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투자의 자유방임시대는 끝났다
한중문화협회 회장 이 영 일
중국은 아직도 한국투자가들에게 기회의 땅인가. 무역업계의 전망으로는 금년중에 한국제조업의 47%가 중국으로 공장이전을 추진한다고 한다. 노동력 조달이 용이하고
노임과 토지구입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생산성이 비교적 높다는 것이 중국을 선호하는 우리 기업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에 투자를 결심하려면 나날이 상황과 정책이 바뀌고 있는 중국실정을 보다 정확히 알아야 한다. 중국의
실정을 정확히 추적하고 있지않으면 자칫 투자목표를 달성치 못하고 해외투자의 시리(時利)를 놓칠 수도 있다.
필자는 최근 중국여행에서 중국정부의 외자유치환경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주목했다. 하나는
중국공장들이 개발붐 때문에 급속히 늘어난 에너지수요를 감당치 못하여 제한송전대상이 되고 여기에는 외자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화력발전이 주종인 동부 연안지대의 공장들에서는 제한송전이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 다른 하나는 지방의 성(省)단위 인민정부나 시, 현, 진(鎭) 단위 인민정부의 외자유치사업을 중앙정부가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보기에
오늘의 중국을 경제급성장국으로 끌어올린 외자유치사업도 바야흐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 같다.
개혁개방이후 중국정부의 외자유치정책은 대체로 세 단계의 변천을 보여왔는데 제1단계인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의 기간동안에는 외자유치를 비판하는 당내
보수파들의 견제를 받는 가운데 중국현대화의 목표달성에 필수적인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는데 치중했다. 중국경제가
외국자본에 예속시킬 우려가 있는 분야의 합작보다는 중국경제의 현 수준을 한 차원 더 높일 수 있는 자본과 기술도입을 중시했다. 이 정책을 성공시킴으로써 중국경제는 이른바 원파오(溫飽)단계-최소한의 식생화문제해결단계-의 진입에 성공했다. 이 단계를 거치면서 중국지도부는 외국인들의 직접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유치정책의 효용을 실감했다. 즉
외자를 유치하는 쪽에는 아무 리스크가 없고 투자하는 쪽에만 위험부담이 따르는 이 정책이야말로 중국현대화의 첩경임을 터득한 것이다. 제2단계는 장쩌민 국가주석이 재임하던 지난 90년대 기간인데 외국의 직접투자유치에 중앙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의 성단위 정부에서부터 시, 현, 진(鎭)정부에 이르기까지 외자유치에 총궐기 하였다. 국적불문, 업종불문, 액수불문의 외자유치운동이 활성화되었다. 서울의 주요호텔들에서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두 차례 성(省) 시(市)단위의 중국 투자설명회가 열렸고 지금도 열리고 있다.
그러나 공산당 16차전당대회를 계기로 후진타오 총서기가 제4세대 지도부를 맡으면서부터 사정은 달라진다. 제3단계라고 할 수 있는 후진타오(胡錦燾)주석-원자바오(溫家宝) 총리시대의 시작과 더불어 후진타오 주석의 이른바 과학적 발전관을 앞세워 외자유치사업에 통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통제는 두 측면에서 가해지는데 하나는 과잉개발을 에서 오는 경기과열을 다스리는 금융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방임적
외자유치가 몰고오는 난개발(亂開發), 환경오염을 다스리는 개발측면이다. 중국의 국토자원부는
2003년 7월 이후부터의 모든 토지거래에 지방정부의 수의계약아닌 경쟁입찰실시를 요구하는가하면
각 지방 단위의 주요개발사업을 중앙정부의 관련부처로부터 사전에 승인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방정부는 자기들이 유치한 외자유치분에 대해서는 지역의 필요성을 앞세워 중앙의 명령이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중앙정부가 감사나 검열을 통하여 지방정부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의 성장(省長)이나 시장의 말만 믿고 토지를 매입했다가 입찰요건미비로 토지이전을 받지 못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지방정부와 합작한 사업이라도 중앙의 사전 승인을 얻지 못하여 공사를 중단 당하는 경우들이 속출한다. 이 때문에 외자유치의 실적만 올려놓고 중앙의 지침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투자기업을을 외면하는 지방정부도 없지
않다.
중국의 현 지도부가 과학적 발전관을 내걸고 환경 친화적 개발, 난개발 억제, 민생에 도움을 주는 개발을 강조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중앙의
지침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지방정부의 권유를 믿고 투자한 외국기업인들에게 불리를 감수시키는 것은 결코 온당치 않다. 오늘의 중국은 미국처럼 민주적 자치정부연합체로 구성되는 중화합중국(中華合衆國)(United
States of China)이 아니고 지방정부의 당과 집행부의
간부를 중앙에서 직접 임명하는 중앙집권의 나라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권한을 위임받은 지방정부의 권유를 따라 중국에 투자한 외국기업들의 권익은 존중되어야
한다. 지방정부가 중앙의 방침을 위반했다면 그 책임은 지방정부에 물어야지 어느 경우에도 투자자에게 불리를
감수시켜서는 안될 일이다. 동시에 한국의 투자가들도 지방정부가 권유하는 투자계획이 중앙정부의 지침과
일치하는지를 해당분야의 전문 변호인을 통해 상담, 확인한 후 계약을 체결하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중국은 외자유치의 자유방임시대를 청산 극복하는 제 3단계에
와 있기 때문이다.
'통일꾼컬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영일]중국의 동북공정, 역사왜곡인가, 안보문제인가 (0) | 2009.02.27 |
---|---|
[이영일]새 법으로 국가보안법을 대체하자 (1) | 2009.02.27 |
[이영일]항일혁명가들의 땅 흑룡강성을 찾아서 (0) | 2009.02.27 |
[이영일]헌법재판소의 집행유예같은 판결을 보면서 (0) | 2009.02.27 |
[이영일]잊혀진 4.19혁명 44주년 (0) | 2009.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