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내외의 정치상황에서 본 통일대박 론

 

                                                     1.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월 6일 연두회견에서 던진 통일대박 론은 조국분단 70년을 내다보는 시점에서 시들대로 시들어버린 우리 국민들의 통일염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분단이 장기화하면서 조국통일에의 꿈은 우리 국민들의 의식 속에서 점차 기필코 성취해야 할 과업으로서의 현실적 의의를 상실해갔다. 특히 젊은 사람들 가운데는 통일 무용론이나 아니면 통일포기 내지 통일 불요론에 휘둘려 조국통일을 우리민족이 기필코 달성해야 할 실존적 과업의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어놓는 경향까지 보였다. 그간 역대 정부는 통일에의 꿈을 국민들이나 젊은 세대들에게 일깨워주기 보다는 남북한 관계 개선을 통일에 우선하는 개념으로 내세우면서 분단 상태의 안정적 관리에 정책의 더 큰 비중을 두어온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도 오늘의 통일의지 마비 내지 침잠의 한 원인이 있을 것 같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의 화두로 던진 통일대박 론은 잠재되어 있던 국민들의 통일의식에 다시 불을 붙이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자극이었다. 조국통일이 국가가 추진해야할 과업의 우선순위에서 다시 최상의 위치를 되찾는 계기가 되었다. 대통령이 취임선서에서 국민들에게 평화통일성취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다짐이 이제 실감 있는 주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통일대박 론에 이어 한반도의 통일이 한국에만 유익한 것이 아니라 동북아시아 모든 국가들에게도 유익한 선택임을 강조함으로써 한국통일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국내외의 인식이나 관점을 새롭게 드높이는 전기를 마련했다. 한반도의 통일은 그것이 동북아시아 긴장의 가장 큰 근원을 제거하는 조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북한의 핵개발 시도가 몰고 오는 갈등과 긴장의 해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박대통령이 국가시책의 우선순위의 상위목표로 조국통일을 들고 나오자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국통일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었고 통일무용이나 불요론 보다는 통일이익이 분단이익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새로운 접근에는 반동이 따르기 마련이다. 박대통령의 통일대박 론이 국민적 공감 속에서 확산되어 나가자 우리나라의 소위 진보진영에 속하는 사람들은 마치 그들이 기득권을 빼앗긴 것처럼 충격과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그간 소위 진보 모자를 쓰고 북한정권의 통일 주장을 직간접으로 긍정하면서 국내통일담론을 주도해오던 ‘진보인사’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강력한 통일공세 앞에 자기들의 입지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도전에 직면했다. 보수정권을 반통일(反統一)세력으로 몰아붙이면서 자기들만이 조국통일에 헌신한다고 내세워오던 ‘진보진영’의 입지가 하루아침에 동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장성택 처형이 공개된 이후 국내외에서 불기 시작한 반 김정은 정서의 확산과 북한 인권유린을 국제사법재판소의 처벌대상으로 삼자는 세계인권기구(COI)의 북한 인권보고는 이들 ‘진보“인사들을 극도로 난감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순순히 물러설 그들이 아니다. 새로운 논리의 조작을 통해 북으로부터 그들의 존재를 긍정 받을 새로운 논리공작을 꾸리기 시작했다. 이하에서 이들의 새로운 대응논리를 살펴보면서 대응방향을 모색하기로 한다.

 

                                                                        2.

 

소위 진보진영의 통일논리작업은 창작과 비평(이하 약칭으로 창비)이나 일간지로서 H, K신문이나 일부 인터넷 신문 등을 통해 발표된다. 체계적인 저술보다는 그때그때의 칼럼이나 인터뷰, 잡지기고를 통해 표출되는 그들의 입장을 총괄적으로 살펴봄으로써 현시점에서 이들이 내놓는 안티(Anti)통일대박 론의 실체를 살피기로 한다. 우선 이들이 설정하는 첫 번째 공세목표는 통일대박 론을 흡수통일 기도로 단정하고 이러한 기도는 우리가 원하는 통일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민족적 재앙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흡수통일의 다른 표현인 통일대박 론에 현혹되지 말고 통일이 대박이 아니라 “남북한의 교류와 협력이 대박”이라는 주장을 국민들에게 확산시키자고 주장한다.(林東源) 이와 궤를 같이하는 다른 주장으로는 백낙청의 이른바 장기흡수 통일론이다. 그는 단기흡수통일에는 동의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흡수통일이 불가피하다고 보면서 여건이 성숙하면 흡수통일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국민들의 다수이기 때문에 통일대박 론을 흡수통일로 비판, 배격하는 것만으로는 진보진영의 대응이 올바르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백낙청은 정부가 치밀한 계획을 가지고 장기적인 흡수통일을 추진하되 통일과정을 그들이 주도하면서 여기에 도전하는 세력들을 그때그때 종북 몰이로 제압한다면 진보진영은 설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진단하고 이런 우려를 배제하기위한 대안으로 그는 포용정책 2.0이라는 개념을 내놓고 있다. 그의 포용정책 2.0은 한마디로 6.15선언가운데 들어있는 낮은 단계 연방제 합의를 오늘의 남북한 관계 현실에 대입, 남북한 간에 국가연합단계를 통일의 중요한 단계로 설정, 밀고 나가면서 이 목표를 향해 남북한 간의 당면한 모든 통일노력을 집중시키자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 대통령 선거 시에는 원탁회의의 결정이라는 형식으로 이른바 2013체제론을 주창했다가 대선패배로 이 개념이 무용지물이 되자 요즘 새롭게 던진 화두가 바로 포용정책 2.0이다. 그는 6.15 선언 실천 남측본부장이었기 때문에 통일에 대한 그의 사고를 6.15선언에 내맡기고 있는 것 같다.

 

이들 ‘진보’ 파들의 주장에서 문제되는 것은 크게 보아 네 가지다. 첫째 통일대박 론은 흡수통일로 간주, 민족적 재앙이 된다는 것이다. 둘째 친북좌파로서 통진당에 대한 정부의 단죄를 종북 몰이라고 비판한다. 셋째 북한의 인권상황을 옹호하기 위해 창비논객들을 동원, 코리아인권이라는 생경한 주장을 내세우면서 남북한의 어느 체제도 인권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권양비론을 주장한다. 그리하여 북한인권의 참담한 현실을 호도한다. 넷째로 이들은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침묵을 지키면서 남북교류만을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진보가 참된 진보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하나는 전 세계 진보운동의 핵심과제가 비핵반전평화운동이란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점에서 북핵문제에 침묵하는 진보는 참된 진보일 수 없다. 둘째로 공화정치를 거부하는 세습독재정권을 단호히 배격, 부정해야 한다. 세습독재정권에 대해 침묵하는 세력은 지구의 어느 곳에 가서도 진보로 인정받지 못한다. 한국의 진보가 북한의 세습독재에 침묵하는 한 진정한 진보가 아니다. 더욱이 북한의 잔혹한 인권상황까지를 외면하는 태도야말로 한국의 진보가 사이비 진보임을 전 세계에 알리는 가장 확실한 징표다.

 이들 한국판 사이비 진보는 오래 동안 북한정권을 북한의 입장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이른바 내재적 접근 론을 내세워 북한정권의 주장이나 존립이유를 성원하기 위한 논리조작에 심혈을 쏟았다. 현대 사회과학에서 이미 한 물 가버린 이론들, 예컨대 세계체제론이나 종속이론의 이 구절, 저 구절을 입맛대로 꿰맞추는 논리를 조작하는 말장난을 하면서 그들만이 한국의 시대적 과제를 가장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고민하는 세력인 것처럼, 때로는 순교자행색을 하면서 자신들을 정당화해왔다. 백낙청의 ‘흔들리는 분단체제’론이나 창비논객들이 꾸며낸 ‘코리아 인권’론, 2013체제론, 포용정책 2.0 같은 개념조작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고민은 국내외의 상황이 그들의 소망대로 전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선패배로 2013체제론은 허무한 말장난에 불과하게 되었고 전체 국민들에게 통일의 새로운 꿈을 심어주는 통일정책의 주도권도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3.

 

요즈음 한국의 사이비 진보세력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펼치는 통일을 위한 내치외교의 궤도 깔기(Road Mapping)작업 앞에 자체 전열마저 정비할 힘을 잃고 있다. 남북한 관계를 발전시킬 대안으로 내놓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국내외의 지지를 받는 가운데 남북한관계를 대화관계로 발전시키고 있다. 개성공단문제의 해결과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성공은 가시적 성과다. 또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겪는 아시아의 역설(Asian Paradox)을 극복하기위해 역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한미, 한중양국 간 정상회담에서 심도 있게 논의, 진전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아울러 동북아시아의 지역분쟁과 갈등의 근원이 한반도의 분단 상태와 북한의 핵무장기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론화함으로써 한반도 통일에 대한 주변국들의 지지와 공감을 획득하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통일이 한국만의 대박이 아니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 그리고 공동번영의 길이라는 인식이 주변국가 국민들에게도 확산되어 가고 있다. 또 박대통령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후 제시한 유라시안 이니셔티브(Eurasian Initiative)도 한반도의 지정학적 기능이 러시아를 포용하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협력의 통로로 이용될 수 있음을 천명, 통일한국이 갖는 국제적 순기능을 국제사회에 알리는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 대내적으로는 박대통령이 통일을 단순히 구호로서가 아니라 우리 세대가 실천하고 성취해야 할 구체적 과업으로 인식한 가운데 통일준비위원회 구성을 발표하면서 자신이 위원장으로서 통일준비를 착실히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통령은 취임첫해로부터 2차년도가 시작되는 지금까지 이처럼 통일을 위한 내치외교의 궤도를 깔면서 통일을 향해 국력을 비축하고 지혜를 모으는 통일대장정(長征)에 나서고 있다.

 

 한국판 사이비 진보세력들은 요즈음 통일이 흡수통일이이어서는 안되고 김일성 세습정권이 내놓은 연방제 통일을 긍정하면서 연방제통일의 전 단계로서 남북한을 국가연합으로 묶자는 이른바 포용정책 2.0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국가통일방도에는 정해진 왕도(王道)가 없다. 국내외정세의 변화 과정에서 불시에 나타나는 통일기회를 정확히 포착하고 이를 활용할 능력과 준비를 착실히 다진 측이 통일대업을 주도한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다. 전쟁이 기회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흡수가 기회가 될 때도 있고 협상이 기회일 때도 있다. 통일에는 모든 기회가 열려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회가 닥쳐왔을 때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통일로 연결시킬 준비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이다. 능력은 적극적인 국력배양에서 조성되며 준비는 통일을 위한 국민적 합의기반의 확충에서 나온다.

그러나 우리 한반도는 국제 형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주변 국가들로부터 한반도 통일에 대한 지지와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주변국들로부터 통일을 위한 지지와 협력을 얻어 낼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조건은 한반도의 비핵화다. 남북한의 어느 편이라도 핵이 있을 경우 주변국들은 그것을 자국안보의 위협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핵 있는 한반도, 자국안보에 위협이 되는 한반도 통일은 절대로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기도는 중국학자들이 지적하는 대로 한반도 긴장의 가장 큰 원인이며 동시에 동북아 정세긴장의 근원이기도 한다. 현시점에서 가장 긴급한 통일여건조성노력은 두말할 것도 없이 북한의 비핵화이다.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주변 국가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통일여건을 하나씩 쌓아가야 한다. 이점에서 우리나라의 소위 진보세력들도 북한이 통일을 위해 핵을 포기하라는 국민적 부르짖음에 보조를 함께 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는 핵과 미사일 없이도 통일에 성공하고 경제적 번영을 누리는 독일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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