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줄 오른편에서 넷째번이 박영호 교수, 오른편 앞줄 끝이 부인, 필자는 전면의 검정 모자,우편옆이 김중배, 주섭일 씨등이다.

“공산당 선언 새로 읽기”출판기념회

나는 2012년 12월 1일 하오 4시 시내 레이첼 카슨 홀에서 열린 박영호 교수 저술의 공산당 선언 새로읽기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지식을 만드는 지식출판사」가 출간한 박영호 교수의 공산당선언 새로 읽기는 근래 보기 드문 명작으로서 박교수가 근 2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발표한 노작이었다.

 

한중문화협회 연구이사이기도 한 박영호 박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얻은 석학으로서 대학시절이래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는 164년 전에 발표된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을 현재를 기준으로 재조명하면서 그간 마르크스이념을 구현했다고 자부하면서 출범한 소련에서의 공산주의의 실험이 얼마나 마르크스의 이념으로서의 인간해방, 인간소외의 극복, 민주주의의 실현과 동떨어진 체제였던가를 실감 있게 파헤쳤다.

 

동시에 그간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그때그때의 처방으로 아직도 그 잔명을 부지하고 있는 자본주의가 소련에서 실패한 공산주의와 함께 또다시 존폐의 위기에 직면한 현실을 분석하면서 칼 마르크스가 생각했던 인간해방의 메시지를 실현하지 못하는 이즘은 그것이 자본주의이건, 오도된 공산주의이건 결국 실패할 수 없다는 것을 날카롭게 피헤쳤다.

 

한때 동구라파에서 “인간의 얼굴을 가진 사회주의”(두브체크)가 체코개혁파들에 의해 제기되었다. 노동자의 자주연대운동이 폴란드(바웬사 등)에서 정치변혁을 가져왔다. 마르크스는 죽었지만 그가 추구했던 인간해방의 비전은 아직도 역사 속에 살아있음을 박 교수는 강력히 증언하면서 신자유주의가 몰고 온 인간소외, 빈익빈 부익부를 가져온 격차의 현실을 마르크스주의를 재음미해야 할 시대의 징표, 시대적 당위로 제시하고 있다.

 

박교수의 명쾌한 분석에 박수를 보내면서 한 가지 첨언하고 싶은 것은 모택동 이후 등소평의 이른바 초기 사회주의 이론과 공산당 선언과의 관계를 비교 체제차원에서 분석했으면 보다 논점의 보편화에 기여할 것 같다는 점이다.

 

중국의 등소평은 중국이 높은 단계의 사회주의를 하기에는 너무나 생산력발달이 뒤져있다면서 현재의 중국은 사회주의의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이 단계를 극복, 더 높은 단계의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데는 앞으로도 약 10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지령경제, 계획경제의 문제점을 많은 면에서 해결하고 있지만 인간의 소외나 해방의 문제는 아직도 미해결의 과제로 남아있다.

 

당내 민주나 사회민주를 말하지만 정치개혁과는 크게 연결되지못하고 있어 마르크스가 공산당선언에서 말한 민주와도 거리가 멀다. 그러나 소련공산주의 보다는 중국공산주의가 어느 면에서는 공산당 선언의 이념구현에 더 접근한 요소를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교수는 무척 어려운 과제를 용기 있게 파헤치고 방향을 제시한 점에서 그의 노작은 그의 학문여정에서 중요한 기여로 평가될 것이다.

 

이날 출판기념식에서는 김중배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이부영 전 국회의원, 장기표 사회민주주의 연구회장, 조희연 교수의 축사에 이어 박만섭 고려대 교수의 서평, 박영호 박사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 박영호 교수는 그가 칼 마르크스와 만나게 된 동기를 설명하면서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재학시절 서울 상대에서 열린 학술토론대회에서 그가 공산당 선언과 레닌을 읽은 덕분에 1등 입상한 사실을 수상 사진과 함께 슬라이드 필름으로 보여주어 감동을 자아냈다.

 

근래에 드문 신선한 출판기념회, 뜻깊은 모임이었다. 플러스 감으로 채워진 토요일오후를 가진 것이 즐거웠다.

자리를 같이한 주섭일 박사(파리대박사, 전 중앙일보 대기자), 한기호 전자신문 사장, 김승균 남북교역사장, 장기표씨등과 어울려 김치찌개로 막걸리잔을 기울이면서 남의 출판기념회 뒤풀이를 한 것도 즐거운 추억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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