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 나는 여성국극계 예술인으로 아직도 활동하고 계시는 이소자 여사가 제작한 대춘향전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감상했다. 이소자 여사는 우리나라 전통음악을 國劇化한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아직 결혼도 하지않고 금년으로 80세를 넘겨 望九를 바라보는 연세가 되었다. 점점 잊혀져 가고 사라져가는 여성국극을 전수해 보겠다는 일념에서, 또 여성국극 선배들에 대한 보은의 뜻에서 5월1일 오후 2시와 6시 30분 단2회로 여성국극  대춘향전을 상제했다. 누구의 후원도 없이 자기 사재를 털어 여성국악인들만이 주역인 여성국극으로 춘향전을 공연했다. 한중문화협회에서도 이를 성원하는 뜻에서 10여명의 간부들이 오후 2시 공연에 참여, 뜨거운 갈채를 보냈다. 

이날 공연에서 이소자 여사는 본인이 직접 출연자들의 옷과 소품을 만들고 또 변사또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80세가 넘는 나이로 이처럼 사뿐히 춤을 추고 남성목소리의 변사또 역을 너무 실감있게 연기해내는데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없었다.

특히 이 공연에서 눈이 띄는 것은 춘향전을 현대의 요구에 맞게 극적 재구성을 함과 동시에 현대무용을 적절히 안배함으로써 극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안무와 구성까지를 모두 이소자 여사가 직접 꾸몄다는 사실에 더욱 놀랄뿐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국악예술계의 신인인 김태희 씨가 춘향역을, 박수빈이 이몽룡역을 맡았고 원로 국악인 조영숙 여사사 월매역을 맡아 극의 흥취를 한층 북돋우었다. 이들이 모두 국악인이면서도 돋보인 연기를 펼치는 것을 보는 것은 예상외의 큰 성과였다. 

 서양오페라는 그것이 아무리 비극으로 종결된다고 하여도 끝나면 웃는 얼굴로 나오면서 프리마돈나나 테너의수준을 아렇다 저렇다 평가하지만 우리나라의 오페라인 국극은 특히 춘향전의 경우 대사와 노래에서 엄청난 공감을 얻기 때문에 청중들은 때로 웃고 때로 눈물짓던 감정을 얼굴에 담고 나온다. 페이소스와 해학이 살아 우리 감정에 파고 들기 때문이다.  나도 몇대목에서는 눈시울을 닦았다.

이소자 여사는 여성국극을 한국문화의 장르에서 되찾는 것을 필생의 꿈으로 안고 살고 있다. 정부에서는 남성 혼성국극만을 인정하기 때문에 여성국극은 재대로 대접을 못받는다. 그러나 이 분야의 여성국극은 성(性)의 문제와 관계없다. 50년대와 60년대에 여성국악인들이 중심이되어 발전시킨 한국창극의 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인 여성국극이 한국정부나 뜻있는 기업들의 협찬으로 다시금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모든 보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 이소자 여사의 대춘향전이 불씨가 되어 여성국극이 다시 옛모습을 되찾고 활성화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아래 글과 사진은 이소자 여사가 쓴 대춘향전 상제의 인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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