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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치와 폐기의 기로에 선 6.15선언         

 6.15선언은 아직도 남북한의 평화공존, 통일을 위해 유용한 선언인가. 이 선언이 발표된 지 6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우리는 이  선언의 존폐를 진지하게 검토해야할 상황을 맞고 있다. 최근 북한이 6.15선언에 대한 북한 측의 본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은 6.15선언에 전혀 개의치 않고 지난 7월 5일 스커드 미사일, 노동 미사일,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 다. 정부의 일각에서는 북한의 미사일발사는 군사적이 아니고 정치적이라고 평가하지만 북한이 한국을 사정권 안에 둔 미사일을 예고  없이 발사한 행위는 임의의 시기에 남한에 미사일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위협으로서 한국에 대한 군사도발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한국은 한미동맹에 근거한 연합방위전력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는 북한의 스커드미사일 공격에 자주적으로 대처할 준비가 취약한 상태에  있다. 

 둘째로 북한은 6.15선언을 명분으로 미군철수선동과 한국의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 지난 6월 북한 측은 한나라당이 집권하 면 6.15선언은 날아가고 남북교류도 없어지고 전쟁으로 한반도는 불바다가 될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의 집권반대를 명백히 했다. 우리나 라 정치공동체의 존립원리를 부정하는 내정간섭이 아닐 수 없다. 셋째로 북한은 6.15선언을 내세워 답례도, 고마움의 표시도 없이  남한의 일방적인 대북지원만을 요구하면서 그들의 선군정치로 남한의 광범한 인민이 덕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들의 지원요구 에 남측이 호응치 않을  경우 남북 간에 민족적 차원에서 진행되어 오던 이산가족 상봉 도, 면회소설치공사도 중지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6.15선 언에 대한 북측의 입장이 이렇게 표현될 진데 이 선언이 유용할 수 있는가를 근본적으로 따져 봐야한다.
 
 당초 6.15선언을 만든 남북정상회담은 북한 측의 필요가 아닌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간청(
懇請)과 특검의 고발로 관련자 전 원이 사법 처리된 대북불법송금을 통해 이루어졌다. 따라서 6.15선언은 애초부터 김 전 대통령이 수세적 입장에서 북한 측 주장을  그대로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이 북측에 요구해야할 1991년의 남북한 기본합의서나 한반도비핵화선언의 이행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보장방안이나 인권문제는 아예 거론도 못했다. 장기복역수문제는 문서에 담으면서도 납북자문제가 빠진 것도 여기에 연유한다.

 김 전 대통령은 선언 제5항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요청하여 합의를 얻어내고 김정일 위원장의 방한 시 한반도 평 화보장문제 등 한국 측 요구를 제기, 필요한 합의를 추가할 심산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은 이루어지지 않 았고 그 전망도 없다. 6.15선언 직후 김 전 대통령은 이제 한반도에는 전쟁의 위험이 없어졌으며 김정일 위원장은 합리적이고  판단이 분명한 사람으로서 통일 후에도 미군의 한국주둔의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이것은 6.15선언의 엉성함을 보 완해보려는 김 대통령의 희망사항 같았다. 그러나 선언발표이후의 정세는 김 전 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았다. 

 물론 6.15선언이후 남북한관계는 교류와 협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남북당국자 회담만도 19회 에 이르는 장관급회담을 포함하여 169회 열렸고 이산가족상봉도 지난 5년 간 14회에 걸쳐 1만 여명이 참가하였다. 인적교류, 교 역량도 대폭 늘었고 끊어진 철도가 연결되었으며 개성공단도 설립되었다. 그러나 6.15선언이후 남북교류는 솔직히 말해서 남북한이 신 뢰할 만한 평화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 하에서의 남북교류였고 교류협력의 주도권도 항상 북측에 있었으며 북측의 요구사항을 하나씩  실현해주는 절차였다. 정부는 남북한 간의 긴장을 줄이고 북측의 점진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북 한주민들과의 접촉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하의 교류와 내왕이 북한의 변화를 가져오려면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더욱이 북한은  남북관계의 이러한 외형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등을 포함한 한반도 군사문제에서는 철저히 남한무시(
無視)정책을 고수하고 있 다. 7.5미사일발사가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현시점에서라도 6.15선언이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공적조서 첨부자료로 유용 했던 것처럼 남북관계의 장래에 유용한 선 언이 되려면 새로운 협상을 통해 선언의 내용을 최소한 남북한 기본합의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남북한 간에 인식차이를 보이는 공존,  공조, 연합과 연방, 납북자, 국군포로문제 등의 갈등요소를 해소시켜야 한다. 또 남측이 대북지원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양적(
量的)상 호주의는 아니더라도 질적(質的)상호주의(예컨대 쌀 지원에 대해 납북자를 송환해주는 식)는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 정부는 북측이  이를 위한 새로운 협상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6.15선언의 폐기를 선언하고 대북접근의 새로운 방도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북한 이 남한내정에 간섭하거나 지원요구의 명분만 주고 자기네들은 어떠한 책임과 의무도 지지 않는 선언은 더 이상 붙들고 있을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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