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아 깨어나라
차윤
현재 일본이 겪고 있는 엄청난 재난과 그 속에서 매일매일 사투하고 있는 일본을 바라보는 세계인의 시각이 의외로 다양하다. 일류애적, 감성적 시각이 있는가 하면 일본인의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처신과 반응에 놀라서 또 한번 ‘미스터리 한 일본’을 보는 눈들이 있고 한편으로는 이 절대절명의 위기다음에 재생(再生)하게 될 일본을 예견하면서 경계하고 충고하는 냉철한 시각도 있다.
‘Asia, America and the Transformation of World Politics’ 라는 저서를 통하여 미래를 날카롭게 분석하여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킨바 있는 William H. Overholt 정치학박사 (현재 하버드 대학의 선임연구의원으로 있음)가 최근에 ‘일본아, 정신차려 이 위기를 헛되이 말라(JAPAN: Don’t Waste the Crisis) 라는 제목으로 일본을 향하여 뼈아픈 충고와 함께 앞으로 일본이 나아가야 할 국가정책 방향을 대담하게 제시하고 있다.
• 위기 후에 강해지는 일본
“금번 일본이 닥친 복합적인 재앙은 세계를 경악 하게했다. 그러나 이 겹친 비극은 일본인들에게는 새로운 창조를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세계대전 후 일본은 세계를 계속 놀라게 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으로 일본은 경제적 기적을 이룩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인접국들이 일본의 본을 받아 지역적으로 경제적 기적을 이룩하였고 끝내 아시아를 공산주의로부터 지켜낼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일본은 끔찍한 충격을 겪고 나면 의례히 외부세계에 눈을 돌려서 일본이 배워야 할 것들을 찾아낸 다음 그 중에서 제일 좋은 것을 취하고 개량하여 자국의 경제기적을 창출하였다. 19세기중반에 와서 일본은 페리제독(Admiral Perry)의 흑선의 도전을 받은바 있었으나 독일로부터 교육제도를, 영국으로부터는 해군을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앞선 문물들을 도입해온 결과 급속도로 아세아의 유일한 근대경제국을 확립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맥아더 원수 점령하에서 일본은 GE로부터 노사관계를 배워 도입하고 Deming의 품질관리법과 기타 여러 가지 기업관리에 대한 지식도 습득하여 드디어 전후 경제기적을 또다시 이룩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이 일본을 자기만족에 취하게 만들었다. 1970년 중반에 이르러 일본정부는 엉뚱하게 발걸음 느린 사람들을 보조하기 시작했다. 계속 세계화(globalize)해나가야 할 판에 일본의 지도자들은 일본의 성공이 ‘일본의 문화적 특유성’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입법부는 1부 이익단체의 종속기관(자회사)가 된 것처럼 그들을 섬기기에 바빴다. 그러자 특혜를 받은 산업 즉 농업, 건설, 부동산, 은행 및 소매업으로부터 엄청난 정치자금이 유입되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 그들을 잘 모시지 않으면 아무도 선거에서 표를 얻을 수가 없을 만큼 부패돼버렸다.
결국 이 이익단체들로 인해서 경쟁이 줄어들고 보호주의가 성행하고 정신 빠진 단골손님만 늘어나면서 1970년대를 시작으로 일본의 경제성장과 생산성은 하락을 거듭하게 된 것이다. 오늘날의 일본의 침체는 1990년도에 있는 재정위기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지난 40년 동안의 부식(decay)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
이에 환멸을 느낀 국민이 민주당에게 기회를 주게 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전보다 더 악화될 뿐이었다. 조직은 엉망이 되어버리고 농업로비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와 함께 고이즈미의 우정정책개혁마저 뒤엎어버리는가 하면 세계화를 거부하면서 LDP때에 겪었던 선거재정문제를 놓고 다시 혼란에 빠져들게 되더니 마침내 핵 원전사태를 앞두고 정부의 인기가 15%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 ‘한국을 본받아라’
한국의 경우를 보자, 한국은 일본에 비하면 훨씬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두드러진 출생률의 저하, 1990년도의 재정 위기, 북으로부터의 계속 되는 안보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한국은 글로벌화를 지향했다. 여권(女權)을 신장시켜 직업전선에 내보냈으며 노동이민을 허가하고 재정개혁과 한국 내 경쟁을 활성화 하면서 유권 자로 하여금 정책선택을 할 수 있는 민주주의 기반을 다져 나갔던 것이다.
그 결과, 일본은 성장을 멈췄으나 한국은 줄기차게 성장 괘도를 달려가기에 이르렀다. 삼성과 대한항공과 같은 기업은 일본의 SONY와 일본항공을 물리치게 되었고, 미국의 총애를 한 몸으로 받아온 아시아의 동맹국이었던 일본의 자리를 한국이 차지하게 까지 되고 말았다. 2015년경에는 한국이 일본보다 구매력에 있어 훨씬 앞서게 될 것이 분명하다.
동경전력회사(TEPCO)는 영웅적인 엔지니어들을 앞세워 결사적인 사태수습을 하고는 있지만 당면한 원전사고의 중심이며 일본 정치의 응석받이로 키워진 대표적인 회사임에 틀림이 없고 민주국가에서 거의 예를 찾아 볼 수 없는 부실, 은폐, 보안 대책 전무 상태의 회사이다.
만일 TEPCO가 일본의 기본 문제의 원형이라는 것이 바르게 인식된다면, 원전사태는 오히려 새롭게 태어나는데 필요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월등한 교육제도와 최신 기술과 우수한 기업체와 고도의 교양을 겸비한 일본이 금번사태를 통하여 정신차리고 방향과 초점을 바꾸어 새롭게 되는 날에는 ‘고령사회’임 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성장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일본이 다시 한번 세계를 고무시킬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은 경쟁력을 증진시켜야 하며, 중국처럼 무역과 투자의 문을 더 활짝 열어야 하며, 한국을 본 따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노동이민을 받아드리고, 건설, 농업, 우정에 대한 낭비적인 보조를 대폭 삭감하고 부동산 시장을 자유화 하고 소득균형을 기업으로부터 소비자에게로 옮겨야 한다.
이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본 사람들에게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성숙하고 다이나믹하고 적극성 있는 리더가 요구된다. 그런 리더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일본 국민이 과거의 잘못한 일에 대해서 진정으로 격분하여 여태까지 일부 이익단체들이 일본의 양정당을 좌지우지 하기 위하여 사용한 대량의 불법자금 사용을 불법화하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만일 일본이 금번 이원전 사태를 성공적으로 수습하지 못한다면 이로 인해서 일본이 국가적으로 겪어야 할 고통은 매우 당혹스럽고 도착적이며 영구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입력 : 2011-03-31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