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끝에 쓴 한 편의 시같은 이영일의 넉두리)
오 솔 레 미오는 인간의 비창(悲唱)이다.

8월5일 아침 모처럼 태양이 빛난다.

며칠 만에 보는 밝은 태양빛이다.

그러나 나의 혀는 오 쏠 레 미오를 부르기에는 너무 굳어있다.

모든 것이 휩쓸려간 대지위를 무심히 비추는 태양이 야속해서다.

사랑하는 이, 아까운 것, 고마운 분, 소중한 인연들이 하나같이 사라졌다. 아니 휩쓸려 나갔다. 빼앗기고

상처 입은 대지 위를 태양은 아무 일 없던듯이 비추고 있다.

마치 큰 은총을 베푸는 양 밝은 빛의 촉광을 높이고 있다.

태양 속에는 위로란 말이 없다. 미안도 없다. 재발방지의 약속도 없다. 너에게 슬픈 일이 있었느냐는 물음도 없다.

저 혼자만 스스로 존재하는 자로서 뽐내고 있는 그 자태가 나는 역겹다. 거만스럽게 불행한 이들과 역사를 내려 보는 그 표정이 나는 싫다.

태양의 DNA에는 희로애락이 없다. 오직 수마(水魔)를 앞세워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야수성만을 즐긴다. 8월5일의 아침을 찬란히 비추는 태양의 DNA도 마찬가지다.

오! 인간이여, 그러나 우리는 모든 것을 참고 모든 것을 견디며 오 솔 레 미오를 불러야 한다. 그 빛 속에 생명의 원천이 담겨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락호락 태양의 찬미가 나오지 않는다.

 인간의 보잘것없는 교만일가. 앙탈일가.

오 솔 레 미오는 인간의 비창(悲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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