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젊은
요즈음 젊은 사람들의 3포(抛)문제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3포란 취업포기, 결혼포기,출산포기라고 한다. 젊은이들 가운데는 봉급도 신통치 않고 앞날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은 직장에 나갈 바에야 차라리 취업을 포기하겠다면서 할 일없이 노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 시시한 직장에 가는 대신에 유학이나 대학원으로 진학하여 시간을 버는 사람들도 있다. 취업포기의 변이다.
또 상당수의 젊은이들은 돈이 없어 결혼을 못한다면서 혼기를 늦추거나 포기한다. 혼자 사는 것이 오히려 자유롭다고 말하는 여자들도 있다. 상당한 유산이 있거나 강남(江南)형 재력가(부동산 등이나 한탕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을 지칭)의 자녀처럼 삶에 불편함이 없는 경제수준이 아니라면 선뜻 결혼을 결심할 수 없다는 것이 결혼포기의 변이다.
이러한 분위기속에서 출산포기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모른다. 교회에서는 자녀란 하나님이 주는 선물이라고 설파하지만 오히려 짐으로, 부담으로 보는 젊은이들이 있다. 맞벌이 부부에게는 자녀 키우는 일만큼 어렵고 힘든 일은 없을 것이다. 자녀에게 좋은 부모(좋은 과외나 유학을 뒷받침할 능력 등)가 될 수 없을 바에야 자녀를 안 갖는 편이 낫다는 것이 출산포기의 변이다.
지금 이들 젊은이들의 3포 현상은 기성세대들의 입장에서 보면 뭔가 한참 잘못된 태도 같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주어진 환경에 대한 그들 나름의 어쩔 수없는 몸부림이다. 그들도 부모들에게서 전수한 인생의 목표, 학교교육과정이나 성장하면서 내심에 간직했던 꿈은 결코 3포가 아니었다. 3포를 선택하는 그들 내면에는 우리 기성세대들이 모르는 깊은 아픔과 외로움, 그리고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 있다. 이들의 모습은 그 내막을 알면 알수록 안쓰럽기 짝이 없다.
이들의 문제를 일부 “젊은 그들”만의 문제로 치지도외(置之度外)할 수 없다. 왜냐하면 경제성장 제일주의로 줄달음치던 역사의 발전과정에서 우리 기성세대들이 그 부작용에 대한 배려와 대비를 소홀이 했던 황금만능주의의 가치관에 짓눌려 버렸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경제는 세계 랭킹 15위권으로 껑충 뛰어올랐다지만 서민들이 느는생활의 어려움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 우리의 경제발전은 성장제일주의에 사로잡혀 한국사회구조속에 커다란 문제점을 야기 시켰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희생위에 부를 일궜고 중소기업들은 노동자의 과도한 희생위에 그나마 잔명을 부지해왔다.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이란 개념은 최근 S그룹 회장이 말하는 대기업 경제학 교과서에는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개념이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은 인간을 평민과 천민으로 가르는 갈등양상을 노정했다. 아들, 딸 구별 없이 가르쳐도, 여자는 출산이 곧 퇴직이라 애 낳기도 쉽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오늘 한국경제의 현실은 부익부, 빈익빈을 노정시켰고 모든 개발혜택은 특권층이나 부동산 투기꾼들에게 돌아갔다. 정권은 이들과의 유착 속에서 창출되었다. 모든 형태의 불공정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이 사회적 가치로서의 돈과 권력과 명예를 독식하는 상황이 조성되었다. 돈이 권력을 낳고 권력을 치부의 수단으로 삼는 한탕주의자들이 뭉쳐 대통령을 만들고 여기에서 각종 권력형 부정부패와 비리가 꼬리를 잇는다.
지금 우리 사회는 바야흐로 탄생에 기인한 부와 빈곤의 대물림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성장만능의 추구는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를 따뜻한 인간애와 공평한 정의가 숨 쉬는 사회로 업그레이드 하는 대신 인간을 돈의 노예로 만드는 황금만능주의와 불공정 편법경쟁을 부추기는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로 전락시켰다.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3포현상은 갈수록 높아지는 격차의 벽을 우리가 그것을 이루었다고 자랑하는 민주정치와 선거로는 결코 극복, 시정할 수 없다는 실망과 좌절에서 파생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한참 열정을 쏟아 일 할 나이에 직업의 귀천에 구애 받지 않고 하루라도 인생을 낭비 없이 열심히 일하여 경험도 쌓고 일도 배우는 것, 성인이 되어 결혼해서 가정을 만들고 자녀를 낳아 인간으로서의 역사를 이어가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는데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실로 통탄할 일이다.
이것이 사회의 경제구조와 이 구조에서 배태된 가치관의 결과라면 우리가 당면해서 해결해야 할 개혁은 실로 시급하고 막중하다. 오늘날 여야 정당들이 앞 다투어 복지개혁에 열을 올리는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좋은 조짐이다.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담론이 등장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특히 부자들의 탐욕을 통제하기 위해 재벌해체, 부자에게 중세를 과하자는 주장과 부자들의 국제경쟁무대에서의 활동은 지원하되 국내적으로는 일정한 울타리에 가두어 기업 활동의 부작용을 막자는 논의가 여야 정책담론을 이루는 것은 한국정치의 큰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최종결론은 국민이 선택하는 것이지만 성장만능주의시대에 소홀이 취급했던 개발시대의 부채를 정치권이 청산에 나섰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 같다.
지금 서구에서도 자본주의 시스템이 결국 30% 가량의 낙오자를 만들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체제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말하고 있다.(2012 다보스 포럼에서의 클라우스 슈바브 회장) 자본주의 4.0이나 따뜻한 자본주의가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부의 편제를 규탄하면서 1%에 의한, 1%를 위한, 1%의 미국분배상황을 비판한 스티글리츠의 견해가 금융위기의 도래와 함께 경제체제변혁의 새로운 담론이 되고 있다.
지금 3포 문제의 해결은 구조차원이외에도 가치관개혁도 필요하다. 일부 젊은 층의 3포로 흐르는 낙오자적 사고와 가치관의 개혁도 아울러 모색해야 할 때다. 사회적 가치관의 물질적 표현이 사회구조일진데 가치관의 변화 없이 사회구조를 바꾼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 많은 젊은이들은 강남주의(江南主義)를 욕한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도달하려는 3포 청산의 기준은 어디에 두고 있는가. 역설이지만 강남주의를 준거한다.
이러한 가치관개혁은 국가나 정부보다에 시민사회가 주축이 되어 추진할 때 보다 호응과 반응이 좋을 것이다. 즉 황금만능주의의 가치관을 무너뜨리는 시민운동을 일으키자는 것이다. 돈으로는 인간사의 본질 문제를 어느 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것이다. 예컨대 “돈으로 집은 살 수 있어도 행복한 가정은 살 수 없고 섹스는 살 수 있어도 진정한 사랑은 살 수 없다.”는 자명한 진리를 깨닫게 하자는 것이다.
아직 우리사회의 3포는 보편적 현상은 아니다. 모든 예식장들은 아직도 사전 예약을 필수로 한다. 취업설명회는 초만원을 이룬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사랑을 매개로 결혼하여 가정을 일구고 자녀를 낳고 기르면서 행복하게 사는 많은 사람들을 본다. 나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이 역사의 주인공들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가치관에서 낙오의식을 청산하고 자기에게 내재한 가능성을 개발하는 가치관을 보였기 때문이다.
돈을 매개로 결혼한 부부는 돈이 떨어지거나 벌어들이지 못하면 금방 파탄다. 비록 가진 것은 작아도 사랑을 매개로 맺어진 부부는 모든 풍랑을 함께 이겨낸다. 우리부모들의 역사다.
이제 우리 사회의 3포 문제는 구조개선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갖게 해주는 한편 민간들이 주도하는 사회운동, 문화 운동을 통해 가치관의 변을 활성화시켜 나가야 한다. 보다 따뜻한 가슴으로 인생의 정도에서 벗어나고 있는 사람들의 처지에 높은 이해와 관심을 보일 때다.
이글은 연우포럼(No.5235)에 2012년 2월 1일자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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