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왼쪽이 베이징 국제콩클 대표 張勇,박지은씨, 이규형대사, 필자)
Flutist 박지은의 수준 높은 연주를 듣고 씨
한중문화협회 회장 이 영 일
우연히 횡재를 만나는 일만큼 인간사에서 기쁜 일은 없을 것 같다. 횡재는 반드시 재물을 얻는 경우만이 아니다. 뜻밖에 뜻이 통하는 친구를 만난다거나 좋은 예술품을 발견하거나 또는 자기가 전혀 모르던 세계와 접하게 되는 경우도 횡제에 해당할 것이다. 나는 이런 의미에서 지난 10월 21일 밤 뜻밖에도 한국의 저명한 Flutist의 한 분인 박지은 씨의 Flute 연주를 접하는 횡재를 만났다.
나는 한중문화협회 운영이사의 한분이신 김혜영 여사(영은 기획 대표)의 권유로 제5회 베이징 국제 음악 콩쿠르에 참관하게 되었다. 금년이 제5회째라고 하지만 지금까지는 나의 관심권 밖의 행사였기 때문에 잘 아는 바 없었다. 다만 K-Pop과 더불어 K-Classic을 꿈꾸는 김혜영 여사의 설명으로 베이징에서 이런 음악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침내 가을비가 을씨년스럽게 주변을 적시는 밤에 베이징 중산공원 음악당을 찾게 되었다.
이날 행사의 공식명칭은 한국말로 표현한다면 “플루트 부문 베이징국제음악경연대회”인데 중국말로는 北京長笛國際音樂比賽였다. 나는 이 표현을 읽으면서 음악콩쿠르가 모든 음악을 망라하는 것이 아니라 부문별 행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플루트를 중국인들은 긴 피리나 퉁소를 의미하는 장적(長笛:창디)으로 번역하는데 놀랐다. 우리말에는 플루트의 한국어가 없다.
제5회 베이징 국제 플루트 콩쿠르에는 38개국 221명이 참가했다는데 지난 한 주일동안 경연은 모두 끝났고 내가 참관한 연주회는 시상식 전날 이 콩쿠르에 초대받은 세계적 수준의 Flutist들의 연주회였다. 한국출전자들은 18명이 본선에 올라 3위와 5위를 차지했다고 김혜영 여사는 못내 감격해 했다. 성악과 피아노, 바이올린 부문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연주가들을 많이 배출한 한국이지만 플루트나 클라리넷 같은 관악기 부문은 아직도 한국이 좀 더 분발해야할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연주회에 한국대표로 초청받은 서울시향의 수석 플루트 박지은 씨는 연주순서 네 번째로 등단, 세 곡을 연주했다. 그러나 그녀의 연주는 앞서 연주했던 세계정상급 연주가들과는 전연 다른 느낌을 주었다. 몸매가 플루트 선율을 닮았다고 표현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등단과 더불어 잘 어울리는 연주 복이 베이징 중산공원 음악당을 Andre Lieu가 지휘하는 비엔나 음악당의 분위기로 바꿔 놓는 것 같았다.
특히 맨 첫 곡으로 연주한 Chopin의 Nocturne in C#minor for Piano and Flute는 10월 하순의 베이징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곡이었다. 이 곡은 처음 듣는 곡은 아니다.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이, 또 유명한 바이오린 연주가들이 즐겨 하는 곡목이기 때문에 쇼팽 음악의 대명사가 된 Nocturne을 처음 듣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피아노나 바이올린의 Nocturne 연주도 많은 분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하지만 이날 밤 박지은의 Nocturne 연주는 계절과 분위기, 그리고 청중들의 수준과 조화를 이루면서 듣는 이의 가슴속과 뇌리를 짙은 감동으로 파고드는 선율이었다.
모든 연주에는 연주자의 의지가 강하게 투영되지만 그러나 플루트만큼 그 강도가 높은 것은 없을 것 같다. 심장에서 울어 나오는 호흡이 금관을 통해 음으로 변하는 플루트를 통해서만이 인간의 서정은 극치를 이루는 것 같다. 옛날 동양의 선인들은 대 피리나 퉁소로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거나 자기의 포부를 전달했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플루트를 장적(長笛)으로 번역한 까닭을 알 것 같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20세기 최고의 비극을 그린 영화 “피아니스트”의 주제곡으로 Nocturne in C# minor 를 선택한 이유를 회상하면서 박지은이 그리는 쇼팽의 세계가 더 아름답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쇼팽에 이어 박지은은 이안 클라크 작곡의 The Great Train Race를 연주했다. 이 곡은 플루트 솔로로서 연주의 기교를 통해 악기로서의 플루트가 감당할 음역을 넘어선 연주를 보이는 것으로 고강도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한 연주였다. 그래서인지 어느 연주자보다도 더 많은 갈채를 받았다. 달리는 기차의 치찰음과 기적소리를 플루트 연주를 통해 새로운 음악의 영역으로 승화시키는 연주기법은 다른 연주자들을 완전히 압도할만했다. 세 번째로 연주한 Denny Boy는 만인공감의 서정성, 그리움, 동경을 잔잔하게 표현함으로써 음악당 분위기를 한층 더 훈훈하게 만들었다.
이날 초청 연주가 끝난 후 주최 측이 조사한 이른바 출구조사 형식의 반향에서 박지은이 단연 톱으로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박지은은 10세 때 플루트 세계에 뛰어들어 예원학교 재학 중 도미, 줄리어드 예비학교, 맨하튼 음대를 마치고 예일대학교 음악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재원이다. 귀국한 후 참여한 모든 콩쿠르에서 항상 수석을 차지하면서 25세의 나이에 서울시향(市響)의 최연소 수석 플루트로 정명훈에 의해 발탁되었다. 여기까지 오르는데 그가 쌓은 내공이 얼마나 힘든 길이었던가는 오직 높은 고지에 달한 사람만이 알 것이다.
박지은과 더불어 초청연주에 나선 분들의 면면을 팜플릿을 통해 살펴보니 플루트 계에서는 하나같이 세계정상급 반열에 오른 분들이었다. 명예 대회장인 독일인 Paul Meisen은 국제 뮌헨 콩쿠르에서 수석으로 입상한 이래 Karlsruhe의 플루트 솔로이스트, 뮌헨 음악아카데미 교수로 활약 중이며 Peter-Lukas Graf는 스위스 인으로 Lucerne Orchestra Festival의 수석 Flutist 였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Flutist인 Paul Edmund Davies는 이날 중국의 플루트 계의 선두주자인 한구어량(韓國良)과의 협연으로 중국 쪽 청중들의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김혜영 여사는 자기가 학창시절에 만났던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 Flutist Wolhgang Schultz선생이 노구에도 불구하고 감미로운 연주를 보여준 것을 높이 평가하고 달려가서 기쁜 상봉을 하고 사진으로 인증샷을 날렸다.
금년으로 5회를 맞는 베이징 국제콩쿠르는 중국에서 장용(張勇)이라는 사람이 경영하는 개인 기획사가 조직한 행사였다. 그러나 높아진 중국의 위상 때문에 세계수준의 연주가들이 초청 연주자로서, 심사위원으로 대거 참여했다. 물론 중국에서는 국제행사를 개인이 임의로 개최할 수 없다. 중국공산당 선전부, 중국정부의 문화부, 대외우호협회 등의 사전 심사와 능력평가가 전제된다.
소프트 파워를 중시하는 중국외교의 새로운 단면을 볼 수 있는 좋은 행사였다. 중국의 소프트 파워에 못지않게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바야흐로 K-Pop으로 대표된다. 그러나 그간 우리내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고전음악분야에 투자한 수많은 인적자원(人的資源)들을 사장(死藏) 시키지 말고 K-Classic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영은기획 김혜영 자매의 꿈이 현실화될 것을 기대하면서 베이징 국제콩쿠르 소감으로 가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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