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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와 도와의 통합문제

본 글은 지난 11 8일 광주KT빌딩 강당에서 열린 내륙광역시 통합을 위한 도청이전반대 시도통합추진위원회 주최 시민대토론회에서 행한 이영일의 발언문임

광주광역시와 도와의 통합문제

[
광역시 제도는 중앙집권시대의 지역발전전략]

광역시 제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이것은 한국의 정치시스템이 지사와 시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던 중장집권에서 주민이 선출하는 지방자치로 바뀐데서 오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중앙집권시대에는 도청중심의 지역관리축 속에 광역시라는 새로운 지역관리 축을 만듦으로써 양 축의 경쟁을 통한 지역발전의 활성화라는 탄력을 유도할 수 있었다. 또 양 축 간에 일어나는 경쟁도 그것이 서로 간에 유익한 것이 아니고 갈등과 대결을 유발한다면 대통령이 지시나 명령으로 조정할 수 있었다. 이ㅓ한 상황하에서는 광역시 정책이 지역발전에 크게 공헌할 수 있었다.
광주전남의 경우도 광역시가 되기 전인 1986년 광주 보통시의 예산총액은 114,807,000,000 원이었으나 광역시가 된 후에는 예산이 보통시 때보다 50.2% 증가하였다. 동시에 전라남도 예산도 광주시 예산이 빠져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라남도의 예산은 1987 338,376,000,000으로 전년도에 비해 19% 증가했다. 광주광역시 예산과 전남도청예산을 합할 경우 이 지역에 쓰인 예산 총액은 광주가 보통시로 있을 때보다 훨씬 늘어나고 있다.
우선 광주광역시는 지방 중소도시의 수준을 벗어나 광역시의 요건에 맞게 투융자가 이루어짐으로 해서 도로의 확,포장을 비롯하여 종말하수처리장건설 등 도시환경이 크게 개선되었고 대소 공단으로 생산기반이 확충되었으며 교육투자도 전남도의 일부일 때 보다 대도시수준으로 상향되었다. 이밖에 상하수도를 비롯한 모든 생활여건이 선진화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광주와 전남이 중앙정부의 국고보조를 획득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노력한 결과 지역발전을 주도하는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라는 양 축(
兩軸) 공히 예산이 크게 증가함으로써 광역시로의 승격이 전남지역전체의 입장에서 볼 때 크게 유익했음을 입증한다.

[
지자제시대의 도래와 광역시의 위기]

그러나 지자제가 실시되면서부터는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 첫째는 지역이기주의가 급격히 대두되어 상생(
相生)적 경쟁보다는 소모적 경쟁이 나타난다. 둘째로 중앙정부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조정, 통제기능이 약화된다. 한 예로 광주비엔날레가 예향으로서 광주에서 시작되고 정착단계에 이르렀는데 부산에서도 부산비엔날레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산국제영화제에 맛서 광주에서도 국제영화제를 실시한데 대한 반동이다. 영화제의 경우 전주, 부천에서까지도 국제영화제가 열린다고 한다. 광주전남간에도 갈등이 여러 군데에서 나타나고 있다. 2012년 광주는 광산업 박람회를 추진하는데 반하여 전남에서는 여수 해양박람회에 대한 집념을 고수한다. 또 광주는 월드컵 경기장을 경륜장으로 활용하려는데 반하여 전남에서는 나주에 경륜장을 만들려고 한다. 또 중앙정부가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설치할 16개 부서의 정부합동종합청사부지선정을 놓고도 양 지역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이리하여 이제는 전남지역 내에 존재하는 두개의 지역관리 축이 중앙정부의 통제조정이 어려워진 가운데 소모적 경쟁과 갈등의 축으로 변하고 있다. 이 상태를 장기적으로 방치할 경우 전남지역 전체의 발전애는 물론 상생을 위한 협력을 가로막게 되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광주와 전남만이 아니라 대구와 경북, 대전과 충남지역에서도 당면한 문제일 것이다.

[
도청 이전문제로 광주광역시 위기 폭발]
그런데 이 문제는 광주에 있는 도청을 전남 목포지경으로 옮기겠다는 조례를 도의회가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행정자치부가 이를 승인함으로써 심각한 지역갈등을 일으키게 되었다. 당초 도청이전문제는 김영삼 대통령이 전남지역을 순시하면서 전남 도청 앞 광장이 5.18광주항쟁의 유서 깊은 장소임을 감안하여 도청을 5.18기념관으로 활용하는 대신에 다른 적절한 곳으로 도청이전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나옴으로써 제기되었다고 한다. 전남광주발전연구원은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를 토대로 적지(
適地)를 물색하여 대안을 모색하였으나 도청이전문제는 광주가 놓여있는 전남도내에서의 지경학(地經學)적 위치에 비추어 불가하다는 결론이 도의회 토론에서 확인되고 표결을 통해 도청이전조례가 부결되었다. 행정자치부가 도청이전을 지원하기 위해 편성했던 예산도 반환되어 도청이전문제는 백지로 환원되었다.
이렇게 백지화된 도청이전계획이 다시 살아난 것은 김홍일 의원이 자기 선거공약으로 도청의 목포이전을 공약하고 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도의회로 하여금 도청이전조례를 강행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주시민들은 전남의 심장부에 있는 광주에서 도청을 목포지경으로 이전하는 것은 이 지역의 총체적 발전에도 역행됨은 물론 내륙 도시로서의 광주의 고립 내지 공동화(
空洞化)를 가져올 것을 우려하여 적극 반대했다. 도청이전조례가 통과된 이후 정부에서는 도청이전에 따른 광주지역의 위기를 타개할 아무런 대안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다. 마침내 시민들은 분노하기에 이르렀고 도청이전반대 및 광주전남통합추진위원회가 구성되기에 이르렀다. 시민들은 도청을 전남의 서남부 외곽지역으로 옮길 바에야 차라리 전남과 광주를 다시 통합하는 것이 이 지역의 전체 장래 발전을 위해 더욱 유리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던 것이다. 이와 아울러 비록 소수의견이기는 하지만 도청을 꼭 옮겨야 한다면 도청이전에 따른 광주발전의 대안제시를 정부에 요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은 지금까지 광주 시민들의 요구와 부르짖음을 철저히 묵살한 가운데 도청이전계획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
노무현정부의 등장과 도청이전문제의 새 국면]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행정구역변경에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되어야 한다는 노무현정부의 새로운 입장과 국회의 도청이전 예산안 삭감조치 등에 의하여 도청이전작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사실상 현재의 전남도청의 이전 계획에는 지역의 균형발전이나 지경학적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주민들 간의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 이에 곁들여 광주의 장래에 대한 아무런 대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현 단계에서 우리가 검토해야 할 과제는 첫째 도청이전과 같은 지역의 장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반드시 주민투표를 거쳐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내륙광역시는 지자제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도와 광역시의 재통합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막상 재통합문제를 현실적으로 다루려고 할 때는 해결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행정기관의 통합에는 직할시와 도청이라는 단위로 십 수년 동안 형성되어 온 공무원들의 신분상의 이해관계와 영향력의 범위를 조정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교육자치에 따른 교원들의 인사문제도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상의 급격한 변화보다는 가능한 한 기득권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통합을 추진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는 일정한 조정기간을 두면서 통합의 걸림돌을 제거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지정시 제도를 두어 행정기관의 통합이 도지사나 광역시장이라는 최고책임자의 통합을 선결로 하면서 하위기관이나 직위에 대해서는 기득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나 정책의 결정과정에는 주민투표는 필수적이다, 이런 견지에서 현재 국회에 상정된 주민투표법은 그 통과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
결 론]

광주광역시를 비롯한 내륙광역시가 지방자치시대의 도래와 함께 전국 각지에서 폭발하고 있는 지역이기주의의 물결 속에서 광역시 출범의 의의를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광역시 출현으로 형성된 지역관리의 두 축을 하나의 축으로 통합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지역관리의 축이 지역경쟁의 축으로, 지역갈등의 축으로 변형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 통합의 문제에 있어서는 그것이 경쟁과 갈등을 없애자는데 목표가 있는 만큼 대외적으로는 하나로 통합되면서도 대내적으로는 통합의 두 축 간에 수평적 협력관계가 유지되도록 조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을 좀더 쉽게 풀이하면 최고지휘관의 통합을 통해 지역 간의 소모적 갈등과 경쟁을 지양하고 상부상조하는 조건을 확대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최고지휘자수준에서의 통합이 가시화되면 하위단위에도 통합의 분위기가 필연적으로 조성될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통합을 서둘러야 할 부문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행정공무원이나 교육공무원의 경우 승진이나 전보의 인사는 상당한 조정기간을 두어 실시하되 통합으로 인한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점에서 인사 면에서의 불이익배제를 통합의 큰 원칙으로 확립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로는 상부상조의 원칙을 세워 갈등요소를 극복해야 한다. 광주지하철의 경우 광주시민들만의 부담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그러나 광주를 포함한 전남인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서의 지하철의 존재의의를 전남지하철로 재정립한다면 문제해결이 더 용이해질 것이다.. 여기에 상부상조의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서로 불이익을 배제하면서 상부상조하는 기풍을 세워 광역시와 도의 통합을 이루어나간다면 오늘날 내륙광역시가 안고 있는 지자제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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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대한민국의 문화수도가 되려면

광주광역시는 한때 첨단산업도시를 꿈꾸다가 요즈음에는 문화수도를 새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광주가 소비도시라는 정체성을 탈각하여 미래를 향하여 발전하는 희망의 도시로 탈바꿈하기위해서는 첨단산업도시로 커가거나 문화수도로 자리를 굳히거나 둘 중의 하나를 분명히 선택하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광주의 지향은 애매하다. 첨단산업을 지향한다는 명분 하에 이른바 광산업 추진을 강조하는가 하면 또 문화수도라는 매력 있는 비전을 추진하기 위한 기구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둘 중 어느 것도 아직까지는 시민들의 마음에 확신을 심어주는 전망 있는 비전으로 정착된 것은 없다.
당초 첨단산업기지라는 발상은 1987년 대선 유세차 광주를 방문한 노태우 대통령 후보가 광주시청에 들려 광주시민들에게 내놓을 국가차원의 유익한 선물로 무엇이 적합할 것인가를 시장에게 물었을 때 이 자리에서 시장은 광주에 첨단산업기지를 만들도록 지원해 달라고 건의했고 이를 노태우 후보가 공약함으로써 첨단산업도시론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불행한 것은 당시 광주시당국은 어느 누구도 광주라는 환경 하에서 이루어져야 할 첨단 산업에 대한 명확 개념이 없었다. 선거기에 튀어나온 선심공세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되어 공약이행에 착수하려고 했을 때 광주 시당국은 첨단산업에 관하여 아무런 계획도 내놓지를 못했다. 경제기획원은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없는 첨단산업에 예산을 배정할 수 없다고 하여 마침내 과학기술처에 광주에서 가능한 첨단산업계획을 연구하는 용역비를 얻는 것으로 첨단산업이야기는 그 출발을 보게 되었다. 결국 광주과학기술대학의 건립과 광산업추진으로 첨단산업도시건설이라는 선심공약은 마무리되었다.
비슷한 현상이 또다른
대통령, 즉 노무현대통령에 의해 되풀이되고 있다. 작년 10월 대선 유세 시 광주에 들린 노무현 후보는 광주를 대한민국의 문화수도로 키워달라는 시당국의 건의를 받고 이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문화수도에 관한 명확한 컨셒을 가지고 공약이 건의되고 수용되었는지 걱정된다.마찬가지의 선심공세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특히 광주에 있는 도청을 전남으로 이전하기 위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문화수도 이야기가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에 공약건의의 배경을 둘러싸고 논의도 분분했다. 노대통령 자신도 당선 후 문화수도공약에 관해 자신도 개념을 잘모르지만 문화에 중심을 둔다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한다.
문화수도는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예를 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브라질의 경우 정치의 수도는 브라질리아이지만 문화나 예술의 수도는 상 파울로라 할 수 있고 이탈리아의 경우도 정치의 수도는 로마이지만 문화예술의 수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엔날레의 도시 베니스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광주는 한국최초의 비엔날레의 도시라는 점에서 정치의 수도가 서울일진데 문화의 수도는 당당히 광주가 될 수 있다.
필자는 1987년 총선거시 지역공약으로 광주를 한국의 예술의 수도로 만들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광주 비엔날레를 개최할 것을 공약한 바 있다. 이 공약은 필자 개인의 아이디어라기보다는 지역의 장래를 생각하는 조각가 김영중 선생 등 선배들의 조언을 얻어 발전시킨 것이다.
그러나 광주가 문화의 수도나 예술의 수도로 되기 위해서는 이 사업의 추진 주체인 시 당국자들이 명확한 자기개념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문화의 수도로 발전하려면 문화수도에 걸맞게 도시외관을 정비함은 물론 문화특구를 지정, 문화상품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특히 광주의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발, 예술 상품, 문화상품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프랑스의 피에르 가르뎅이나 니나리찌, 입센 로랑은 현대 명품의 대명사로 되고 있다. 우리 광주에서도 비구상 부문의 거장 화백 우재길의 넥타이, 황영성 교수의 스카프 등의 상품을 개발하여 프랑스의 명인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키우고 지원하고 육성해야 할 것이다. 이와 아울러 오페라극장, 국악당, 남화예술화랑, 한국예술종합대학 등을 건립, 유치함으로써 문화산업과 공연, 전시 예술을 결합시켜 광주를 명실상부한 문화수도로 키울 구상을 발전시켜야 한다.
오늘날 첨단 산업단지로 예정된 넓은 토지가 첨단유락기지로 변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광주문화수도론도 주체적 발전개념을 세우지 못하면 열매 없는 선거용의 선심공약으로 퇴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불행을 피하는데 시민적 지혜를 결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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