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국제문제 5월호에 기고된 글임
한·미·중 3국학자들의 북 핵 대처방안 토론 참관기
이 영 일 (한중정치외교포럼 회장)
한국고등교육재단은 4월 15일 09시 30분부터 12시30분까지 4시간 동안 韓美中 3국 정치학자들을 초청,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주제(Options for Dealing with North Korea)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미국 측에서는 로버트 아인혼(Robert Einhorn)박사(전 미 국무성 비확산 및 군축 차관보)와 다글러스 팔(Douglas H. Pall)박사(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부소장)가, 중국 측에서는 옌쉬퉁(Yan Xuetong)교수(중국외교부 자문위원 및 청화대학 세계 평화포럼 사무총장)와 순쉐핑(Sun Xuefeng)교수(중국청화대학 국제학부 교수)사 참가했고 한국 측에서는 김성한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전 외교부 제2차관)와 정재호 교수(서울대학교 미중관계연구소장)가 발제 및 토론자로 나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1. 미국은 제재와 외교협상의 병행이라는 양면궤도전략을 강조
이 날의 토론은 UN안보리의 대북제재가 과연 비핵화에 얼마만큼 효력을 가질 수 있는지, 제재이외의 다른 방안은 없는지를 놓고 전개되었다. 미국 측의 R. Einhorn과 D. Paal은 최근 북한이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를 진척시켰다고 하고 또 탄도 미사일기술개발에서도 큰 진전이 이뤄졌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면서 특히 미사일 발사 시에 기술이 진일보한 고체연료사용을 실험했고 탄도미사일의 대기권 재 진입 실험에도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국까지 공격할 능력을 북한이 갖춘 셈이라면서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국제사회는 현재 과장이라거나 진실이라거나 허위라는 등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한 가지 공통된 것은 북한의 행동을 이대로 좌시한다면 앞으로 국제사회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유엔제재보다도 더 강도 높은 제재가 요구된다고 말하고 이번 유엔안보리의 북한제재 2270호는 고강도 제제라고 평가했다. 한국도 개성공단을 폐쇄함으로써 단호한 제재에 나서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도 북한의 위협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한데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하고 제제의 성패는 중국이 얼마만큼 협조하느냐에 달려있는데 현재 중국은 안보리 결의이행을 다짐하고 있지만 좀 더 시간을 두고 제재의 강도를 지켜봐야 중국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학자들은 현재 한미동맹관계는 잘 유지되는 가운데 강력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지만 제재만으로는 북핵문제가 풀리지 않기 때문에 제재와 외교협상의 병행이라는 양면궤도전략(Dual Track)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하고 우선 북한이 핵무기의 완전동결은 아니더라도 잠정적인 동결 안이라도 내놓으면 평화협정문제와 함께 비핵화문제를 다루는 외교협상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어떤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다면서 다만 한미양국이 실시하는 군사연습(Key Resolve같은)을 중지한다면 현재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중지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놓고 있는데 이는 한미양측에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잘라 말했다 .
2. 제재보다는 협상에 중점을 두는 것이 현실적이다
중국에서 외교정책 자문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옌쉐퉁(Yan Xetong)교수((Ph.D U.C. Berkley)와 순쉐펑(Sun Xuefeng)교수는 아래와 같이 자신들의 견해를 피력했다. 이들은 북핵문제는 미중간의 수많은 현안중의 하나이며 중국입장에서는 남중국해의 미중갈등이 북·핵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 북핵문제를 해결하기위한 6자회담 등 다자접근이 행해졌지만 효과는 없었다. 중국과 미국이 협력한다고 해도 북핵문제해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만일 미중협력이 효과가 컸다면 북핵문제는 진즉 해결되었을 것인데 그렇지 못했음이 이를 증명한다. 이들은 6자회담에 일본과 러시아를 끼여 넣은 것은 실익이 없었다.
그간 여러 차례 유엔중심의 제재가 있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는데 앞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국제정치의 현실주의 학파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회의적이다. 북 핵은 정치안보문제인데 제재는 주로 경제문제이기 때문에 양자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현재 미국이 북핵문제를 못 푼다면 중국도 못 풀 것이며 미국보다 중국이 북한을 다루는 입장이 좀 더 나을 수 있다고 하지만 미국의 정책이나 중국의 대북정책도 비핵화라는 면에서 서로 같아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중국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중국의 영향력도 줄어들 것이다.
다만 미중협력이 가져온 가장 큰 효과는 이 지역에서 큰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이었고 그 효과는 아직도 유효하다. 그러나 그것이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제재보다는 동북아시아 안보의 큰 틀에서 외교협상을 추진하는 것이 그나마 바람직한 방법인데 꼭 6자회담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10년을 내다볼 때 미중간의 협력이 있어도 이 지역의 긴장은 지속되겠지만 안정은 유지될 것이고 미중관계나 한미관계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며 미·북 관계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북한의 비핵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한국이나 일본이 핵무장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한일 양국은 핵 불 보유이익과 핵 확산이익을 비교해보면 스스로 무엇이 정답인지 알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다자회담이 그들에게 불공정할 것이기 때문에 택하지 않을 것이며 다자 아닌 양자회담을 선호할 것이다. 미중은 다른 문제에서는 서로 이해가 엇갈려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북핵문제에서만은 협력을 지속할 것이다. 미중관계는 남중국해문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양국이 취하는 조치들이 투명하기 때문에 갈수록 악화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이 다른 이슈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과 중국관계는 중국이 제재를 계속하는 한 갈수록 악화될 것이고 이미 악화된 상태가 개선될 가능성도 적다. 현 상황은 북 핵으로 말미암아 긴장은 높아지지만 전쟁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북한은 앞으로도 추가적인 실험을 포함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모든 조치를 그대로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3. 북한 정권전환압박 없이는 비핵화 이루기는 힘들 것이다.
김성한 교수와 정재호 교수는 김정은은 장기적으로 북한정권을 유지하기위해 핵·경제 병진정책을 추구할 것인데 ① 미국본토까지 공격할 능력을 갖겠다는 뜻으로 핵무기의 소량화, 경량화를 추구하며 ② 국제사회의 제재를 경감해 나가는 수단으로 전술적 차원의 대화를 시도할 것이고 ③ 북한에 대한 압박이 완화되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며 ④ 핵과 미사일에 대한 나름의 전략목표가 달성되면 실험중단을 선언한 후 ⑤ 주도권을 가진 협상을 추구하면서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면서 현시점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한층 더 강화할 때라고 말했다.
두 교수는 북한의 김정은은 국가안보보다 자기의 정권유지, 즉 집권안보를 더 중시하고 그 수단으로 핵을 선택했기 때문에 정권을 뺏겠다고 압박해야 비핵화를 수용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북한의 행동을 바꾸고 핵에 집착하는 태도를 바꾸는 방도는 정권에 대한 위협이 가장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하고 유엔제재와 더불어 정권을 위협할 Plan B, C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미국의 아인혼(Einhorn)이 북 핵의 잠정적 동결화를 대북협상개시의 조건이라고 앞서 말한데 대해 한국이 바라는 것은 <제재-동결화-비핵화>라는 틀 내에서의 동결화이며 대화를 위한 대화는 북한에게 시간만 벌어주었기 때문에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이 지금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안 2270호를 성실히 이행한다고 하지만 이것이 북한에 대한 단순한 전술변화 아닌 전략적 변화로 발전하기위해서는 북한이 앞으로 5차 핵실험을 자행할 경우 석유공급을 전면 차단한다는 신호를 명시적으로 북한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과 북한 관계는 핵실험 이후 양국관계가 악화되고, 대북제재에 동참을 선언하고 있지만 북한과 거래를 해오던 동북3성은 북한과의 거래제한이나 중지로 현실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 한국정부는 동북 3성을 상대로 하는 경제협력을 정책적으로 강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제재가 차질 없이 이행될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북한의 국영회사들이 중국기업인 것처럼 위장하여 대중무역을 실시하는데 이들을 적발, 강력히 단속하도록 외교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평화조약과 평화체제는 전혀 별개의 문제인데 미국이나 중국은 평화협정과 비핵화협상의 병행추진에 합의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한반도에 필요한 것은 평화조약이 아닌 평화체제라고 말하고 평화협정이란 현재의 정전협정을 미국과 북한이 당사자가 되어 양자 간에 전쟁종결을 선언하고 이를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한국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견해라고 못 박았다.
이어 평화체제는 비핵화의 바탕위에서 남북한의 군축과 교류, 협력 그리고 미일의 북한승인을 포함한 포괄적인 한반도 평화조건을 정하는 바탕위에서 1953년의 정전협정을 한반도 평화협정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한미 간에 평화체제문제에 견해차이가 없다>
이에 대해 Robert Einhorn도 미국이 생각하는 평화협정이 바로 한국 측이 말하는 평화체제와 개념이 같은 것이라면서 미국의 목표는 제재만으로는 비핵화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비핵화의 수단으로서 평화협정을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현재 북한은 어떤 형태의 대화도 준비된 것 같지 않다면서 북한이 적어도 2005년의 9.19선언수준의 비핵화의지의 표명과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중지, 핵시설의 동경과 IAEA의 사찰 수용, 영변 밖에서 비공식으로 진행 중인 핵 프로그램중지 등 비공식 시설문제도 협상대상으로 삼겠다는 입장이 분명해질 때 미국은 북한과 비핵화와 평화협정 문제를 나란히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 양자 간의 평화협정 체결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고 앞으로 논의할 평화체제 문제 속에는 양측 간의 신뢰회복, 군축, 경제문화교류와 함께 미·북 관계의 정상화도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에 한미 간에는 아무런 견해차이가 평화협정문제도 비핵화의 최종단계에서 논의될 과제라고 답했다.
한국 측은 대북제재가 진행될 경우 무고한 인민들의 희생이 따른 다는데 여기에는 비례원칙에 따라 인민들의 희생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복숭아를 키우려면 자두나무가 희생한다”는 중국의 속담이 있듯이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내심을 시험하면서 강경하게 나올 경우 여기에 수반하는 최소한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4. 토론의 결론
최종토론에서 참가학자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다. 중국 측은 중국이 말하는 협상적 해결은 지금까지 비핵화의 실적이 없는 6자회담을 반드시 재개하자는 것은 아니며 동북아시아 안보의 큰 틀 속에서 남북한과 중국, 미국의 입장을 포괄하는 통합적 해결방도를 찾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 학자들도 한반도 핵문제는 지난 25년간 잠간씩의 성과는 있었지만 지속적인 성공이 없는 가운데 계속되어 오다가 김정은이 등장하면서 취하는 공격적 핵정책 때문에 전 세계는 경각심을 가지고 제재에 나섰다면서 이번에는 김정은도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측은 현 상황은 주요 이해당사자간에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하며 전술적 도구로서의 제재가 협상을 수반하는 전략적 도구로 발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현시점에는 제재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정권의 변환에 역점을 두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관자로서 아쉬웠던 것은 북한의 진의가 적화통일을 위해 핵무장을 추진하면서도 동족을 상대로 핵 공격을 준비한다는 말을 안 듣기 위해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나 핵 공격의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조작하고 있는 본질을 파헤치지 못한 점이다. 앞으로는 북핵문제의 이러한 본질적 측면을 좀 더 심도 있게 파헤쳐 국론통일의 기반을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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