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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6자회담의 방관자인가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겨냥하여 열린 6자회담이 지난 9월 열린 4차 회담을 끝으로 3년 반 만에 성과 없이 침몰하는 것 같다.

 당초 미국은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큰 기대를 갖지 않았으나 2002년 부시대통령이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가진 후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면 북한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중국은 3년 이상 끌어온 6자회담의 기간 중 북한에 대해 미국이 기대하는 만큼의 영향력을 거의  행사하지 않았다. 국제위기관리기구의 전문가 피터 백(Peter Beck) 은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중국이 스스로 인정하는 것 보다는 크고 외부에서 믿는 것보다는 작다면서 그러나 중국은 지금까지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자국의 외교위상을 세우는데 필요한 정도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북한이 강행하겠다는 핵실험을 막는다거나 6자회담을 보이콧하는 행동만 자제시켰을 뿐 실질적으로 핵무기를 포기시키는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은 6자회담에 대한 최신의 점검에서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미국과는 달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이 자율적으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이상의 행동을 취할 전망이 없다고 단정하고 6자회담을 통한 북 핵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태도는 그간 잠재화되었던 김정일 정권교체론을 다시 들고 나오고 있다. 백악관 안보보좌관 스티븐 해들리의 정권변형론(Regime Transformation)이나 미 국무성 부장관 로버트 죌릭의 정권변화론(Regime Evolution)은 표현만 약간 다를 뿐 본질은 동일하다.

부시 대통령은 인민을 굶기면서 핵무기개발을 추진하는 김정일 정권을 도덕적으로 최악의 정권이라고 비판하면서 위폐문제, 마약문제, 인권문제를 강력히 제기, 북한정권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납치공세, 유럽의 인권공세가 가중되고 미국의 PSI(비확산안전조치구상)를 통한 대북봉쇄망은 한층 더 좁혀지고 있다.

이러한 공세로 북한이 존립의 위기에 처하자 중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늘리는 한편 대북투자를 확대함으로써 북한의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중국은 그간 북한정권의 연명에 필요한 만큼만 지원해오던 식량과 에너지를 모두 대북투자로 전환하면서 북한지역을 자원조달, 상품시장,  물류기지로 변환시키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중국은 그들의 개혁개방을 경제면에서 사실상 북한에 밀어 붙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현시점에서 자국경제가 중국동북경제권에 빨려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중국에 매달리는 이외의 다른 방도를 찾을 수 없는 처지이다. 

미국은 김정일 정권의 교체가 한국이나 중국이 큰 재앙(
災殃)으로 받아들이는 북한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고 김정일 정권만 퇴진시키면 북한도 다른 동구의 공산국가들처럼 안정과 번영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정권의 구조와 속성에 관한 비경험적 가설에 근거한다. 현재 체제붕괴를 수반하지 않는 북한정권의 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한국이나 중국의 북한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그러나 6자회담이 이처럼 와해의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국의 외교는 심각한 갈등의 국면을 맞고 있다. 동맹국인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에 맞장구를 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중국처럼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할 만큼 북한에 대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민족공조의 이름하에 북한에 식량, 비료, 생필품을 지원하는 뒷바라지만 하고 있을 수도 없다. 현재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서 남북한 간에 이른바 정상회담이 거론되지만 실효성 있는 현안타결을 기대할 수 없다. 또 정상회담을 통해 양자간에 어떠한  합의를 이룬다고 해도 그것이 유효한 것이 되려면 주변국들의 양해와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현재의 한미관계, 한일관계가 너 무 멀리 떨어져 있다. 

지금 시점에서 한국외교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한미일 공조체제를 신속히 복원하는 것이다. 이 기반위에서 한국은 한반도 비핵 화의 촉진요소로서 북한의 안전보장과 북한경제의 회생 및 산업재건비용을 국제사회가 분담, 실천할 새로운 방안을 제안해야 한다. 개성 공단 제품의 출로보장도 여기에 포함시켜야 한다. 

한국은 먼저 이러한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미국, 일본, 중국 등이 수용토록 협상을 벌인 후 그 성과를 바탕으로 남북정상간 대화를 추 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효율적인 노력 없이 미군이 입주할 평택 부지를 사실상의 내전상태에 방치해 놓고 미국의 대북압박공세에 어 깃장을 놓는 언동과 대북물자지원으로 한국의 외교정책이 표현된다면 우리는 또다시 북 핵 외교에서 방청객의 위치로 밀려날 것이다. 

역사는 이렇게 되는 한국외교를 한말외교만도 못한 것으로 평가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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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이 경계할만큼 무서운 존재인가

 

이글은 2006 2 16일자 내일신문 이영일 칼럼에 게재된 것임

중국경계론은 실체인가 기우인가

한중문화협회 총재 이 영 일

새해 동북아 국제정치의 화두는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미국과 일본이 제기하는 중국경계론이라 할 것이다. 특히 중국통계청이 지난 1 24 2005년 말 로 중국 GDP가 비록 1인당 GDP 1700달러이지만 총량에 있어서는 프랑스를 앞질러 세계랭킹 5위에 도달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서방측의 중국경계론은 한층 더 고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작년도에 이미 국방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군사, 정치대국을 지향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중국 군비확충의 지속성과 불투명성을 강력히 비판하였고 일본도 이에 동조하였다.

중국은 이러한 경계론을 향하여 이른바 화평굴기(
和平屈起)론으로 자국의 입장을 옹호하는 한편 미일의 외교적 포위공세에 대처하는 작업을 적극화하고 있다. 중국 측의 해명은 첫째 자국의 경제발전방식이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처럼 침략전쟁을 통해 다른 나라의 자원과 노동을 약탈 갈취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오히려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에게 시장을 개방하여 직접 투자(FDI)를 유치하고 여기에 중국의 풍부한 노동력을 결합시켜 경제발전을 추진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둘째 중국 지도부는 덩샤오핑, 장쩌민 시대를 거치면서 모택동 주석 시대의 정설(
定說)이었던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전쟁불가피론(戰爭不可避論)을 완전 청산하고 주변정세가 평화적으로 유지될 때 비로소 중국은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은 화평굴기 즉 평화적 발전정책 적극 추구한다고 역설한다.

셋째 중국은 현시점에서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경제규모는 아직도 미국의 7분의 1,일본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고 1인당 소득도 1천7백 달러로서 중국은 아직도 세계랭킹 100위에 머무르고 있어 미일의 중국경계론은 모든 면에서 터무니없는 모함이라고 항변한다.

오늘날 중국경계론을 놓고 미국학계에서도 양론이 맞선다. 키신저는 오늘의 중국은 지도부의 각성을 통해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주어진 여건을 활용, 국제정치에서 의미 있는 영향력을 갖는 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미국은 중국의 이러한 대국화를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이 성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패권을 추구할 수 없도록 중국주변에 견제세력을 육성하는데 미국외교는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일본,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등을 중국을 견제할 주변세력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미국 내 네오콘들의 주류는 중국의 견제 없이는 미국의 영향력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면서 효과적인 견제필요성을 강조한다.

일본에서도 중국을 보는 시각에 있어서 유사한 현상이 일고 있다. 일본 판 네오콘들(사카모도 다카오 등)도 중국의 군비가 끊임없이 증가하고 경제발전에 비례해서 민족주의적 성향이 외교정책에서 강력히 부각되고 있음을 주목하면서 중국의 궁극적 목적은 아시아 대륙에서의 패권추구에 있다고 단정한다. 그러나 일본의 온건 진보세력들은 중국의 안정과 발전이 동북아시아를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어나가는데 순기능(
順機能)을 할 것이라면서 일본과 중국 간의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한다.

현시점에서 중국이 추진하는 경제발전의 궁극적 목표가 이 지역에서의 패권추구에 있다고 단정할 근거는 희박하다. 중국지도부의 잠재의식 속에 한 때 아시아 대륙에서 군림했던 지난날의 영광(Pax Sinica)에의 향수가 깔려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중국이 강력히 추진하는 경제발전은 분명히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중국이 문화대혁명 때처럼 내부적으로 진통하면서 가난과 기아에 허덕이는 수천수만의 난민이 아시아 대륙을 떠도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동아시아 정세를 극도의 불안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오늘날 중국공산당이 13억 인구의 의식주를 안정시키고 교육과 의료수준을 향상시키면서 국민적 자신감을 키워주고 있는 것은 세계정세안정화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그러나 자원부족, 인구과다, 계층 및 지역 간의 격차, 중앙과 지방의 정책대립 등 중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제약할 요인에 주목한다면 중국경계론은 한낱 기우에 불과하며 중국의 급성장에 불안을 느낀 서방의 외교심리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중국 측의 태도가운데는 아직은 미약하지만 경계론을 실체로 우려할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내치외교수단 으로 중화민족주의(
中華民族主義)를 틈틈이 활용하는가 하면 또 동북공정(東北工程)에서 처럼 패권주의적 과거로의 복귀를 노리는 것 등은 우려되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명실상부한 화평굴기의 길을  중국이 이탈할 경우 중국경계론은 언제나 힘을 얻어 중국을 괴롭히는 화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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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북공정, 역사왜곡인가 안보문제인가


호남대학교 교수 이 영 일

우리나라 삼국시대 역사의 중요부분인 고구려 문화유산을 중국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시키면서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동북공정(
東北工程)이란 무엇이며 중국이 이를 지금 추진하는 까닭은, 그 진의는 무엇일까.

국내 역사학자들은 우리의 역사주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항의한다. 그러나 중국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만나본 중국인사들과의 대화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대부분이 고구려 사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고 관심조차 제대로 갖고 있지 않았다. 요녕성(
遼寧省) 환인현(桓仁縣)에는 고구려 시조 동명성왕이 나라를 세운 도읍지 우뉘산성(五女山城)이 있어 지난 7월초 이곳을 다녀왔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도 이 지역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어 관광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고는 기뻐하면서도 고구려가 그들에게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필자는 여기서 중국정부가 동북공정을 일으킨 진의는 아무리 보아도 우리 국사학계가 말하는 역사문제를 놓고 학술적으로 다투자는데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인구 14억을 헤아리는 대국이 근대적인 의미의 국경개념도, 국가개념도 정착되지 않았던 1500년 전의 역사이야기를 오랜 준비와 공작 끝에 지금 들고 나올 때는 현실적으로 겨냥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일각에서는 대한제국의 동의 없이 일본과 청나라가 체결한 간도협약(1909)의 문제점을 앞으로 한국이 들고 나올 것을 우려해서 이를 사전에 봉쇄하자는데 동북공정의 진의가 있다고 한다. 이 주장에도 상당한 타당성은 있으나 문제제기의 시점과 상황으로 보아 그것이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현실적 진의같지는 않다.

혹자는 한반도가 통일되거나 되려고 할 때 200만 조선족이 친한노선(
親韓路線)으로 전향할 가능성을 막자는데 진의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정부의 소수민족을 다루는 세련된 정책에 비추어 큰 설득력이 없다.

현재 필자가 느끼는 바로는 중국의 동북공정문제에 팔을 걷어 부치고 애국적 목청을 올려야 할 사람들은 역사학자들이기보다는 정치학자, 그것도 동북아 안보정세와 외교사에 달통한 국제정치학자들이어야 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미국은 북핵문제가 심각해지자 중국에 대만카드를 꺼내 보이면서 북한의 핵개발을 중국이 나서서 포기시키라고 압력을 가해 왔고 이 압력과 함께 중국 스스로도 한반도의 비핵화를 원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북핵문제를 풀기위한 베이징 6자회담을 개최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조건에서의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결코 용이하지 않다. 북한이 체제유지의 마지막 카드로 붙들고 있는 것이 핵개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협상이 깨지고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해결이 시도될 수도 있고 천슈이벤의 대만 정권의 독립시도가 화근이 되어 미국과 중국간의 전략적 동반자관계가 와해되고 양자간에 군사충돌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작금의 동북아 정세이다.

그간 중국은 오랫동안 북한을 지원해왔고 중국지도층은 한국에 대해서는바다를 사이에 둔 이웃으로 표현하면서도 북한을 방문할 때는 언제나 양국관계를 순치관계(
脣齒關係)로 설명하고 산수상련(山水相連)의 이웃으로 표현한다. 한편 북한은 역사적으로 고구려의 구지(舊址)를 영토로 하고 있으며 많은 돈을 들여 동명성왕 능을 건립하는 등 문화역사공작까지를 추진하면서 북한이 한반도에서 고구려를 승계한 정통정권임을 주장해 왔다. 때문에 중국은 차제에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라고 강변하면서 국제적 양해와 관심을 쌓아두면 유사시 중국이 북한지역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 수 있다고 계산하는 것 같다.

북한이 돌연 붕괴하거나 안보위기에 처하여 와해의 위기에 직면하면 순치관계에 있는 중국에도 안보위기가 필지(
必至)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사태에 대비해서 중국이 북한지역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명분을 사전에 조성해 두자는 중국식 안보정책이 동북공정을 일으킨 진의로 보아야 할 것같다.

그런데 북한은 그간 고구려계승정권임을 크게 외쳐왔으면서도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서는 의외로 조용하고 담담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정부도 한국에 대해서는 우다웨이(
武大偉)외교부 부부장,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파견, 한국 측 의견을 듣고 자국의 입장도 설명하는 외교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 간에는 동북공정문제에 대한 사전양해가 이루어졌는지 놀랍게도 이렇다할 외교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동북공정을 곧바로 고구려사 왜곡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동북공정의 중국어 표현은
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이다. 문맥대로라면 중국 동북 변강의 역사와 현 상황을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적 시각에서 보면 중국이 동북변경지방의 역사자료를 일방적으로 추출, 이용하여 안보위기시에 군사력을 발동할 대상과 명분을 만들어 놓기 위한 공작차원의 연구프로젝트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점에서 동북공정문제는 역사문제로 보다는 외교안보문제로 보아야 더 현실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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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북공정, 역사왜곡인가 안보문제인가


호남대학교 교수 이 영 일

우리나라 삼국시대 역사의 중요부분인 고구려 문화유산을 중국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시키면서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동북공정(
東北工程)이란 무엇이며 중국이 이를 지금 추진하는 까닭은, 그 진의는 무엇일까. 국내 역사학자들은 우리의 역사주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항의한다. 그러나 중국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만나본 중국인사들과의 대화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대부분이 고구려 사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고 관심조차 제대로 갖고 있지 않았다. 요녕성(遼寧省) 환인현(桓仁縣)에는 고구려 시조 동명성왕이 나라를 세운 도읍지 우뉘산성(五女山城)이 있어 지난 7월초 이곳을 다녀왔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도 이 지역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어 관광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고는 기뻐하면서도 고구려가 그들에게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필자는 여기서 중국정부가 동북공정을 일으킨 진의는 아무리 보아도 우리 국사학계가 말하는 역사문제를 놓고 학술적으로 다투자는데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인구 14억을 헤아리는 대국이 근대적인 의미의 국경개념도, 국가개념도 정착되지 않았던 1500년 전의 역사이야기를 오랜 준비와 공작 끝에 지금 들고 나올 때는 현실적으로 겨냥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일각에서는 대한제국의 동의 없이 일본과 청나라가 체결한 간도협약(1909)의 문제점을 앞으로 한국이 들고 나올 것을 우려해서 이를 사전에 봉쇄하자는데 동북공정의 진의가 있다고 한다. 이 주장에도 상당한 타당성은 있으나 문제제기의 시점과 상황으로 보아 그것이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현실적 진의같지는 않다. 혹자는 한반도가 통일되거나 되려고 할 때 200만 조선족이 친한노선(親韓路線)으로 전향할 가능성을 막자는데 진의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정부의 소수민족을 다루는 세련된 정책에 비추어 큰 설득력이 없다.
현재 필자가 느끼는 바로는 중국의 동북공정문제에 팔을 걷어 부치고 애국적 목청을 올려야 할 사람들은 역사학자들이기보다는 정치학자, 그것도 동북아 안보정세와 외교사에 달통한 국제정치학자들이어야 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미국은 북핵문제가 심각해지자 중국에 대만카드를 꺼내 보이면서 북한의 핵개발을 중국이 나서서 포기시키라고 압력을 가해 왔고 이 압력과 함께 중국 스스로도 한반도의 비핵화를 원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북핵문제를 풀기위한 베이징 6자회담을 개최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조건에서의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결코 용이하지 않다. 북한이 체제유지의 마지막 카드로 붙들고 있는 것이 핵개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협상이 깨지고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해결이 시도될 수도 있고 천슈이벤의 대만 정권의 독립시도가 화근이 되어 미국과 중국간의 전략적 동반자관계가 와해되고 양자간에 군사충돌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작금의 동북아 정세이다. 그간 중국은 오랫동안 북한을 지원해왔고 중국지도층은 한국에 대해서는바다를 사이에 둔 이웃으로 표현하면서도 북한을 방문할 때는 언제나 양국관계를 순치관계(
脣齒關係)로 설명하고 산수상련(山水相連)의 이웃으로 표현한다. 한편 북한은 역사적으로 고구려의 구지(舊址)를 영토로 하고 있으며 많은 돈을 들여 동명성왕 능을 건립하는 등 문화역사공작까지를 추진하면서 북한이 한반도에서 고구려를 승계한 정통정권임을 주장해 왔다. 때문에 중국은 차제에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라고 강변하면서 국제적 양해와 관심을 쌓아두면 유사시 중국이 북한지역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 수 있다고 계산하는 것 같다. 북한이 돌연 붕괴하거나 안보위기에 처하여 와해의 위기에 직면하면 순치관계에 있는 중국에도 안보위기가 필지(必至)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사태에 대비해서 중국이 북한지역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명분을 사전에 조성해 두자는 중국식 안보정책이 동북공정을 일으킨 진의로 보아야 할 것같다. 그런데 북한은 그간 고구려계승정권임을 크게 외쳐왔으면서도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서는 의외로 조용하고 담담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정부도 한국에 대해서는 우다웨이(武大偉)외교부 부부장,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파견, 한국 측 의견을 듣고 자국의 입장도 설명하는 외교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 간에는 동북공정문제에 대한 사전양해가 이루어졌는지 놀랍게도 이렇다할 외교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동북공정을 곧바로 고구려사 왜곡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동북공정의 중국어 표현은 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이다. 문맥대로라면 중국 동북 변강의 역사와 현 상황을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적 시각에서 보면 중국이 동북변경지방의 역사자료를 일방적으로 추출, 이용하여 안보위기시에 군사력을 발동할 대상과 명분을 만들어 놓기 위한 공작차원의 연구프로젝트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점에서 동북공정문제는 역사문제로 보다는 외교안보문제로 보아야 더 현실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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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이 중국으로 떠나는 이유는?

이글은 내일신문 2003 11 4일 신문로칼럼에 게재된 이영일 한중문화협회 총재의 기고문임

한국기업, 중국으로 옮겨가는 까닭은


요즈음 서울의 주요 호텔에서는 중국 각성, 시 단위에서 실시하는 투자설명회가 눈길을 끈다. 평균 한주일에 5건 정도의 투자유치단이 방한, 투자설명회를 열고 투자의사나 기업의 중국진출을 검토하는 기업들을 방문, 유리한 투자조건을 설명하는 데 열을 올린다. 사스 파동 이후 중국에서 한국을 찾는 투자유치단 대열은 매일 같이 이어진다. 한중문화협회에도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001
년 이후 1500여개의 한국기업들이 중국의 각성이나 시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무역연구소에 의하면 현재 국내 제조업 26.1%가 생산거점을 중국, 동남아 등 해외로 이전했으며 47.7%는 이전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나머지 47.7%마저 이전을 완료하면 국내제조업의 절반 이상이 우리나라를 떠나게 될 것이다. 국내에는 제조업의 심각한 공동화가 초래될 것이다.
한국기업들이 그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던 제조업을 해외로 옮기는 주요원인을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비용절감(28.6%)으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둘째는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를 위해서(20.9%). 셋째는 해외시장확대(17.9%), 넷째는 현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6.6%), 다섯째는 통상압력 회피(6.6%), 여섯째는 신사업촉진(4.6%)등으로 나타난다.
기업의 해외이전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현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위한 것일 경우는 오히려 적극 권장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중국의 경우 한국제조업이 현재 누리고 있는 중국에 대한 기술, 경영, 시장면에서의 우위는 결코 오래 유지될 수 없다. 특히 일본의 장기불황으로 인하여 수많은 일본기술자들이 중국으로 대거 이동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비용절감, 노동력 확보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

따라서 중국을 공산품 수출기지로만 간주하다가는 결국 중국기업들에게 추월당하면서 시장마저 상실할 수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중국의 동종 유사업체와 합작하여 공생하면서 공동으로 시장을 확보해 나가는 편이 장기적으로 보아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통상압력을 회피하고 신사업을 열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권장할만하다.
그러나 노조와의 갈등, 임금인상요구로 제조업의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장을 해외, 특히 중국으로 옮기는 경우나 노동력 부족 때문에 한국을 떠나는 기업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제조업이 줄어들면 국내 산업구조에서 제조업의 공동화현상이 생기고 그 결과는 고용감소, 이공계 기피, 새로운 산업을 위한 기술창출 미흡으로 이어지면서 성장잠재력 약화라는 악순환을 몰고 올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제약하는 가장 큰 문제는 노사관계의 부조화라는 데 크게 이론이 없는 것 같다. 손익의 균분을 전제로 하지 않은 노조의 경영참여요구, 소위 3 D기피증이나 기업의 경쟁력을 감소시켜 기업의 존립위기를 가져올 만큼 심각한 임금투쟁과 파업에 시달린 기업들은 이런 부담과 고통이 적은 나라를 찾아 공장을 옮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에도 노조는 있다. 그러나 중국경제의 현 단계는 기업의 존립을 해칠 수준의 임금투쟁이나 파업은 상상할 수 없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단합과 협조를 강조하는 노조가 존재하는 단계다. 공장에서 일자리를 얻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중국 각 지역에서 도시로 몰려든 노동자들은 감격한다. 이러한 나라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전투적 노조나 조합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선동하는 정치노조가 존재할 리 없다.그러나 작금 우리나라에서는 공장의 해외이전으로 심각한 문제가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하다. 한국기업들이 공장을 중국으로 옮겨 중국인 20만 명에게 직장을 마련해 주는 대신 한국에서는 10만 명이 취업기회를 상실한다.

2의 아르헨티나 되기 전에 대책 서둘러야

우리나라에서 새로 태어난 제조업은 2002 1 1084개를 기록한 후 2003년 현재 555개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2003 6월 현재 제조업의 신설법인 수는 전년 동월대비 19.7%가 감소했으나 건설 및 서비스업은 14.2%, 3.5% 증가했다.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도 급감하고 있다. 1999 71억 달러를 상회하던 외국인투자가 2002년에는 24억 달러로 급감했다.
이제 우리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소리가 여러 곳에서 들린다. 1인당 GNP 1만 달러 수준에서 묶여 제자리걸음을 계속하다가 다시 아르헨티나처럼 낙하할지도 모른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브라질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일터를 찾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중국대사관 앞에서 입국비자를 얻기 위해 줄을 서는 사태가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보면서 이 현상에 수반하는 긍정적 요소는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겠지만 부정적 요소는 정부와 기업과 노조의 공동노력을 통해 극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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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주도한 6자 회담의 전망 (2003년 8월 19일 이영일 홈피)

한중문화협회 총재 이 영 일


최근 한반도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중국정부의 외교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도 빨라지고 있다. 리자오싱(
李肇星)외교부장이 지난 8 10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일본과 한국을 방문, 중국정부가 펼치는 6자 회담에 참가할 한일 양국과의 입장을 조율했다.
 
이에 앞서 다이빙궈(
戴秉國)외교부 수석 부 부장(중국외교부 당 서기이며 전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북한(7 12∼15)과 미국(7 18∼19)을 방문, 3자 회담 재개를 통한 6자 회담 구상에 대한 합의를 유도했으며, 왕이(王毅)
아시아 담당 부부장도 미국(7 1∼3)과 평양나들이(8 7∼9)를 펼쳤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항상 느슨하게 움직였던 중국외교부가 이처럼 분주히 총력외교를 펼치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것은 한마디로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북 핵문제를 미국과 북한만의 문제가 아닌 중국의 국익에도 밀접히 관련된 문제라고 인식한데서 비롯된다
.

당초 중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60년대부터 핵 개발을 부르짖어왔지만 그 실현가능성을 낮게 평가했고 설사 이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핵무기 개발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핵의 무기화에는 앞으로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았다.
 
또 북 핵에 관한 미국의 평가는 다소 과장되었거나 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축을 위한 미국 측의 명분 쌓기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북 핵문제 3자 회담이 결렬된 후부터 북 핵문제를 보는 중국의 시각은 달라졌다. 우선 북한의 핵 개발 수준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중국의 외교목표를 흔들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인식을 갖게되었다.

또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동북아시아의 안보정세에 영향을 받는 모든 국가들의 문제라는 미국의 주장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만일 중국이 방관한 가운데 북 핵문제처리를 미국과 북한 양자에게만 맡겨 놓을 경우 부시행정부의 대 북 강경 정책은 필연적으로 북한의 핵 개발 기지에 대한 미국의 폭격으로 발전,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 할 수 있으며 한반도 정세의 이 같은 악화는 중국의 현대화를 향한 국가발전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

중국정부는 북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관계당사국들과의 고위급 접촉을 집중적으로 전개하면서 미국이 요구하는 다자 회담안과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과 북한간의 양자 회담안 을 절충, 다자 속의 양자회담이라는 회담방식을 안출, 관계국들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이른바 6자 회담의 협상 테이블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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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오싱 외교부장은 필자가 초대된 윤영관 외통부장관이 마련한 만찬석상에서 6자 속의 양자 회담 안은 중국외교부의 푸잉(傅瑩) 아주국장의 아이디어라고 설명하면서 미국과 북한간의 양자회담이 6자 대화와 병행하여 열릴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왼편 리자오싱 중국외교부장과 단상의 윤영관 한국외교통상부 장관)
지금 중국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함으로써 한반도가 비 핵 화되어야 한다는 데는 전혀 이론이 없다. 그러나 북 핵문제의 해결방식이 필연적으로 전쟁을 유발할 핵 개발 기지폭격이나 북한에 대한 가혹한 경제 제재 같은 방식이 아니고 북한체제의 붕괴를 방지하는 가운데 경제재건에 필요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공여 하는 등 평화적 방법으로 북 핵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이를 위한 여건과 환경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

중국이 북한의 핵 포기를 원하면서도 그 수단이 평화적 이어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북한을 보는 다음과 같은 중국의 입장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첫째 북한에 대한 폭격 같은 군사적 조치는 반드시 한반도에서의 새로운 전쟁을 유발하고 그러한 정세악화는 중국의 대미관계와 현대화발전을 크게 저해할 것이다.
 
둘째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등을 통해 북한체제가 급속히 붕괴될 경우 수많은 북한 난민이 한만 국경을 넘어 중국동북지방으로 몰려들 것이며 이것은 중국에 엄청난 재앙이 된다는 것이다. 이밖에 북한과 중국관계는 전통적으로 혈맹이라거나 안보 면에서 순치관계(
脣齒關係)에 있다는 견해도 많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관점은 중국내부에서조차 큰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중국이 주도한 이 6자 회담의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에는 참여국가들의 대다수가 의견일치를 보이면서도 그것을 이행하는 로드 맵(road map)을 놓고는 서로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북한은 북한체제보장의 방법으로 미국과 북한간의 불가침조약체결을 말하고 있지만 미국은 자국을 잠재적 침략국으로 가정하는 불가침조약을 체결할 수 없으며 미국 상원의 비준도 얻기 힘들며 또 그러한 선례가 미국 외교사에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문서보장과 이를 담보하는 미국의회의 결의와 회담참가국들의 공동보장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4 4자 회담때 때 북한이 내놓은 소위 대담한 제안을 다소 수정하여 북한 핵의 현상 동결, 폐기, 검증의 3단계를 설정하고 단계적 조치에 상응하는 북한체제에 대한 지원, 보장, 승인 등의 조치를 이행하자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회담의 핵심은 미국과 북한간에 실질문제를 다루는 양자대화이고 다른 국가들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의 큰 양보와 북한의 핵 포기를 연계시키는 국제협상을 고려할 것이다. 그러나 이 회담은 회담참가국가들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적보다는 북한체제보장과 지원이라는 수단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진행될 경우 쉽사리 타결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특히 국내여론이 민족공조와 한미동맹의 유지를 놓고 양분된 가운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을 되풀이 할 경우 6자 회담에 임하는 한국의 발언권은 갈수록 약화될 것이다. 그러나 일단 회담이 열릴 경우 북 핵문제가 군사적 수단 아닌 외교해결의 큰 테두리 속에서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국제사회의 공감이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이를 추진해온 중국 지도부의 공헌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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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도 개헌, 정치개혁의 바람이 일고 있다

한중문화협회 총재 이 영 일

중국공산당 제 16차 당 대회가 장쩌민 주석의 이른바 3개 대표 이론을 당의 공식이론으로 채택한 이래 앞으로 중국 사회가 정치적 다원주의로 발전할 가능성을 엿보게 할 여러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장쩌민의 3개 대표이론은 노농계급의 전위정당임을 내세워 온 중국공산당이 자산계급에게도 공산당 입당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계급정당으로서의 공산당이 전체인민의 이익을 대표하는 국민정당에로의 변화를 수용하였다는 점에서 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이제 3개 대표이론은 단순한 구호나 지향이 아니라 2003 3 5일에 소집된 전국인민대표대회(우리나라의 국회에 해당)에서부터는 생생한 현실 속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정치개혁의 새로운 분출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금년에 소집된 전국인민대표대회에는 개혁개방의 성과가 다수의 자산 계층을 만들어낸 광동성(
廣東省)과 절강성(浙江省) 등지에서 당선된 133명의 사기업 대표 대의원들이 참석하였다. 3000명의 전인대(全人大) 대의원 중에서 133명은 결코 많은 수가 아니지만 앞전의 전인대에 참가한 자산가 대의원수보다는 3배나 더 많다. 특히 이번 전인대가 주목을 끈 것은 공산당 대회가 결정한 정책이나 인사안(人事案)을 언제나 전체인민의 이름으로 추인해오던 의례적 기구로서의 관행을 따르면서도 기업계를 대표하는 자산가 대의원들이 의외로 자기 목소리를 크게 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대로 몇 그룹의 자산가 대의원들은 사유재산에 대한 관리들의 일방적인 착취와 수탈로부터 사유재산이 보호받도록 헌법을 개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뉴욕타임스 2003 3 12일자) 광동성에서 당선된 대의원 30명은 사유재산권을 신성불가침의 권리로 보장하도록 헌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또 다른 지방에서 온 대의원들은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사기업을 보호하고 장려할 것을 당국에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전국사기업연합회(全國私企業聯合會)도 사유재산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자본의 해외유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전인대는재산권은 시민의 기본권이므로 국가는 명확히 시민의 정당한 사유재산권을 보장해야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또 국가가 국영기업에만 베푸는 금융혜택을 사기업에도 배려할 것을 요구하고 국가는시장을 지배하거나 통제해서는 안 되며 사경제에 필요한 것은 법의 지배이지 명령(Commands)이 아니다고 역설한다. 이들의 요구나 주장은 이번 전인대 회기 내에 통과되지도 않았고 또 통과될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다음 회기에는 진지한 검토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모택동 치하에서라면 주자파(走資派)로 몰려 맞아 죽을 수도 있는 주장들이 이번 전인대에서 부터는 당당히 공론화 될 수 있다는 것이 오늘의 변화하는 중국의 현실이다.
한편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중국의 새 지도부에서는 당 창건 82주년이 되는 오는 7 1일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정치개혁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설이 북경 정가에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지의 보도에 의하면 중국 신 지도부는 사상 처음으로 지방관서의 책임자선거에 1인 이상의 후보자를 내세워 경합시키는 방안을 채택할 것이라고 한다.(워싱턴포스트 2003 6 13일자 보도) 지금까지 각성의 성장은 1인의 후보가 추천되면 자동으로 지방 대의원들이 승인해 왔는데 새 방식이 채택된다면 중국정치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후보자 추천권이 당만이 아니라 전인대 대의원들에게도 주어진다면 양상은 한층 더 달라질 것이다. 그간 중국은 덩샤오핑 치하에서부터 민주주의의 선거제도를 위에서부터(from upper)가 아니라 촌장 직선제와 같이 아래로부터(from under) 시험적으로 실시, 정치훈련을 쌓아오고 있는데 만일 성장(
省長) 선거에서 복수후보를 경합시키는 정치개혁안이 만들어진다면 중국에서의 정치적 다원주의의 전망은 더 한층 밝아질 것이다.
지금 중국은 하루가 무섭게 달라지고 있다. 우리의 사고가 나타나는 변화를 따라잡기 힘들만큼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소식이 중국이 아닌 북한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들려올 것이라는 희망을 우리는 접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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