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해외개입축소균형전략의 의미를 살핀다.
                                      
                                                                                      이 영 일 전 국회의원 

미국 시카고 대학의 존 미어세이머(John Mearsheimer)교수는 미국의 외교평론지인 Foreign Affairs지에 Harvard Kennedy School의 스테펀 월터(Stephen M. Walter)교수와 공동으로 집필한 논문(The Case for Offshore Balancing(July/Aug2016, Foreign Affairs))에서 미국의 새로운 대전략(Superior U.S. Grand Strategy)으로서 ‘해외개입축소균형전략(Offshore Balancing Strategy)을 제안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국제정치학에서 현실주의학파(Realist School)에 속하는 석학들인데 그간 미국의 대외정책입안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학자들인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이번 미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후보와 공화당의 도날드 트럼프(Donald Trump)후보가 미국 대외정책을 해외관여보다는 국내문제에 중점을 두자고 주장하고 있고 2016년에 4월에 실시한 미국 내 여론조사(Pew Poll)에서도 응답자의 57%가 다른 나라들의 문제보다는 미국의 국내문제해결에 치중해야 한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미국의 대외정책이 차기행정부에서 크게 바뀔 조짐을 보이기 때문에 영향력 있는 학자들의 대외정책변경에 관한 견해에 관심을 갖지않을 수 없다. 필자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미어세이머 교수와 월터 교수의 정책제안을 총체적으로 검토하고 제안된 정책관점 중 우리 한국이 유의해야 할 대목을 간추려 소개하면서 필자의 소견을 말하고자 한다.

                                          1.

 지난 25년 동안 미국의 대외전략은 흔히 자유주의 패권(Liberal Hegemony)추구로 불리는 전략(Grand Strategy)에 입각, 전개되어왔다. 물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강조하는 구호나 슬로간, 정책의 중점이 바뀌었지만 그 기저는 자유주의 패권이론에 입각, 미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서 유일 최고의 패권(Hegemony)을 누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최근에 들어와서 자유주의 패권전략을 싫어하게 된 것은 지난 25년간 되풀이 된 정책실패 때문이다. 

이 전략은 아시아에서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북한의 핵무장을 막지 못했고 중국이 인접해역에서 현상유지(Status Quo)에 도전하게 했다.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리미아를 합병하면서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악화되었다. 중동을 보면 미국은 지금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싸우고 있지만 승리의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이라크와 리비아에서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끝내고 시리아에서도 정권교체를 추진했지만 내전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이런 와중에서 이슬람주의운동은 대부분의 지도자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아랍세계로 파급(Metastasis)되면서 이슬람국가(ISIS)를 출현시켰다. 
미국이 주선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협상은 실패, 두개 국가방식으로의 해결이 어렵게 되었다. 민주주의는 세계적으로 약화되고 있으며 미국이 자행한 고문이나 기획 살인 등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위로 말미암아 인권과 국제법의 옹호자로서의 미국의 이미지는 심각히 퇴색되었다. 미국이 이러한 실패를 거듭하게 된 것은 자유주의 패권추구라는 오도된 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미국이 주요지역(Key Area)에서의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요구에 부응하는 대신에 세계 도처에서 민주주의를 촉진하고 인권이 위협받는 곳이면 어디에서라도 미국의 힘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미국이 세계경찰로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국제법(International Institutions), 대의정부, 시장개방, 인권에 기초한 세계질서를 수호하는데 미국의 힘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세계에서 지정학적으로 가장 축복받은 나라였다. 한때 주미프랑스대사였던 장질 쥐세랑(Jean-Jules Jusseand)은 “미국은 북으로는 약한 이웃, 남으로는 더 약한 이웃, 동서양쪽으로는 물고기만 있는 대양을 끼고 있는”국가로서 자원은 풍족하고 역동적인 인구를 배경으로 세계최대의 경제대국, 수천 개의 핵탄두를 가진 대국이기 때문에 미국본토가 외부로부터 위협받을 가능성이 없는 국가라고 말했다. 이런 천혜(天惠)의 환경 때문에 미국인들은 세계를 자기들의 이미지에 맞게 재형성시키려는 저돌성을 벌였다. 
미국은 이러한 돌출적 충동에 기초한 군사개입확대정책을 구사하지 않고도 미국의 힘과 안정을 유지하고 지구 최강자로 남을 전략을 만들 수 있다. 지금 양 교수가 제안하고 있는 해외개입축소균형전략(Offshore Balancing Strategy)이 바로 그 대안이다. 

                                         2. 

 해외개입축소균형전략(이하에서 균형전략으로 약칭함)은 미국이 다른 사회를 미국의 가치에 맞게 재구성하려거나 세계경찰이 되겠다는 야심적인 생각을 접고 우선 서반구(Western hemisphere)에서 미국의 지배적인 지위(Dominance)를 유지하면서 유럽과 동북아시아, 페르샤 만(灣)에서 잠재적인 패자(Potential Hegemon)가 등장하는 것을 막는데 힘을 집중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직접 해외로 군사 개입하는 것을 자제하고 새롭게 부상하는 세력에 대한 견제는 가능한 한 현지에서 도전받는 세력이 감당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국가로서의 미국의 지위를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고 미국본토만을 지키자는 것도 아니다. 이 전략은 미국을 가능한 한 힘 있는 국가, 이상적으로 말하면 서반구뿐만 아니라 지구상에서 지배력을 갖는 국가로 유지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략이 고립주의(Isolationism)와 다른 점은 서반구이외에도 미국인의 피와 물자를 제공해야 할 지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바로 유럽, 동북아시아, 페르샤 만 지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유럽과 동북아시아지역에서는 미국이 서반구에서 누리는 것 과같이 이 지역을 지배할 지역패권국가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경제적인 영향력도 충분하고 정교한 무기를 개발할 능력, 자기 힘을 지구상에 투사할 잠재력도 갖추면서 미국과의 무기경쟁에 더 많은 자산을 투자할 능력을 가질 국가의 출현에 관심을 갖는다. 
지금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의 표적인데 러시아는 이제 유럽에서 패자가 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나토세력이 러시아를 견제할 만큼 힘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페르샤 만에서도 이란이나 이라크가 지역패권을 장악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이라크의 정권교체와 이란 핵협상 타결은 미국에 도전할 지역패권국가의 출현가능성을 줄였다. 따라서 미국은 이러한 지역에서 군사개입을 줄여 나가고 지역 국가 상호간에 균형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북아시아의 상황은 다르다. 미국은 중국의 인상적인 성장과 굴기가 미국의 지도력에 도전할 잠재적 패권추구의 환경을 조성하였으며 특히 이 지역에는 중국을 견제할 다른 강자가 없다. 물론 미국의 동맹국들이 있지만 서로 떨어져 있어 유효한 중국견제가 어렵다. 이러한 지역에는 미국이 직접 군사적으로 개입하고 미국의 힘을 유지함으로써 중국의 패권추구를 막는 것이 균형전략이다. 

지난 30년 동안 중국은 미국이 지난날 해외군사개입에 끼어들지 않고 경제건설에 매진, 강대국 반열에 오른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경제발전에 주력하여 강대국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미국은 중국이 이 지역에서 패자(覇者)로 등장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이 점은 미어세이머 교수의 평소의 지론과 일치한다) 

                                             3.

 균형전략은 미국의 해외군사개입을 줄임으로써 현지국가들이 자국의 안전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게 하고 이렇게 함으로써 냉전 이후 미국의 보호에 무임승차만 하는 동맹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NATO의 경우 군사비용의 76%를 미국이 부담해 왔는데 이는 배리 포슨(Barry Posen)교수가 “부자를 위한 복지지출”과 같다고 비꼴만했다. 

또 균형전략은 테러위험을 줄이기도 한다. 자유주의 패권정책은 토양이 맞지 않는 곳에 민주주의를 심는다면서 군사적으로 점령하거나 현지 정치상황에 개입하였는데 이러한 행동은 민족적 분노를 유발한다. 저항세력들은 미국과 직접대결하기에는 너무 힘이 약하기 때문에 테러에 호소한다. 특히 미국은 정권교체를 통해 미국의 가치 확산을 추구함으로 해서 기존통치제도의 역할은 약화되고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이 판칠 통치부재 공간 을 만들어 주었다. 

앞으로 미국은 중요한 이해가 걸린 지역이 잠재적인 패권국가에 위협받는 경우에 한하여 해외에 미군을 주둔시켜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반미가 일어나지 않고 미군을 구세주로 여긴다. 그러나 위기가 해소되면 미군은 곧장 철수하고 현지정치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자유주의 패권논자들은 미국이 핵 비확산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해외개입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의 역할이 줄어들거나 주요지역에서 철수한다면 미국보호에 익숙한 국가들은 스스로 핵을 개발하여 자신을 보호할 길을 택할 도리밖에 없을 것이다. 이점에서 아직까지 핵무기의 확산을 완전하게 막을 수 있는 전략은 없는 셈이다. 모든 국가들은 공격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핵을 가지려고 하는데 미국이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추구하면 할수록 이러한 두려움은 더 커진다. 

그러나 해외개입축소균형전략에 입각하여 미국이 군사개입을 줄이고 정권교체를 추진하지 않는다면 핵 확산논자들의 명분도 약화될 것이다. 그러나 핵무기를 꼭 갖겠다고 결의한 국가들의 핵무장을 막아내기 힘들 것이다. 최근 이란 핵협상의 성공은 예방전쟁이나 정권교체보다는 잘 조절된 다자압력과 엄격한 경제제재가 더 좋은 방도임을 알게 해주었다. 만일 미국이 안보 공약을 축소한다면 취약한 국가들 가운데는 핵 억지력을 추구할지 모른다. 이것은 결코 바람직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핵을 완전히 막는다는 것은 비용도 많이 들고 성공하지도 못할 것이다. 

1945년 이래 10개국이 핵 문턱을 넘었지만 그렇다고 지구질서가 와해되지도 않았고 핵을 가졌다고 해서 약소국가가 강대국으로 변형된 일도 없으며 경쟁 국가를 공갈로 굴복시키지도 못했다. 핵 확산문제는 아직도 미국이 우려해야할 사항이지만 이 문제의 해법도 해외개입축소균형전략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4.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재균형전략에 따라 중국견제를 강화하는 미국을 상대로 평화적인 세력전이(勢力轉移)론을 내세우면서 우선 미국이 중국을 미국과 대등한 강국으로 대우하는데 합의, 양국관계를 신형대국관계로 발전시키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을 미국과 동일한 대국반열에 올리자는 주장에 난색을 표시하고 앞으로 세월이 흘러 결과적으로 대등해질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당장 대등하다는 모자를 씌울 수는 없다고 말하고 상호간의 협력을 통하여 양자관계를 능력에 상응하게 전개시키자고 대응한다. 중국은 미국과 역량이 대등해지는 것이 목표일수는 있어도 21세기 안에 그렇게 되기는 힘들다고 미국 전문가(Joseph Nye 등)들은 말한다. 미국의 아시아 전략은 미국의 새 행정부를 누가 맡게 되더라도 해외개입축소전략을 추구하겠지만 중국이 동북아시아 지역의 패자로 부상하는 것을 막겠다는 미국의 목표는 변할 것 같지 않다. 이점에서 한미동맹을 안보의 기본 축으로 삼으면서 중국과의 협력동반자관계를 유지하는 한국정부의 방침은 타당하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서가 아니라 해결해야할 협상의 과제로 정의하면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지혜도 우리에게는 필요한 방향이 아닐까. 함께 모색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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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심리전 공세에 휘둘리지 말자

 이 영 일 (한중정치외교포럼 회장) 

 1. 시진핑 시대와 한중관계 
 2013년 시진핑이 중국의 국가주석에 취임하면서부터 중국의 내치외교에 새바람이 일어났다. 우선 외교에서는 덩샤오핑(鄧小平)이래 표방했던 도광양회(韜光養晦)의 기조가 유소작위(有所作爲)로 바뀌었다. 국제관계에서 영향력을 휘두르기보다는 조용히 힘을 기르면서 때를 기다리자는 정책을 지양하고 국력에 상응하는 발언권을 행사하고 서구(西歐)가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은 규범이나 규제에 얽매이기보다는 세계인구의 5분의 1을 갖는 대국으로서 중국이 국가발전에 유리한 규범이나 규칙을 만드는 국가로서 발돋움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시진핑 주석은 주변국을 상대로 하는 외교에서는 후진타오(胡錦燾)시대의 3린(睦隣, 安隣, 富隣)보다 진일보한 덕치(德治)를 강조하면서 친성혜용(親誠惠容)을 자기의 외교정책으로 내세웠다. 친선혜용이 적용되는 주변국들에게 대해서는 운명공동체라면서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동시에 일로일대(一路一帶)정책과 이를 물질적으로 뒷받침할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설립은 중국이 표방한 주변국외교정책의 실천적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취임과 동시에 한국에 대해 우호적 조치를 취했다. 앞서의 정권들과는 달리 한국임시정부를 항일전쟁당시의 한중협력의 파트너로 공인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요청한 안중근 의사기념관을 설립 해주는가하면 시안(西安)의 광복군 기념비석, 샹하이 임시정부 청사보수, 충칭(重慶)의 광복군사령부 복원 등을 지원해 준 것은 한중관계를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도 시진핑 외교의 이러한 흐름에 주목하면서 한중간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한층 더 성숙시키는 한편, 한중FTA를 체결하였고 AIIB에도 적극 참여하였으며 또 서방의 어느 국가도 참석하지 않는 항일전쟁승리 70주년 행사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참석, 천안문 광장의 사열대에 섰다. 한국은 1941년 12월 9일 한국이 그 법통을 계승하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당시 중국정부에 뒤이어 대일선전포고를 했기 때문에 중국의 시진핑 주석,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더불어 항일전쟁승리 70주년행사에 참가할 명분이 있다. 

 2. THAAD배치허가와 한중관계의 풍파 
 그러나 지난 7월 8일 한국정부가 미국의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설치를 허용한다고 발표한 것과 동시에 한중관계에는 큰 풍파가 일어났다. 중국은 한국정부가 미국에 설치 허가를 해준 THAAD가 이 지역의 전략균형을 중국에게 불리하게 변경시키는 조치-중국의 왕이(王毅)외교부장의 표현을 빌면 THAAD가 한국방위의 범위를 넘어서는 조치라고 규정하고 THAAD설치의 재고(再考)를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물론 인접국가간에 안보상의 이해관계 때문에 분쟁이나 대립이 야기될 수도 있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 외교관계가 단절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THAAD설치허용에 대한 중국 측의 반응은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지나친 기우(杞憂)거나 과잉반응이다. 우선 THAAD는 공격무기가 아닌 방어무기이다. THAAD체계에 부수된 AN/TPY-2 X-Band 레이더의 경우 통상적인 운용범위는 600여 ㎞에 불과하고, 인공위성 등으로부터 받은 정보에 근거하여 공격해오는 상대의 미사일을 ‘추적’,요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 레이더가 CCTV처럼 중국의 모든 군사 활동을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호도하였으나, 레이더는 점(点)으로 나타난 정보를 해석하여 대상물체를 파악하는 장비로서 CCTV처럼 다른 일반적 군사정보를 파악할 수는 없음은 중국의 군사전문가들도 잘 알고 있다. 

 현시점에서 THAAD를 한국에 배치하도록 허용한 것은 중국의 공격위협 때문이 아니다. 북한이 증강시키고 있는 미사일위협 때문이다. 주한미군을 타격목표로 해서 북한이 유엔의 대북제재결의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미사일실험을 강행, 임의의 시간에 공격을 가해올지 모를 상황을 조성하는 것에 주목할 때 미국정부가 주한미군의 안전을 위해 북한의 미사일공격으로부터 자국군대를 지키기 위해 미국정부가 발주, 제작한 THAAD를 한국에 설치하도록 한국정부에 허가를 요청해왔고 군사동맹국가로서의 한국이 동맹관계를 깨지 않는 한 이를 허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알면서도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방어무기인 사드배치를 허가하지 말라고 한국에게만 일방적으로 압박을 가한다.

 한국정부는 사드문제가 제기된 이래 지난 2년간 중국과의 ‘성숙한 전략동반자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THAAD를 배치하지 않고도 안보위협을 극복할 방법을 안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는데 주력, 2020년 상반기에야 한국의 독자적인 미사일 방어망이 갖추어질 전망이다. 현시점에서 한국의 독자적인 미사일 방어망이 구축될 때까지의 안보 공백을 메울 방도의 하나로 THAAD를 검토하게 된 것이다. 중국은 창(槍)을 휘두르는 북한에는 침묵하면서 방패를 갖추려는 한국의 THAAD배치허용만을 자국안보에 불리하다면서 반발하는 것은 약소국에 대한 강대국의 갑(甲)질로 보일 뿐이다. 

 3. 중국의 일부학자와 언론들의 심리전 공세 
사드 배치허용과 때를 같이하여 중국의 일부 언론이나 한국을 자주 들락거린 이른바 지한(知韓)파 학자들이 한국에 대해 강력히 보복할 것을 중국정부에 촉구하는 언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의 주장이나 중국네티즌들의 반응이 시진핑 정부의 정책이 된 것은 전혀 아니다. 다분히 심리전적 목표를 지닌 언동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의 환쥐스바오(環球時報)가 7월 14일자 보도에서 성주군(星州郡)에 대한 제재를 거론했다. 성주군이 THAAD배치결정이나 허가와 아무 관련이 없는 지방자치단체인데도 마치 책임이 있는 것처럼 지적하면서 군민들의 반대로도 설치가 저지되지 않는다면 중국정부는 성주군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G2로 불리는 강대국의 저명한 언론기관이 벌이는 논설치고는 그 품위와 수준 낮음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중국의 일부 언론이나 학자들이 이런 보복선동발언을 하는 것은 그들 나름대로 한국의 여론을 흔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다. 다양성이 허용된 한국사회의 여론은 국익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논리적 인식을 바탕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군사기지의 설치문제가 나올 때마다 집단적 저항과 여론분열이 일어나는 상황에 그들은 주목했을 것이다. 또 역사적인 사대의식 탓인지 일부 중국 언론이나 학자들의 위협언동 등 심리전 공세에 항상 취약했다. 

여기에 중국전문가로 행세하는 한국학자들이나 언론들도 한중관계가 어려워질 때 그들의 전문성을 어려움을 극복 타개할 방도로 쓰기 보다는 중국의 한국에 대한 심리전공세에 동조하거나 걱정하는 체 하면서 중국 측 편을 드는 경우도 눈에 띤다. THAAD허가여부가 검토단계일 때는 여러 가지 득실을 따질 논의가 필요하지만 정부가 최종적으로 허가결론을 내렸을 때부터는 정부결정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것이 정치권이나 학계가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한 저명한 언론인 가운데는 자기가 마치 에드가 스노우(Edgar Snow)나 된 것처럼 THAAD의 포기를 감히 자기만의 이유로 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4. 한국은 추호도 휘둘릴 필요가 없다 

 현시점에서 한국은 중국의 심리전 공세에 추호도 흔들릴 필요가 없다. THAAD배치로 중국이 느끼는 안보위협이나 전략적 균형의 불리한 변화라는 것은 현실적이기 보다는 상상적이고 단기적이기 보다는 중장기적 고려에서 나온 것이다. 한미관계를 놓고 중국이 한국에 거는 변화의 기대 역시 현실적이기 보다는 희망론적(Wishful)이다. THAAD의 위협성 여부는 한미중(韓美中)3국 군사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토의한다면 저절로 해답이 나올 것이다.

 더욱이 한국은 중국을 추호도 적(敵)으로 인식하지 않았으며 박근혜 대통령취임과 더불어 다져진 ‘성숙한 전략동반자관계’를 유지, 발전시킨다는 것이 한국외교의 중요한 목표가 되어 있다. 중국의 일부언론들이 제기하는 한국에 대한 보복주장은 어느 경우에나 결코 심리전 수준을 넘지 못한다. 만일 보복적 제재가 중국정부의 현실정책이 된다면 중국은 북한과 한국을 동시에 제재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북한은 유엔을 통한 경제제재 대상이고 한국은 THAAD에서 비롯된 독자제재대상이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강대국반열에 오른 중국이 유엔결의에 맞서는 북한의 미사일공세에 대한 방위강화조치의 하나로 THAAD배치를 허용했다고 해서 그간 한중(韓中)간에 형성된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희생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주변국을 상대로 하는 외교노선인 친성혜용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면서까지 한국에 대해 보복정책을 취할 리 없으며 더욱이 한중FTA나 AIIB에 대한 양국협력을 약화시키거나 포기할 수도 없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 할진 데 우리는 일부 중국 언론이나 학자들의 언동에서 나오는 심리전 공세에 조금치도 휘둘릴 필요도 없고 휘둘려서도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나 국력 면에서 미국이나 중국에 대해 을(乙)일 수 있다. 이것은 지정학에서 비롯된 우리들의 숙명일지 모른다. 따라서 乙이라는 사실 자체가 우리에게 비극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비극적인 것은 ‘乙’ 자체가 분열되어 乙의 몸값마저 제대로 챙기지 못하게 되는 경우이다. 내적 분열의 극복이 초미의 과제다. 이제 외교안보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는 경구(警句)를 우리 모두가 생활화하지 않고는 나라를 위기에서 지킬 수 없다. 정치인이나 학자, 언론인, 교육자들이 모두 이러한 자세를 가질 때 비로소 우리는 당면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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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동북아시아공동체연구재단이 2016년 6월 16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남북대화 어디로”라는 제목으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발표한 이영일의 기조연설전문이다 

이제 자주 외교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한중정치외교포럼 회장 이 영 일 

 1. 들어가면서 

 2016년 1월 6일 북한의 제4차 핵 실험과 뒤이은 탄도미사일 발사가 있은 직후 미국과 중국은 북·핵 처리를 논의했다. 2월 24일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과 중국의 왕이(王毅)외교부장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결의 내용을 협의한 후 양국은 북한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결의하되 제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수단인 만큼 한반도의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협상도 병행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평화협정은 있을 수 없지만 제재에 병행하는 비핵화협상의 필요성을 인정, 제재와 협상의 병행이라는 접근방식에 합의했다. 앞으로 어떤 형태의 대북 협상이 열릴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북한의 김정은은 7차당대회에서 당 규약을 일부러 개정, 핵·경제병진노선을 명문으로 규정해 놓았기 때문에 이를 폐기, 변경시킬 협상에는 쉽사리 응하지 않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을 협상으로 끌어낼 미끼는 북한이 오래 동안 주장해온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에로의 전환일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 북한만이 휴전협정(Cease-fire)의 서명주체로서 양자 간의 평화협정을 통해서 한국전쟁을 법적으로 종결하고 주한미군이 철수해야하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이 문제를 주제로 열리는 미·북양자회담이라면 북한도 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서 검토해야할 또 다른 과제는 한반도에서 전쟁상태를 법률적으로 종결시키려면 현재의 휴전협정이 “정치적 수준의 새로운 협정에 의해 대체될 때까지 계속 유효하다”고 규정한 휴전협정 5조 61항의 처리문제다. 

종전에 관한 국제법의 최근 흐름은 한반도의 경우 비핵화실현을 바탕으로 남북한 간에 전쟁상태가 종결되었음을 확인하는 유엔안보리의 결의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하 한반도 평화문제에 임하는 미중양국의 태도를 차례로 살펴보자. 

 2. 강대국들의 평화에 대한 태도검토 

 한반도가 포함된 동북아시아지역에는 1975년에 유럽에서 성립한 헬싱키 체제-구주안보협력회의(CSCE)와 같은 역내평화를 담보할 국제기구가 없다. 최근 카자크스탄 대통령이 제안하고 중국이 중심이 된 아시아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는 아시아 집단안보를 표방하고 있다. 또 중국의 시진핑(習近平)주석은 지난 5월 21일 상해의 CICA총회에서 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 국가들이 해결해야 한다는 아시아 집단안보론도 제기했다.
그러나 이 기구에는 한국은 가입했지만 북한은 회원이 아니고 동아시아 평화와 안보에 절대적 영향력을 갖는 미국이 참여하지 않고 있어 아시아 집단안보기구로 볼 수 없다. 현재 동북아시아는 국제정치 환경이 집단안보기구를 형성하기에는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고 특히 미국과 중국의 이해충돌이 심각하기 때문에 집단안보기구논의는 현시점에서는 수사(修辭)적 수준을 넘어서기 힘든 실정이다. 그런데도 한반도의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자거나 평화체제를 안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과 중국 간에 북·핵 처리의 한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하 미중양국의 입장을 검토하기로 한다. 

가. 그간의 평화협정논의 회고 

1970년대부터 북한은 현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꿀 것을 미국에 요구해왔다. 북한은 휴전협정의 서명당사자가 미국과 북한이기 때문에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 이 협정으로 휴전협정을 대체해야 하고 한반도에서의 전쟁상태를 법률적으로 종결시키면서 주한미군도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한국을 배제한 평화협정주장은 다분히 선전적 주장이기 때문에 미국이 북측 제안을 수용할리 없었다. 
그러나 한국도 휴전체제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1996년 한미양국은 남북한과 미·중이 참가하는 4자회담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서명국인 중국을 회담 당사자로 포함시킨 점에서 진일보했다. 중국과 북한이 이를 수용, 1997년 12월 제네바에서 제1차 회담이 개최되었다. 이 회담에서 한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나 양국 간의 신뢰관계 조성을 위한 조치 등 지금까지의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을 요구한데 반해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우선으로 내세웠다. 1999년 6차까지 진행된 4자회담에서 북한은 미군철수, 한·미 대규모 전쟁연습 중지, 한반도로의 전쟁장비 반입 금지를 주장했다. 중국은 자국의 입장을 '조선반도 평화협정 초안'을 만들어왔는데 내용인즉 전쟁상태의 종식 선언, 불가침·내정불간섭, 군사적 신뢰구축 및 군축조치 등 일반적인 평화협정에 포함되는 사항들을 담았다. 
한국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한이 주당사자가 되고 미·중은 증인 자격으로 서명하는 '남북평화합의서'와 미·중이 합의서의 효력을 보장하는 내용의 '추가의정서'를 채택할 것을 주장했다.

 나. 중국이 말하는 표본겸치(表本兼治)와 평화체제 

중국은 시진핑 정부의 등장과 더불어 2013년 1월 외교담당 국무위원인 양제츠를 내세워 한반도문제의 표본겸치론을 들고 나왔다. 북핵문제를 처리함에 있어 증상치료뿐만 아니라 원인까지를 함께 다스리자는 것이다. 북한이 안심하고 핵을 포기할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식을 한반도 비핵화과정에서 함께 다루자는 것이다. 지금 중단된 6자회담의 9.19합의는 이러한 요구를 십분 반영했지만 북한이 핵 포기를 거부함으로써 수포로 돌아갔다. 현시점에서 중국은 한반도가 포함된 동북아시아 평화체제의 일환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모색하자고 말하지만 중국의 내심이 담긴 평화체제개념은 나오지 않았다.

또 중국은 북한의 핵 포기라는 표현대신에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한다. 중국이 의미하는 한반도비핵화는 북한의 핵 포기뿐만 아니라 필요시 핵사용 능력을 가진 주한미군의 철수까지를 포함한 개념임을 암시한다. 그간 중국은 소련과의 갈등이나 일본의 재무장 가능성 차단이라는 중국안보목적에 필요할 경우에는 미군의 한국주둔을 역사적 사실로 긍정해왔지만 미중갈등의 최근 양상에서 보면 내심으로는 주한미군철수까지를 협상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상정한다.

최근 THAAD배치에 대한 중국의 태도에서 이러한 의도를 규지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이 구상하는 평화체제는 주한미군의 철수를 암묵적 조건으로 하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남북한이 통일수단으로서 무력불사용을 문서로서 합의하고 미국과 중국이 이 합의의 효력을 보증하는 형식의 한반도 평화체제이다. 결국 중국의 목표는 자국과의 관계에서 한반도 전체의 완충지대화(Buffer Zone)일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이 주변 국가들을 상대로 친성혜용(親誠惠容)의 외교원칙을 내세우면서 펼치는 담론인 운명공동체론도 바로 이러한 의도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다. 아시아 재 균형론과 미국의 평화체제구상 

미국도 한반도의 휴전협정이 국제법이 생긴 이래 가장 오래된 휴전협정이란 점에서 변화된 환경에 맞게 새롭게 정의될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미국은 2003년부터 시작되었던 6자회담의 실패 이래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전제되지 않는 한 어떠한 협상도 무익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유엔의 안보리제재나 미국의 독자제재도 그것이 비핵화를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북핵문제의 비군사적, 외교적 해결을 위해 중국의 주선으로 북한이 협상에 응해온다면 미국도 북한과의 대화에 응할 뜻을 밝히고 있다. 현재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한 어떠한 회담에도 응할 수 없다고 하지만 국제제재를 돌파하고 경제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모든 협상을 거부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미국이 유엔제재를 통한 한반도의 비핵화유도상황의 진전과는 관계없이 자신이 추구하는 아시아재균형전략의 일환으로 중국견제로 보이는 외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인공섬에 대한 영토권을 인정하지 않고 오바마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 베트남에 대한 무기 수출을 허용했으며 일본의 히로시마를 방문, 미일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반도에 THAAD미사일 배치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조치가 유엔의 대북제재조치에 참여하고 있는 중국을 자극함으로써 대북제재에 대한 미중양국의 제재전선의 균열을 가져올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 핵문제를 미중관계의 맥락에서 활용하는 중국은 현시점에서 북한을 약화시킬 제재이익(制裁利益)과 자국의 국익을 면밀히 검토한다. 결론은 중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제재방식만을 따라간다면 북한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만 줄어들고 미국의 대중국견제망만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우려다. 이러한 우려는 지난 6월 1일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의 친서를 휴대한 이수용 북한외상의 면담성사로 외교현실이 되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핵 포기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국익으로 추진되는 아시아 재 균형전략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본바와 같이 미국과 중국이 현시점에서 논의하는 한반도 평화체제는 엄격히 말해서 미중 양자관계에서 필요한 수준의 한반도 평화논의이다. 군사충돌이나 소요나 갈등이 줄어드는 현상유지(Status Quo),즉 미중양국의 안보정책에 종속시키는 평화다. 따라서 미중양국이 말하는 평화협정이나 평화체제는 그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시킴과 동시에 한국이 주도하는 통일도 포기케 하는 타협안으로서의 평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북한의 핵 포기라도 가시적 성과를 낸다면 다행일 것이다. 우리가 강대국들이 말하는 평화에 대해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3. 한국의 선택 

 가. 우리가 맞을 어려운 상황 

 한국은 현재로서는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여 대북제재를 통한 북한의 핵 포기유도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도리밖에 없다. 그러나 유엔안보리의 강도 높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대북제재전선에 균열이 생기고 또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협상이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핵의 현상동결이나 비확산으로 미중 간에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들은 하나같이 한국의 입장을 어렵게 한다. 정답은 한국이 주도하는 자주적 해결이지만 그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우리가 지나치게 자주를 내세우면 미국과의 협력이 어려워질 수 있고 미국에만 일방적으로 끌려가면 한중관계를 어렵게 한다. 따라서 우리는 강대국들과의 협력은 긴밀히 추구하면서도 모든 것을 강대국에만 맡기거나 의지할 것이 아니라 자주적으로 대비해야 할 전략을 미리 준비해두어야 한다. 출구전략과 Plan B를 준비하는 지혜다. 
현시점에서 우리가 검토할 수 있는 출구전략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문제다. 인도적 지원의 중단은 북한의 지배층보다는 북한에서 변화를 주도할 장마당 세력과 주민들을 더 곤궁하게 만들고 이산가족들의 재회의 꿈을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도적 지원문제를 깊이 고려해야 한다. 핵개발에 필요한 물자나 자금이 북으로 들어가는 것은 철저히 차단해야겠지만 북한주민을 위한 식량이나 의료지원, 이산가족 상봉추진 같은 인도적 차원의 문제는 민간기구나 단체를 활용, 지원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나. 자주적 결단과 준비의 필요성 

다음으로 Plan B를 준비해야 한다. 첫째 북한의 비핵화가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해서 한국이 독자적인 핵무장의 길을 강구하자는 것이다. 직접적인 핵무장이라기보다는 핵물질과 기술의 확보라는 핵무장 준비태세(Nuclear Hedge)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시화될 때 비로소 중국은 북한의 핵 포기를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한국의 핵무장이 일본의 핵무장으로 이어져서 동북아시아가 중일(中日)양국 간의 핵 대결체제로 바뀌는 것을 중국이 가장 꺼리기 때문이다. 요즈음 중국학자들 가운데는 한국은 미국의 압력 때문에 핵무장을 엄두도 못 낼 것이라고 단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둘째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남북한과 미중양국이 참가하는 ‘신 4자회담’을 준비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공동으로 반대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 한국이 ‘신 4자회담’을 제의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대화수요도 수렴하는 한편 대화주도권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회담이 한국의 이니셔티브로 열려야 한국의 발언권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 중국학자들 가운데는 일본과 러시아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 꼭 참여시킬 필요가 있는가에 회의를 표시한다. 남북한과 미·중만이 당사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남북한 관계의 전개형태로서의 대화, 교류, 협력, 제재 중 “제재”가 진행 중 임을 감안, 제재의 실효성 확보에 비중을 실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Plan B는 당분간 공개적으로는 아니더라도 필수적으로 준비하고 구체화시켜야 한다. 현재 어떤 주변강대국도 우리의 분단을 아파하고 통일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는 자세로도 통일의 길은 열리지 않는다. 이제 우리의 통일은 기다리는 통일이나 주어지는 통일이 아니라 쟁취하는 통일이어야 한다. Plan B의 집중적 개발과 준비가 절실히 요망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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