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나라당에게 급한 것은 경선 룰 제정 아니다.

 

[한나라 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미치게 만들려면 급한 것은 경선 룰이 아니라 지지 세력의 저변확충이다]

   이영일 (전 3선 국회의원) 

강재섭 한나라 당 대표가 당내 대통령후보 경선 룰을 졸지에 발표했다가 분당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대통령후보 경선논의는 현시점에서 
時利를 얻지 못하고 있다. 우선 현시점에서 여권이 대선후보를 정할 전망도, 가능성 마저도 보이지 않는 불투명상황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당인 열린 우리 당은 4분5열의 해체과정에 함입되어 있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로서 이명박, 박근혜 씨에 대한 지지가 유권자의 과반을 훨씬 넘어 여권이 후보를 내놓을 엄두를 내지 못할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간파한 노무현대통령은 열린 우리 당을 살린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한명숙 전 총리, 이해찬 전 총리, 김혁규 전 경남지사 등을 대통령후보로 점찍어 두면서 이명박, 박근혜 간의 경선갈등을  이용, 한나라당의 분당을 적극 유도하고 남북정상회담을 국민지지미끼로 하는 정권재창출 전략을 집요하게 추구하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이런 상황을 예측하면서 경선정국을 주도해야 한다. 강재섭 대표가 서둘러야 할 일은 경선 룰이 아니라 분당을 막고 자당의 유력후보들을 여권의 공세로부터 보호하는 일이다.
 
강재섭 대표가 서두르고 있는 경선 룰은 정치가 아닌 당무행정이다. 그는 자신의 대표직을 지키기 위해 경선 룰을 서둘러 발표했으나 그것은 결코 탁월한 선택이 아니다. 여당보다 앞서 야당이 대통령후보를 먼저 결정하는 일은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죽음의 키스에 다름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강점과 약점의 결합체이며 장점과 단점의 결합체이다. 약점과 단점을 극대화하고 강점과 장점을 약화시키면 어떤 강한 힘도 버틸 수 없는 것이다. 야당이 여당에 앞서 후보를 정하면 여당은 맞춤형 후보를 내세우면서 여당과 제3, 심지어 북한노동당의 힘까지를 동원하고 매스컴을 활용하여 야당후보의 강점을 , 장점을 약화시키고 단점과 약점을 극대화시켜 나가면 그 야당 대선후보는 본선을 목전에 두고
滿身瘡痍 몸으로 퇴진할 수도 있다.

강재섭 대표는 이런 가능성 까지를 내다보아야 하며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를 서둘러 정할 필요가 없다. 여당이 후보를 정할 때까지 느긋이 기다리면서 한나라당의 조직과 선전을 경선몰이를 통해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여권이 후보를 정할 때 까지 자당의 유력경선 주자들로 하여금 국민 속에 더 깊숙이 파고 들도록 지원하고 후보자들을 보호하고 당의 단합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여당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 경선 주자들만을 놓고 실시한 여론조사를 경선자료로 쓰거나 이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여당후보가 정해지고 여야 간의 여론조사를 실시할  상황이 도래할 때 까지 야당은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여당후보가 정해진 후에 야당은 경선을 실시, 유력자를 선출한다. 여권후보를 제압할 맞춤후보를 내놓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강재섭 대표가 이렇게 여유를 가지고 여당이 후보를 정할 때 까지 느긋하게 버티면서 자당의 세력 확충과 지지기반의 저변확대에 주력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 예측이 빗나간 데서 오는 쇼크로 정신적 광란상태에 빠질 것이다.

경선 룰은 여당후보가 정해진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고 분단의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 지금 강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자세이며 여기에 한나라당의 승리가 있을 것이다.

 

 

 

top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나라당의 존립시효는 아직도 남아있는가

한나라당은 지금 이 땅에서 정당으로 존재해야할 역사적 사명이 끝난 정당일가. 아니면 앞으로도 한국의 국가발전과 정치발전에 더욱 크게 공헌할 능력 있는 정당으로서 시효가 남아있는가.

필자는 최근 불법정치자금 조성문제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한나라당을 보면서 문득 머리에 이러한 설문이 떠올랐다. 지금 우리는 분명히 한국정치의 21세기에 진입해 있다. 21세기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해결해야할 내외정세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행태, 생리, 주의, 주장을 토대로 한나라당이 지금 서 있는 시점을 보면 아직도 21세기에 진입하지 못한 것 같다. 1960년대부터 70년대, 80년대 후반까지 근 30여 년 동안 한국정치를 규정해온 개발독재형 권위주의 정당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한치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전 국민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치자금문제를 살펴보자. 국세청을 앞세워 기업들로부터 대선 자금을 조세처럼 불법으로 징수했는가 하면 수천억 원에 달하는 국가안전기획부의 예산을 대선 자금으로 불법 전용해 썼고 SK를 비롯한 다수의 대기업들로부터 수백 억의 선거자금을 불법으로 뜯어내었다.

이러한 행태는 과거 개발독재정권이 정치자금을 조성했던 논리, 수법과 그것을 정당화하는 사고를 한나라당이 그대로 계승하고 있음을 웅변한다.

정치에는 의례 자금이 필요하고 정당을 유지하려면 무슨 수로든지 자금을 만들어야 하며 정치자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정당은 있을 수 없다는 구 여권의 논리를 한나라당은 그대로 이어 받고 있다.

원내다수당으로서 돈 안 드는 정치, 불법정치자금 조성을 제도적으로 봉쇄할 정치개혁을 주도할 능력과 의석을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아놓고도 이를 실천하는 대신에 정치개혁을 바라는 온 국민을 절망시키는 낡은 주장과 논리를 아직도 내팽개치지 못하고 있다.


정치자금문제뿐만이 아니다. 남북관계나 노사관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정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나라당의원들 가운데는 아직도 과거 메카디적 반공 관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유신체제를 뒷받침했던 안보논리의 연장선상에서 남북관계의 오늘을 보는 사람들도 적잖다.

"
호시탐탐 남침의 기회만을 노리는 적 앞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취약점을 노정하고 있다" 5.16쿠데타 명분을 아직도 떠받들고 있는 '우국지사'형 정치인들이 목청을 높이는 곳도 한나라당이다.

현실적으로 유용한 노사관계 개선방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 국민이 교육걱정 때문에 이민을 가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고 기러기 아빠들이 사회문제의 초점이 되어도 당 차원의 대안제시가 없다.

한나라당은 자기들은 여당이 아닌 야당이기 때문에 대안제시의 책임이 없다고 발뺌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15대 국회에서는 원내 제1당이었고 16대 국회에서는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다.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이렇게 다수당으로 밀어준 것은 비록 대통령선거에서는 패했지만 국정운영 경험을 가졌던 정당으로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제반 개혁을 주도하면서 집권당의 부정과 비능률을 바로잡아 국리민복을 실현해 주기를 기대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나라 당은 국민의 기대를 외면했다. 아니 기대를 저버렸다. 누가 21세기의 한국정치상공을 타임머신을 타고 날면서 21세기 한국에서 그 존재의 필요성이 긍정된 정당의 리스트를 작성한다면 한나라당은 그 리스트에 포함되지 못할 것이다.(그렇다고 한나라당 아닌 다른 당이 리스트에 있다는 것은 아님)

왜냐하면 한나라당은 시계바늘을 20세기후반에 고정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냉전시대에 붙들어 매 놓았기 때문이다. 개발독재의 향수에 젖어 시계바늘을 고칠 생각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임머신이 한 30년 뒤로 가면 거기에서 행세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평가가 듣기 싫거나 승복하지 않을 한나라당의원들이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식이나 학력이나 경륜 면에서 비교우위를 누릴 인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당이 한나라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를 받아들이기 싫다면, 21세기의 한국이 필요로 하는 당이 되고 싶다면 한나라당은 사실상 해체하는 수준까지 철저히 개혁되지 않으면 안된다.

다수의 힘을 빌어 특검법이나 통과시키고 감사원장 임명 동의안이나 부결하는 것으로 소일할 것이 아니라 돈 안 드는 정당제도,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중대선거구 제도, 노사공존방안, 교육개혁 등 국민 모두에게 공감과 지지를 받는 개혁정치를 주도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를 탈냉전시대의 요구에 맞게 개선하기 위한 통일강령도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이다. 송두율 씨의 문제도 분단이후 최대의 거물 간첩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분단시대의 희생양으로 보는 여유와 관용도 필요하지 않을까.

정강,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함은 물론 정당운영의 행태와 생리까지를 쇄신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바뀌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은 자진 해체의 길을 가야하며 그러한 진통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21세기의 한국이 필요로 하는 정당의 리스트에 등재될 것이다.

정치자금을 여야 공히 국민에게 고해성사하고 함께 용서받자는 부패세력 상호간의 담합으로 현상의 어려움을 비켜가려는 얄팍한 정치술수를 버리고 참된 정치개혁의 길로 나가야한다.

아직도 시효가 남은 정당이 한나라당인지를 자문해보아야 할 것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