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강령을 앞세운 신당을 기대 한다
민주당의 신 주류가 이른바 신당론을 공론화했다. 현재의 민주당으로서는 호남당 이미지를 씻을
수 없어 국민의 여망인 지역 구도를 깰 수도 없고 차기 총선도 어려울뿐더러 정치개혁을 포함한 노무현 정권의 제반 개혁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개혁이념을
함께하는 사람들로 정당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구도를 탈피, 전국 정당을 만들자는 주장은 옳다. 그러나
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당선된 국회의원은 어느 하나 예외 없이 지역감정을 분출시킴으로써 정치생명을 지키고 마침내 정권장악까지 성공한 김대중 대통령의
후광이나 지원, 또 그의 지지를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 경향각지를
막론하고 호남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지 않고 당선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가 민주당 공천을 받지 않았다면 호남유권자의 95%의 지지를 결코 받을 수 없었고 대통령 당선도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역카리스마를 가진 명망가중심의 정당시대는 DJ와 함께 막을 내렸다. 이제는 더 이상 호남당 이미지 청산이나 지역구도 타파가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관심사가 될 수 없게 되었다. 이미 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자기들을 국회의원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도와준 호남인들에게 마치 무슨 흠결이나 있는 것처럼 호남당 이미지 청산이라거나 지역구도
타파를 지나치게 내세우거나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꼭 그러한 표현이 논리상 필요하다면 선거법을
고쳐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정하자고 하는 식으로 정책정당을 지향하는 신당론을 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신당론이 등장하는 배경은 겉에 들어난 명분으로서의 호남당 이미지 청산이나 지역 구도 타파보다는 더 깊은 곳에, 현 단계에서 국민들에게 공공연히 말할 만큼 잘 정리되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내심으로 지향하는 강한 개혁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신당론자들은 자기들이 추구하는 개혁진보정당으로서의 정책과 강령을
선명히 하면서 이 노선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동참을 구하는 창당 작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호남인들이나 경상도 사람들이 아무 헷갈림 없이 자기의 지역감정보다는 자기들의 정책선호도에 따라 정당참여여부를 결정짓도록 하는 정책정당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신당론이 우선 나와야 할 것이다.
신당론자들은 수구 보수 반동이라는 용어를 즐겨 쓰면서 반보수, 반수구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제는 그것도 구체적 정책을 통해 이러이러한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이 수구 보수 반동의 범주에 들어간다면 이러이러한 정책을 찬성하는 측은
개혁진보라고 명확히 선을 긋는 정책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개혁정책과 강령 프로그램을 내세우면서
신당론을 주창하고 당내 토론을 통해서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승복시키는 정치과정을 통해 신당론이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이른바 수구 보수 반동에게 장악당한 50년 기득권을 허물고 냉전논리를
청산하는 새로운 개혁정치를 지향한다면 그에 걸 맞는 분야별 개혁 프로그램을 내놓고 신당에의 참여나 동조를 호소해야 할 것이다.
호남당 이미지를 지닌 민주당을 뛰쳐나가 개혁이념에 뜻을 같이하는 여야의 개혁세력을 하나로 묶어 신당을 만들자는 주장은 일견 매우 개혁적이고
소신에 찬 주장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관점에서 보면 검증 되지 않은 개혁정치세력을 덮어 놓고 믿고 지지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안보, 통일, 북한인권, 북한핵무기, 한미동맹, 재벌개혁, 전교조, 노사관계에
대한 정책제시가 선결되어야 한다. 이런 정책이 중심이 된 당내 토론을 수반하지 않은 신당론이라면 선거
시마다 당명을 바꾸면서 공천대상자교체를 일삼던 김대중 식 창당 패턴과 무엇이 다른가. 신당론자들은 이미
시효지난 호남 이미지론, 지역구도 타파론을 더 이상 신당논의에 덧붙여 거론하지 말고 자기의 正體性을 분명히
하는 정책과 강령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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