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한국이 매력국가가 될 때 가능하다

 

영 일 (한중정치외교포럼 회장)

 

1. 들어가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다이고 발언한 것이 계기가 되어 그간 침잠했던 통일논의가 다시금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대박이라는 용어를 영어로 표현하는 방식을 놓고도 Jackpot이라는 번역이 일다가 존 캐리 미 국무장관이 Bonanza로 말하면서부터는 Bonanza로 용어가 정리된 것 같다. 번역상의 용어가 어떻든 박대통령의 발언은 국내외의 통일논의에 점화한 것만은 분명하다. 대학이나 언론기관의 연구소들이 중심이 된 통일논의는 통일이 임박한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킬 만큼 보도나 발표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고 한 때 재야나 이른바 진보세력들의 전유물 같던 통일문제가 이제는 보수진영인사들도 앞 다투어 적극적으로 다루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주지되는 바이지만 분단국가에서는 통일이 가장 중요한 통치의 자원이기 때문에 통일여건의 성숙여부와 관계없이 통일문제를 통치수단으로 끌고나오는 경향이 많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제기하는 통일문제는 기왕의 통일논의와는 구별되는 상황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즉 통치나 정치를 위한 수사(修辭)로서의 통일문제의 제기라기보다는 일단 통일을 국가차원에서 도모해볼만한 상황적, 시간적 축적을 딛고서서 제기되기 때문에 각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더욱이 정부가 통일준비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고 대통령이 위원장에 취임하는 것은 통일문제가 더 이상 상징차원이 아니라 정부의 구체적인 실천과업으로 새롭게 정의되고 있음을 말한다.

 

특히 요즈음의 한국통일논의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지난 시기와는 달리 어떤 통일이냐를 묻거나 또 어떤 단계를 거치는 통일이냐는 물음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대한민국 주도로 한반도에 새로운 통일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을 국가의 의지로, 또 상황적 과제로 암암리에 전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논의가 실감 있게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인 북핵문제가 큰 충돌 없이-soft landing-해결될 전망이 서야하며 나아가 북한주민들이 한국주도의 통일을 열렬히 소망한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의 충족 없는 통일논의는 실효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가 통일로 국가운영의 큰 방향을 잡는다는 것은 앞에 전제되는 두 가지 조건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에 국내외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과연 결실을 볼 수 있는 것인가를 이하에서 살피기로 한다.

2. 독일 통일의 교훈

 

요즈음 독일의 통일사례가 한국통일과 관련해서 많이 논의되고 한국통일의 모델로 독일의 경우를 상정하는 논의가 나오는데 한국과 독일 간에는 같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다. 우선 독일은 분단시기에 양 독이 모두 핵무기비확산조약에 가입하였다. 또 양독 간에 교류와 협력이 상당수준 활성화되었다. 특히 통일이 임박해서는 동독지역사람들이 서독과의 통일을 열망했다는 사실이다. 동독국민투표에서 서독과의 통일을 압도적인 다수가 지지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독일에는 주변국들의 통일반대를 불러올 비핵화라는 어려운 정치과제가 없었으며 서독과의 통일에 대한 동독주민들의 열망 때문에 유엔에 각기 가입하고 있는 별개의 국가를 하나로 합치는데 따른 내적저항이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한국과의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이점을 간과하고 독일모델을 추수(追隨)하자는 것은 독일문제를 잘못 관찰한데 기인한다. 그러면 독일은 어떻게 통일에 접근했던가.

서독은 동서냉전 상황을 지나는 동안 가장 역점을 둔 통일정책이 세 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아데나워 수상이 부르짖은 자력설(磁力說)을 실천하기위해 독일경제를 부흥하는 국력배양이었다. 강한 자력이 약한 자력을 끌어들인다는 자연법칙을 양독관계에 적용하자는 것이었다. 인구와 영토가 넓은 서독이 응당 지향할만한 목표였다. 에어하르트의 사회적 시장경제를 통해 국력배양을 촉진하면서 독일경제발전의 제약요소로 작용할 노동조합을 국력배양의 요구에 맞도록 사회적 합의를 통해 통제하는데 성공했다. 둘째로 분단현실을 인정함으로써 분단을 지양하다는 변증법적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동서독의 유엔동시가입과 양독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은 분단현실의 인정의 결과였으며 이러한 접근은 독일 사회민주당정권의 공헌이었다. 이 조치를 통해 양 독 간에 교류와 협력이 활성화되었고 이산가족의 분단고통을 감소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셋째로 중요한 과업은 독일연방정치교육본부를 통해 이루어졌다. 각 정당이 파견한 대표들이 이사가 되어 운영하는 독일연방정치교육본부는 두 가지의 중요한 과업을 수행하였다. 하나는 독일을 전쟁범죄국가로 만든 나치즘 같은 전체주의 세력이 등장할 소지를 국민의 의식 속에서 지우는 교육을 강화한 것이다. 연방의회와 주 의회가 이를 입법으로 뒷받침해주었다. 이로써 독일의 분단을 요구했던 연합국들의 독일에 대한 경계심을 줄여나갔다. 이와 병행하여 친공세력(한국에서는 종북세력) 등 체제부정세력을 헌법재판소가 위헌정당으로 제거하면서 자유민주주의질서수호를 위한 방어적 민주주의를 실천하였다. 다른 하나는 동독을 탈출해 나 온 동독인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물론이거니와 동독이 아닌 서독을 선택한 것이 개인의 자유와 복지를 위해 얼마나 훌륭한 결단이었고 선택이었는가를 실감하도록 교육과 지원을 강화해나갔다. 서독으로의 탈출이 동독인들에게 자유와 복지, 개인발전의 지름길임을 실감시키는 교육, 홍보를 강화하였다. 정치교육본부의 활동은 정치적 경제적 통일이 완성된 이후에도 사회적 통일과업수행을 위해 지금도 부단히 활동하고 있다.

 

3. 한국의 당면과업은 무엇인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는 북한의 핵을 제거하는 것이다. 한반도는 남북한의 어느 쪽이라도 핵무기를 포함한 전략무기를 가지고 있는 한 주변국들이 자국 안전보장의 필요를 내세워 반드시 간섭하고 개입할 지정학적 운명을 지니고 있다. 국제정치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지정학적 저주(Geopolitical curse) 때문이다. 현재 유엔질서는 5대상임이사국 이외의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억제하는 질서다. 이른바 헥무기비확산조약(NPT)체제다. 믈론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국가로서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 비공인 핵보유국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의 핵 보유는 유엔 상임이사국의 한 국가 또는 2개 이상의 국가로부터 핵 보유를 묵인 받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어는 상임이사국으로부터도 핵 보유를 묵인 받지 못한 상태에서 핵보유국으로 북한을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으면 제4차 핵실험을 강행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의 대응은 북한에 대한 제재결의의 강화이며 심지어 중국까지도 북한 핵을 자국에 대한 실질적 위협으로 간주, 핵무기의 포기를 강하게 북측에 요구하고 있다. 지금 북한은 핵 포기냐 북한체제의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이냐를 놓고 갈림길에 서있다. 한국은 이러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남북대화를 개시함으로써 북핵문제를 주변국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남북당사자간에 해결하는 방도를 적극 모색해야 할 시점에 당도했다. 이점에서 정부가 최근 남북고위급 회담을 제의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 했다고 본다.

 

아울러 우리는 이산가족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탈북자문제를 보다 진지한 통일과업의 일환으로 파악하여 그들이 목숨을 걸고 탈북, 남한을 선택한 것이 얼마나 현명한 선택이었고 결단이었는가를 실감할 정책적 조치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탈북자들만이 북한 동포들이 남한을 선호하도록 만들 가장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지금 탈북자들은 남한에서 돈을 벌어 북한의 가족들에게 비상한 방법을 통해 송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한을 산택한 탈북자들의 한국에서의 성공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통일모델의 성공이 될 것이다. 최근 민주평통 자문회의 위원들이 탈북자지원에 나서는 것은 통일에 대한 실질적지원활동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체계적으로, 통일정책의 일환으로 탈북자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통일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얼마전 신문보도에 태국에 머울고 있는 일부탈북자들이 한국보다는 미국을 선호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한국행이 보다 매력 있는 드림임을 알게 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북한동포들에게 지구상 어떤 나라보다도 더 매력있는 국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동포들의 마음을 얻는 정책이 진정한 통일정책임을 강조하면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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