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중협력은 양국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Nicholas Kristof는 선제공격이 북한에 근접해있는 인구밀집의 서울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면서 함부로 처리할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역할평가

트럼프의 북 핵 정책의 핵심은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적극 협력하기를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은 아시아에서 미국을 밀어내고 중국이 지역의 패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이런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과연 얼마나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인가. 중국은 겉으로는 비핵화에 동조하지만 중국이 가진 모든 카드를 활용,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해줄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47일 회담에서 양국정상들은 북 핵 해결에 협력하기로 했다지만 시진핑의 외교참모인 왕의(王毅) 외교부장과 푸잉(傅瑩)중국정협외사위원장은 한미양측과 북측의 자제와 대화요구라는 낡은 대본을 아직도 그대로 읊고 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북한과 중국 간에는 제재정책상 넘어서는 안 될 레드 라인(Red Line)이 설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3'김철'이라는 개인 명의로 낸 기고문에서 "조중관계에서는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이 있는데 중국이 이 선을 넘었다고 주장, 레드라인의 존재를 확인했다. 여기에 덧붙여 사드 요격 미사일을 주한미군사령관의 요청에 따라 한국에 배치토록 우리정부가 허가했다고 해서 6개월 이상 한국기업들에 대해 경제보복을 자행,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히고 있다.

이런 행태로 미루어 중국이 원유공급 중단 같은 단호한 조치로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장을 단념시키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적극 협력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오직 성과를 얻는 길은 중국을 상대로 미국이 트럼프 식 경제압박을 가하고 중국기업에 대한 Secondary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북한핵무장의 의도평가

북한의 핵무장이 자기 체제보존이라는 목적에 국한된 것이냐 아니면 그 이상의 목적을 겨냥하는 것이냐를 놓고 전문가들 간에 논의가 엇갈린다. 북핵문제의 대화적 해결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북한은 독자적 생존이 가능한 여건만 마련된다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John Delury는 김정은이 정권승계 후 북한주민들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경제개혁을 추진, 경제생활이 나날이 개선되고 있고 핵개발도 경제와 병진시키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경제발전에 전심할 수 있도록 포용해주면 핵 포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Max Fisher는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협상을 개시할 때 내놓을 타결조건은 현재 보유한 핵의 묵인 북한을 한반도의 정통정부로 인정하고 전복기도를 포기할 것 일체의 제재해제 평화조약 체결과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기 때문에 대화해결은 한마디로 어렵다고 본다. Joshua Pollack은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려면 중국의 선례를 따라 한국과 단교할 것을 요구, 한미동맹관계의 해체가 궁극적 목표라고 말한다. 결국 미국의 어떤 정부도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내놓고 핵전쟁이냐, 아니면 요구조건 수락이냐 중에서 택일하라고 압박하는 것이 대화와 협상에서 내놓을 북한의 본심이라고 말한다.

현재 북한은 이란과는 달리 오랜 세월동안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지구최빈국이기 때문에 어떤 경제제재도 약효가 먹히지 않을 체제다. 5회에 걸친 강도 높은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에 맞서 온 북한이 경제적 유인에 이끌려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낙관론은 당초부터 어불성설이다. 북한정권은 정권유지자체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해지기 직전상황으로까지 몰리는 강도 높은 군사적, 경제적 압박 하에서만 비로소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올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3. THAAD배치문제

 

현재 나날이 발전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제1차 타깃은 주한미군이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사령관이 북한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자국군대를 보호해야 할 필요에서 사드배치를 한미양국 정부에 건의한데서 사드 문제가 촉발되었다. 이 점에서 사드는 자체 폭발력이 없는 방어무기로서 전략무기가 아닌 전술무기이며 주한미군의 방호장비를 한층 더 보강하는 조치의 하나다. 그러나 중국은 사드에 달린 X밴드레이더가 인민해방군 미사일 부대를 추적하는데 이용될 수 있고 중국 핵탄두에 관한 중요정보를 수집, 중국의 핵 억지력을 약화시키는 장치라면서 배치를 강력히 반대한다. 동시에 한국에 대해 경제보복을 확대하는 한편 사드배치가 철회되지 않는다면 핵 선제불사용이라는 중국의 핵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고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사드에 부착된 X 밴드레이더는 이미 카다르나 타이완에 배치, 활용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사드 급 레이더가 가동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중국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가 미국이 전개하는 미사일방어망(MD)의 일부로 편입되어 중국을 포위하는데 이용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한국의 사드가 당장은 아니라도 잎으로 위협이 될 수 있음에 유의, 야구경기에서 투수가 일루(一壘)주자에게 견제구를 날려 도루를 방지하는 작전처럼 한국에 경제보복을 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내에서도 전략파와 전술파간에 사드처방이 다르다. 군부가 중심이 된 전략 파들은 사드배치의 철회를 강경하게 요구하는 반면 전술 파들은 사드부착레이더의 수준만 낮춰도 중국에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다면서 기술적 수준의 협상 필요성을 말한다. 또 중국내의 한반도전문가들은 중국이 한국에 대해 사드로 경제보복을 하고 북한에 대해 유엔제재를 명분으로 경제제재를 한다면 결국 중국은 남북한 모두에 대해 영향력을 잃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우려하면서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현 단계 한반도 정책을 우려한다.

이제 사드는 한미양국 간의 합의로 설치가 완료되었기 때문에 한국안보의 자산으로 관리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야 한다. 사드배치는 주한미군지위협정에 따라 양국정부간 합의로 추진되었기 때문에 국회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중국에 대해서는 전술 파들의 견해를 수용, 기술적 협의의 길을 열면서 협력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아직도 문재인 정부가 중국의 요구를 수용할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기 때문에 대남심리전을 전개한다.

그러나 사드문제의 최종적인 해결은 한미중(韓美中 )3국 협의가 필요함을 역설하면서 서로에게 유리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이 북한핵문제의 해결에 보이는 성의의 수준이 사드해결의 관건임을 정부는 천명해야 할 것이다.

 

4. 나가면서

 

이제 북 핵과 미사일 문제는 북한정권의 존폐를 위협할만한 경제적, 군사적 압박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단계에 왔다. 이 수단을 통해서도 해결의 길이 열리지 않는다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한국도 국제적 제재 없이 핵무장에 나서도록 길을 열어줘야 할 것이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는 대화와 포용만을 내세우는 한국 좌파진영의 주장에만 귀 기울이기보다는 국민적 합의도모를 추구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그리고 전 세계 속에 투영될 우리 좌표를 그리면서 필요한 안보정책들을 시의에 맞게 펼쳐 비핵화와 전쟁억제를 실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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