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정상외교의 전망

이 글은 2018517일 프레스센터 18층에서 열린 평화포럼에서 행한 이영일의 연설이다.

이 영 일(11, 12, 15대의원, 한중정치외교포럼회장)

 

1. 정상외교의 시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협상이 동북아시아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상회담이 외교의 주요수단으로 등장함으로 해서 실무차원의 대화보다는 정상들 수준의 통 큰 결단들이 어려운 난제를 해결국면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결정권이 1인에게 집중되어 있는 독재국가를 상대로 하는 외교는 정상외교가 필수적이다. 실무 차원의 협상과는 달리 위에서 아래로 (Top down)협상의 결론적 지침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가 있는 서방측 정상들은 협상의 효과에서 가장 중요한 디테일보다는 선거에 유리한 성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포괄적인 원칙 합의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비핵화가 목적인 회담에서는 원칙합의(Agreement in Principle)도 중요하지만 세밀한 검증의 중요성도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2. 김정은은 왜 비핵화협상에 나오는가.

 

좌파논객들의 관점

좌파논객들은 김정은은 이미 핵무기를 완성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고 탄도미사일도 사실상의 완성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실험과 개발을 향한 노력보다는 협상을 통해 자국의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경제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얻는 수단으로 비핵화카드를 내놓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북한의 김정은은 연평균 성장 12~13%를 과시하던 중국보다도 더 빠른 연평균 15% 성장률로 북한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협상에 나선다고 한다. (이종석 등)

 

우파 내지 서방측 관점

우파진영의 학자들, 특히 미국과 서방측 전문가들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일관성 있게 가해온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제재(制裁)와 미국과 일본, 유럽각국들이 가하는 독자제재, 여기에 지난 116~186.25참전국가 외무, 국방상들을 캐나다의 Vancouver에 초청, 북한제재를 위한 역할분담에 합의하는 등 최대의 압력(Maximum Pressure)행사합의가 김정은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비핵화협상에 나오게 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유엔대사 헤일리(Haily)도 미국이 가한 제재압력으로 북한은 지금 질식 상태에 빠졌으며 이것이 대화를 선택한 배경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중시

김정은은 비핵화협상에 응하는 명분으로는 핵과 미사일개발의 성공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트럼프가 추구한 최대의 압박공세 때문이다. 트럼프는 취임 이래 자기의 공약은 국내외의 어떤 비판이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거의 빠짐없이 지키고 있다. 미국의 참수작전(斬首作戰)은 김정은과 핵심지도층의 생명에 대한 위협이다. Regime Change압박도 단순한 위협이나 허구가 아닌 체제위협이다. 이 점에서 미국이 가진 전략자산의 전개와 군사적 옵션이 김정은의 태도를 바꾼 가장 중요한 배경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27일 문재인과 김정은 간의 회담 전인 지난 331일부터 41일사이의 부활절 휴가 중에 벌써 마이크 폼페이오(Michael Richard Pompeo) 미국 CIA책임자를 북한에 보내 김정은과 먼저 대화하고 협상전망을 열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이전에 이미 미국 측과의 사전 대화를 마치고 남북정상회담을 가졌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은에게 있어서는 실질문제를 주고받는 진지한 협상테이블이기 보다는 선전목적에 비중을 두는 외교적 이벤트나 쇼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후 미국에서는 최근CVID보다 더 강한 요구를 담는 PVID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보유한 Weapon of Mass Destruction의 개념을 생화학무기로 까지 확대하고 있는데 북한은 이러한 미국요구까지를 수용할 것인지는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PVID: 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북한의 최종적 선택

김정은은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에 드는 비용을 안보리 결의 2375호의 국제 제재 하에서는 더 이상 조달할 여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북한은 맹렬히 반대한다. 그것은 한미연습이 정례적인 것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그러한 군사연습이 행해질 경우 거기에 자기들도 상응하는 연습과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부담이 북한에게는 너무 크기 때문이다. 김정은 자신의 생명과 자기 체제를 지키기 위한 최종수단으로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나왔다고 보는 설이 우세하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미국이 말하는 "비핵화"4.27 선언에서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과 뜻이 같은지 여부다. 문재인 대통령의 참모들은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남한의 비핵화, 즉 남한에서도 핵우산을 걷어내야 한다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지난 51 일 한겨레신문에서 문정인-이종석은 대담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과정에서 북의 비핵화와 함께 우리도 결국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면서 북한에게는 비핵화 하라고 하면서 우리가 미국의 핵우산아래 있겠다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식이 없는 주장이라고 말하고 핵의 비대칭성이 생기면 북한이 다시 핵 보유를 원하거나 중러에게서 핵우산을 구하려 들 것이기 때문임을 내세웠다.

그런데 지난 510일 트럼프 대통령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를 인용하면 나의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은 한반도 전체를 비핵화(Denuclearize that entire Korean Peninsula)하는 때일 것이라면서 그것의 의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로 평화가 정착되면 남과 북간에는 평화가 실현될 것이고 더불어 미국과 북한이 수교함으로써 북한체제도 미국이 보장해주는 시스템으로 기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이 남북한의 평화를 보장한다는 전제에서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문정인, 이종석 씨 등의 주장이 북한이 항상 주장해온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한반도 비핵화라고 보는데 반해 트럼프의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이 보장하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실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개념과 뉘앙스가 크게 다른 것 같다.

 

2. 협상의 진행과 한국의 위상

 

앞으로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회담으로 비핵화의 전망이 확 트일까.

 

미국이 가장 큰 손이다

외교협상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증권회사의 주식거래에서처럼 북한이 비상장주(非上場株)로 가지고 있던 핵무기를 상장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핵무기비확산 정책추진에서 가장 큰 손인 미국이 이 제안을 어떻게 받느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제안을 즉각 수락했다. 물론 이에 앞서 북한과 중국 간에 지난 328일 정상회담도 열렸지만 이는 대세에 영향을 미칠 만큼 주요한 관심사가 아니다. 미국만큼 채찍과 당근을 가지고 주식매입에 직접 나설 큰 손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 외교의 안타까움

지난 427일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기능은 무엇이었던가. 상식적으로 말하면 한국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이며 한국은 또한 실질 당사자이기 때문에 가장 큰 손인 미국에 편승(Band-wagoning)하여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도록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태도는 애매하다. 평화협정과 비핵화의 우선순위를 전도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비핵화의 결과로서의 평화협정이나 남북한 간의 적대해위중지가 아니라 선 평화협정, 후 비핵화를 택함으로써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미북 협상에서 미국이 사용할 군사옵션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John Robert Bolton) 안보보좌관은 판문점 선언이 끝난 후 남북한이 합의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체결문제, 한반도비핵화 등에서 미국은 남북한 간의 합의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비핵화협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3. 중국의 태도 전망

 

김정은의 돋보이는 외교돌파력

중국은 비핵화를 처리할 큰 손은 아니다. 그러나 비핵화를 몰아가는 대북제재의 중요한 축의 하나다. 그간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김정은을 냉대했다. 주석에 오른 후 지난 6년 동안 북한에 가지도 않았고 김정은을 중국에 초청하지도 않았다. 중국과 북한 간에 1961년에 체결한 상호원조조약의 존재에 대해서도 사실상 실효(失效)된 조약이라고 말하거나 북한을 동맹국가라기보다는 일반적인 국가대 국가관계임을 강조하면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10여회에 걸친 북한에 대한 제재에 찬표를 던져왔다. 북한이 중국과의 사전협의 없이 핵무기 파동을 일으켜 중국의 안보외교에 큰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때 우방이었던 중국의 이런 냉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평창 동계올림픽참가를 계기로 한국과 대화를 열었고 한국을 통해 미국 트럼프와의 대화기회를 만들어 냄으로써 시진핑이 자기의 면담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여건을 능동적으로 조성한 것이다.

 

중국은 북한을 전통적 우방으로 복원

김정은이 미국대통령과의 정상급 대화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김정은이 시진핑의 면담을 요청하자 중국은 이를 즉각 수용하고 방문한 김정은을 극상(極上)으로 환대했다. 중국의 고위 영도들과 최고전략가로서의 왕후닝까지 나와서 김정은을 영접했다. 여기에서 김정은은 미국의 위력을 느꼈을 것이다.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대화를 수락함으로 말미암아 김정은은 비핵화를 향한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의 중요 행위자(Player)로 부상하게 되었다. 브로커나 메신저가 아닌 행위자로 된 것이다.

김정은은 방중기간동안 문재인 대통령처럼 중국을 대국으로 치켜세우고 자국을 소국으로 낮추는 외교수사도 사용하지 않았다. 비핵화의 협상에 나선 배경을 설명하면서 북한도 중국처럼 일찍이 개혁개방에 나섰더라면 좋았을 것 같았다고 말하고 앞으로 북한이 경제건설에 올인 할 뜻을 비쳤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태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심화되면서 현재 북한의 대 중국무역의존도는 90%를 넘어섰다. 현 상태를 그대로 둔다면 북한은 중국에 경제적으로 완전 종속되면서 위성국수준으로 전락할 상황이다. 이런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외교적인 갑 질을 서슴지 않았다.

또 한편 중국은 1991년 중국이 한국의 휴전협정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즉 바꾸어 말하면 문서상 한국과의 적대관계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수교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북한은 중국이 현재의 휴전협정에서 이미 탈퇴한 국가로 간주해 왔다. 4.27선언의 종전선언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국면에서 3자 내지 4자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런 인식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황한 중국은 왕이(王毅)중국외상을 지난 430일 북한에 파견, 중국이 휴전협정의 당사자임을 상기시켰다. 평화협정이 3자로 합의될 경우 중국이 배제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김정일도 그가 2008년 노무현과의 정상회담에서도 3자 내지 4자 론을 들고 나온 일이 있는데 그 이유역시 맥락은 같다. 특히 한중수교 후 북한이 휴전협정에 의거, 북한에 체류하는 중국대표단을 강제로 철거시킨 조치도 여기에 연관된다. 엄격한 의미에서 종전 선언에는 중국이 꼭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평화협정체결에서는 중국의 참여는 필수적이라는 것이 다수다. 한편 북한은 비핵화협상을 통해 중국일변도에서 벗어나려는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Jean-Pierre Cabestan,"What is Kim Jung-Un's Game, May 8.2018 NYT참조)

 

미중관계의 갈등과 협력

시진핑은 현재 동북아시아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이 지역에서 중국이 패자(Hegemon)가 되는 것을 중국의 꿈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비핵화가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원한다. 북한의 비핵화는 동북아 대륙에서 핵 독점국가로서의 중국의 지위(상임이사국으로서 받는 지위)를 지키는 길이고 나아가 미국이 군사적으로 이 지역에 개입할 명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반면 미국은 전 세계 비확산체제를 지키기 위해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한다. 현시점에서 미국과 중국은 북한비핵화를 추구하는 내면적 동기는 다르지만 비핵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진행을 지켜보면서 적절한 개입의 여지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이 중국이 배제된 3자간의 협상으로 진행된다면 중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4. 앞으로의 전망

 

현재 미북 정상대화에 대해 밝은 전망과 함께 우려도 뒤 따른다. 낙관론은 김정은이 그의 선대들이 오래 동안 추구해온 미국 정상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는데 이를 아무 소득 없이 끝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제재재가 가중되는 속에서 더 이상 핵과 미사일 개발을 추진할 여력이 소진되는 상황에서 어렵사리 맞게 된 협상의 기회를 김정은이 그냥 놓칠 리 없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갑 질 외교에 질린 북한이 미국과 제휴하게 될 기회를 허송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전망이 밝다는 견해도 많다.

 

대북협상전문가들의 우려

미국의 북한문제전문가나 오래 동안 대북협상에 종사해온 사람들은 공산주의자들이 시간을 끌어가면서 상대방이 동의할 수 없는 강탈적 요구(Extortive demand)를 제기, 협상타결에 난관을 조성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예컨대, 비핵화의 집행방법으로서의 사찰문제, 핵과 미사일 처리방식, 보상의 규모, 절차와 시기, 체제보장을 위한 평화체제 등 산적한 과제를 한 차례의 정상회담으로 일거에 처리할 수 없을 것이고 북한의 요구수준과 미국의 대응수준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협상이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파탄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과거 실패되풀이 않는다고 선언

트럼프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이 협상에 임한다. 미국은 채찍과 당근을 모두 지닌 협상의 주체이기 때문에 정상수준에서 통 큰 원칙합의(Agreement in Principle)를 이룸과 동시에 핵 폐기의 구체적 조치와 집행을 우선적으로 실시할 것을 요구하여 김정은의 동의를 얻어내려 할 것이다. 이 동의를 이끌어낸다면 그는 실패가 아니라 성공했다고 선언할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확실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평화협정의 결과로서 주한 미군의 지위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엄밀히 말해서 평화협정과 한미방위동맹조약은 전혀 별개이기 때문에 한미방위동맹에 근거해서 주둔하는 미군의 지위에 평화협정이 영향을 미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체결될 평화협정에는 이 협정의 효력을 보장하기위해 남북한과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이 서명하고 유엔을 대표해서 유엔사무총장도 서명할 수 있다. 또 한반도 안보정세변화에 영향을 받는 일본도 서명에 참가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북한 비핵화의 결과로서 미국과 북한이 수교하고 미국이 북한의 안보, 나아가 북한체제의 안전까지 보장하겠다면 전통 국제법상의 절차나 요건 보다는 실질문제로서 수교협상에 더 큰 비중을 두기 때문에 의외의 대안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주한 미군문제

현재 북한에는 행정관할권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외국군대가 한국의 미군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군사전략차원에서 보면 북한지역과 산수상련(山水相連)인 중국 땅에 중국최강의 막강한 심양(審陽)군구가 있고 러시아의 동부 시베리아에도 극동군 사령부가 있어 이렇게 배비된 군사력이 주한미군과 함께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시아의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상황의 지속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와 이를 달성할 국제조약으로서의 평화협정체제를 보장하는 균형상황일 것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한미동맹이 해체되고 그것의 결과로서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고식적인 해법은 상항에 따라, 또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느끼는 안보상황인식에 따라 가변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한반도 비핵지대화론은 김일성, 김정은의 유훈은 될지언정 현실적인 문제해결방도와는 거리가 멀 수도 있을 것이다.

 

*정상회담의 예상결론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CIA20기를, 국방정보국은 60기의 핵탄두를 가졌다고 평가, 숫자상 차이는 나지만 이란(Iran)과는 달리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정권이다. 핵을 보유한 나라에서 핵무기, 핵 기술과 핵물질을 완전히 포기시키는 비핵화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 미국의 핵군축 전문가들이 현시점에서 내리고 있는 결론이다.

이란의 재래식 무기 실태조사책임을 맡았던 David A. Kay는 북한비핵화를 위해 핵 기지의 색출과 공장부지, 핵연료와 핵물질 등을 조사하는데 필요한 요원이 최소 300명이상인데 이 중에서 필수적인 기술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찾기는 매우 힘들고 실태조사에 나설 경우 북한 군대들의 예상되는 반발 속에서 은익된 핵탄두나 물질을 색출해 내는 것도 이란보다는 북한이 훨씬 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어 그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북한이 신고하고 제출하는 자료와 내놓는 탄두나 미사일, 핵물질 등을 조사하는 도리밖에 없다면서 자기는 이렇게 이루어지는 핵 폐기가 진정한 의미의 비핵화라고 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NYT와의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Verifying the End of a Nuclear North Korea ‘Could Make Iran Look Easy’By David E. Sanger and William J. Broad, May 6, 2018)

결국 미북 정상회담은 모두가 완벽하다고 기대할 만큼 철저한 비핵화가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상호 인지하며 진행하는 협상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이 신고하는 핵무기의 폐기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당면한 비핵화의 현실적 목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준으로 북핵문제가 일단락되기는 어렵다. 시일을 두고 비핵화의 디테일한 과정을 펼쳐나가면서 상호간에 비핵화의 전망에 대해 신뢰를 쌓는 가운데 제재완화문제가 논의될 것이다. 이러한 성과가 확보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국대통령가운데 처음으로 북 핵의 난국을 해결한 인물로 자신을 자기 트위터에 부각시키면서 다가올 10월의 미국중간선거와 자신을 향한 국내의 여러 가지 도전들을 돌파할 수단으로 협상성과를 활용할 것이다.

동시에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는 중국이 조정하는 기준에 따라 해제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그리고 북한은 제재상황을 이렇게 돌파한 후 경제개발에 매진한다는 구도를 만들 것이다.

설사 북한이 핵무기를 100% 완벽하게 폐기한다 해도 대부분의 나라들은 북한이 어딘가에 핵을 숨겨놨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결국 북한은 이런 상황을 이용, 암묵적인 핵보유국으로 행세하면서 경제개발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9일자 한 일간지의 칼럼은 매우 시사적이다.“북한 비핵화에 트럼프 대통령은 '양날의 칼'이다. 어쩌면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북한 비핵화의 길을 열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론 김정은의 양보에 혹해 바로 "친구"라고 부르며 김씨 왕조에 정당성만 부여할 수도 있다. ·북 정상회담을 바라보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이유다.”

 

한국정부의 과제

 

2국가체제로 발전

지난 4.27 정상회담 후에 발표된 성명서에서 눈에 띄는 두 가지 특징은 양자 공히 정식으로 국명과 직책을 선언에서 밝힌 것이다. 두 번째로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체결에 합의한 것이다.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면 북한의 영토범위를 확정해야 하며 여기에서 개헌문제가 따른다. 또 주한미군 주둔명분이 바뀌게 될 수 있다. 평화협정체결로 한미방위조약이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그러나 미 8군사령관이 겸하고 있는 유엔군 사령관의 모자를 벗고 한미연합사령관의 모자만 쓰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는데 이것도 한미협의의 결과여야 한다.

 

결국 한국과 북한은 2국가체제로 나가게 되며 동서독처럼 분단의 실현에 의해 분단을 지양(止揚)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평화통일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이 모두 선진화에 성공해서 잘사는 상태에서 하나로 합쳐지는 통일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통일은 재통일(Reunification)이 아니라 새 통일(new Unification)로 정의될 것이며 이것이 아마도 우리가 내다볼 비전으로 되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도 한번 이 자리에서 나누고 싶다.

 

지정학적(地政學的)외교노선 재정립

한반도의 위치는 변경할 수 없지만 한국의 외교노선은 바꿀 수 있다. 동북아시아지역에서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은 한반도를 자기들의 영향권아래 묶어두기 위해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 교훈은 대륙세력인 중국에 매달려 있을 때 한국은 가장 못살았고 가난했다는 사실이다. 조공(朝貢)을 바치고 중국의 갑 질에 시달렸다.

해방 후 동서냉전의 와중에서 우리는 지정학적 운명을 대륙세력의 꼬리에서 해양세력의 대륙진출교두보로 바꾸었다.(이승만 노선) 이 변화로 우리는 세계랭킹 10위권을 넘나드는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대륙의 꼬리가 아닌 해양세력의 대륙진출교두보로서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수하는 것이 나는 올바른 노선으로 보는데 여러분들이 생각은 어떤지 묻고 싶다.

 

용미(用美)정책의 발전과 강화

미국과 중국의 양다리외교는 매우 위태롭다. 약소국가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균형외교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강자들이 사용할 때만 공공재처럼 보인다. 중국은 지경학적으로 보아 경제협력대상국이다. 중국이 노리는 정치적, 안보적 예속의 강요를 차단하려면 미국의 지원과 협력이 필수이기 때문에 여기에 한국외교가 백번 강조해도 부족한 용미정책의 중요성이다. 동시에 용일(用日)정책도 우리의 카드가 되어야 한다. 용미정책과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CVID의 비핵화, 나아가서는 PVID까지를 도모할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외교의 역점은 세력균형 유지

2국가 체제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민족끼리라는 허구에 매달리기보다는 철저한 세력균형유지에 외교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교류와 협력도 세력균형의 실현과 유지에 필요한 경우로 한정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북한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혁개방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도 세력균형의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한미동맹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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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칼럼] 미국 없이 살아남기

2018.04.24 조선

이번 주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미·북 정상회담, ·중 회담 등 일련의 정상급 교환은 한반도의 미래와 운명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것이 한국에 바람직한 방향일지, 불길한 전조일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이 있다. 즉 한국에서 미국의 역할과 기능은 끝나가고 한국은 북한·중국·일본 등과의 각축전에 내몰리게 된다는 점이다. 한국은 이제 미국 없이 이 각축전에서 살아남는 방식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불분명하지만 핵을 포기하면 평화 체제, ·북 관계의 정상화를 요구할 것이고, 이는 주한 미군 철수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북한이 핵 포기를 끝내 거부하면 미국의 경제적 내지 군사적 옵션이 뒤따를 것이고, 북한은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어느 경우든 주한 미군의 역할과 기능은 끝나게 된다.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은 위성으로 살아남고 한국은 미국 빠진 외톨이가 되면 결과적으로 한반도 전부가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는 것을 바라왔다. 중국이 동아시아에 군림하는 데 있어 한반도 남쪽에 진을 치고 있는 미군의 존재가 항상 걸림돌이었다.한국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는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주한 미군 문제에 유보적 입장이다. 하지만 미군 철수, 평화협정 등을 요구하는 반미 세력의 활동은 이 정권하에서 가히 '자기 세상' 만난 느낌이다. 좌파 인사들은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자면 적어도 미·북 관계 개선, 주한 미군 철수 정도는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세계 어느 곳에서든 '셀프 경찰'로 행세하는 것에 제동을 걸고 있는 사람이다. 도움을 받는 나라가 경비를 대면서 매달리면 모를까 자기 돈 내서 주둔시키고 게다가 주변국들이 모두 반대하고 심지어 주둔국까지 반미 데모를 방관(?)하는 상황에서조차 미군 주둔을 고집할 전략가가 아니다. '전쟁광()'들에 둘러싸인 위험지대(한국)에 왜, 무엇을 위해 3만여명의 미군 생명을 방치하는가 하는 여론이 미국 내에 있다. 어쩌면 주한 미군은 '장사꾼'인 그에게 흥정거리일 뿐일는지 모른다.주한 미군이 빠진다고 한·미 관계까지 파국으로 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미군이 빠지고 나면 대한민국이 북한·중국 그리고 역설적으로 일본의 놀이터가 되고, 싸움터가 되고, 거래터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특히 북한을 다시 일으켜 세우지 못해서 안달이 난 세력들, 기회주의적인 친북파-친중파, 이념적 공산주의자, 감상적인 리버럴 그리고 그것을 총망라한 좌파 정치가 준동(蠢動)하는 상황에서는 미군의 철수는 곧 한·미 관계의 퇴행으로 갈 것이 뻔하다.한국은 2차 대전 후 미국의 손에 이끌려 중국과 일본의 굴레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세계로 나올 수 있었다. 수천년 우리는 비굴하게 살았다. 중국의 속국으로, 일본의 식민지로 그리고 사대주의자들의 착취에 시달리며 살았다. 우리는 미국 덕에 그것을 벗어났다. 이후 70년은 이 땅의 5000년 역사에서 가장 잘 살았고, 가장 자유로웠고, 민주적이었고, 가장 활기찼던 시기였다.우리는 미국의 도움을 받았지만 미국으로 인해 주권을 훼손당한 적도, 국토를 할양당한 적도 없었다. 한국은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 가장 이른 시일에 민주주의를 익혔고, 시장경제를 정착시킨 유일한 나라였다. 우리는 좀 더 높은 지식을 얻기 위해 미국의 대학엘 갔고, 영어를 익혔고, 미국 문화를 접했다. 미국과 거래하며 시장과 장사를 배웠고, 기술을 익혔고, 달러의 힘을 알았다.그런 시대는 끝나는 것인가. 역사를 모르는, 역사를 왜곡하는 세력들이 우리를 70여년 전 동북아의 구도 속으로 되돌리고 있다. 왼쪽에 중국, 오른쪽에 일본 그리고 북쪽에 북한이 있는 동북아의 '감옥'으로 우리를 다시 욱여넣으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언필칭 '우리 민족끼리' 남북이 서로 피해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자고 한다.그렇게만 된다면 지난 70년을 아쉬워하지 않아도 좋다. 문제는 우리는 무장 해제된 채 저들의 선의만 믿고 살 수 없다는 데 있다. 우리가 미국의 후광 없이 중국의 무력과 종주(宗主) 의식을 버텨낼 수 있는가? 일본의 재무장을 바라만 봐야 하는가? 북한의 '한국 잠식'을 견디어낼 수 있을까? 우리 내부의 패배 의식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미국과 세계의 자본이 빠진 한국 경제의 몰락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3/20180423027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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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70년 현대사를 제 위치에 올려야 한다.

 

김태익 논설위원 입력 : 2018.04.24.(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은 사흘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러 판문점에 간다. 문 대통령이 길을 나서는 광화문광장의 정부 종합청사에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제주 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70년 전 이 땅에서 일어난 사건 중에는 기념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다. 최초의 국회의원 총선거, 헌법 제정·공포, 초대 대통령 선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그런데 칠순(七旬) 대접을 제대로 받는 것은 4·3뿐이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올해 예산안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70주년 관련 항목은 '0'이었다. 올해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에는 국비 75억원을 포함해 1684400만원이 들어간다. 4·3에서의 양민 희생은 다시는 있어선 안 될 불행한 역사다.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 출범을 저지하려는 남로당의 무장 반란이라는 사건의 원인까지 다시 평가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 11일 신년사에서 "올해 우리는 영광스러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일흔 돌을 맞이하게 된다""자기 국가의 창건 일흔 돌을 성대히 기념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의의 깊은 일"이라고 했다.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있다"며 엄포를 놓던 그 연설이다. 김정은은 자기네 공화국을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최대의 애국 유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화국 창건을 "주체 조선의 건국(建國)"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새해 첫 공식 일정으로 현충원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이렇게 썼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건국 백년을 준비하겠습니다'. 정상회담은 기()와 의지의 대결이다. 이 대결을 뒷받침하는 힘은 자기 국가·체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에서 나온다.

 

김정은은 공화국 창건 70주년을 '대경사(大慶事)'라며 자축하는데 우리 대통령에게는 '대한민국 70'에 대한 경의(敬意)가 없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작년 대선 기간 중에는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 임정기념관 터를 찾아 "아직도 대한민국은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지 못했다"고 했다.

 

북한의 '공화국' 창건 과정은 김정은이 얘기하는 '영광'과 애초 거리가 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 자체가 소련 공산당 작품이었다. 헌법도 소련이 동구권에 위성국가들 세울 때 전례에 따라 자구(字句) 하나하나까지 지시해 만든 것이었다. 김일성은 초대 내각 명단을 보내 소련 공산당의 심사를 받았다.

 

지난 70년은 남북한 체제 경쟁의 역사였다. 남쪽 체제를 견인해 온 것이 올해 70주년을 맞는 대한민국 정부인데, 문 대통령과 현 집권 세력은 이걸 안 보고 100년 전 상해 임시정부로 뒷걸음질하고 있다. 해방 당시 북한의 공업 생산력은 남한에 비해 압도적 우위에 있었다. 한반도 전력의 92%, 철광석의 98%, 금속 산업의 90%, 화학 산업의 82%가 북에 있었다. 이런 열세(劣勢)와 악조건 속에서 북의 공화국보다 더 번영하고, 더 민주적이고, 더 활기찬 나라로 성장한 게 대한민국의 지난 70년이었다. 그런데 공화국 창건 70년은 있고 대한민국 수립 70년은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

 

정부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표어를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고 내걸었다. 평화는 중요하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더욱 번성할 수 있는 평화를 만드는 것은 더 중요하다. 지금 같은 때일수록 체제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하고 우리가 이룬 것들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게 필요하다. 대통령부터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 생각일랑 지우고 회담장에 가시기를 부탁드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3/20180423027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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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정상외교의 전망

 이 영 일(11, 12, 15대의원, 한중정치외교포럼회장)

 (헌정지 2018년 4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1. 들어가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협상이 동북아시아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상회담이 외교의 주요수단으로 등장함으로 해서 실무차원의 대화보다는 정상들 수준의 통 큰 결단들이 어려운 난제를 해결국면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외교는 실무 차원의 협상과는 달리 위에서 아래로 (Top down)협상의 결론적 지침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실무수준의 정밀한 작업을 통해 합의의 내역과 이행절차가 구체화되겠지만 문제해결을 향한 협상과정이 비교적 단순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문제는 20년 이상 끌어온 지구상의 난제중의 난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협상 주체들이 서로 간에 상대방을 기만하거나 일시적 위기모면수단으로 상황을 미봉하려는 협상이 아니고 자국의 이익을 상대방 이익과의 관계에서 실용적으로 재구성 할 의지를 갖고 협상에 임한다면 의외로 해결의 길이 쉽게 열릴 수도 있다. 더욱이 북핵문제는 20년 이상 끌어온 주제이기 때문에 협상상대방들에게 서로 놓여있는 상황과 처지, 사용할 수 있는 외교카드가 모두 알려져 있다는 것도 협상의 전망을 어둡게만 볼 수 없는 요소다.

 

김정은의 의도는 무엇인가

현재 국내에는 비핵화협상을 선택한 김정은의 의도를 놓고 두 가지의 상이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좌파논객들은 한반도의 아침칼럼난을 통해 김정은은 이미 핵무기를 완성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고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사실상의 완성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실험과 개발을 향한 노력보다는 협상을 통해 자국의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경제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얻는 수단으로 비핵화카드를 내놓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나 김용현 교수 등이 지적하는 분석이다. 특히 이종석에 의하면 북한의 김정은은 연평균 성장 12~13%를 과시하던 중국보다도 더 빠른 연평균 15% 성장률로 북한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작년에 소위 강남개발구를 설치했다면서 지금 시장화개혁과 더불어 식량난도 많이 해소된 상태이기 때문에 여유 있게 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오 마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한다.

이 반면 우파진영의 학자들, 특히 미국과 서방측 전문가들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일관성 있게 가해온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제재(制裁)와 미국과 일본, 유럽각국들이 가하는 독자제재, 여기에 6.25참전국가 외무국방상들이 캐나다의 벤쿠버에 모여 북한제재를 위한 역할분담에 합의하는 등 최대의 압력(Maximum Pressure)이 김정은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비핵화협상에 나오게 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유엔대사 헤일리(Haily)도 미국이 가한 제재압력으로 북한은 지금 질식 상태에 빠졌으며 이것이 대화를 선택한 배경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의용 특사도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방문결과와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각하의 최대압력이 협상국면을 열게 하였다고 발언한 것도 압력설의 효용을 말한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협상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간에 오는 427일로 예정되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에도 5월말이나 6월초에 열린다고 발표되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27~28일 정상대화를 끝냈다. 그러면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는 한반도 비핵화협상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2. 협상의 진행과 한국의 위상

평창 동계올림픽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협상을 유도하는 중요한 무대가 되었다. 국제적으로 고립무원의 상태에 있던 북한의 김정은은 평창올림픽참가의사를 표명하면서 비핵화협상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요청에 편승할 기회를 포착했다. 김정은은 2018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의사를 밝히면서 참가를 위한 남북대화를 요구했고 한국이 이에 호응함으로써 대결구조는 대화구조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대북특사파견, 특사를 통한 남북정상회담제안과 미국과 북한 간의 정상 회담을 바라는 김정은의 메시지가 나왔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한 한국의 협상유인외교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미국이 가장 큰 손이다

그러나 외교협상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관전 포인트는 증권회사의 주식거래에서처럼 북한이 비상장주(非上場株)로 가지고 있던 핵무기를 상장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핵무기비확산 정책추진에서 가장 큰 손인 미국이 이 제안을 어떻게 받느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제안을 즉각 수락했다. 물론 이에 앞서 북한과 중국 간에 정상회담도 열렸고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에도 회담이 열리겠지만 이 두 회담은 대세에 영향을 미칠 만큼 주요한 관심사는 못된다. 미국만큼 채찍과 당근을 가지고 주식매입에 나설 큰 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중국의 시진핑과 회담을 가진 것은 중국이 큰 손이어서가 아니라 김정은이 상장시키려는 주식 값을 상종가로 만들도록 옆에서 도와주기를 바라서였다. 북한외상 이용호의 러시아방문도 목표는 마찬가지다.

그러면 오는 427일에 열릴 남북정상회담의 기능은 무엇인가. 상식적으로 말하면 한국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비핵화이며 한국은 또한 실질 당사자이기 때문에 가장 큰 손인 미국에 편승(Band-wagoning)하여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도록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태도는 애매하다. 정부는 당사자로서 비핵화협상의 운전석에 앉아 협상을 주도하겠다는 당초의 대국민 약속과는 달리 협상의 브로커나 메신저를 자임(自任)하고 있다. 어느 경우에나 브로커나 메신저는 진지한 협상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 협상주체 아닌 브로커일 뿐이다. 협상타결 시에 받을 이익도 분명치 않다.

 

김정은의 외교돌파력

김정은은 자기가 상장할 주를 상종가로 올리기 위해 유엔안보리에서 대북제재결의에 동참한 옛 우방들을 만나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외교에 힘을 쏟고 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까지를 대비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전선을 균열시킬 방도까지를 내다보면서 포석하는 것 같다. 돌파력이 대단하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의 비위를 맞추는 조치를 취할 뿐 눈에 띄는 다른 조치가 없다. 몇 가지 예시해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동의 없이 비핵화를 위해 한반도에서 어떠한 군사적 조치도 취해서는 안 된다는 대미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4월부터 실시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에서 는 미국의 전략자산의 대대적 전개에 반대하고 훈련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줄였다. 또 존스 홉킨스 대학과 제휴한 한미연구소(USKI)에 대한 예산지원을 6월부터 중단키로 했다. 북한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판독하는 38North의 활동을 북한이 싫어하기 때문인 것 같다. 또 비핵화를 위해 다른 우방들과 적극 협의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무장관과 안보보좌관을 바꾸는 대담한 조치를 취했다. 비핵화를 위한 일본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국은 손을 놓고 있는 반면 일본은 미국과 정상차원의 대화를 통해 자기의 활동영역을 설정해나가고 있다. 안보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뮌헨 안보포럼에 한국외교장관은 참석조차 안했다. 그렇다면 미국정부의 눈에 한국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우방으로 보일까 아니면 겉으로는 친미적이라지만 속으로는 우리민족끼리라는 허망한 구호에 사로잡혀 협상이 북한에 유리하게 타결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사이비 우방으로 보일까. 뭐라고 아직 속단할 수는 없지만 현 정권의 정체성을 파고드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날카로운 분석이 두렵다.

3. 중국의 태도 전망

중국은 비핵화를 처리할 큰 손은 아니다. 그러나 비핵화를 몰아가는 대북제재의 중요한 축의 하나다. 그간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김정은을 냉대했다. 국가주석에 오른 후 지난 6년 동안 한 번도 북한을 방문하지도 않았고 김정은을 초청하지도 않았다. 북한이 중국과 사전 협의 없이 핵 파동을 일으킴으로써 중국의 안보외교에 큰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방이었던 중국의 이런 냉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평창 동계올림픽참가를 계기로 한국과 대화를 열었고 한국을 통해 미국 트럼프와의 대화기회를 만들어 냄으로써 시진핑이 자기의 면담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여건을 조성했다. 시진핑은 김정은을 극상(極上)으로 환대했다. 중국의 고위 영도들과 최고전략가들까지 나와서 김정은을 영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차 방문했을 당시에 중국에서 받은 대접과는 천양지차다. 김정은은 비핵화를 향한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의 중요 행위자(Player)인데 비해 문재인은 브로커나 메신저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방중기간동안에 문재인 대통령처럼 중국을 대국으로 치켜세우고 자국을 소국으로 낮추는 외교수사도 사용하지 않았다. 비핵화의 협상이 북한에 유리하게 풀리도록 응원해 달라는 부탁과 상황조성에만 힘을 쏟았다. 요미우리 신문은 김정은이 시진핑에게 우리 체제를 확실히 보장해주고 핵 포기에 따른 전면적인 보상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하고 필요하다면 비핵화의 시기도 단축시킬 수도 있고 시찰의 수준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을 전통적 우방으로 복원

시진핑은 현재 동북아시아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이 지역에서 중국이 패자(Hegemon)가 되는 것을 중국의 꿈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비핵화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동북아 대륙에서 핵 독점국가로서의 중국의 지위를 지키는 길이고 나아가 미국이 군사적으로 이 지역에 개입할 명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 세계 비확산체제를 지키기 위해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한다. 현시점에서 미국과 중국은 북한비핵화를 추구하는 내면적 동기는 이처럼 다르지만 비핵화의 필요성에는 완전 공감한다. 중국은 앞으로 미국과 북한 간에 정상급 대화의 진행을 지켜보면서 추후 필요한 행동을 취할 것이다. 시진핑은 중요한 시기에 김정은이 외교무대에 나오는 첫걸음으로 중국을 찾은 것을 평가, 냉대를 환대로 바꾸고 양자관계를 전통적인 우호관계로 복원시켰다.

그러나 한국의 대외관계는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문재인 정부를 향한 트럼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트럼프는 왜 한미 FTA협상을 타결해 놓고도 이를 확정할 대통령서명을 미북 정상회담 이후로 미루었을까.

4. 앞으로의 전망

현재 미북 정상대화에 대해 두 가지의 엇갈리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는 김정은이 그의 조부 김일성과 친부 김정일이 오래 동안 추구해온 미국 정상과의 만남을 아무 소득 없이 끝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제재재가 가중되는 속에서 더 이상 핵과 미사일 개발을 추진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어렵사리 맞게 된 협상의 기회를 김정은이 그냥 놓칠 리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북한문제전문가나 오래 동안 대북협상에 종사해온 사람들의 70%는 협상이 실패할 것으로 전망한다. 공산주의자들이 시간을 끌어가면서 상대방이 동의할 수 없는 강탈적 요구(Extortive demand)를 제기하는 등 협상기술상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비핵화의 집행방법으로서의 사찰문제, 핵과 미사일 처리방식, 보상의 규모, 절차와 시기, 체제보장을 위한 평화체제 등 산적한 과제를 한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일거에 처리할 수 없을 것이고 북한의 요구수준과 미국의 대응수준이 일치할 가능성도 적기 때문에 10 8, 9는 실패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이 협상에 임하고 있다. 미국은 채찍과 당근을 모두 지닌 협상의 주체이기 때문에 정상수준에서 통 큰 원칙합의(Agreement in Principle)를 이룸과 동시에 핵 폐기의 구체적 조치와 집행을 우선적으로 실시키로 김정은의 동의를 얻어낸다면 성공한 협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협상의 다른 과제는 실무협상에 맡기더라도 비핵화협상은 실패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확실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이번 미북 협상이 아니면 말고식으로 끝내서는 안 될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미공조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문재인 정부는 4.27 북한 김정은과의 담판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적절한 유인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한국이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용미(用美)정책을 제대로 구사할 능력만 가졌다면 미국이 가진 카드가 미국만의 카드 아닌 한국의 카드로도 활용될 수 있을 터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한국외교에 이러한 능력이 포함된다면 국제외교에서 구차하게 브로커나 메신저를 자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는 비상식적 공상에 매이지 말고 한미공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아야 야 할 것이다.

이 영 일(11, 12, 15대의원, 한중정치외교포럼회장)

 

1. 들어가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협상이 동북아시아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상회담이 외교의 주요수단으로 등장함으로 해서 실무차원의 대화보다는 정상들 수준의 통 큰 결단들이 어려운 난제를 해결국면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외교는 실무 차원의 협상과는 달리 위에서 아래로 (Up down)협상의 결론적 지침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실무수준의 정밀한 작업을 통해 합의의 내역과 이행절차가 구체화되겠지만 문제해결을 향한 협상과정이 비교적 단순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문제는 20년 이상 끌어온 지구상의 난제중의 난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협상 주체들이 서로 간에 상대방을 기만하거나 일시적 위기모면수단으로 상황을 미봉하려는 협상이 아니고 자국의 이익을 상대방 이익과의 관계에서 실용적으로 재구성 할 의지를 갖고 협상에 임한다면 의외로 해결의 길이 쉽게 열릴 수도 있다. 더욱이 북핵문제는 20년 이상 끌어온 주제이기 때문에 협상상대방들이 서로 놓여있는 상황과 처지, 사용할 수 있는 외교카드가 모두 알려져 있다는 것도 협상의 전망을 어둡게만 볼 수 없는 요소다.

 

김정은의 의도는 무엇인가

현재 국내에는 비핵화협상을 선택한 김정은의 의도를 놓고 두 가지의 상이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좌파논객들은 한반도의 아침칼럼난을 통해 김정은은 이미 핵무기를 완성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고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사실상의 완성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실험과 개발을 향한 노력보다는 협상을 통해 자국의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경제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얻는 수단으로 비핵화카드를 내놓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나 김용현 교수 등이 지적하는 분석이다. 특히 이종석에 의하면 북한의 김정은은 연평균 성장 12~13%를 과시하던 중국보다도 더 빠른 연평균 15% 성장률로 북한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작년에 소위 강남개발구를 설치했다면서 지금 시장화개혁과 더불어 식량난도 많이 해소된 상태이기 때문에 여유 있게 협상에 나서고 있다고 오 마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한다.

이 반면 우파진영의 학자들, 특히 미국과 서방측 전문가들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일관성 있게 가해온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제재(制裁)와 미국과 일본, 유럽각국들이 가하는 독자제재, 여기에 6.25참전국가 외무국방상들이 캐나다의 벤쿠버에 모여 북한제재를 위한 역할분담에 합의하는 등 최대의 압력(Maximum Pressure)이 김정은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비핵화협상에 나오게 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유엔대사 헤일리(Haily)도 미국이 가한 제재압력으로 북한은 지금 질식 상태에 빠졌으며 이것이 대화를 선택한 배경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의용 특사도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방문결과와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각하의 최대압력이 협상국면을 열게 하였다고 발언한 것도 압력설의 효용을 말한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협상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간에 오는 427일로 예정되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에도 5월말이나 6월초에 열린다고 발표되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27~28일 정상대화를 끝냈다. 그러면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는 한반도 비핵화협상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2. 협상의 진행과 한국의 위상

평창 동계올림픽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협상을 유도하는 중요한 무대가 되었다. 국제적으로 고립무원의 상태에 있던 북한의 김정은은 평창올림픽참가의사를 표명하면서 비핵화협상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요청에 편승할 기회를 포착했다. 김정은은 2018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의사를 밝히면서 참가를 위한 남북대화를 요구했고 한국이 이에 호응함으로써 대결구조는 대화구조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대북특사파견, 특사를 통한 남북정상회담제안과 미국과 북한 간의 정상 회담을 바라는 김정은의 메시지가 나왔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한 한국의 협상유인외교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미국이 가장 큰 손이다

그러나 외교협상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관전 포인트는 증권회사의 주식거래에서처럼 북한이 비상장주(非上場株)로 가지고 있던 핵무기를 상장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핵무기비확산 정책추진에서 가장 큰 손인 미국이 이 제안을 어떻게 받느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제안을 즉각 수락했다. 물론 이에 앞서 북한과 중국 간에 정상회담도 열렸고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에도 회담이 열리겠지만 이 두 회담은 대세에 영향을 미칠 만큼 주요한 관심사는 못된다. 미국만큼 채찍과 당근을 가지고 주식매입에 나설 큰 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중국의 시진핑과 회담을 가진 것은 중국이 큰 손이어서가 아니라 김정은이 상장시키려는 주식 값을 상종가로 만들도록 옆에서 도와주기를 바라서였다. 북한외상 이용호의 러시아방문도 목표는 마찬가지다.

그러면 오는 427일에 열릴 남북정상회담의 기능은 무엇인가. 상식적으로 말하면 한국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비핵화이며 한국은 또한 실질 당사자이기 때문에 가장 큰 손인 미국에 편승(Band-wagoning)하여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도록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태도는 애매하다. 정부는 당사자로서 비핵화협상의 운전석에 앉아 협상을 주도하겠다는 당초의 대국민 약속과는 달리 협상의 브로커나 메신저를 자임(自任)하고 있다. 어느 경우에나 브로커나 메신저는 진지한 협상의 파트너가 될 수 없다. 협상주체 아닌 브로커일 뿐이다. 협상타결 시에 받을 이익도 분명치 않다.

 

김정은의 외교돌파력

김정은은 자기가 상장할 주를 상종가로 올리기 위해 유엔안보리에서 대북제재결의에 동참한 옛 우방들을 만나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외교에 힘을 쏟고 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까지를 대비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전선을 균열시킬 방도까지를 내다보면서 포석하는 것 같다. 돌파력이 대단하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의 비위를 맞추는 조치를 취할 뿐 눈에 띄는 다른 조치가 없다. 몇 가지 예시해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동의 없이 비핵화를 위해 한반도에서 어떠한 군사적 조치도 취해서는 안 된다는 대미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4월부터 실시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에서 는 미국의 전략자산의 대대적 전개에 반대하고 훈련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줄였다. 또 존스 홉킨스 대학과 제휴한 한미연구소(USKI)에 대한 예산지원을 6월부터 중단키로 했다. 북한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판독하는 38North의 활동을 북한이 싫어하기 때문인 것 같다. 또 비핵화를 위해 다른 우방들과 적극 협의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무장관과 안보보좌관을 바꾸는 대담한 조치를 취했다. 비핵화를 위한 일본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국은 손을 놓고 있는 반면 일본은 미국과 정상차원의 대화를 통해 자기의 활동영역을 설정해나가고 있다. 안보올림픽이라고 불리는 뮌헨 안보포럼에 한국외교장관은 참석조차 안했다. 그렇다면 미국정부의 눈에 한국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우방으로 보일까 아니면 겉으로는 친미적이라지만 속으로는 우리민족끼리라는 허망한 구호에 사로잡혀 협상이 북한에 유리하게 타결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사이비 우방으로 보일까. 뭐라고 아직 속단할 수는 없지만 현 정권의 정체성을 파고드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날카롭고 분석이 두렵다.

3. 중국의 태도 전망

중국은 비핵화를 처리할 큰 손은 아니다. 그러나 비핵화를 몰아가는 대북제재의 중요한 축의 하나다. 그간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김정은을 냉대했다. 국가주석에 오른 후 지난 6년 동안 한 번도 북한을 방문하지도 않았고 김정은을 초청하지도 않았다. 북한이 중국과 사전 협의 없이 핵 파동을 일으킴으로써 중국의 안보외교에 큰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방이었던 중국의 이런 냉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평창 동계올림픽참가를 계기로 한국과 대화를 열었고 한국을 통해 미국 트럼프와의 대화기회를 만들어 냄으로써 시진핑이 자기의 면담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여건을 조성했다. 시진핑은 김정은을 극상(極上)으로 환대했다. 중국의 고위 영도들과 최고전략가들까지 나와서 김정은을 영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차 방문했을 당시에 중국에서 받은 대접과는 천양지차다. 김정은은 비핵화를 향한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의 중요 행위자(Player)인데 비해 문재인은 브로커나 메신저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방중기간동안에 문재인 대통령처럼 중국을 대국으로 치켜세우고 자국을 소국으로 낮추는 외교수사도 사용하지 않았다. 비핵화의 협상이 북한에 유리하게 풀리도록 응원해 달라는 부탁과 상황조성에만 힘을 쏟았다. 요미우리 신문은 김정은이 시진핑에게 우리 체제를 확실히 보장해주고 핵 포기에 따른 전면적인 보상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하고 필요하다면 비핵화의 시기도 단축시킬 수도 있고 시찰의 수준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을 전통적 우방으로 복원

시진핑은 현재 동북아시아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이 지역에서 중국이 패자(Hegemon)가 되는 것을 중국의 꿈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비핵화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동북아 대륙에서 핵 독점국가로서의 중국의 지위를 지키는 길이고 나아가 미국이 군사적으로 이 지역에 개입할 명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 세계 비확산체제를 지키기 위해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한다. 현시점에서 미국과 중국은 북한비핵화를 추구하는 내면적 동기는 이처럼 다르지만 비핵화의 필요성에는 완전 공감한다. 중국은 앞으로 미국과 북한 간에 정상급 대화의 진행을 지켜보면서 추후 필요한 행동을 취할 것이다. 시진핑은 중요한 시기에 김정은이 외교무대에 나오는 첫걸음으로 중국을 찾은 것을 평가, 냉대를 환대로 바꾸고 양자관계를 전통적인 우호관계로 복원시켰다.

그러나 한국의 대외관계는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문재인 정부를 향한 트럼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트럼프는 왜 한미 FTA협상을 타결해 놓고도 이를 확정할 대통령서명을 미북 정상회담 이후로 미루었을까.

4. 앞으로의 전망

현재 미북 정상대화에 대해 두 가지의 엇갈리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는 김정은이 그의 조부 김일성과 친부 김정일이 오래 동안 추구해온 미국 정상과의 만남을 아무 소득 없이 끝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제재재가 가중되는 속에서 더 이상 핵과 미사일 개발을 추진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어렵사리 맞게 된 협상의 기회를 김정은이 그냥 놓칠 리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북한문제전문가나 오래 동안 대북협상에 종사해온 사람들의 70%는 협상이 실패할 것으로 전망한다. 공산주의자들이 시간을 끌어가면서 상대방이 동의할 수 없는 강탈적 요구(Extortive demand)를 제기하는 등 협상기술상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비핵화의 집행방법으로서의 사찰문제, 핵과 미사일 처리방식, 보상의 규모, 절차와 시기, 체제보장을 위한 평화체제 등 산적한 과제를 한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일거에 처리할 수 없을 것이고 북한의 요구수준과 미국의 대응수준이 일치할 가능성도 적기 때문에 10 8, 9는 실패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이 협상에 임하고 있다. 미국은 채찍과 당근을 모두 지닌 협상의 주체이기 때문에 정상수준에서 통 큰 원칙합의(Agreement in Principle)를 이룸과 동시에 핵 폐기의 구체적 조치와 집행을 우선적으로 실시키로 김정은의 동의를 얻어낸다면 성공한 협상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협상의 다른 과제는 실무협상에 맡기더라도 비핵화협상은 실패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확실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이번 미북 협상이 아니면 말고식으로 끝내서는 안 될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미공조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문재인 정부는 4.27 북한 김정은과의 담판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적절한 유인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한국이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용미(用美)정책을 제대로 구사할 능력만 가졌다면 미국이 가진 카드가 미국만의 카드 아닌 한국의 카드로도 활용될 수 있을 터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한국외교에 이러한 능력이 포함된다면 국제외교에서 구차하게 브로커나 메신저를 자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는 비상식적 공상에 매이지 말고 한미공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아야 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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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9혁명 58주년을 보내면서

  
     
              이 영 일(4.19당시 서울 대학교 문리대 정치학과 3년생)
 
오늘이 4.19혁명 58주년 기념일이다. 나는 4월회에 할당된 시간에 맞춰 아침 7시전에 수유리 묘소에 도착했다. 함께 나온 회장단과 함께 기념탑 앞에서 헌화와 묵념을 마친 후 묘소를 둘러보고 영정을 모신 곳에서 묵념으로 조의를 표하고 돌아왔다.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차내에서 읽은 신문에는 4.19에 관한 기사가 한 줄도 눈에 띄지 않았다. 매일 듣는 CBS뉴스에서도 4.19의 이야기는 없었다. 쓸쓸한 생각이 뇌리를 감쌌다.
그날의 시위에 앞장섰거나 총탄에 친구를 잃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중요한 사건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이제 4.1958년 전의 잊혀 진 이야기다. 아무리 헌법전문에서 그 정신을 기린다고 되었지만 4.19는 더 이상 뉴스의 소재에서 사라지고 만 것이다. 4.19묘소에도 대통령을 포함한 3부요인과 국가보훈처장의 개근상 타는 조화들이 놓여있고 그 뒷 열에는 지금도 그런 명칭의 단체가 있는가가 물어지는 4.19단체장들의 조화가 놓여있다. 우리들의 뒤를 이어 많은 인사들과 단체들의 참배가 이어지겠고 의례적인 행사가 있겠지만 뉴스가 될 수 없는 행사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나는 묘소참배를 마친 후 가까운 친구하나를 더불고 프레스센터 지하실의 한방 찻집으로 들어와서 차를 나누었다. 19604월 당시의 시청 앞 광장과 태평로 의사당의 모습을 회상하면서 광화문을 거쳐 경무대까지로 이어지는 시위대의 모습을 떠올릴 때는 갑자기 젊은 기운이 솟구쳤다. 곧 독재정권의 총구에서 날아오는 총알에 목숨이 날아갈 줄도 모른 채 힘차게 구호를 외치면서 달렸던 그날의 흥분은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이제 그 당시 20대였던 우리 모두가 80대의 연령대가 되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치면서 "아! 우리 시대는 끝났구나" 하는 느낌이 깊은 슬픔으로 나를 엄습해 왔기 때문이다.
! 4.19는 이제 옛날이야기다. 아마도 19세기의 이야기일 것이다. 일어난 시점은 1960년대였지만 당시 우리가 살고 있던 공간은 19세기의 그것이었지 않던가. 그 때 불의와 부정과 독재에 항거하는 시위대에게 시민들은 환호했고 최루탄에 눈물 흘리면 물수건을 빨아 눈자위를 닦아주던 시민들도 많았지만 이제 그 혁명현장의 주인공들은 다 고인이 되었거나 파고다 공원의 한 귀퉁이에 모여 앉자 공짜 지하철을 타고 어디선가 무료로 나눠준다는 점심정보를 따라 이동하는 군상들로 변해있을지도 모른다.
 
중국인들은 불의(不義)에는 둔감하지만 불리(不利)에는 기를 쓰고 달려드는 반면 한국인들은 불리에는 둔감하지만 불의를 보면 못 참고 뛰어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 사람들도 중국인들처럼 변해버린 것 같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만들고 뿌리고 수용하는 젊은이들 속에서 4.19적 리얼리즘은 찾기 힘들다. 매일 같이 쓸데없다고 느껴지는 이야기들로 인터넷 공간을 매우는 한국의 네티즌들도 4.19이야기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4.19는 그렇게 잊혀 지거나 망각될 역사적 사건이 아니다. 진리의 상아탑을 박차고 거리로 뛰쳐나온 학생들이 불의, 부정, 독재를 규탄하면서 잿빛 포도길 위에 피를 흘리면서 넘어질 때 전 국민들은 한목소리로 이 항쟁에 동참했다. 특정지역만이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에서 떨쳐 일어섰다. 전 국민이, 전 지역에서 한 목소리로, 한 주장으로 참여했다. 전 국민의 목소리가 하나였다. 새벽에 닭이 울듯이 대한민국 전역의 국민들이 새벽 닭 같이 한 소리로 울었다.
 3.1독립만세운동이후로 두 번째로 맞이한 총화 된 국민항쟁이었다. Franz Meinecke의 이른바 ‘1789년의 위대한 정신을 능가하는 ‘1960년의 위대한 한국정신이었다. 이 투쟁을 통해 국민들은 주권을 되찾았다. 정권에게 빼앗겼던 주권을 국민들이 되찾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은 무엇보다도 국론통일이 아쉽고 국론통일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인데 시 4.19의 역사가 국내 뉴스에서 완전히 묻히고 만 것이야말로 정말로 개탄할 일이다. 지금 누리고 있는 언론자유마저 빼앗길, 역사의식 없는 언론의 행태를 지극히 유감으로 생각한다.
 
혹자는 부마사태나 5.18의 광주를 예찬하고 촛불을 혁명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4.19가 받는 위대한 정신에 비교될 수 없다. 그것은 특정지역이나 특정 세력이나 집단이 매스컴과 제휴한 대중선동과 조작으로 상당수의 국민들을 일시적으로 정치적 문맹(Political Illiteracy)으로 변화시킨 결과물들이기 때문이다. 광우병파동이 그렇고 촛불파동도 정변으로 변한 그러한 현상의 일종이라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기야  괴테나 루터를 배출한 독일인들도 한 순간 정치적 문맹으로 변하면서 아돌프 히틀러에게 정권장악의 길을 열어 줬다가 자기 조국을 가장 비참한 패전국으로 몰락시켰던 역사도 우리는 기억 한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4.19의 본질은 19세기적이었다. 부정, 부패, 독재가 청산되면 대한민국이 19세기적 과업이었던 국민국가로 발전하고 우리의 위대한 정신이 3.8도선을 넘어가 북한지역으로까지 확대되어 1인의 자유는 있지만 만인의 자유가 부정되는 북한 지역 동포들까지 주권자의 지위를 얻게 하면 민족국가의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것이 19세기적인 것 아닌가.
4.19이후 학생들의 통일운동은 분단체제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계급적 이해를 대변하지 않는 사회적 신분집단으로서의 학생들이 통일의 주도세력이 되자는 취지에서 남북학생회담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낭만적 통일운동은 5.16군사혁명정권의 철퇴를 맞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운동이 실패한 이후 NL이 주도한 종북 통일운동이 생기면서부터 통일을 바라보는 국민적 합의는 깨지고 말았다.
4.1958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4.19당시 세대들의 생각은 역시 19세기적이었다. 지금 20, 30세대들은 21세기적 지향을 내 보인다. 모두 공리적(功利的)이다. 전교조에게 자녀교육을 맡기기 싫으면 유학 보내면 된다. 교육의 국경이 사라진 시대를 살기 때문이다. 어쩔 수없이 전교조에 맡기려면 전교조와 싸우는 학부모가 되어야 한다.
노조 때문에 기업하기 어려우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한다. 경제적 국경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해외로 나가기 싫다면 민노총과 싸워야 한다. 문화의 국경이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다.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하나의 국가로 통일되어서 살아야 한다는 것만큼 낡은 생각도 없다고 한다. “우리민족끼리라는 말처럼 허구도 없다. 독재하고 싶은 사람들이 즐겨 쓰는 19세기형 형용사이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어떤 지도자의 리더십 때문이 아니라 자기의 필요에 따라 국적을 선택하고 진로를 선택하고 자주적으로 설계하려는 세대들이 시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진정한 주권자는 권력에 얽매이거나 끌려 다니는 자가 아니다. 자기가 선택하고 지지하는 노선에 따라 자기 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고 주인공이 되는 시대다.
 
이제 우리는 4.19의 메시지를 21세기의 요구에 맞도록 갱신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업은 평균 80대의 연령층에게 기대해서는 안 된다. 나이는 사람을 늙게 만들면서도 낡게 만들기 때문이다. 올해, 4.19 혁명 58주년만큼 많은 생각의 숙제를 우리들에게 던져 주는 기념일도 많지 않을 것 같다. 김정은도 오는 427일에 열릴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함께 들고 나올 체제보장요구도 19세기형이 아닌 21세기형의 요구를 제기함으로써 남북정상 간의 회담에서 뭔가 진전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면서 4.19혁명 58주년을 쓸쓸히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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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불가론과 전쟁불가피론의 현주소

헌정지2018년 1월호(51P-3) 전재

 

이 영 일

 

1. 들어가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표출된 한반도 긴장사태는 모든 주요국가 외신들의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초기에는 북한의 핵문제(Nuclear issue)로 뉴스의 중간선에 등장하다가 북한의 6차 핵 실험이 끝나고 지난 1129일 화성 15호로 불리는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발사를 계기로 외신들의 보도태도는 근본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북 핵을 해결하기 힘든 난제(難題)라는 의미의 Nuclear QuagmireNuclear conundrum이라는 표현들이 요즘에는 핵 재앙(災殃)(Nuclear catastrophe)으로 바뀌어 머리글자로 뜨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내분위기는 마치 세련된 도박꾼들처럼 위기가 전혀 없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지만 해외 거주 친지들은 한국 상황이 어떠냐고 묻는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지금 겉으로 보이는 서울의 표정은 평시와 조금치도 다르지 않다. 증권시장도 요동치지 않고 공장들도 잘 돌아가고 있으며 세계각지로부터 수입주문도 줄지 않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세모(歲暮)마다 열리는 송년모임에서의 건배사는 예년과 다소 다르다. 건배사로 이대로라는 말을 누가 선창하면 모두 따라서 이대로를 큰 소리로 복창하는 것을 보면 모두의 마음속에 침잠해있는 생각, 즉 제발 전쟁 같은 불행한 사태가 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들이 묻어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앞으로 아무 일없이 이대로지속될 것인가. 외신을 통해 알려지는 보도들은 우리나라의 안전도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2. 전쟁불가론과 불가피론의 담론들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외신들의 흐름을 종합해보면 전쟁불가론(不可論)과 전쟁불가피론(不可避論)으로 집약되고 있다. 전쟁불가론도 그 유형이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 Stanford대학의 Scott Saga 교수 등이 주장하는 견해인데 내용인즉 미국이 북한의 핵 포기를 강제하기 위해 북 한에 대해 공격행동을 취하면 북한도 반드시 대응보복으로 나오기 때문에 한반도 분쟁은 필연적으로 핵전쟁으로 확전될 우려가 있으며 그렇게 되면 피아간에 수백만을 헤아리는 엄청난 재앙이 생길 것이라면서 과거 미국이 소련의 핵 보유에 대처했던 것처럼 비핵화의 시간을 늦추더라도 군사적 해법을 피하면서 '억제(deterrence)와 봉쇄(Containment)를 지속해서 소련처럼 북한도 자멸(自滅)의 길을 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 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의 원칙이 적용될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은 군사적으로 북한 핵무기를 저지할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하고 미국이나 국제사회는 이제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면서 핵을 가진 북한과 공생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견해다. 여기에는 미국 Middle berry국제연구소의 Jeffrey Lewis가 지난 105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A)인터뷰에서 상세히 밝히고 있다. 이에 곁들여 NYTMax Fisher도 그의 논단에서 전쟁불가론을 지지했으며 또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 특보인 문정인 씨가 편집인으로 있는 Global Asia지가 특집을 통해 북 핵에 대한 군사적 해결은 이미 늦었고 핵무장한 북한과 공생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견해를 동남아시아 지역학자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군사적 공격의 시기를 놓쳤다는 주장은 추측이거나 희망일 뿐 근거는 약하다. 미국정부는 군사조치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음을 여러 차례 천명했고 Mike Pompeo CIA국장도 군사적 해법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학자나 언론계 인사들, 그리고 미국의 전직 고위직 인사들 중에는 전쟁불가론을 지지하는 자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전쟁불가피론은 이들과 논점을 근본적으로 달리한다. 우선 불가피론을 말하는 주체가 안보정책 당국자들이다. 이들은 북한을 어느 경우에나 핵 보유 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전원일치의 결의로서 북한의 핵 보유를 반대하였고 또 핵 포기를 촉진할 제재조치를 10회에 걸쳐 의결했는데 북한이 이에 맞서 핵개발을 강행, 비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면 그것은 유엔안보리의 존속자체가 위협받음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핵무기 비확산체제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을 결코 핵 보유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 핵 불인정 입장은 북한의 동맹국들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전 세계는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해 의견의 일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세계여론에 맞서 핵 포기를 거부한다면 경제제재의 다음 단계인 군사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비군사적 외교적 노력을 더 적극 모색하고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없지 않다. 특히 지난 18일 한중정상회담에서는 한중양국의 국가원수가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북핵문제는 그것이 국제정치 이슈로 등장한지 25년간 쌍무적, 다자적 외교협상이 지속되었지만 모두가 무위로 끝났고 유엔의 결의마저 효력을 상실한 상황에 비추어 비핵화를 관철시키는 길은 군사적 조치 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화성 15ICBM 발사이후로는 미국정부와 의회에서도 군사조치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한층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추가하여 북핵문제를 보는 이스라엘의 태도도 주목해 볼만하다. 이스라엘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들은 항상 북한-시리아-이란의 연결고리를 주시해 왔는데 만일 북한의 핵탄두가 이란이나 시리아로 팔려나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은 국가멸망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한시도 지우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시리아에서 북한의 핵탄두가 발견되었다는 미확인 보도이후 이스라엘은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을 강력히 미국 측에 촉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한만국경에서 군사훈련을 전개 중인 중국인민해방군 지휘자들도 상황이 불시에 전쟁이 개시될 수 있을 정도로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전망한다.

 

3. 한국과 북한의 핵위협 상황평가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또 전쟁은 그 규모도 문제지만 일단 전쟁이 터지면 무고한 민간인들의 피해가 정규 군인들보다 4배가 더 많다고 알려졌다. 6.25동란을 체험한 국민들로서는 누구도 또 다른 전쟁을 지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한반도 사태를 전쟁일보 전으로 몰고 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다. 현재 북한이 실험발사하고 있는 핵과 미사일은 그들이 핵 보유 명분으로 내세우는 자위(自衛)차원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공공연히 미국본토까지 공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핵 포기를 전제한 어떤 협상도 거부하겠다고 밝히고 스스로 핵 국가임을 헌법에 명시했다. 지구상에 자국을 핵 국가라고 헌법에 명시한 최초의 국가가 북한이다.

북한은 핵무장을 통해 비핵국가인 한국을 제압, 군사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획책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꿈이요 오래된 목표다. 대화나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한이 공존하면서 점진적으로 통일에 접근해 간다는 논리는 이미 김정은의 북한에는 통하지 않는다.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가로 인정받으면 그 순간부터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제재는 줄어들기 때문에 그들은 대내적으로 경제를 복원하는 일방 남한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 반미운동을 추진하는 종북(從北)세력과 제휴, 한국의 안정을 파괴하고 안전을 위협하면서 한국으로부터 경제적 조공을 요구하는 위협정책을 펼칠 것이다. 주변대국들은 비핵화 되지 않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결코 용인하지 않기 때문에 통일의 길은 날로 멀어지고 한반도는 남북한 간의 내전상황에 빠지게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그간 북한은 통일 전()단계로 종종 남북한 연방제 실시를 주장해왔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간에 합의 발표된 2000년의 6.15선언에도 남북한의 연합단계를 명시, 연방제 통일을 논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 당시에는 북한의 핵문제가 들어나지 않았다. 만일 지금처럼 북한 핵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면 김대중 대통령은 결코 햇볕정책을 들고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남북한의 연합문제는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핵 가진 북한과 핵 없는 한국 사이에 연합이나 연방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종북 세력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핵 가진 북한과 핵 없는 한국과의 연합이나 연방을 지지할 리 없다. 이런 경험적 전망에 비추어 북한의 핵 보유는 어느 경우에도 용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전쟁불가를 주장하는 자들은 핵을 보유한 북한과 핵 없는 한국 간에 전개될 상황을 완전히 외면하면서 큰 재앙회피를 명분으로 전쟁만을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방법이 군사적 수단이외의 다른 방법이 모두 소진(消盡)되었다면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할 까. 실로 심각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 우리의 솔직한 현실이다.

 

4. 비핵화를 위한 피해의 최소화

 

한반도의 비핵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우리는 평화통일의 꿈을 버리지 않을 수 있다. 핵 없는 한반도만이 주변국들의 반대를 피하면서 국제형의 분단국인 한국이 통일을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북한이 개발하는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결코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가 포함된 이 지역 전체의 안전보장에 관련된 국제정치의 문제다.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위협 하에 놓여있는 모든 국가들의 자위적 선택이다. 이 상황에서 핵 없는 한국이 가진 선택권은 극히 제한적이다. NYT의 칼럼니스트 Nicholas Kristof는 최신 칼럼에서 미국의 대통령과 안보담당보좌관의 발언들은 자기의 오랜 경험에 비추어 결코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도록 능력을 키우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고 미국이 직접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에 MacMaster 미국 대통령 안보보좌관은 전쟁의 가능성이 더 가꿔졌다고 언급했다. 우리 정부는 미 CIA의 분석과는 달리 북한의 기술수준이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그것은 기술적 견해이며 군사안보적 견지에서는 북한이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섰다고 미국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현재 평창 동계올림픽 때문에 유엔 총회가 올림픽기간 중 휴전을 결의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그러나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시한이 3개월 내로 줄었다는 미국 군사전략전문가들의 평가는 우리가 긴장해야할 요인이다. Linsey Graham 등 미국 상원 지도자들 가운데서도 대북군사공격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쟁은 학자들의 소망이나 주장에 좌우되지 않고 안보를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당사자들의 결단과 선택의 산물일진데 우리가 기대하는 전쟁 불가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위기가 이렇게 임박했음에도 현재 우리는 아무런 손도 쓸 수 없다. 지난 18일 한중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원칙 중 한반도 전쟁 불가라는 항목이 있지만 이 합의가 비핵화의 현실적 대안이 아닌 한 안보정세를 극적으로 뒤바꿀 것 같지도 않다. 정상회담의 합의에 담긴 내용들도 1218일자로 발표된 미국 안보전략보고서(NSS)의 내용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김정은과 그의 일당을 제거하는 참수(斬首)작전으로 비핵화의 여건이 조성되어 우리 국민들이 입는 피해가 최소화되길 바랄 뿐이다. 한국이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상황이 저절로 굴러온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그럴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만일에 대비, 민간차원에서도 필요한 각오와 훈련과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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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의 정치를 지켜보면서

 

이 영 일(11,12, 15) 헌정지 2017년 12월호기고

 

                                                                                           1.

 

요즈음 지난 정권의 요직에 있던 인물들이 적폐청산의 이름하에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고 구속영장이 떨어져서 투옥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정계(政界)나 관계(官界) 인물들만이 아니라 사회의 다른 분야로까지도 적폐청산대상이 확대되어 갈 것 같다. 정권이 교체되면 어느 나라에서나 전 정권에서 저질러진 비리나 부정을 척결하는 조치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새 정권의 정당성을 과시할 필요 때문일 것이다. 또 어느 면에서는 그러한 비리의 척결이나 적폐의 청산이 정권교체를 지지한 유권자들에게 보답하는 수순일 수도 있다.

 

이러한 과거청산작업을 뒷받침하는 정치이론으로 최근 각광을 받는 학문분야가 Transitional justice이론(우리말로 옮기면 과도기적 정의:過渡期的 正義 또는 전환기적 정의:轉換期的 正義)이다. 과도기적 정의는 한마디로 요약되기 힘들만큼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과도기적 정의이론의 핵심은 혁명이나 교체대상이 된 정권들이 공분을 살만한 인권의 억압이나 유린 같은 인권 범죄를 가장 중시하면서 이러한 인권억압이나 유린의 실상을 밝히고 그것을 바로잡는데 정의이론(正義理論)의 칼날을 세운다. 물론 나라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인권문제이외에도 정권교체에 의하지 않고는 바로 잡을 수 없었던 비리나 부패문제역시 과도기적 정의가 시정하고자 하는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과도기적 정의이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개혁하기가 힘든 요인들이 너무 많다. 우선 2017년 봄 한국에서 이루어진 정권교체의 성격이다. 문재인 정권의 탄생은 모든 정황에 비추어볼 때 혁명에 의한 정권교체는 아니었다. 국회의 탄핵의결,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해 현직 대통령이 물러난 후 실시된 합헌적인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집권자들은 촛불시위를 촛불혁명으로 높이면서 선거에 의해 성립한 정권을 촛불혁명정권이라고 말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결코 혁명정부가 아니다. 따라서 사법적 내지 비사법적 조치를 통해 과도기적 정의를 실현해야 할 명분이 그렇게 뚜렷하다고 볼 수 없다. 정권을 장악한 사람들은 적폐청산을 촛불혁명의 요구라고 하지만 그것은 정치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적발된 모든 비리는 죄형법정주의에 입각, 무리나 왜곡 없이 의법 처리해야 할 것이다. 촛불시위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지만 참여시민들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교조나 민노총, 통합진보당 잔존세력들이 꿈꾸는 국가건설노선에 동조해서 촛불시위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탈미 자주(脫美自主)의 꿈을 이루기 위해 촛불시위에 동조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이라는 부실한 인간에게 국정을 농단 당했다는 선동에 분개한 국민들이 그러한 농단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표시하기위해 촛불시위에 가세했던 것이다. 이것이 촛불시위에 대한 올바른 평가일 것이다. 더불어 민주당도 촛불시위를 주도한 것이 아니라 시위대에 편승한 여러 사회세력의 일부였다.

 

촛불시위와 태극기 시위가 맞선 갈등상황 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2회에 걸친 대국민 사과와 국회의 탄핵의결,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한 정권퇴진, 그에 뒤이어 실시된 대통령선거는 결코 혁명과정이 아니었고 절차적 민주주의의 성숙한 전개과정이었다. 이점에서 나는 문재인 정권을 혁명정권으로 규정짓지 않는다. 유권자 유효투표의 42%지지를 받은 더불어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2.

 

대개의 경우 과도기적 정의를 앞세워 개혁을 단행할 때는 특별법의 제정이 뒤따랐다. 해방직후에는 반민족행위자처벌특별법이 제정되었고 4.19혁명 후에는 반민주행위자 특별법이, 5.16혁명 뒤에는 부정축재자처리특별법이나 정치활동정화법이 제정되었고 이를 통해 혁명세력들이 구정권의 적폐척결에 나섰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등장한 후에도 진실위원회를 통한 과거사 청산조치가 행해졌다.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만들어진 것도 과도기적 정의이론이 적용된 선례일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의 문제점은 박근혜 대통령의 범법사실을 유죄로 확정짓지 않은 상황 속에서 탄핵절차가 완료되는 특이한 상황(선 탄핵 후 보완)이 나타났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범법확인 작업이 적폐청산과 얽히므로 말미암아 과도기적 정의이론과 어울리지 않는 문제들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즉 박근혜 대통령정부의 잘못을 파헤쳐 탄핵의 정당성을 법률적으로 보완, 객관적 정당성을 입증하는 작업가운데서 적폐로 불릴 요소들을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정원의 댓글 사건을 재론(再論)하고 보안사가 주도한 사이버 댓글이 대통령선거에 간여한 사실을 들추는 것이다. 결국 박근혜 정권의 성립이 국가기관들의 댓글공작을 통한 불법 관권선거의 산물인 것으로 결론지으려는 것 같다.

또 국정원이 확보한 정보예산이 사적 치부의 수단으로서가 아니고 통치를 위한 윤활유로 전용, 활용 되었다면 그것은 부당한 예산전용으로 감찰기관이 지적할 사항은 되지만 국정원이 상급기관에 상납한 뇌물비리로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이러한 항목들은 국민들의 기본인권의 유린이나 억압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정당성이 인정되는 과도기적 정의이론에 맞지 않는다. 국정원의 댓글이나 사이버 댓글들은 한국에서 선거가 있을 때마다 북한이 사이버공간을 통해 악성루머를 뿌리는 심리전공세를 벌여왔다는 사실에 비추어 국가기관이 상응한 대처에 나선 것으로 보면 큰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인터넷이나 사이버공간의 주도권은 컴퓨터가 활용되기 시작한 당초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좌파세력들에게 선점된 상태였으며 이런 상황에서 대공차원의 댓글과 선거용 댓글이 혼재되었는데 과연 이러한 활동을 일률적으로 선거부정으로만 규정할 수 있을까. 더욱이 국정원의 지난 60여 년 동안의 관행과 역사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검찰을 통해 예산전용을 부패비리로 간주, 국정원장들을 구속하고 국정원에 배정된 예산을 상급기관의 통치자금으로 전용한 사실을 뇌물수수로 다스리려한다. 이명박 정권이 벌인 자원외교나 4대강 개발사업 등 주요국책사업들을 놓고서도 예산집행과정이나 실적의 문제점을 들추면서 이를 부패와 연관시키고 있다.

 

                                                                         3.

 

그러나 이상 예시한 조치들은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에 비추어 국민의 권리와 인권을 유린하거나 압박한 것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 따라서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이상의 조치들은 국제적으로 그 정당성이 인정받는 과도기적 정의이론의 범주에 포함시키기 힘든 조치들이다. 이 때문에 요즈음의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국가안보위기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국가안보기관의 장들을 줄줄이 구속시켜 국정원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무력화시키는 일을 올바른 조치라고 박수칠 국민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저의를 의심하는 국민들이 늘어날 것이다.

 

또 요즘 화재거리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에 그분의 동상을 건립하는 사업을 서울특별시가 허가를 유보하고 또 동상건립을 반대하는 시위꾼들이 건립활동을 극열하게 반대, 저지했다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어떤 의미에서는 동상이 필요 없는 인물이다. 1961년의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한 오늘이 현실이 그분의 동상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국가지도자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항상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웅변한다.

 

어떠한 정권도 국민들 다수의 지지와 공감을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 국민다수가 아닌 소수가 성군작당(成群作黨), 시위를 벌이고 소요를 일으켜서 정당하고 필요한 일을 방해하는 행위야말로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적폐의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빈으로 초청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서울 한복판에서 화형식을 하고 화염병을 투척하는 행위야말로 반드시 처단해야 할 적폐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국력배양을 외치면서 잘살아 보자고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대통령이 추구하는 목표는 그 내용이 무엇이건 간에 언제나 국민들에게 터놓고 말할 수 있는 목표이어야 하며 국민들이 폭넓게 공감하는 것이어야 한다. 통일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국민적공감이 더 필요한 과제다. 그런 공감된 목표를 가질 때 비로소 국민 모두가 참여하고 힘과 지혜가 모일 것이다. 국민들에게 정치보복으로 비칠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정치보복은 반드시 보복의 악순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에서 넬슨 만델라가 보여준 리더십이나 프랑코 통치 이후 스페인에서 성공한 국민통합의 리더십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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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핵보유국이 되어서는 안되는가

 

이 영 일 (11, 12, 15대 국회의원)

(2017년 헌정지 11월호 게재)

 

1.문제의 제기

 

미국이 1945년 지구상에서 최초로 핵무장을 갖춘 이래 뒤이어 7개국이 핵보유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1950년대 초 소련이 핵무장에 성공한데 이어 1950년대 중반에 영국과 프랑스가 핵보유국이 되었으며 중국은 1964년 중반에 세계여론에 맞서면서 핵무장에 성공했다. 국제사회는 1972년 핵무기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핵무기를 보유한 유엔 상임이사국 5개국이외의 국가로 핵무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로 합의하고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3개국은 NPT에 가입하기를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핵무장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 3개국은 핵무장에 따른 영향력의 파급이 지역적으로 제한된 것이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비난은 받았지만 제재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 종교적 인종적 차이로 말미암아 인도제국(Indian Empire)의 해체과정에서 각기 분리 독립을 선택했기 때문에 양자 간에는 통일문제 아닌 영토분쟁만 있기 때문에이들 양국의 핵무장은 양자갈등을 봉합시킬 뿐 국제평화와 안전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또 이스라엘의 경우도 수많은 아랍 국가들의 포위공격 속에서 자위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받아들여졌고 핵무장의 목표가 방어적이었다.

 

오늘의 세계는 이처럼 핵 보유가 공인된 5개국과 비 공인된 3개국을 핵 무장 국으로 양해하는 국제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여기에 북한이 유엔안보리의 제재에 맞서면서 핵보유국가의 반열에 참여하겠다고 뛰어 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내세우는 핵무장의 명분은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첫째 북한은 미국의 대북한 적대시 정책에 맞서기위해 핵무장에 나섰다고 하는데 타당성이 없다. 미국은 1992년 남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공동으로 발표한 것과 때를 같이하여 주한미군이 보유했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서 철수시켰다. 둘째로 북한은 인도나 이스라엘과는 달리 핵확산 금지조약에 가입했다가 IAEA의 조사결과로 핵무장 기도가 탄로 나자 NPT를 사후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셋째로 북한의 핵무장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그 파급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유발하게 된다. 넷째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핵 보유를 공인받고 있는 중국의 핵 독점지위에 대한 도전이다.

 

이런 이유에서 북한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로부터 아홉 차례의 제재결의(2006년의 결의 1718호로부터 시작하여)를 받았으며 북한 6차 핵실험 이후 912일자의 유엔안보리 결의 2375호는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로서 존립하기 힘들만큼 강경한 제재조치를 받고 있다. 북한은 이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유엔안보리를 통과하자 즉각 불복을 선언하면서 정부성명’(외교부성명보다 격이 높은 성명)을 통해 북한은 "얻을 것은 다 얻고 손에 쥘 것은 다 쥔 우리 공화국이 이따위 제재 앞에서 흔들리고 태도를 바꾸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망상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지금 미국과 북한 간에는 매우 강도 높은 적대적인 심리전이 펼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에 대한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 북한을 총체적으로 파괴하겠다고 유엔총회연설에서 말했고 북한도 김정은 명의의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 실력의 수준과 강도를 미국에 대등할만한 수준으로 높여 미국에 핵으로 맞대응 하겠다고 덤빈다. 지금 한반도에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미국이 평양정권을 향하여 군사적 공격을 감행할 것인지, 비공개협상을 통해 위기수준을 낮추는 조치를 취할지 전혀 전망이 서지 않는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뉴욕 타임스의 니코라스 크리스토프는 자기는 2002년 사담후세인의 바그다드를 떠나면서 느꼈던 것과 똑같은 불길한 예감을 가지면서 평양을 떠나왔다는 섬뜩한 말을 남겼다. 그러면 앞으로 이런 난국을 어떻게 해쳐나갈 것인가.

 

2. 미국의 딜레마

 

<북한만이 미국을 공격목표로 삼고 있다고 공언>

 

미국과 더불어 핵을 보유하고 있는 7개국 중 어느 나라도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로 미국의 해외영토나 본토를 공격하겠다고 밝힌 나라는 없다. 또 핵을 정치무기로 보유하되 핵을 공격무기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나라도 없다. 그러나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북한이다. 김정은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거나 미국의 군사기지가 있는 괌도 주변의 4개 지역을 미사일 공격지점으로 정했다면서 앞으로 핵능력을 향상시켜 미국본토까지 공격할 목표를 가지고 있음을 공언하였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도발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핵무기비확산을 추구하면서 공인된 핵보유국이외의 나라가 핵을 갖는 것을 억제해왔다. 미국은 우방국들의 독자적인 핵개발도 억제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도 한때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지만 미국은 이를 철저히 차단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우방 국가들이 미군주둔을 통한 밀착방어미국의 전략자산 이용을 통한 확산억지조치를 통해 핵 도전에 대처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나토(NATO)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핵개발을 막고 미국의 확산억지전략에 핵 안보를 맡기게 하면서 유사시를 상정, 전술핵무기의 공동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우크라이나가 보유했던 핵은 해체시켰고 리비아의 핵 보유기도를 저지했으며 이란과도 핵협상을 통해 핵무기보유를 차단하고 있다.

 

<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지는 주장>

 

그러나 최근 미국일각에서 북한의 김정은이 핵 보유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다가 핵개발도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외교적 수단으로 북 핵을 저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일단 아무 조건 없이 대화를 열어서 북핵문제가 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또 현재 미국정부가 협력을 기대하는 중국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도 중국이 내놓은 해법의 수용만을 요구하면서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비핵화의 결실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현시점은 군사적 조치밖에 북 핵을 저지할 수단이 없어 보이는데 한국이나 미국 내에서도 군사조치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고 위험부담도 크기 때문에 쉽게 결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일부 학자들은 이제 북한의 핵무장수준이 군사적 조치로도 성과를 얻기 힘든 단계에 이른 만큼 대화를 통해 한반도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미국이 이렇게 나와도 한국은 한미방위동맹의 덫에 걸려 큰 반발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비핵화 이외의 대북협상은 불가>

 

현재 트럼프 정권은 북한을 결코 핵보유국으로 인정치 않을 것을 명백히 하고 있다. 다만 군사적 조치보다는 외교적 노력으로 비핵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미국은 북한정권의 교체도 바라지 않고 정권붕괴도 원하지 않으며 통일을 서두르지도 않고 미군이 휴전선을 넘지 않도록 한다는 이른바 ‘4 아니요’(4Nos)정책을 표방, 북한이 비핵화협상에 나올 것을 유도한다. 그는 북한이 자발적으로 비핵화협상에 나오지는 않겠지만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강화되면 핵 포기협상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대북압박과 제재강화에 국제사회가 더 한층 단합해야만 핵위협으로부터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만일 미국이 지구최빈국으로 최악의 인권유린국가인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한다면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체제는 붕괴될 것이다. 그간 9회에 걸쳐 제재결의안을 채택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도 존재의의가 사라진다. 안보리의 무력화와 때를 같이하여 중동지역을 포함한 대소국가들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기 때문에 국제정치는 핵무기에 관한 한 무정부(Anarchy)상태에 빠질 것이다. 중국도 아시아에서 누리던 핵무기 독점의 지위를 상실하고 일본, 한국, 타이완, 베트남 등이 다투어 핵개발에 도전할 것이다. 미국도 더 이상 세계1등 지도국가의 위상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트럼프가 강조한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가 무너지기 때문에 미국은 결코 상황의 이러한 전개를 용인할 수 없을 것이다.

 

3.무엇이 현실적인 대책인가.

 

북한은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쏟았다. 국제사회의 제제에 맞서왔다.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 보유만이 3대 세습정권을 지키고 미국본토와 군사기지를 공격할 핵·미사일개발에만 성공하면 그 힘으로 한반도도 통일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지구최빈국인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무한정으로 힘을 쏟을 수 없다. 이제 딱 그 한계에 왔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라는 불꽃놀이도 끝이 보인다. 유엔결의 2375호로 북한의 노동력수출과 섬유수출은 물론, 북한과 거래하는 해외무역업자들에 대해서까지, 해상운송수단에 까지 제재가 가해지기 때문이다. 원유공급량도 줄어들게 된다. 결국 북한은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하느냐 핵과 미사일을 끌어안고 자멸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모든 조치(All the Options)중의 군사조치도 허구가 아니다. 외교적 해결이 불가능할 경우 반드시 사용할 카드다. 일부에서는 반전여론이 강하고 북한 핵무장 수준이 너무 높아서 군사조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미국의 고도화된 전략무기수준에서 보면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군사조치를 취하는 것이 언제나 가능하다고 한다.

김정은은 리비아의 카다피가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비참한 최후를 마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핵 포기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장은 결코 주변정세나 인민차원의 안보수요(安保需要)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시대착오적 세습독재권력 유지의 필요에서 나왔다.

 

따라서 우리에게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인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김정은과 그 추종자들만 제거하는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 과정이 전개되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남북한 동포들에게 재앙이나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언제나 미국이 한미동맹을 통해 제공하는 확장억제전략과 보조를 같이하면서 비핵화를 통한 평화의 길을 인내심을 가지고 걸어 나가야 한다. 여기에 우리의 평화가 있고 승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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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제2기 체제의 전망과 한국의 대응

--해양국가노선이 우리의 출구이다.(헌정지 2017년 10월호)

 

이 영 일 한중정치외교포럼회장 (11,12,15대 국회의원 역임)

 

1.들어가면서

 

중국은 오는 1018일 제19차 당 대회를 가짐으로 해서 당 총서기에 연임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국역사의 새로운 장을 펼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 세계의 중국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시진핑 주석이 중국공산당 창당이후 모택동(毛澤東)전 주석에 버금가는 막강한 지도력을 행사할 인물로 평가한다. 중국현대사에서 영향력이 컸던 지도자를 손꼽으라면 누구나 모택동과 등소평(鄧小平)을 들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중국인민들로부터 추앙받거나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그들이 각기 이룩한 업적 때문이다. 그러나 제19차 당 대회에서 제2기 당 총서기로 선출된 시진핑 주석은 모택동이나 등소평에 견줄만한 업적이 없다. 그러나 그의 카리스마는 모택동이나 등소평에 못지않다. 그러면 무엇이 시진핑 주석을 이렇게 강력한 리더로 부상시키고 있는가. 이하에서 시진핑 주석이 누리는 카리스마의 근거를 하나씩 살펴보면서 19차 당 대회 이후를 전망해보고 한국의 대응방도를 모색하기로 한다.

 

2.시진핑 리더십의 정치명분

 

19차 중국공산당 대회가 시진핑에게 공식적으로 맡긴 과업은 공산당이 인민들에게 제시한 이른바 두 개의 100, 즉 당 창건 100주년(19212021)을 성과 있게 마무리하고 건국100주년(19492049)과업의 토대를 착실히 다져서 차기지도자에게 넘기는 일이다. 보다 더 구체적으로는 국민들의 의식주문제를 해결한 샤오캉(小康)시대를 넘어서서 선진화의 혜택을 전체 인민들이 누리게 하는 더 높은 단계의 샤오캉 시대로 국가의 발전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시진핑이 누리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의 명분은 이런 공식적인 당 공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시진핑은 5년 전 국가주석에 취임하면서 대내외를 향하여 위대한 중국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외쳤다. 시진핑은 중국이 서구열강에 짓밟히던 100년의 한을 풀고 다시금 중국을 세계정치지도국의 반열(패권국가의 지위회복)에 올려놓겠다는 큰 꿈과 포부를 피력, 국민적 공감과 기대를 끌어낸 것이다. 이같은 포부천명에 이어 그는 앞으로 중국민족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등소평이 강조한 도광양회(韜光養晦-중국이 발톱을 내보이지 않고 음지에서 힘을 기르자-)의 궤도에서 벗어나 중국의 신장된 국력에 걸 맞는 영향력과 발언권을 세계정치에서 행사해야한다고 선언했다. 특히 중국의 경제력이 G2반열에 오르고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국력이 침체하자 그간 개발도상국처럼 행세해온 중국의 외교를 강대국 형으로 급속히 바꾸면서 세계정치에서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발언권과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신형대국관계 형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동시에 그는 서방이 자기들의 편익을 위해 만들어 낸 국제규범과 관행은 존중은 하지만 거기에 일방적으로 매이지 않고 세계인구 5분의 1을 점하는 중국의 요구와 필요에 맞는 규범과 제도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주장했다.

 

중국공산당은 이렇게 큰 포부와 목표를 가진 지도자가 일을 잘 추진해나가도록 그에게 강한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에서 모택동이 누렸던 수준의 권한과 호칭을 부여했다. 우선 시진핑을 모택동처럼 인민해방군에게 훈시(訓示)하는 지도자로 격상시켰다. 이어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이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그의 리더십과 카리스마는 이러한 상황에서 조성된 것이다. 그는 이러한 지지를 배경으로 내치에서는 중국공산당의 가장 큰 병폐인 부정부패척결을 과감히 단행했다. 인민들은 그에게 뜨거운 갈채를 보냈고 지지는 상승했다. 군부에 대해서도 과감한 부패척결과 인사쇄신을 단행했다. 당 기율검사위원회를 앞세운 부패척결은 질과 양면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 그는 외치(外治)에서도 다른 지도자들과 구별되는 비전을 제시했다. 유럽과 아시아대륙을 해상과 육상으로 연결하는 일대일보(一帶一路) 구상을 내놓고 이를 물질적으로 뒷받침할 금융기구로 아시아 인프라 투자개발은행(AIIB) 창설을 주도했다. 바야흐로 해양실크로드와 대륙 실크로드로 불리우는 일대일로는 중국의 새로운 발전비전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시진핑은 이처럼 그의 꿈과 포부를 국민적 기대에 일치시킴으로써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다.

 

3. 넓어진 전선과 갈등상황

 

. 대내적 갈등요인

시진핑은 그의 강한 리더십에 못지않게 그를 향한 도전도 만만치 않다. 반부패투쟁은 인민들의 지지는 받지만 중국을 이끌어가는 공산당 내에서는 오히려 반발이 거세다. 서방세계처럼 중국이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를 채택하고 있다면 반부패투쟁에 대한 당내외의 지지가 다를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은 당 적(黨的) 필요에 따라 유죄가 무죄가 되고 무죄가 유죄가 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시진핑이 아무리 의법치국(依法治國)을 강조해도 당내에서는 부패척결을 정적(政敵)제거의 수단으로 밖에 평가하지 않는다. 중국공산당의 부정부패는 너무 보편화되어 있어서 당 기율검사위원회가 호출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그 순간부터 부패분자가 되고 만다. 이래서 반부패전선은 인민들의 갈채에도 불구하고 공산당 내부의 심각한 분열의 씨앗이 된다. 이와 연계되는 맥락에서 지역 간, 계층 간에 확대되고 있는 격차와 불평등도 시진핑이 외면할 수 없는 도전적 과제다. 대내적으로 문제되는 또 다른 전선은 신장위구르 지역의 독립운동과 민주화를 향한 정치개혁요구다.

이러한 갈등과 저항을 잠재우기 위해 시진핑은 인민해방군 예산보다 더 많은 공안예산을 편성하고 지구 최고수준으로 인터넷 등 SNS를 통제하며 노벨평화상을 받은 류사오보 등 중국민주화를 부르짖는 세력들을 국가반역분자로 가차 없이 처단한다.

 

. 대외적 갈등요인

대외적으로 중국이 당면한 갈등요소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여러 나라들과 벌이는 영토분쟁이다. 앞으로 이러한 해양영토분쟁은 자칫 미중 간에 군사충돌을 일으킬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서양국제법이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주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차이잉원 총통이 이끄는 대만문제역시 현시점에서 시진핑이 피해갈 수 없는 전선의 하나이며 특히 중국이 그 존속을 오래 동안 지원해온 북한의 핵문제역시 시진핑이 풀어나가지 않을 수 없는 전선이 되고 있다. 또 일도일로사업도 겉보기와는 달리 어려움이 중첩된다. 인도와 중국의 갈등 때문에 해양실크로드는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륙실크로드는 카자크스탄이 독자노선을 천명하기 때문에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위력이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미국의 보이지 않는 견제가 AIIB를 포함한 일대일로사업의 진로를 평탄케 할 수없다. 이점에서 시진핑은 야심과 포부는 크지만 장쩌민이나 후진타오시대보다 훨씬 많은 전선에 둘러싸여 있다.

특히 시진핑 외교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주변국 정책이다. 그는 주변국들을 운명공동체의 일원이라고 추키면서 친성혜용(親誠惠容)의 자세로 주변국들과 공생 공영할 것을 제창했다. 그러나 중국의 국력이 G2수준으로 올라가면서 시진핑의 태도는 달려졌다. 아시아에서 미국을 몰아내고 중국이 패자(覇者)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2015521일 샹하이에서 열린 CICA총회(아시아신뢰구축 및 상호교류회의)에서 아시아 집단안보구상을 피력, 그의 포부의 일단을 들어냈다. 아시아 집단안보구상은 이를 쉽게 풀이하면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중국주도로 아시아 안보질서를 새롭게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이 연설을 계기로 중국은 자기들이 운명공동체의 일원이라고 정의한 주변 국가들이 중국의 대미안보정책에 역행(逆行)하는 정책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오늘날 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일으키는 영토분쟁이나 한국의 사드배치에 대해 보이는 강경보복이 중국의 대주변국 정책의 변화를 웅변한다. 중국이 말하는 운명공동체란 결국 중국판 핀랜드화(Finlandization)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시진핑은 자기 이전의 지도자들이 관리했던 2~3개의 전선이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7~8개의 많은 전선(戰線)을 꾸려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그의 리더십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는 약점도 지니고 있다.

 

4. 전망과 한국의 대응

 

. 시진핑 체제의 전망

 

오는 제19차 중국공산당 대회는 시진핑의 권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그를 제2(2018-2022)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선출할 것이다. 중국의 당과 국가운영에 영향력을 미치는 장쩌민이나 후진타오 계의 인물들은 배제되고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운영에 협력하는 충성분자 중심으로 시진핑 1인위주의 당국가체제가 정비될 것이다.

중국은 그간 여시구진(與時具進)의 구호아래 상황변동에 걸맞게 변신해왔다. 그러나 중국정치의 과제는 해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모택동은 공산당이 인민에게 빵만 잘 배급하는 것으로 인민을 다스릴 수 있었다. 등소평의 중국은 일자리만 주면 인민들이 따라주는 나라였다. 그러나 시진핑의 중국은 인민들이 돈과 식량과 정보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지속적인 지지를 공산당이 확보해나가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SNS를 통제하고 민주화요구를 짓누르는 공안 통치도 그 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 중국의 부정부패는 페이 민싱(Minxing Pei)이 그의 끼리끼리 해먹는 자본주의”(Crony Capitalism)에서 설파하고 있듯이 생활화,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발본색원은 일당독재를 지향하는 공산당이 있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또 중국경제도 10%대 이상의 성장을 과시하던 고도성장시대는 끝났다. 저성장이 일반화하는 뉴노말(New Normal)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쇠퇴하는 미국’(Declining America)굴기하는 중국(Rising China)”이라는 가정(假定)위에 세워진 시진핑의 대외정책이 곧장 성과를 올릴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쇠퇴해야할 미국경제는 자본주의 국가들 중에서 가장 빨리 2008년의 세계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세일가스 개발로 경제 활력 되찾았다. 고용이 증진되고 재 약진의 추세가 역력하다. 달러화의 영향력은 아직도 막강하다. 앞으로 시진핑의 제2기 체제하에서 중국의 국력이 더 크게 확대되는 것을 기대할 수 없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그의 내치외교 면에서는 아직도 막강한 공산당의 조직력과 공안 통치를 통해 안정 기조를 지켜나갈 것이다.

 

. 한국의 대응

우리는 사드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의 민낯을 보았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벌이는 중국의 영토분쟁에서도 중국이 말하는 중국민족의 위대한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아시아 국가들도 제대로 체득했다. 따라서 앞으로 시진핑의 대주변국 정책은 심각한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그간 중국이 운명공동체의 일원이라고 부르던 주변국들이 중국의 핀랜드(Finlandization)요구를 단호히 거부하고 미국이나 서방국가들과 연대하면서 자국의 자율성을 높이고 안보주권을 수호하는 태세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또 국제법이 보장하는 자국의 영토를 G2로 평가되는 중국의 힘에 밀려 빼앗기지 않으려고 버틸 것이다. 지금 동중국해에서는 센카쿠 열도(釣魚島)문제를 놓고 일본과 중국 간에는 이미 총성 없는 전쟁이 진행 중이다.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가 중국에 대해 보이는 단호한 자세는 중국의 주변국외교정책의 실패를 입증한다.

중국이 한국의 사드배치에 대해 보이는 간섭과 경제보복은 안보주권의 침해가 분명하다. 이러한 태도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 중국이 그간 학계를 앞세워 시도해왔던 동북공정이나 서남공정이 단순한 학술연구차원을 넘어서서 시진핑의 동아시아 패자추구의 영향권을 그리는 작동이었음이 점차 밝혀지고는 있다. 특히 시진핑은 지난 4월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를 과거 중국의 속방(屬邦)이었다고 말했던 것으로 보아 조만간 황해바다를 한국의 영해아닌 자국의 내해로 주장하거나 이어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우기는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한중간에는 수교가 2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황해바다를 사이에 두고 영해범위와 EEZ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어부들의 어로침략은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현시점은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결단을 내릴 상황이다. 중국이 자기들의 편의에 따라 자기들만 그 의미를 알고 해석하면서 만든 양자관계, 즉 협력적 동반자관계라거나 전략적 동반자관계라는 고리를 붙들고 어정쩡하게 경제교역을 하면서 안보주권행사를 제약받는 대륙지향국가로 살아갈 것이냐 아니면 해양세력의 대륙진출 교두보로서 한국의 지정학적 운명을 재정의(再定義)하고 미국 등 서방민주국가들과 제휴하면서 국가발전을 도모해 나갈 것인가를 결단해야할 시점에 왔다. 대륙세력의 꼬리가 되느냐 해양세력의 대륙진출의 교두보가 되느냐 중에서 택일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대륙 국가를 지향할 때는 항상 가난한 약소국가였다. 강대국인 중국을 섬기고 살아야 했다. 다행히 우리는 해방 후 해양국가노선, 자유민주국가노선을 추구하면서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안보를 확보하고 경제발전을 추진, 세계 랭킹 10위를 넘나드는 국가발전을 이룩했다. 현시점에서 우리는 경제, 문화, 기술, 학문적으로 중국을 섬길 이유가 없다. 중국은 우리에게 시장이 큰 나라로서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다. 이점에서 교역과 거래는 적극 추구해야 하지만 예날처럼 배우고 섬길 나라는 아니다. 국제법과 시장(市場)을 존중하는 국가들과 어울리는 해양국가노선으로 우리나라의 진로를 결단해야 할 때다. 바야흐로 문재인 정권은 중국의 허장성세 심리전에 압도되어 탈미자주(脫美自主)를 부르짖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용미자주(用美自主)를 추구하는 해양국가의 길로 나아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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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Young-il] North Korea’s nuclear gamble: Why Kim should be denied his bomb By Korea Herald Published : Nov 7, 2017 • •

North Korea’s acquisition of nuclear and missile capability and its declared readiness to use them against South Korea, the US and Japan is escalating tension in East Asia. In the US, the Trump administration is responding by deploying strategic assets such as B-1B bombers and teh USS Ronald Reagan aircraft carrier to waters around Korea; in Japan, alarm over Pyongyang’s repeated missile launches has helped return the conservative government of Prime Minister Shinzo Abe to power in the recent parliamentary election, allowing him to seek his chief political agenda of revising Japan’s peacetime constitution to permit the island nation’s rearmament.

The UN Security Council has responded to reckless brinkmanship of the Kim Jong-un regime by adopting Resolution No. 2375, tightening a variety of sanctions already in force. Under the latest sanctions, North Korea is prevented from earning foreign exchange through textile exports or manpower earnings. Any country that trades or deals with the North economically will be slapped with a secondary boycott, meaning forfeiture of the privilege of trading with the US. It represents the toughest sanctions yet imposed by the five permanent powers including China and Russia.

It was the ninth such resolution imposed so far on the North by the UN. Pyongyang’s demand to be recognized as the ninth nuclear state alongside the eight countries who already have their nuclear arsenals recognized is running into stiff resistance from the international community for obvious reasons. While India, Pakistan and Israel maintain nuclear options mainly as insurance against outside attacks, North Korea employs it for offensive purposes. In view of its repeated underground nuclear tests, so far counting six such tests, coupled with a volley of ballistic missiles to develop an nuclear weapon that can be used internationally, the Pyongyang regime is making its objective clear for the world to see.

In defiance of objections from its neighbors China and Russia, North Korea continues firing missiles above the skies of Japan, in a clear message of menace to the west coast of the US. Kim Jong-un has explicitly threatened to attack the US and Japan with his nuclear missiles. He argues that he would never give up his nuclear arsenal, citing the cases of Libya’s Moammar Gadhafi, who he claimed was toppled and met a tragic end after giving up his nuclear option. It is a highly self-serving argument, given that Gadhafi’s nuclear program had never reached the stage of actual testing, nor did Libya ever claim it was intended for attacking the US.

All five recognized nuclear powers take an exception to the North Korean nuclear option because of the regime’s uniquely roguish nature. Kim has pursued nuclear weapons in contravention of the six-party anti-nuclear agreement that Pyongyang signed in 2005 in exchange for food and fuel. While it has broken that agreement after taking compensatory aid, the North is the only country that brandishes its nuclear arsenal as an employable weapon against the world’s hegemonic powers. It defends its nuclear choice as a way of countering the “hostile” policy of the US and South Korea.

This logic, however, is untenable because the US removed all of its tactical nuclear weapons from South Korea in 1992 following the North’s agreement to forsake nuclear weapons. Not only has Pyongyang violated this agreement by going nuclear, it seeks to use the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s a bargaining chip to remove the 28,000 US ground troops that are based in the South to deter another invasion from the North. Devoting massive resources to foment an indirect form of aggression, North Korean troops have resorted to periodic provocations, internal sabotage and terror, and ceaseless infiltrations of espionage agents to destabilize the South. Constant military provocations make it clear that North Korea’s nuclear programs are aimed at changing the peninsula’s balance of power.

For years, North Korean officials have claimed that their nuclear capability is aimed at “countering US hostile policy.” But in a recent interview with CNN in Pyongyang, a senior Foreign Ministry official implied that his government was looking for recognition of North Korea as a strategic power in the region. In short, its atomic weapons are not so much meant to deter the US and South Korean military power as to act as an instrument of policy to change the current geopolitical picture. It’s not difficult to fathom Pyongyang’s ambitions. On the back of its nuclear blackmail, Kim Jong-un is pressing for a peace treaty to replace the current armistice agreement with the US. In the past, it claimed South Korea, with a population twice the North’s size, should be excluded from negotiations leading to this peace treaty as Seoul had refused to sign the 1953 armistice agreement. Also this peace treaty would presumably require the withdrawal of foreign troops, meaning US forces.

Such an arrangement will pave the way for the nuclear armed North Korea to take over the South in a manner that North Vietnam took over South Vietnam in 1975 with a blitzkrieg invasion. In sum, North Korea’s nuclear capability represents a short-cut to reunification under Pyongyang’s control. The five established nuclear powers including China and Russia must squarely face the implications of North Korea’s nuclear acquisition, and what its ultimate objectives are. Failure to reverse its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will inevitably trigger a nuclear domino effect in the region, as South Korea and Japan come under pressure to defend themselves.

Japanese Prime Minister Abe is campaigning for revision of the Japanese constitution’s anti-war provision. In South Korea, recent opinion polls showed over 60 percent of the public espousing an independent nuclear arsenal to counterbalance the North. Such a consequence could clearly lead to nuclear development for Taiwan, a situation that will eventually erode China’s preeminent status as the biggest military power in Asia. Given the US role of imposing the global denuclearization regime, there’s scant possibility of Washington reinstating tactical nuclear weapons in South Korea or allowing it an independent nuclear acquisition. Nor would the Trump administration accept North Korea’s nuclear status. US Defense Secretary James Mattis, in Seoul recently for the bilateral annual security consultation, reaffirmed Washington’s commitment to a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categorically rejecting any chance of the US compromising on this point. In the event of a full-scale war, he noted the North stood vastly overmatched by the combined strength of the US and South Korean armed forces as far as conventional strength was concerned. In short, the North will risk a nuclear war only at the risk of its own annihilation.

The outbreak of war on the Korean Peninsula would mean catastrophic consequences for the entire peninsula, with millions of casualties in life and property. The most desirable course for the North and South is a peaceful resolution of the North’s denuclearization. This is the logic behind opinions in the South that the top leadership in Pyongyang should be decapitated before Kim and his party supporters bring about the total destruction of their country while at the same time incur a South Korean devastation. This is why we should all strive for denuclearization of the North even if that involves the risk that come with trying to remove the North Korean leadership through means outside the scale of war.

By Lee Young-il The writer is a former three-term legislator of the National Assembly who served as the chairman of Korea-China Politico-Diplomatic Forum. The views reflected in the article are his own. -- 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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