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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북공정, 역사왜곡인가 안보문제인가


호남대학교 교수 이 영 일

우리나라 삼국시대 역사의 중요부분인 고구려 문화유산을 중국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시키면서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동북공정(
東北工程)이란 무엇이며 중국이 이를 지금 추진하는 까닭은, 그 진의는 무엇일까. 국내 역사학자들은 우리의 역사주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항의한다. 그러나 중국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만나본 중국인사들과의 대화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대부분이 고구려 사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고 관심조차 제대로 갖고 있지 않았다. 요녕성(遼寧省) 환인현(桓仁縣)에는 고구려 시조 동명성왕이 나라를 세운 도읍지 우뉘산성(五女山城)이 있어 지난 7월초 이곳을 다녀왔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도 이 지역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어 관광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고는 기뻐하면서도 고구려가 그들에게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필자는 여기서 중국정부가 동북공정을 일으킨 진의는 아무리 보아도 우리 국사학계가 말하는 역사문제를 놓고 학술적으로 다투자는데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인구 14억을 헤아리는 대국이 근대적인 의미의 국경개념도, 국가개념도 정착되지 않았던 1500년 전의 역사이야기를 오랜 준비와 공작 끝에 지금 들고 나올 때는 현실적으로 겨냥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일각에서는 대한제국의 동의 없이 일본과 청나라가 체결한 간도협약(1909)의 문제점을 앞으로 한국이 들고 나올 것을 우려해서 이를 사전에 봉쇄하자는데 동북공정의 진의가 있다고 한다. 이 주장에도 상당한 타당성은 있으나 문제제기의 시점과 상황으로 보아 그것이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현실적 진의같지는 않다. 혹자는 한반도가 통일되거나 되려고 할 때 200만 조선족이 친한노선(親韓路線)으로 전향할 가능성을 막자는데 진의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정부의 소수민족을 다루는 세련된 정책에 비추어 큰 설득력이 없다.
현재 필자가 느끼는 바로는 중국의 동북공정문제에 팔을 걷어 부치고 애국적 목청을 올려야 할 사람들은 역사학자들이기보다는 정치학자, 그것도 동북아 안보정세와 외교사에 달통한 국제정치학자들이어야 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미국은 북핵문제가 심각해지자 중국에 대만카드를 꺼내 보이면서 북한의 핵개발을 중국이 나서서 포기시키라고 압력을 가해 왔고 이 압력과 함께 중국 스스로도 한반도의 비핵화를 원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북핵문제를 풀기위한 베이징 6자회담을 개최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조건에서의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결코 용이하지 않다. 북한이 체제유지의 마지막 카드로 붙들고 있는 것이 핵개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협상이 깨지고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해결이 시도될 수도 있고 천슈이벤의 대만 정권의 독립시도가 화근이 되어 미국과 중국간의 전략적 동반자관계가 와해되고 양자간에 군사충돌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작금의 동북아 정세이다. 그간 중국은 오랫동안 북한을 지원해왔고 중국지도층은 한국에 대해서는바다를 사이에 둔 이웃으로 표현하면서도 북한을 방문할 때는 언제나 양국관계를 순치관계(
脣齒關係)로 설명하고 산수상련(山水相連)의 이웃으로 표현한다. 한편 북한은 역사적으로 고구려의 구지(舊址)를 영토로 하고 있으며 많은 돈을 들여 동명성왕 능을 건립하는 등 문화역사공작까지를 추진하면서 북한이 한반도에서 고구려를 승계한 정통정권임을 주장해 왔다. 때문에 중국은 차제에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라고 강변하면서 국제적 양해와 관심을 쌓아두면 유사시 중국이 북한지역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 수 있다고 계산하는 것 같다. 북한이 돌연 붕괴하거나 안보위기에 처하여 와해의 위기에 직면하면 순치관계에 있는 중국에도 안보위기가 필지(必至)할 것이기 때문에 이런 사태에 대비해서 중국이 북한지역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명분을 사전에 조성해 두자는 중국식 안보정책이 동북공정을 일으킨 진의로 보아야 할 것같다. 그런데 북한은 그간 고구려계승정권임을 크게 외쳐왔으면서도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서는 의외로 조용하고 담담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정부도 한국에 대해서는 우다웨이(武大偉)외교부 부부장,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파견, 한국 측 의견을 듣고 자국의 입장도 설명하는 외교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 간에는 동북공정문제에 대한 사전양해가 이루어졌는지 놀랍게도 이렇다할 외교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동북공정을 곧바로 고구려사 왜곡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동북공정의 중국어 표현은 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이다. 문맥대로라면 중국 동북 변강의 역사와 현 상황을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적 시각에서 보면 중국이 동북변경지방의 역사자료를 일방적으로 추출, 이용하여 안보위기시에 군사력을 발동할 대상과 명분을 만들어 놓기 위한 공작차원의 연구프로젝트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점에서 동북공정문제는 역사문제로 보다는 외교안보문제로 보아야 더 현실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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