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사대주의를 경계 한다

 

한국의 친 중국 인사들은 36년간의 일본지배에는 분개하면서도 1250년 동안 한국을 소국으로 짓밟아온 중국의 역사행태는 까맣게 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을 인식하는 내재적 접근방식을 중국에 적용하면서 중국의 미국비판에 맞장구치고 중국의 경제적 약진을 찬양한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세기가 끝나고 중국의 세기가 왔으면 하는 기대도 넘치는 것 같다.

 

이들은 이제 강대국들 간의 세력전이도 그 시대의 핵심기술을 선점한 세력이 주도한다는 기술경쟁이론을 내세우면서 중국이 첨단기술면에서 미국을 앞선 것처럼 말한다. 또 어떤 한국학자는 "미국이 세계의 패권국가가 된 이후 미국 국력의 50% 이상까지 치고 올라온 국가가 없었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 GDP3분의 2까지 따라왔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도 전혀 없다""기존의 대국 경쟁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국 편으로 기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1215일 중국방문 시 스스로 소국임을 자처하면서 시진핑이 말하는 중국몽 실현에 중견국가로서 일익을 맡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의 특보라는 문정인도 2019124일 비록 가상적 상황임을 전제하기는 했지만 미국이 나가면 중국의 핵우산을 쓰고라도 북과 비핵화협상을 벌일 수 있다고 발언, 말썽을 일으켰다. 중국에 대한 문정권의 3() 약속부터 현재까지 집권층 인사들의 언동을 보면 서울이 미중패권 전쟁 상황에서 친 중(親中)으로 기울고 있다는 미국 측 일부의 비판적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중거리미사일(INF) 배치반대, 사드추가배치반대, ,,일 안보협력반대라는 등 중국의 내정 간섭적 요구를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중국 특색적 사회주의는 중국의 최고부자 1000명중 중국공산당 간부가 160명에 이를 정도의 불평등한 중국현실을 제도화하고 선진투자기업들로 부터 기술, 경영 노하우를 강탈하거나 지적 재산권을 해킹해서라도 자국만 발전시키면 된다는 중상주의적 국가자본보주의적 논리다.

 

한국은 중국에 3불 약속(사드 추가 불배치, 미국의 MD에 불가입, 한미일 안보조약 불참여)를 스스로 약속했지만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풀리지 않고 있다. 관광, 문화예술교류는 철저히 닫혀있으며 학술교류의 문만 조금 열고 있는데 그것도 목적은 한국학계에 친 중 세력을 키우고 미중 패권싸움에서 중국 편을 들 선전요원확보용인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정신을 똑똑히 차리고 대륙세력의 끝자락에 붙어 중국에 끌려 다니느냐 아니면 해양세력의 대륙진출교두보가 되어 국력신장을 지속할 것이냐를 결단해야한다. 우리 한국을 3-5그룹(인구 5000만 이상에 1인당 GDP 3만 달러이상인 국가가 가입하는 국가그룹)의 멤버가 되게 한 것은 지정학적으로 해양세력의 편이었기 때문임을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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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북아 정세와 한국의 국가위기

20191112

연사 : 이 영 일

동북아 공동체연구재단

목 차

1. 들어가면서

2. 동북아정세의 변동과 추이.

. 미중패권전쟁의 양상

. 미국의 대응

3. 미중관계의 전망과 그 파급예상

. 누구도 외면할 수 없거나 부정할 수 없는 현실

. 중국 상황 평가

4. 한일 간 갈등의 심화

. 수교협상의 회고

. 새로운 갈등의 등장

5.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 핵과 미사일 문제의 현황

. 북한의 핵문제와 대응

. 핵 상황처리전망

6. 글을 맺으면서

. 한국현대사의 교훈

. 최근 한국의 정치변동과 국가위기

. 안보정책상의 위기

. 종합결론

 

 

                               최근 동북아시아 정세와 한국의 위기

들어가면서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이 출범한지 어언 12개성상이 지나고 있다. 이 연구재단 발족에 동참한 사람들은 세계역사발전의 큰 축이 아시아 태평양지역으로, 특히 동북아시아로 옮아오고 있다는 시대적 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동시에 동북아시아 중에서도 한국이 이 지역발전에서 중심축이 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꿈과 비전을 공유했다.

회고컨대 지난 12년 동안 동북아시아에서는 주목할 만한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가장 큰 변화는 중국의 급성장이다. 20107월 중국이 총량GDP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솟았다. 둘째로 북한의 군사력이 핵과 미사일 등을 보유,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지역의 안전과 평화에 위협이 될 만큼 강화되었다. 셋째는 트럼프 정권의 등장과 더불어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 크게 변화했다. 우선 미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에 대한 도전세력 내지 수정세력으로서 동북아시아에서는 중국을 지목하고 이중 중국을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가장 큰 경쟁세력으로 규정, 경제는 물론이거니와 정치, 군사, 외교 등 모든 면에서 전면적인 견제정책을 펴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미중 양국 간에 패권(覇權 Hegemon)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최근 이런 정세변화이전에 한국은 국내적으로는 세계랭킹 10위에서 12위를 오르내리는 G20 권내에 드는 경제 강국의 반열에 올랐고 중국,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 경제발전을 선도하는 국가의 일원이 되었다.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한국의 위상이 크게 바뀌었다. 본 연구재단이 추구하는 동북아 지역발전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꿈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러나 2016년 정권이 교체되면서부터 국가의 제반 상황은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이 그리던 꿈과 목표를 실현할 전망을 돌연 어둡게 하고 있다. 우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한미동맹을 통한 국가안보라는 세 궤도 위에서 국가발전을 도모한다는 보수정권이 무너지고 진보를 표방하는 문재인정권이 들어서면서 부터다. 새 정권은 남북관계개선과 자주성 확립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걸고 모든 시책을 여기에 종속시킴으로써 한국의 오늘을 만들어낸 국가발전의 궤도를 크게 흔들어 놓고 있다.

국민들이 납득하고 동의할 수 있는 뚜렷한 미래비전도 내놓지 않고 기존질서만 흔들어댄 결과 경제는 연평균 성장률이 1%선으로 내려앉고 내치외교는 난맥과 혼란만 거듭한다. 나라의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국론갈등과 국민 분열이 심해지고 있다. 본고는 이러한 상황을 유념, 최근 동북아시아의 주요정세변동 요인과 여기에서 조성되는 위기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대안을 모색코자한다.

 

2. 동북아시아정세의 변동과 추이

 

. 미중패권전쟁의 양상

오늘날 미중관계를 무역 전쟁관계라고 말하지만 무역전쟁은 양국 간에 시작된 패권전쟁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질서의 주도권을 다투는 패권싸움이 양국 간에 시작된 것이다. 양국 모두 핵 강국이라는 제약 때문에 군사전쟁만을 뒤로 미룬 가운데 모든 분야에서 대결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국제정치이론의 세력전이(勢力轉移)론의 관점에서 보면 이 싸움은 중국이 미국에 도전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중국은 등소평 외교의 덕택으로 2001년 미국의 지원을 얻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했고 자유무역질서와 개발도상국지위라는 특혜를 활용, 국력의 급신장을 이루었다. 중국은 20107월 일본을 재끼고 세계2(G2)의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고 2016년부터는 구매력평가(PPP)에서 미국을 앞서기 시작했다. 여기에 힘입어 중국은 스스로 신형대국임을 내세우면서 중국도 세계문제에서 미국과 대등한 발언권을 행사하려고 시도했다. 미국은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강대국(Responsible Stakeholder)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것을 권고하고 신형대국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이 주석이 되면서부터 중국의 대미자세는 근본적으로 변했다. 시진핑은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가 말한 것처럼 세계최강국을 지향했다. 아편전쟁이후의 100년간의 치욕의 역사를 끝내고 중국이 옛날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을 비전으로 내놓았다. 시진핑은 중국의 일본추월(追越)을 상황의 큰 변화로 보고 상황이 달라지면 사고(思考)도 달라져야 한다면서 등소평의 이른바 도광양회(韜光養晦)-어둠속에서 힘을 기르자-에 중국이 더 이상 메일 필요가 없고 중국도 국제사회에서 국력에 상응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그는 2017년의 제19차 당 대회에서 창당 100년을 넘어서는 2025년에는 중국제조(中國製造) 2025’를 실현, 현대과학기술분야에서 세계선도국가가 되며 2035년에는 선진복지국가가 되고 건국 100년이 되는 2050년에는 세계최강이 되겠다는 발전시간표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아울러 그는 이렇게 큰일을 잘 감당하도록 당이 자기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요구, 2018년 개헌을 통해 당주석의 임기제한 조항을 철폐했다. 이에 대해 당내 경쟁세력들이나 중국내 민주개혁세력, 소수민족들의 반발을 억제하기 위해 시진핑은 ITAI를 이용한 디지털감시체제를 확대시행 하고 있다.

또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 Initiative(BRI)>정책을 내세워 중국의 영향력을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지역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19차공산당대회이후의 중국은 한마디로 제2차 세계대전이래 미국이 주도한 세계질서를 바꾸겠다는 도전이었다.

 

. 미국의 대응

미국정부의 새로운 대 중국정책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2018104일 미국 허드슨 연구소에서 행한 펜스 부통령의 연설이었다. 이 연설에서 펜스 부통령은 미국이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의 일원으로 포용하고 개발도상국으로 특혜를 제공한 한 것은 경제를 발전시켜 먹고 살기가 편해지면 독재정치가 풀리고 인권도 향상되며 자유가 신장되는 변화가 생기리라 기대였다. 그러나 실제로 나타난 것은 1인 독재가 모택동 때보다 더 강화되어 전체 주민들이 혹독한 디지털 감시체제하에서 자유와 인권을 박탈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펜스는 중국은 독창적인 기술개발이나 산업발전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선진투자기업들로부터 기술을 강탈하거나 도적질 하고 경영노하우까지 내놓도록 강요하면서 지적재산권의 해킹, 도적질을 통해 경제발전을 추진했는가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농촌을 떠나 도시나 해안지역으로 몰려온 자국 농민들에게 호구(戶口)제도를 적용, 외국인 노동자처럼 염가노동을 강요하고, 이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등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인권유린방식으로 경제를 키워왔다고 신랄히 비판했다. 나아가 펜스는 중국기업들이 미국에서 누리는 것과 똑같은 자유를 미국기업들도 중국에서 누리도록 허용하는 조치가 있어야 미중 간에 공정무역, 자유무역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 미중무역협상의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얻은 모든 이득은 그것이 불공정거래의 산물이기 때문에 중국의 대미무역규모 5000억 달러 중에서 그 절반에 해당하는 2500억 달러에 대해 25%이상의 관세(과거에는 10%)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시진핑도 맞불관세로 응수하면서 대미 결사항전을 선언하고 온 국민들이 애국주의기치로 뭉칠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맞불관세는 대미수입량이 미국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에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만 2019년 하반기에 매년 400억 내지 500억 불 상당의 미국농산물을 중국이 구매하겠다고 함에 따라 미국도 관세율을 25%에서 30%로 더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보류하고 기술규제를 다소 완화하는 선에서 무역협상을 타결키로 했다고 하지만 아직 시행은 보류상태다.

이러한 수준의 합의는 간헐적으로 되풀이 되면서 양국 국내정치적 필요를 다소 충족시킬 뿐 이미 시작된 패권싸움이 곧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은 아직도 5G의 큰 손인 중국의 화웨이(華爲)에 대해 동맹국들에게 거래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면 그 순간부터 중국 헤커들의 무상출입을 허용하게 될 것이라고 미국은 말한다. 미국은 또 2018년도 전략보고서에서 아시아대륙의 패자를 꿈꾸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태평양함대사령부를 인도태평양함대사령부로 재편성하면서 일본, 한국, 타이완, 필리핀, 호주, 인도를 연결, 대 중국포위망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어 미국은 구소련과 체결한 바 있던 중거리 미사일 제한협정(INF)에서 탈퇴한 후 신형 중거리 미사일을 본격 개발, 일본이나 한국 등에 배치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미국은 INF탈퇴이유로 러시아의 협정불이행을 말하지만 그 진의는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 능력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또 미국은 중국이 자기영토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에 대해 항해의 자유를 앞세워 수시로 함정을 순항시키면서 중국의 영토주장을 국제법적으로 인정치 않는다.

 

3. 미중관계의 전망과 그 파급 예상

 

. 누구도 외면하거나 피할 수 없는 현실

미국과 중국이 지금 펼치는 패권다툼에서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나라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중국에 인접한 동북아시아 국가들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으며 일본도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으면서 52개의 군사기지를 미국에 제공하고 있다. 이중 7개 기지는 유엔군사령부의 통제 하에서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하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서 일본은 동맹국의 동맹국이다. 역사에 가정법이 없다지만 현시점에서 한국, 미국, 일본이 3자 군사동맹을 맺는다면 지구상에서 경제력으로나 군사적으로 가장 강력한 동맹체가 되어 중국의 패권굴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이렇게 되면 한국의 대미전략가치는 높아지고 북한도 핵무기를 포기하고 베트남의 길을 걷게 될지 모른다.

아직 미중패권전쟁에서 최종적인 승자가 미·중의 어느 편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모든 면에서 중국을 앞선다. 우선 미국은 식량을 자급하고 에너지도 쉐일(Shale)가스 혁명을 통해 중동의존을 벗어나 자립했다. 과학기술적 창의와 군사력에서도 중국을 압도한다. 동맹외교에서나 Soft Power에서도 중국은 미국을 따라올 수 없다. 그러나 4년에 한번 씩 실시되는 대통령선거라는 국내적 제약이 있다. 또 미소(美蘇)시대와는 달리 중국은 미국에 많은 거래 선을 깔고 있어 대내적으로 풀어야 할 중국문제도 많다. 중국학자 옌쉐퉁(閻通))은 이제 중국은 필요한 기술과 인재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세계의 누구도 중국의 성장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시진핑도 지구전(持久戰)으로 밀고 나가면 미국과의 싸움에서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과의 체제상의 불리에도 불구하고 세계패권을 지키려면 중국제압은 피할 수 없다. 설사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미국의 중국제압은 계속될 것이다. 미국은 현재 중국을 압도할 최강국이지만 대국간 갈등이 가져올 세계 공동체의 피해파급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기승부를 피하면서 내파(Implosion)를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 중국 상황 평가

중국도 대내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해있다. 신강 위구르나 티베트 등 소수민족문제를 비롯하여 하나의 중국 론의 준거가 될 일국양제(一國兩制)가 홍콩 사태로 시험대에 올랐으며 타이완의 독립운동도 시진핑 정권에는 큰 부담이다. 또 미국의 인권공세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1인 독재와 디지털 감시체제 강화에 대한 중국내부 민주세력들의 저항, 당내불만세력들의 도전, 지역과 계층 간에 확대일로에 있는 불평등 때문에 시진핑 정부의 공안예산은 줄곧 국방예산을 상회하고 있다. 디지털 독재에 대한 저항을 막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119일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기념행사에서 메르켈 독일 수상은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크고 작은 어떤 장벽도 허물리고 말 것이라고 선언했다. 중구공산당과 시진핑이 자유를 향한 역사의 큰 흐름을 애국주의 선동과 감시로 끝까지 막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4. 한일 간의 갈등 심화

 

. 수교상황의 회고

이상의 정세변동요인에 부가해서 최악의 상태로 변한 한일관계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변수의 하나다. 한일관계는 1965년 어렵게 국교를 정상화했다. 어려웠던 원인은 1910년의 한일합병조약의 처리문제였다. 이승만 정부는 1910년의 합병조약이 강박에 의한 조약이기 때문에 원천무효’(Originally Null and Void)라는 입장이었고 이에 반해 일본 측은 무조건 항복을 요구한 포츠담 선언을 수용, 식민지를 모두 포기했기 때문에 한일합병조약은 이미 무효’(Already Null and Void)라는 입장으로 맞섰다. 한반도에 대한 36년간의 식민통치의 불법성을 인정치 않고 무조건 항복에 의한 식민지 포기로 한반도문제에 관한 일본의 입장을 정리한다는 것이다. 원천무효를 관철시키지 않으면 한국은 배상청구권을 갖지 못한다. 이승만 대통령이 재임중 한일수교를 거부하면서 일관해서 요구했던 주장이 원천무효였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의 비공식적 중재를 통해서 한국에 대한 식민통치는 이미 무효라는 전제하에 한국에 남겨진 일본인 재산권의 전면포기 한국에 대한 무상 경제지원 3억 달러, 유상지원 2억 달러-이중 2500만 달러를 징용노동자보상금으로 책정했다-로 양국은 협상을 타결, 수교조약을 체결하였고 국회는 이를 비준했다.

 

. 새로운 갈등의 등장

한일수교로부터 이제 54년의 세월이 흘렀다. 한국은 경제발전의 결과로 G20의 국가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 수교당시 청구권협정으로 끝났다고 여겨진 징용 노동자문제가 재론되기 시작했고 수교협상에서 중시되지 않았던 위안부 문제도 새롭게 제기되었다.

오늘날에는 국가라도 개인의 권리에 속하는 문제를 일방적으로 협상 처리할 수 없다는 인권사상이 발전했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재론을 수용하는 이유다. 그러나 문재인에 앞선 노무현 정부는 한일협정으로 일본에 대한 청구권은 소멸했다고 보고 역대정부가 제대로 처리 못한 보상 문제를 정부 책임 하에 해결하겠다면서 필요한 보상조치를 취했다. 위안부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끈질긴 협상 끝에 일본정부가 위안부문제에 대해 실질적으로 책임을 인정하는 조치를 취하게 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피해당사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논란은 남았다.

 

그러나 최근 일부 징용노동자들은 전범(戰犯)기업이라고 부르는 미쓰비시(三菱)와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개인별 배상청구소송을 제기, 한일 간에 외교문제를 일으켰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 소송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 정부와 법원 간에 합리적 해결방도를 조율하는 도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는 사태로 정권이 교체되었다. 문재인 정권의 새 대법원장은 "청구권 협상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일제(日帝)의 불법행위에 따른 '개인별 보상청구시효'는 아직 유효하다고 판시, 미쓰비시와 신일본 제철은 고소인들이 요구대로 1인당 1억 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한국국내에 투자된 미쓰비시 등의 재산을 억류, 보상받게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위반, 즉 국제 법을 위반했다고 강력 항의 하면서 한일청구권협정문에 명시된 제3자 중재절차를 따르자고 제안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이를 외면 내지 무시했다.

결국 일본의 아베정부는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로서 반도체생산의 필수요소인 불소 소재(弗素素材)3종류에 대한 수입제한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수출의 전면금지가 아니고 소재수출의 조건을 자동수출대상에서 심사케이스로 바꾸었다. 그러나 심사의 전권을 일본이 쥐기 때문에 한국기업에는 위협적이었다. 이에 맞서 한국정부도 수출입상의 대일 우대조치를 폐기함과 아울러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시한을 연기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파기시켰다. 한일관계는 최악의 사태로 치닫게 되었다. 그러나 한일관계의 단절을 피하려면 국제법적으로 유효한 한일 간의 제반협정을 준수하고 사법부의 판단이 국제법과 충돌하면 이를 치유할 국내정치차원에서 특례입법을 제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5. 북 핵과 미사일 문제

 

. 핵과 미사일 문제의 현황

동북아시아 정세가운데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다. 미국은 당초 북핵문제를 대 중국정책의 부속(附屬)문제로 간주하고 해결의 열쇠를 중국이 쥐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역대 다른 미국행정부와는 달리 북·중 관계에 내포된 갈등에 주목, 북한을 중국영향권에서 떼어놓으려는 외교공세를 시도했다. 트럼프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가짐으로 해서 김정은의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한껏 올려주었다. 이어 제2차 회담을 하노이에서 개최, 북한이 비핵화를 추동하면서 베트남 모델을 벤치마킹함으로써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빅딜(Big Deal)을 시도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빅딜을 수용할 태세가 아니었다. 트럼프의 제안을 덥석 받기에는 미·북 간에 신뢰가 얕았고 파키스탄처럼 북한도 대미협상을 통해 핵 보유를 인정받을 심산이었다.

그러나 9.11 사건에서 미국이 얻은 뼈아픈 교훈은 이슬람의 테러분자들의 손아귀에 불량국가(Rogue State)로부터 단 한 개의 핵탄두도 들어가게 해서는 미국에 큰 위협이 된다는 강한 인식이었다. 9.11을 체험한 미국으로서는 핵의 완전하고 검증되고 돌이킬 수 없게 폐기한다는 원칙(CVID)에서 한걸음도 물러설 수 없었다.

 

. 북한의 핵 상황평가

흔히 북한은 생존을 위해 핵무장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핵개발의 동기는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1950년에 실패한 무력통일을 기필코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을 제어할 핵무기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김일성의 전략적 결단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어렵고도 힘든 관문을 넘어야 한다. 첫째는 유엔안보리가 결의하는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제재의 벽이다. 둘째로는 민생경제의 파탄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이 다. 북한은 이상 두 가지의 어느 것에도 자신이 없다. 핵과 미사일의 포기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맞서면 맛 설수록 북한 자체의 안보불안은 더 커지고 민생경제도 더욱 피폐해진다. 오늘날 대다수의 국가들은 핵무기 없이도 국가안전과 경제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한 때 미국과 10년 이상 전쟁을 치룬 베트남도 핵무기 없이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을 성취하고 있다. 북한은 생존이나 안보를 위해서 핵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3대에 걸친 시대착오적 세습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현시점에서 북한은 국제제재가 지속되는 한 국가로서 존립을 유지해 나가기조차 어렵다. 식량, 의료, 에너지가 태부족한 상태를 언제까지 버티고 나갈 것인가. 북한주민들의 불만은 이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분노로 바뀌고 있다. 김정은의 손에 남은 카드는 대미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길 뿐이다. 미국을 상대로 협상하려는 것은 미국만이 핵 폐기의 대가를 실질적으로 제공할 능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핵 상황 처리 전망

미국의 트럼프대통령은 핵의 완전포기의 대가로 북한의 베트남 화(Vietnamization)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것을 트럼프는 빅딜(Big Deal) 이라고 한다. 그러나 북한 핵무기는 하루아침에 해체될 수 없다. 완전한 비핵화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적어도 핵 폐기가 가시화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북한이 지니고 있는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종류, 숫자, 위치신고(Inventory) 검증(Verification)과 사찰(Inspection) 해체(Dismantlement)관련조치 핵 폐기에 따른 보상조치(Reward),체제보장요구를 담보할 평화체제가 협상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앞으로 미국과 북한 간에 협상이 재개되면 북한은 원칙 면에서 빅딜을 수용하고 이 빅딜 속에 이상 지적된 5개항의 내용을 채우는 스몰딜(Small Deal)들을 하나로 묶어 빅딜타결로 합의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합의의 이행정도에 상응, 국제제재의 부분해제도 검토될 수 있다. 이러한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 이루어지길 바라지만 쉬울 것 같지 않다. 협상이 결렬되고 새해에 북한이 다시 핵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다면 미국은 군사적 조치이외의 다른 수단이 없다. 트럼프는 본시 북한에서는 정권을 교체해야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김정은이 완전 비핵화에 순응하면 북한의 베트남화를 지원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화염과 분노로 비핵화를 끝내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아직도 핵 보유 세습독재국가에 집착하기 때문에 협상해결의 길이 쉽게 열릴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6. 한국의 바람직한 선택

 

. 한국현대사의 교훈

한국은 국토분단 이래 지정학이 한반도에 부과했던 역사적 운명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조선조 500년을 빈곤의 굴레 속에 묶어두었던 대륙세력의 꼬리국가에서 해양세력의 대륙진출 교두보로 지정학적 운명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중국 등 대륙세력에 붙은 북한지역은 아직도 조선조 5백년처럼 1인의 자유는 있지만 만인의 자유가 없이 빈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 일본, 서구 등 해양세력으로부터 국가발전에 필요한 지식, 기술, 정보, 자본을 공급받았으며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을 촉진시켜왔다. 현재 한국의 경제적 위상은 G20에 속하는 국가로서 세계 랭킹 12위를 넘나들며 2012년부터는 세계에서 7번째로 30-50 클럽(인구 5천만 이상에 1인당 GNP 3만 불을 넘는 국가클럽)에 가입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한미동맹을 통한 국가안보라는 세 기둥 위에 국가발전의 궤도를 깔고 해양세력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기 때문에 한국은 탄탄한 궤도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 최근 한국의 정치변동과 국가위기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은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그간 단단했던 국가발전의 궤도가 크게 흔들리면서 국가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그간 한국은 4.19혁명, 5.16 쿠데타, 10,26사건으로 정권이 바뀌는 역사를 살아왔다. 그러나 정권들이 바뀐다고 해서 국가발전의 궤도이탈현상은 일어나지 않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한미동맹에 의한 안전보장이라는 국가유지의 근간은 조금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대통령과 국민 간에 국가이익개념이 다르지 않고 공유되었던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국민과 대통령 간에 국익 개념이 달리 느껴지기 시작했다. 우선 내치 면에서 국민적 합의부재의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소득주도성장, 탈 원전, 최저임금제, 노동시간의 주52시간으로의 규제, 세금복지정책 등이다. 특히 다수 국민들이 원하는 복지정책은 다음 세대나 다음 정권이 부담 없이 승계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를 통한 사회안전망 확충이었다. 문재인 정권은 이런 기대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문 정권은 세금을 국민의 혈세로 보지 않고 정권지지 세력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간주, 세금복지-‘묻지마 현금복지’-를 실시했다. 우리 국민 중 1200만 명이 이러한 세금혜택을 입고 있다고 한다. 만장일치는 아니더라도 다수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자유민주주의가 실종되고 있다. 대통령의 인사정책이 이를 그대로 입증한다. 조국(曺國)임명파동이 이를 입증한다. 문 정권은 세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른바 망국적 세금주도성장을 획책, 세금은 매년 수 조원씩 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실시하는 이러한 정책이 겨냥하는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외국 투자가들은 정치적 전망이 밝던 몇 안 되는 아시아국가들 중에서 한국의 위상이 지금 크게 흔들린다면서 국가경제운영의 방향을 바꾸라고 권고하다. 그러나 방향전환도 하지 않고 뚜렷한 미래비전의 제시도 없다. 내놓을 비전이 없을 때 쓰는 카드가 과거를 뒤집어 파헤치는 적폐청산이다. 문 정권은 여기에만 몰두한다. 국민적 혼란과 좌절만 확산된다.

 

. 안보정책상의 위기

안보외교에서도 국익개념이 전혀 공유되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현재 평화가 유지되는 것은 주한 미군이 북한의 도발을 억지(抑止)하고 북한의 핵 공세를 제압할 미국의 전략자산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이나 판문점 선언으로 평화가 도래했고 비핵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문 정권의 평화 팔기는 북측의 표현대로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소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문 정권은 전쟁보다는 나쁜 평화가 낫다면서 평화만 강조한다. 문정권이 3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군사합의나 중국과의 3불합의(3不合意)도 상대방의 행동에 전혀 구속력을 갖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게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 정부는 북한이 올해 13회에 걸쳐 유엔결의를 위반한 탄도 미사일이나 방사포를 발사해도 아무 대응도 못하면서 남북관계가 좋아졌다고 주장한다.

한일관계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징용노동자문제가 나오자 이를 빌미로 법원의 판결을 통해 36년간의 식민통치의 불법성문제를 재론하였다. 여기에 편승 반일주창자들은 한일협정을 뒤엎으려하면서 일본상품 불매, 관광 거부, 죽창으로 궐기하자는 등 시대착오적 망동을 부추겼다. 이를 비판하는 국민을 토착왜구로 몰아세우고 결국 한일갈등 속에서 GSOMIA를 연장시키지 않음으로써 양국관계를 악화시켰다. 한국은 대 중국 포위정책의 일환으로 미국이 강하게 요구하는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을 결과적으로 실현 불가능 하게 만들었다. 문재인정권이 취하는 반일(反日)정책은 미국의 대 중국 전략구도를 허물어뜨린 점에서 반미(反美)나 다름없고 미국은 한국이 동맹으로서의 의무를 방기한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행태는 한국의 전략 가치를 감소시키고 주한미군 철수 론이 나올 빌미가 될 수 있다. 이것은 문재인 정권이 한국의 국익논리를 이른바 진영논리에 종속시키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 의하면 문재인 정권이 한마디로 한국외교를 탈미(脫美), 반일(反日), 친중(親中), 종북(從北)으로 바꾸려고 할 때만 통하는 논리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주장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제 한국도 G20반열에 오른 국가인 만큼 G20국가답게 징용자문제를 한일 청구권 협정대로 정부가 맡아 해결하되 다만 한마디 일본의 불법적 식민통치로 받은 치욕의 역사를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발표로 양국갈등을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GISOMIA도 계속 유지, , , 일 관계를 명실상부한 공조로 정상화시켜야 안보위기의 현실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종합결론

최근의 한국정치변동은 흔히 보수정권을 진보정권이 대체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진보정권으로 분류되는 김대중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에서도 국익개념이 정부와 국민 간에 공유되었다. 공유되지 않으면 국론은 분열되고 혼란은 가중되며 국가는 정신적인 내전상태에 빠진다. 지난 10.3, 10.9의 국민적 시위가 이런 가능성을 말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는 침체할 수밖에 없다. 요즘 한미방위동맹도 깨지고 주한미군이 철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소리가 들린다. 문 정권은 자주국방을 강조하지만 오늘날 지구상에서 자주국방을 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국가독립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구최강국과의 안보동맹은 필수적이다. 동맹을 통해 안보혜택을 받으면 주권국가로서의 자율성에 다소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어떠한 동맹도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친중(親中)정책으로는 얻을 것이 없다. ·중의 과거사나 사드 배치 이후의 현실을 통해 우리는 중국의 민낯을 바로 보았다. 현시점에서 한국은 지구최강인 미국과의 동맹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이행해나가면서 일본과도 우호친선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 길만이 우리를 지키는 길이라 믿으면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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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세대 인생 80대의 자화상(2019년 11월 3일 Whytimes와 페이스북) 

 

지금부터 59년 전 19604, 서울의 회색빛 페이브멘트 위에 피를 흘리면서 자유와 민주를 절규했던 20대의 젊은 대학생들이 어언 인생 80대의 노인들로 변해가고 있다. 아직도 노익장을 과시하는 분들도 많지만 그러나 상당수는 인생 80이 주는 건강상의 부담 때문에 매일 한웅 큼 씩 약을 복용하거나 지팡이에 의지해서 운신하는 분들이 나날이 늘고 있다. 나는 다행히 하루 1만보이상을 걸으면서 책도 읽고 친구도 만나고 여러 가지 모임에도 머리를 내밀만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나님께서 주신 건강의 은사에 감사한다.

 

그러나 올해 103일 서울 시내의 중심부를 완전히 뒤덮은 시위군중의 엄청난 운집과 시위함성을 먼발치에서 들으면서 지금부터 59년 전의 나를 되돌아보았다. 그때 같았으면 맨 앞에 서서 마이크를 붙잡고 가장 과격한 구호를 외쳤을 난데 지금은 누구 눈에도 띄지 않을 만큼 뒷전에 서있는 나를 보았다. 나는 하이네처럼 창밖에 마르세이유 노래 소리가 들려도 못들은 채로 꽃과 여인과 현금을 타면서 호반을 거닐고 싶다고 독백하는 수준까지 내려 앉아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태양이 마구 붉은 피를 내쏟는다. 10월은 센티멘탈, 찢어진 기폭 , 스스로의 기로틴에 목이 달아난 리바이아탄의 추태를 보았는가 보았는가를 읊던 한 혁명가의 노래도 나의 노래는 아니다. 주도적 참여가 아닌 추종적 참여, 관중적 참여였다. 그러면서도 이것만이 나이든 우리들의 전부는 아닌데라고 자탄하면서 남다른 고뇌에 빠진다.

 

나아가 들었다는 것은 인생이 낡아지는 것이 아니라 잘 익는 것이라는 한 인기 가요의 가사 한 줄이 머리를 스친다. 4.19혁명과 혼란, 5.16쿠데타와 사회변혁. 한일회담 반대투쟁, 월남 파병, 10월 유신과 10.26사태, 5.18과 광주사태, 6.10항쟁과 민주화, 보수, 진보정권의 성립과 퇴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 정권의 성립 등 한국현대사의 수많은 부침과 굴곡을 목격하면서 얻고 쌓은 데서 얻은 번쩍이는 지혜가 후대들에게 줄 80대의 선물이어야 하는데 시국을 풀어갈 현자의 지혜를 내놓을 수 없는 것이 실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 대안을 내놓지 못해서 나서지 못하는 처지가 남의 눈에 안 띄는 뒷전차지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정말 낡지 않고 잘 익었다면 이러한 시기에 무언가 가시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오늘은 집권세력과 국민 간에 국익개념이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대안도 정부가 받아드릴 수 있는 정답일 수가 없다는데 오늘의 문제가 있다. 정치도, 외교도 군사상의 안보도 국민다수가 바라는 바와는 다른 길을 가는 정부에 먹힐 정답이 있겠는가. 우리 국민 모두가 국익이라고 믿는 한미동맹, 한일 친선을 국익으로 보지 않고 반일이 국익이라고 우기는 곳에 외교안보의 정답은 있을 수 없다. 범법자를 범무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그것이 정당하다고 우기는 정부를 상대로 정답을 제시하는 것은 허망한 낭비가 될 뿐이다. 현재 상황은 선거를 통하여 국익을 국민과 공유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들어 내는 도리밖에 다른 길이 없어 보인다. 우리는 지금 한국역사상 국민과 정부 간에 국익개념이 공유되지 않는 최초의 정부를 상대로 어떠한 지혜를 내놔도 정답이 될 수 없는 시대상황을 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생 80대에 접어든 4.19세대는 하루하루 늙어지고 낡아져 가고만 있다. 잘 익은 지혜가 소용될 시대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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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2019년 7월13일 페이스북

이 영 일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가 으름장을 넘어서서 한국기업에 실질적으로 고통을 줄 가능성이 분명해지고 있다. 현재 문재인 정권은 합리적인 해법을 마련하기보다는 역사의 시계바늘을 1세기 이전으로 후퇴시키는 저항민족주의-반일민족주의 선동에서 해법을 찾고 있는 듯하다. 여당 중진의 입에서 의병이야기가 나오는가하면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시민단체들의 이야기도 들린다. 여기에 맞서는 주장에 대해서는 토착왜구라는 프레임을 씌워 말조차 함부로 못하게 한다. 심지어 이순신의 배 12척으로 일본의 수백 척을 수장시킨 임진왜란시의 고사까지 들먹이면서 반일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려 한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런 넋 나간 소리가 일본의 경제제재를 푸는... 수단으로 등장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정권들 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반일은 통치의 자산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권의 인기가 폭락하거나 정권의 정책 실패를 호도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반일은 통치자산으로 쓰였다. 종군위안부 문제를 중심으로 등장한 소녀상문제도 그 명분을 어떻게 포장하더라도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가 높았던 정권의 산물이 아니다. 한일 간의 불행했던 과거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열기위해 1965년 한일국교는 정상화된 것이다. 그때 일본으로 부터 끌어낸 청구권 자금과 경협자금이 우리가 지금 이루었다고 자부하는 산업화의 마중물이었음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그것이 역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일관계를 풀어가는 문재인 정권의 태도에 불안과 걱정을 떨칠 수 없다. 지금 국민들과 내외여론은 일본이 왜 이러한 태도를 취하게 되었는가 하는 경위와 까닭을 다 알고 있다. 원인과 까닭을 치유하는 데서 해법을 찾는 것이 옳은 순서다. 지금 이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배 12척을 끌고 명량대첩을 이룰 이순신 장군 같은 지략과 지도력을 발휘해달라고 요구할 어리석은 국민들은 없다. 제대로 된 정신을 가진 국민치고 이 시기에 반일의병에 나설 국민들이 얼마나 될 까.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나설 사람들은 있겠지만 그것이 한일관계의 확실한 해법이라고 생각할 국민들은 없다.
정부는 더 이상 한일관계의 비본질적인 문제로 상황을 호도하려 하지 말고 한일국교정상화를 이룬 역사적 배경을 되새기면서 일본을 격분시킨 이유를 우리 내부에서 찾아 정당한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 한일국교를 정상화시킨 협정들도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국제규범이라는 헌법정신에 입각해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주심이 되어 내린 판결을 새롭게 평가해야한다. 아무리 독립적인 사법부의 판결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한일 간의 우호관계를 헤치고 그로 말미암아 일본보다 국력이 약한 한국기업들에게 부담과 고통을 주고 그로인하여 국민경제의 약화를 초래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현명하고 애국적인 판결이 아니다. 국회는 법원의 판결이 국제규범과 충돌할 경우 그 효력을 제한하는 입법조치를 취해야 하고 이 기반위에서 관계각료를 문책한 후 대일 협상에 나서야 한다. 제발 의병운운, 불매운동, 임란시의 배 12척 같은 이야기는 절대로 꺼내지 말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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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국은 중국에 강공책을 휘두르는가.

 

이 영 일 (대한민국 헌정회 통일연구위원장)

1. 들어가면서

 

바야흐로 미국과 중국 간에 무역 전쟁의 불이 붙었다. 우리가 미중 무역 분쟁을 전쟁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현재 펼쳐지고 있는 양국갈등이 흔히 국가들 간에 일시적으로 시작되었다가 끝나는 분쟁차원을 넘어서서 군사 대결만을 피할 뿐 그 밖의 모든 차원에서 양국이 승패를 다투기 때문이다. 지구 최강자들 간에 무역거래를 앞세운 격전이기 때문에 일반전쟁과는 달리 다른 나라들의 중립조차 허용치 않는 상황이다. 양대 강국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들은 선택의 딜레마를 피할 수 없다. 또 양대 강국의 틈바구니에서 갈등의 직접 영향을 받는 약소국들은 상황에 따라 대리전쟁(Proxy War)에 휘말릴 수도 있다. 현재 미중갈등은 양자 간에 자기 입장을 정당화하는 심리전차원을 넘어서서 구체적인 조치, 예컨대 관세부과, 물류와 자원이용, 기술의 이전까지의 통제를 포함한 봉쇄와 배제라는 심각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갈등도 본질적으로는 자원과 물류의 안전 확보라는 경제문제가 핵심이지만 이 해역에서 전개되는 미중갈등은 중국이 이 해역을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인공섬에 군사시설을 만들고 미국은 국제법상 중국영토가 아니라면서 항해 자유를 명분으로 해역침투를 강행한다.

한국은 미중 양대 강국의 틈바구니에 끼여 있다. 양국 중의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도 쉽지 않을 만큼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처지다. 한국은 미국과는 군사동맹 국가이며 중국과는 이른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다. -이 관계의 정확한 의미는 중국만이 알뿐 한국인들은 잘 모른다. 이런 상황 하에서 한국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본고는 이하에서 왜 미국이 현시점에서 중국에 유례없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이에 중국도 결사항전으로 맞대응하겠다고 나서는가를 총체적으로 개관하고 금후 한국의 진로를 검토코자 한다.

 

2. 미중간의 협력과 갈등

 

미국과 중국 간에 시작된 무역 갈등은 갈수록 확대되면서 양국 간의 패권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상호 협력적이던 양국관계가 이처럼 심각한 대립국면으로 치닫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집약한다면 미중 양국의 상대방에 대한 인식과 기대의 차이에 기인한다.

 

. 미국의 입장과 기대

우선 미국은 1960년대 후반부터 양성화되기 시작한 중소(中蘇)분쟁이 군사대결로 변해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냉전시대의 대 중국 봉쇄정책(Containment)을 포용(Engagement)정책으로 전환했다. 미국은 중소대립상황에서 중국을 옹호, 소련이 동유럽에서처럼 중국을 침공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면서 중국을 지원하였다. 미국은 대만을 외교적으로 희생시키면서 중국을 포용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에서 등소평(鄧小平)이 등장, 개혁개방정책을 펼치면서 경제발전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고 중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 할수록 경제개혁에 상응하는 정치개혁이 이루어지고 인권상황도 개선될 것을 기대했다. 미국은 이러한 기대에서 중국경제발전에 필요한 두 가지의 특혜를 제공했다. 하나는 2001년 중국이 자유무역체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의 길을 터주었다. 다른 하나는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는 최혜국(最惠國)대우를 중국에 허용, 대미무역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최근 미중 간에 관세전쟁이 불붙기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중국 수입 물자에 4%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미국상품에 10%관세를 매겼다. 미국의 이러한 정책적 배려에 힘입어 중국은 연 평균 10%를 상회하는 경제성장을 달성, 201071일자로 총량 GDP에서 일본을 앞지르고 G2의 고지에 올라섰다.

 

. 경제 분야에서의 갈등 시작

미국의 공화당은 민주당과는 달리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이전부터 중국의 발전이 필연적으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 하에 중국의 실상을 치밀하게 분석, 중국제압전략을 준비해왔다. 미국공화당의 주류인 미국보수연합(ACU)의 이론가 Peter Navarro2011년 출간된 자기 저서 중국에 의한 죽음'(‘Death by China: Confronting the Dragon A Global Call to Action)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 노선을 뒷받침할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트럼프의 대선캠프에 뛰어들었다. 그는 트럼프 가 당선된 후 백악관에 신설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을 맡았다가 현재는 백악관 무역 제조업 정책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책의 요지는 중국 공산당이 불공정무역과 비관세장벽을 앞세운 보호주의로 미국의 산업과 취업 기회를 약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연간 무역적자 8000억 달러 가운데 절반이 넘는 5040억 달러가 중국에 의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도 이 책에 담겨있다. 그는 중국을 불법적인 수출 보조와 불합리한 수입 관세 부과, 환율 조작, 짝퉁 생산, 사이버공격을 통한 지식재산권 침해, 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제, 대규모 환경오염 등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국가로 묘사한다. 그는 이러한 중국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불공정하게 취득한 재화로 만든 중국산 제품에 45% 수준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를 저지시키며 지식재산권 및 사업 기밀의 대중유출을 철저히 차단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 등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관세폭탄을 투척하고 정보통신 사업과 특히 G5사업에 대한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ZTE, 화웨이(華爲) 등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에 강력한 제동을 걸어 Navarro의 조언을 충실히 이행한다. Navarro는 중국처럼 국가자본주의와 중상주의로 나가는 세력이 세계시장에서 판치는 한 자유무역주의는 살길이 없다고 설파한다.

트럼프는 이들의 주장을 근거로 중국이 자유무역제도의 제반규칙-중국의 WTO 가입조건-을 준수하는 내부개혁을 단행하지 않는 한 고율관세를 계속 퍼붓겠다고 밝혔다. 서유럽을 비롯하여 G20국가들이 트럼프의 조치를 묵인하는 것은 그들 역시 중국과의 거래에서 유사한 아픔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 정치 분야의 갈등

중국공산당 제19차 당대표자대회는 미국이 중국을 정치차원에서 위협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진핑 주석은 당 대회 연설에서 중국의 영광을 되찾자는 민족주의 구호로서 중국몽(中國夢)을 슬로건으로 내놨다. 그는 국가주석이 되면서 즉각 국민통합을 강조하면서 내치외교의 모든 분야에서 자기 1인 영도(領導)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경제, 외사, 인터넷통제 등 주요결정을 만들어 내는 영도소조 중 여섯 개의 주요소조의 조장을 시진핑 자신이 직접 맡으면서 친정에 나섰다.

또 중국경제가 일본을 앞선 현실에 비추어 중국인들의 생각도 새로운 상황에 맞도록 바뀌어야 한다면서 등소평(鄧小平)이 제시한 도광양회(韜光養晦)노선에 중국이 더 이상 묶여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왕후닝((王滬寧)등 시진핑의 책사들이 시진핑이 영도하는 새 체제의 명칭을 도광양회를 넘어선 신시대 중국특색적 사회주의로 바꾼 까닭이다. 이들은 나아가 시진핑이 중국몽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공산당이 그의 지도력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면서 국가주석의 임기제한조항을 개헌을 통해 삭제했다. 미국이 기대했던 정치개혁이 아니라 중국정치를 모택동 시대로 역행시키는 것이었다. 동시에 시진핑은 대내통치에서 인터넷 통신망을 철저히 통제관리, 외국포탈(미국의 Google은 물론 한국의 Naver, Daum)의 진입을 차단하는가 하면 화웨이(華爲)를 통해 주민들에 대한 감시체제를 강화했다. 인민해방군예산보다 대내통치와 주민감시에 쓰이는 공안예산을 훨씬 증액했다. 경제가 발전될수록 인권과 자유가 신장되는 것이 아니라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처럼 감시와 억제가 심화되었다. 또 시진핑은 중국내의 고질병으로 부정부패척결을 강력히 추진하지만 공산당원들 모두의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니다. 공산당원이 아닌 한 부정부패를 꿈꿀 수 없는 체제하에서 진행되는 반부패투쟁은 그것이 곧 정적(政敵)제거, 1인 독재강화를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신징위구르 지역에서 회교도 주민들을 강압적으로 집단수용, 시진핑 주석이 강행한 중국공산당의 세뇌교육은 소수민족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로 지적되고 있다.

 

3. 미중 패권싸움의 시작

 

현재 미중의 싸움은 누가보아도 패권을 둘러싼 갈등이다. 미국은 패권싸움 아닌 공정무역을 향한 가치투쟁이라지만 그것은 명분이다.

 

가 중국의 선공(先攻)

누가 먼저 시작했느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중국이 먼저 시작했다고 본다. 시진핑은 집권 후 최초의 미국방문에서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론을 제안했다. 미중양국이 서로 간에 다툼 없이 공동패자(共同覇者)가 되자는 것이다. 태평양은 넓기 때문에 미중양국이 대등한 권한과 책임을 갖자면서 패권을 미중양국이 공유하자는 것이었다. 미국이 수용할리 없다. 이 주장이 먹히지 않자 시진핑은 20171018일에 열린 19차 중국공산당 당 대회에서 중국의 당장(黨章)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적 사회주의로 개정하는 한편 당 대회 보고를 통해 이른바 양 백년발전계획구상과 중국제조2025을 선포한다.

양 백년 발전계획은 중국공산당창당 100(1921~2021)과 건국100(1949~2049)중 창당 100년이 되는 2020년에는 중국사회가 더 높은 단계의 샤오캉(小康)사회를 완성, 완벽한 복지사회를 이룩한다는 것이고 건국100년이 되는 205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최강의 선진 국가를 완성한다고 하였다. 여기에 이르는 도정(道程)15년씩으로 나누어 2035년 까지 최고도로 완성된 샤오캉 사회를 이룩하면서 이 기간 중에 "중국제조 2025"의 과제로서 IT, AI, Robotics, Bio산업 등 10대 전략과제를 완성, 세계최강의 선진 국가건설의 토대를 다진다. 이어 2050년에는 지구 최강의 선진 복지국가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런 도발적 구상발표는 곧 모든 면에서 미국을 제압하겠다는 포부의 피력이다. 이것이 곧 시진핑의 정치상표(政治商標)가 된 중국 몽이며 1832년 세계 제1GNP국가였던 중국의 위상을 되찾자는 것이다. 이런 꿈을 이루도록 공산당이 시진핑을 밀어주는 힘이 임기제한철폐와 당장개정이다.

 

. 미국의 대응조치

미국은 이를 좌시할 리 없다. 하버드 대학교수 Graham Allison은 그의 예정된 전쟁이라는 책에서 고대 희랍전사(戰史)를 인용, Thucydides의 함정을 이론화하고 미중관계가 패권대결로 치달을 것인데 핵시대인 오늘날 대결이 양성화되면 지구파멸의 위기가 오기 때문에 긴 눈으로 양자관계를 조망하면서 협력의 방도를 안출해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2018104일 펜스 부통령의 미국 허드슨 연구소에서 행한 정책연설을 통해 누가 들어도 선전포고라고 할 만한 강도 높은 대 중국 비판연설을 했다. 연설 내용은 앞서 Navarro가 그의 저서에서 밝힌 중국공산당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낱낱이 예거했고 여기에 중국내 소수민족의 인권문제를 지적하였다. 또 시진핑 정권의 외교상표의 하나로 된 11(Belt and Road Initiative: 약칭 BRI)를 빈곤한 약소국에 외자제공이라는 함정을 파놓고 거기에 빠진 국가들이 채무불이행시 모든 이권을 빼앗아 가는 나쁜 행동을 한다고 지적하였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으로 수출된 중국 상품에 대해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관세폭탄은 보호무역주의를 지향해서가 아니라 중국의 불공정 무역태도를 바로 잡자는 것이며 이는 자유무역의 포기가 아니라 공정한 자유무역질서 확립에 필요불가결하다는 것이다. 중국이 자유무역주의 국제질서를 따르려면 외국투자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중국내부의 모든 제도를 개혁하고 체제내의 수많은 비과세 장벽을 제거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처럼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라는 것이다.

 

. 중국 측 대응

시진핑은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모두 개혁하라는 요구에 대해 2의 남경조약을 체결하자는 것이냐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미국에 대해 전당(全黨)과 전군(全軍)이 나서서 결사 항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들은 무역관행이 거래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한 것인 만큼 이를 인정해야 하며 설사 기술을 강제로 이전시키거나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쟁송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도 1인당 GNP5000달러 미만이었을 때는 특허료나 기술료 등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은 선례가 많았다면서 유독 중국에 대해서만 강경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또 중국이 외국원조에 메여 살기보다는 오늘날처럼 자생력을 길러 큰 발전을 이룬 것이야말로 IMF나 세계은행이 바라는 이상이 아니냐고 따진다.

 

4. 금후의 전망과 한국의 선택

 

지금 세계여론은 미국 우세를 점친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을 완전히 제압하기에는 중국의 실력이 예상외로 강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 미국우세론

지금 미국은 역량 면에서 중국이 갖지 못한 두 가지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식량과 에너지의 자급이다. 중국은 세계 석유에너지의 8분의 1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지만 미국은 세일가스혁명으로 에너지를 자급하게 되었다. 여기에 미국은 우수한 대학과 기술수준, 젊은 인구(Demographic Index), 민주정치체제로서 자기 정화(淨化)능력이 강하며 아직도 군사력은 중국에 대해 압도적으로 위위를 점하고 있다. 미국은 이제 석유 개발 기구(OPEC)들을 의식 않고 세계정치를 주도할 수 있게 되었다.

 

, 중국우세론

영국의 사학자 Jaques Martin은 그가 쓴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때(When China Rules The World)' 를 발표한 데이어 이제 중국은 모방하는 나라가 아니라 창조하는 나라로 위상이 바뀌었으며 화웨이를 비롯한 첨단 산업분야에서 기술선도국가로서의 중국리더십은 미국을 앞서갈 뿐만 아니라 구매력가격(ppp)에서도 미국을 앞서갔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한다. 또 중국학자로서 옌쉐퉁(閻學通)은 그가 쓴 “2023년의 중국에서 바야흐로 중국은 세계재패를 도모할 모든 능력을 이미 비축했기 때문에 미중패권싸움은 지구전(持久戰)으로 버티면 미국은 중국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 한국의 선택

한국은 모든 여건에서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론은 타당성을 잃고 있다. 지금 한국에는 세계 최강의 미군 28,500명이 대한민국의 심장부에 주둔해 있다. 여기에 세계적 전략가의 한 사람인 해리 해리스(Harry Harrys)장군이 미국대사를 맡고 있다. 조선조 말기에 중국의 위안스카이(袁世凱)가 용산 병영에 3000명의 청나라 군대를 가지고 조선왕정을 쥐락펴락 하던 때와 지금 사정은 다르지만 외국군이 국가의 중심에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메시지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지금 중국은 우리와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라는 중국식 표현의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한국제일의 무역파트너로서 우리의 대 중국무역의존도는 26%에 이르기 때문에 중국에 등 돌리기도 쉽잖다. 그렇다고 한국이 미중양국에 양다리를 걸치는 헤징(hedging)전략을 택할 수도 없다.

결국 한국은 정부와 기업이 역할을 분담해야 하는데 정부로서는 한미동맹의 요구에 맞춰서 중국이 아닌 미국과의 협력에 중점을 두지 않을 수 없고 그러한 의지를 명시적으로 밝혀 미국의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지난 20여 년간 중국기업들을 상대로 벌여온 거래실적을 감안할 때 기업들 간의 거래관행과 상도를 벗어난 선택을 해서는 안 될 것이며 미중관계의 변화를 내다보면서 교류와 협력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도리밖에 없다. 한국정부는 미국이 한국기업들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대미교섭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현재처럼 중 무역 갈등상황 속에서 선택의 문제는 기업들 문제라면서 두 손 놓는 정부가 되어서는 안 도리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중국의 내부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트럼프의 강공으로 시진핑의 권력유지의 핵심인 주민상대로 촘촘히 짜여진 감시 체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1인 독재와 정치개혁외면에 대한 중국지식인들의 반발이 갈수록 높아지고 등소평의 도광양회 지지 파들의 움직임도 시진핑 정책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시진핑 주석 1인의 시한없는 독재 통치는 개혁개방시대라는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미국정부가 소련해체연구로 명성을 얻은 Kiron Skinner박사를 미 국무성 정책기획국장으로 임명한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또 지난 6월 하순에 홍콩에서 들고 일어난 범죄인 송환법제정반대 시위는 중국공산당이 내세운 일국양제(一國兩制)가 커다란 시련에 봉착하게 되었고 하나의 중국을 인정치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동과 이에 부응하려는 타이완의 태도역시 시진핑의 중국 몽에 큰 부담을 줄 것이다.

 

미중 양국 간의 승부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구 최강들 간의 협상은 진행과 중단을 거듭하지만 내외정세에 비추어 중국은 미국의 공정거래요구를 끝까지 거부하기는 힘들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나름의 체면(面子)을 유지하는 선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공정무역절차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양자관계를 매듭지으면서 내일의 승리를 기약할 것이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수상이 미국은 상황이 바뀌면 언젠가 아시아를 떠날 터이지만 한국과 일본은 그때에도 다시 만나야 할 상대가 중국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는 항상 긴 호흡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견해에도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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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보는 시각

이글은 전 국회의원 이영일이 2019317일에 실시된 경동교회 청장년 평신도를 위한 월례교양강좌의 강의노트로 준비된 것입니다.

1. 왜 하노이가 선택되었는가.

<미국과 북한은 서로 다른 기대와 전략관점에서 하노이를 협상장소로 선택>

북한의 기대

김정은은 하노이는 베트남 전쟁에서 월맹이 미국을 사실상 패퇴시키고 그들 주도하에 베트남 통일을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주석 김일성이 두 차례나 방문하고 원조했던 나라의 수도였다.

1973년에 베트남에서 미군을 철수시킨 파리평화협정은 월맹군에 대해서는 철수를 요구하지 않고 미국만 6개월 내에 철수토록 하고 월남정부, 베트콩 임시정부, 중도야당세력으로 민족일치화해위원회를 구성, 베트남 장래를 결정키로 합의함으로써 월남정부의 존속에 지극히 불리한 협정이었다는 사실에 김정은은 주목했을 것이다.

파리협정으로 미군이 철수한 베트남에서는 월맹과 같은 편인 베트콩과 반정부 친 공야당인 중도세력이 나서서 당시 반공 베트남 정부를 내파(內破-Implosion)시키는 상태에서 군사침공을 감행, 1975430일 사이공을 점령함으로써 무력통일을 완수한 사실에 김정은은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북한의 조선반도비핵화와 종전선언요구, 한국 내 종북(從北)세력의 육성 지원공작은 월남의 공산화통일을 성공모델로 삼는다. 당시 반공 베트남정부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에서는 공산월맹을 압도했지만 정신전력(모략전과 사상전)에서 극도로 취약, 결국 공산화되었음은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된다.

 

미국의 기대

베트남은 한때 미국과 사활을 걸고 싸웠던 적국이었지만 지금은 미국과 협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주요한 준 동맹국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에 트럼프는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월맹은 베트남을 통일시킨 후 도이머이(刷新)-(중국식 개혁개방)를 통하여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급속히 경제발전에 성공, 빈곤에서 탈출하고 사회주의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하였다.

외교적으로는 반중국(反中國) 노선을 걸으면서 남중국해에서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위해 미군과 적극 협력하면서 베트남의 전략요충인 캄란만 기지를 미국에 사용하도록 내주면서 미국과의 안보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트럼프는 북한도 앞으로 베트남처럼 반중(反中)노선을 걸으면서 비핵화를 하고 개혁개방에 나선다면 빈곤에서 탈피, 베트남보다 더 잘 살 수 있는 국가비전을 꿈꿀 가장 적합한 모델로 하노이를 선택한 것 같다.

 

2. 북 양측의 전략 충돌

 

북한의 전략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의 폐기를 조건으로 미국과 유엔안보리가 부과하고 있는 제재를 큰 틀에서 해제할 것을 요구하면서 내심으로는 제재의 부분해제로 타협을 이끌어내는 해법 즉 비핵화를 여러 단계로 나누고 매단계마다 하나씩 대가를 얻어내는 Small Deal을 기도했음

한반도 종전선언이나 개성공단재개, 북한철도에 대한 한국의 지원은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하노이 회담의 결과로 당연히 주어질 것으로 예단하면서 주요제재의 해제에 역점을 두었음. 북한이 이런 결정을 하는 데는 문재인 정부의 두 가지 조치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가 원한다면 북한의 경제발전에 필요한 모든 부담을 한국이 떠맡겠다는 입장을 하노이회담 전에 발표했고 특히 225일 청와대 대변인은 종전선언은 이번 정상간 회담에서 틀림없이 이뤄질 것으로 단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과 대번인의 이상의 발표를 지켜보면서 Biegun특사가 대표하는 한미워킹 그룹에서 한미 간에 이러한 주장에 양해가 성립된 것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선 작년 3월에도 한국의 방북 특사들은 미국을 방문, 김정은 면담결과를 트럼프에게 보고하면서 김정은이 말한 조선반도의 비핵화북한의 비핵화로 왜곡, 보고하고 김정은에게 비핵화의지가 확실하니 정상회담에 응하라고 권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을 속인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을 한번도 사용한 일이 없었으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핵 국가인 주한미군의 완전철수와 유엔군사령부의 해체, 주일미군의 대북공격 가능성 까지를 차단하는 북한의 최대 안보정책개념을 줄곧 주장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핵 없는 한국은 문제 삼지 않고 북한에서 대량살상무기로서의 핵과 그 운반수단, 생물학적 무기의 총체적 포기를 비핵화로 이해했다.

김정은은 하노이에서 영변 핵개발 시설 포기의 대가로 최소한 종전선언을 비롯,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재개 등 남북한관계 발전부문에서라도 미국이 제재를 푸는데 동의해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빗나갔다.

 

미국의 입장

트럼프는 싱가포르 회담을 마친 후부터 북 핵을 다룰 외교카드로서 흔히 말하는 Big Deal을 구상했다. 즉 미국이 요구하는 대량살상무기로서의 핵과 그 운반수단(ICBM) 및 생화학무기를 북한이 포기한다면 미국은 북한과 수교하는 한편 필요한 경제 원조를 제공, 베트남이상의 경제적 부를 누리게 해주면서 북한이 스스로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구상했다.

트럼프는 북한의 핵문제와 그 배후가 되는 중국문제를 별개로 보지 않고 중국을 경제적으로 강력히 견제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와 탈 중국 화를 획책하고 있다. 싱가포르회담 다음날인 2018613일부터 대 중국경제 제재, 즉 관세폭탄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바로 1:1로 직접 대화함으로써 중국이 의장국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하던 6자회담모델을 깨고 미국과 북한이 양자 간에 핵문제를 해결할 여건을 만들었다. 지금 중국은 북한문제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을 만큼 강도 높은 미국의 대중국견제망을 뚫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을 배후에서 응원해주었던 중국과 러시아가 냉전시대처럼 북한을 도울 수 없는 상황을 경제적으로 조성, 북한이 자력으로 미국의 비핵화공세에 대처하도록 몰아가고 있다.

하노이에서 트럼프는 북한의 Small deal책략에 매력을 잃고 No Deal을 선택했다. 이는 미국 국내정세가 트럼프의 우선순위에서 북한보다 더 중요한 상황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Small Deal은 역대 미국정부가 실패해온 길이기 때문에 미국 민주당이나 공화당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컸다. 여기에 자기를 향한 Michael Kohen의 기자회견, 비상사태선언에 대한 의회의 반발 등도 No Deal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이 지난 15개월 동안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자제해 온 점을 참작,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조치를 북한에 대한 보상으로 연장해 주고 있다.(싱가포르 회담이후부터 실시)

 

3. 금후의 전망

착한 강대국은 없다.

한국이나 북한은 어느 경우에나 국제정치차원에서는 플레이어(Player)가 아닌 말이다. 강대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이나 북한의 차이를 크게 의식하지 않으면서 그때 그 때의 자기들의 국익에 비추어 유리한 선택을 해왔다. 구엔 반 티우 월남대통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닉슨은 파리협정에 조인한 후 월남에서 철군하면서 유사시 파병하거나 공중지원을 다짐했다. 그러나 미군철수 후 닉슨은 Watergate사건으로 대통령 직을 물러났고 닉슨을 승계한 포드가 요구한 베트남지원법안이 의회에서 폐기된 직후 베트남은 공산화되었다.

한국은 월남과 다르다.

미국은 중국견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미국에 대한 패권도전을 결코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평택은 미국의 해외주둔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할 가장 큰 군사기지다. 미국이 중국견제에 힘을 쏟고 있는 한 북한이 원하는 주한미군의 철수는 어렵다. 또 북한이 중국의 묵인과 협력 하에 핵과 미사일을 보유한 사실자체를 미국은 전쟁도발상태로 보기 때문에 핵 폐기 없는 종전선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 종전선언의 허구성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6.25동란을 북한은 민족해방전쟁이라고 부른다.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에게 종전선언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종전선언을 내세우는 것은 한반도 정세를 제2의 월남사태로 유도하려는 평화공세에 불과하다. 미국의 대중국견제가 실행 중인 상황에서 북한의 위장평화공세가 먹히기 힘들 것이다.

ICBM만 포기하면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할 것이라는 설.

ICBM을 포기하면 북한의 핵무장은 유명무실해진다. 핵 운반수단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격을 막기 위해 개발한 핵탄두 장착의 ICBM을 없애는 것은 북한입장에서는 핵무기의 포기와 다름없다. 북한이 핵과 ICBM을 떼어서 협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조치가 갖는 의미

네 가지 주장이 있다. 15개월간 지속되고 있는 핵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보상 설 훈련경비의 과다 설(트럼프의 공식명분) 미래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합동군사훈련이 필요하다는 전통적 주장을 북한에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설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불신 설 등이다.

트럼프기 말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에 수억 달러가 들어간다는 주장은 과장이다. 실제로는 1400만 달러 정도다. 현시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항의 불신설이다. 첫째 동맹은 공동의 적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인데 한국정부는 북한을 주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한다. 둘째 남파간첩에 대한 한국정부의 체포, 단속의 약화나 부재다. 이 때문에 합동군사훈련에 수반되는 비밀의 유출을 미국 측이 우려한다고 한다.

한국의 선택

한미동맹의 강화와 북한의 체제변화유도가 핵 폐기의 지름길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상황 속에서 한국은 세일가스로 에너지문제를 해결한 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북한의 체제변화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대화와 교류도 북한체제변화유도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이 사라진 상황 하에서 김정은은 결국 미국의 빅딜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길로 나가는 것이 국익을 실현하는 길이다.

그러나 80평생 통일과 안보문제를 공부해온 필자로서는 작금년처럼 우리 정부와 국익개념이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민하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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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의 길은 갈수록 요원하다

이 글은 2018년 10월호 헌정지에 발표되었다

이 영 일(11, 12, 15대국회의원)  

1. 들어가면서

 

남북한 정상회담과 북미간의 싱가포르회담을 전후해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21세기 최대의 국제정치 화두가 외교적 타결이 가능한 과제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상황은 시간이 흐를수록 타결이 무망(無望)한 것으로 변하고 있다. 북한이 협상테이블에서는 비핵화를 약속하면서도 구체적 행동에서는 미동(微動)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지난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고 612일 싱가포르에서 발표된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대화에서도 비핵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구두(口頭)상으로나 문서상으로 합의는 하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않는 잘못된 습관을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스스로 용도를 폐기한 북한 내 핵 실험시설이나 미사일 발사 기지를 외부전문가들의 검증 없이 일방적으로 해체했다고 발표하고 자기들이 보인 성의만큼 미국도 비핵화개시의 조건으로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종결한다는 이른바 종전선언(終戰宣言)을 해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 그 자체를 전쟁상태로 보기 때문에 비핵화에서 진전이 없는 한 북한을 상대로 종전선언을 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으로부터 폐기해야 할 핵과 미사일 리스트를 받기위해 평양을 가겠다고 기자회견에서 발표한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지시로 방북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에서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교착상태를 타개한다는 명분으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북측에 제안, 오는 918일부터 3일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지난 427일 발표된 판문점 선언을 국회가 비준, 동의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판문점선언에는 금년에 실천에 옮겨야 할 과제로 종전선언을 명기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전이라도 먼저 남북한이 종전선언을 하는데 국회가 따라오도록 몰아가려는 것이다. 이하에서 지금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의 내외정세를 검토하면서 나름대로 비핵화의 전망을 가늠하는 것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

 

2. 당면한 위기의 본질

한미 간에 종전선언을 보는 태도가 이처럼 엇갈리기 때문에 국민들은 현재 정부가 추구하는 종전선언이 꼭 그렇게 되는 것이 문제해결의 정도(正道)인가 아니면 현 정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비공식적으로 평하는 이른바 종북적(從北的) 본색이 들어난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의 문제를 놓고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현시점에서 이른바 생각하는 국민’(사려 깊은 국민들)들은 오늘의 한국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하나같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는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

대한민국의 현재는 생각하는 국민들의 시각으로 볼 때 한마디로 국가안보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의식이 갈수록 고조되는 추세다.

우선 한미관계에서 심각한 우려요소가 나타났다. 트럼프 정권은 역대 미국의 어느 정권과도 달리 동맹경시(同盟輕視)정책을 가시화하고 있다. 동맹이익의 존중보다는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운다. 그는 동맹 국가들을 미국의 국력에 기대어 무임승차하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평가하면서 동맹국들이 자기 부담을 늘려서 미국이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부강하게 되어야 서로에게 유익하다는 주장을 편다. 우리 입장에서 지금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의 비핵화문제까지도 트럼프는 자기가 승리해야 할 미국 중간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카드로 이용하는가하면 때로는 한미 FTA를 재조정, 한국의 부담을 가중시켜 미국의 실리를 챙기고 있다. 트럼프는 비핵화문제를 미국적 실리외교의 틀 속에서 새롭게 재단(裁斷), 가장 중요한 대북제재의 수단의 하나인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훈련중단의 명분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주한미군의 비용절감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말로는 비핵화의 진전 없이는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일방적 중단조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분위기를 크게 이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이 강조하는 북한 핵무기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폐기가 핵위협으로부터 세계평화를 지키는 데 진의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실리외교의 한 방편으로 비핵화를 이용하려는 것인지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모든 대외정책이 대통령 한 사람의 뜻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트럼프의 언동이나 행태는 한미동맹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범국민적 기대와 신뢰를 크게 동요시켰다. 그러나 중국의 역사적인 갑()질보다는 미국이 더 낫기 때문에 우리는 한미관계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 시진핑의 중국은 동아시아 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재편성을 추진하는 한편 전 지구를 무대로 미국과 경쟁을 벌이고 아시아 주변국들을 중국과의 운명공동체에 속한다고 내몰면서 중국의 요구에 순응토록 강박하고 있다. 시진핑이 말하는 운명공동체는 중국이 깔아놓은 멍석위로 주변국들을 끌어들이고 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규범에 주변국들이 따르도록 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사드(Thaad)가 한국에 배치되었을 때 우리에게 보인 태도가 중국의 본 모습이다. 시진핑이 강조하는 아시아 집단안보 론은 아시아 국가들이 반미 친중 노선으로 단결하자는 것이다.

 

셋째로 김정은의 북한은 한국의 문재인 정권이 추구하는 남북관계개선정책을 이용, 트럼프 정권과의 대화를 트면서 미국의 군사옵션을 무력화하고 나아가 대북견제라는 국제사회의 합의를 이완시키는 분위기조성에 성공하고 있다. 또 북중 관계를 극적으로 개선, 고립무위의 상황에서 벗어났다. 이 결과 숨통이 다소 열리자마자 김정은은 비핵화를 외교카드로만 이용하면서 실제로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기정사실로 굳히는데 치중하고 있다. 실로 국가상황이 참으로 어려워졌다. 바로 여기에서 생각하는 국민들의 마음속에 위기의식이 배태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세 하에서 문재인 정권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납득할만한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내치외교를 모두 포퓰리즘(Populism)으로 둘러 대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우리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김정은이 해주기를 바라는 대로만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대외관계에 있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중심의 타산적 태도에 편승하면서도 중국과의 협력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국론은 양분되었다. 지금 국민들의 시국가치관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지향을 달리하는 두 개의 국민으로 갈라지고 있다. 친미(親美) 반북적(反北的) 국민과 용공(容共), 친중(親中), 탈미(脫美)를 지향하는 국민으로 갈리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을 집권과 통치의 주 무기로 삼겠다고 더 민주 당정전원회의(黨政全員會議)에서 강조, 천명함으로써 역대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귀 닳도록 강조하던 국민통합 이야기는 실종되었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넘어서서 앞으로 전 국민이 바라는 비핵화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를 요소별로 분석 검토하면서 앞날을 전망해보고자 한다.

 

3. 미중관계와 우리의 선택문제

 

요즈음 한중관계는 중국식 표현으로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한국의 외교관은 필자가 아는 한 한 사람도 없다. 중국공산당의 최고위층만이 알고 있는 자기들 표현이기 때문이다. 1992년 수교 이래 한중관계는 많은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이 증진되어왔다. 그러나 북경에서 보는 서울과 서울에서 보는 북경은 본질이 다르다. 중국은 주변국에 대해 말로는 상생과 호혜평등을 내세우지만 정책의 실재에서는 전통적인 조공(朝貢)질서에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다. 바로 중국몽(中國夢)이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과 대등해지려는 중국의 도전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무역보복, 기술의 대 중국유출을 철저히 차단하면서 미국의 국력에 도전하는 중국을 강력히 견제한다. 한때 중국외상이던 탕자쉔(唐家璇)은 중국외교가 지금 미국에 도전해서는 안 되며 아직도 상당기간동안 등소평이 제시한 도광양회(韜光養晦)노선을 가야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미국 시카고 대학의 John Mearsheimer교수는 앞으로 미중경쟁관계가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강대국들의 갈등구조 속에서 한국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겠는가. 그간 등소평 이래 중국지도부가 한국을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라고 부르면서 한국대통령들을 초청하고 또 우리 정부의 초청에 응해준 것은 미국 때문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입각, 세계최강의 미군이 한국에 주둔, 밀착방어(Close Deterrence)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국익을 지켜나가려면 중국을 제압할만한 국력을 가진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베트남이 한때 최악의 적이었던 미국에게 자국의 캄란만()을 이용하도록 허용, 대미협력외교의 길을 트는 것은 중국을 다룰 줄 아는 세련된 외교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점에서 우리는 한미관계를 위태롭게 할 탈미(脫美)적 자세는 항상 피해야 할 것이다.

 

4.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 문제

 

문재인 정권이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구사하는 포퓰리즘 정책은 투표로 정권의 명운이 좌우되는 민주국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가 많다. 그러나 포퓰리즘에 지나치게 매달릴 경우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에서 보듯 국가경제가 몰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안보정책이 포퓰리즘으로 흐르면 우방을 상실, 국가안보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포퓰리즘은 그 본질이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국민기만전술이고 대중영합을 통한 인기몰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일시적으로는 기만당할 만큼 어리석지만 결국에는 각성하게 되어 기만의 주체를 응징한다는 것이 공자의 가르침(民至愚 不可欺者民也)이다. 현재 문 정권에서 나타나고 경제정책상의 포퓰리즘에 대해서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찬성보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져서 국민들이 깨어나기 때문에 조만간 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안보 포퓰리즘은 국가의 안위에 관련되는 중요한 문제이면서도 국민들이 알아채기 쉽지 않다. 지금 시중에서 찬반이 극명하게 대립되는 종전선언(終戰宣言)은 오늘의 한반도 상황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안보우려의 해소와 평화달성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인가 아니면 혹시라도 전쟁이 터지면 큰일이라고 우려하거나 막연히 전쟁을 두려워하는 국민일반의 심리적 약점을 이용, 현 정권이 김정은의 주장이나 요청을 대폭 수용하면서 추진하는 대북정책에 국민들이 맹종하도록 끌고 가려는 안보 포퓰리즘이 아닌가를 진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외교정책을 자문하는 문정인 특보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김정은이 비핵화를 놓고 군부와 주민들을 설득할 명분으로 그가 요구하는 종전선언에 미국이 응해야 줘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핵이 북한주민의 핵이 아니고 3대에 걸친 세습독재자의 핵이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는 주민의사와 관계없이 김정은이 임의로 결단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은 여론국가가 아닌 1인 독재정권 아닌가. 김정은이 비핵화라는 약속이행을 위해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을 액면대로 믿고 받아드릴 사람은 지구의 어디에도 없다고 미국은 생각한다. 또 북한이 서울을 임의의 시각에 공격할 수 있도록 휴전선에 전진 배치되어 있는 장사정포가 서울을 겨냥하는 상황을 그대로 둔 채 종전선언이 내온다고 해서 비핵화가 이루어지고 평화의 전망이 트일 것으로 믿거나 기대하는 사람도 없다. 설사 어떤 형태의 종전선언이 발표된다고 해도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현재의 휴전협정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최근 인터뷰와 빅터 차의 최근 기고문 참조)

 

5. 결론: 대북양보에도 한계가 있다.

 

오늘날 남북한 관계는 대화이익이 대결이익보다 크다는 논거에서 대화가 선호된다. 더욱이 핵 이외에는 다른 카드가 없는 북한정권을 상대로 비핵화를 추진하려면 김정은을 달래고 다독이어야 한다. 대결논리만으로는 협상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두 가지다. 우선 우방의 신뢰를 얻는 것이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생각하는(思慮)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도록 모든 편의를 제공, 대결구도를 대화구도로 바꾸었다. 이를 기회로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미국과 북한간의 대화를 주선함으로써 핵문제의 외교적 타결 전망까지 만들어냈다. 문재인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과 대화를 갖게 해줌으로써 우리에게는 아무 실익이 없었지만 김정은에게는 앞에서 지적한대로 엄청난 외교적 이익을 안겨주었다. 김정은의 숨통을 터준 것이다. 여기까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노력을 김정은이 잘 활용한 결과적 혜택으로 보아줄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요소를 한미 간에 충분한 합의 없이 판문점 선언에 끼워 넣었다. 종전선언과 개성연락사무소설치다. 이 조치는 쉽게 말하면 김정은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장계취계(將計就計)한 셈이고 부정적 시각에서 보면 지금까지 진행된 남북관계의 모든 조치가 당초부터 김정은의 요구대로 진행된 것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 한미관계에서 엇박자가 나온 배경이다.

김정은은 숨통이 트이자 중국을 업고 뱃장을 키우면서 비핵화의 시한도 당초의 ‘1년 내에서, 트럼프의 임기 말로 늦추겠다고 한다. 북한은 아직까지는 시리아, 이란처럼 중국을 위한 특수 활동세력이 되어 반미투쟁에 나서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으로 문 대통령의 요구대로 판문점 선언을 우리 국회가 비준한다면 그것은 안보 포퓰리즘 정책에 휘둘렸다는 평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긍정적 시각에서 주변을 둘러보아도 비핵화의 길은 갈수록 요원해지고만 있다.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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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의 전망

이 영 일(한중정치외교포럼회장)

이글은 헌정지 2019년 1월호에 발표된 것이 초고이고 본고의 내용은 2019년 2월 14일 군산 모 공군기지에서 교양강좌로 행한 강의전문이다ㅣ.

목 차

1. 들어가기

2.중국이 먼저 시작한 도전

. 도광양회에서 유소작위로

. 신형대국관계 론을 주장

. 아시아에서 미국몰아내기 시도

. 중국 몽을 비전으로 제시

. 남중국해 전역을 해양영토로 선언하고 군사기지건설

3.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전략

. 브리튼 우즈(Bretton Woods)회의소집

. 새로운 자유무역체제의 탄생

. 미중관계의 개선

. 소련방의 해체

. 미중갈등의 시작

4. 현 단계 미국의 대 중국전략

. 기본배경

.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경대결선언

. 쉐일가스(Shale Gas) 혁명과 미국의 새로운 전략구상

. 미국은 더 이상 세계경찰이 아니다.

5. 양자관계의 전망

. 중국내부의 갈등요인

. 대외정책상의 문제

. 공산당의 자정능력소멸

. 한국학계의 일부견해

6. 한국의 선택

 

1. 들어가면서

 

바야흐로 미국과 중국 간에 무역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전쟁은 우리가 흔히 보아온 무역국가들 간에 일시적으로 일어났다가 곧 결말이 나는 경제 전쟁이 아니다. 이 전쟁은 외견상으로는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거래에서 아주 큰 폭의 적자를 보고 있는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양국이 부딪치는 갈등의 저변에는 세계정치에서 미국이 누리는 패권(覇權,Hegemon)에 중국이 도전하기 때문에 시작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그러면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일으키고 있다는데 무슨 전쟁을 패권전쟁이라고 부르는지부터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국제사회는 잘 아시다시피 정부가 없는 무정부상태이기 때문에 항상 강자가 약자를 누르는 약육강식이 지배해 왔다. 그러나 여러 국가 중에서 힘이 제일 강한 국가가 나서서 다른 국가들이 안전보장과 경제거래의 편의를 도모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규칙을 만들고 위반자를 다스려 국제질서를 유지해 나가는데 이 경우에 강한 국가를 패권국가라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새로운 세력이 부상하여 기존의 패권 국가를 누르고 새 패권국가가 등장하는데 역사적으로는 이러한 패권교체_세력교체가 16번 일어났고 이중 14번 전쟁을 통해서 패권이 교체되었고 오직 4번만이 전쟁 없이 패권을 신흥도전세력에게 물려주었다고 미국 하버드대학의 Graham Allison교수는 말하고 있다.

앨리슨 교수는 기존의 패권국들은 새로 부상하는 도전국가들이 자기의 지위를 넘보는 경향이 있음을 간파하고 거기에 대비하게 된다. 신흥 도전 국가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기존 패권국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반드시 양자 간에 갈등을 유발하는데 이를 투키디데스 함정(Thucidides Trap)이라고 한다. 투키디데스는 고대 희랍의 역사학자인데 당시 지중해 일대의 패권국인 마케도니아가 그리스의 새로운 부상에 위기를 느끼고 펠로폰네소스전쟁을 일으켜 그리스를 멸망시킨 고사를 인용하면서 투키디데스 함정이라는 말을 역사에 남겼다. 그는 펠로폰네소스전쟁에서 전사했지만 그가 쓴 펠로폰네소스전쟁사에는 기존패권국가와 새로 부상되는 신흥국가간에 패권을 다툴 전쟁이 예상될 때 튀어나오는 용어로 투키디데스 함정이라는 국제정치학의 명언을 남겼다.

 

그래함 엘리슨은 지금의 미국과 중국관계도 겉으로는 무역 갈등으로 보이지만 본질은 세계정치의 패권을 겨루는 싸움이기 때문에 단순 무역경쟁이 아니고 투키디데스함정에 빠지는 패권경쟁으로 보아야한다고 말한다. 앞으로 미중 양국 간 경쟁이나 갈등은 어느 일방이 타방에 무릎을 꿇을 때까지 장기에 걸쳐(30년으로 보는 견해도 있음)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승패를 겨루는 심각한 전쟁 그 자체로 보는 것이다.

 

핵 보유 강대국 간에는 서로 확증파괴력(MAD)이 있음을 전제하기 때문에 군사적인 요소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군사전쟁의 형태는 취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군사외적 방법으로 상대방의 패권도전의사가 완전히 꺾기거나 무력화될 때까지 경쟁과 대결이 이어지고 여기에는 무역, 시장, 식량, 에너지, 원자재, 기술력 등에 대한 접근 차단이나 방해는 물론이거니와 정치외교 및 동맹결속까지를 포함하는 다방면에 걸치는 대결이 양성화된다.

 

이러한 상황이 나타날 경우 한국처럼 지정학적으로 미중 양국의 영향권에 속하면서 동시에 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갈등의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선택해야할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고 선택이 잘못될 경우 국가존립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우리로서는 어느 경우에나 고래싸움에 새우 등터지는 상황을 피하기 힘들다. 오직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를 면밀히 타산, 승자 쪽을 택하는 지혜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하에서 우리의 선택과 진로를 모색할 상황들을 총체적으로 분석해보기로 한다.

 

2. 그러면 누가 먼저 이 전쟁을 시작했는가. 중국이 먼저 시작했다.

 

.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

중국은 1820년까지 만해도 세계GDP33%를 차지하는 강대국으로서 경제력에서는 G2아닌 G1이었다. 그러나 아편전쟁에서 패한 후(1842)부터 내리막길을 걸어 중국에서는 해군력이 와해되고 공산당이 집권한 모택동(毛澤東)시절에도 죽()의 장막에 갇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가운데 총량 GDP는 세계 GDP2%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모택동 사후 등소평(鄧小平)이 집권한 후 13년 동안(1976~1989)개혁개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당의 역할과 정부의 역할을 구별하면서 정부주도로 경제개발에 주력한 결과 중국경제수준은 세계 GDP15%까지 올라섰다.

 

등소평은 이때 자본축적이 부족하고 기술력도 떨어지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견제를 피하면서 튼실한 국력을 배양하려면 발톱을 숨기고 힘을 기르는데 주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 백년 즉 중국공산당의 창당100(1921~2021)과 중국의 건국 100(1949-2049)이 끝나는 시점을 넘어 경제발전이 더 높은 단계에 오르기까지는 힘을 기르는데 만 충실해야 한다는 이른바 도광양회 노선을 따르도록 후대에게 유지를 남겼다. 등소평의 뒤를 이은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燾)는 도광양회의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중국의 국력이 커지면서 그 정도에 맞게 국제문제에 중국의 목소리를 내자는 입장을 비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주석이 등장하면서부터 중국의 대외정책노선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다. 이렇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에 대한 미국의 지도력이 흔들리고 서구열강이 하나같이 경제적으로 휘청거리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 맞추어 중국은 2010730일을 기점으로 세계 GDP 총량에서 에서 일본을 재끼고 G2의 지위에 올랐다. 또 이와 때를 같이하여 서구 선진국들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포퓰리즘에 약한 민주주의를 이용하여 포퓰리즘으로 정권을 잡겠다는 세력들이 등장하여 민주정치의 위기가 심화되었다. 이때 중국은 베이징 컨센서스가 워싱턴 컨센서스보다 보다 유효한 체제라는데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은 자기들이 총량 GDP가 일본을 앞지르고 미국의 총량 GDP의 절반 수준까지 따라잡자 상황을 판단하는 중국 시진핑 주석의 전략 참모들은 우리가 변화된 정세에 맞게 생각하는 방식만 바꾸면 중국도 조만간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 신형 대국 관계론의 주창

 

중국의 리더십이 후진타오로부터 시진핑으로 바뀌면서 중국외교사상에서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신형대국관계 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중국도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세계문제에 대해 중국 나름의 발언권을 행사하면서 자국의 핵심이익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고 실력이 향상되면 상황을 보는 생각도 변해야 한다면서 중국외교는 이제 더 이상 도광양회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미국과 대등한 지위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시진핑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중 양국이 군사적으로 충돌을 피하려면 중국을 미국이 자국과 맞장을 트는 대국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리 없었다. 중국이 경제력에 알맞게 책임 있는 강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미국주도의 세계질서를 중국과 대등한 자격에서 논하자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거부했다.

 

. 아시아에서 미국몰아내기 시도

 

시진핑 주석은 2014520일 중국 샹하이에서 열린 제6차 아시아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Conference on Interaction an Confidence builing in Asia))에서 아시아 역내 국가들을 운명공동체라고 정의하면서 집단안보론을 주창, 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인들이 주축이 되어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아시아 집단안보구상에서 미국을 배제했다. 한마디로 아시아 대륙에서 미국을 몰아내자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영국의 The Economist지는 중국의 GDP가 조만간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측했는가하면 미국의 금융회사들도 The Economist보다는 시기는 뒤로 잡았지만 2025년부터(JP.Morgan) 27(Goldman Sachs)사이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을 얻어 중국공산당 18차 당대회 예비회담에서는 미국인구는 중국에 한참 뒤지며 자원은 피차 비슷하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 중국 몽을 비전으로 제시

 

시진핑 주석은 그가 공산당 주석에 취임하면서 위대한 중국의 부흥을 강조하면서 자기의 비전으로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웠다. 아편전쟁패전이래 중국인민들이 겪었던 수모를 넘어서서 세계의 강자의 자리를 되찾겠다는 민족주의 깃발을 들고 나온 것이다.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제18차 공산당 대회까지 에서의 중국의 대미도전은 말로 하는 도전이었다. 그러나 19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은 중국몽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도를 시기별로 제시하면서 등소평이 말했던 양 백년의 중간단계인 2035년경이면 중국이 선진화를 완료한다고 선언했다. 특히 중국은 중국몽 실현의 수단으로 2025년까지 제조업분야, 특히 IT, 우주항공, 로봇, 바이오 의약 같은 첨단 분야에서 세계를 제패,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함으로써 미국을 앞서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대양해군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첨단 항공모함 12척을 가진 미국에 맞서 중국도 세척이상의 항공모함을 만들어 해양 전력에서도 미국에 맞서겠다는 담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중국공산당 지도자가 자국의 목표를 수치로, 시간으로 외부에 공표한 것은 공산당의 전략에서 볼 때 지금까지 없었던 일인데 시진핑은 과감히 밝히고 나섰다.

 

. 남중국해 전역을 해양영토로 선언하고 군사기지건설

 

시진핑 주석은 중국본토에서 1000여마일 이상 떨어진 필리핀 북쪽부터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영역으로 펼쳐진 남중국해의 넓은 해역을 제1 구단선(九段線)에 속하는 중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해수에 잠긴 산호초들을 인공으로 개발, 군사기지를 설치하였다. 이에 대해 필리핀은 헤이그 국제상설재판소에 제소, 중국의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중국은 국제상설재판소의 판결에 무시하고 남중국해의 9단선내의 해역을 모두 자국의 핵심이익이 걸린 영토라면서 만패불청의 자세로 수호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석유에너지를 중동에서 수입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말라카 해협이 포함된 남중국해가 자기네들의 에너지확보를 위해 꼭 확보해야 할 해역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 관련된 역사속의 우화(寓話)를 끌어내어 연고를 내세우면서 억지로 둘러대서라도 자기들의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항해자유의 원칙을 앞세우면서 중국의 영토주장을 무시하고 해상작전을 펼치는가하면 중국의 주장을 반대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강력히 옹호하고 있다. 미국 항공모함은 베트남의 캄란만에 정박할 권한을 얻었다.

 

3.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전략

 

.브레튼 우즈(Bretton Woods)회의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영국과의 패권갈등 없이 영국이 누리던 패권을 자연스럽게 승계했다. 2차 세계 대전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전승국이나 전패국 할 것 없이 모두 폐허로 변했다. 소련이외의 연합국들은 전쟁에서 이겼을 뿐 전 국토와 군사력은 철저히 망가졌다. 더욱이 해군의 함대는 거의 멸종상태였다. 육군부대를 가지고 있는 내륙국가 소련도 해군병력은 사실상 존재치 않았다.

이런 상황 하에서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이후의 세계질서를 모색하기위해 독일항복을 1여년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의 뉴햄프셔 주의 브레튼우즈에서 국제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에는 미국과 동맹한 44개연합국과 이들의 식민지에서 온 730명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미국의 제안으로 3년간 이 회의를 준비해온 미국의 해리 덱스터 화이트(Harry Dexter White)와 존 메이나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3주에 걸쳐 회의를 주도한 끝에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개발부흥은행(IBRD)의 설립에 합의했다.

 

. 새로운 자유무역 경제체제의 탄생

 

이 당시까지 만해도 세계는 경제문제에서는 약육강식의 무정부 상태였고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제국주의 경제 질서였는데 이 회의에서 미국은 전후세계의 부흥문제를 놓고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이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구상을 발표하면서 참가국대표들의 동의를 구했다. 첫째 전승국으로서 미국은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영토나 전략적 요충지를 차지할 욕심이 없으며 세계 모든 국가들에게 미국의 시장을 차별 없이 개방한다. 둘째로 미국은 자국의 해군력을 통해서 다른 나라들이 해군력 없이도 전후복구와 재건에 필요한 원자재를 확보하고 원자재에 접근하고 물자를 수송할 안전을 보장해주겠다고 선언했다. 셋째로 미국은 기축통화로서 달러를 유지하면서 세계경찰로서의 군사력을 가지고 국제무역질서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 제안을 모든 참가국들이 받아들임으로써 흔히 말하는 자유무역질서의 대명사가 된 브레튼우즈 체제가 탄생하였다. 미국이 세계정치의 패자로서 세계의 경찰이 되어 수송의 안전을 보장해주고 시장을 개방해준다는 것은 실로 기쁜 소식이었다. 미국의 브레튼우즈 체제로 말미암아 세계 각국은 미국의 협력을 얻으면서 군사력에 투자할 부담을 덜고 전후복구를 진행시킬 수 있었다. 또 군사력에 의해 지탱되던 전승국들이나 전패국들의 식민지들도 식민모국의 힘이 약화됨과 동시에 거의 모두 식민지 굴레를 벗고 해방독립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에 맞서 세계재패를 꿈꾸는 소련과 소련의 지원으로 내전에 승리, 중국본토를 장악한 모택동의 중국은 브레튼 우즈체제에 참가하기를 거부했다. 이 결과 전후세계는 소련, 중국과 동구라파제국을 일방으로 하고 미국을 맹주로 하는 자유세계 간에 철의 장막이 펼쳐진 가운데 모든 협력과 교류가 단절되는 냉전적 대치의 시대가 출현했다.

 

. 미중관계의 개선

 

소련에서 스탈린이 사망한 후 중국과 소련 간에는 겉으로는 이념논쟁이라고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공산세계의 리더십을 둘러싸고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소련은 중국을 자국의 위성국가로 만들려고 하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했다. 소련의 위성국가들이 소련으로 부터 당하는 주권행사의 제한 즉 제한주권론을 중국은 결코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양자관계는 1968년 전쟁 일보 즉전까지 사태가 악화되었다. 미국은 소련의 군사적 위협에 몰리는 중국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1972년 키신저를 앞세우고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 모택동과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양국관계는 신속히 개선의 길로 들어섰다.

모택동 사망 후 등소평이 등장하면서 미중 양국 간에는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고 중국은 경제발전의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브레튼 우즈 체제의 정신에 걸맞게 미국시장을 중국에 폭넓게 개방하고 2001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회원국으로 중국을 받아들임으로써 중국이 G2수준으로 발전할 여건을 제공하였다. 이때 미국지도자들은 중국을 견제가 아닌 지원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게 해준다면 중국도 체질이 변화하여 미국주도의 자유무역체제의 규칙을 지키면서 정치민주화의 길을 내딛게 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가졌던 것이다.

 

. 소련방의 해체.

 

한편 소련은 미국과 중국관계가 개선되면서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 대신에 자국이 생산하는 석유를 밑 자본으로 하여 석유수입국인 미국을 상대로 신예무기개발에 역점을 두는 군비경쟁에 나섰다. 미국보다 한 때 앞서 나갔던 우주과학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륙 간 탄도미사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유럽을 압박할 중거리 미사일(INF)까지 개발했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도 소련을 능가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강도 높은 무기경쟁을 벌이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포용, 석유 값 인하에 주력함으로써 소련의 석유무기화를 막았다. 우선 키신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 미국의 달러화를 석유대금 결제수단으로 합의함으로써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석유생산량을 크게 늘리게 하여 석유 값의 국제시세를 대폭으로 떨어뜨렸다. 석유 판매수익으로 국가재정을 충당하던 소련의 수익은 급락했다. 이러한 상황이 길어지자 미소간의 전개된 군비경쟁에서 소련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다가 결국 1991년 볼세비키 혁명 74년 만에 소련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은 해체되고 말았다. 소련이 해체됨으로 해서 미국과 중국을 서로 협력하게 했던 공동의 적은 사라졌다. 결국 세계정치상황은 미국이 제압하려고 했던 소련의 위치에 중국이 올라서는 형국으로 변하게 되었다.

 

. 미중갈등의 시작

 

미국이 자유무역국가의 대열에 참여시켜 줌으로써 경제발전에 크게 성공한 중국은 미국이 기대했던 만큼 정치가 민주화되지도 않았고 자유무역질서의 규칙에도 따르지 않았다. 중국은 G2의 반열에 오르면서 미국이 이끌어왔던 국제질서의 수정을 요구했고 스스로 국제질서의 규칙을 자기 필요에 맞게 고치겠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대등한 지위를 갖겠다면서 양국관계를 신형대국관계로 고치자고 요구했다. 오늘날 미중대결의 본질은 한마디로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4. 현 단계 미국의 대중국전략

 

. 기본배경

 

미국의 국제정치전문가들은 유럽에서는 러시아, 중동에서는 이란,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세력이라고 정의하고 미국의 대외정책의 중점은 이들이 미국에 맞서지 못하도록 선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현시점에서는 러시아나 이란보다는 중국이 앞으로 미국과 패권을 겨루려는 실질세력으로 간주하고 대 중국견제를 미국대외정책의 핵심과제로 정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중국 측 로비스트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Kissinger는 그의 유명한 저서 중국이야기(On China)세계질서(World Order)에서 미중관계가 대서양동맹(Trans-Atlantic Alliance)처럼 앞으로는 미중양국이 태평양을 공유하는 협력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이나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는 키신저와는 달리 G2로 성장한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해오기 때문에 미중간의 전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8년 여름 한국을 방문한 그래함 엘리슨(Graham Allison)도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와 스파르타 관계에 적용된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이론을 들고 나와 도전세력으로서의 중국과 방어세력으로서의 미국 간에 충돌은 불가피하지만 가능한 한 양국은 상호간에 이해를 더욱 증진하고 신뢰를 회복,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학계의 예견과 더불어 201712월 트럼프가 발표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은 중국을 미국에 대한 경쟁자, 미국주도의 세계질서에 대한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했다.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이렇게 규정하기는 미중관계 40년의 역사상 처음이었다. 결국 냉전시기에 소련을 규정했던 미국의 전략논리가 이제는 그 목표(Target)를 중국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경대결선언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가 발표된 다음해인 2018104일 마이크 펜스(Michael Richard pence)부통령은 미국의 허드슨 연구소에서 행한 연설에서 미국이 중국에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로 강도 높게 중국의 내정과 외교를 비판했다. 중국은 해킹으로 미국의 첨단기술을 불법으로 탈취하고 중국에 투자하는 미국기업들에게 시장제공의 대가로 기술이전과 지적재산권을 강탈하는가 하면 국가가 보조하는 국영기업을 무역경쟁에 앞세우는 등 불공정 무역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국가라고 규정했다. 또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제시된 국제사회의 모든 요구를 하나도 준수하지 않으면서 자유무역의 혜택만 누려왔다고 비판했다. 또 약소국에 인프라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국영기업들을 내세워 차관을 제공하고 차관의 상환이 불가능해질 때 약소국의 내정에 개입, 이권을 빼앗으려는 함정을 파는 것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라고 규탄했다. 또 신장 위구르 지역과 티베트에서 자행되는 인권유린을 구체적으로 비판하면서 국내정치에서도 인터넷 통제를 갈수록 강화, 언론자유를 철저히 차단하는 독재국가라고 규탄했다. 양국 간에는 새로운 냉전이 시작된 것이다.

현재 트럼프는 자기만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만든 것처럼 미국역사상 최초로 중국을 전략적으로 견제하기에 앞장선 대통령으로 인정받겠다는 태세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정책에 관한 한 미국의 정계는 물론이거니와 학계, 언론계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국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 시기에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견제를 늦춘다면 결국 중국에 밀릴 수도 있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현재 미국여론은 중국의 성장이나 영향력확대가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넘볼 수 없도록 견제하자는데 완전한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 쉐일(Shale)가스혁명과 미국의 새로운 전략구상

 

미국은 트럼프 집권을 전후한 시기에 오래 동안 중동의 석유에 의존하던 에너지 굴레와 부담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2019년부터 미국은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에서 세계 1위가 되었으며 에너지 수출국 1위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쉐일 가스 개발기술이 향상되어 국제경쟁력을 갖는 석유와 가스를 개발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은 더 이상 자국의 석유안보 즉 에너지 안보를 위해 중동해역에 함대를 파견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간 소련의 천연가스에 의존 했던 유럽 국가들도 미국으로부터 더 싸고 안전하게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일본과 한국도 중동이 아닌 미국으로부터 석유와 가스를 직수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세계유가를 오르고 내리게 하는데 미국의 영향력은 훨씬 커졌다. 지금의 미국은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여전히 세계 GDP4분의 1을 장악하고 있으며 앞으로 200년 이상 에너지 걱정 없는 나라가 되었다.

 

. 미국은 더 이상 세계경찰이 아니다.

이런 에너지 혁명과 때를 같이하여 미국은 더 이상 세계경찰로서의 역할을 축소해나가면서 미국의 안보지원을 받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자국의 경제력에 상응하는 부담을 미국과 공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인 지원에 의존하는 안보를 안보무임승차라고 비판하면서 동맹이나 우방들과의 부담공유를 세계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간 미국은 세계경찰로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하여 지구의 도처에서 일러나는 분쟁에 직접 개입했다가 재정적자와 일반 예산적자라는 쌍둥이 적자가 해년마다 늘어나 온 국민들이 해외 개입에 피로감을 나타낸 지 오래되었다. 미국 국민여론이 이렇게 변해감에 따라 미국의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을 축소하겠다는 정책은 트럼프 아닌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나왔다. 앞으로 이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설사 재선에 실패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달라질 가능성은 적다.

2차 세계대전이후 유럽의 EUNATO 제국은 전후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경제적으로 발전했고 일본이나 한국도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을 제압할 만큼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따라서 미국은 더 이상 적자에 시달리지 않고 미국자신의 이익, 즉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주장이 여론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또 미국과 협력을 원하는 국가와는 협력하지만 미국을 제압하겠다는 중국의 편을 드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협력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는 2019년 연두교서에서 중국 측에 타국의 원천기술의 강탈이나 지적재산권의 해킹 같은 반칙적인 경제발전방식까지를 포함한 경제운용구조의 총체적인 개혁을 강도높이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이 중국 몽에 집착하고 이를 관철하기위해 중국제조 2025를 계속 추구하는 한 미중간의 무역 전쟁이 쉽사리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시진핑도 자기의 비전이나 비전달성을 위해 짜놓은 구조를 변경하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전무하기 때문에 미중대결은 당분간 불가피할 추세다.

5. 양자관계의 전망

 

지금 중국의 시진핑은 미국에 대해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히면서 군에 대해서는 전쟁준비를 명령해 놓고 경제에서도 미국의 관세공세에 맞대응하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중무역 갈등에서 중국이 얻는 대미흑자는 미국인들의 소비성향이 큰데 원인이 있을 뿐 중국 측에는 하등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한다. 중국의 이러한 도발적 대응에 미국이 물러선다면 미국은 스스로 패권적 지위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이 중국의 도전을 수정주의로 규정하고 펜스 부통령의 정책연설을 통해 강력히 대처할 것을 밝힌 것은 중국의 도전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시진핑의 결사항전주장에 대해 중국공산당과 중국인민들의 상당수는 시진핑을 지지하면서 대결노선에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중국의 한 군 장성은 미사일로 미국항공모함 2척을 파괴, 만 명의 미군장병을 죽여서 미국을 겁주자는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도기도 했다.

. 내부의 갈등 요인

중국공산당내부의 모든 세력들이 시진핑의 주장이나 입장에 공감, 지지할 것으로만 기대할 수는 없다.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우려가 지적되고 있다.

첫째 우려는 우선 이론적으로 시진핑이 도광양회라는 등소평 노선을 너무 서둘러 폐기함으로써 미국의 반발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등소평은 공산당 창건 100주년(1921~2021)과 중국건국 100(1949~2049)이라는 양 백년이 끝나는 시점까지 사회주의 초기단계(자본축적단계)를 끌고 나가야 중국의 안정적 발전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중국경제가 G2로 성장함과 때를 같이하여 시진핑은 신시대이론을 내세워 등소평 노선을 이탈한 결과 오늘과 같은 미국공세를 불렀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파리나 호랑이도 모두 때려잡는다는 반부패투쟁이 인민들에게는 박수를 받지만 공산당원이 아니고는 누구도 부패를 할 수 없는 중국의 당 국가체제(黨國家體制)하에서는 반부패투쟁이 정적(政敵)제거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일고 있다.

 

셋째로는 시진핑이 중국공산당을 마르크스주의에 가장 충직한 정당임을 강조함으로써(19차당대회 결의사항) 중국의 민주개혁을 기대하던 서방측을 낙담시켰고 중국내부에서도 당내 수직적 민주주의를 통한 체제의 자정(自淨)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세를 얻고 있다.

 

넷째로 강도 높은 방화벽(Great Fire-Wall)을 통한 인터넷이나 매스컴의 단속통제가 민주화개혁에 근본적으로 역행한다는 비판이 대내외적으로 연일 쏟아져 나온다.

 

다섯째로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은 시진핑 체제하에서 갈수록 부실화해가는 국영기업이 몰고 올 금융파탄의 위험성이다. 중국의 큰 은행들은 국영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사업의 효율성을 묻지 않고 당 방침에 따라 무조건 융자하기 때문에 대출회수전망이 없는 금융부실화가 해가 갈수록 누적된다는 것이다.

 

. 대외정책상의 문제

 

또 외교 면에서도 우려가 튀어나오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사업의 경우 치밀한 준비 없이 국영기업들이 나서서 약소국에 차관을 제공한 후 중국의 인력과 기술로 해당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현지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보잘 것 없고 또 차관상환이 어려워지면 약소국가들의 내정에 간섭, 이권을 챙기기 때문에 펜스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중국이 차관함정(借款陷穽)을 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에 부가해서 중국외교의 오랜 흐름인 원교근공(遠交近攻) 때문에 주변 국가들은 중국이 말하는 아시아 운명공동체 론에 동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중국과의 협력을 외면하려든다.

 

또 시진핑이 펼치는 남중국해역에 인공섬을 만들어 군사기지를 만드는 조치도 21세기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 행보라면서 지금은 통신 무기체계의 발달로 해외기지무용론이 일반화 되었고 기지(基地)보다는 가치 확산에 기반을 둔 동맹확보를 중시한다고 말하면서 시진핑이 말하는 중국몽(中國夢)도 결국은 19세기형 강대국 모형에 사로잡혀 정치에 경제를 예속시키는 전시대적 근대국가 패러다임을 모방하는데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을 가한다.

이와 같은 내치외교에 대한 비판 때문에 지금 시진핑의 중국은 미국의 공세라는 외환(外患)으로 말미암아 내우(內憂)를 초래할 리스크에 걸려있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 공산당의 자정(自淨)능력 소멸

 

특히 시진핑 체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공산당의 대내외정책에서 나타나는 이상과 같은 오류나 실책을 스스로 정화(淨化)하거나 시정(是正)할 능력이 시진핑 체제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시진핑이 중국몽이라는 큰 꿈을 실현한다는 명분으로 시진핑 주석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당이 그에게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 중국공산당은 제 19차 당 대회의 결의로 중국 국가주석의 임기제한조항을 헌법에서 폐지했다. 이 결과 5년에 한번 씩 중국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8500만 당원 중에서 엄선된 150여명의 당 최고전략가들이 모여 무제한 토론을 통해 당 주석을 선출하고 오도된 정책을 바로잡던 당의 자정능력을 상실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수직적 민주주의가 후퇴한 결과 시진핑 1인 독재만 강화되고 정치개혁은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6

. 한국학계의 일부견해

 

그러나 한국의 중국연구가들 가운데는 트럼프 방식으로는 시진핑을 이길 수 없는 여섯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중국은 미국에 거래로 접근할 것이다. 거래의 미끼로서 트럼프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미국 제품을 많이 수입해준다. 트럼프는 좋아라하고 중국에 대한 압박을 푼다. 트럼프에게는 '이번에야 말로 중국 성장의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단호한 전략적 결기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시장(市場)'은 중국의 '()'을 능가하지 못할 것이다. 시진핑의 중국은 위기가 닥치면 당이 국가의 전면에 나서서 자원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하고, 동원한다. 8000만 엘리트로 구성된 당 권력은 선전을 통해 민의를 모으고, 일사분란하게 외부공세에 대응한다. 시장의 눈치를 봐가며 선거를 치러야 하는 트럼프의 미국이 결코 당할 수 없을 것이다. 시진핑은 지구전(持久戰)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Lincicomb).

중국은 미국이 지금까지 꺾는데 성공했던 소련이 아니고, 일본도 아니다. 트럼프는 동맹을 끌어들여 중국을 봉쇄하고, 중국 기업을 국제 분업체계에서 몰아내려 한다. 소련과 일본에 했던 그대로다. 그러나 소련과는 달리 중국은 미국 경제와 너무 깊숙하게 연결되어 있다.

일본은 미국에 안보를 의존했지만, 중국은 안보적으로 미국과 별개다. 일본이야 '미국을 자칫 잘못 건드리면 경제가 파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사로잡혔지만, 중국에는 봉쇄와 압박이 통하지 않는다.

미국도 중국과의 무역대결이 지속될 경우 미국경제가 입는 손실도 크기 때문에 그 수준은 미국경제가 감당할 정도를 넘기 어려울 것이다.

또 미국이 중국을 아무리 견제하려고 해도 중국은 이미 기술 조작, 개발 등에서 굴기에 진입했기 때문에 이미 막을 수 없는 상황이 아니다. (옌쉐퉁(閻學通) 교수 주장)

따라서 내우(內憂)가 심각히 확산되지 않는 한 미국이 대결에서 궁극적인 승자가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한다.

6. 한국의 선택

 

미국은 새해 국방예산을 6860억 달러로 책정, 작년대비 13%를 증액시키고 있다. 이 규모는 군사력 제2위에서 9위까지를 포함하는 국가들의 군사예산을 합친 총액을 상회한다. 트럼프의 대중 공세는 레이건 대통령이 마치 소련을 상대로 벌이는 군비경쟁(Star War)을 연상시킨다. 미국은 대양해군건설과 중장거리 미사일 배치에 힘을 쏟고 있는 중국을 제압하는데 모자람이 없을 만큼 강도 높게 군비를 증강한다. 군사력, 기술력, 외교력, 소프트 파워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중국견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석유의 8분의 1을 소비하고 미국은 3분의 2를 소비하는데 미국은 이제 자급단계를 넘어서서 수출단계에 진입했다.

 

시진핑은 트럼프의 일방주의가 갖는 약점을 이용, EU와 미국의 이간, 일본과 미국의 간극확대 등을 획책하지만 21세기에도 마르크스주의 노선에 가장 충직하겠다는 시진핑의 중국에 선뜻 동조할 유럽 국가들은 거의 없다. 유럽은 사상사적으로 마르크시즘을 극복한지 오래고 또 중국이 지금까지 서방측 기업들에게 강탈적으로 요구해온 기술이전이나 지식재산권탈취에 관한 적대적 태도에서는 미국과 다를 바 없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공세이외에도 경제건설에 필요한 자원, 시장, 에너지의 확보에 미국의 견제정책때문에 갈수록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시진핑은 최근 신형대국관계라는 말도 신형국제관계로 표현을 바꾸고 주변국들에 대해서도 포용적 자세를 취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사드(THAAD)파동을 겪으면서 중국의 민낯을 본 후부터는 그동안 역사 속에서 당해온 중국의 갑 질을 되새기면서 중국에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있다. 현시점에서 시진핑의 대미도전은 중국이 소성(小成)에 도취, 미국이 지닌 엄청난 강점을 과소평가한데 기인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러한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한국정부가 외교적 문맹(文盲)이 아니라면 우리는 당연히 통상 면에서 미국으로부터 불리(不利)를 당하지 않도록 실리를 챙기는 한편 한국 땅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안보우방을 가장 중요시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주둔 미군기지 중에서 가장 큰 평택기지를 가진 우리로서는 선택의 폭이나 여지가 별로 없다. 지금 우리는 미국의 군사동맹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지정학적인 근접국가로서 우리와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맺고 있다. 미중 양국과 불편한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우리에게는 가장 바람지하지만 국제정치에서 등거리 외교는 쉽지 않다. 특히 우리는 경제적으로는 미국과 1500억 달러 규모의 무역을 하는데 비해 중국과는 3000억 달러 규모의 무역거래를 하고 있는 점에서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살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숙제를 풀어내는 것이 앞으로의 국가적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미중관계는 빨리 결론이 나지 않고 시간을 끌면서 휴전과 갈등을 되풀이하는 지루한 과정이 연출될 것이다. 우리는 한 치의 방심도 없이 고래싸움에 등터지는 일이 없도록 국민적 단합과 지혜의 발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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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2국가체제와 공존질서 제도화 문제

           (이글은 헌정지 2018년 8월호에 기고된 이영일 칼럼이다) 

1. 들어가면서

1945년부터 시작된 한반도의 분단 이후 우리 국민들은 너나없이 통일을 염원했고 모든 기념식에서 가장 많이 강조되는 메시지는 통일이었다. 대통령이 누구이건, 어느 당이 집권했건 분단된 국가에서 통일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분단이 70년을 지나면서부터 통일에 대한 강조나 주장은 흔해빠진 국가 행사장의 수사(rhetoric)로는 들려도 우리가 기필코 달성해야 할 절실한 과제로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우리의 20, 30대의 젊은 세대들은 북한이 강조하는 우리민족끼리라는 말을 하나의 허구(虛構)로 보고 민족이 같거나 비슷하다고 해서 꼭 단일국가로 통일해서 살아야한다는 논리나 주장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비록 민족이 같다고 하더라도 생활방식을 달리 한 가운데 여러 개 국가로 나뉘어 사는 경우도 많고 체제가 지향하는 이념이나 성향에 따라 생활수준이나 발전수준도 달라지기 때문에 꼭 통일해서 하나의 국가 테두리 안에서만 살아야한다는 논리에 승복하지 않는 것이다. 각기 제 갈길 가는 독립된 2국가로 분립한다고 해서 딱히 문제되거나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비단 젊은 세대들의 사고방식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정부수준에서도 근래에는 공공연히 2국가 체제를 상정하는 표현들이 늘고 있다. 지금부터 46년 전인 19727.4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할 때만 해도 남북한 간의 합의문에 서명할 때는 혹시 통일을 포기하고 분단을 고정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남측이나 북측은 상대방을 국가로 인정하는 표현을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상부의 명에 의하여 000”으로 표시했던 것이다. 그러나 1991년 남북한기본합의서를 발표하고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발표할 때는 남북한의 태도가 달라졌다. 상대방의 국호를 쓰고 관등성명을 밝혔다. 이 합의서가 발표된 후 주권국가만을 회원국으로 하는 유엔에 남북한이 각기 가입하였던 것이다. 이 뿐 만인가. 지난 427일에 발표된 판문점선언에서는 대한민국대통령 문재인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각각 정식국명과 직함을 들어내놓고 서명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즉각적인 통일보다는 분단된 두 개의 국가체제의 존속을 인정하는 토대위에서 양자관계를 조절해 나가자는 접근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오늘의 한반도에서 통일과 평화 중에서 남북한 동포들의 가장 큰 공감과 지지를 얻는 주제는 무엇이겠는가. 북핵문제로 미국이 대북군사옵션을 사용한다고 트럼프가 엄포를 놀 때 또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공포가 널리 확산되었다. 증권시장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크게 떠들지는 않았지만 은근한 두려움 속에서 전쟁이 터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마음이었다. 바로 이러한 때에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는 것만은 기필코 막아야하고 또 막겠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옳은 말이라고 여기면서도 문재인 정권에 그럴 능력이 있을지를 우려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이용하여 남북한 정상회담을 열고 한반도에서의 전쟁종결과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는 한편 미국과 북한 간의 정상간 대화까지를 주선함으로써 한반도 긴장완화의 전기를 마련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남북한 동포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통일하자는 주장보다는 전쟁막자는 주장이, 통일 아닌 평화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핵화로 흐르는 여론의 흐름을 전쟁을 막자는 여론으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지자제(地自制)선거에서 압승할 수 있었다.

어떻든 평화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은 모든 세대의 남북한 동포들이 똑같이 바라는 과제로 되고 있다. 현재의 남북한 상황에서 이처럼 평화가 국민적 열망이라면 우리는 2국가체제를 전제로 종전과 평화협정 문제를 마땅히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2. 종전과 평화협정의 논의

지난 427일 판문점선언에서 남북한은 한반도에서 전쟁상태를 종결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자는데 합의했다. 현재 한반도는 지난 65년 동안 평화협정이나 강화조약으로 대체되지 못한 휴전상태에 놓여있다. 국제법이 생긴 이래 가장 오래된 휴전협정이다. 동서 양진영간에 냉전이 끝난 지도 30년이 지났지만 한반도 휴전체제를 정치적 수준의 새로운 협정으로 대체할 여건은 조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남북한 간에 정상회담이 열리고 그 연장선에서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정상대화가 이어지면서부터 한반도에서도 휴전체제를 끝내자는 논의가 일어났다. 정부는 종전선언이 한반도 비핵화의 결과로서가 아니라 체제보장을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 비핵화를 위한 분위기조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휴전체제를 대체할 평화협정체결문제도 제기되었다. 사실 평화협정문제는 이미 지난 2005년 제46자회담의 결과물인 ‘9.19 공동성명4항에서 직접 관련된 당사국들이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논의할 것을 선언했는데, 이 또한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을 시사(示唆)한 것이다.

필자는 오늘날 한반도에서 2국가 체제의 등장이 불가피하다면 남북한 간에 공존질서의 제도화를 이룩하는 방법으로서 먼저 한반도 비핵화를 이룩하고 그 결과로서 평화협정을 통한 종전(終戰)조치가 필요하다는 논리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1945년 이전의 전통 국제 법에서 말하는 평화협정이 오늘의 남북한관계에서 꼭 필요한 일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1945년 이후 유엔이 국제평화와 안전문제를 관할하는 기구로 출범한 이래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상황판단과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관련 국가들의 합의를 통한 결의로서 전통적의미의 평화협정이 대치(代置)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전쟁은 베트남전쟁과는 달리 유엔 깃 발 하에서 전개되었고 유엔 깃 발 하에서 전투행위가 끝났기 때문이다. 한국동란의 인과관계를 북한의 남침과 이에 대한 유엔의 참전을 침략을 저지하기 위한 집단안전보장조치로 보는 입장에서는 평화협정이 아닌 안보리결의를 통한 평화상태의 회복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처럼 무력침략을 자행하고 북한의 침략행위를 응원하기 위해 출병한 중국의 입장에서는 유관 당사자들끼리의 평화협정을 선호할 것이다. 필자는 현시점에서 바람직한 수순은 남북한의 평화공존질서를 제도화시켜 나가는데 도움이 될 조치로서 비핵화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유엔체제 이후 평화협정으로 전쟁을 종결시킨 대표적인 예로 흔히 베트남 전쟁을 종식시킨 1973127‘Paris Peace Accords’를 들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은 종전을 위해 일부러 평화협정을 체결할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미국이 반전여론에 밀려 조기 철군을 서두르기 위한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월맹과의 평화협정을 서둘렀는데 이 협정이 맺어짐으로 해서 그나마 유지되던 평화마저 깨지고 월남은 공산화되었던 것이다. 현시점에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북한의 핵 포기 등을 통해 대한민국과 북한 간에 실질적인평화 상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자연스럽게 북한을 국제법상 국가로 승인하고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게 될 것이다. 즉 평화협정 체결로 평화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 포기 등 현상의 변화가 평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앞으로 북한의 핵 포기 등을 통해 한반도에 실질적인 평화가 조성된다면 이는 북한이 UN안보리 결의 1718, 1874, 2094, 2270 등 관련 UN안보리 결의들을 충실히 이행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며 한반도에 실질적으로 평화가 구축되었다면 UN안보리는 한반도에 이미 평화가 구축된 점을 확인하는 새로운 UN안보리 결의를 채택하는 것이다. 이 이상의 더 좋은 평화협정이 있을까. 중국이 유관당사자로서 한반도평화체제에 꼭 발언권을 갖는 것만이 좋은 평화협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3.비핵화와 현실문제

남북한은 지난 4.27 판문점선언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핵을 완전하고 확인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도록 폐기(CVID)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비핵화를 북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도 판문점선언처럼 CVID가 표시되지 않은 한반도의 비핵화에 동의하고 북한의 안전보장(Security Assurance)을 약속했다. 그러면 한반도의 비핵화와 체제보장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한반도의 비핵화는 두말할 필요 없이 남북한이 1992년에 합의 체결한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문자 그대로 실현함과 동시에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조치도 강구해 주는 것이다.

현재 비핵화협상이 시작되는 단계에서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체제보장의 한 형식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이다. 미국이 취한 이 조치는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보다 훨씬 더 큰 양보를 미국이 북한에 해준 것이다. 한미합동 군사연습이 한번 씩 행해질 때마다 한미양국도 많은 경비가 들지만 거기에 대응해야하는 북한에게는 더 크고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핵화의 진전에 따라 미국이 북한을 법적으로 승인, 연락사무소에 이어 대사급외교사절을 파견하고 한국과 군사정보교환으로 협력하고 있는 일본도 북한을 승인하고 관계를 정상화한다면 이것 역시 북한의 안전보장을 위한 중요한 조치다. 평화협정보다 더 실질적 조치가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등의 선대의 유훈이라고 김정은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유사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할 핵우산의 원인인 한미방위동맹조약의 철폐와 주한미군의 철수까지를 포함하는 조치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북한 측과 합의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개념 속에 주한미군철수와 한미방위동맹의 폐기까지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언동가운데 크게 달라지는 측면이 엿보인다. 트럼프는 뜻밖에도 싱가포르 정상회담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이 말하는 종전과 비핵화문제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나아가 한국정부와의 사전협의 없이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중단한다면서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주한미군의 철수까지도 고려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정부는 전혀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점에서 종전이나 평화협정을 말하는 문재인 정부의 궁극적인 노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싹튼다. 정부의 명확한 입장표명이 요망되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에 연해서 최근 진보 측 인사인 임동원 씨도 한 연설에서 그동안 우리는 군사력 증강과 안보동맹 유지 등 안보 태세를 강화하면서 전쟁을 억제하는 평화, 즉 소극적 평화를 유지해 왔으나 이제는 적극적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적대관계의 뿌리인 군사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하며 이것 없이는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나 남북관계, 북미관계의 정상화도 기대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언동에 부합하려는 듯 우리 정부도 전방(前方)의 군사시설공사 중단, 전력강화예산의 감축이나 대공 군사조직의 재편성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가 그간 그것에 의지해서 안보와 통일을 생각하고 전망하던 모든 가정(Assumption)이나 준거(Frame of References)들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북한의 상응하는 변화의 수반 없이 한국만의 일방적 조치로 추진된다면 국민여론은 크게 동요할 가능성이 있다.

 

4. 앞으로의 전망

한반도의 2국가체제는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루어진 상태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남북한 간의 평화공존질서의 제도화는 유엔동시가입부터 시작되었지만 통일논의에 눌려 그간 잠행해온 것을 양성화하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면서 현재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주도할 남북한과 미국이 평화공존질서를 제도화시켜 나갈 방도를 강구해야한다. 이런 절차의 하나로 필요하다면 종전이나 평화협정방식도 원용될 수 있다. 이런 작업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첫째로 북한은 현시점에서 트럼프 정부를 기만의 대상으로 보는 대신 진지한 협상파트너로 대하면서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 혹시라도 북한이 원교근공(遠交近攻)을 외교목표로 추구하면서 1380년 동안 한반도에 대해 갑()질을 해온 중국을 믿고 미국과 앞으로 맺게 될 새로운 협력관계를 정립하는데 실패한다면 북한은 체제의 미래를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다. 핵무기는 다른 나라를 위협할 수는 있어도 실재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아니며 비핵국가를 상대로 핵 공격을 위협한다면 국제사회의 제재는 물론이거니와 집단응징의 대상이 됨으로 해서 체제유지도 어려위질 것이다.

둘째로 한국은 북한의 능력에 대해 과대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비핵화협상이 진행되고 비록 CVID만큼의 비핵화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큰 틀에서 비핵화가 합의되고 미국, 일본 등이 북한정권과 수교되는 새로운 환경이 마련되면 북한을 보는 우리의 시각과 전망을 바꿔나가야 한다. 협력과 교류를 통해 서로 Win-Win을 도모하는 지혜를 발현해야한다. 핵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한국에 철저히 뒤진 북한의 허장성세와 위협공갈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북한의 능력을 호랑이로 보고 우리의 능력을 고양이로 보는 사고방식을 정반대로 뒤집는 것이 우리의 참된 현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종전이나 평화협정이 마련된다면 휴전선은 남북한의 경계선으로 바뀌게 되고 남북한 간의 내왕도 현재보다 훨씬 쉬워질 것이다. 또 지금 북한 내부형편도 더 이상 핵무기나 미사일개발을 밀고나갈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다. 남한의 존재를 의식하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인권이나 거주이전의 자유를 갖게 할 개방(開放)에는 다소 몸을 사리겠지만 내부체제개혁은 피할 수 없는 상태다.

지금 내외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북한도 변하며 내외정세를 보는 우리의 시각도 변하고 있다. 우리의 대북관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이제 우리도 분단모순을 실현함으로써 분단모순을 극복할 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남북한이 서로 공존 공영하는 길을 향하여 전진하다보면 남북한이 서로 잘사는 상태에서 하나로 될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이것이 곧 통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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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중국식 개혁개방은 성공할 것인가.

(본고는 헌정지 20186월호(46쪽부터 50_에 기고된 글이다)

이 영 일(11, 12, 15대의원, 한중정치외교포럼 회장)

 

1. 들어가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의 대결구도가 대화구도로 전환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정상외교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328일 김정은과 시진핑의 정상회담에 이어 42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에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이 열렸고 이어 58일에는 중국의 다롄에서 금년 들어 두 번째로 시진핑과 김정은 간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오는 612일에는 싱가포르에서 미중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발표되었다.

한반도 정세를 급변시킨 이러한 상황전개는 우리 입장에서 이러한 표현을 쓰기는 거북하지만 그 이니셔티브가 김정은으로 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평창올림픽을 주최하면서 북한의 참가를 호소한 문재인 대통령의 올림픽 외교가 큰 줄거리를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정상외교의 이니셔티브를 잡은 것은 김정은이었다. 김정은의 이러한 외교움직임에서 우리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지난 6년 동안 전례 없는 수준으로 악화되었던 북중 관계를 김정은이 중국을 전격 방문, 우호친선 관계로 복원, 변화시키면서 시진핑과의 대화에서 북한도 등소평의 개혁개방의 길을 빨리 걸었어야 했다고 말하고 그 후 중국대외연락부장 쑹타오와 만나서도 중국 공산당의 경험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그 후 김정은은 중국방문에 뒤이어 평양에서 420일 조선노동당 제73차 전원회의를 열고 핵무기와 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병진정책 중에서 핵무기개발사업은 완료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경제건설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이 선언의 후속조치로 지난 430일에는 당, 국가, 경제, 군부의 간부들이 대거 참여한 경제발전을 위한 연석회의를 열고 인적, 물적, 기술적 잠재력을 총동원한 강력한 사회주의 경제건설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지금 김정은의 이러한 입장표명은 외부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매우 혼란스럽고 모순된다. 그는 북한 내부를 겨냥해서는 핵 보유의 바탕위에서 경제발전에 모든 노력을 집중한다고 말하고 대외적으로는 완전한 비핵화와 경제건설, 그것도 중국식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미국은 김정은이 지난 330일부터 41일 사이에 평양을 방문한 미국 CIA책임자인 폼페이오를 통해 비핵화의지를 확인했고 미국 측은 단순한 비핵화가 아닌 완전하고 확인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가 미국의 요구임을 분명히 했다. 채찍과 당근을 완비하고 있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김정은이 대미기만전술로 비핵화카드를 쓸 수는 없을 것이다. 또 김정은은 남북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 이를 선언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과거처럼 내외여건이 비핵화합의를 북한이 함부로 위반할 상황은 아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미국의 대통령들처럼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임을 누차 강조한 것으로 보아 북한의 핵 폐기 약속이 허언(虛言)으로 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면 현시점에서 김정은이 노리는 중국식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의 경제발전이 가능할 것인가. 이하에서 여건부터 살피면서 검토하기로 한다.

 

2. 여건진단

북한의 김정은이 중국식의 발전모델에서 가장 본받고 싶은 부분은 일당독재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발전을 이룩한 중국의 정치경제체제다.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일당통치를 유지하면서도 개혁개방과 시장경제를 도입, 경제개발에 성공,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중국의 성공을 김정은은 북한에서 재현하고 싶을 것이다. 이점에서 오늘날 중국의 정치경제시스템은 김정은에게 좋은 모범이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은 이렇게 목표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개혁개방을 추진할 여건과 논리는 서로 다르다.

우선 중국은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19649월 원자폭탄실험에 성공하고 이어 수소폭탄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에서 까지 성공, 강대국의 반열에 오르면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이룩함으로써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을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국제사회의 철저한 제재 하에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서는 국제제재를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혁개방을 모색한다. 결국 핵무기와 핵무기운반수단으로서의 탄도미사일까지를 버려야 제재국면에서 벗어나고 비로소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것이다. 이점에서 중국과 북한은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둘째로 중국은 등소평(鄧小平) 주도하에 계급투쟁을 격화시킨 문화대혁명을 완전히 청산하고 지구상에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모택동의 전쟁 불가피론(不可避論)을 핵을 보유한 강대국 간에는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전쟁가피론(戰爭可避論)으로 상황의 논리를 새롭게 정립, 개혁개방의 길에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핵 포기를 전제로 미국이 제공하는 체제보장수단으로서의 북미수교와 한반도 평화협정, 제재해제 그리고 핵 폐기의 대가를 얻음으로써 개혁개방 환경을 조성해보려고 한다.

셋째로 중국은 생산력의 증강수단으로 농민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조치를 통해 생산증가에 따르는 물질적 인센티브를 제공, 사회주의 경제 불황과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인 식량부족사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여기에 시장 경제적 요소가 가미됨으로 해서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이 바탕위에서 개혁개방을 통해 외국기업들의 중국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를 적극 권유, 장려함으로 해서 중국은 탄탄한 경제발전의 궤도에 진입하게 되었다. 넷째로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사상해방을 기함으로써 인간의 창의력을 발휘할 여건을 만들고 외자유치를 위해 당이 주도하여 직장과 거주지를 정해주는 작업단위 체재를 폐지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발전된 남한을 의식하기 때문에 개혁은 하되 개방을 하지 못하는, 즉 개방 없는 개혁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에서도 중국에서처럼 김정은 집권과 동시에 농업과 공업부문에서 자율성을 허용하는 몇 가지 조치를 단행했다. 소위 2012년의 6.28조치를 통해 협동농장 수확물을 국가와 농민이 73의 비율로 나눠 농민 몫을 보장하는 생산물 할당제(일명 포전담당제)를 실시했고 2014년의 5.30조치를 발표, 북한 전역의 공장 기업소의 경영자율권을 인정하는 조치를 강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김정은 정권이 새롭게 내놓은 정책이라기보다는 북한의 이른바 고난의 행군시대에 인민들이 배급체제가 와해된 상황 속에서 생계를 자기들 스스로 책임을 지면서 이룩한 경제관리의 성과를 추후에 북한정권이 수용,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 중국처럼 정부가 개혁개방의 이니셔티브를 쥔 위로부터의(Top Down) 개혁이 아니고 인민들이 굶어죽기 않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 낸 시장 경제적 요소를 정권이 어쩔 수없이 수용한(아래로부터 치고 올라간 개혁)결과다. 이점도 중국과 북한간의 차이점이다. 이와 관련 Hazel SmithNorth Korea: Market and Military Rule에서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사회는 정치적 자유가 없는 가운데 시장화개혁이 자율적으로 아래로부터 이루어졌음을 자세히 논증하고 있다. 그는 1990년대 중반이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대중의 식량구입으로부터 직업선택, 일상적인 정보접근에 이르는 모든 것을 장악 통제했던 김일성주의는 그 밑뿌리부터 완전히 붕괴되었고 국가와 당은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대해 통제능력을 거의 상실했으며 사회생활의 주체가 당이나 자기가 속했던 직능단체가 아닌 가구(家口)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라종일(羅鍾一) 교수도 최근 그의 인터뷰에서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에 의하면 북한은 각자가 생계수단을 갖는 자본주의 사회와는 달리 노동과 생계가 별개였다. 노동은 의무이고 생계는 국가의 혜택을 의미했는데 1990년대 중반 이를 지탱해주던 배급시스템이 붕괴되었다. 의무는 의무대로 하는데 국가가 혜택을 베풀어 주지 못하자 제각각 자기가 벌어서 자기가 먹는 체제로 변했다. 지금은 오히려 국가가 시장에 기생하면서 먹고 산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정일로부터 권력을 세습한 김정은도 이제 자기 힘으로 시장을 이겨 김일성주의를 복원할 수 없기 때문에 비핵화카드를 상장(上場)시킴으로써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개발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서 북한이 개혁개방을 서두르는 또 다른 이유는 유엔의 대북한 제재(制裁)가 강화되는 국면에서 북한의 대 중국 무역의존도는 이미 90%를 상회했고 이대로 가면 북한은 중국의 종속국(Client State)이 되어야 할 형편이다. 이런데도 중국은 북한에 대한 유엔안보리제재를 줄곧 지지하는가 하면 북한에 대한 외교적 갑()질을 끊지도 않았다. 김정은은 이러한 상황을 탈피하는 방법으로 미국에게 비핵화를 협상 카드로 내밀면서 체제보장을 요구, 외교다변화를 모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일당 통제 하에 경제개발에 성공하고 있는 베트남도 북한에는 좋은 참고가 되지만 베트남 역시 북한과는 달리 개혁개방이라는 도이모이(刷新)정책을 공산당 주도로 실시했다는 사실이다. 또 베트남은 남한과 북한이라는 상호비교단위가 없는 통일국가인 점도 북한의 입장과 구별되는 베트남의 이점(利點)일 것이다. 북한은 남북한 분단 경쟁상황에서 항상 심리전 차원의 부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3. 전망

북한의 김정일 시대에도 개혁개방을 향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자기가 취한 개혁조치의 성과가 미흡하거나 체제유지에 부담이 온다면 그 정책을 즉각 팽개치고 관련자에게 책임을 덧씌워 숙청하기 일 수였다. 과거 7.1 경제개선조치나 화폐개혁이 실패로 돌아가자 관련자들을 모두 숙청했고 신의주 경제개발특구도 중국이 압력을 가하자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김정은은 지금까지 자기가 내린 결정으로서의 6.28조치나 5.30 조치를 계속 유지할 뿐만 아니라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잘 이행하고 나름대로 노동당에 대해 약속한 핵개발과 경제병진정책을 나름대로 잘 이행해왔다. 24개 지역을 경제개발특구로 지정해 놓고 외국자본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소기업과 자영업 정책에서도 변화된 정책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 2010년에 종합시장이 200개에서 현재 500여개로 늘어났고 시장에 대한 억압이나 통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시장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정은은 시장화 개혁를 계속 밀고나가면서 자기가 밝힌 정책이나 공약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의 진보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는 김정은이 비핵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고 미국과 수교하게 되면 북한 경제는 잘 나갈 때의 중국경제성장률을 능가, 연평균 15%까지 성장률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어디까지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면서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을 확고히 해주고 남북한 관계가 개선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또 우리 사회 일각에는 한미양국이 최대의 압박정책을 계속하면서 재제를 강화하면 3대세습의 독재정권이 결국 붕괴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비핵화협상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비판하는 견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전통적인 공산정권과는 달리 동양적 전제주의(Oriental Despotism)문화를 주민 지배원리로 적용하여 지난 70년 동안 주민의 조직과 장악, 통제의 노하우에서는 다른 어떤 전체주의 국가도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강화된 지배동맹체제가 지속되어 왔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여기에 남북분단이라는 경쟁적 요소가 북한지배층과 주민들을 결속시키는 접착제로 가미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붕괴보다는 비핵화협상을 성공시켜 점진적 진화를 통한 남북관계발전을 추구하면서 북한이 개혁개방의 결과로 선진화되는 발전의 도정에 오르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남북한이 서로 잘사는 상태에서 만나 하나로 통합되는 통일을 꿈꿔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의 통일은 전통적 의미의 재통일(Reunification)이 아닌 새 통일(New Unification)일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핵화를 위한 정상외교가 상생을 위한 합의로 성공된다면 북한의 개혁을 통한 경제발전은 성공할 것이고 그 결과로서 우리가 바라는 새 통일의 일정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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