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정상외교의 전망
이 글은 2018년 5월 17일 프레스센터 18층에서 열린 평화포럼에서 행한 이영일의 연설이다.
이 영 일(11, 12, 15대의원, 한중정치외교포럼회장)
1. 정상외교의 시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협상이 동북아시아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정상회담이 외교의 주요수단으로 등장함으로 해서 실무차원의 대화보다는 정상들 수준의 통 큰 결단들이 어려운 난제를 해결국면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결정권이 1인에게 집중되어 있는 독재국가를 상대로 하는 외교는 정상외교가 필수적이다. 실무 차원의 협상과는 달리 위에서 아래로 (Top down)협상의 결론적 지침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가 있는 서방측 정상들은 협상의 효과에서 가장 중요한 디테일보다는 선거에 유리한 성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포괄적인 원칙 합의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비핵화가 목적인 회담에서는 원칙합의(Agreement in Principle)도 중요하지만 세밀한 검증의 중요성도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2. 김정은은 왜 비핵화협상에 나오는가.
⑴ 좌파논객들의 관점
좌파논객들은 김정은은 이미 핵무기를 완성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고 탄도미사일도 사실상의 완성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실험과 개발을 향한 노력보다는 협상을 통해 자국의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경제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얻는 수단으로 비핵화카드를 내놓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북한의 김정은은 연평균 성장 12~13%를 과시하던 중국보다도 더 빠른 연평균 15% 성장률로 북한경제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협상에 나선다고 한다. (이종석 등)
⑵우파 내지 서방측 관점
우파진영의 학자들, 특히 미국과 서방측 전문가들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일관성 있게 가해온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제재(制裁)와 미국과 일본, 유럽각국들이 가하는 독자제재, 여기에 지난 1월 16일~18일 6.25참전국가 외무, 국방상들을 캐나다의 Vancouver에 초청, 북한제재를 위한 역할분담에 합의하는 등 최대의 압력(Maximum Pressure)행사합의가 김정은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비핵화협상에 나오게 했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유엔대사 헤일리(Haily)도 미국이 가한 제재압력으로 북한은 지금 질식 상태에 빠졌으며 이것이 대화를 선택한 배경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고 있다.
⓷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중시
김정은은 비핵화협상에 응하는 명분으로는 핵과 미사일개발의 성공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트럼프가 추구한 최대의 압박공세 때문이다. 트럼프는 취임 이래 자기의 공약은 국내외의 어떤 비판이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거의 빠짐없이 지키고 있다. 미국의 참수작전(斬首作戰)은 김정은과 핵심지도층의 생명에 대한 위협이다. Regime Change압박도 단순한 위협이나 허구가 아닌 체제위협이다. 이 점에서 미국이 가진 전략자산의 전개와 군사적 옵션이 김정은의 태도를 바꾼 가장 중요한 배경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문재인과 김정은 간의 회담 전인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1일사이의 부활절 휴가 중에 벌써 마이크 폼페이오(Michael Richard Pompeo) 미국 CIA책임자를 북한에 보내 김정은과 먼저 대화하고 협상전망을 열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이전에 이미 미국 측과의 사전 대화를 마치고 남북정상회담을 가졌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은에게 있어서는 실질문제를 주고받는 진지한 협상테이블이기 보다는 선전목적에 비중을 두는 외교적 이벤트나 쇼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후 미국에서는 최근CVID보다 더 강한 요구를 담는 PVID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보유한 Weapon of Mass Destruction의 개념을 생화학무기로 까지 확대하고 있는데 북한은 이러한 미국요구까지를 수용할 것인지는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PVID: 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북한의 최종적 선택
김정은은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에 드는 비용을 안보리 결의 2375호의 국제 제재 하에서는 더 이상 조달할 여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북한은 맹렬히 반대한다. 그것은 한미연습이 정례적인 것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그러한 군사연습이 행해질 경우 거기에 자기들도 상응하는 연습과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부담이 북한에게는 너무 크기 때문이다. 김정은 자신의 생명과 자기 체제를 지키기 위한 최종수단으로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나왔다고 보는 설이 우세하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미국이 말하는 "비핵화"와 4.27 선언에서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과 뜻이 같은지 여부다. 문재인 대통령의 참모들은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남한의 비핵화, 즉 남한에서도 핵우산을 걷어내야 한다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지난 5월1 일 한겨레신문에서 문정인-이종석은 대담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과정에서 북의 비핵화와 함께 우리도 결국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면서 북한에게는 비핵화 하라고 하면서 우리가 미국의 핵우산아래 있겠다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식이 없는 주장이라고 말하고 핵의 비대칭성이 생기면 북한이 다시 핵 보유를 원하거나 중러에게서 핵우산을 구하려 들 것이기 때문임을 내세웠다.
그런데 지난 5월 10일 트럼프 대통령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를 인용하면 “나의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은 한반도 전체를 비핵화(Denuclearize that entire Korean Peninsula)하는 때일 것이라면서 그것의 의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로 평화가 정착되면 남과 북간에는 평화가 실현될 것이고 더불어 미국과 북한이 수교함으로써 북한체제도 미국이 보장해주는 시스템으로 기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이 남북한의 평화를 보장한다는 전제에서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문정인, 이종석 씨 등의 주장이 북한이 항상 주장해온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한반도 비핵화라고 보는데 반해 트럼프의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이 보장하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실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개념과 뉘앙스가 크게 다른 것 같다.
2. 협상의 진행과 한국의 위상
앞으로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회담으로 비핵화의 전망이 확 트일까.
●미국이 가장 큰 손이다
외교협상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증권회사의 주식거래에서처럼 북한이 비상장주(非上場株)로 가지고 있던 핵무기를 상장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핵무기비확산 정책추진에서 가장 큰 손인 미국이 이 제안을 어떻게 받느냐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제안을 즉각 수락했다. 물론 이에 앞서 북한과 중국 간에 지난 3월 28일 정상회담도 열렸지만 이는 대세에 영향을 미칠 만큼 주요한 관심사가 아니다. 미국만큼 채찍과 당근을 가지고 주식매입에 직접 나설 큰 손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 외교의 안타까움
지난 4월 27일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기능은 무엇이었던가. 상식적으로 말하면 한국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이며 한국은 또한 실질 당사자이기 때문에 가장 큰 손인 미국에 편승(Band-wagoning)하여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도록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태도는 애매하다. 평화협정과 비핵화의 우선순위를 전도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비핵화의 결과로서의 평화협정이나 남북한 간의 적대해위중지가 아니라 선 평화협정, 후 비핵화를 택함으로써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미•북 협상에서 미국이 사용할 군사옵션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John Robert Bolton) 안보보좌관은 판문점 선언이 끝난 후 남북한이 합의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체결문제, 한반도비핵화 등에서 미국은 남북한 간의 합의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비핵화협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3. 중국의 태도 전망
●김정은의 돋보이는 외교돌파력
중국은 비핵화를 처리할 큰 손은 아니다. 그러나 비핵화를 몰아가는 대북제재의 중요한 축의 하나다. 그간 시진핑 주석은 북한의 김정은을 냉대했다. 주석에 오른 후 지난 6년 동안 북한에 가지도 않았고 김정은을 중국에 초청하지도 않았다. 중국과 북한 간에 1961년에 체결한 상호원조조약의 존재에 대해서도 사실상 실효(失效)된 조약이라고 말하거나 북한을 동맹국가라기보다는 일반적인 국가대 국가관계임을 강조하면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10여회에 걸친 북한에 대한 제재에 찬표를 던져왔다. 북한이 중국과의 사전협의 없이 핵무기 파동을 일으켜 중국의 안보외교에 큰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때 우방이었던 중국의 이런 냉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평창 동계올림픽참가를 계기로 한국과 대화를 열었고 한국을 통해 미국 트럼프와의 대화기회를 만들어 냄으로써 시진핑이 자기의 면담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여건을 능동적으로 조성한 것이다.
●중국은 북한을 전통적 우방으로 복원
김정은이 미국대통령과의 정상급 대화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김정은이 시진핑의 면담을 요청하자 중국은 이를 즉각 수용하고 방문한 김정은을 극상(極上)으로 환대했다. 중국의 고위 영도들과 최고전략가로서의 왕후닝까지 나와서 김정은을 영접했다. 여기에서 김정은은 미국의 위력을 느꼈을 것이다.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대화를 수락함으로 말미암아 김정은은 비핵화를 향한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의 중요 행위자(Player)로 부상하게 되었다. 브로커나 메신저가 아닌 행위자로 된 것이다.
김정은은 방중기간동안 문재인 대통령처럼 중국을 대국으로 치켜세우고 자국을 소국으로 낮추는 외교수사도 사용하지 않았다. 비핵화의 협상에 나선 배경을 설명하면서 북한도 “중국처럼 일찍이 개혁개방에 나섰더라면 좋았을 것 같았다”고 말하고 앞으로 북한이 경제건설에 올인 할 뜻을 비쳤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태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심화되면서 현재 북한의 대 중국무역의존도는 90%를 넘어섰다. 현 상태를 그대로 둔다면 북한은 중국에 경제적으로 완전 종속되면서 위성국수준으로 전락할 상황이다. 이런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외교적인 갑 질을 서슴지 않았다.
또 한편 중국은 1991년 중국이 한국의 휴전협정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즉 바꾸어 말하면 문서상 한국과의 적대관계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수교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북한은 중국이 현재의 휴전협정에서 이미 탈퇴한 국가로 간주해 왔다. 4.27선언의 종전선언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국면에서 3자 내지 4자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런 인식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황한 중국은 왕이(王毅)중국외상을 지난 4월 30일 북한에 파견, 중국이 휴전협정의 당사자임을 상기시켰다. 평화협정이 3자로 합의될 경우 중국이 배제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김정일도 그가 2008년 노무현과의 정상회담에서도 3자 내지 4자 론을 들고 나온 일이 있는데 그 이유역시 맥락은 같다. 특히 한중수교 후 북한이 휴전협정에 의거, 북한에 체류하는 중국대표단을 강제로 철거시킨 조치도 여기에 연관된다. 엄격한 의미에서 종전 선언에는 중국이 꼭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평화협정체결에서는 중국의 참여는 필수적이라는 것이 다수다. 한편 북한은 비핵화협상을 통해 중국일변도에서 벗어나려는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Jean-Pierre Cabestan,"What is Kim Jung-Un's Game, May 8.2018 NYT참조)
●미중관계의 갈등과 협력
시진핑은 현재 동북아시아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켜 이 지역에서 중국이 패자(Hegemon)가 되는 것을 중국의 꿈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비핵화가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원한다. 북한의 비핵화는 동북아 대륙에서 핵 독점국가로서의 중국의 지위(상임이사국으로서 받는 지위)를 지키는 길이고 나아가 미국이 군사적으로 이 지역에 개입할 명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반면 미국은 전 세계 비확산체제를 지키기 위해 북한의 핵 포기를 요구한다. 현시점에서 미국과 중국은 북한비핵화를 추구하는 내면적 동기는 다르지만 비핵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진행을 지켜보면서 적절한 개입의 여지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이 중국이 배제된 3자간의 협상으로 진행된다면 중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4. 앞으로의 전망
현재 미•북 정상대화에 대해 밝은 전망과 함께 우려도 뒤 따른다. 낙관론은 김정은이 그의 선대들이 오래 동안 추구해온 미국 정상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는데 이를 아무 소득 없이 끝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제재재가 가중되는 속에서 더 이상 핵과 미사일 개발을 추진할 여력이 소진되는 상황에서 어렵사리 맞게 된 협상의 기회를 김정은이 그냥 놓칠 리 없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갑 질 외교에 질린 북한이 미국과 제휴하게 될 기회를 허송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전망이 밝다는 견해도 많다.
●대북협상전문가들의 우려
미국의 북한문제전문가나 오래 동안 대북협상에 종사해온 사람들은 공산주의자들이 시간을 끌어가면서 상대방이 동의할 수 없는 강탈적 요구(Extortive demand)를 제기, 협상타결에 난관을 조성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예컨대, 비핵화의 집행방법으로서의 사찰문제, 핵과 미사일 처리방식, 보상의 규모, 절차와 시기, 체제보장을 위한 평화체제 등 산적한 과제를 한 차례의 정상회담으로 일거에 처리할 수 없을 것이고 북한의 요구수준과 미국의 대응수준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협상이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파탄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과거 실패되풀이 않는다고 선언
트럼프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이 협상에 임한다. 미국은 채찍과 당근을 모두 지닌 협상의 주체이기 때문에 정상수준에서 통 큰 원칙합의(Agreement in Principle)를 이룸과 동시에 핵 폐기의 구체적 조치와 집행을 우선적으로 실시할 것을 요구하여 김정은의 동의를 얻어내려 할 것이다. 이 동의를 이끌어낸다면 그는 실패가 아니라 성공했다고 선언할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확실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평화협정의 결과로서 주한 미군의 지위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엄밀히 말해서 평화협정과 한미방위동맹조약은 전혀 별개이기 때문에 한미방위동맹에 근거해서 주둔하는 미군의 지위에 평화협정이 영향을 미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체결될 평화협정에는 이 협정의 효력을 보장하기위해 남북한과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이 서명하고 유엔을 대표해서 유엔사무총장도 서명할 수 있다. 또 한반도 안보정세변화에 영향을 받는 일본도 서명에 참가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북한 비핵화의 결과로서 미국과 북한이 수교하고 미국이 북한의 안보, 나아가 북한체제의 안전까지 보장하겠다면 전통 국제법상의 절차나 요건 보다는 실질문제로서 수교협상에 더 큰 비중을 두기 때문에 의외의 대안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주한 미군문제
현재 북한에는 행정관할권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외국군대가 한국의 미군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군사전략차원에서 보면 북한지역과 산수상련(山水相連)인 중국 땅에 중국최강의 막강한 심양(審陽)군구가 있고 러시아의 동부 시베리아에도 극동군 사령부가 있어 이렇게 배비된 군사력이 주한미군과 함께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시아의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상황의 지속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와 이를 달성할 국제조약으로서의 평화협정체제를 보장하는 균형상황일 것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한미동맹이 해체되고 그것의 결과로서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고식적인 해법은 상항에 따라, 또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느끼는 안보상황인식에 따라 가변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한반도 비핵지대화론은 김일성, 김정은의 유훈은 될지언정 현실적인 문제해결방도와는 거리가 멀 수도 있을 것이다.
*정상회담의 예상결론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CIA는 20기를, 국방정보국은 60기의 핵탄두를 가졌다고 평가, 숫자상 차이는 나지만 이란(Iran)과는 달리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정권이다. 핵을 보유한 나라에서 핵무기, 핵 기술과 핵물질을 완전히 포기시키는 비핵화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 미국의 핵군축 전문가들이 현시점에서 내리고 있는 결론이다.
이란의 재래식 무기 실태조사책임을 맡았던 David A. Kay는 북한비핵화를 위해 핵 기지의 색출과 공장부지, 핵연료와 핵물질 등을 조사하는데 필요한 요원이 최소 300명이상인데 이 중에서 필수적인 기술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찾기는 매우 힘들고 실태조사에 나설 경우 북한 군대들의 예상되는 반발 속에서 은익된 핵탄두나 물질을 색출해 내는 것도 이란보다는 북한이 훨씬 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어 그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북한이 신고하고 제출하는 자료와 내놓는 탄두나 미사일, 핵물질 등을 조사하는 도리밖에 없다면서 자기는 이렇게 이루어지는 핵 폐기가 진정한 의미의 비핵화라고 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NYT와의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Verifying the End of a Nuclear North Korea ‘Could Make Iran Look Easy’By David E. Sanger and William J. Broad, May 6, 2018)
결국 미•북 정상회담은 모두가 완벽하다고 기대할 만큼 철저한 비핵화가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상호 인지하며 진행하는 협상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이 신고하는 핵무기의 폐기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당면한 비핵화의 현실적 목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준으로 북핵문제가 일단락되기는 어렵다. 시일을 두고 비핵화의 디테일한 과정을 펼쳐나가면서 상호간에 비핵화의 전망에 대해 신뢰를 쌓는 가운데 제재완화문제가 논의될 것이다. 이러한 성과가 확보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국대통령가운데 처음으로 북 핵의 난국을 해결한 인물로 자신을 자기 트위터에 부각시키면서 다가올 10월의 미국중간선거와 자신을 향한 국내의 여러 가지 도전들을 돌파할 수단으로 협상성과를 활용할 것이다.
동시에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는 중국이 조정하는 기준에 따라 해제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그리고 북한은 제재상황을 이렇게 돌파한 후 경제개발에 매진한다는 구도를 만들 것이다.
설사 북한이 핵무기를 100% 완벽하게 폐기한다 해도 대부분의 나라들은 북한이 어딘가에 핵을 숨겨놨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결국 북한은 이런 상황을 이용, 암묵적인 핵보유국으로 행세하면서 경제개발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9일자 한 일간지의 칼럼은 매우 시사적이다.“북한 비핵화에 트럼프 대통령은 '양날의 칼'이다. 어쩌면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북한 비핵화의 길을 열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론 김정은의 양보에 혹해 바로 "친구"라고 부르며 김씨 왕조에 정당성만 부여할 수도 있다. 미·북 정상회담을 바라보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이유다.”
●한국정부의 과제
⑴ 2국가체제로 발전
지난 4.27 정상회담 후에 발표된 성명서에서 눈에 띄는 두 가지 특징은 양자 공히 정식으로 국명과 직책을 선언에서 밝힌 것이다. 두 번째로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체결에 합의한 것이다.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면 북한의 영토범위를 확정해야 하며 여기에서 개헌문제가 따른다. 또 주한미군 주둔명분이 바뀌게 될 수 있다. 평화협정체결로 한미방위조약이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그러나 미 8군사령관이 겸하고 있는 유엔군 사령관의 모자를 벗고 한미연합사령관의 모자만 쓰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는데 이것도 한미협의의 결과여야 한다.
결국 한국과 북한은 2국가체제로 나가게 되며 동서독처럼 “분단의 실현에 의해 분단을 지양(止揚)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평화통일을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이 모두 선진화에 성공해서 “잘사는 상태에서 하나로 합쳐지는 통일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통일은 재통일(Reunification)이 아니라 새 통일(new Unification)로 정의될 것이며 이것이 아마도 우리가 내다볼 비전으로 되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도 한번 이 자리에서 나누고 싶다.
⑵ 지정학적(地政學的)외교노선 재정립
한반도의 위치는 변경할 수 없지만 한국의 외교노선은 바꿀 수 있다. 동북아시아지역에서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은 한반도를 자기들의 영향권아래 묶어두기 위해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 교훈은 대륙세력인 중국에 매달려 있을 때 한국은 가장 못살았고 가난했다는 사실이다. 조공(朝貢)을 바치고 중국의 갑 질에 시달렸다.
해방 후 동서냉전의 와중에서 우리는 지정학적 운명을 대륙세력의 꼬리에서 해양세력의 대륙진출교두보로 바꾸었다.(이승만 노선) 이 변화로 우리는 세계랭킹 10위권을 넘나드는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대륙의 꼬리가 아닌 해양세력의 대륙진출교두보로서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수하는 것이 나는 올바른 노선으로 보는데 여러분들이 생각은 어떤지 묻고 싶다.
⑶용미(用美)정책의 발전과 강화
미국과 중국의 양다리외교는 매우 위태롭다. 약소국가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균형외교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강자들이 사용할 때만 공공재처럼 보인다. 중국은 지경학적으로 보아 경제협력대상국이다. 중국이 노리는 정치적, 안보적 예속의 강요를 차단하려면 미국의 지원과 협력이 필수이기 때문에 여기에 한국외교가 백번 강조해도 부족한 용미정책의 중요성이다. 동시에 용일(用日)정책도 우리의 카드가 되어야 한다. 용미정책과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CVID의 비핵화, 나아가서는 PVID까지를 도모할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⑷외교의 역점은 세력균형 유지
2국가 체제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민족끼리“라는 허구에 매달리기보다는 철저한 세력균형유지에 외교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교류와 협력도 세력균형의 실현과 유지에 필요한 경우로 한정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북한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혁개방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도 세력균형의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한미동맹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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