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의 길은 갈수록 요원하다

이 글은 2018년 10월호 헌정지에 발표되었다

이 영 일(11, 12, 15대국회의원)  

1. 들어가면서

 

남북한 정상회담과 북미간의 싱가포르회담을 전후해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21세기 최대의 국제정치 화두가 외교적 타결이 가능한 과제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상황은 시간이 흐를수록 타결이 무망(無望)한 것으로 변하고 있다. 북한이 협상테이블에서는 비핵화를 약속하면서도 구체적 행동에서는 미동(微動)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지난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고 612일 싱가포르에서 발표된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대화에서도 비핵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구두(口頭)상으로나 문서상으로 합의는 하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않는 잘못된 습관을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스스로 용도를 폐기한 북한 내 핵 실험시설이나 미사일 발사 기지를 외부전문가들의 검증 없이 일방적으로 해체했다고 발표하고 자기들이 보인 성의만큼 미국도 비핵화개시의 조건으로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종결한다는 이른바 종전선언(終戰宣言)을 해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 그 자체를 전쟁상태로 보기 때문에 비핵화에서 진전이 없는 한 북한을 상대로 종전선언을 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으로부터 폐기해야 할 핵과 미사일 리스트를 받기위해 평양을 가겠다고 기자회견에서 발표한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지시로 방북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에서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교착상태를 타개한다는 명분으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북측에 제안, 오는 918일부터 3일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지난 427일 발표된 판문점 선언을 국회가 비준, 동의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판문점선언에는 금년에 실천에 옮겨야 할 과제로 종전선언을 명기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전이라도 먼저 남북한이 종전선언을 하는데 국회가 따라오도록 몰아가려는 것이다. 이하에서 지금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의 내외정세를 검토하면서 나름대로 비핵화의 전망을 가늠하는 것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

 

2. 당면한 위기의 본질

한미 간에 종전선언을 보는 태도가 이처럼 엇갈리기 때문에 국민들은 현재 정부가 추구하는 종전선언이 꼭 그렇게 되는 것이 문제해결의 정도(正道)인가 아니면 현 정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비공식적으로 평하는 이른바 종북적(從北的) 본색이 들어난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의 문제를 놓고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현시점에서 이른바 생각하는 국민’(사려 깊은 국민들)들은 오늘의 한국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하나같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는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

대한민국의 현재는 생각하는 국민들의 시각으로 볼 때 한마디로 국가안보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의식이 갈수록 고조되는 추세다.

우선 한미관계에서 심각한 우려요소가 나타났다. 트럼프 정권은 역대 미국의 어느 정권과도 달리 동맹경시(同盟輕視)정책을 가시화하고 있다. 동맹이익의 존중보다는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운다. 그는 동맹 국가들을 미국의 국력에 기대어 무임승차하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평가하면서 동맹국들이 자기 부담을 늘려서 미국이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부강하게 되어야 서로에게 유익하다는 주장을 편다. 우리 입장에서 지금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의 비핵화문제까지도 트럼프는 자기가 승리해야 할 미국 중간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카드로 이용하는가하면 때로는 한미 FTA를 재조정, 한국의 부담을 가중시켜 미국의 실리를 챙기고 있다. 트럼프는 비핵화문제를 미국적 실리외교의 틀 속에서 새롭게 재단(裁斷), 가장 중요한 대북제재의 수단의 하나인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훈련중단의 명분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주한미군의 비용절감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말로는 비핵화의 진전 없이는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일방적 중단조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분위기를 크게 이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이 강조하는 북한 핵무기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폐기가 핵위협으로부터 세계평화를 지키는 데 진의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실리외교의 한 방편으로 비핵화를 이용하려는 것인지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모든 대외정책이 대통령 한 사람의 뜻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트럼프의 언동이나 행태는 한미동맹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범국민적 기대와 신뢰를 크게 동요시켰다. 그러나 중국의 역사적인 갑()질보다는 미국이 더 낫기 때문에 우리는 한미관계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 시진핑의 중국은 동아시아 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재편성을 추진하는 한편 전 지구를 무대로 미국과 경쟁을 벌이고 아시아 주변국들을 중국과의 운명공동체에 속한다고 내몰면서 중국의 요구에 순응토록 강박하고 있다. 시진핑이 말하는 운명공동체는 중국이 깔아놓은 멍석위로 주변국들을 끌어들이고 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규범에 주변국들이 따르도록 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사드(Thaad)가 한국에 배치되었을 때 우리에게 보인 태도가 중국의 본 모습이다. 시진핑이 강조하는 아시아 집단안보 론은 아시아 국가들이 반미 친중 노선으로 단결하자는 것이다.

 

셋째로 김정은의 북한은 한국의 문재인 정권이 추구하는 남북관계개선정책을 이용, 트럼프 정권과의 대화를 트면서 미국의 군사옵션을 무력화하고 나아가 대북견제라는 국제사회의 합의를 이완시키는 분위기조성에 성공하고 있다. 또 북중 관계를 극적으로 개선, 고립무위의 상황에서 벗어났다. 이 결과 숨통이 다소 열리자마자 김정은은 비핵화를 외교카드로만 이용하면서 실제로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기정사실로 굳히는데 치중하고 있다. 실로 국가상황이 참으로 어려워졌다. 바로 여기에서 생각하는 국민들의 마음속에 위기의식이 배태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세 하에서 문재인 정권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납득할만한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내치외교를 모두 포퓰리즘(Populism)으로 둘러 대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우리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김정은이 해주기를 바라는 대로만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대외관계에 있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중심의 타산적 태도에 편승하면서도 중국과의 협력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국론은 양분되었다. 지금 국민들의 시국가치관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지향을 달리하는 두 개의 국민으로 갈라지고 있다. 친미(親美) 반북적(反北的) 국민과 용공(容共), 친중(親中), 탈미(脫美)를 지향하는 국민으로 갈리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을 집권과 통치의 주 무기로 삼겠다고 더 민주 당정전원회의(黨政全員會議)에서 강조, 천명함으로써 역대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귀 닳도록 강조하던 국민통합 이야기는 실종되었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넘어서서 앞으로 전 국민이 바라는 비핵화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를 요소별로 분석 검토하면서 앞날을 전망해보고자 한다.

 

3. 미중관계와 우리의 선택문제

 

요즈음 한중관계는 중국식 표현으로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한국의 외교관은 필자가 아는 한 한 사람도 없다. 중국공산당의 최고위층만이 알고 있는 자기들 표현이기 때문이다. 1992년 수교 이래 한중관계는 많은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이 증진되어왔다. 그러나 북경에서 보는 서울과 서울에서 보는 북경은 본질이 다르다. 중국은 주변국에 대해 말로는 상생과 호혜평등을 내세우지만 정책의 실재에서는 전통적인 조공(朝貢)질서에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다. 바로 중국몽(中國夢)이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과 대등해지려는 중국의 도전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무역보복, 기술의 대 중국유출을 철저히 차단하면서 미국의 국력에 도전하는 중국을 강력히 견제한다. 한때 중국외상이던 탕자쉔(唐家璇)은 중국외교가 지금 미국에 도전해서는 안 되며 아직도 상당기간동안 등소평이 제시한 도광양회(韜光養晦)노선을 가야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미국 시카고 대학의 John Mearsheimer교수는 앞으로 미중경쟁관계가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강대국들의 갈등구조 속에서 한국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겠는가. 그간 등소평 이래 중국지도부가 한국을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라고 부르면서 한국대통령들을 초청하고 또 우리 정부의 초청에 응해준 것은 미국 때문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입각, 세계최강의 미군이 한국에 주둔, 밀착방어(Close Deterrence)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국익을 지켜나가려면 중국을 제압할만한 국력을 가진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베트남이 한때 최악의 적이었던 미국에게 자국의 캄란만()을 이용하도록 허용, 대미협력외교의 길을 트는 것은 중국을 다룰 줄 아는 세련된 외교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점에서 우리는 한미관계를 위태롭게 할 탈미(脫美)적 자세는 항상 피해야 할 것이다.

 

4.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 문제

 

문재인 정권이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구사하는 포퓰리즘 정책은 투표로 정권의 명운이 좌우되는 민주국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가 많다. 그러나 포퓰리즘에 지나치게 매달릴 경우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에서 보듯 국가경제가 몰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안보정책이 포퓰리즘으로 흐르면 우방을 상실, 국가안보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포퓰리즘은 그 본질이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국민기만전술이고 대중영합을 통한 인기몰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일시적으로는 기만당할 만큼 어리석지만 결국에는 각성하게 되어 기만의 주체를 응징한다는 것이 공자의 가르침(民至愚 不可欺者民也)이다. 현재 문 정권에서 나타나고 경제정책상의 포퓰리즘에 대해서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찬성보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져서 국민들이 깨어나기 때문에 조만간 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안보 포퓰리즘은 국가의 안위에 관련되는 중요한 문제이면서도 국민들이 알아채기 쉽지 않다. 지금 시중에서 찬반이 극명하게 대립되는 종전선언(終戰宣言)은 오늘의 한반도 상황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안보우려의 해소와 평화달성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인가 아니면 혹시라도 전쟁이 터지면 큰일이라고 우려하거나 막연히 전쟁을 두려워하는 국민일반의 심리적 약점을 이용, 현 정권이 김정은의 주장이나 요청을 대폭 수용하면서 추진하는 대북정책에 국민들이 맹종하도록 끌고 가려는 안보 포퓰리즘이 아닌가를 진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외교정책을 자문하는 문정인 특보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김정은이 비핵화를 놓고 군부와 주민들을 설득할 명분으로 그가 요구하는 종전선언에 미국이 응해야 줘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핵이 북한주민의 핵이 아니고 3대에 걸친 세습독재자의 핵이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는 주민의사와 관계없이 김정은이 임의로 결단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은 여론국가가 아닌 1인 독재정권 아닌가. 김정은이 비핵화라는 약속이행을 위해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을 액면대로 믿고 받아드릴 사람은 지구의 어디에도 없다고 미국은 생각한다. 또 북한이 서울을 임의의 시각에 공격할 수 있도록 휴전선에 전진 배치되어 있는 장사정포가 서울을 겨냥하는 상황을 그대로 둔 채 종전선언이 내온다고 해서 비핵화가 이루어지고 평화의 전망이 트일 것으로 믿거나 기대하는 사람도 없다. 설사 어떤 형태의 종전선언이 발표된다고 해도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현재의 휴전협정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최근 인터뷰와 빅터 차의 최근 기고문 참조)

 

5. 결론: 대북양보에도 한계가 있다.

 

오늘날 남북한 관계는 대화이익이 대결이익보다 크다는 논거에서 대화가 선호된다. 더욱이 핵 이외에는 다른 카드가 없는 북한정권을 상대로 비핵화를 추진하려면 김정은을 달래고 다독이어야 한다. 대결논리만으로는 협상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두 가지다. 우선 우방의 신뢰를 얻는 것이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생각하는(思慮)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도록 모든 편의를 제공, 대결구도를 대화구도로 바꾸었다. 이를 기회로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미국과 북한간의 대화를 주선함으로써 핵문제의 외교적 타결 전망까지 만들어냈다. 문재인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과 대화를 갖게 해줌으로써 우리에게는 아무 실익이 없었지만 김정은에게는 앞에서 지적한대로 엄청난 외교적 이익을 안겨주었다. 김정은의 숨통을 터준 것이다. 여기까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노력을 김정은이 잘 활용한 결과적 혜택으로 보아줄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요소를 한미 간에 충분한 합의 없이 판문점 선언에 끼워 넣었다. 종전선언과 개성연락사무소설치다. 이 조치는 쉽게 말하면 김정은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장계취계(將計就計)한 셈이고 부정적 시각에서 보면 지금까지 진행된 남북관계의 모든 조치가 당초부터 김정은의 요구대로 진행된 것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 한미관계에서 엇박자가 나온 배경이다.

김정은은 숨통이 트이자 중국을 업고 뱃장을 키우면서 비핵화의 시한도 당초의 ‘1년 내에서, 트럼프의 임기 말로 늦추겠다고 한다. 북한은 아직까지는 시리아, 이란처럼 중국을 위한 특수 활동세력이 되어 반미투쟁에 나서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으로 문 대통령의 요구대로 판문점 선언을 우리 국회가 비준한다면 그것은 안보 포퓰리즘 정책에 휘둘렸다는 평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긍정적 시각에서 주변을 둘러보아도 비핵화의 길은 갈수록 요원해지고만 있다.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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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의 전망

이 영 일(한중정치외교포럼회장)

이글은 헌정지 2019년 1월호에 발표된 것이 초고이고 본고의 내용은 2019년 2월 14일 군산 모 공군기지에서 교양강좌로 행한 강의전문이다ㅣ.

목 차

1. 들어가기

2.중국이 먼저 시작한 도전

. 도광양회에서 유소작위로

. 신형대국관계 론을 주장

. 아시아에서 미국몰아내기 시도

. 중국 몽을 비전으로 제시

. 남중국해 전역을 해양영토로 선언하고 군사기지건설

3.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전략

. 브리튼 우즈(Bretton Woods)회의소집

. 새로운 자유무역체제의 탄생

. 미중관계의 개선

. 소련방의 해체

. 미중갈등의 시작

4. 현 단계 미국의 대 중국전략

. 기본배경

.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경대결선언

. 쉐일가스(Shale Gas) 혁명과 미국의 새로운 전략구상

. 미국은 더 이상 세계경찰이 아니다.

5. 양자관계의 전망

. 중국내부의 갈등요인

. 대외정책상의 문제

. 공산당의 자정능력소멸

. 한국학계의 일부견해

6. 한국의 선택

 

1. 들어가면서

 

바야흐로 미국과 중국 간에 무역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전쟁은 우리가 흔히 보아온 무역국가들 간에 일시적으로 일어났다가 곧 결말이 나는 경제 전쟁이 아니다. 이 전쟁은 외견상으로는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거래에서 아주 큰 폭의 적자를 보고 있는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양국이 부딪치는 갈등의 저변에는 세계정치에서 미국이 누리는 패권(覇權,Hegemon)에 중국이 도전하기 때문에 시작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그러면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일으키고 있다는데 무슨 전쟁을 패권전쟁이라고 부르는지부터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국제사회는 잘 아시다시피 정부가 없는 무정부상태이기 때문에 항상 강자가 약자를 누르는 약육강식이 지배해 왔다. 그러나 여러 국가 중에서 힘이 제일 강한 국가가 나서서 다른 국가들이 안전보장과 경제거래의 편의를 도모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규칙을 만들고 위반자를 다스려 국제질서를 유지해 나가는데 이 경우에 강한 국가를 패권국가라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새로운 세력이 부상하여 기존의 패권 국가를 누르고 새 패권국가가 등장하는데 역사적으로는 이러한 패권교체_세력교체가 16번 일어났고 이중 14번 전쟁을 통해서 패권이 교체되었고 오직 4번만이 전쟁 없이 패권을 신흥도전세력에게 물려주었다고 미국 하버드대학의 Graham Allison교수는 말하고 있다.

앨리슨 교수는 기존의 패권국들은 새로 부상하는 도전국가들이 자기의 지위를 넘보는 경향이 있음을 간파하고 거기에 대비하게 된다. 신흥 도전 국가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기존 패권국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반드시 양자 간에 갈등을 유발하는데 이를 투키디데스 함정(Thucidides Trap)이라고 한다. 투키디데스는 고대 희랍의 역사학자인데 당시 지중해 일대의 패권국인 마케도니아가 그리스의 새로운 부상에 위기를 느끼고 펠로폰네소스전쟁을 일으켜 그리스를 멸망시킨 고사를 인용하면서 투키디데스 함정이라는 말을 역사에 남겼다. 그는 펠로폰네소스전쟁에서 전사했지만 그가 쓴 펠로폰네소스전쟁사에는 기존패권국가와 새로 부상되는 신흥국가간에 패권을 다툴 전쟁이 예상될 때 튀어나오는 용어로 투키디데스 함정이라는 국제정치학의 명언을 남겼다.

 

그래함 엘리슨은 지금의 미국과 중국관계도 겉으로는 무역 갈등으로 보이지만 본질은 세계정치의 패권을 겨루는 싸움이기 때문에 단순 무역경쟁이 아니고 투키디데스함정에 빠지는 패권경쟁으로 보아야한다고 말한다. 앞으로 미중 양국 간 경쟁이나 갈등은 어느 일방이 타방에 무릎을 꿇을 때까지 장기에 걸쳐(30년으로 보는 견해도 있음)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승패를 겨루는 심각한 전쟁 그 자체로 보는 것이다.

 

핵 보유 강대국 간에는 서로 확증파괴력(MAD)이 있음을 전제하기 때문에 군사적인 요소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군사전쟁의 형태는 취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군사외적 방법으로 상대방의 패권도전의사가 완전히 꺾기거나 무력화될 때까지 경쟁과 대결이 이어지고 여기에는 무역, 시장, 식량, 에너지, 원자재, 기술력 등에 대한 접근 차단이나 방해는 물론이거니와 정치외교 및 동맹결속까지를 포함하는 다방면에 걸치는 대결이 양성화된다.

 

이러한 상황이 나타날 경우 한국처럼 지정학적으로 미중 양국의 영향권에 속하면서 동시에 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갈등의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선택해야할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고 선택이 잘못될 경우 국가존립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우리로서는 어느 경우에나 고래싸움에 새우 등터지는 상황을 피하기 힘들다. 오직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를 면밀히 타산, 승자 쪽을 택하는 지혜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하에서 우리의 선택과 진로를 모색할 상황들을 총체적으로 분석해보기로 한다.

 

2. 그러면 누가 먼저 이 전쟁을 시작했는가. 중국이 먼저 시작했다.

 

.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

중국은 1820년까지 만해도 세계GDP33%를 차지하는 강대국으로서 경제력에서는 G2아닌 G1이었다. 그러나 아편전쟁에서 패한 후(1842)부터 내리막길을 걸어 중국에서는 해군력이 와해되고 공산당이 집권한 모택동(毛澤東)시절에도 죽()의 장막에 갇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가운데 총량 GDP는 세계 GDP2%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모택동 사후 등소평(鄧小平)이 집권한 후 13년 동안(1976~1989)개혁개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당의 역할과 정부의 역할을 구별하면서 정부주도로 경제개발에 주력한 결과 중국경제수준은 세계 GDP15%까지 올라섰다.

 

등소평은 이때 자본축적이 부족하고 기술력도 떨어지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견제를 피하면서 튼실한 국력을 배양하려면 발톱을 숨기고 힘을 기르는데 주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 백년 즉 중국공산당의 창당100(1921~2021)과 중국의 건국 100(1949-2049)이 끝나는 시점을 넘어 경제발전이 더 높은 단계에 오르기까지는 힘을 기르는데 만 충실해야 한다는 이른바 도광양회 노선을 따르도록 후대에게 유지를 남겼다. 등소평의 뒤를 이은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燾)는 도광양회의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중국의 국력이 커지면서 그 정도에 맞게 국제문제에 중국의 목소리를 내자는 입장을 비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주석이 등장하면서부터 중국의 대외정책노선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다. 이렇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에 대한 미국의 지도력이 흔들리고 서구열강이 하나같이 경제적으로 휘청거리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 맞추어 중국은 2010730일을 기점으로 세계 GDP 총량에서 에서 일본을 재끼고 G2의 지위에 올랐다. 또 이와 때를 같이하여 서구 선진국들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포퓰리즘에 약한 민주주의를 이용하여 포퓰리즘으로 정권을 잡겠다는 세력들이 등장하여 민주정치의 위기가 심화되었다. 이때 중국은 베이징 컨센서스가 워싱턴 컨센서스보다 보다 유효한 체제라는데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은 자기들이 총량 GDP가 일본을 앞지르고 미국의 총량 GDP의 절반 수준까지 따라잡자 상황을 판단하는 중국 시진핑 주석의 전략 참모들은 우리가 변화된 정세에 맞게 생각하는 방식만 바꾸면 중국도 조만간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 신형 대국 관계론의 주창

 

중국의 리더십이 후진타오로부터 시진핑으로 바뀌면서 중국외교사상에서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신형대국관계 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중국도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세계문제에 대해 중국 나름의 발언권을 행사하면서 자국의 핵심이익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고 실력이 향상되면 상황을 보는 생각도 변해야 한다면서 중국외교는 이제 더 이상 도광양회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미국과 대등한 지위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시진핑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중 양국이 군사적으로 충돌을 피하려면 중국을 미국이 자국과 맞장을 트는 대국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리 없었다. 중국이 경제력에 알맞게 책임 있는 강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미국주도의 세계질서를 중국과 대등한 자격에서 논하자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거부했다.

 

. 아시아에서 미국몰아내기 시도

 

시진핑 주석은 2014520일 중국 샹하이에서 열린 제6차 아시아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Conference on Interaction an Confidence builing in Asia))에서 아시아 역내 국가들을 운명공동체라고 정의하면서 집단안보론을 주창, 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인들이 주축이 되어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아시아 집단안보구상에서 미국을 배제했다. 한마디로 아시아 대륙에서 미국을 몰아내자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영국의 The Economist지는 중국의 GDP가 조만간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측했는가하면 미국의 금융회사들도 The Economist보다는 시기는 뒤로 잡았지만 2025년부터(JP.Morgan) 27(Goldman Sachs)사이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을 얻어 중국공산당 18차 당대회 예비회담에서는 미국인구는 중국에 한참 뒤지며 자원은 피차 비슷하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 중국 몽을 비전으로 제시

 

시진핑 주석은 그가 공산당 주석에 취임하면서 위대한 중국의 부흥을 강조하면서 자기의 비전으로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웠다. 아편전쟁패전이래 중국인민들이 겪었던 수모를 넘어서서 세계의 강자의 자리를 되찾겠다는 민족주의 깃발을 들고 나온 것이다.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제18차 공산당 대회까지 에서의 중국의 대미도전은 말로 하는 도전이었다. 그러나 19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은 중국몽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도를 시기별로 제시하면서 등소평이 말했던 양 백년의 중간단계인 2035년경이면 중국이 선진화를 완료한다고 선언했다. 특히 중국은 중국몽 실현의 수단으로 2025년까지 제조업분야, 특히 IT, 우주항공, 로봇, 바이오 의약 같은 첨단 분야에서 세계를 제패,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함으로써 미국을 앞서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대양해군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첨단 항공모함 12척을 가진 미국에 맞서 중국도 세척이상의 항공모함을 만들어 해양 전력에서도 미국에 맞서겠다는 담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중국공산당 지도자가 자국의 목표를 수치로, 시간으로 외부에 공표한 것은 공산당의 전략에서 볼 때 지금까지 없었던 일인데 시진핑은 과감히 밝히고 나섰다.

 

. 남중국해 전역을 해양영토로 선언하고 군사기지건설

 

시진핑 주석은 중국본토에서 1000여마일 이상 떨어진 필리핀 북쪽부터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영역으로 펼쳐진 남중국해의 넓은 해역을 제1 구단선(九段線)에 속하는 중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해수에 잠긴 산호초들을 인공으로 개발, 군사기지를 설치하였다. 이에 대해 필리핀은 헤이그 국제상설재판소에 제소, 중국의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중국은 국제상설재판소의 판결에 무시하고 남중국해의 9단선내의 해역을 모두 자국의 핵심이익이 걸린 영토라면서 만패불청의 자세로 수호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석유에너지를 중동에서 수입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말라카 해협이 포함된 남중국해가 자기네들의 에너지확보를 위해 꼭 확보해야 할 해역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 관련된 역사속의 우화(寓話)를 끌어내어 연고를 내세우면서 억지로 둘러대서라도 자기들의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항해자유의 원칙을 앞세우면서 중국의 영토주장을 무시하고 해상작전을 펼치는가하면 중국의 주장을 반대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강력히 옹호하고 있다. 미국 항공모함은 베트남의 캄란만에 정박할 권한을 얻었다.

 

3.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전략

 

.브레튼 우즈(Bretton Woods)회의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영국과의 패권갈등 없이 영국이 누리던 패권을 자연스럽게 승계했다. 2차 세계 대전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전승국이나 전패국 할 것 없이 모두 폐허로 변했다. 소련이외의 연합국들은 전쟁에서 이겼을 뿐 전 국토와 군사력은 철저히 망가졌다. 더욱이 해군의 함대는 거의 멸종상태였다. 육군부대를 가지고 있는 내륙국가 소련도 해군병력은 사실상 존재치 않았다.

이런 상황 하에서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이후의 세계질서를 모색하기위해 독일항복을 1여년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의 뉴햄프셔 주의 브레튼우즈에서 국제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에는 미국과 동맹한 44개연합국과 이들의 식민지에서 온 730명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미국의 제안으로 3년간 이 회의를 준비해온 미국의 해리 덱스터 화이트(Harry Dexter White)와 존 메이나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3주에 걸쳐 회의를 주도한 끝에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개발부흥은행(IBRD)의 설립에 합의했다.

 

. 새로운 자유무역 경제체제의 탄생

 

이 당시까지 만해도 세계는 경제문제에서는 약육강식의 무정부 상태였고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제국주의 경제 질서였는데 이 회의에서 미국은 전후세계의 부흥문제를 놓고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이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구상을 발표하면서 참가국대표들의 동의를 구했다. 첫째 전승국으로서 미국은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영토나 전략적 요충지를 차지할 욕심이 없으며 세계 모든 국가들에게 미국의 시장을 차별 없이 개방한다. 둘째로 미국은 자국의 해군력을 통해서 다른 나라들이 해군력 없이도 전후복구와 재건에 필요한 원자재를 확보하고 원자재에 접근하고 물자를 수송할 안전을 보장해주겠다고 선언했다. 셋째로 미국은 기축통화로서 달러를 유지하면서 세계경찰로서의 군사력을 가지고 국제무역질서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 제안을 모든 참가국들이 받아들임으로써 흔히 말하는 자유무역질서의 대명사가 된 브레튼우즈 체제가 탄생하였다. 미국이 세계정치의 패자로서 세계의 경찰이 되어 수송의 안전을 보장해주고 시장을 개방해준다는 것은 실로 기쁜 소식이었다. 미국의 브레튼우즈 체제로 말미암아 세계 각국은 미국의 협력을 얻으면서 군사력에 투자할 부담을 덜고 전후복구를 진행시킬 수 있었다. 또 군사력에 의해 지탱되던 전승국들이나 전패국들의 식민지들도 식민모국의 힘이 약화됨과 동시에 거의 모두 식민지 굴레를 벗고 해방독립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에 맞서 세계재패를 꿈꾸는 소련과 소련의 지원으로 내전에 승리, 중국본토를 장악한 모택동의 중국은 브레튼 우즈체제에 참가하기를 거부했다. 이 결과 전후세계는 소련, 중국과 동구라파제국을 일방으로 하고 미국을 맹주로 하는 자유세계 간에 철의 장막이 펼쳐진 가운데 모든 협력과 교류가 단절되는 냉전적 대치의 시대가 출현했다.

 

. 미중관계의 개선

 

소련에서 스탈린이 사망한 후 중국과 소련 간에는 겉으로는 이념논쟁이라고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공산세계의 리더십을 둘러싸고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소련은 중국을 자국의 위성국가로 만들려고 하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했다. 소련의 위성국가들이 소련으로 부터 당하는 주권행사의 제한 즉 제한주권론을 중국은 결코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양자관계는 1968년 전쟁 일보 즉전까지 사태가 악화되었다. 미국은 소련의 군사적 위협에 몰리는 중국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1972년 키신저를 앞세우고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 모택동과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양국관계는 신속히 개선의 길로 들어섰다.

모택동 사망 후 등소평이 등장하면서 미중 양국 간에는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고 중국은 경제발전의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브레튼 우즈 체제의 정신에 걸맞게 미국시장을 중국에 폭넓게 개방하고 2001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회원국으로 중국을 받아들임으로써 중국이 G2수준으로 발전할 여건을 제공하였다. 이때 미국지도자들은 중국을 견제가 아닌 지원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게 해준다면 중국도 체질이 변화하여 미국주도의 자유무역체제의 규칙을 지키면서 정치민주화의 길을 내딛게 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가졌던 것이다.

 

. 소련방의 해체.

 

한편 소련은 미국과 중국관계가 개선되면서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 대신에 자국이 생산하는 석유를 밑 자본으로 하여 석유수입국인 미국을 상대로 신예무기개발에 역점을 두는 군비경쟁에 나섰다. 미국보다 한 때 앞서 나갔던 우주과학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륙 간 탄도미사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유럽을 압박할 중거리 미사일(INF)까지 개발했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도 소련을 능가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강도 높은 무기경쟁을 벌이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포용, 석유 값 인하에 주력함으로써 소련의 석유무기화를 막았다. 우선 키신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 미국의 달러화를 석유대금 결제수단으로 합의함으로써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석유생산량을 크게 늘리게 하여 석유 값의 국제시세를 대폭으로 떨어뜨렸다. 석유 판매수익으로 국가재정을 충당하던 소련의 수익은 급락했다. 이러한 상황이 길어지자 미소간의 전개된 군비경쟁에서 소련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다가 결국 1991년 볼세비키 혁명 74년 만에 소련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은 해체되고 말았다. 소련이 해체됨으로 해서 미국과 중국을 서로 협력하게 했던 공동의 적은 사라졌다. 결국 세계정치상황은 미국이 제압하려고 했던 소련의 위치에 중국이 올라서는 형국으로 변하게 되었다.

 

. 미중갈등의 시작

 

미국이 자유무역국가의 대열에 참여시켜 줌으로써 경제발전에 크게 성공한 중국은 미국이 기대했던 만큼 정치가 민주화되지도 않았고 자유무역질서의 규칙에도 따르지 않았다. 중국은 G2의 반열에 오르면서 미국이 이끌어왔던 국제질서의 수정을 요구했고 스스로 국제질서의 규칙을 자기 필요에 맞게 고치겠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대등한 지위를 갖겠다면서 양국관계를 신형대국관계로 고치자고 요구했다. 오늘날 미중대결의 본질은 한마디로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4. 현 단계 미국의 대중국전략

 

. 기본배경

 

미국의 국제정치전문가들은 유럽에서는 러시아, 중동에서는 이란,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세력이라고 정의하고 미국의 대외정책의 중점은 이들이 미국에 맞서지 못하도록 선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현시점에서는 러시아나 이란보다는 중국이 앞으로 미국과 패권을 겨루려는 실질세력으로 간주하고 대 중국견제를 미국대외정책의 핵심과제로 정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중국 측 로비스트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Kissinger는 그의 유명한 저서 중국이야기(On China)세계질서(World Order)에서 미중관계가 대서양동맹(Trans-Atlantic Alliance)처럼 앞으로는 미중양국이 태평양을 공유하는 협력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이나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는 키신저와는 달리 G2로 성장한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해오기 때문에 미중간의 전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8년 여름 한국을 방문한 그래함 엘리슨(Graham Allison)도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와 스파르타 관계에 적용된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이론을 들고 나와 도전세력으로서의 중국과 방어세력으로서의 미국 간에 충돌은 불가피하지만 가능한 한 양국은 상호간에 이해를 더욱 증진하고 신뢰를 회복,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학계의 예견과 더불어 201712월 트럼프가 발표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은 중국을 미국에 대한 경쟁자, 미국주도의 세계질서에 대한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했다.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이렇게 규정하기는 미중관계 40년의 역사상 처음이었다. 결국 냉전시기에 소련을 규정했던 미국의 전략논리가 이제는 그 목표(Target)를 중국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경대결선언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가 발표된 다음해인 2018104일 마이크 펜스(Michael Richard pence)부통령은 미국의 허드슨 연구소에서 행한 연설에서 미국이 중국에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로 강도 높게 중국의 내정과 외교를 비판했다. 중국은 해킹으로 미국의 첨단기술을 불법으로 탈취하고 중국에 투자하는 미국기업들에게 시장제공의 대가로 기술이전과 지적재산권을 강탈하는가 하면 국가가 보조하는 국영기업을 무역경쟁에 앞세우는 등 불공정 무역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국가라고 규정했다. 또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제시된 국제사회의 모든 요구를 하나도 준수하지 않으면서 자유무역의 혜택만 누려왔다고 비판했다. 또 약소국에 인프라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국영기업들을 내세워 차관을 제공하고 차관의 상환이 불가능해질 때 약소국의 내정에 개입, 이권을 빼앗으려는 함정을 파는 것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라고 규탄했다. 또 신장 위구르 지역과 티베트에서 자행되는 인권유린을 구체적으로 비판하면서 국내정치에서도 인터넷 통제를 갈수록 강화, 언론자유를 철저히 차단하는 독재국가라고 규탄했다. 양국 간에는 새로운 냉전이 시작된 것이다.

현재 트럼프는 자기만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만든 것처럼 미국역사상 최초로 중국을 전략적으로 견제하기에 앞장선 대통령으로 인정받겠다는 태세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정책에 관한 한 미국의 정계는 물론이거니와 학계, 언론계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 시기에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견제를 늦춘다면 결국 중국에 밀릴 수도 있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현재 미국여론은 중국의 성장이나 영향력확대가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넘볼 수 없도록 견제하자는데 완전한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 쉐일(Shale)가스혁명과 미국의 새로운 전략구상

 

미국은 트럼프 집권을 전후한 시기에 오래 동안 중동의 석유에 의존하던 에너지 굴레와 부담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2019년부터 미국은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에서 세계 1위가 되었으며 에너지 수출국 1위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쉐일 가스 개발기술이 향상되어 국제경쟁력을 갖는 석유와 가스를 개발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은 더 이상 자국의 석유안보 즉 에너지 안보를 위해 중동해역에 함대를 파견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간 소련의 천연가스에 의존 했던 유럽 국가들도 미국으로부터 더 싸고 안전하게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일본과 한국도 중동이 아닌 미국으로부터 석유와 가스를 직수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세계유가를 오르고 내리게 하는데 미국의 영향력은 훨씬 커졌다. 지금의 미국은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여전히 세계 GDP4분의 1을 장악하고 있으며 앞으로 200년 이상 에너지 걱정 없는 나라가 되었다.

 

. 미국은 더 이상 세계경찰이 아니다.

이런 에너지 혁명과 때를 같이하여 미국은 더 이상 세계경찰로서의 역할을 축소해나가면서 미국의 안보지원을 받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자국의 경제력에 상응하는 부담을 미국과 공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인 지원에 의존하는 안보를 안보무임승차라고 비판하면서 동맹이나 우방들과의 부담공유를 세계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간 미국은 세계경찰로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하여 지구의 도처에서 일러나는 분쟁에 직접 개입했다가 재정적자와 일반 예산적자라는 쌍둥이 적자가 해년마다 늘어나 온 국민들이 해외 개입에 피로감을 나타낸 지 오래되었다. 미국 국민여론이 이렇게 변해감에 따라 미국의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을 축소하겠다는 정책은 트럼프 아닌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나왔다. 앞으로 이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설사 재선에 실패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달라질 가능성은 적다.

2차 세계대전이후 유럽의 EUNATO 제국은 전후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경제적으로 발전했고 일본이나 한국도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을 제압할 만큼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따라서 미국은 더 이상 적자에 시달리지 않고 미국자신의 이익, 즉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주장이 여론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또 미국과 협력을 원하는 국가와는 협력하지만 미국을 제압하겠다는 중국의 편을 드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협력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는 2019년 연두교서에서 중국 측에 타국의 원천기술의 강탈이나 지적재산권의 해킹 같은 반칙적인 경제발전방식까지를 포함한 경제운용구조의 총체적인 개혁을 강도높이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이 중국 몽에 집착하고 이를 관철하기위해 중국제조 2025를 계속 추구하는 한 미중간의 무역 전쟁이 쉽사리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시진핑도 자기의 비전이나 비전달성을 위해 짜놓은 구조를 변경하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전무하기 때문에 미중대결은 당분간 불가피할 추세다.

5. 양자관계의 전망

 

지금 중국의 시진핑은 미국에 대해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히면서 군에 대해서는 전쟁준비를 명령해 놓고 경제에서도 미국의 관세공세에 맞대응하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중무역 갈등에서 중국이 얻는 대미흑자는 미국인들의 소비성향이 큰데 원인이 있을 뿐 중국 측에는 하등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한다. 중국의 이러한 도발적 대응에 미국이 물러선다면 미국은 스스로 패권적 지위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이 중국의 도전을 수정주의로 규정하고 펜스 부통령의 정책연설을 통해 강력히 대처할 것을 밝힌 것은 중국의 도전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시진핑의 결사항전주장에 대해 중국공산당과 중국인민들의 상당수는 시진핑을 지지하면서 대결노선에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중국의 한 군 장성은 미사일로 미국항공모함 2척을 파괴, 만 명의 미군장병을 죽여서 미국을 겁주자는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도기도 했다.

. 내부의 갈등 요인

중국공산당내부의 모든 세력들이 시진핑의 주장이나 입장에 공감, 지지할 것으로만 기대할 수는 없다.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우려가 지적되고 있다.

첫째 우려는 우선 이론적으로 시진핑이 도광양회라는 등소평 노선을 너무 서둘러 폐기함으로써 미국의 반발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등소평은 공산당 창건 100주년(1921~2021)과 중국건국 100(1949~2049)이라는 양 백년이 끝나는 시점까지 사회주의 초기단계(자본축적단계)를 끌고 나가야 중국의 안정적 발전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중국경제가 G2로 성장함과 때를 같이하여 시진핑은 신시대이론을 내세워 등소평 노선을 이탈한 결과 오늘과 같은 미국공세를 불렀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파리나 호랑이도 모두 때려잡는다는 반부패투쟁이 인민들에게는 박수를 받지만 공산당원이 아니고는 누구도 부패를 할 수 없는 중국의 당 국가체제(黨國家體制)하에서는 반부패투쟁이 정적(政敵)제거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일고 있다.

 

셋째로는 시진핑이 중국공산당을 마르크스주의에 가장 충직한 정당임을 강조함으로써(19차당대회 결의사항) 중국의 민주개혁을 기대하던 서방측을 낙담시켰고 중국내부에서도 당내 수직적 민주주의를 통한 체제의 자정(自淨)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세를 얻고 있다.

 

넷째로 강도 높은 방화벽(Great Fire-Wall)을 통한 인터넷이나 매스컴의 단속통제가 민주화개혁에 근본적으로 역행한다는 비판이 대내외적으로 연일 쏟아져 나온다.

 

다섯째로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은 시진핑 체제하에서 갈수록 부실화해가는 국영기업이 몰고 올 금융파탄의 위험성이다. 중국의 큰 은행들은 국영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사업의 효율성을 묻지 않고 당 방침에 따라 무조건 융자하기 때문에 대출회수전망이 없는 금융부실화가 해가 갈수록 누적된다는 것이다.

 

. 대외정책상의 문제

 

또 외교 면에서도 우려가 튀어나오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사업의 경우 치밀한 준비 없이 국영기업들이 나서서 약소국에 차관을 제공한 후 중국의 인력과 기술로 해당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현지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보잘 것 없고 또 차관상환이 어려워지면 약소국가들의 내정에 간섭, 이권을 챙기기 때문에 펜스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중국이 차관함정(借款陷穽)을 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에 부가해서 중국외교의 오랜 흐름인 원교근공(遠交近攻) 때문에 주변 국가들은 중국이 말하는 아시아 운명공동체 론에 동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중국과의 협력을 외면하려든다.

 

또 시진핑이 펼치는 남중국해역에 인공섬을 만들어 군사기지를 만드는 조치도 21세기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 행보라면서 지금은 통신 무기체계의 발달로 해외기지무용론이 일반화 되었고 기지(基地)보다는 가치 확산에 기반을 둔 동맹확보를 중시한다고 말하면서 시진핑이 말하는 중국몽(中國夢)도 결국은 19세기형 강대국 모형에 사로잡혀 정치에 경제를 예속시키는 전시대적 근대국가 패러다임을 모방하는데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을 가한다.

이와 같은 내치외교에 대한 비판 때문에 지금 시진핑의 중국은 미국의 공세라는 외환(外患)으로 말미암아 내우(內憂)를 초래할 리스크에 걸려있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 공산당의 자정(自淨)능력 소멸

 

특히 시진핑 체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공산당의 대내외정책에서 나타나는 이상과 같은 오류나 실책을 스스로 정화(淨化)하거나 시정(是正)할 능력이 시진핑 체제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시진핑이 중국몽이라는 큰 꿈을 실현한다는 명분으로 시진핑 주석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당이 그에게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 중국공산당은 제 19차 당 대회의 결의로 중국 국가주석의 임기제한조항을 헌법에서 폐지했다. 이 결과 5년에 한번 씩 중국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8500만 당원 중에서 엄선된 150여명의 당 최고전략가들이 모여 무제한 토론을 통해 당 주석을 선출하고 오도된 정책을 바로잡던 당의 자정능력을 상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수직적 민주주의가 후퇴한 결과 시진핑 1인 독재만 강화되고 정치개혁은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6

. 한국학계의 일부견해

 

그러나 한국의 중국연구가들 가운데는 트럼프 방식으로는 시진핑을 이길 수 없는 여섯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중국은 미국에 거래로 접근할 것이다. 거래의 미끼로서 트럼프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미국 제품을 많이 수입해준다. 트럼프는 좋아라하고 중국에 대한 압박을 푼다. 트럼프에게는 '이번에야 말로 중국 성장의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단호한 전략적 결기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시장(市場)'은 중국의 '()'을 능가하지 못할 것이다. 시진핑의 중국은 위기가 닥치면 당이 국가의 전면에 나서서 자원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하고, 동원한다. 8000만 엘리트로 구성된 당 권력은 선전을 통해 민의를 모으고, 일사분란하게 외부공세에 대응한다. 시장의 눈치를 봐가며 선거를 치러야 하는 트럼프의 미국이 결코 당할 수 없을 것이다. 시진핑은 지구전(持久戰)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Lincicomb).

중국은 미국이 지금까지 꺾는데 성공했던 소련이 아니고, 일본도 아니다. 트럼프는 동맹을 끌어들여 중국을 봉쇄하고, 중국 기업을 국제 분업체계에서 몰아내려 한다. 소련과 일본에 했던 그대로다. 그러나 소련과는 달리 중국은 미국 경제와 너무 깊숙하게 연결되어 있다.

일본은 미국에 안보를 의존했지만, 중국은 안보적으로 미국과 별개다. 일본이야 '미국을 자칫 잘못 건드리면 경제가 파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사로잡혔지만, 중국에는 봉쇄와 압박이 통하지 않는다.

미국도 중국과의 무역대결이 지속될 경우 미국경제가 입는 손실도 크기 때문에 그 수준은 미국경제가 감당할 정도를 넘기 어려울 것이다.

또 미국이 중국을 아무리 견제하려고 해도 중국은 이미 기술 조작, 개발 등에서 굴기에 진입했기 때문에 이미 막을 수 없는 상황이 아니다. (옌쉐퉁(閻學通) 교수 주장)

따라서 내우(內憂)가 심각히 확산되지 않는 한 미국이 대결에서 궁극적인 승자가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한다.

6. 한국의 선택

 

미국은 새해 국방예산을 6860억 달러로 책정, 작년대비 13%를 증액시키고 있다. 이 규모는 군사력 제2위에서 9위까지를 포함하는 국가들의 군사예산을 합친 총액을 상회한다. 트럼프의 대중 공세는 레이건 대통령이 마치 소련을 상대로 벌이는 군비경쟁(Star War)을 연상시킨다. 미국은 대양해군건설과 중장거리 미사일 배치에 힘을 쏟고 있는 중국을 제압하는데 모자람이 없을 만큼 강도 높게 군비를 증강한다. 군사력, 기술력, 외교력, 소프트 파워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중국견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석유의 8분의 1을 소비하고 미국은 3분의 2를 소비하는데 미국은 이제 자급단계를 넘어서서 수출단계에 진입했다.

 

시진핑은 트럼프의 일방주의가 갖는 약점을 이용, EU와 미국의 이간, 일본과 미국의 간극확대 등을 획책하지만 21세기에도 마르크스주의 노선에 가장 충직하겠다는 시진핑의 중국에 선뜻 동조할 유럽 국가들은 거의 없다. 유럽은 사상사적으로 마르크시즘을 극복한지 오래고 또 중국이 지금까지 서방측 기업들에게 강탈적으로 요구해온 기술이전이나 지식재산권탈취에 관한 적대적 태도에서는 미국과 다를 바 없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공세이외에도 경제건설에 필요한 자원, 시장, 에너지의 확보에 미국의 견제정책때문에 갈수록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시진핑은 최근 신형대국관계라는 말도 신형국제관계로 표현을 바꾸고 주변국들에 대해서도 포용적 자세를 취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사드(THAAD)파동을 겪으면서 중국의 민낯을 본 후부터는 그동안 역사 속에서 당해온 중국의 갑 질을 되새기면서 중국에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있다. 현시점에서 시진핑의 대미도전은 중국이 소성(小成)에 도취, 미국이 지닌 엄청난 강점을 과소평가한데 기인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러한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한국정부가 외교적 문맹(文盲)이 아니라면 우리는 당연히 통상 면에서 미국으로부터 불리(不利)를 당하지 않도록 실리를 챙기는 한편 한국 땅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안보우방을 가장 중요시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주둔 미군기지 중에서 가장 큰 평택기지를 가진 우리로서는 선택의 폭이나 여지가 별로 없다. 지금 우리는 미국의 군사동맹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지정학적인 근접국가로서 우리와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맺고 있다. 미중 양국과 불편한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우리에게는 가장 바람지하지만 국제정치에서 등거리 외교는 쉽지 않다. 특히 우리는 경제적으로는 미국과 1500억 달러 규모의 무역을 하는데 비해 중국과는 3000억 달러 규모의 무역거래를 하고 있는 점에서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살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숙제를 풀어내는 것이 앞으로의 국가적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미중관계는 빨리 결론이 나지 않고 시간을 끌면서 휴전과 갈등을 되풀이하는 지루한 과정이 연출될 것이다. 우리는 한 치의 방심도 없이 고래싸움에 등터지는 일이 없도록 국민적 단합과 지혜의 발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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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2국가체제와 공존질서 제도화 문제

           (이글은 헌정지 2018년 8월호에 기고된 이영일 칼럼이다) 

1. 들어가면서

1945년부터 시작된 한반도의 분단 이후 우리 국민들은 너나없이 통일을 염원했고 모든 기념식에서 가장 많이 강조되는 메시지는 통일이었다. 대통령이 누구이건, 어느 당이 집권했건 분단된 국가에서 통일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분단이 70년을 지나면서부터 통일에 대한 강조나 주장은 흔해빠진 국가 행사장의 수사(rhetoric)로는 들려도 우리가 기필코 달성해야 할 절실한 과제로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우리의 20, 30대의 젊은 세대들은 북한이 강조하는 우리민족끼리라는 말을 하나의 허구(虛構)로 보고 민족이 같거나 비슷하다고 해서 꼭 단일국가로 통일해서 살아야한다는 논리나 주장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비록 민족이 같다고 하더라도 생활방식을 달리 한 가운데 여러 개 국가로 나뉘어 사는 경우도 많고 체제가 지향하는 이념이나 성향에 따라 생활수준이나 발전수준도 달라지기 때문에 꼭 통일해서 하나의 국가 테두리 안에서만 살아야한다는 논리에 승복하지 않는 것이다. 각기 제 갈길 가는 독립된 2국가로 분립한다고 해서 딱히 문제되거나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비단 젊은 세대들의 사고방식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정부수준에서도 근래에는 공공연히 2국가 체제를 상정하는 표현들이 늘고 있다. 지금부터 46년 전인 19727.4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할 때만 해도 남북한 간의 합의문에 서명할 때는 혹시 통일을 포기하고 분단을 고정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남측이나 북측은 상대방을 국가로 인정하는 표현을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상부의 명에 의하여 000”으로 표시했던 것이다. 그러나 1991년 남북한기본합의서를 발표하고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발표할 때는 남북한의 태도가 달라졌다. 상대방의 국호를 쓰고 관등성명을 밝혔다. 이 합의서가 발표된 후 주권국가만을 회원국으로 하는 유엔에 남북한이 각기 가입하였던 것이다. 이 뿐 만인가. 지난 427일에 발표된 판문점선언에서는 대한민국대통령 문재인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각각 정식국명과 직함을 들어내놓고 서명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즉각적인 통일보다는 분단된 두 개의 국가체제의 존속을 인정하는 토대위에서 양자관계를 조절해 나가자는 접근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오늘의 한반도에서 통일과 평화 중에서 남북한 동포들의 가장 큰 공감과 지지를 얻는 주제는 무엇이겠는가. 북핵문제로 미국이 대북군사옵션을 사용한다고 트럼프가 엄포를 놀 때 또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공포가 널리 확산되었다. 증권시장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크게 떠들지는 않았지만 은근한 두려움 속에서 전쟁이 터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마음이었다. 바로 이러한 때에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는 것만은 기필코 막아야하고 또 막겠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옳은 말이라고 여기면서도 문재인 정권에 그럴 능력이 있을지를 우려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이용하여 남북한 정상회담을 열고 한반도에서의 전쟁종결과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는 한편 미국과 북한 간의 정상간 대화까지를 주선함으로써 한반도 긴장완화의 전기를 마련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남북한 동포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통일하자는 주장보다는 전쟁막자는 주장이, 통일 아닌 평화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핵화로 흐르는 여론의 흐름을 전쟁을 막자는 여론으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지자제(地自制)선거에서 압승할 수 있었다.

어떻든 평화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은 모든 세대의 남북한 동포들이 똑같이 바라는 과제로 되고 있다. 현재의 남북한 상황에서 이처럼 평화가 국민적 열망이라면 우리는 2국가체제를 전제로 종전과 평화협정 문제를 마땅히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2. 종전과 평화협정의 논의

지난 427일 판문점선언에서 남북한은 한반도에서 전쟁상태를 종결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자는데 합의했다. 현재 한반도는 지난 65년 동안 평화협정이나 강화조약으로 대체되지 못한 휴전상태에 놓여있다. 국제법이 생긴 이래 가장 오래된 휴전협정이다. 동서 양진영간에 냉전이 끝난 지도 30년이 지났지만 한반도 휴전체제를 정치적 수준의 새로운 협정으로 대체할 여건은 조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남북한 간에 정상회담이 열리고 그 연장선에서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정상대화가 이어지면서부터 한반도에서도 휴전체제를 끝내자는 논의가 일어났다. 정부는 종전선언이 한반도 비핵화의 결과로서가 아니라 체제보장을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 비핵화를 위한 분위기조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휴전체제를 대체할 평화협정체결문제도 제기되었다. 사실 평화협정문제는 이미 지난 2005년 제46자회담의 결과물인 ‘9.19 공동성명4항에서 직접 관련된 당사국들이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논의할 것을 선언했는데, 이 또한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을 시사(示唆)한 것이다.

필자는 오늘날 한반도에서 2국가 체제의 등장이 불가피하다면 남북한 간에 공존질서의 제도화를 이룩하는 방법으로서 먼저 한반도 비핵화를 이룩하고 그 결과로서 평화협정을 통한 종전(終戰)조치가 필요하다는 논리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1945년 이전의 전통 국제 법에서 말하는 평화협정이 오늘의 남북한관계에서 꼭 필요한 일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1945년 이후 유엔이 국제평화와 안전문제를 관할하는 기구로 출범한 이래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상황판단과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관련 국가들의 합의를 통한 결의로서 전통적의미의 평화협정이 대치(代置)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전쟁은 베트남전쟁과는 달리 유엔 깃 발 하에서 전개되었고 유엔 깃 발 하에서 전투행위가 끝났기 때문이다. 한국동란의 인과관계를 북한의 남침과 이에 대한 유엔의 참전을 침략을 저지하기 위한 집단안전보장조치로 보는 입장에서는 평화협정이 아닌 안보리결의를 통한 평화상태의 회복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처럼 무력침략을 자행하고 북한의 침략행위를 응원하기 위해 출병한 중국의 입장에서는 유관 당사자들끼리의 평화협정을 선호할 것이다. 필자는 현시점에서 바람직한 수순은 남북한의 평화공존질서를 제도화시켜 나가는데 도움이 될 조치로서 비핵화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유엔체제 이후 평화협정으로 전쟁을 종결시킨 대표적인 예로 흔히 베트남 전쟁을 종식시킨 1973127‘Paris Peace Accords’를 들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은 종전을 위해 일부러 평화협정을 체결할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미국이 반전여론에 밀려 조기 철군을 서두르기 위한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월맹과의 평화협정을 서둘렀는데 이 협정이 맺어짐으로 해서 그나마 유지되던 평화마저 깨지고 월남은 공산화되었던 것이다. 현시점에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북한의 핵 포기 등을 통해 대한민국과 북한 간에 실질적인평화 상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자연스럽게 북한을 국제법상 국가로 승인하고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게 될 것이다. 즉 평화협정 체결로 평화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 포기 등 현상의 변화가 평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앞으로 북한의 핵 포기 등을 통해 한반도에 실질적인 평화가 조성된다면 이는 북한이 UN안보리 결의 1718, 1874, 2094, 2270 등 관련 UN안보리 결의들을 충실히 이행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며 한반도에 실질적으로 평화가 구축되었다면 UN안보리는 한반도에 이미 평화가 구축된 점을 확인하는 새로운 UN안보리 결의를 채택하는 것이다. 이 이상의 더 좋은 평화협정이 있을까. 중국이 유관당사자로서 한반도평화체제에 꼭 발언권을 갖는 것만이 좋은 평화협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3.비핵화와 현실문제

남북한은 지난 4.27 판문점선언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핵을 완전하고 확인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도록 폐기(CVID)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비핵화를 북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도 판문점선언처럼 CVID가 표시되지 않은 한반도의 비핵화에 동의하고 북한의 안전보장(Security Assurance)을 약속했다. 그러면 한반도의 비핵화와 체제보장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한반도의 비핵화는 두말할 필요 없이 남북한이 1992년에 합의 체결한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문자 그대로 실현함과 동시에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조치도 강구해 주는 것이다.

현재 비핵화협상이 시작되는 단계에서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체제보장의 한 형식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이다. 미국이 취한 이 조치는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보다 훨씬 더 큰 양보를 미국이 북한에 해준 것이다. 한미합동 군사연습이 한번 씩 행해질 때마다 한미양국도 많은 경비가 들지만 거기에 대응해야하는 북한에게는 더 크고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핵화의 진전에 따라 미국이 북한을 법적으로 승인, 연락사무소에 이어 대사급외교사절을 파견하고 한국과 군사정보교환으로 협력하고 있는 일본도 북한을 승인하고 관계를 정상화한다면 이것 역시 북한의 안전보장을 위한 중요한 조치다. 평화협정보다 더 실질적 조치가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등의 선대의 유훈이라고 김정은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유사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할 핵우산의 원인인 한미방위동맹조약의 철폐와 주한미군의 철수까지를 포함하는 조치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북한 측과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개념 속에 주한미군철수와 한미방위동맹의 폐기까지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언동가운데 크게 달라지는 측면이 엿보인다. 트럼프는 뜻밖에도 싱가포르 정상회담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이 말하는 종전과 비핵화문제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나아가 한국정부와의 사전협의 없이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중단한다면서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주한미군의 철수까지도 고려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정부는 전혀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점에서 종전이나 평화협정을 말하는 문재인 정부의 궁극적인 노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싹튼다. 정부의 명확한 입장표명이 요망되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에 연해서 최근 진보 측 인사인 임동원 씨도 한 연설에서 그동안 우리는 군사력 증강과 안보동맹 유지 등 안보 태세를 강화하면서 전쟁을 억제하는 평화, 즉 소극적 평화를 유지해 왔으나 이제는 적극적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적대관계의 뿌리인 군사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하며 이것 없이는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나 남북관계, 북미관계의 정상화도 기대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언동에 부합하려는 듯 우리 정부도 전방(前方)의 군사시설공사 중단, 전력강화예산의 감축이나 대공 군사조직의 재편성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가 그간 그것에 의지해서 안보와 통일을 생각하고 전망하던 모든 가정(Assumption)이나 준거(Frame of References)들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북한의 상응하는 변화의 수반 없이 한국만의 일방적 조치로 추진된다면 국민여론은 크게 동요할 가능성이 있다.

 

4. 앞으로의 전망

한반도의 2국가체제는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루어진 상태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남북한 간의 평화공존질서의 제도화는 유엔동시가입부터 시작되었지만 통일논의에 눌려 그간 잠행해온 것을 양성화하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면서 현재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주도할 남북한과 미국이 평화공존질서를 제도화시켜 나갈 방도를 강구해야한다. 이런 절차의 하나로 필요하다면 종전이나 평화협정방식도 원용될 수 있다. 이런 작업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첫째로 북한은 현시점에서 트럼프 정부를 기만의 대상으로 보는 대신 진지한 협상파트너로 대하면서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 혹시라도 북한이 원교근공(遠交近攻)을 외교목표로 추구하면서 1380년 동안 한반도에 대해 갑()질을 해온 중국을 믿고 미국과 앞으로 맺게 될 새로운 협력관계를 정립하는데 실패한다면 북한은 체제의 미래를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다. 핵무기는 다른 나라를 위협할 수는 있어도 실재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아니며 비핵국가를 상대로 핵 공격을 위협한다면 국제사회의 제재는 물론이거니와 집단응징의 대상이 됨으로 해서 체제유지도 어려위질 것이다.

둘째로 한국은 북한의 능력에 대해 과대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비핵화협상이 진행되고 비록 CVID만큼의 비핵화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큰 틀에서 비핵화가 합의되고 미국, 일본 등이 북한정권과 수교되는 새로운 환경이 마련되면 북한을 보는 우리의 시각과 전망을 바꿔나가야 한다. 협력과 교류를 통해 서로 Win-Win을 도모하는 지혜를 발현해야한다. 핵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한국에 철저히 뒤진 북한의 허장성세와 위협공갈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북한의 능력을 호랑이로 보고 우리의 능력을 고양이로 보는 사고방식을 정반대로 뒤집는 것이 우리의 참된 현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종전이나 평화협정이 마련된다면 휴전선은 남북한의 경계선으로 바뀌게 되고 남북한 간의 내왕도 현재보다 훨씬 쉬워질 것이다. 또 지금 북한 내부형편도 더 이상 핵무기나 미사일개발을 밀고나갈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다. 남한의 존재를 의식하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인권이나 거주이전의 자유를 갖게 할 개방(開放)에는 다소 몸을 사리겠지만 내부체제개혁은 피할 수 없는 상태다.

지금 내외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북한도 변하며 내외정세를 보는 우리의 시각도 변하고 있다. 우리의 대북관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이제 우리도 분단모순을 실현함으로써 분단모순을 극복할 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남북한이 서로 공존 공영하는 길을 향하여 전진하다보면 남북한이 서로 잘사는 상태에서 하나로 될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이것이 곧 통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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