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문대통령

 

안병렬 교수(연변 과기대)

 

지금 문대통령의 인기는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경하할 일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도 참 다행이다. 그러나 나는 그 인기가 독이 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그 인기 최고의 여론으로 하여 오만에 빠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야당에서 그렇게도 반대하는 몇 몇 장관을 끝내 임명하는 걸 보아도 그렇다. 너희들 떠들어도 나는 국민만 보고 간다는 오만함이다. "보라. 이래도 국민은 나를 지지하지 않으냐?" 하는 것이다. 이 오만은 큰 화근이 될 소지를 마련하는 법이다.

 

게다가 더욱 위태로운 것은 대통령의 독선이다. 대통령도 만능이 아닌데 만능처럼 지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4대강 보를 열어라." "원전을 중단하라." "최저 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라.." 등은 대통령이 지시할 일이 아니다. 마땅히 해당 부서에서 면밀히 검토하고 시행하여야 할 전문분야로 그 부서에서 연구, 검토 공론화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다. 이런 과정도 없이 대통령이 이런 걸 직접 챙기면 해당 부서는 정책 기능은 없어지고 실무 책임만 수행하는 하부 기관으로 추락하게 된다.

논어에 보면 공자에게 농사짓는 법을 묻는 대목이 나온다. 이에 대한 공자의 답변이 놀랍다. "자기는 농사짓는 법에 대해서는 농부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이 자세가 중요하다. 농사는 농부에게 맡기고 장사는 상인에게 맡겨야 한다. 그게 현명한 것이다. 그래야 나라 일이 제대로 돌아간다. 만기친람(萬機親覽)은 옳은듯하지만 결국엔 어리석은 짓인 것이다. 아무리 위대하다 할지라도 제 아무리 지혜롭다 할지라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또 다 할 수 있는 것도 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다 아는 양 다 할 수 있는 양하니 자꾸 위태롭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4대강의 보를 헐어라 마라 하는 것은 오랜 논란이 있어왔고 아직도 있다. 그런데 갑자기 이를 헐어라 하는 일방적 지시는 너무 조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참으로 큰 국가 백년의 대계이다. 그런데 이를 하루아침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갑자기 문을 닫는다면 앞으로 에너지 문제는 어떻게 하려는가? 수조원 투입된 그 사업을 그렇게 쉽게 내팽개칠 수 있는가? 당장 그 방면 전문 교수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은가? 원전 피해를 크게 당한 일본에서조차 그 원전을 닫지 못하는 걸 보면 원전 나름으로 득이 있지 않은가? 최저임금 문제도 그렇다. 노동자를 살리려다 중소기업을 죽여 결국 노동자를 죽인다고 아우성이 나지 않은가이런 알들은 하루 이틀에 갑자기 지시하여 고칠 일이 아니다.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할 사안이다.

끝으로 위태로운 건 북한 핵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이다. 이에 대해서 대통령의 고뇌가 무엇보다 크리라 짐작한다. 이에 대해서만은 그가 독단하여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방부도 외교부도 통일부도 있지만 다 자문일 뿐 결정권자는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 문제에서 너무 이상적인 안일한 꿈을 꾸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곧 위태롭게 보이는 것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조금만 참으라 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조금만 기다리라 하며 그 사이 핵도 사드도 필요 없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그렇게만 된다면야 얼마나 좋으련만 그게 어린아이 같은 이상이라 위태하게 보이는 것이다. 자칫 미국의 신뢰도 잃고 중국과는

더 원수가 되는 그런 안팎곱사등이의 신세로 전락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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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통령에게 내 목숨마저 맡기고 살아야 하는 우리 신세도 조마조마 위태위태하게 느껴진다. 좀 예측 가능한, 그리고 상식이 통하는, 그런 여유로운 삶을 즐기게 정치를 할 수는 없을까? 문대통령님, 우리 좀 느긋하게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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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4 남북공동성명 45주년의 교훈

 

 이 영 일 (전 국회의원)

 

 7.4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45년이 지났다. 그 당시 통일을 갈망하던 국민들은 마냥 불가능하게만 느껴

졌던 평화통일이 남북대화를 통해 혹시라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 가하는 기대를 가져봄직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북이 분단된 지 27년밖에 지나지 않았고 남북한이 서로 통일을 불가능한 것으로 느낄 만큼 갈등의 양과 질도 지금보다는 덜 했었다. 물론 체제와 이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이질화가 진행 중이긴 했지만 이질화로 변한 것은 정치교육이 먹힌 의식의 표면이었을 뿐 같은 민족으로서 역사와 함께 형성되어 온 집단무의식에 까지 변화가 미친 것은 아니었다. 특히 당시에는 국제사회가 한반도통일을 확실히 반대할 이유가 되는 핵과 미사일을 남북한의 어느 측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북한의 법적 지위는 무엇인가>

 

7.4공동성명 발표에 이어 남북한 간에는 고위층 간의 상호방문이 이어졌고 남북한 관계를 7.4공동성명정신에 부합하도록 바꿔나가는 협력의 틀을 만들기 위한 협상이 심도 있게 진행되었다. 남북조절위원회가 만들어졌고 남북조절위원회의 운영과 구성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또 북한 측에서는 큰 문제가 안 되었지만 한국에서는 7.4공동성명이 한반도의 유일합법정부인 대한민국의 법적 지위에 미칠 영향을 두고 국회 내에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정통정부에서 분리된 반란단체로서 괴뢰라고 부르는 북한의 지위에 7.4성명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두고 심각한 법리논쟁이 벌어졌다.

당시 국토통일원의 정치외교담당관이었던 필자는 김종필 국무총리의 국회질의 답변 자료준비에 협력하기위해 실무자로서 국회본회의 국무총리 석 뒷자리의 보조 의자에 대기해야했다. 7.4공동성명이 발표됨으로 해서 북한을 한국이 별개의 국가로 법적 승인을 한 것이냐 여부를 놓고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당시 서독에서는 동서독 기본조약을 체결한 후 동독에 “그러한 정부가 실재로 존재함을 인정한다”는 이른바 “실재승인”(Die Faktishe recognition)이라는 독특한 이론을 만들어 발표하면서 실재승인은 법률적(De jure)승인도, 사실상의 승인(De Facto)도 아니라는 식으로 양독 관계를 정리했다. 당시 김종필 총리는 북한을 유효하게 지배하는 정치체가 존재함을 인정하지만 그것이 북한을 국제법상 별개의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질의에 답했다. 이 당시 필자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 것은 서독이 동독과 협상할 때 협상이 몰고 올 법적 상황을 꼼꼼히 예상하고 거기에 합당한 법 이론을 준비, 협상에 임했던 것에 비해 우리는 너무 엉성하거나 대비가 부족했다는 사실이었다.

 

                               <대외적 비 반공과 대내적 반공 사상 강화>

 

우리의 7.4공동성명은 최고 지도자의 결단으로 일단 성명을 만들어 발표해놓고 이를 사후에 합리화하는 조치들을 다소 무리하게 강구하면서 국회와 언론의 동의를 얻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납득시킬 대상은 국회만이 아니었다. 반공정신으로 세뇌된 국민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을 병행해야 했다. 7.4공동 성명의 정신에 비추어 반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힘들게 되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비반공(非反共)”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반공을 지향하게 하는 상황의 조절이 북한에 비해 한국 체제가 훨씬 더 힘들었다. 또 이 당시는 남한이나 북한이나 대화를 문제해결을 위한 협상으로 보기보다는 형태를 달리하는 전쟁으로 보았기 때문에 남북한 간의 사상전(思想戰)은 오히려 더 치열해졌다.

 

돌이켜 보건데 7.4공동성명은 민족적 차원에서 대화에 대한 간절한 수요가 오래 동안 배태, 숙성된 토대위에서 싹이 트고 성숙한 결과로서 도출된 것이 아니었다. 한반도를 에워싼 내외정세변화 속에서 남북한 지도층들이 자기들의 필요에 적합한 대처방식으로 돌출된 것이 7.4공동성명이었고 남북대화였다. 따라서 겉으로는 대화를 내세우지만 내면적으로는 남북한의 이해가 항상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남북한은 7.4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고 해서 그간 쌓인 모순과 갈등과 적개심이 하루아침에 없어지고 화해와 협력으로 바뀐다는 것은 애당초부터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대결구조의 대화구조로의 전환>

 

그러나 당시 한반도 내외정세 속에는 남북한이 대화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었다. 우선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 조선노동당 제5차 전당대회에서 김일성이 전인민의 무장화, 전국토의 요새화, 군장비의 현대화, 전군의 간부화라는 4대군사노선의 완료를 선언하면서 한반도를 제2의 베트남으로 만들려는 공세를 강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공세에 대처,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일단 남북한의 대결구조를 대화구조로 바꾸어야 할 필요에 직면했다.

이러한 필요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비밀리에 북한에 파견, 김일성을 만나게 함으로써 7.4공동성명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한편 북한의 김일성 역시 미국과 중국이 소련견제를 위해 관계를 개선하는 조짐을 보면서 이러한 데탕트 정세에 편승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간의 대결상황을 데탕트 상황으로 바꿀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러한 양측 지도부의 정세판단에서 남북한 간의 데탕트가 7.4공동성명 발표로 현실화되었다. 공동성명 발표의 배경이 이러할 진데 이 성명으로 남북한 간의 모든 갈등과 긴장이 일거에 해소될 수는 없었다. 더욱이 사상과 이념을 초월하여 민족적 대단결을 이룩하여 자주통일을 달성하자는 7.4공동성명의 문항들은 남북한의 어느 측도 제대로 수용하거나 실천할 수 없는 구호였다. 결국 대화과정에서 서로간의 차이가 들어나면서부터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합의를 이룩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졌고 대화는 계속 지지부진하다가 대화동력을 상실했다.

결국 7.4공동성명 발표 2년 후인 74년 북한은 김대중 납치사건을 이유로 남한정부를 상대로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낱 남북한 간에 일시적으로 나타난 이벤트의 하나에 불과했다.

 

                            <남북대화는 그것을 북한이 필요로 할 때만 열린다.>

 

7.4성명이후에도 이런 저런 명분으로 남북한 간에 대화는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대화들은 대체로 북한이 대화를 필요로 할 때 열렸을 뿐 한국 측이 주도해서 대화가 열린 일은 거의 없었다. 북한이 대화를 필요로 하는 시기는 소련과 동구라파가 몰락, 정권의 위기가 닥쳐올 때 그들은 자기체제의 위기관리수단으로 대화를 이용했다.

1990년도에 개시된 남북한의 총리회담과 남북한 간의 기본합의서 채택(1990)이나 한반도 비핵화선언(1992)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배경 하에서 이루어졌다. 오히려 이 때는 노태우정부가 북한과의 실효 없는 문서상의 합의서 작성보다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서울과 평양에 연락대표부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어야 옳았다. 또 2000년의 남북정상회담도 북한의 심각한 경제위기 때 이루어졌다. 한국으로 부터의 경제제원이 절실히 필요할 때 북한은 대화를 이용했다.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시기는 북한이 식량난, 의료난, 에너지난에 허덕이는 시기였기 때문에 6.15선언이나 10.4합의 같은 문서상의 합의보다는 개혁개방을 강력히 요구함으로써 북한의 체제개혁을 적극 유도해야 옳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자기가 노벨 평화상을 얻는데 필요한 조치만 강구했을 뿐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아무런 업적을 만들지 않았다.

 

중국은 2000만 달러로 북한에 유리공장을 만들어 주고 줄곧 생색을 내고 있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권들은 북한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이렇다 할 공장하나도 북한 땅에 세워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김대중·노무현 양 정권은 북한이 핵무장으로 출구를 열 밑천만 제공했다는 비난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남북대화 강조>

 

지난 5월 9일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집권한 문재인 정권은 촛불혁명정신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탈미자주”노선을 표방한다. 동시에 이명박·박근혜 정권들의 대북압박정책을 실패한 정책으로 폄하하면서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주도하겠다고 말한다. 지난 6월말과 7월초에 있은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의 강력한 대북압박정책을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압박과 대화병행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현시점은 정책의 중점을 대화 아닌 압박에 두어야 한다.

 

지금 김정은 정권은 민생은 인민들이 알아서 하라고 내팽개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달한 자금을 몽땅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쏟아 붓고 있기 때문에 압박이 앞으로 더 가중, 심화되면 핵과 미사일의 실험개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한계점에 봉착할 것이다. 이런 전망 하에 미국 하원은 북한을 압박하는 법안을 490대 1로 가결했으며 유엔안보리도 기왕의 제재결의를 유엔회원국들이 모두 준수하도록 구속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물론 촛불민심가운데 탈미 자주 요구가 포함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곧 국민 모두의 뜻은 아니다. 오늘과 같은 시기와 상황에서 촛불민심이라고 내세우는 탈미 자주노선은 결코 적실성이 없으며 그것의 정책적 표현인 북한과의 대화강조보다는 강도 높은 대북압박을 통한 비핵화추구가 더 현실적인 선택일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전역이 북한 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갔고 이제는 주일 미군기지와 심지어 괌까지 북한미사일의 사거리에 들어갈 만큼 안보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북을 상대로 대화에 응해주도록 호소하거나 바야흐로 남북관계 변화의 운전석에 앉았다는 등의 허무한 주장을 늘어놓는 것은 시의에 맞지 않다.

 

 오히려 핵 공포이라는 더 큰 위험을 예방하기위하여 필요한 희생과 손실을 부담할 각오를 다져야 해답이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합하는 처방은 비핵화를 촉구하는 대화뿐이다. 비핵화에 직결되지 않는 대화강조는 무의미하다. 또 국방을 자주할 능력도 없으면서 탈미 자주를 말하는 것은 어리석음이다. 탈미 자주정권이기 때문에 무조건 북한의 김정은 패당과 대화해야겠다는 것은 국제적인 고립으로 나날이 숨통이 조여들고 조만간 경제적 빈사상태로 빠져 들어가는 북한정권에 한국이 또다시 구원투수가 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 탈미 자주한다고 해서 북한의 모든 공세를 단독으로 막을 자신과 준비 없이 전시작전권의 이전만 부르짖는다면 그것 역시 대한민국을 심각한 안보위기에 몰아넣을 것이다.

 

지금은 7.4공동성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니라 총화단결로 위기에 대처해야 할 때이다. 남북대화를 향한 국민들의 진지한 수요 없이 정권만의 필요에서 시작되는 대화는 어느 경우에도 민족적 화해와 통일의 도관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하나의 이벤트로 끝난다는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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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과 사드(THAAD)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상황진단

(이글은 헌정지 20176월호에 게재되었다)

이 영 일

 

1. 들어가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펼친 인사를 포함한 몇 가지 개혁조치가 국민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안보상황은 어느 순간에 전쟁의 불길이 솟을지도 모르는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지금 가장 긴급한 문제는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전쟁재발을 막는 일일 것이다.

그간 한반도의 핵문제는 탄핵정국이 벌어지면서부터 국내에서보다는 미국에서 심각한 논의가 진전되어왔다. 주요 논의는 미국의 외교협회(Council for Foreign Relations)가 발행하는 Foreign AffairsForeign policy, New York Times등에서 앞장서 다루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선거운동기간에도 북핵문제가 안보의 가장 절박한 과제였음에도 큰 쟁점으로 부상하지 못했다. 뚜렷한 대책을 내놓을 수도 없는 후보들이 핵문제를 선거의 쟁점으로 삼기에는 너무 버거웠을 것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연초부터 북한의 핵문제를 미국이 당면한 가장 심각한 안보도전과제로 정의했다. 트럼프 이전의 미국 대통령들도 북한 핵문제를 안보의 도전과제로는 인식하면서도 해결의 우선순위에서는 항상 뒷전으로 미뤘다. 이 결과 북 핵과 미사일은 오늘날 미국의 우방이나 해외미군기지, 심지어는 미국본토까지도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공격을 받을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직전 트럼프대통령에게 미국이 당면할 가장 큰 위협이 북 핵이라고 말한 것은 조금치도 과장이 아니었다. 최근 몇 개 월동안 미국 조야에서 북 핵 토론이 활성화된 이유다. 이하 북 핵 처리방법을 둘러싸고 전개된 국내외논의를 검토하면서 한국의 바람직한 선택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2. 북 핵문제의 쟁점사항

 

미국외교협회의 정책입안

미국의 안보외교관련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할 시점에 즈음해서 미국의 북 핵정책의 경과를 총체적으로 평가, 반성하고 미국외교협회(CR)가 중심이 되어 오바마 이후에 들어설 정부에 건의할 정책보고서를 입안하였다. Mike Mullen(전 합참의장)Sam Nunn(전 상원의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연구팀은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정책이 아무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대북협상의 목표와 방향을 재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내용인즉 단계별 조치로서 현 단계 북 핵동결 비핵화조치의 이행 포괄적인 평화협정체결의 3단계를 제시하면서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이 이러한 방향에 응할 경우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지만 거역할 경우에는 한층 강도 높은 유엔제재와 인권압박을 통해 김정은이 정권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자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은 ··3국을 동맹으로 묶어 집단안보 공약을 발표하고 어느 일방에 대한 공격이 모두에 대한 공격임을 인지시키고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격추하고 최종적으로는 선제공격도 준비하자는 대안을 내놓았다.

 

트럼프 정권의 북 핵 접근 방법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북한 핵문제에 관해 새로운 입장을 천명했는데 내용은 아래와 같다.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정책 실패확인 북 핵과 미사일문제를 미국의 우선적 해결과제로 설정 비핵화에 중국의 실질적 기여가 없었음을 확인 필요하다면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활용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러한 정책방향을 제시한 후 47일 트럼프는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해결을 포함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해소와 비핵화에 중국이 적극 협력하겠다는 다짐을 받고 그 대가로 중국을 환률 조작국으로 지정, 고율의 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대선공약사항의 집행을 유보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확인한 후 앞으로도 중국이 협력치 않는다면 미국은 북핵문제를 일방적 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일방적 조치가운데는 북한의 핵시설을 포함한 군사시설에 대한 폭격, 김정은에 대한 참수작전까지도 포함되는 것이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미국의 목적은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 북한이 나오도록 하는데 있다고 밝혔지만 한국을 방문한 펜스부통령이나 매티스 국방장관 등의 언동에서는 선제공격도 불사한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찬반양론

트럼프의 새로운 대북접근 방식을 놓고 미국 내에서는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초점은 군사적 조치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38 North의 설립자인 Joel Wit는 군사적 위협과 새롭게 강화된 제재, 북한에 연결을 갖고 있는 중국기업에 대한 금융제재로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려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며 이럴수록 북한은 더 완강히 저항하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함으로써 머지않아 미국이 통제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의 Roderick Mac Farguhar 교수는 미국이 중국의 협력 없이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외과적 타격을 가하기는 어렵지만 미국과 중국은 현시점에서 협력이 가능하며 양국은 협력을 통해 김정은을 정권에서 몰아내고 한반도의 통일문제를 큰 차원에서 협의할 단계라고 강조한다. 그는 중국은 대미협력과정에서 사드 문제의 해결을 구할 수도 있고 통일 후 주한미군의 한반도 철수문제도 꺼낼 수 있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중협력은 양국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Nicholas Kristof는 선제공격이 북한에 근접해있는 인구밀집의 서울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면서 함부로 처리할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역할평가

트럼프의 북 핵 정책의 핵심은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적극 협력하기를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은 아시아에서 미국을 밀어내고 중국이 지역의 패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이런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과연 얼마나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인가. 중국은 겉으로는 비핵화에 동조하지만 중국이 가진 모든 카드를 활용,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해줄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47일 회담에서 양국정상들은 북 핵 해결에 협력하기로 했다지만 시진핑의 외교참모인 왕의(王毅) 외교부장과 푸잉(傅瑩)중국정협외사위원장은 한미양측과 북측의 자제와 대화요구라는 낡은 대본을 아직도 그대로 읊고 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북한과 중국 간에는 제재정책상 넘어서는 안 될 레드 라인(Red Line)이 설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3'김철'이라는 개인 명의로 낸 기고문에서 "조중관계에서는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이 있는데 중국이 이 선을 넘었다고 주장, 레드라인의 존재를 확인했다. 여기에 덧붙여 사드 요격 미사일을 주한미군사령관의 요청에 따라 한국에 배치토록 우리정부가 허가했다고 해서 6개월 이상 한국기업들에 대해 경제보복을 자행,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히고 있다.

이런 행태로 미루어 중국이 원유공급 중단 같은 단호한 조치로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장을 단념시키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적극 협력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오직 성과를 얻는 길은 중국을 상대로 미국이 트럼프 식 경제압박을 가하고 중국기업에 대한 Secondary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북한핵무장의 의도평가

북한의 핵무장이 자기 체제보존이라는 목적에 국한된 것이냐 아니면 그 이상의 목적을 겨냥하는 것이냐를 놓고 전문가들 간에 논의가 엇갈린다. 북핵문제의 대화적 해결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북한은 독자적 생존이 가능한 여건만 마련된다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John Delury는 김정은이 정권승계 후 북한주민들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경제개혁을 추진, 경제생활이 나날이 개선되고 있고 핵개발도 경제와 병진시키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경제발전에 전심할 수 있도록 포용해주면 핵 포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Max Fisher는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협상을 개시할 때 내놓을 타결조건은 현재 보유한 핵의 묵인 북한을 한반도의 정통정부로 인정하고 전복기도를 포기할 것 일체의 제재해제 평화조약 체결과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기 때문에 대화해결은 한마디로 어렵다고 본다. Joshua Pollack은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려면 중국의 선례를 따라 한국과 단교할 것을 요구, 한미동맹관계의 해체가 궁극적 목표라고 말한다. 결국 미국의 어떤 정부도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내놓고 핵전쟁이냐, 아니면 요구조건 수락이냐 중에서 택일하라고 압박하는 것이 대화와 협상에서 내놓을 북한의 본심이라고 말한다.

현재 북한은 이란과는 달리 오랜 세월동안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지구최빈국이기 때문에 어떤 경제제재도 약효가 먹히지 않을 체제다. 5회에 걸친 강도 높은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에 맞서 온 북한이 경제적 유인에 이끌려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낙관론은 당초부터 어불성설이다. 북한정권은 정권유지자체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해지기 직전상황으로까지 몰리는 강도 높은 군사적, 경제적 압박 하에서만 비로소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올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3. THAAD배치문제

 

현재 나날이 발전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제1차 타깃은 주한미군이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사령관이 북한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자국군대를 보호해야 할 필요에서 사드배치를 한미양국 정부에 건의한데서 사드 문제가 촉발되었다. 이 점에서 사드는 자체 폭발력이 없는 방어무기로서 전략무기가 아닌 전술무기이며 주한미군의 방호장비를 한층 더 보강하는 조치의 하나다. 그러나 중국은 사드에 달린 X밴드레이더가 인민해방군 미사일 부대를 추적하는데 이용될 수 있고 중국 핵탄두에 관한 중요정보를 수집, 중국의 핵 억지력을 약화시키는 장치라면서 배치를 강력히 반대한다. 동시에 한국에 대해 경제보복을 확대하는 한편 사드배치가 철회되지 않는다면 핵 선제불사용이라는 중국의 핵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고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사드에 부착된 X 밴드레이더는 이미 카다르나 타이완에 배치, 활용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사드 급 레이더가 가동되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중국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가 미국이 전개하는 미사일방어망(MD)의 일부로 편입되어 중국을 포위하는데 이용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한국의 사드가 당장은 아니라도 잎으로 위협이 될 수 있음에 유의, 야구경기에서 투수가 일루(一壘)주자에게 견제구를 날려 도루를 방지하는 작전처럼 한국에 경제보복을 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내에서도 전략파와 전술파간에 사드처방이 다르다. 군부가 중심이 된 전략 파들은 사드배치의 철회를 강경하게 요구하는 반면 전술 파들은 사드부착레이더의 수준만 낮춰도 중국에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다면서 기술적 수준의 협상 필요성을 말한다. 또 중국내의 한반도전문가들은 중국이 한국에 대해 사드로 경제보복을 하고 북한에 대해 유엔제재를 명분으로 경제제재를 한다면 결국 중국은 남북한 모두에 대해 영향력을 잃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우려하면서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현 단계 한반도 정책을 우려한다.

이제 사드는 한미양국 간의 합의로 설치가 완료되었기 때문에 한국안보의 자산으로 관리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야 한다. 사드배치는 주한미군지위협정에 따라 양국정부간 합의로 추진되었기 때문에 국회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중국에 대해서는 전술 파들의 견해를 수용, 기술적 협의의 길을 열면서 협력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아직도 문재인 정부가 중국의 요구를 수용할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기 때문에 대남심리전을 전개한다.

그러나 사드문제의 최종적인 해결은 한미중(韓美中 )3국 협의가 필요함을 역설하면서 서로에게 유리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이 북한핵문제의 해결에 보이는 성의의 수준이 사드해결의 관건임을 정부는 천명해야 할 것이다.

 

4. 나가면서

 

이제 북 핵과 미사일 문제는 북한정권의 존폐를 위협할만한 경제적, 군사적 압박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단계에 왔다. 이 수단을 통해서도 해결의 길이 열리지 않는다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한국도 국제적 제재 없이 핵무장에 나서도록 길을 열어줘야 할 것이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는 대화와 포용만을 내세우는 한국 좌파진영의 주장에만 귀 기울이기보다는 국민적 합의도모를 추구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그리고 전 세계 속에 투영될 우리 좌표를 그리면서 필요한 안보정책들을 시의에 맞게 펼쳐 비핵화와 전쟁억제를 실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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