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동아일보 2010년 9월7일에 시린 글을 참고로 띄운다

김정일에게 남은 선택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올해 3개월 만에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미국의 대북 제재와 한국의 원조 중단, 그리고 국제사회의 압력 강화 등으로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중국에서도 필요한 원조를 얻지 못하면 남는 것은 ‘죽음의 길’밖에 없어 보인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은 완전히 환상이고 나라를 지탱하기도 어려운 지경이 될 것이다.

지난해 5월 2차 핵실험 이후 중국도 대북 제재에 가세하자 북한은 ‘조-중(朝-中) 전통 우의론’을 앞세워 도와달라고 중국 지도부를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총리로서는 17년 만에 방북했으나 신압록강대교 건설 약속과 약간의 현금 외에 북한이 얻은 것은 없다. 올해 5월 김 위원장의 방중에서도 그가 정치적 환대는 받은 듯하지만 경제적 실리는 크지 않았다. 중국은 북한의 핵 포기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취소되기 전에는 원조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바라는 것은 단순한 원조가 아니라 대규모 설비 및 공장을 통째로 지어주거나 에너지 분야의 건설, 기초설비의 투자 등 규모가 크고 광범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은 공업과 농업생산력을 크게 향상시키기를 바라지만 관건은 중국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아전인수식 계산법은 북-중 관계가 (맹목적으로 지원하고 지원받던) 냉전시대 북한과 옛 소련 관계로 되돌아가기를 바라는 것 같다. 러시아 자료에 따르면 1955년부터 1985년까지 옛 소련이 북한에 지원한 공업 분야는 모두 11개로 북한의 경제발전에 중요한 작용을 했다.

올 6월 이후 미중 관계에서 서해 한미 연합훈련과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긴장 국면이 나타나자 북한은 이를 호기로 생각한 듯하다. 다시 말해 이를 북한과 중국 동북지방 간 경제협력의 기회로 활용하고 북한이 중국에 대해 갖는 전략적 가치를 높여 실질적인 원조를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에 와있을 때 김 위원장이 굳이 중국을 방문한 것도 북한이 ‘워싱턴과 베이징(北京)’ 중에 베이징을 선택했다는 것을 중국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북-중 양국 경제협력 관계를 ‘냉전시대 모델’로 돌리려 한다면 이는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이는 북한의 정책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냉전시대 모델을 따르거나 북한에 대한 전략적인 이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비록 미중 관계가 일시적으로 기복이 있지만 ‘신냉전’으로 갈 수는 없다. 그리고 중국의 한반도에서의 가장 큰 전략적 이익은 북한 및 한국과 동시에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한국을 배제한 채 북한만이 갖는 전략적인 이익은 없다.

만약 김 위원장이 ‘중국 요소’를 잘 이용하려 한다면 두 가지 선택만이 남아 있다. 북한 비핵화와 개혁 개방에 대해 확고한 결심을 하는 것이다. 두 가지 선택은 선후는 있을 수 있지만 결국은 두 가지를 모두 실현해야 한다. 지난달 하순 김 위원장의 방중이 개혁 개방에 대한 결심을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중국은 매우 환영한다. 중국식 발전 모델을 따르고 싶다면 ‘선(先)개방, 후(後)개혁’을 권하고 싶다. 이어지는 비핵화는 그런 개혁 개방이 잘 진행되도록 보장해 줄 것이다.

주펑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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