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관계에 대한 조지프 나이 교수의 특강 청취소감 --미국의 시대는 끝나고 있는가?(한중정치외교포럼 밴드에 올렸다)

                                                     

                                             이영일 한중정치외교포럼 회장

 

1. 들어가면서

 

2014년이 끝나는 12월 10일 한국고등교육재단은 미국 하바드 대학 명예교수이며 전 미 국방부부장관과 국무성 차관보를 역임, 미국의 외교안보분야에서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석학 조지프 나이(Joseph Nye)교수를 초청, “미국의 시대는 끝나고 있는가?” 라는 주제로 특강을 개최했다.

오후 3시에 시작될 강의장 언저리는 청중들로 붐볐다. 전 직 외교관들이 20석 이상의 좌석을 미리 예약해두어 앞좌석을 잡기는 어려웠다. 다행히 나를 알아본 직원이 자리를 마련해줘서 좋은 자리에 앉았다. 동시통역을 들을 수 있는 이어폰이 없는 좌석을 대학생들이 가득 매운 것을 보면서 나이교수의 평판이 얼마나 높은지를 체감하는 한편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영어 이해수준이 높아졌고 해외석학들의 강연회에 이처럼 시간을 내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도 우리나라 선진화의 좋은 징조로 보여 내심 즐거웠다.

 

이글은 당시 강의메모를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생략되기도 했고 부분적으로 잘 못 들은 부분도 있고 내 나름대로 이해해서 기록한 부분도 있다. Nye 교수는 차분한 목소리로 특유의 논리성을 과시하면서 강의를 펼쳤다.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미국 타임과 라이프지의 경영자였던 Henry Luce가 1950년대 중반 ‘미국의 세기’라는 말을 처음 썼을 때 당시 미국은 이 말을 지나친 표현이라고 해서 수용을 꺼렸는데 그때로부터 60여년이 흘러 지난 4월 영국의 Financial Times는 중국이 미국을 2014년을 기점으로 추월할 것이라고 보도했고 World Bank는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중국은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는 것이다. Joseph Stiglitz교수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말했고 심지어 영국의 Jacques martin같은 사람은 When China rules the World라는 저서를 통해 중국시대의 도래를 강조했다.

 

흔히 사람들은 고대 아테네의 투기디데스의 세력전이(勢力轉移)에 대한 이야기를 교훈으로 내세운다. 즉 한 국가가 흥기(興起)하면 경쟁국가는 전쟁을 통해 몰락한다는 것으로 페로폰네소스 전쟁은 아테네의 흥기에 대한 스파르타의 두려움에서 일어난 전쟁이었고 제1차 세계대전은 독일의 흥기에 대한 영국의 두려움이 가져온 전쟁이라고 예시하면서 미국에 대한 중국의 흥기가 마치 1차 대전이 일어난 1914년의 상황과 2014년의 현재상황이 그때와 유사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하나씩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2.나이교수의 반론

 

미국은 중국이 빠른 시일 내에 경제적으로 발전, 13억 인구를 부양해내는데 성공한 노력을 평가하고 환영한다. 13억 인구가 빈곤상태에서 세계각지로 뿌려지는 상황은 끔찍한 일로서 세계정세를 불안정케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중국이 이룬 발전을 미국이 높게 평가하는 소이다. 그러나 중국이 발전한다고 해서 미국이 쇠락하는가? 그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인간에게 생로병사가 있듯이 국가의 역사도 흥망성쇠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흥망성쇠의 주기를 알기는 힘들다.

영국은 섬나라지만 산업혁명으로 세계를 재패하였다. 그러나 영국이 누린 패권은 2차세계대전전에 이미 미국으로 옮겨졌다. 당시 미국은 세계 GNP의 25%를 생산했는데 제2세계대전으로 전 유럽이 전쟁의 폐허였기 때문에 1950년대에는 세계 GNP의 50%를 생산했다. 그러나 전재복구가 끝나면서부터 미국은 다시 GNP의 25%를 생산하고 있으며 그 추세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는 18%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

 

미국의 역량을 1945년부터 1970년대만을 떼어서 보기보다는 미국 역사의 큰 흐름에서 이해하는 것이 옳다. 그 당시는 국제체제가 단극체제로 보였지만 각국경제가 안정을 되찾으면서 국제체제는 다극화로 움직이는 것이다. 1960년대 초에는 소련이 스푸트닉을 미국보다 먼저 발사하면서 후르시초프는 미국의 시대는 끝났다고 연설했으며 당시 여론도 소련의 우세를 점쳤다. 1980년대는 일본경제의 흥기로 일본이 미국을 앞지른다는 저서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한때 일본경제의 빠른 성장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쇠락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데 소련과 일본의 처지는 전혀 달라져 있지 않는가. 한 국가의 쇠락을 측정하려면 쇠락의 상대적 기준과 절대적 기준이 있을 것이다. 상대적 기준은 좋은 예로 영국과 화란을 들 수 있다. 산업혁명이전의 화란은 영국보다 강국이었다. 그런데 산업혁명으로 영국의 국력이 화란을 앞질렀다. 화란은 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쇠락한 것이다.

절대적 기준은 한 국가가 부정부패로 내부의 응집력이 해체되어 로마가 게르만이라는 야만족에게 힘없이 붕괴되는 것처럼 내적 자기몰락의 경우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을 비교할 때 절대적 기준으로나 상대적 기준의 어느 척도를 적용해도 중국은 미국에 앞서지도 않았고 그럴 가능성도 없다. 미국은 멸망기의 로마제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나라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장래의 가능성을 놓고 국력비교를 할 경우 주요기준으로 인구, 에너지, 창의력을 보는 경우가 많다. 인구로 보면 지금 중국이 인구 제1위국가다. 제2위는 인도 이며 미국은 3위다. 앞으로 2040년 되면 인도인구가 1위, 중국이 2위 미국은 3위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둘째 기준인 에너지를 보면 미국은 세일가스 때문에 중동유전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면서 거의 자급단계로 가기 때문에 중국이나 인도와는 비교가 안 된다. 중국은 중동에서 에너지를 수송해오는 긴 수송로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창의력 부면을 보면 미국은 이민을 허용하는 개방체제를 지니기 때문에 70억 인구에서 새로운 창의력을 조달하고 이를 뒷받침할 대학과 연구시설이 짜임새 있게 갖춰져 있다. 중국이 이 수준에 도달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새로운 기술 혁신혁명이 미국에서는 계속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절대적 기준으로 본 미국의 쇠락은 있 수 없다.

다만 미국이 20세기 초에 누린 것만큼의 부를 창조하는 것은 여타 국가들도 발전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어려워진다. 미국의 우위가 지닌 절대성은 상대성으로 대체될 것이며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는 협력주의로 바뀌면서 다극화 현상이 예상된다. 나는 소프트 파워 이론을 발표한 바 있는데 힘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외교로, 문화적 우위로 풀자는 취지이며 결코 힘을 경시하는 것은 아니다. 힘이 있는 자만이 소프트 파워를 효과적으로 구사한다. 그러나 적절한 힘과 소프트 파워의 결합은 싱가포르와 같은 소프트 파워정책으로 성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3. 중국을 보는 시각

 

미국은 세계경제의 발전을 도모할 국제체제를 강화하는데 힘써왔으며 2001년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의 일원으로 가입토록 했다. 중국은 WTO가입을 계기로 경제발전의 전기를 맞이했으며 미국을 따라 올만큼 경제발전의 전망도 생겼다. 경제발전은 국력신장을 가져온다. 그러나 국력이란 자국이 원하는 것을 다른 나라로 하여금 하게 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때 중국이 오늘의 국제체제에서 그러한 힘이 있는가. 중국을 따르는 집단적인 공동체가 늘어난다면 그것은 파워가 강해진 결과라고 말 할 수 있다. 중국은 총량지표에서 독일이나 일본을 앞섰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계속 7.5%를 유지하고 미국의 그것이 2.5%로 머물러 있다면 중국은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WTO의 회원국인 중국이 7.5%의 성장률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 Somers는 중국의 고도성장은 지속될 수 없고 어느 시점에 가면 정상성장률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며 10년이 지나면 중국도 3.5%대로 성장률이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총량규모가 커져 미국을 앞지르려면 1인당 소득에서도 앞서야 하는데 미국의 1인당 소득은 중국보다 4배나 크다.

 

또 중국이 일본이나 독일을 앞섰다고 하지만 교역통계에서 보면 부가가치가 낮은 것의 총화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휴대전화를 많이 생산하지만 부품의 대부분을 수입하여 완제품으로 조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고 말하고 일자리는 많이 늘어나지만 큰 벌이를 할 자리는 적다고 지적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중국에 투자한 해외자본가들이 차지하는 몫이 중국에 남는 것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총량으로만 일본이나 독일을 제쳤다는 것이나 구매력으로 앞선다는 표현의 의미를 되씹어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Nye교수는 이어 한국도 1인당 GNP가 6000달러에서 7000달러일 때까지만 해도 권위주의적 국민지배가 가능했지만 10,000 달러를 넘어서면서부터 정부의 일방적인 국민장악력이 떨어졌다고 회고하면서 중국도 1인당 GNP가 10,000달러를 넘어선 후에도 현재와 같은 통제체제가 가능할 것인지에 의문을 던지면서 오늘날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는 반부패투쟁은 중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지만 부패가 나오는 구조를 그대로 두고 인적쇄신에만 역점을 두는 반부패투쟁은 그 성과에 한계가 있을 것이며 인민해방군 예산보다 더 많은 공안예산이 편성되고 있는 현실이 무엇을 의미하는 가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중국은 현재 일본보다 더 앞서기를 원하고 동남아 지역에 대해서도 핵심이익을 내세우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지만 베트남이나 필리핀의 반발을 유발하고 일본의 대중국투자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Nye교수는 한국인들에게 들으라는 듯 미국은 아베노믹스가 아무리 실패하더라도 미일협력은 계속 강력히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로비 때문에 대표적인 친일 미국학자로 정평이 나있다.

 

4. 평가

 

Nye 교수의 특강이 갑자기 한국고등교육재단주최로 열린 배경은 알 길이 없고 묻지도 않았다. 그러나 한미관계와 한중관계에 대한 최근 언론들의 보도태도, 즉 시진핑 방한이후 한국의 친중화(親中化) 가능성이 일고 있다는 풍문에 따른 워싱턴의 우려에서 나온 조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Nye 교수의 지론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이미 그의 여러 논문들에게 밝혀진 것들이었다. 다만 그의 소견을 한국의 일반대중을 상대로 체계적으로 발표한 점에서 특별히 주목을 받는 것에 불과하다. 한국의 친중화 가능성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반미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굳건한 한미동맹 때문에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의 전략가치가 높아졌다는 사실을 한국 국민들은 너나없이 잘 알고 있다.

중국학자들은 그간 기회 있을 때마다 한미군사동맹을 냉전의 유산이라고 비판하지만 원교근공(遠交近攻)이 중국의 주요주변국전략이었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을진대 한국은 미국과의 안보협력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싸웠던 베트남이 다시 미국과 복교하는 것을 보면 동아시아 제국의 중국관의 일면을 읽을 수 있다.

 

특히 한국은 북한의 핵문제가 안보위협으로 존재하는 한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오히려 미국 국회가 금후 10년간 국방예산을 삭감하는 추세이기 한미동맹에도 불구하고 대한방위공약을 미국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를 우리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에 관해서 Nye교수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고 질의응답사회를 맡은 김병국 교수도 관련된 토론을 잘 유도하지 못한 것이 유감이었다.

 

그러나 현재 한중관계는 경제면에서 협력의 규모가 시진핑 주석이 지난 7월 방한 시 서울대학교 강연에서 밝힌 대로 한미교역액, 한일교역액, 한·유럽교역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아졌고 한국의 대 중국무역의존도는 한국전체무역액의 26.1%인데 비해 중국의 전체 무역액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 수준이다. 따라서 한국은 그간 미국, 유럽, 중남미국가들과의 FTA를 통해 협력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한중경협을 능가할만한 대안은 없다.

이제 경제면에서 중국은 한국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되어있고 중국을 반대하거나 적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최근 THAAD미사일을 주한민군에 배치한다는 미국의 방침을 한국이 거부하라고 중국이 압력을 가하지만 이 문제는 한미양국간만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 북한 핵위협과 주한미군의 안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한미중 3자회담의 틀에서 다루어져야 할 문제다.

 

현시점에서 한국은 안경분리(安經分離) 즉 안보와 경제를 분리해서 대처한다는 입장을 확고한 외교원칙으로 굳혀 미중양국과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한일관계도 풀어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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