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중인 리커창 정치국 상무위원과 이영일 총재 

           

한중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인가

  한중문화협회 총재 이 영 일

                       1.
중양국은 2008년 양국관계의 현주소를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한중양국이 전면적 협력동반자관계로 양국관계를 천명한지 5년만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최초의 중국방문에서 후진타오 중국국가주석과 합의해서 발표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론은 한중관계의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들을 한 순간 당황하게 했다. 첫째 오늘의 한중관계가 과연 전략적 파트너관계로 인식될 만큼 성숙된 관계인지를 심사(深思)해야 했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MB의 당시의 첫 방중 분위기가 지난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행해진 MB의 미국방문과는 달리 매우 썰렁했기 때문이다.

MB의 베이징 도착당일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외교관례에 어긋나는 성명을 발표했다. 즉 한미동맹을 냉전의 유물이라고 비난하는 취지의 논평을 발표하고 중국정부가 이 내용을 충분히 논의했다는 것이다.

한중양국관계가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되었다는 발표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나왔던 것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관계설정이 양국 정상들 간에 오간 대화에서 단순히 합의된 외교적 수사(修辭)인가 아니면 양국 간에 전략적 상황을 충분히 평가한 토대위에서 도출된 새로운 결론인지를 놓고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2.

돌이켜 보건데 한중양국은 공식적인 국교수립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각 분야에서 합작과 발전을 심화시켜 왔다. 1992년 수교 직후의 단순수교(單純修交)관계에서 수교 5년 후인 1997년부터는 협력동반자관계(協力同伴者關係)로, 또 다른 5년후 인 2003년경부터는 전면적 협력동반자관계로 협력의 폭과 대상을 넓혔으며 2008년부터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戰略的協力同伴者關係)로 양국관계가 발전하고 있다.

동반자관계, 중국어로 허반콴시(伙伴關係)라는 표현은 중국인들에게는 익숙한 표현이고 특히 중국외교에서는 동반자관계 앞에 여러 가지 접두어(接頭語)를 붙여 국가 간의 관계를 표현한다. 예컨대 프랑스와의 관계는 건설적 협력동반자 관계라고 말하는가 하면 일본이나 미국은 전략적 동반자관계라고 표현한다. 이처럼 협력적(協力的), 건설적(建設的), 전략적(戰略的)이라는 접두어(接頭語)들을 사용하는데 그 정확한 의미는 외부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필자는 동반자관계(同伴者關係)란 동맹(同盟)과는 구별되면서도 양국이 대내외적으로 서로 협력해나갈 명분과 수준을 나타내는 말로 이해되며 아울러 전략적 동반자란 자국이 보호해야 할 국익가운데 전략적 차원에서 협력이 요구되는 파트너일 것이다.

그러면 현재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알려져 있는 한중관계의 현황은 어떠한가. 필자는 오늘의 한중간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는 한중양국이 현재 협력하고 있는 수준과 범위만이 아니라 앞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협력의 목표까지를 내다보는 표현으로 생각한다. 현재 한중협력의 수준은 전략적 파트너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상황이 덜 성숙했지만 한국의 세계정치에서의 영향력 증대는 한중간의 전략적 협력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서 미국전문가로 알려진 칭화대학(淸華大學)의 추슈롱(楚樹龍·55) 교수는 한중관계의 현 수준을 이야기하면서 "현재 한국과 중국이 기초적인 전략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해도 동일한 전략적 우려나 이해를 공유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한·중 사이에 '전략적 파트너십'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필자는 전략적 파트너십이 존재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전략적 협력은 한국의 전체적 역량에 비추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3.

한중관계는 엄격히 법리적 견지에서만 보면 전략적 파트너십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현재 한미양국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이라는 군사동맹에 입각,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고 있으며 중국과 북한은 1961년 이래 중조(中朝)상호원조 및 우호협력조약에 근거하여 체약국의 일방이 침략을 받으면 즉각 군사원조를 제공키로 한 군사동맹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휴전협정이 정치적 수준의 협정에 의하여 새로운 협정으로 대체될 때까지는 한미양국을 일방으로 하고 북중양국(北中兩國)을 타방으로 하는 휴전협정체제가 유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협정의 쌍방은 형식논리로만 본다면 문서상 적대관계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중양국이 전략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반도 휴전체제에 대한 재정의(再定義)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러한 법률문제는 사후에 해결해야할 과제로 유보한 가운데 우선 미국과는 1979년 국교를 정상화했고 1992년에는 한국과도 수교했다. 휴전협정서명당사자의 한 축인 중국이 휴전협정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한 것은 중국이 내린 현 시기의 자국의 전략상황에 대한 총체적 판단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

현재 중국은 자국의 경제나 안보상황을 대국(大國)으로 커가는 축력기간(畜力其間)으로 정의하고 있다. 국가발전을 위한 주변정세의 안정화가 필요하고 이런 측면에서 한국이 갖는 전략차원의 역할을 올바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시기 일본의 재무장 가능성을 우려할 때는 한미군사협력을 긍정했으나 최근 중국은 자국의 국력신장에 자신감을 얻으면서부터 동아시아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미국과의 직접 대결은 자제하면서도 은근히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누린 영향력의 범위를 재분배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러한 시기에 MB외교가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국제정치차원에서도 한국의 경제적인 영향력이 확대되어 감에 따라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의 G20회의 주최, 핵 안보정상 회담추진, 중국제1의 수출입국임과 동시에 투자국인 현실도 중국은 충분히 감안했을 것이다.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에 입각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한미 간에 합의되고 앞으로 2015년부터는 작전 지휘권이 한국군에로 이관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보면 중국은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사건에서 보인 태도의 배경은 무엇일까. 혹자는 중국의 태도를 북한 감싸기로 보는 견해가 다수이지만 과연 그럴까. 필자는 중국의 태도가 북한 감싸기라기보다는 자국의 국익실현을 위한 조치의 결과로 본다.

천안함 사건의 경우 만일 중국이 천안함 공격을 북한의 소행으로 보는데 동의한다면 현재의 유엔헌장이나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 한미양국이 자위권발동으로 북한에 단행할 보복공격을 중국은 반대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은 이런 난처한 입장을 피하면서 서해(西海)에서의 전쟁발발로 당시 샹하이(上海)에서 개최한 엑스포를 망치지 않기 위해 북한의 소행을 고의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국익을 위한 조치가 북한을 감싸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휴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된 상황이었다면 중국의 태도는 다를 수 있었을 것이다.

                                                     4.

현시점에서 필자는 중국이 한국을 공식적으로 전략적 협력파트너라고 밝힌 것을 중시한다. 앞으로 한중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양국 간에 몇 가지 분야에서 선행되어야 할 이해(理解)의 영역(領域)이 있다. 첫째로 북한을 보는 시각(視角)차이를 좁히는 것이며 둘째로는 한미동맹에 대해서도 양국 간에 존재하는 시각차를 상호이해로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한국의 북한에 대한 시각을 말해보자. 한국은 하루라도 빨리 북한이 개혁개방노선을 선택하여 중국처럼 크게 발전하기를 희망한다. 한국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북한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식생활문제를 해결할 수준(溫飽段階)의 경제발전을 달성하고 또 달성하도록 지원할 것임을 북측에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정권세습(政權世襲)을 추구하기 때문에 중국에서의 등소평(鄧小平)지도자,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書記長)같은 개혁(改革)마인드를 가진 새로운 지도자가 출현할 길이 없다. 전임자(前任者)의 정책과 노선을 비판하고 개혁할 수 없는 곳에서는 사실상 개혁개방이 불가능하다.

다음 우리 한반도처럼 땅이 좁고 인구가 조밀한 곳에서는 안보를 위해 핵폭탄, 장거리 탄도 미사일, 항공모함 같은 전략무기를 가질 필요가 없다. 이런 무기들은 유지비용이 너무 과다, 국민들의 복지를 희생시킬 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들의 안보 불안 심리를 자극, 개입과 간섭을 불러들인다. 특히 핵보유시도는 핵 비확산이라는 국제법위반 행위이다. 북한의 핵 보유시도가 없었더라면 미중일러(美中日露) 4개국이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문제에 개입할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한미동맹문제도 살펴보자. 우리 한국에게는 한미동맹관계가 한중관계에 못지않게 중요한 국제관계이다. 지금의 한미동맹은 북한의 침략책동에 대한 것을 제외한다면 결코 어느 특정 국가를 겨냥하는 군사동맹이 아니다. 남북한 간의 군사충돌을 방지하는 억지력임과 동시에 테러방지나 환경개선, 기후변화 등 글로벌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는 동맹으로 변화,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국력신장을 바탕으로 동아시아에서 발언권을 높이면서 서해를 자국안보의 요충지로 선언하고 한미군사동맹이 자국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한다. 그러나 변한 것은 한미동맹이 아니라 한미동맹을 보는 중국의 태도이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한국의 건국, 생존과 발전을 위해 유익한 동맹으로 인식하고 한미협력관계의 굳건한 유지를 확고한 외교원칙으로 삼고 있다. 우리는 중국이 한미 간에 역사적으로 형성되어온 오늘의 한미동맹관계의 존재를 존중하고 긍정하는 토대위에서 한중관계를 현재보다 더 긴밀히 발전시켜나가기를 원한다. 이러한 두 가지 관점을 중국이 수용할 때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는 더한층 활성화될 것이다.

요즈음 일부 학계가 연미화중(聯美和中)을 말하면서 중국에의 편승을 강조한다. 그러나 중국의 축력기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고 다음 세기까지 지연될 수도 있다. 또 지금 쇠퇴하는 것 같아 보이는 미국의 영향력도 예상하는 것만큼 쉽게 약화되지 않을 수 도 있다. 영국 Financial Times의 칼럼니스트 Martin Wolf가 중국을 설익은 강대국(premature superpower)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경제개발을 서둘러야 할 수준인데도 허장성세로 국제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측면을 꼬집은 것이다. 올바른 판단과 전망을 가지고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잘 관리해야만 우리는 숙원으로서의 평화와 통일성취의 길을 뚫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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