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2012년 11월 24일 光州 프라도호텔에서 열린 재외동포문화예술대전 창립총회에서 행한 이영일 한중문화협회 회장의 축사전문입니다  

 

           재외동포문화예술대전 창립총회 축사

 

오늘 광주에서 매우 귀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광주의 밝은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민족의 발전과 지역의 발전이라는 두 개의 큰 명제를 동시에 충족시킬 야심찬 기획을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알기로 오늘 이 행사를 개최하는 재외동포 후생 사업단은 재작년부터 광주광역시에 “韓中文化의 거리”를 만들어 지역발전과 재중동포사회를 연결시키려는 구상을 추진해왔습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제1회 韓中詩畵교류전을 광주에서 가진 이래 중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한중문화교류전시회를 3회에 걸쳐 개최하면서 마침내 재외동포 문화예술대전 창립을 이곳 광주에서 발기하기로 뜻을 세웠다고 합니다.

 

돌이켜 보건데 지금부터 21년 전 1991년에 한국과 러시아가 국교를 열고 그 다음해인 1992년, 한국과 중국 간에 국교가 열린 것을 계기로 그간 우리의 관심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在中同胞社會, 在러시아同胞社會가 다시 우리 민족공동체의 일부로 새롭게 復活하였던 것입니다.

 

재중동포사회나 재러시아 동포사회는 우리 민족의 불행한 역사의 시작과 궤를 같이하면서 형성되었습니다. 지금부터 100년 전 조선왕조가 일본에 합방되던 비운의 역사를 맞으면서 일본제국주의의 치하에서 일본의 노예가 되는 삶을 거부하기 위해서 정든 산천을 버리고 한반도를 떠났던 분들, 조국광복을 위한 투쟁의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서 떠났던 분들, 일제치하에서 먹을 것이 없어 생계를 꾸릴 땅을 얻기 위해 男負女戴하고 압록강이나 두만강을 건넜던 분들의 후예들이 바로 오늘의 재외동포들입니다.

 

이들은 초기에는 중국의 만주벌판과 러시아의 연해주지역에 정착했다가 이제는 중국의 동북 3성과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대륙으로 흩어져 여러 나라의 국적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핏줄로 보나 문화적 습속으로 보나 언어로 보나 심지어 생김새까지를 보아도 우리 한민족임이 분명합니다. 이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나라와 한국 간에 국교가 열리면서부터 그리던 조국 땅을 밟게 되었습니다. 자기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리던 땅, 자기들의 부모가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던 바로 그 땅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조국 대한민국을 찾아온 대다수의 재외동포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노동력이외에는 아무 가진 것도 없이 노동 일을 하기위해 우리나라를 찾아왔습니다. 이들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차갑게 노동자로 천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과연 이러한 나라가 자기 선조들이 그토록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다고 목메던 조국이었던가에 회의를 품는 재외동포들도 적잖았을 것입니다.

 

오늘날 중국이 東北工程을 통해 고구려 역사를 중국의 역사 속에 편입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매우 분개하면서도 만주 땅에 살다가 한국으로 노동 일 하러 온 조선족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이들을 천시하거나 푸대접하는 사람들이 우리 국민들 가운데 있다는 것을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여기에 바로 우리가 재외동포문제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야할 당위가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재외동포문제를 바로 해결해 나가려면 고용이나 피고용이라는 경제적 거래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도 잘 풀어야겠지만 그에 앞서서 추진해야할 과제는 오늘의 재외동포사회를 우리가 그 성립배경과 현황에 대해 보다 더 잘 알고 깊게 이해하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일은 어느 면에서는 정부가 앞장서 해결해야할 과제도 있지만 민족적 과업을 해결하는 주체를 꼭 정부에만 국한시킬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제외동포사회와 한국의 지역사회의 문화인들이, 예술인들이 주축이 되어 문화와 예술의 교류, 협력을 심화시켜 나감으로써 서로가 서로의 처지를 보다 깊이 알고 이해하는 폭도 넓힐 수 있을 것입니다.

 

재외동포가 형성되는 역사적 배경에 대해 우리들이 보다 깊이 알면 알수록 이들이 현재 당면한 처지가 우리와 무관한 남의 역사, 남의 처지 아니고 바로 우리와 핏줄을 같이 나눈, 民族受難의 역사를 함께 한 형제들의 처지, 형제들의 역사로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인구가 많은 재중동포와 재러시아 동포들이 그 나마 라도 우리 민족공동체의 일부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재외동포들의 2세 교육이 아주 중요한 과제로 등장합니다. 핏줄이 같고 문화가 같다 하더라도 언어의 공통성이 사라지면 그것은 準 민족이지 온전한 민족으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해체되거나 변질된다면 민족공동체의 개념도 희박해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재외동포의 2세들은 우리말을 거의 상실했거나 상실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가족개념도 변질되거나 왜곡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결코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일조일석에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방도가 있다면 뜨거운 동포애를 바탕으로 문화교류와 협력을 통해서만이 민족공동체를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연변에서 매년 열리는 한글백일장운동을 저의 한중문화협회는 몇 년 동안 지원한 바 있습니다. 많은 성과를 얻었습니다. 이러한 사업에서는 정부보다는 바로 문화, 예술인들이 앞장설 때 더 현실적인 열매를 많이 맺게 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 여기서 열리는 창립총회는 그 의의가 자못 크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재외동포사회의 문화인들과 藝鄕 광주의 문화인들이 서로 손을 잡고 재외동포문화예술대전을 창립하고 이를 토대로 문화교류와 협력의 길을 터서 지역발전에도 기여하고 재외동포사회의 발전에도 보탬이 되는 사업을 시도한 것은 매우 귀하고 값진 이니셔티브라고 나는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꼭 해결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피는 물보다 짙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피보다 더 짙은 것은 사랑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뜨거운 동포애입니다.

 

 오늘 재외동포후생사업단이 광주를 시작으로 해서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려고 돛을 올렸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습니다. 좋은 뜻은 반드시 좋은 열매를 맺는다고 믿습니다. 시작은 작으나 후에는 크게 창대하리라는 믿음에 서서 큰 발전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축하의 말씀에 가름합니다.

                                                   

                                                          2012년 11월 24일

                   

                                      사단법인 한중문화협회 총재 이 영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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