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울 음악무대가 준 감동

 

이 영 일 한중문화협회 회장

 

2013년 5월 3일 밤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는 500여명의 청중들이 마음속에서 울러나는 감동의 박수를 터뜨렸다. 처음에는 잔잔하던 감동의 물결이 점차 커지면서 장내에 파고를 일으켰다. 80세 초반부터 70대에 이르는 5명의 한국 작곡가들이 무대에 올라올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왔고 한 분은 그 아내 되는 분이 보행이 불편해서 못나온 남편을 대리해서 이 자리에 참석했다. 다섯 분 작곡가들이 지은 곡목들을 우리나라 최고의 성악가들이 예울 음악무대가 한국가곡의 향기라는 주제로 마련한 음악회에서 연주를 한 것이다.

 

해설을 맡은 바리톤 정록기 교수(한양대 음대 교수)는 이날 예울 음악무대가 금년으로 7회째 한국 가곡의 향기라는 주제로 한국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하는 성악행사를 개최해왔다면서 2007년 제1회 때는 조두남, 변훈, 장일남 씨 등 세분의 작품들이 연주되었고 이번에는 윤해중, 오동일, 이수인, 이영조, 이건용 다섯 작곡가들의 작품이 연주된다는 것이다.

 

출연진들은 경동교회에서 노아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전 국립오페라 단장 박수길 전 한양대 교수를 비롯해서 내 고등학교 동문인 임해철 교수, 피아니시트 이유화, 박성희 교수, 테너 이영화 교수, 소프라노 이정수, 정기옥 교수, 메조소파라노 정수연 교수 등이 출연했다.

 

나 같은 음악 문외한은 열창하는 곡목들의 시종(始終)을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때로는 한번 배웠으면 하던 귀에 익은 곡목을 들을 때면 더 힘껏 박수를 치면서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청중들을 진정으로 감동시킨 것은 성악가들의 연주에 못지않게 해설하는 정록기 교수가 청중석에 앉아 있는 작곡가들을 한 분 한 분 불러서 소개할 때였다. 백발이 허연 분들이 청중을 둘러보면서 목례를 하는 작곡가들의 표정 속에 기쁨이 가득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작곡가들이 공연이 끝난 후 한 분 한 분 호명된 순서대로 무대 위로 올라와 연주자들과 악수도 하고 포옹도 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5월의 신록도 아름답지만 나이 든 작곡가와 그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한 바로 그 성악가들이 한 자리에서 기쁘고 반가운 표정으로 악수하고 안아주고 반기면서 서로 어우러지는 무대야말로 근래 내 주변에서 보기 드문 아름다움이었다.

 

정말 멋진 기획이다. 지금 우리나라에 많은 작곡가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훌륭한 시를 음악으로 만드는 가곡의 작곡가들은 인기 있는 유행가 작곡가들 보다 음원(音源)에서 생기는 수입이 비교도 안 될 만큼 적을 것 같다. 물론 이날 인기를 모았던 작곡가 이수인 씨의 “내 마음의 강물”처럼 애창되는 곡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곡들은 성악 전공자들에게서만 연주되는 경우도 적잖을 것이다.

 

예울 음악무대가 우리나라 작곡가들을 매년 선발해서 그들의 좋은 작품을 일류 성악가들을 통해 국민들에게 선보이고 작곡가들에게 긍지와 보람을 심어주려고 기울이는 노력은 한국음악의 발전을 향한 값진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작곡가들에게 꽃다발 대신에 내심의 축제를 갖게 해준 이날의 행사는 그 빛이 해가 갈수록 찬란히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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