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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조선족 동포들과의 통일 대화
(2008
6 18 14일까지)
한중문화협회 총재 이영일

한중문화협회를 맡아 운영한지 10년이 되었고 그간

연변조선족 자치주에도 이런 저런 명목으로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조선족 동포들과 조국의 통일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행히도 한중문화협회가 3년째 계속 사업으로 중국낙후지역을 몇 개 지역으로 나누어 추진하는 극빈어린이 무료수술사업단을 인솔하고 마침 연길에 오게 되어 34일간 머무르게 되었다.

한중문화협회는 외교통상부산하 산하 국제협력단의 지원과 LG, GS 홈쇼핑그룹의 협찬을 얻고 서울대학교 소아병원의 심장외과 전문의와 심장내과 전문의들의 자원봉사를 결합시켜 올해까지 3년간 중국길림성의 연길, 흑룡강 성의 하얼빈, 섬서성의 시안, 중경 등지에서 도합 60명의 중국극빈가정 어린이 심장병환자들에게 무료로 수술을 지원하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필자는 의사는 아니지만 심장병 수술지원단을 인솔하고 중국지역의 수술현장을 방문,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 TV대담 등을 통해 한중우호증진활동에서 심장병수술지원 사업이 갖는 의의를 설명하고 현지 정부기관들과의 간담모임을 갖기도 하고 또 나름대로 일정을 마련, 한중친선, 환자위로, 의사독려 등의 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여러 차례 조선족 동포사회인 연변을 방문했지만 통일문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연길 체재 중 연변대학 동북아연구소가 대학원 학생들을 상대로 21세기와 한국 통일문제를 주제로 강의해 달라는 특청이 있어서 뜻밖에 조국의 통일문제를 함께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1
시간 반에 걸친 강의가 끝난 후 질의응답시간이 이어졌는데 아마 강의시간보다 더 흥미롭고 유익했던 것 같았다. 강의가 일방통행이라면 질의응답은 쌍방통행이기 때문이다.


한 대학원생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지금 연길에서는 남한에 친척을 둔 사람은 경제적으로 유복해졌으나 북한에 친척을 둔 사람은 하나같이 먹을 것이나 입을 것을 도와 달라, 돈을 좀 꾸어달라는 부탁 등으로 지난 10년 동안 너무 시달려 왔기 때문에 지금은 북녘 친척들을 고의로 피하는 실정이라면서 언제쯤 북한경제형편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느냐면서 앞으로 통일의 전망은 있느냐고 비꼬는 듯이 질문했다. 또 하나의 질문은 한국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 심장병 어린이들이 있을 텐데 그들을 돕지 않고 일부러 멀리 연변까지 와서 무료수술지원 사업을 펼치는 까닭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
지구의 온대권에서 밥 못먹는 나라는 북한 뿐이다]

나는 한마디로 지금 지구상에서 온대권에 속하는 나라로서 먹고 사는 문제로 걱정하는 나라가 있다면 북한뿐인데 만일 북한도 등소평 같은 지도자를 만나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했던들 오늘날 중국보다 더 잘사는 나라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아직도 개혁개방을 외면하고 김일성 주석의 교시와 정책을 절대불변의 진리로 받드는 한 앞으로도 경제상황이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나는 내가 알기로는 그간 중국지도자들은 1983년부터 지금까지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을 상대로 직접 초청도 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공식, 비공식 방문시마다 기회 있는 대로 북한이 중국처럼 개혁개방에 나서도록 권면해 왔다. 그러나 북한 측은 중국 측의 개혁개방의 성과는 인정하면서도 선뜻 중국방식을 받아들이지 않고우리식 사회주의의 길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굳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답변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교수 한분이 북측이 중국의 충고를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캐물었다.

[
진리는 실천에 의해 검증되어야 한다]

나는 중국의 경우 모택동 주석의 교시와 정책은 무조건 옳은 것이기 때문에 이를 관철해야 한다는 화궈펑(
華國鋒)주석의 양거빤스(兩個凡是)주장과 비록 모택동 주석의 교시와 정책이라도 실천에 의해 검증되지 않으면 진리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양거빤스(兩個凡是)반대주장이 대립하다가 마침내 진리에 대한 실천검증론이 승리함으로써 개혁개방이 시작된 것은 여러분들이 잘 아는 일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북한에서는 그러한 토론이나 투쟁이 김일성 주석의 생시는 물론, 사후에도 일어난 일이 없고 지금도 김일성유일사상 10대지침을 높이 받들 것을 강조하고 있다.

김일성 주석은 육신은 비록 죽었으나 당적으로는 아직도 살아서 주석 직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북한노동당이 그의 사망을 선고하지 않는 한 그는 아직도 영생하는 존재로 북한 정치 안에 살아 있는 존재임을 상기시켰다.

아직도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교시와 정책, 주체사상은 불변의 진리로 살아있으며 김일성이 주석의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도 국방위원장은 될 수 있지만 주석은 될 수 없다는 것은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꺼리는 둘째 이유로는 주민들에 대한 북한의 정치사상 교육 때문이다. 즉 북한은 정권성립이래 시종여일 헐벗고 굶주리는 남조선 인민의 해방이 곧 통일이라는 정치사상교육을 실시해왔는데 개혁개방을 하면 그러한 교육의 허구성이 바로 탄로 날 것을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빈곤과 가난은 모두 김일성부자에게 그 책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
東北工程보다 長白工程 터져 나올까 더 걱정]

셋째로는 김일성·김정일 가계우상화(
家系偶像化)의 실체가 들어날 것을 두려워하는 측면도 개혁개방을 꺼리는 무시할 수없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해주었다.

그 예로 그간 북한은 한국이 신라의 삼국통일을 중시한데 반하여 그들은 고구려를 중시하고 북한이 고구려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입증한다는 취지에서 평양에 동명성왕능을 복원까지 해 놓고 있으면서도 중국이 동북공정에서 고구려사를 중국의 지방사로 왜곡 날조할 때 단 한마디의 반론도 지금까지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남한 학계와 정부가 나사서 고구려의 역사왜곡을 중국에 항의하고 그에 대한 이론적 대항조치로 고구려사연구소-이제는 명칭을 바꾸어 동북아연구소를 만들어 이론투쟁을 전개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북측은 그들이 고구려사왜곡을 들고 나올 때에 중국이 그들의 장백공정(
長白工程)을 까발 치고 나올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해 주었다.

장백공정이란 한마디로 백두산을 무대로 한 김일성 가문의 우상화와 김정일의 출생지를 백두산으로 왜곡선전하는 일련의 북한판 가계우상화사업을 말하는데 이 사실은 중국 측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동북공정에 당당히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다고 지적해 주었다.

중국공산당 지도자들은 모택동 주석을 포함하여 어느 누구도 자기 가계의 역사를 날조하거나 우상화한 사실이 없었다.

이 답변에 청중들은 모두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때 다른 학생이 일어나서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의 말씀대로라면 북한이 변하지 않는 한 통일은 당분간 기대할 수 없는 것 같은데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데 도움이 되었느냐고 물었다.

[
북한이 변해야 실질적인 통일대화 가능]

나는 지금 중국과 대만관계를 보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오는 7월부터 중국과 대만 간에 자본이동이 가능하고 양안 간에 관광객을 태운 항공기의 입출항이 허용되었고 환전업무도 순조로이 진행될 만큼 좋은 관계가 진전하고 있는데 이 까닭은 중국이 개혁개방을 통해, 사상해방을 통해 변화되었고 그 결과로서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하고 따라서 북한이 이렇게 변하지 않는 한 통일은 당분간 힘들 수밖에 없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나는 이어 여기 계신 분들 가운데도 북한을 다녀오신 분들이 많을 텐데 현시점에서 북한은 인민이 권리의 주체가 아니고 수령에게 종속된 체제인데 반해 한국은 대통령이 국민을 섬기고 국민의 지지에 권력이 유지되는 체제이기 때문에 남북한 간에 존재하는 이러한 체제차이로 인해 대화를 위한 대화, 교류를 위한 교류는 있어도 평화와 통일을 진전시킬 가치 있는 교류나 협력이나 대화는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인민을 권력의 주체로 보거나 정권의 존재이유가 인민의 복지증진일 경우에는 서로 간에 진지한 대화가 가능하고 이런 점에서 중국과 한국 간에는 진지한 대화가 생활의 각 방면에 걸쳐서 언제나 가능하지만 남북한 간의 대화는 한국과 중국 간의 대화수준에도 훨씬 못 미친다고 대화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
남북한 동포들간의 접촉은 철저히 차단]

그러나 한 대학생은 6.15선언이후 우리민족끼리라는 말을 앞세우면서 남북한을 오가는 교류와 협력이 진행되고 또 철길이 뚫리고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일들이 일어난 것은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면서 토론에 끼였다.

나는 그 학생에게 이산가족의 만남은 아주 좋은 일이지만 그러나 이때의 만남도 감시와 지도아래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져야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그밖에도 남북한 간에는 접촉이 있어 왔지만 우리가 북한을 방문한다고 해서 북한의 일반 주민을 자유스럽게 만나서 대화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또 북한정권이 남북한 민간의 자유로운 접촉을 적극 차단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교류기 이루어지고 철길이 뚫이고 상봉이 이루러진다고 하지만 그런 행위가 있다는 형식일 뿐 실질적인 의의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 예로 나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여섯 차례 북한을 다녀왔지만 북한노동당의 통일전선부 간부나 그들이 만나도록 권면하는 사람들만 만났을 뿐 평범한 북한동포를 한명도 만나서 대화를 나눠 본 일이 없다고 증언했다.

내가 보기엔 북한 주민은 민족의 혈맥을 같이 나눈 우리 민족이라고 느껴지기 보다는 하나같이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지도부를 목숨으로 옹위해야할 존재로 규정되어 있어 개인으로서의 민족을 느낄 수가 없었다고 말하고 6.15선언에 씌어있는 우리민족끼리라는 말이 사실상 허구임을 나는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의 이런 표현과 주장에 대해 반론을 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말을 끝맺자 박수로 화답해 왔다.

말을 끝맺으려는데 한 학생이 마지막으로 한마디 묻겠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전 정권들이 북측과 맺은 6.15선언이나 10.4남북정상간 합의를 승계할 것으로 보느냐는 매우 민감한 질문을 던져왔다.

[
김정일의 서울 답방이 합의 승계의 필수조건]

남북한 정상 간의 합의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준수하는 것이 원칙이겠으며 또 정권이 바뀌더라도 전 정권의 합의를 새 정권이 승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6.15선언의 경우 가장 중요한 합의의 하나라고 생각한 김정일의 남한 답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김대중 씨는 비싼 방북료를 내고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북측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받아들이는 선언에 합의했지만 그 합의의 의미를 보편, 객관화하고 또 한국 측에서 요구하는 주장이나 요청을 포괄하는 새로운 합의가 김정일 위원장의 남측방문이후로 발표될 때 비로소 남북양측이 준수해야할 선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은 답방약속을 저버렸고 그의 답방 없는 남북공동선언은 북의 일방적 선언이거나 반쪽짜리 선언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새 정권이 마땅히 승계할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김대중 씨는 김정일과의 정상회담 후 한국에서의 기자회견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주한미군은 통일 후에도 한국에 남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 다고 말하고 이제 한반도에는 영원히 전쟁의 위협이 없어졌다고 말했는데 우리는 그러한 소리를 서울을 답방한 김정일 자신으로부터 듣고 싶다고 말했다.

10.4
남북공동합의도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통해 그의 입술로 확인되어야 남북한 모두에게 준수를 말할 수 있는 합의로 보여질 것이다.

김정일의 답방 없는 남북정상간 회담이나 합의는 지금까지 준수되지 않고 휴지화되어버린 남북한 간의 무수한 합의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여 중국과 대만 간에는 별다른 문서상의 합의 없이도 양안관계가 잘 발전하고 있음을 볼 때 지금 중요한 것은 합의보다는 실천이며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이 중국처럼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
서방측의 북한 식량생산량 과대평가가 문제다]

토의 맨 끝에 북한식량사정문제도 튀어나왔다. 연변대 교수는 자기가 지금까지 북한농업을 연구하면서 서방측 분석에 불만인 것은 북한의 식량생산량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이나 한국에서는 1정보당 쌀 생산량이 6.5톤에서 7.5톤에 이르지만 북한에서는 평균 1정보당 2톤에서 3톤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내기, 잡초 뽑기 김매기 전투가 모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해치우는데다가 비료나 제초제, 농약 등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소출이 늘어날 수 없는 공유지의 비극이 되풀이 되고 있다면서 항상 200만 톤 이상의 식량부족이 이어져 오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식량계획이나 한국통일부는 식량부족분을 많이 볼 때는 150만 톤, 적게 볼 때는 50만 톤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는 한 식량생산에서 큰 앙양이 일어날리 만무하고 현재처럼 개혁개방을 하지 않는 한 북한은 만성적인 기근지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 놓았다.

이야기들이 너무 비관적인 쪽으로만 흐르는 것 같아 나는 이야기를 마치면서 한마디 첨언했다. 역사에서 보면 민족통일처럼 의미 있는 큰 사건은 우리의 조국광복처럼 돌연히 찾아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너무 비관하지 말고 내외정세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변화의 씨앗을 찾아내자고 말을 맺었다.

끝으로 한국에서는 6세 이하의 어린이 심장병 환자는 국가에서 무상으로 치료하기 때문에 어린이 심장병문제는 이제 한국에서는 걱정대상이 아니라고 답했다.

나는 토의과정에서 북한의 식량문제를 들으면서 요즈음 법륜스님이 제보하는 좋은 벗들에서 북한의 식량사정이 악화되어 다시 아사(
餓死)자들이 나날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떠올랐다. 나는 즉시 차편을 빌려 타고 북한의 식량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중국과 북한을 잇는 삼합(三合) 쪽을 살펴보기 위해 그쪽으로 향했다. 삼합은 북한의 회령이 내려다보이는 중국의 국경도시인데 중국에서 식량을 실은 트럭들이 북으로 들어가는 통로이다. 식량 실은 차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삼합에서 보이는 북녘 땅의 세관 창고도 텅 비어 있었다.

외신기자들에 의하면 요녕성 단동(
丹東)의 다리 위에도 식량 실은 차들이 보이지 않는다던데 이쪽 통로도 비었다면 법륜스님이 말하는 북한의 식량난이 정말 사실인 것처럼 생각되었다. 걱정하는 마음을 안고 귀국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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