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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28 누가 그 분야에서 한국의 최고인가

(이글은 통일신문 2010년 9월 20일자 7면 통일광장에 게제되었음)
누가 그 분야에서 한국의 최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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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의 국무총리임명과 부분 개각이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만일 국무총리 임명 안이 부결되고 각료인선이 실패한 것으로 들어나면 이명박 대통령은 통치력에서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사실상의 불신임안이 국회에서 두 차례나 통과된 셈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다수인 국회에서 대통령이 제출한 세종시법 수정안이 부결된데 이어 이번에는 총리 임명동의안이 부결된다면 그것은 곧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불신임결의가 두 차례 이루어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이처럼 지지가 약하고 자기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한나라당의 지지마져 확보 못하는 대통령이라면 나머지 임기가 과연 국가발전에 의미 있는 기간이 될 것인지를 걱정치 않을 수 없다. 외교상으로는 동북아 질서가 심각한 재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한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미국경제와 이웃인 일본의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다가 북한의 도발책동도 나날이 가열해지는 상황에서 MB의 이러한 內治의 실패가 외교의 실패로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교는 내치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이번 MB의 인사가 난항을 겪는 것은 MB가 추천한 인물들이 거짓증언이나 말 바꾸기, 도덕성, 준법정신의 수준이 시정배들 수준을 넘지 못한데 있다고 언론들은 말하지만 그것은 겉에 들어난 이야기이고 실제로는 현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인물을 골라 국회에 동의를 요청하지 못한데 진짜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유능한 인재들을 발굴, 국회동의를 구했더라면 오늘과 같이 난감한 상황을 맞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정부의 인사가 있을 때마다 비록 20년이 훨씬 지난 일이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인사문제를 처리하던 방식이 머리에 떠오른다. 그 분은 항상 인사문제를 처리할 때는 으레 내세우는 원칙이 그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최고 권위자가 누구냐, 가장 경륜이 높은 사람이 누구냐를 묻고 특별한 흠결이 없다면 그러한 분을 총리나 장관으로 영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그 때만해도 군 출신 대통령이 인물정보가 어두워 덮어놓고 최고만 찾는 것이라고 속단했는데 근래에 와서야 그 분이 추구했던 인사원칙의 진가를 비로소 깨달았다.

전두환 대통령은 대통령이라고 해서 결코 만능이 아니며 해당분야의 전문가들의 경륜에서 항상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겸손이 있었다. 그분은 각료인선에 앞서 추천받은 인사를 만나 대화할 때 항상 말문을 여는 서두가 "이 분야에서 당신의 경륜이 훌륭하고 한국의 최고권위자로 알려진 분이어서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면서 이 분야의 장관을 맡아 대통령이 일 잘하게 도와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는 것이다. 내가 "그대의 능력과 공헌을 평가해서 장관으로 발탁하니 일 잘하라"고 당부하는 자세가 아니었다. 특히 민간인 출신에 대해서는 더한층 깍듯이 경어를 쓰면서 도움을 청하는 자세로 인사문제를 다루었다.

그분은 발탁하는 인물의 고향을 따지지 않았다. 나이도 따지지 않았다. 또 성격이 고분고분해서 자기 말을 잘 들을 사람인가를 따지는 일도 없었다. 또 자기와 평소에 지면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분은 대한민국 대통령은 한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유능한 인물을 각료로 골라 쓸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 말은 얼핏 들으면 권위주의적인 것 같지만 인사행정을 자기와 개인적으로 친면이 없더라도 한국에서 최고의 경륜과 권위를 지닌 자를 영입해야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인다면 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자기를 도와 줄 인물을 경륜과 전문적 권위를 기준으로 잘 고르는 것이야말로 시국의 需要를 제대로 반영하는 인사 아닐까. 그분은 관료로서 청렴하고 유능한 사람을 골라내려고 노력했다. 청와대 司正 팀의 주 임무였을 것이다. 물론 흠결도 많고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도 적지 않았다. 인사나 공천에 잡음이 없을 수 없고 만인을 만족시킬 인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분이 대통령직을 물러난 후에도 인사문제는 그 흠결이 크게 지적되지 않았고 오히려 어려운 시기에 사람만은 잘 골라 썼다는 평이다. 또 신년 인사를 오는 하례객이 끊이지 않고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도 그분의 리더십과 그것의 표현인 인사정책덕분인 것 같다.

 인사청문회 정국의 混迷를 보면서 자기를 낮추고 자기의 부족한 것을 자기보다 유능한 사람을 골라 채우려했던 전두환 대통령의 리더십이 새삼 떠오르는 것은 자기가 아는 사람, 자기보다 나이가 작은 사람, 자기가 통제하기 쉬운 사람, 선거유공자들 중에서 인물을 고르는 현재의 리더십에 대한 환멸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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