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통미봉남(通美封南)을 우려할 때가 아니다.
이영일( 우석대학교 초빙교수)
이명박 정부 등장이후 북한의 대남심리전 공세가 나날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북한은
금강산 관광객살인으로부터 시작해서 남북적십자 직통전화 단절, 개성공단 폐쇄 위협 등으로 공세를 강화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김·노 정권들처럼 대북유화조공정책을 승계하도록 압박해오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대남공세에 편승하여 국내 일부논객들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당선자의 대북정책은 부시정권과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현재와 같은 대북자세는 필시 통미봉남(通美封南)을 유발할 것이라면서 김⦁노 정권이 만든 대북합의를 그대로 이어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국내외의 이러한 공세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구정권들의
오도된 대북정책과 구별되는 이명박 정부 나름의 새로운 정체성(正體性)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유엔에서 이명박 정부가 북한 인권개선을 요구하는 유엔결의안을 공동 발의한 것은 참으로 잘 한 조치다. 김·노 정권이 북한 동포들의 최악의 인권상황을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김정일 정권의 비위를 맞추려고 유엔인권위 표결에서 기권하거나 불참했던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웠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동포가 굶주리는 상황을 방치해서도 안 된다. 아울러 북한 땅이 지구최빈국
수준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도 이 정부가 감당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아무런 확인절차 없이 무조건 북한을 지원한 결과 그것이 북한에서의 선군정치의 시효만 연장해 주고 결과적으로 핵실험까지를 지원했던
구정권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햇볕정책이 쓸모 있는 정책이 되려면 북한 동포들을 굶기지 않고 북의 경제를 살려내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북한 동포들을 굶기면서 핵개발을 뒷받침하는 정책으로 쓰였다면 그것은 반국가적 이적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일부 논객들은 구정권의 과오에 대한 통절한 반성 없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자세는 통미봉남의 덫에 걸릴 것이라고 연일 공갈한다.
원래 통미봉남이라는 말은 1994년 제1차 북
핵 위기 때 서울대 교수 출신의 정치인 N박사가 맨 처음 쓴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핵을 가진 자와는 손도 잡지 않겠다는 대북강경메시지를 발표했는데 미국은 한국의 입장보다는
자기들의 구상대로 제네바에서 북한과의 양자협상을 통해 ‘제네바합의’를
만들고 협상에 끼지 않은 한국에 경수로건설 부담만 안겨준 것을 빗댄대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북핵문제를 미⦁북 양자 간의 문제로 파악한 클린턴 대통령 때와는 달리 한반도주변 국가들을 북 핵의
이해관계당사자로 보고 6자회담을 통해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도 이 틀을 외면할 수 없으며 더욱이 미국외교를 일방주의보다 다자주의에 중점을 두면서 우방들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음에
비추어 앞으로 북 핵을 비롯한 한반도문제해결에서 한미공조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
간에 거론되는 ‘넌-루가 법’(Nunn-Lugar Act)을 활용, 북핵문제의 해결을 시도할 경우
한국의 협력은 불가결의 요소가 아닐 수 없다.
한국도 늘 북한이 국제사회에 연착륙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대북접근에 한국의 입장은 조금치도
장애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통미봉남을 전혀 우려할 필요가 없다.
한국은 앞으로 북한의 심리전 공세가 여러 형태로 격화되더라도 거기에 휘말리지 말고 그들의 태도가 바뀔 때까지 의연히 기다려야 한다. 머지않아 북한으로부터 좋은 소식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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