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Break News에서 2009년 7월 10일 17시 보도)
코리아 연구원 시국성명에 드리는 한마디 고언.
우석대학교 초빙교수 이 영 일
지난 7월 3일 한국의 진보적 연구단체의 하나인 코리아 연구원은 다음과 같은 4개 항목의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첫째, 북한은 그 어떠한 명분으로도 추가적인 핵실험과 미사일발사를 중지하여야 하며, 남북 간 군사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추가적인 군사행동을 중지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미국은 북미 간 관계정상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협상을 통해 3차 북핵 위기를 매듭짓고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에 나서야 할 것이다.
셋째,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6·15와 10·4선언을 존중하는 전면적 정책전환에 나서야 하며, 군사적 충돌 및 국지전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6자회담을 대체하는 5자 협의를 통해 북한의 백기항복을 압박하는 것은 실현여부도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만 우려되므로, 6자회담 참가국들은 9·19와 2·13 합의정신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 4개 항목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항목에는 필지 나름대로 공감할 수 있다. 또 넷째 항목에 관해서도 일응 수궁이 가는 대목이 있다. 그러나 제3항목 중에는 군사충동과 국지전 기능성의 원천배제라는 부분을 제외한다면 6.15와 10.4선언을 존중하는 전면적 정책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6.15선언은 그 성립의 배경이 1992년 2월의 한반도 비핵화선언이 계속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성립될 수 있는 문건이다. 이 선언에서 주목을 요하는 부분은 그 2항으로 남북한이 북의 낮은 단계의 연반제와 남한의 연합제 간에 공통성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통일을 이 방향에서 추진하자는 것이며 두 번째로는 김정일의 서울 답방 합의, 끝으로 우리 민족끼리 협력한다는 요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두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자행하고 핵 보유 국임을 주장하고 나오는 현시점에서 이제 남북한 간에는 연합이나 연방의 성립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연합이나 연방을 구성할 구성체의 일방이 핵을 보유하고 있고 타방이 핵을 보유치 않고 있는 환경이나 상황 하에서는 안보바탕의 비대응성으로 연합이나 연방이 성립 불가능하게 됨은 상식에 속한다. 따라서 북한의 핵보유기도는 6.15선언을 근본적으로 부정한 것이며 한반도비핵화선언을 완전히 백지화한 것이다.
둘째로 김정일은 한국답방 약속을 어겼다. 정상회담의 핵심은 상호답방이다. 미국의 부시도. 중국의 후진타오도 한국을 방문키로 약속한 이상 반드시 답방했다. 그러나 김정일은 이를 무시했다.
셋째로 “우리민족끼리” 협력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한 간에는 인민개념이 공유되어 있지 않다. 북한에서는 수령 론에 입각, 인민은 수령을 위해 소모되어야 할 존재로 규정되어 있으나 한국에서는 인민이 주권자이고 대통령이 섬겨야 할 존재이다. 따라서 6.15선언에서 말하는 “우리민족끼리”는 하나의 미사여구거나 아니면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상의 분석에서 분명한 바와 같이 6.15선언은 이미 북측에 의해서 파기 된지 오래며 한국 측에서 보더라도 이 선언 성립 과정에서 들어난 송금의 불법성으로 인하여 특검에서 관련자 전원(김대중 대통령 제외)이 사법처리 된 상황을 회상한다면 아직까지 6.15선언 운운하는 것은 실로 때 지난 이야기나 다름없다.
또 10.4선언을 존중하라는 표현도 현실에서 동떨어진 이야기다. 대통령 임기 4개월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북한의 통일전선부장과 한국의 국정원장이 남북협력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을 답방도 하지 않은 김정일을 일방적으로 찾아가 평양에서 회담을 가진 후 국민의 동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거액의 대북지원을 약속한 선언을 새 대통령이 그대로 승계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주장이다. 권한 없는 사장이 발행한 어음을 무조건 새 사장이 결제하라는 말과 진배없다.
한국의 저명한 사회과학 교수들로서 상식과 교양을 지닌 분들이 이러한 내용의 시국선언을 발표한데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특히 북한의 제2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엄중한 제재조치를 받고 있는 북한을 향하여 6.15선언과 10.4선언정신을 존중하는 전면적인 전책전환을 현 정부에 촉구하는 행위는 학문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존중하는 한국 헌법 하에서라도 지나치게 무리한 태도표명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항상 자기 자신이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일원인가 하는 정체성을 깊이 간직하는 학자에의 길을 권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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