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이 중국으로 떠나는 이유는?
이글은 내일신문 2003년 11월 4일
신문로칼럼에 게재된 이영일 한중문화협회 총재의 기고문임
한국기업, 중국으로 옮겨가는 까닭은
요즈음 서울의 주요 호텔에서는 중국 각성, 시 단위에서 실시하는 투자설명회가 눈길을 끈다. 평균 한주일에 5건 정도의 투자유치단이 방한, 투자설명회를 열고 투자의사나 기업의 중국진출을 검토하는 기업들을 방문, 유리한
투자조건을 설명하는 데 열을 올린다. 사스 파동 이후 중국에서 한국을 찾는 투자유치단 대열은 매일 같이
이어진다. 한중문화협회에도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001년 이후 1500여개의 한국기업들이 중국의 각성이나 시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무역연구소에 의하면 현재 국내 제조업 26.1%가 생산거점을 중국, 동남아 등 해외로 이전했으며 47.7%는 이전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나머지 47.7%마저 이전을 완료하면 국내제조업의 절반 이상이 우리나라를
떠나게 될 것이다. 국내에는 제조업의 심각한 공동화가 초래될 것이다.
한국기업들이 그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던 제조업을 해외로 옮기는 주요원인을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비용절감(28.6%)으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둘째는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를 위해서(20.9%). 셋째는 해외시장확대(17.9%), 넷째는 현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6.6%), 다섯째는
통상압력 회피(6.6%), 여섯째는 신사업촉진(4.6%)등으로
나타난다.
기업의 해외이전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현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위한
것일 경우는 오히려 적극 권장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중국의 경우 한국제조업이 현재 누리고 있는 중국에
대한 기술, 경영, 시장면에서의 우위는 결코 오래 유지될
수 없다. 특히 일본의 장기불황으로 인하여 수많은 일본기술자들이 중국으로 대거 이동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비용절감, 노동력 확보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
따라서 중국을 공산품 수출기지로만 간주하다가는 결국 중국기업들에게 추월당하면서 시장마저 상실할 수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중국의 동종 유사업체와 합작하여 공생하면서 공동으로 시장을 확보해 나가는 편이 장기적으로 보아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통상압력을 회피하고 신사업을 열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권장할만하다.
그러나 노조와의 갈등, 임금인상요구로 제조업의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장을
해외, 특히 중국으로 옮기는 경우나 노동력 부족 때문에 한국을 떠나는 기업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제조업이 줄어들면 국내 산업구조에서 제조업의 공동화현상이 생기고 그 결과는
고용감소, 이공계 기피, 새로운 산업을 위한 기술창출 미흡으로
이어지면서 성장잠재력 약화라는 악순환을 몰고 올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제약하는 가장 큰 문제는 노사관계의 부조화라는 데 크게 이론이 없는 것 같다. 손익의 균분을 전제로 하지 않은 노조의 경영참여요구, 소위 3 D기피증이나 기업의 경쟁력을 감소시켜 기업의 존립위기를 가져올 만큼 심각한 임금투쟁과 파업에 시달린 기업들은
이런 부담과 고통이 적은 나라를 찾아 공장을 옮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에도 노조는 있다. 그러나 중국경제의 현 단계는 기업의 존립을 해칠 수준의 임금투쟁이나
파업은 상상할 수 없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단합과 협조를 강조하는 노조가 존재하는 단계다. 공장에서 일자리를 얻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중국 각 지역에서 도시로 몰려든 노동자들은 감격한다. 이러한 나라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전투적 노조나 조합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선동하는 정치노조가 존재할 리
없다.그러나 작금 우리나라에서는 공장의 해외이전으로 심각한 문제가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하다. 한국기업들이 공장을 중국으로 옮겨
중국인 20만 명에게 직장을 마련해 주는 대신 한국에서는 10만
명이 취업기회를 상실한다.
제2의 아르헨티나 되기 전에 대책 서둘러야
우리나라에서 새로 태어난 제조업은 2002년 1월 1084개를 기록한 후 2003년 현재 555개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2003년 6월 현재 제조업의 신설법인 수는 전년 동월대비 19.7%가 감소했으나
건설 및 서비스업은 14.2%, 3.5% 증가했다.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도 급감하고 있다. 1999년 71억 달러를
상회하던 외국인투자가 2002년에는 24억 달러로 급감했다.
이제 우리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소리가 여러 곳에서 들린다. 1인당 GNP 1만 달러 수준에서 묶여 제자리걸음을 계속하다가 다시 아르헨티나처럼 낙하할지도 모른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브라질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일터를 찾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중국대사관 앞에서 입국비자를 얻기 위해 줄을 서는 사태가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보면서 이 현상에 수반하는 긍정적 요소는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겠지만 부정적 요소는 정부와
기업과 노조의 공동노력을 통해 극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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