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헌정지 2016년 12월호에 기고된 것임

헌법개정을 통해 국난을 극복하자

이 영 일(3선 국회의원)

 

한국정치에서 다시 개헌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대상으로 몰고 가는 최순실 게이트는 단순한 비리로만 간주할 사건을 넘어서서 여섯 번째로 이어지고 있는 5년 단임제 헌법, 이른바 87년 체제가 그 수명이 다 했음을 단적으로 입증한 대표적인 사건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회고컨대 87년 체제는 1인장기집권의 폐해를 막는 데는 기여했지만 아직도 발전과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 5년에 한번 씩 국민직선으로 대통령이 바뀜에 따라 국가발전의 견인에 꼭 필요한 장기적 국정과제 추진이 어렵게 되었다. 또 새로 당선되는 대통령마다 전 정권이 추진한 정책의 승계발전보다는 이를 무시하거나 부인하고 새 정책을 추구하기 때문에 국가정책의 지속성, 일관성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예컨대 MB정권이 말하던 녹색성장론은 박근혜 정권의 창조경제론에 눌려 그 기치마저 희미해지고 있지 않은가.

 

또 모두가 경험해온 사실이지만 집권3년차부터 시작되는 대통령 리더십의 레임덕 현상과 여기에서 비롯되는 공무원 집단의 복지부동은 국력신장을 저해해 왔다. 여기에 대통령임기 후반에는 친인척 비리 아니면 측근 비리와 부정부패가 예외 없이 나타났다.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해서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비리, 김대중 대통령의 3형제 비리, 노무현 대통령의 형님비리, 아내, 자녀들의 비리,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비리 등이 친인척 비리였다면 박근혜 대통령시대에는 친인척 비리가 없는 대신 측근비리로서 최순실 게이트가 나타났다.

 

이러한 국정상황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 선에 묶여서 3만 달러 선으로 치솟지 못하고 있다. 침체와 답보상태의 지속은 국제 경제 환경의 탓도 있겠지만 대내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원인의 하나 가운데 87년 체제에 포함된 비능률과 불안정, 비리와 부패에도 큰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지금 우리의 시대상황은 이러한 국내 상황의 어려움 극복 이외에도 현재 펼쳐지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의 요구도 수용하고 또 북한의 핵무장으로 조성된 남북한관계의 변화에 까지도 적극 대처해야할 도전에 직면해 있다. 바로 여기에 국가운영의 큰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될 절실한 요구가 있으며 이 과제해결의 방편으로 개헌의 필요성이 등장한다.

이제 1인 장기집권의 우려는 없어졌다지만 우선은 내치외교에서 장기적인 국정과제를 추진하고 정책의 일관성, 지속성을 확보할 체제를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대통령제의 또 다른 병폐로 지적되는 이른바 함량미달의 선동정치인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그 결과 열등한 정책이 나오지만 임기 중에 책임을 추궁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 들은 너나없이 체험해왔다.

능력이 모자란 사람이 혼자서 중요한 국사를 마음대로 결정하는 폐단은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모든 국가가 당면하는 고민거리이다. 플라토가 말하는 철인(哲人)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만 있다면 그 나라는 축복받겠지만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그렇게 인물 복이 많은 나라 같지는 않다.

 

요즘 국내에서 거론되는 차기 대선주자들의 면면을 보아도 국민들의 큰 지지를 받기에 합당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을 본다면 87년 체제의 문제점이 해소될 전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점에서도 개헌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들이나 내각의 각료들을 그대로 장식품처럼 세워놓고 자기의 카리스마를 지키기 위해 공식참모들과의 공식적인 국정논의나 개인독대를 피하면서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만 데리고 국가의 중요정책을 좌지우지하다가 터진 사건이 한국정치의 오늘의 위기라면 대통령이 혼자서 국가를 다스리는 시스템은 더 이상 이대로 두어서도 안 될 것이다.

 

다행히 박근혜 대통령은 금년 가을 국회연설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자기 임기 안에 개헌작업을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최순실 비리를 은패하려는 책동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시, 외면했다. 물론 그러한 측면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개헌발언의 동기가운데 불순한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고 해서 87년 체제를 끝내고 새로운 형태의 국가체제를 갖자는 개헌의 필요성마저 부정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대통령 혼자서 독단적으로 다스리고 운영하는 나라에서 중지를 모아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협치의 중요성이 갈수록 필요해지고 있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적기만 하는 각료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고 민의를 반영하면서 국정을 토론하는 각료들이 중시되어야 한다. 즉 혼자 다스리는 나라를 함께 다스리는 나라로 바꾸어 보자는 것이다. 또 1인 장기집권은 안되지만 선거를 통해 능력과 실적을 인정받는 정당의 계속 집권, 장기집권은 허용되면서 장기적인 국정과제와 국가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나가야한다. 지금 우리는 바로 이러한 체제를 모색해야 할 때다. 바로 여기에 맞는 정답이 내가 보기에는 내각책임제 개헌이다.

 

일부논객들 가운데는 5년 단임제 헌법을 대통령 중임제 헌법으로 바꾸자는 주장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제가 유지되는 한 대통령제의 폐해는 결코 시정되지 않을 것이다. 5년 단임제보다는 장기적인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레임덕의 출현 시기를 늦출지는 모르지만 대통령제의 폐단은 계속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의원내각제를 적극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

또 일부 논자들은 2원집정부제가 대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2원집정부제가 대권을 꿈꾸는 다수의 주자들을 타협시키고 협력을 통한 역할분담으로 국정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도라고 주장한다. 어느 면에서 들으면 매력적인 제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2원집정부제는 대통령이 외교안보를 맡고 총리가 내정을 맡는다는 취지의 정부인데 우리나라는 내정과 외치를 구분하기 어려운 약소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대통령과 수상간의 갈등만 유발할 뿐 프랑스에서와 같은 2원정부나 동거정부(Cohabitation)를 만들어내기가 정말로 힘든 나라다.

 

현시점에서 우리는 개헌을 통해 의원내각제를 실시, 정당을 통한 책임정치를 실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국민들은 우리나라 4.19혁명이후 성립했던 민주당 시대의 내각제를 연상하면서 잦은 불신임 때문에 초래될 정국의 불안정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독일식의 건설적 불신임 제를 채택하면 그런 우려는 해소될 수 있다.

독일은 건설적 불신임제를 채택, 야당이 연립이건 1당이건 간에 새로운 수상을 정해놓을 때만 불신임안을 제안할 수 있게 하는 건설적 불신임제도를 채택했던 결과 국회를 통과한 불신임안은 독일헌정사 70년 역사에서 단 1건뿐이었으며 장기간 정국안정이 유지되었다. 아데나워 수상시대에 기독교 민주당은 14년간 집권하면서 라인 강의 기적을 일궈냈던 것이다.

물론 역사적, 환경적 차이가 있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18년간의 개발독재를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것과는 아주 대조된다.

 

지금 우리는 정국의 혼미에서만 벗어나려고 하는 대신에 정국혼미의 원인이 된 국가운영의 틀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지혜를 발현해야 한다. 최순실 사건은 이를 적발하고 파헤침으로 해서 재벌들에게서 거두어들인 800여 억 원의 돈은 회수하면 그만이고 비리에 관련된 정범과 종범, 또 대통령 이름을 팔면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한 부패집단들은 의법 처리하면 된다. 또 자기 카리스마유지를 위해 소수 인들의 인의장막에 갇혀 국정을 오도한 박대통령에 대해서도 중한 책임을 물어 국가가 더 이상의 혼란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적극적인 개헌추진으로 한국정치의 새장을 여는데 국민의 뜻을 모아야 한다.

 

현시점에서 개헌을 반대하고 현행 헌법고수를 주장하는 인물들도 있다. 그들은 한시라도 빨리 대통령을 하야시켜 60일내에 대선을 치루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야당도 이제는 그 부작용 때문에 국기가 흔들리고 나라의 미래마저 암울하게 만들어 버리는 5년 단임 대통령제의 연장선에서 집권을 도모하려는 퇴영적 자세를 지양하고 국가의 틀을 바꾸는 개헌을 통해 한국정치의 새로운 비전정립에 나서야 할 때다.

더 이상 새로운 시위 없이도 이미 식물대통령으로 되어버린 박근혜 대통령의 존재를 크게 의식할 필요 없이 국가운영의 큰 틀을 바꾸는 개헌작업에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개헌을 통해 87년 체제와 박근혜대통령을 함께 끝내는 것이야말로 100만 명의 시위가 얻는 커다란 보람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객(Politician)이 아니라 국정지도자(Statesmanship)이며 요즘 내 노라 하는 대권주자들이 정객적 자세를 넘어서서 국정지도자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압력으로서의 시위가 아니라 새로운 헌법을 탄생시키는 시위로 업그레이드될 때 한국민주주의는 더 한층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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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2016년 10월 20일 남북사회통합연구원이 주최한 통일공감포럼에서 발표된 주제논문이다. 통일부가 후원한 이 행사는 이날 하오 5시부터 7시까지 서울 낙원동 소재 IBIS앰배서더호텔에서 열렸다 

통일준비를 위한 민간외교추진방향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이 영 일 (한중정치외교포럼회장, 3선 국회의원) 
 
1. 들어가면서 

 흔히 통일은 정부만의 일방적 과업처럼 인식된다. 이러한 관념은 우리 헌법이 대통령에게 평화통일 추진에 대한 책임을 명시한 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서 통일의 주체는 어느 경우에나 국민이며 통일의 수익자도 국민이다. 아울러 정부와 함께 국민들도 통일을 위한 책임을 공유한다. 현실적으로 우리 정부는 국민이 선출했고 국민의 뜻에 따라 통일과업을 추진하게 된다.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은 어떤 통일이냐--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추진되는 것이며 남한과 북한을 아무 조건 없이 무조건 하나로 묶자는 몰가치적(Value free)통일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주변 국가를 상대로 하는 통일외교는 어떠한가. 일반적으로 국가외교 그 중에서도 통일 외교는 전문외교관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의전이나 법규나 관행에 얽매이는 공식외교보다는 그러한 제약을 떠난 민간외교가 문제해결의 장을 넓히고 국민들 상호간의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인들이 정부와 협력해서 추진하는 공공외교를 중시한다.

최근 공공외교는 그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는 추세다.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공식외교는 문제의 해결단계에서는 그 비중이 크겠지만 문제해결을 향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난마(亂麻)같이 얽힌 매듭을 풀거나 꽉 막힌 상황의 돌파구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는 민간들이 앞장서서 만들어내는 다리역할(Bridge Building)이 더 생산적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그러나 민간인들이 통일준비과정에서 제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통일 상황에 대한 논리적 인식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다음 세 가지 전제에 대한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첫째 주변 국가들이나 주변국가의 국민들은 우리만큼 통일을 중요시하지도 않고 관심도 적으며 내심으로는 통일 보다는 분단의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한반도 주변의 4대강국의 어느 나라도 다소 뉘앙스의 차이는 있지만 본질은 같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로는 남북한의 어느 쪽이라도 핵무기를 가질 경우 주변국들은 하나같이 한반도의 통일 상황의 도래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금 한반도 주변의 강대국들은 하나의 예외도 없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셋째로는 통일이익이 분단이익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에 대한 국민 계몽의 필요성이다. 막대한 통일비용에 대한 우려를 내세워 통일을 먼 미래의 과제로 정의하고 분단된 채로 남북한이 공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타산적(打算的) 통일논의는 어느 경우에나 통일을 향한 역사진전에 역기능 할 것이다. 

이러한 논리적 인식의 바탕위에서 우리가 주변국가들 특히 중국인들을 상대로 펼쳐야 할 통일 논리는 무엇일까. 이하에서 통일외교의 과제를 점검하면서 우리가 활용해야 할 설득논리를 가다듬고자 한다. 

2. 상황의 과제들 

우선 맨 처음 다루어야 할 과제는 통일이익과 분단이익을 교량해서 통일이익이 한민족 도약의 토대이며 동북아시아 대륙에서 한국의 위상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임을 국민들의 의식 속에 내면화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이 과제는 국내에서 항상 추진해야 할 통일교육의 과제이며 따라서 오늘의 논의에서 다룰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할 과제는 비핵화(Denuclearization)와 통일의 관련성이다. 현재 우리 입장에서 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북한의 핵무장 기도이며 비핵화 없이는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국내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인식시키는 일이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비핵화진행이 갈수록 어려워짐에 따라 독자적인 핵무장 내지 미국보유의 핵무기의 재반입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비현실적이다. 우선 한국 같은 개방경제체제를 갖는 국가가 핵개발을 시도할 경우 유엔의 경제제재를 피할 수 없다. 북한은 다섯 차례에 걸친 국제제재에도 굴하지 않고 버티고 있지만 정상적인 국가라면 이미 정권이나 국가가 해체되었을 것이다. 

둘째로 이미 철수시킨 미국의 전술핵무기의 재배치도 성사되기 어렵다. 미국이 앞으로 10년 동안 국방비를 대폭 감축키로 한 조치(Sequester)가 진행 중이고 핵무기의 감축을 추진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핵무기의 한국에로의 재배치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한국과 같은 국제형의 분단국에서는 비핵화 없이는 통일에 대한 국제지지를 전혀 얻을 수 없다. 한반도를 에워싸고 있는 어떤 강대국도 통일한국이 강력한 핵무장 국가로 등장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와 유사하게 분단되었던 독일은 분단 45년 만에 통일을 성취했다. 독일인들의 통일 준비과정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가장 큰 교훈은 통일을 주도한 서독이 ‘전체로서의 독일’(Germany as a Whole)을 하나로 지키겠다는 통일의 구심력(求心力)을 한시도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동시에 독일을 에워싼 국가들이 독일의 분단을 고정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펼치는 독일 통일의 원심(遠心)작용을 슬기롭게 제어(制御)하면서 ‘독일은 하나’라는 통일의 구심력을 유지해 온 것이다. 
아울러 양 독(兩獨)은 그들의 통일이 주변 국가들에게 결코 위협이 되지 않을 것임을 국제사회에 담보하기 위해 분단된 상태 하에서도 양독 공히 비핵화의 길을 걸었다. 양독 모두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였으며 주변 국가들이 싫어하거나 경계하는 전략무기로서의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 탄도미사일을 제조하지 않았다.
서독은 핵무기나 탄도미사일을 제조할 기술과 자금이 풍부했지만 독일 통일을 방해할 주변국들의 견제나 반발을 피하기 위해 전략무기를 보유하는 대신에 안보문제를 나토나 유럽안보협력회의(Helsinki체제)의 테두리 안에서 풀어가는 지혜를 발휘했다. 독일이 주변국을 상대로 벌인 통일외교의 중점은 비핵화의 토대위에서 경제협력과 교류를 통해 독일 통일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우리의 주변국 특히 중국을 상대로 하는 통일외교는 어떻게 펼쳐져야 할 것인가 

3. 한국통일과 중국문제 

 가. 중국의 입장 평가 

 일찍이 중국의 사마천은 분구필합(分久必合)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분열이 오래면 통일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도 타의로 분단된 지 75년을 경과했다. 이미 분열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룩할 시점의 축적은 넘친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산과 물로 이어져 있는(山水相連) 중국은 우리나라의 통일에 대해 항상 막연한 원칙론만 앞세워 왔다. 
1980년 등소평(鄧小平)이 “남북한의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지지한다”는 견해를 밝힌 이래 시진핑 대에 이르러서도 같은 소리를 계속 되풀이 하고 있다. 한때 통일원장관을 역임하시고 서울대학교에서 국제정치를 강의하신 동주(東州) 이용희(李用熙)선생은 대학 강단에서 “자주적”이란 표현은 통일에 관심 없다는 외교적 언사이며 “평화적”이라는 말은 한국 통일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용의가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등소평 이후 장쩌민, 후진타오를 거치면서 중국은 ①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② 한반도의 비핵화 ③ 대화와 협상에 의한 문제의 해결 이라는 3원칙을 한반도 정책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 시대에 들어와서 정책의 중점을 앞서의 ①과 ②의 순서를 바꾸고 한반도 비핵화에 더 큰 비중을 싣고 있다. 왜냐하면 북한의 핵무장 시도가 한반도정세를 안정시킬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시진핑은 아직 대외적으로 표시는 하지 않지만 내심으로는 ④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의 유지라는 새로운 원칙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의 이러한 원칙론 이외에 중국학자들은 북한이 붕괴되어 한국주도로 통일이 된다고 가정한다면 세 가지 우려사항이 생긴다는 것이다. 첫째 북한난민들이 대거 한만(韓滿)국경을 넘어 들어와 중국을 어렵게 한다. 둘째 한국과 안보동맹을 맺은 미국의 군사력이 중국의 국경에 접하게 됨으로써 중국안보에 큰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이 개입되는 통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낡은 이론이기는 하지만 북한이 지정학적으로 중국안보를 위해 완충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 예시(例示)된 사항들은 앞으로 한국인들이 중국인들과 만날 때 흔히 듣게 되거나 토론할 주제로 될 수 있다. 
이 글의 말미에서 한 대목씩 평가하겠지만 우선 중요한 것은 시진핑 정권하에서 당면 국제정치의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비핵화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가장 중점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나. 시진핑 시대의 상황평가 

 우리가 시진핑 시대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그가 주석에 취임하면서부터 중국의 대외노선이 ‘위대한 중국의 꿈’을 중국인민들이 달성할 목표로 제시하면서 중국이 국력의 크기에 상응하는 역할과 영향력을 세계정치에 투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입장은 한마디로 미국을 상대로 패권을 겨루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면해서는 전 세계보다는 우선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중국이 패자(覇者 Hegemon)가 되겠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이러한 포부에서 미국에 대해 중국을 미국과 대등한 능력과 영향력를 가진 국가로 인정, 세계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하라는 이른바 신형대국 관계론을 들고 나왔다. 동시에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정책을 내세우면서 자국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남방실크로드와 북방실크로드의 개발을 주도적으로 선도, 세계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그간 중국이 급속히 성장, 발전한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 미국과 맞상대하기에는 실력이 한참 못 미치고 다음 세기(世紀)나 되어야 가능할지 모르겠다면서 중국의 요구를 수용치 않고 현재 중국은 자기가 가진 역량만큼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역할을 맡으라고 강조한다. 동시에 미국은 자국의 군사역량을 아시아 쪽으로 집중하면서(Pivot to Asia) 중국의 패권추구를 견제하고 있다.

지금 미중관계는 냉전시의 미소관계와는 다르지만 갈등과 협력이 공존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남중국해, 동중국해 사태로 양국 간의 갈등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한반도 상황은 자칫 '미중관계의 하위체계'로 전위(轉位)되는 양상을 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가. 특히 현안으로서 비핵화를 달성하는 방도는 무엇일까.

 4. 국제사회의 비핵화 노력검토 

가. 중국의 유엔제재 찬성 
중국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지만 그간 5회에 걸친 대북제재에 찬성했다. 이러한 조치가 2021년까지 시효가 남아있는 북·중간의 상호원조 및 우호협력조약에 위배됨은 물론이다. 특히 유엔안보리의 결의 2270은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안인데도 중국은 이 결의에 찬성했다. 정상적인 국가가 이러한 결의에 걸리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보리 결의 2270이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나도 북한은 아직도 버티고 있다. 김정일 생존 시에는 핵실험 2회와 26회의 미사일 도발을 했는데 김정은 이 등장하면서부터 지난 5년 동안에 핵실험 3회, 탄도미사일 49회의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EU 등은 유엔제재에 병행해서 독자적인 제재를 추가하고 있으며 그 밖의 국가들도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외교망은 하나씩 붕괴되고 있으며 고위급 탈북자의 숫자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아직도 유엔에 맞서 핵과 탄도미사일의 성능개선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가하는 제재의 목적은 북한정권의 전복이나 붕괴유도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 북한이 참여하라는 압박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 보유를 헌법에 못 박고 핵·경제병진노선을 조선노동당 규약에 명시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핵 포기를 협상할 수 없게 자박(自縛)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소위 왕이(王毅)포뮬러로 알려진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병행해서 협상하자는 제안도 북한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북한은 오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협상이외의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겠으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토대위에서 추진되는 핵군축협상에만 나서겠다는 것이다.

나. 중국의 이중적인 태도 

북한이 이처럼 버틸 수 있는 힘의 배경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중국과 러시아,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이 인도주의를 내세우면서 막후로 북한정권 유지에 필요한 원조를 제공하고 있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중국은 석유공급중단을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강제할 카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홍상그룹 등 비정부 기업들을 통해 음성적으로 북한의 버티기를 지원해왔다.

겉으로는 제재조치를 이행한다고 하면서도 그것은 피상적이며 실질적인 조치는 이행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이중적 태도를 제어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은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의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는 입장을 천명했다. 북한의 5차 핵 실험이후 오바마 대통령, 케리 국무장관의 성명, 러셀(Russel)미 국무성 동아태차관보의 정책발언은 모두(冒頭)에서 하나같이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A Threat to the United States Homeland)임과 동시에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위협임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자위조치로 대북 예방전쟁이나 선제공격 또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정밀타격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경제제재이후의 제재로서 군사제재를 암시하면서 대북압박을 강화하고 아울러 북한지원과 연계된 중국기업들에 대해서도 Secondary Boycott조치를 취함으로써 미국인가의 금융기관을 통한 국제금융거래를 차단하기에 이르렀다. 

 한국도 개성공단 폐쇄이후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을 이대로 두고서는 비핵화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김정은의 공포정치 하에서 인권유린과 궁핍을 강요받는 북한 동포들과 북한정권을 분리해서 대처하는 대북압박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외부세계에 대한 지식정보를 북한내부에 적극 유입시키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탈북민들을 ‘통일의 자산’으로 우대하는 정책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거부태도는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다. 국제사회의 최종선택 

이제 비핵화를 위한 대화테이블로 북한을 끌어낼 수 있는 국제사회의 최종적 조치는 경제제재가 통하지 않을 경우 첫째 미국이 북한에 대해 예방전쟁(Preventive War)형태로 핵시설제거(Surgical Strike)같은 군사조치를 추진할 수 있다. 둘째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유엔인권이사회의 결의를 근거로 김정은을 인권범죄자로 규정하고 국제형사재판에 피고로 회부하는 조치를 결의, 인권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셋째로는 중국이 그간 행사를 유보했던 경제제재로서 석유공급의 중단 같은 급소를 누르는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Mullen 전 미국합참의장과 Sam Nunn 전 상원의원은 중국의 협조를 전제한 셋째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도 미국의 군사조치가 자칫 한반도를 미중갈등의 대리전쟁(Proxy War)터로 변질시킬 우려를 없애려면 중국의 경제제재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 보다 바람직스럽다. 동시에 이 방식은 한중갈등의 하나인 THAAD문제를 해결하는 방도로도 된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는 미국의 군사압박과 중국의 경제압박인데 여기서 중국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국의 방식으로 비핵화과정이 진행된다면 한미일의 안보협력은 고도화되면서 중국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최근 중국도 5차 핵 실험이후에는 한국의 THAAD배치계획에는 반발하면서도 미국이 자위차원에서 강구할 군사적 제재 가능성을 주목하면서 중국 나름의 대안을 모색하는 조짐이 보인다. 최근 일부 중국학자들 가운데 <핵보유=정권 붕괴>냐 <핵 포기=경제발전>이냐는 북한의 선택지를 비교하면서 전자(前者)가 북한이나 중국을 위해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5. 앞으로의 전망 

중국인들은 앞에서도 말한바 북한정권 붕괴 시 대규모의 난민 발생과 중국유입을 우려하지만 그것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한국은 노동력 부족국가로 200만 이상의 외국노동자를 수입하고 있다. 동서독 통일 후 동독에서 러시아나 기타 국가로 떠난 사람의 수는 극소했다. 특히 가족주의전통이 뿌리 깊은 한국사회에서 통일된 한반도에서 고향을 등지는 선택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중국은 항상 통일한국이 미국의 편에 서서 중국을 견제할 것이라는 우려를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주도로 통일이 이루어질 경우 현재 한중양국이 유지하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와 대등한 수준으로 한미안보동맹이 한미 간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진화할 것이다. 북한의 침략위협이 없어진 상황에서 한미안보동맹은 새롭게 정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알박이가 없어짐으로 해서 유럽과 한국간의 철길이 열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 일본과 동남아시아 제국의 철길을 통한 유럽과의 교류협력의 장이 형성됨으로 해서 중국을 통하는TCR과 러시아를 통하는 TSR이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 운송수단이 될 것이다. 

이제 중국은 결단해야할 시점에 당도했다. 중국은 아시아 대륙의 유일한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합법적으로 핵을 보유한 국가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누리는 핵 독점지위가 북한으로 말미암아 깨짐으로서 일본이 자위차원에서 핵무장에 나설 명분을 제공하는 것은 북한이 지정학적으로 중국안보를 위한 완충작용으로 얻는 이익보다 훨씬 큰 부담을 중국에 안길 것이다. 

폴라리스 잠수함과 핵미사일이 발달한 21세기의 전략이론에서는 지정학적 완충개념은 더 이상 아무 의의도 가질 수 없다. 중국은 조선노동당 7차당대회의 결의에 묶여 비핵화협상에 나설 수 없는 김정은을 감싸기 보다는 비핵화와 개방으로 북한경제를 살릴 새로운 리더십이 북한에 세워지도록 상황을 이끌면서 중국의 제3위 무역파트너인 한국이 한반도의 관리책임을 맡도록 지원하는 결단을 내릴 때다. 

최근 중국정부가 미국과 더불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치 않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움직임이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공인받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인권을 짓밟고 주민을 굶기는 나라를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국가는 지구상에 없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어떤 침략위협도 받지 않는 침략면제권(Sphere of Immunity)의 지위를 갖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장을 추구한 것은 외부로 부터의 침략위협 때문이 아니다. 현재 지구의 최빈국(最貧國)의 하나인 북한을 침략할 나라는 없다. 

대외적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75년 동안 이어진 3대 세습독재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핵무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권에 보호막을 쳐주는 핵보유국인정은 있을 수 없다. 또 이러한 정권 주도로 한반도의 통일이 이루어져서도 안 된다. 이상 간추린 견해와 논리만으로 중국인들을 완전히 승복시킬 수는 없지만 그러나 이러한 관점들이 국민들 의식 속에 내면화되고 우리의 주장으로 정착된다면 민간차원의 통일준비에 다소라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소론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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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에서 본 사드문제 

                                                           이 영 일 전 국회의원(11대, 12대, 15대의원)

 1. 들어가면서 

 오늘날 사드(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ce)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정치의 뜨거운 뇌관이 되었다. 정부의 사드배치허가는 한미방위동맹에 의거,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의 안전에 필요한 장비를 보강하겠다는 주한미군 사령관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가 아닌 다른 어떤 정부라도 한미방위동맹이 존속하는 한, 또 우리가 한미방위동맹을 필요로 하는 한 허가치 않을 수 없는 조치다. 여기에는 여야 간에 갈등이 일어날 원인도 이유도 없다. 더욱이 미국이 사드배치를 요청한 현실적 배경을 보면 바로 해답이 나온다. 우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세가 갈수록 공세화 하고 있는 점이다. 김정일 시기에는 핵 실험도발 2회, 미사일 발사 26회였지만 김정은 등장이후 3년 동안에 핵실험 도발 3회, 미사일 도발이 49회로 늘어났다. 김정은은 또 도발할 때마다 주한 미군이 제1차 타격목표이고 제2차 타격목표는 유사시 한국을 지원할 주일 미군 기지이며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괌 기지나 미국본토까지 타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사드배치 허가조치가 알려지면서 배치장소로 거론된 성주(星州)군민들의 반발은 물론이거니와 국민의 당, 더 민주당 소속의 일부의원들까지 반대에 가세했다. 여기에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사드배치를 강도 높게 반대를 천명하면서부터 사드는 동북아 국제정치의 새로운 긴장의 뇌관이 되었다. 그러나 이때 우리의 가슴을 가장 괴롭힌 것은 우리 내부에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북한이나 외부세력의 주장에 맞장구칠 분열의 씨앗들이 잠재해있다는 사실이다. 적전분열(敵前分裂)이 망국의 길임은 누구나 잘 아는 역사의 교훈이다. 제1차 대전을 앞두고 여야 간에 성내(城內)평화(Burueger Frieden)를 부르짖으면서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했던 독일의 역사에서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안보에 여야가 없다는 사실이 실천으로 입증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북한의 5차 핵 실험을 계기로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국민여론이 사드불가피론을 수용하면서 여야 간에 국론 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하 사드를 둘러싼 국제환경을 분석하고 우리의 대비책을 검토하고자 한다. 2. 한중간에 잠재된 모순의 폭발 중국은 사드배치결정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거의 선전포고에 준할 수준의 공갈, 협박 위협을 가해왔다. 한국정부는 사드배치허용이 결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님을 박근혜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시진핑 주석에게 직접 설명하고 북한의 도발이 사라지면 사드의 필요성도 없어진다는 조건부 사드배치 론을 제시했다. 특히 박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은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에 많은 차이가 있다”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푸틴 러시아대통령에게 “북한 위협은 생사의 문제”라고 했던 정도의 원색적 표현은 아니지만 강조하고자 한 의미는 같았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항조우(杭州)에서 열린 G20정상회담 중 시진핑 주석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사드가 중국을 타격목표로 하지 않는 것임을 설명했지만 중국은 한미양국정부의 설명을 전혀 수용치 않고 사드배치는 동북아시아의 전략균형을 파괴함으로써 정세불안을 야기한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사드가 왜 동북아시아의 정세균형을 파괴하고 안보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지에 대한 입장설명이 없다. 다만 시진핑 주석이 항조우 정상회담에 앞선 Summit 비즈니스 회담연설에서 한국정부를 겨냥, “각국의 안보는 긴밀히 맞물려 있고 어느 한 국가도 자기만 생각해서는 안 되며 또 홀로 해결할 수도 없다”고 말하고 박 대통령과 회담에서도 사드배체는 "지역의 전략적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관련 당사국 간 모순을 격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결국 사드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설득외교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의 커다란 맥락에서 다루어져야 할 문제로 정의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 왜 중국은 이처럼 강경하게 사드배치에 반발할 까. <중국이 반발하는 논리> 중국의 사드반대론은 중국 메스컴을 통해 여러 가지로 제시되었지만 군사전략가들의 견해는 사드의 목표가 한국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중국정부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우리 정부는 사드가 북한만을 겨냥하고 중국이나 제3국을 노리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드 의 무기체계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의 핵심 요소로서 위성을 포함한 미국 MD망과 연계되지 않으면 아무리 종말단계라도 북한미사일을 요격하는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이것은 마치 아무리 최신형 스마트 폰을 갖고 있어도 통신망과 연결되지 않으면 쓰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면서 한국의 설명을 반박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 배치될 사드 포대는 미7공군 사령관이 관리하는데, 미7공군은 태평양 사령부에 직보를 하는 등 미국 MD체계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중국은 사드를 미국 MD가 한반도로 확장된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또 전문가들은 “북한만 들여다보고, MD와 연결이 안 된다는 국방부의 주장이 맞는다면 성주에 배치될 사드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대상이 아니어야 한다. 그게 과연 가능할까? 또 사드의 한반도화란 결국 북한만 바라보고 중국은 엿보지 않는 레이더, 즉 옆으로 눈도 안 돌리고 업그레이드도 안 하는 레이더를 가진다는 것인데, 그건 바보 사드 아닌가. 1~2년 그럴 수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종말단계라도 정확한 요격을 위해서는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아닌 북한만을 겨냥한다는 주장을 수용하지 않는다. 최근 미국은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아무 저항을 받지 않고 배치하는데 성공했다. 오히려 나토제국들은 미국은 퍼싱(Pershing)2 미사일보다 더 성능이 좋은 사드를 유럽보다는 아시아에 먼저 배치해야 하는가를 따졌다. 그러나 정작 사드를 문제 삼을 러시아는 그것이 방어무기이고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대륙에서 패권다툼을 벌일 형편이 아니기 때문에 초기의 한 두 차례에 걸친 항의성명이후에는 동유럽지역에 대한 사드배치를 묵인했다. 여기에는 나토에 편입된 동유럽 국가들은 이들 지역이 피침 시 나토에 군사적 대응의무가 배제된 점도 고려되었을 것이다. <중국이 반대하는 진의> 이상의 주장은 기술적(技術的) 관점이지만 사드를 중국이 반대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시진핑이 구상하는 중국의 꿈 실현에 역행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사드에 대한 정부의 허가를 계기로 우리가 확실히 파악한 것은 미중 간에 잠재된 패권경쟁이라는 모순이 양성화되었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모순은 무엇인가. 간단히 요약하면 시진핑이 말하는 중국의 꿈은 아시아에서 미국을 밀어내고 중국이 지역의 패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이 동북아지역의 패자가 되는 것을 막으면서 아시아 태평양세력으로 계속 남겠다는 것이다. 사드배치허가는 한국이 미중패권투쟁에 끼이게 됨으로써 한국이 소화해야할 국제정치의 상황이 한층 더 어렵게 되었다. 중국도 대외적으로 밝힐 수는 없겠지만 북한과 마찬가지로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 기지를 겨냥할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해 놓았는데 한국의 사드는 미국본토를 공격할 중국의 ICBM은 요격할 수 없지만 이 지역에 배치된 중국의 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을 자극한다. 그간 중국은 한미동맹을 비판적이면서도 역사적인 사실로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중국이 미국 MD체제의 일환으로 보는 사드가 들어옴으로 해서 한미동맹이 반중군사동맹으로 달리 해석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궁극적인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3. 한국이 보는 중국과 중국이 보는 한국 한국은 1992년 수교 이래 양국관계발전을 가장 중요한 대외관계의 하나로 규정하였다. 중국도 이에 호응하고 초기의 단순수교관계가 협력적 동반자관계, 전면적 협력동반자관계,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발전해 왔다고 중국 관리들은 평가한다. 그러나 한국의 어느 누구도 중국이 양국관계의 단계적 발전에 붙이는 수식어가 무엇을 뜻하는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혹자는 전략적 동반자관계란 동맹조약만은 못하더라도 양국협력의 긴밀도가 동맹수준에 오를 만큼 높아졌을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47개국과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맺고 있지만 협력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다. 중국이 다만 북한과 동맹조약을 맺고 있고 유효기간은 2021년까지다. <한국이 보는 중국> 한국에 있어서 중국은 휴전협정의 서명자인데다가 북핵문제의 비군사적 해결이나 한반도 통일에서 기대하는 역할의 중요성 때문에 동맹국가인 미국에 못지않은 중요한 국가로, 최근 여론조사로는 미국보다 더 중요하게 간주되었다.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동맹관계보다 더 중시한 것이다. 그러나 2010년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태를 거치면서 중국은 중요하지만 안보 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국가인지에 대해 짙은 회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이 자기 동맹국인 북한을 감싸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를 거부권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러나 제4차 북한의 핵실험 후에는 북한에 대한 유엔의 강도 높은 제재에 동참하고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를 다짐했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제재는 핵을 포기시킬 만큼 강도 높은 제재가 아니었다. 중국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핵 비확산 지지라는 명분 때문에 대북제재에 동참은 하면서도 미국을 핵으로 괴롭히면서 중국안보의 일각을 맡아주는 북한의 존재를 중국은 줄곧 활용하겠다는 속셈을 버리지 않았다. 북한문제와 북핵문제를 분리대처 한다거나 북한의 도발이 일어날 때마다 관련당사자들이 서로 냉정하고 자제하라는 양비론적 논평만을 되풀이 하는 중국에 우리는 실망을 거듭해왔다. 북한은 중국의 이러한 속셈을 읽고 국제사회와 맞서 핵 도발을 하면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보는 한국> 중국은 한중수교이후 한국의 발전경험을 활용, 경제발전을 추진하면서 한중간의 교역량을 증진시켜왔다. 지난 수년 동안 한중교역량은 미국, 일본과의 교역량을 능가하면서 양국협력은 FTA를 체결할 만큼 고도화되었다. 그러나 한중수교를 가능케 했던 등소평(鄧小平)의 도광양회(韜光養晦)외교노선이 폐기되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등소평은 도광양회전략을 통해 사회주의 초기단계를 약 100년간 계속해야 할 것을 당부했지만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가 도래하자 중국은 도광양회노선을 끝맺고 국제사회에서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노리는 대국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한국을 보는 중국의 시각은 달라졌다. 중국은 한미동맹을 냉전의 유물이라고 비판, 한미안보협력을 약화시키려 하는 한편 한국국민들의 역사적인 반일감정을 활용, 한국이 미국, 일본과 긴밀히 협력하는 관계발전을 저지하려고 하였다. 바꾸어 말하면 중국의 대한정책의 중점이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 장악에 한국이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는 쪽으로 옮겨진 것이다. 시진핑이 북한의 핵무장 포기를 요구하면서 김정은과의 면담을 거부한 것이나 항일투쟁시의 중국 측 파트너로서 임시정부의 법통을 승계한 한국을 인정하고 기념물을 설치해주는 조치 등은 모두 중국의 이러한 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패권추구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세력전이(勢力轉移)론이나 신형대국관계 론을 앞세운 중국의 꿈은 시진핑 주석이 추구하는 목표는 될 수 있지만 당장 실현되기는 힘들 ㄱ서이다. 학자들은 모든 지표로 보아 금세기는 어렵고 22세기에나 가능할지 모른다고 한다.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의 꿈은 자칫 한국의 핀랜드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할 요소이기도 하다. 더욱이 당면한 한국안보위기해소와는 무관하다. 현시점의 한국은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관계 아닌 한미동맹을 통해 도전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여기서 내야할 우리의 목소리는 중국에 대하여는 ‘북한의 도발이 있는 한 한미동맹은 결코 흔들릴 수 없음’을 강조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이 북한의 도발억제와 비핵화 이외의 목적에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이러한 뜻을 담은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독트린이 필요한 때이다. 4. 맺으면서 현시점에서 우리가 국익이라고 정의해야할 과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도발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는 것이며 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국 안보에 대한 확실한 공약이 있고 유사시 함께 목숨 걸고 싸워 나갈 동맹인 한미동맹을 굳건히 강화하는 것이다. 또 상황이 어려울 때 일수록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국론통일이다. 외부세력들에게 얕보이거나 이용당할 적전분열을 철저히 방지하고 국가의 결정된 목표를 향해 온 국민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다. 민주정치를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다당제나 다양성, 언론자유가 국가위기 시에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지 못하고 적전 분열을 일으켜 위기대응 능력을 약화시킨다면 그러한 민주주의는 수호할 가치가 없다. 지금이야말로 국론분열의 도구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니고 국론을 하나로 통일, 위기대응능력을 키우는 민주주의로 한국정치를 발전시킬 방도를 적극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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